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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부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파트

천하한량 2013. 4. 30. 15:11

화려한 타일 바닥의 부활

THE SPANISH APARMENT

무려 1백 년이나 된 아파트라니! 하지만 유럽에서 이 정도 나이는 평균에 속한다. 그리고 요즘은 나이를 감추기보다 드러내는 개조가 인기라는 사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화려하게 부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파트를 소개한다.

공간과 사람, 본연의 모습을 찾다

이 집을 보는 순간 눈앞에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 출신의 대학생들이 스페인에 유학 와서 한 아파트를 나눠 쓰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스패니시 아파트먼트」. 사랑과 우정을 주제로 한 영화지만 제목이 갖는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배경이 된 낡고 어수선한 아파트는 분명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보면 볼수록 이국적인 정취가 꽤나 매력적이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이 오묘한 느낌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오감을 동원해 찾아본 결과, 시선이 머문 곳은 바닥.

기하학 패턴과 지중해 특유의 컬러 조합이 돋보이는 타일 바닥은 멀끔한 가구, 눈에 띄는 장식 오브제 하나 없는 대학생들의 렌트 아파트도 '있어 보이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였던 게다. 그리고 영화가 나온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이에 대한 확신을 확인해준 아파트를 만났다.

2개의 침실을 터서 거실과 다이닝룸이 공존하는 개방형 공간을 만들었다. 바닥 타일을 보면 이전 공간의 경계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베란다로 향하는 문은 모두 제거해 공간 확장 효과를 높였다.

문을 제거한 벽면이 마치 필로티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다이닝룸 벽면에는 건물과 도시를 테마로 다양한 비주얼 작업을 한 미국 아티스트 고든 마타 클락(Gordon Matta-Clark)의 프린트를 두 줄로 걸어놓았다.

베란다와 실내를 하나로 연결한 결과, 밖을 내다보는 여유를 즐기며 산다는 집주인. 문을 없애고 남은 문틀을 지나는 기분은 마치 기둥 있는 저택에 사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영 화 속 장소와 같은 바르셀로나에 자리한, 1910년에 지어진 아파트가 그 주인공. 건축가 안나 & 유제니 바흐(Anna & Eugeni Bach)가 짝을 이뤄 개조한 이 집은 아파트가 지어질 당시 타일 바닥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했단다.

" 유압 타일, 즉 상감기법으로 만든 콘크리트 타일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바닥 마감입니다.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라면 이런 타일 바닥을 하고 있죠. 한때는 이를 고리타분하게 생각해 대리석을 깔거나 우드로 교체하기도 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오히려 이런 패턴 바닥을 장식 요소로 적극 활용합니다."

유제니 바흐가 설명하듯, 이 집의 주인 부부가 강조한 것은 단 하나. 타일 바닥이 인테리어의 유일한 장식 요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실제 개조 작업을 쉽고 명료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타일 바닥은 바닥 자체로 공간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는 것이다.

" 단일 패턴의 반복이 아닌, 공간별로 바닥에 꼭 맞는 카펫을 깔아놓은 듯 디자인한 바닥이에요. 이 집 또한 방마다 다른 패턴을 하고 있습니다." 안나 & 유제니 바흐는 바닥 라인과 벽면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오리지널 레이아웃을 그대로 살리고, 대신 모든 벽면을 화이트로 칠해 바닥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소한의 개조로 최대 효과를 누리다

스패니시 아파트먼트의 전형은 타일 바닥과 같은 마감재뿐 아니라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좁고 긴 복도를 따라 각 공간이 일렬로 배열된 형태가 그것이다.

이 집 또한 해당 구조로, 130㎡(약 39평)에 달하는 비교적 넓은 면적이지만 시각적으로는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높은 천장과 더불어 벽면을 흰색으로 마감해 밝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부득이하게 벽 하나는 허물어야 했습니다."

탁 트인 공간이 하나도 없는 것을 감안, 건축가는 베란다와 이웃한 두 개의 침실을 하나로 합치고 이를 거실과 다이닝룸이 공존하는 오픈 스페이스로 만들었다. 그리고 각각의 침실에 있던, 베란다로 통하는 도어를 제거해 확장 효과를 극대화했다.

"좀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거실과 다이닝룸에서 베란다를 바라봤을 문짝을 제거한 벽면이 마치 필로티 구조(건물 전체 또는 일부는 지상에서 기둥으로 들어올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실제 건축가는 문을 없앤 베란다 벽면을 기둥처럼 보이게끔 의도했단다.

"베란다 벽면을 기점으로 달라지는 타일 패턴과 그 배열 방향을 보면 확실히 제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집에서 구조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변형을 시도한 부분은 단 두 곳. 그중 하나가 벽을 허물어 만든 오픈 스페이스이고 다른 하나가 복도다.

통로라는 것 외에 별 기능이 없던 복도는 한쪽 벽면에 일자형 선반과 의자를 겸하는 하부 수납장을 설치해 가족 공용 서재가 되었다. "천장에 데스크 스탠드를 설치했어요. 조명 방향도 쉽게 조절할 수 있고 조도도 충분하기 때문에 독서하는 데 딱 좋은 조건이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자 한 개조 포인트는 건축가로 하여금 이처럼 솔직 담백한 실용 공간까지 만드는 여유를 선사했다. "신기해요. 멋진 가구나 소품을 따로 마련한 것 없이 이렇게 개성 넘치는 집을 갖게 되다니 말이죠."

건 축가를 믿고 따른 것밖에 한 일이 없다고 말하는 집주인 부부. 그들에게 건축가가 성공적인 개조 비결을 공개했다. "전통 요소를 지키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기보다는 이를 장식 요소로 활용하겠다 생각한 주인 부부의 오픈 마인드가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인 비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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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 란다로 통하는 2개의 문. 각각 침실이 있던 자리다. 벽면에 걸린 그림은 미술사학자 쿠티 라보넨(Kuutti Lavonen)의 얼굴 시리즈 작품으로, 기독교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테마로 한다. 그 아래 놓인 분홍색 라운지 체어는 비트라 '슬로(slow)' 제품. 그림과 의자는 건축가가 추천해서 주인이 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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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방으로 향하는 복도 끝 붙박이 수납장 도어 한쪽을 거울로 처리해, 공간이 한층 넓어 보이게 했다. 다른 한쪽 도어는 사진과 메모를 붙이는 보드로 활용했다.

아직 취학 전인 두 아들의 방. 심플한 형태의 화이트 침대만 새로 장만했다고. 각각의 침대 머리맡 벽면에 빈티지 교통표지판을 걸어 장식했다. 천장 조명 몰딩 역시 1백 년 전 모습 그대로다.

스 패니시 아파트먼트의 전형은 타일 바닥과 같은 마감재뿐 아니라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좁고 긴 복도를 따라 각 공간이 일렬로 배열된 형태가 그것이다. 이 집 또한 해당 구조로, 130㎡에 달하는 비교적 넓은 면적이지만 시각적으로는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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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와 수납공간이 생긴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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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내부에서 문을 열 수 있게 개조한 붙박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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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에 거울을 부착한 가족 옷장. 이 옷장 옆은 주방에서 봤을 때 냉장고가 매립되어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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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방에 마련한 붙박이 수납장. 바닥과 천장에 손상을 주지 않고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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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침실 내부 욕실. 욕실 바닥을 60cm 높였기 때문에 3개의 계단을 올라야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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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와 샤워 부스를 함께 설치할 수 없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욕실 반쪽 바닥을 60cm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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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부스 부분은 상대적으로 60cm 깊이가 생기면서 그 안에 욕조를 매립했다. 욕조 위에 데크 보드를 덮어 바닥 레벨을 반대편과 같게 만들면 샤워 부스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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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놀이방. 바닥 타일은 오리지널 그대로다.

한 장의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침실. 이불까지 화이트 컬러로 단순화한 덕분에 바닥 패턴이 도드라진다. 집주인 부부의 침실. 붙박이 수납장을 만들고 침대 양옆에 선반을 제작한 것 외에 달라진 점이 없단다. 침대와 거울은 갖고 있던 것이고 펜던트 조명만 공간에 맞는 우드 톤 디자인으로 새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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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은 공간이던 복도를 서재로 전환했다. 선반은 벽면과 같은 화이트로 처리, 책이 꽂혀 있어도 복잡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선반 아래는 벤치 기능을 겸하는 수납장을 만들어놓았다. 이케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스크 램프를 천장에 설치해 서재 기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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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실내 정원을 보는 듯한 베란다 내부. 푸른 식물과 밝은 햇살을 마주하며 티타임을 가질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했다. 인더스트리얼 의자와 테이블을 매치,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더했다. 베란다 도어는 모두 원목으로 새로 제작 설치했다.

개수대 위에 상부장을 없애고 복고풍 화이트 타일로 마감해 공간이 한층 넓고 깔끔해 보인다. 싱크대와 수납장 모두 공간에 맞게 제작했다. 물론 바닥은 원래 타일을 그대로 살렸다.

기획_이정민 사진_Tiia Ettala

레몬트리 2013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