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스페인 르포]
IMF 때 한국 같은 비장함 없어 - 신문 톱기사는 유로 2012
시민들 "수치스럽지만 안도"… 스페인 증시 개장초 급등
스페인, 1000억유로면 버틸까 - 은행 추가부실 나오거나
유로존 악화 땐 또 뱅크런… 일부선 "2500억유로 필요"
- 마드리드=이성훈 특파원
11일자(현지시각) 스페인 조간신문들은 경제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날 열린 '유로 2012' 축구경기를 1면 톱기사로 전했다. 유력 일간지 ABC는 축구선수 다비드 비야의 사진을 크게 싣고, 그 아래에는 전날 프랑스 오픈 결승전을 치른 자국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의 기사를 게재했다.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관련 기사는 1면 제일 하단에 들어가 있었다.
◇IMF 쇼크 직후 한국에서와 같은 비장함 없어
마 드리드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구제금융에 대해 한결같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쇼크 직후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비장함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영업사원인 드니아(37)씨는"구제금융을 신청했으니, 파산은 면한 것 아니냐"며 "추가로 긴축정책은 안 한다고 하니 경제도 좋아질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안도한 것은 스페인 국민만은 아니다. 스페인 구제금융 소식에 국제금융가는 이날 일제히 반색했다. 아시아 증시가 1~2% 상승한 데 이어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증시도 초반부터 1~2% 급등하며 출발했다. 스페인 증시는 개장 초 4%나 폭등했다. 스페인을 구제금융으로 몰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전날보다 0.1%포인트 떨어진(국채 값 상승) 연 6.1%를 기록했고, 이탈리아도 국채금리가 0.1%포인트 떨어졌다.
그 러나 스페인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은 마드리드의 은행에서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스페인 은행들은 고객 유치에 바짝 몸이 달아 있었다. 11일 오전 11시 30분쯤 찾은 마드리드 중심도로 그랑비아(Gran Via)의 산탄데르 은행 지점에는 예금·보험 유치 광고 전단이 빼곡히 비치돼 있었다. 한 예금 상품은 가입 즉시 영국·프랑스·독일 등을 일주하는 2인 여행상품권과 신형 아이패드를 증정하겠다고 광고했다. 또 다른 보험 상품은 유럽 증시 상황에 따라 5년에 최대 100%의 이자를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 스페인 곳곳에서 구제금융과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각) 화가 피카소의 고향인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500유로짜리 가짜 지폐로 만든 발목 사슬을 채우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은행들의 추가 부실이 나오거나 유로존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스페인 은행에선 다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일어날 수 있다.
◇최악 땐 2500억유로 들어갈 수도
스 페인 신문들이 뒤쪽에 쓴 구제금융에 대한 평가들을 보면 비관적 전망이 많은 편이다.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이 경제위기의 고통을 끝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시적인 유동성 처방이지, 스페인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보증수표가 발행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스페인 바깥의 시각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이제 관심은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을 것인가라는 더 큰 문제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구제금융은 은행권에만 집중 투입되지만,만약 은행 문제 해결에 실패해 스페인 국채금리가 치솟고 스페인 정부가 국채 이자 상환을 못 할 지경에 이르게 되면 더 큰 규모의 구제금융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는 "스페인은 최대 2500억유로의 자금이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대 1800억유로가 소요될 걸로 전망했다. 부실한 경제로 세금 수입이 저조한데 GDP의 10%에 달하는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까지 받게 되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스페인의 전반적인 재정과 거시 경제적 장애물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유로 축구에 열광하지만, 스페인 국민도 불안한 그림자가 여전히 서성거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마드리드의 관광 가이드 고비에르(42)씨는 "스페인이 어려워졌으니 유럽 전체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그러면 스페인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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