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청년 2명중 1명은 실업…스페인도‘잃어버린 세대’쏟아진다

천하한량 2012. 5. 3. 19:46

스페인에 사는 마르타 페르난데스(20대 중반ㆍ여) 씨는 얼마 전 마드리드에 있는 한 미디어업체에 취업했다. 월급은 300유로(약 44만5000원), 혼자서 집세도 감당하지 못할 판이지만 그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절반이 넘는 청년실업률 때문이다.

스페인의 젊은 세대가 실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2년 집계된 청년실업률은 50%를 넘어섰다. 그리스를 제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 국가) 1위로 올라섰다. 특히 수년 전까지 지속됐던 건설경기 붐이 갑작스럽게 잦아들면서 직장을 찾지 못한 20대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신세다. 게다가 실업은 학력을 가리지 않는다. 구직난은 고학력자 사이에서 더 심각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현상을 두고 스페인 청년들이 향후 수십 년간 '잃어버린 세대'로 기억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스페인 IESE 비즈니스 스쿨의 호세 라몬 핀 아르볼레다스 교수는 "직장 잡는 게 늦어지는 현상은 청년층을 공포로 몰아넣을 위험성이 있다"며 "가능하다면 해외로 나가서 취직하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고학력 등 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경제위기를 맞았으니 차라리 나라 밖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고학력자들의 이탈이 심해지면서 스페인은 '인재 유출' 위기도 동시에 맞게 됐다. 스페인 국가통계국은 인구 규모가 현재대로 유지될 경우 2020년까지 총 400만명 이상의 청년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잃어버린 세대' 중 국내에 남은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학위도 2개를 갖고 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실제로 바스크 지방에 사는 유우인파스(26) 씨는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환경, 교육 등 석사학위를 2개나 가졌지만 취업에 실패한 뒤 영어 어학코스를 시작했다. 그래도 취업이 된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 이미 취업한 노동자를 해고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다 보니 고용계약 3건 중 하나는 임시직이다. 스페인 청년층의 소위 '쓰레기 일자리(junk contract)'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나 된다.

오늘이 어두운 만큼 스페인 청년고용의 내일도 밝지는 않다. 전문가들 대다수는 현재 진행 중인 노동법 개정이 마무리돼 노동시장이 유연해지고 청년층 고용이 더 쉬워지는 등 젊은이들을 나락으로 몰아세우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최소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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