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24절기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에 속한다. 옛 선현들은 동지 다음날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으로 양의 기운이 움튼다는 사실에 주목하였고, 이것을 다섯 음효(陰爻) 아래에 하나의 양효(陽爻)가 생긴 주역(周易) '복괘(復卦)'의 형상으로 설명하기도 하였다. 또한 태양의 궤도가 가장 남쪽으로 내려가 있다고 하여 ‘남지(南至)’라고도 불렀다. 이 시의 제목에 “11월에 ‘섣달 문턱 언덕 풍경 버들눈 피려 하네[岸容待臘將舒柳]’라는 구절을 시제로 내었다”라는 주가 붙어 있다. 이 구절은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소지(小至)」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정조는 동짓날이면 문신들에게 이 구절을 시제로 내어 시험을 보이곤 하였다. 『일성록(日省錄)』 정조 13년 11월 기사에, 정약용이 초계문신으로서 이 시제에 답하여 이 시를 지어 수석을 차지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시인은 동짓날 제방의 버들을 통해, 지금은 비록 추운 겨울이지만 오래지 않아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고 버들이 움을 틔우리라는 희망을 보였다. 눈이 두껍게 쌓인 겨울, 가장 음기가 강한 그 순간이 바로 양의 기운이 처음으로 싹트는 순간이요, 미약하지만 그 기운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우주의 섭리이다. 아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지는 이미 여린 자태를 품고 있고, 잎눈이 돋아나올 뜻도 없을 리가 없다. 섣달이면 이미 가지에는 봄빛이 새어 나오겠지만, 봄 꾀꼬리 울어대는 완연한 봄을 기다려 활짝 피어 날리는 버들 꽃을 만끽하리라 하였다. 동지는 음기가 온통 가득한 세상에서 미약하게나마 새로 양기가 싹트는 날이다. 아무리 추위가 혹독하더라도 한 걸음씩 어김없이 다가오는 봄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이번 겨울 추위는 참으로 혹독하고 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가오는 봄은 더욱 찬란할 것 같다. 그 봄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일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