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凡人)을 꿈꾸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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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9할은 후대 사람이 보면 어이없는 이유로, 1할은 당대 사람이 봐도 어이없는 이유로 벌어진다.” 어느 유명 SF 작가의 말입니다.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날은 불과 29년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수많은 전쟁은 어떠한 이유로 일어났을까요? 여러 그럴듯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위정자의 욕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쟁의 명분은 그들의 욕심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어이없는 이유로 일어난 전쟁의 결과는 전혀 어이없지 않습니다. 힘들게 일궈왔던 삶의 터전은 몽땅 전쟁의 불길에 잿더미가 되고, 누군가의 가족·친구·연인이었던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은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가까스로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말라버린 종이처럼 바스러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전(聖戰)이니 의전(義戰)이니 말할 수 있을까요? 1950년 6월 25일, 한반도 내에서 큰 전쟁이 발발하였습니다. 한 발의 포성에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눈먼 총알과 포탄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전장의 광기는 이성을 앗아갔습니다. 70년이 지났건만 그분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켜켜이 패어 있습니다. 흔히들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영웅들 덕분에 지금의 삶이 있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분들의 희생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전쟁 영웅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범인(凡人)의 삶이 아니었을까요? 휴전(休戰),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밖은 6월이라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정국은 지금도 혹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계절이 흘러가듯, 전쟁 세대들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전후 세대들이 아무 걱정 없이 평화로운 삶을 누릴 시절이 오길 기다립니다. 찬란한 전쟁 영웅이 아닌 무던한 범인(凡人)의 삶을 꿈꿉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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