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스페인의 은행 구제 신청이후 스페인에서는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고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도 급부상하고 있다.
유로존내 4위 경제 대국은 구제금융의 치욕에 분노하는 반면 3위 경제대국은 다가올 공포를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 다음은 이탈리아?=10일(현지시간) AFP, AP 등 외신에 따르면 브뤼셀 소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대니얼 그로스 소장은 이탈리아 언론 라 스탐파와의 회견에서 이탈리아가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면서 "채권 발행이 아직은 순조로우며 이자 비용을 제외한 재정 흑자가 (아직은) 상당 규모"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 안주해서는 안되며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는 이탈리아 은행이스페인처럼 은행이 심각한 부동산 부실채권에도 노출되지 않았다고 분석했지만 이탈리아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었음을 상기시켰다.
몬티 총리의 대대적인 개혁과 긴축 노선, 증세에 대한 국민 저항이 거센 점도 걸림돌로 지적했다.
이그나치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장은 지난 9일 연설에서 "그리스 사태 악화와 스페인 은행권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탈리아의 비상 상황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개혁하지 않으면 시장 신뢰를 잃을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어렵더라도 재정의 고삐를 조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8일 5.745%로 스페인 같은 만기물의 6.
192% 보다는 낮지만 시장의 인식은 스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로이터통신 역시 이탈리아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런던에 위치한 환율 전문 펀드매니저인 닉 호카트는 "다음은 순서는 이태리인가?"라는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경제전문가도 "이탈리아가 어떤 형태로든 유럽중앙은행(ECB)이나 IMF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분노=스페인이 유로존 17개국 중 4번째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대해 스페인 국민들이 정부와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와 정부를 집중 비난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긴축조치가 지난 6개월 동안 진행되며 최근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치로 스페인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크게 훼손한 탓이다.
많은 이들은 정부의 대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의 해법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인 루이사 사라구렌(44)은 "이것은 분명한 수치"라며 "이번 구제금융은 분명히 예견된 것으로, 지원을 받게 되면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긴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셜네트워크(SNS)에도 정부에 대한 비판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시민은 "그들은 언제나 실업자나 은행의 대출 기피자들을 구제하게 될까?"라고 트윗했다.
이런 여론을 감안하듯 라호이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에서 구제금융이란 단어를 피하고 대신 '어제 일어난 일'이라고 언급했다.
구제금융이란 표현이 모욕적인 협상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유럽 측 관리들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국민들에게 있음을 염두에 둔 언사로 풀이된다.
라 호이 총리의 회견을 시청한 초등학교 교사 페드로 아란스는 지난 2008년 부동산 시장붕괴 후 은행 지원을 위해 정부가 180억 유로를 쏟아 넣은 사실을 지적하고는 "이번 구제금융의 이자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스페인 국민들이나 학자들은 스페인의 재정 위기가 사실 그리스식의 정부의 과도한 지출과는 달리 부동산 거품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은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진 뒤 고스란히 대출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고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지난 4년 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다.
전 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스페인 전문가인 폴 프레스턴 런던정경대(LSE) 역사학 교수는 "지난 20년간 스페인에서 나타난 소비 행태를 납득할 수가 없다"며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소비 붐을 즐겼고, 이제는 모든 이들이 이를 갚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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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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