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암담한 실업률'… 유로존, 정책기조 바꾸나

천하한량 2012. 5. 3. 19:52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과도한 긴축에 실업률 폭등
드라기 ECB 총재 "재정정책과 성장정책 동시에 추구해야"


[세계파이낸스]

유로존 17개국의 실업률이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올해 3월 유로존의 실업자 수는 1737만명으로 전달보다 16만9000명 늘어났으며, 실업률은 10.9%를 기록했다. 이는 유로존이 실업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1999년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다.

특히 최근 '새로운 유럽 위기의 진원지'로 주목되는 스페인은 실업률 24.1%로 집계돼 심각도를 더했다. 뿐만 아니라 유로존의 마지막 희망 독일마저 예상을 뛰어넘는 실업자 수 증가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실업률 폭등은 과도한 재정 긴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돼 유럽연합(EU) 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는 성장 정책으로의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위기의 유로존…걷히지 않는 '암담함'


유로존을 뒤덮은 암울한 구름은 걷힐 줄을 모르고 있다.

ECB의 2차 구제금융 제공으로 그리스 위기는 일단 한숨 넘겼지만, 그리스 외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여러 나라들은 여전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으며, 심각한 재정위기가 또다시 도출되는 분위기다.

현재 그리스, 스페인, 네덜란드,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8개국은 2분기 이상 연속되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중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이미 쌓이는 정부부채를 감당 못해 ECB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스페인도 최근 증시가 급락 중이다. 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지수는 전일 대비 2.55% 떨어져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스페인 방코 산탄데르 은행은 3.7%나 급락했다.

이탈리아 증시도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은행 주가는 5.5%나 떨어졌다.

ECB는 3년 기한으로 1조3000억달러를 풀어 남유럽 각국 정부와 은행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거듭된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는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도한 재정 긴축에 실업 문제 부각…성장 위주로 전환해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해부터 유럽 각국 정부의 지출을 통제하는 일에 치중하고 있다. 분명 재정 적자와 늘어나는 부채는 유럽 위기의 근원이지만, 과도한 긴축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일 노동부는 2일(현지시간) 4월에 실업자 수가 1만9000명 증가해 총 287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4월 실업자 수가 1만명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완전히 깨뜨리는 결과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특히 심각해 각각 21.7%와 24.1%를 기록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두 나라의 청년 실업률이다. 25세 이하 실업률에서 그리스는 51.2%, 스페인은 51.1%를 나타냈다.

영국, 폴란드 등을 포함한 EU 27개국 전체의 3월 실업률은 10.2%로 집계됐다.

실업률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 탓에 유럽의 제조업 부문도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 정보 회사 마킷이 발표한 '유로존 월 구매 관리자지수 전망'은 3월 47.7에서 4월 45.9로 1.8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유럽 각국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재정 긴축 정책을 펼치다 보니 실업률이 급등하고 그 탓에 세금 수입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다. 흔히 '음침한 요괴'라 불리는 디플레이션의 손톱에 제대로 걸린 모양새다.

싱크탱크 리-디파인의 소니 카푸어는 "엄청난 실업률에 시달리는 스페인 문제는 그리스보다 더 심각하다"며 "EU 지도자들이 이 위기를 얼마나 의미깊게 받아들이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스워드피시 리서치의 이사인 게리 젠킨스는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의 등급도 하향조정할 수 있다"며 "유로존 국가 중 절반이 불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유로존에서는 긴축 정책을 연기하고 성장 위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은 가격 안정과 재정 안정, 그리고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며 "이 중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과도한 재정 긴축이 유로존의 경기 침체를 불러왔음을 인정하면서 유로존 재정 적자 감축 목표 달성을 1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2000억유로(한화 약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투자처로는 인프라 건설, 신재생에너지, 첨단 기술 분야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리스, 프랑스 정권 교체 유력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황과 긴축의 고통에 지친 시민들은 현 정권에 실망하고, 새 정권에 희망을 걸고 있다. 특히 오는 6일 동시에 열리는 프랑스와 그리스 대선에서는 정권 교체가 유력시된다.

니콜라 사르코지 현 프랑스 대통령을 제치고 당선이 유력시되는 프랑수아 올란드 사회당 후보는 "긴축 정책을 폐기하고 성장을 위해 과감히 돈을 풀겠다"고 공약했다.

같은날 열리는 그리스 대선도 긴축정책의 심판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독일 경제 부흥을 위해 유로화를 받아들인 책임과 탈세를 방조해 재정을 망친 책임을 온통 시민들에게만 떠넘기는 현 정부에 그리스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는 기정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정권교체로 인해 공조체제로 굴러가던 유로존이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