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유로존 위기 결국 '픽시트'로 끝난다?

천하한량 2012. 6. 14. 14:55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 이어 결국 스페인을 지나 이탈리아마저 뒤흔들 기세다.

유 로존 변두리를 맴돌던 위기감이 중심국으로 확산되면서 처방도 달라지고 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스페인은 매우 호의적인 조건으로 최대 1000억유로(약 147조원)를 손에 넣을 전망이다. 스페인 다음 타자로 거론되는 이탈리아에는 일종의 선례가 된다.

문제는 유로존 내에서 이렇게 너그러운 지원안에 반대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핀란드가 대표적이다.

마켓워치 칼럼니스트인 매튜 린은 13일(현지시간)자 칼럼에서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유로존 재정위기가 올 여름 '스패닉(Spanic)', '퀴탤리(Quitaly)', '픽시트(Fixit)' 순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스페인 패닉'…"1000억유로 턱도 없어"

'스패닉'은 '스페인'과 공황상태를 의미하는 '패닉'의 합성어다. 유로존은 지난주 스페인 은행권에 최대 1000억유로를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문 제는 스페인 금융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00억유로는 턱없이 부족해 추가 구제금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스페인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져들었지만, 정부의 재정긴축으로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올해 이 나라 경제는 1.7%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 파산, 실업률 상승, 대출 연체의 악순환은 스페인 금융시스템을 '밑빠진 독'으로 전락시킬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린은 스페인 지원자금이 어디서, 얼마나 나올지도 아직 불투명하다며 스페인 경제를 되살릴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伊, 스페인과 차별하면 유로존 떠날 수도

다행히 스페인 위기가 진정돼도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남는다. '이탈리아(Italy)'에 그만두거나 떠난다는 뜻의 영어단어 '큇(quit)'을 덧붙인 '퀴탤리'다.

퀴 탤리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이 워낙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아직 상세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스페인 은행권이 유로존 자금을 3%의 금리로 받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비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각각 7%, 6%에 달하고 있다. 스페인이 실제로 3%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 이탈리아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의 유로존 내 구제금융 분담 비율이 22%에 달하기 때문이다. 6%의 금리로 자금을 빌려 절반의 금리만 받고 스페인에 돈을 내줘야 한다는 말이다.

린은 이탈리아가 스페인과 같은 조건을 요구하다가 관철되지 않으면 유로존을 떠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픽시트'…핀란드가 유로존 위기 '종결자'?

린 은 유로존에서 단 한 나라라도 이탈하면 결국 종기가 곪아터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탈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로 핀란드를 꼽았다. 핀란드 경제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데다 최근 유로존 체제에 반대하는 극우정당인 진정한 핀란드인당(True Finns)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핀란드는 스페인을 지원하는 데 담보를 요구하는 등 역내 재정위기국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린은 스페인 담보문제가 픽시트(Fixit·핀란드의 유로존 탈퇴)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픽시트가 다른 나라의 추가 이탈을 부추겨 유로존이 아예 붕괴하거나 작은 유로존을 재구성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어느 경우든 위기 해소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raskol@fnnews.com 김신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