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소나기와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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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한낮부터 밤까지의 변해가는 날씨를 그리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기 내면을 담아내고 있다. 바람이 몰고 온 소나기가 어느새 집의 앞 기둥에 흠뻑 빗물을 퍼붓는다. 빗물이 폭포처럼 처마에서 쏟아지고 급류처럼 섬돌을 끼고 도는 가운데 무더위는 사라지고 상쾌한 기운이 일어난다. 저녁이 되자 비를 안고 왔던 먹구름도 사라지고 밝은 달이 휘영청 떠오른다. 이제 시인은 옷깃 풀어헤치고 달을 바라보며 시원하고 맑은 풍경과 하나가 된다. 온몸으로 스며드는 상쾌한 기운에 마음마저 맑아졌으리라. 여름날 후드득 비가 내려 천지의 티끌을 씻어내고, 말끔히 갠 하늘에 상쾌한 바람이 불고 밤하늘엔 밝은 달이 비춘다. 이 광경은 온갖 고뇌와 욕심이 사라져 청정한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쇄락(灑落)한 경지이다. 이것을 옛사람들은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고도 하였다. 마음속의 허물을 씻고 먹장구름을 헤쳐 밝은 달빛을 맞는 건 부단한 자기 성찰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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