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현종기자] 이번 주말 예정된 그리스 2차총선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긴축정책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 여부도 정해져, 유럽 경제의 운명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AP통신은 11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그리스 선거상황에 촉각을 세운 이유를 분석했다.
▶왜 전세계가 그리스 총선 소식에 귀기울이나? = 17일 2차총선은 재정위기 진원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지난 3월 1300억 유로 (약 190조 원)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받았다. 여기에는 재정적자와 금융권 부채규모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이 수반됐다. 이는 최저임금 22%와 연금을 삭감하고, 공무원도 연내 1만5000명을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깎이는 정부지출액은 올해만 33억 유로(그리스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2015년까지 총 130억 유로(약 19조 원)에 달한다. 대규모 정부지출감소로 그리스 경제는 한없이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그리스경제는 -6.5% 성장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거부할 경우 유럽연합(EU) 등은 그리스의 생명줄과 같은 자금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이경우 그리스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유로존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은 유로존 전체를 허약하게 만들고, 그 충격파는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게 된다.
▶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난다면? = 아직 어떤 나라도 EU의 테두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EU헌장에 강제퇴출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는 유로존을 떠날 경우 자체통화(드라크마)를 다시 찍어야 한다. 자력으로 나랏빚과 은행빚도 갚아야 한다.
그리스 싱크탱크 경제ㆍ산업 연구재단(FEIR)은 이같은 조치는 곧바로 그리스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 발행된 드라크마화의 유로화 대비 가치는 그리스의 유로존 진입 이전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르고 그리스 경제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아울러 그리스 경제는 끝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이미 5명 중 1명이 실업상태인 그리스는 추가로 쏟아지는 실직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게 된다. 화폐 가치가 바닥인 상황에서 수입품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다.
▶ 그리스 경제규모는 상당히 작은데, 유로존은 그리스에 왜 신경쓰나? = 그리스 경제규모가 작은 것은 맞다. 그리스 GDP는 유로존 전체 경제규모의 약 2%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빠져나갈 경우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처럼 재정이 불안한 나라들도 유로존을 이탈하는 것이 아닌지 긴장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재정상태가 열악한 국가들의 자금조달비용을 올린다. 예금주와 투자자들은 취약한 시장을 이탈해 독일처럼 경제가 안정된 곳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유로존 밖에서 투자처를 찾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결국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유럽 은행들은 부실화를 피할 수 없게 되고 자금 대출을 꺼릴 것이다. 은행 뿐만 아니라 유로존에 남은 국가들의 신용등급도 잠재적으로는 구제금융이 필요한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결국 유럽의 금융시스템은 더욱 취약해지고 유럽국가들은 신용경색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유럽이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도 이같은 과정을 겪으며 파산했다.
▶ 17일 재총선은 어떻게 진행되나? = 전세계 시장은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득세할까 우려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그리스가 받고있는 구제금융 조건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연립정부를 구성해 5월 총선 전까지 집권했던 신민당과 사회당(PASOK)은 그리스 경기부양을 위해 구제금융의 부분 재협상을 천명했다. 어느 쪽이 집권하든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긴축정책을 재협상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총선에서 그리스가 정부를 구성하려면 제1당 또는 정파연합이 국회 총 300석 중 151석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정당도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통 30% 안팎의 지지율을 얻으면 원내 1당으로 약 130 ∼140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스 선거법 특성상 1당은 무조건 50석을 추가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제3당의 의석을 합하면 150석을 간신히 넘겨 '안정적'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
최대 변수는 부동층이다. 지난 5월 1차총선 당시 신민당 등 5개 정파의 득표율을 제외한 50%는 사실상 부동표였다. 현재 신민당은 아이갈레오, 페리스테리, 갈라치 등 좌파진영에 열세이거나 부동층이 밀집된 지역을 돌아다니며 막판 표심잡기에 나섰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도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에 긴축을 반대하는 것이 유로존을 나가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는 등 유로존 탈퇴를 걱정하는 시장과 민심을 달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번 총선도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리스는 3차 총선이 불가피하다.
factis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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