인간은 태어나면 늙고 늙으면 병들고 병들면 죽는다. 물론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생(生)에서 시작해서 사(死)로 끝나는 생명체의 유기적 변화 양상에서 늙고 병드는 과정은 분명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은 인류 보편적인 사실이면서도 인간 개체라면 어떤 과정에 있든 현재 진행형의 개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생로병사를 표현하는 언어는 일반적으로 엄숙하다는 속성이 있지만, 보편적인 사실인지 개별적인 현상인지에 따라 그 온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특히 시에서 자신의 상황을 표현할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즉, 사실상 가장 앞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늙음은 곧 병듦, 더 나아가서는 죽음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 시의 저자 조위한은 이십 대에 부모님을 여의었고 임진왜란을 겪었으며 칠십 대에 병자호란을 겪었다. 이 시의 창작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고 노년에 지었을 것으로만 짐작된다. 친족의 죽음과 전쟁의 참상을 겪어 자칫 피폐할 것이라 짐작하기 쉬운 저자의 내면 풍경은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이 시의 저자는 현대적인 관점으로 보면 신체가 제 기능을 거의 다해서 보청기와 돋보기, 그리고 가발이 필요할 것 같은 서글프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담한 어조를 넘어 희화화시켜 표현했다. 또한 저자는 늙은 자신을 긍정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늙는 것을 싫어하고 늙은이를 괄시하는 사람들에게 늙은 자신의 장점을 들며 이만하면 젊은이보다 낫지 않느냐며 항변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의 가치에 측면적으로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 유쾌한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늙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이 늙음은 죽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독자는 곧 깨닫게 된다. 장난삼아 지었다고 하면서 시종 유쾌한 어조를 유지하던 이 시는 결국 독자에게 엄숙한 여운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