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모시'가 가진 우수성
무더위에 시원한 삼베모시 적삼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한산모시의 역사에 관해서는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1910년 발행된 『조선산업지(朝鮮産業誌)』에는
“한산, 서천, 홍산, 비인, 임천, 정산, 남포의 7군은
모시의 제직이 주된 곳이므로 저포칠소(苧布七所)라고
칭한다”라는 말이 기재돼있다.
이와 같이 한산모시는 오래전 부터 대표적인 전통 옷감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1967년 ‘한산모시짜기’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4호로,
1974년에는 ‘한산세모시짜기’가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다.
유사 종목으로 동일 지역에서 국가와 시도무형문화재가 함께
지정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특히 직물 분야에서는
최초이다.
한산모시는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등재되기까지 했다.
한산모시는 특성상 하절기 옷감으로 즐겨 사용되었다.
무덥고 습한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에 몸이 붙지 않고
까슬까슬한 촉감을 주는 모시는 훌륭한 여름 의복 소재이다.
또한 세모시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한산모시의 특징은 올이 매우 가늘고 품질이 우수하다.
그러나 모시 제작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며,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한다.
한산모시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수확한 모시를 속대로부터 껍질을 분리한다.
겉껍질을 벗겨내면 연둣빛의 속껍질이 드러나는데
이것이 모시의 재료이며 ‘태모시’라고 불린다.
태모시는 물에 적셨다가 앞니로 가늘게 째서 침으로 훑어내는데
초보자는 입술이 갈라지고 혀에서 피가 나기도 한다.
모시를 얼마나 가늘고 일정한 굵기로 째느냐에 따라
모시의 품질이 결정되며 이후의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므로 이 모시째기는 가장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늘게 짼 모시실은 길어야 2m 이내이므로 옷감으로 짜기
해서는 길게 이어줘야 하는데 이 과정을 삼기라고 한다.
모시삼기를 할 때에는 잇는 실이 항상 머리 쪽이 되도록 하고
침을 발라 습기를 주면서 삼는다. 어느 정도 실이 이어지면
굵은 실로 ‘十’형이 되도록 바닥에 놓고 삼아놓은 모시실이
담긴 광주리를 엎어 아래의 실로 묶어 모시굿을 만든다.
모시굿은 저울에 무게를 재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삼는 사람의 눈대중에 의해 분량이 정해지므로 그들의 모시와 함께
한 긴 세월을 느낄 수 있다. 모시 1필을 짜는데 소요되는
굿의 수량은 모시의 새수(升數)에 따라 달라지는데,
7~8새의 모시 1필을 짜는 데에는 대략 날실용으로 10굿,
씨실용으로는 8굿 정도가 필요하다.
모시날기는 직조하고자 하는 모시의 길이에 맞춰
날실을 정경하는 과정으로 조슬대에 있는 10개의 구멍에
모시실을 통과시켜 한묶음으로 해,
새의 수와 길이에 맞춰 날기를 한다.
날기가 끝나면 다음은 모시실에 풀을 바르는 매기를 해야 하는데
먼저 개새대, 참새대, 바디, 뒷대, 사침대, 걸막대 순서로
가지런히 두고 실을 끼운다.
그리고 마당에 볏불을 지피고 콩풀을 매기면서 모시매기를 한다.
매기에 풀을 사용하는 이유는 실의 이음새를 매끄럽게 하고
실의 강도와 탄력성을 높여주기 위해서인데
한산에서는 콩가루에 소금을 약간 넣은 콩풀을 사용한다.
매기가 끝나면 베틀 위에 앉히고 잉아에 모시실을 걸면서
잉아대를 만든다. 전통 베틀에서 잉아에 실을 거는 과정은
베짜는 모든 사람이 했던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숙련된 사람들만 가능했다.
한 올이라도 빠지거나 잘못 걸면 베를 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틀에 모시실 앉히기가 끝나면 꾸리에 모시실을 감아
실꾸리를 만들어 북집에 끼워 넣는다. 그리고 비로소
모시를 짜기 시작하는데 모시짜기를 할 때에는
실내의 습도가 중요하므로 대개 봄부터 초가을까지 짠다.
예전에는 움집이나 토굴 등에서 짜기를 하였으나
근래에는 가습기를 사용하여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덥고 습한 환경에서 가장 시원한
옷감을 짜고 있는 것이다.
고집 있게 지켜가는 모시 길쌈
모시 한 필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새수와 숙련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두 달 정도 걸리며
직조에만 약 4~5일이 소요된다. 짜기가 끝난 모시는
잿물에 20~30분 정도 담갔다 꺼낸 후 증기를 이용하여
찜솥에서 쪄서 풀기를 제거하고 표백을 한다.
그리고 깨끗이 헹궈 말리고 다듬기를 하여 완성한다.
햇볕에 바래기를 할 때 반쯤 표백한 것을 ‘반저’라고 하고
전히 하얗게 표백한 것을 ‘백저’라고 한다.
산모시는 일반적으로 7새에서 15새까지 제직되는데
보통 10새 이상을 세모시라고 하며 새(升)의 숫자가 높을수록
가는 모시실로 제직하므로 가격도 높아진다.
요즘 한산에서는 모시 길쌈의 과정이 많이 수월해졌다.
모시매기를 가스불을 사용하도록 만든 장치에서 하므로
볏불의 세기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답판을 밟으면서 잉아대(종광판)를
움직이는 족답식 직기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
여러 공정이 생략되었고 허리에 부티를 매지 않아도 되니
훨씬 힘이 덜 들어간다.
그러나 도구의 개선으로 몇 가지 과정이 생략되었다 하더라도
기계로 대치될 수 없는 수많은 고된 작업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무리 모시 길쌈이 힘들다 하더라도 여성들이 계속 이어온
것은 길쌈을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시 길쌈은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었고 이것은 곧 지역 경제에도
직결이 되어서 지역의 경제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역 문화로까지 지켜내었으니
한산지역 여성들의 노고와 열성에 찬사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