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유로화가 흔들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전날보다 0.4% 내린 1.2532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10년 7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치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 3주간 5%나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가 가장 높았던 2008년 4월(1.60달러)과 비교하면 22%나 급락했다.
'1유로=100엔' 선도 무너졌다. 엔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99.76엔으로 근 4개월 만에 다시 100엔 아래로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최근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떨어진 일본보다 유로존이 더 위험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로화 가치가 급락한 이유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위기 해법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연합(EU) 비공식 특별정상회의는 24일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되레 EU는 17개 회원국에 그리스 이탈에 대비하도록 통보했으며, 절반 이상의 국가가 긴급 방안을 만들었거나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정상회의에서도 획기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자 투자자가 위험성 높은 유로화 자산을 팔아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씨티그룹은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경우에는 유로화가 연말에 1.2달러,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1.01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처럼 유로화가 맥을 못 추자 추가 손실을 우려한 유럽 대형펀드가 유로화 자산을 대거 처분하기 시작했다. 유럽의 2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문디, 영국의 대형 펀드 운용사인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 등은 최근 유로화 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독일의 BMW와 영국항공 모기업인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 등도 유로화의 급락에 대비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유럽 내 기업조차 유럽의 미래를 믿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제프리 라이트 글로벌헌터스증권 이사는 "그리스의 이탈로 단기적으로 유로화 약세가 불가피하며 대신 미 달러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발 위기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를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시키고 있다. 유로존의 종합 구매관리지수(PMI)는 지난달 46.7에서 이달 45.9로 떨어졌다.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PMI는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수치인 '50'을 9개월째 밑돌고 있다. 유로 경제를 견인해온 독일·프랑스의 제조업·서비스가 부진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도 1분기 성장이 -0.3%로 집계됐다. 당초 예상치(0.1%)를 한참 밑도는 것이다.
손해용 기자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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