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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 그 건축가들이 말한다

천하한량 2012. 8. 16. 16:02

[동아일보]

"왜 아파트는 평수로만 구분하나."

"식구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왜 아파트 구조는 그대로인가."

"여성 전용 아파트는 왜 없나."

한 국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이런저런 불만을 가진 건축가 11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아파트를 직접 설계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18일부터 본보 주말섹션 O2에 격주로 나가는 연재물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 2'가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본보의 새로운 연재물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 2'에서 파격의 아파트 모델을 선보일 건축가 11명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홍일점인 정현아 DIA건축소장

을 중심으로 'X'자 모양으로 섰다. 이들은 공동주택의 효율성과 단독주택의 개성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아파트 설계를 소개할 예정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단독주택은 가구당 점유 면적이 넓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교외에 사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형태입니다. 도시에서는 모여 사는 것이 가장 환경친화적인 생활이죠. 지금까지는 아파트를 지을 때 밀도를 높이는 데만 몰두해왔습니다. 이제는 사회 변화에 따라 다양해진 삶을 담아낼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해야 합니다."(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서 교수는 2007년에도 동료 선후배 건축가 9명과 본보 시리즈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에 참여해 파격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건축가 10명이 선보였던 한옥 아파트, 마당이 있는 아파트, 테라스와 커뮤니티를 강조한 'S라인 아파트', 벽이 움직이는 아파트 등은 실제 아파트 건축 설계에도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아파트…2'엔 5년 전 멤버였던 서 교수, 황두진 황두진건축소장, 김광수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건축 대표) 등 4명에 새롭게 7명이 합류했다. 이번 시즌에선 다양해진 가족 유형을 고려한 설계들이 눈에 띈다.

시리즈 첫 회인 서 교수의 '아파트 비너스'는 혼자 사는 '골드미스' 를 위한 모델이다. 서 교수는 독신 여성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설계하기 위해 한달 넘게 골드미스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그 결과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고, 옷과 핸드백, 구두를 쉽게 수납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까지 배려한 여성전용 공간을 디자인했다.

정 현아 DIA건축소장은 가족 구성의 변화를 수용하는 아파트를 선보인다. 남녀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아이가 태어나고→아이를 돌봐줄 부모까지 3대가 함께 살다가→부모가 별세하고 자녀도 분가해 다시 부부 둘만 남게 되는 변화에 따라 공간을 탄력적으로 쓸 수 있는 모델이다.

안기현·이민수 AnL스튜디오 공동소장은 홀몸노인 등 1인 가구를 위한 '고시원 아파트',김광수 교수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1, 2인 가구를 위한 중정(中庭)식 층단형 아파트인 '테트리스 콜로세움'을 설계 중이다.

환 경은 건축에서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5년 전 히트상품 '한옥 아파트'를 선보였던 황두진 소장은 이번엔 저층 고밀도 주상복합 '무지개떡 아파트'를 들고 나왔다.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똑같은 시루떡 모양의 아파트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주거와 상업, 업무시설을 한데 모아 출퇴근 거리를 확 줄여놓은 환경친화적 모델이다. 건물 옥상은 마당으로 꾸며진다.

양수인 삶것(lifethings) 소장은 정보와 에너지 자급형 아파트를 선보인다. 여기서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정보 공유를 통해 일정한 전력치를 유지하면서도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찬중 THE_SYSTEM LAB 소장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먹을거리를 집에서 키워 먹는 농장 아파트를 설계하고 있다.

아파트 거주자들에게 단독주택은 여전히 꿈의 대상이다. 장윤규 교수는 단독주택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아파트를 설계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 산토리니나 서울 봉천동 산동네 집들이 산을 이룬 듯한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 남호 솔토건축소장은 '도심아파트 마을공동체'를 통해 100가구가 넘지 않는 아파트형 마을 만들기를 시도한다. 가구마다 개성이 있으면서도 길과 공원, 편의점과 세탁실, 도서관은 공유하는 모델이다. 임재용 OCA건축소장은 성격이 다른 마당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지그재그형 테라스 아파트를 선보인다.

장윤규 교수는 "이제 아파트를 24평형, 45평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마당이 있는 집, 이층집, 천장이 높은 집 등 다른 식의 코드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제안하는 아이디어들이 아파트 주거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