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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스페인, 독자생존 주장은 `화이트 라이`

천하한량 2012. 6. 1. 02:42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스페인발(發) 시한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재정난과 경기 침체, 은행권 부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일단 외부에 손을 벌리지는 않겠다고 버티는 상태. 하지만 스페인 정부가 현재의 위기를 홀로 극복하기엔 버거워 보인다. 따라서 독자 생존이란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짓말, 화이트 라이(white lie)인 것으로 보인다.

◇ 스페인, 정면 돌파 선언..자구책 효과는 `글쎄`


스페인 정부는 일단 호기롭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스페인은 유럽연합(EU) 등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에 필요한 자금 확보 목적으로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한편 지방정부 지원을 위해 공동채권 발행을 승인하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의 자구책에 대해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인을 둘러싼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국 3위 은행 방키아 구제를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에 요청한 지원방안이 거절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앞서 스페인은 방키아에 190억유로를 투입하기 위해 자국 국채를 방키아의 모기업에 투입하고, ECB가 이 국채를 매입해 방키아에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ECB는 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회원국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EU 조약에 어긋난다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스페인으로선 구제금융의 형식을 피하면서 우회적인 지원을 바랐던 것이지만 ECB의 입장은 단호했다.

◇ `스페인 도우려니 장애물 많네`


그렇다고 스페인이 ECB에 푸념할 입장도 아니다. 최근 은행권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스페인 국채시장은 이성을 잃었다. 이에 스페인은 과거 ECB가 재정불량국 국채매입프로그램을 가동했던 것처럼 자국 국채를 매입해주길 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6%를 훨씬 웃도는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SOS`를 쳤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규모의 스페인 국채를 보유한 ECB는 추가 매입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 가뜩이나 통화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재정불량국들의 국채를 사들였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터라 섣불리 나서기가 어렵다.

◇ 구제금융 불가피..어려워도 포기할 순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시장에서는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은행권 부실이 계속 터지고 국채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스페인 스스로 회생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막상 스페인이 자존심을 접고 구제금융을 신청하더라도 이에 필요한 재원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처럼 스페인 역시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할 곳은 EU와 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이 가용할 방안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사용한 터라 실탄이 부족하다. 또 재정불량국 퍼주기에 지친 회원국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유럽 사회가 스페인을 버릴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유로존 4위 경제국으로 앞선 구제금융 신청국들과 덩치에서 비교되지 않는 스페인을 포기할 경우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 이에 전 세계 국가들을 끌어들여서라도 스페인 구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기훈 (core8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