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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르다'는 바르셀로나의 플레이, 그 숨은 비밀은?

천하한량 2012. 12. 18. 06:17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는 차원이 다르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의 푸념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7일(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2012~20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대4로 대패했다. 라다멜 팔카오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앞세워 '이번만큼은' 하며 도전해봤지만 바르셀로나의 벽은 높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 31분 팔카오가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이후 바르셀로나의 막강 공격축구에 밀려 무너졌다. 바르셀로나는 75%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무너뜨렸다.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이 뭔가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상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리오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역부족을 인정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바르셀로나가 워낙 압도적인 전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프리메라리가가 재미 없어 지고 있다고 푸념을 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승리로 15승 1무(승점 46)의 압도적인 1위 질주를 하고 있다. 적수가 보이지 않는다. 10월 열린 '엘클라시코'에서 '숙적' 레알 마드리드와 2대2로 비겼을 뿐 나머지 팀들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점 1점도 얻지 못했다. 유럽으로 무대를 확장해도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셀틱에 당한 패배가 유일하다. 차원이 다른 바르셀로나의 비밀은 무엇을까.

바르셀로나 축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트라이앵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바르셀로나 축구를 언급할때 가장 먼저나오는 단어가 '티키타카(Tiki-Taka·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한다는 뜻)'다. '티키타카'는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빌드업을 유지하는 바르셀로나 전술의 핵심과도 같다. 이 패싱축구에는 트라이앵글 마법이 숨어있다. 바르셀로나는 최전방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피보테(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가 기본 뼈대를 형성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좌우 측면으로 넓히는 것을 기본 포진으로 한다. 이들은 경기 중 끊임없이 트라이앵글 형태를 만든다. 패스는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이를 교란하는 사람이 있을때 완성된다. 이들을 삼각형 형태로 유지한 트라이앵글은 부분전술의 기본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트라이앵글을 가장 잘 구축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셀로나가 현란한 패스워크를 보여주면서도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데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패스 앤 무브(Pass & Move)'를 보여주는 트라이앵글에 비밀이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이러한 트라이앵글이 무려 10개나 존재해 어느위치에서든 자신의 패싱게임을 유지할 수 있다. 사비 에르난데스를 축으로 트라이앵글을 구사하는 바르셀로나의 움직임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바르셀로나에는 이같은 패싱게임을 마무리할 수 있는 '축구의 신' 메시가 있다.

바르셀로나는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새롭게 티토 비야노바 감독으로 바뀐 뒤에도 특유의 색깔이 바뀌지 않았다. 요한 크루이프는 바르셀로나에 아름다운 축구를 확립한 인물이다. 1973년부터 1978년까지 바르셀로나의 선수로 활동한 크루이프는 자신의 경험을 바르셀로나에 전수했다. 크루이프의 철학은 이랬다. "상대가 압박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볼을 순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볼을 순환시키면 공간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크루이프는 뿌린 씨앗을 이어가기 위해 유소년 선수 집중 육성을 제안했다. 바르셀로나는 곧바로 라 마시아를 건립했다. 바르셀로나는 같은 목표와 철학 속에 선수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 크루이프는 감독 재임 당시 과르디올라를 발굴했다. 사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과르디올라를 보고 성장했다. 과르디올라는 이후 바르셀로나의 감독직에 올랐다. 바르셀로나가 같은 색깔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하나의 철학을 나누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트라이앵글을 바탕으로 한 패싱게임 역시 그들의 철학이 만들어낸 결실인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