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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절반이 `백수`..해외로 떠나는 스페인 청년들

천하한량 2012. 5. 3. 19:37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스페인 청년들이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극심한 실업난에 살길이 막막해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청년층의 절반이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향후 수십 년간 `잃어버린 세대`로 기억될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이에 스페인 청년들을 향해 해외 구직에 나서라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집계된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50%를 넘어섰다. 최악의 실업국가로 꼽히는 그리스의 청년 실업률을 웃도는 것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 중 1위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수년 전부터 건설 경기가 갑작스럽게 꺼진 탓이 크다. 건설 경기가 활황을 맞을 당시 학교를 떠나 건설 현장에 뛰어들었던 청년들이 한꺼번에 직장을 잃게 되면서 청년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설사 일자리를 갖고 있더라도 임시직이 대다수다. 스페인의 임시직 청년 인력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수준에 달한다.

스페인 나바라대 IESE 경영대학원의 호세 라몬 핀 아르볼레다스 교수는 "계속된 구직 지연은 청년층을 충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해외로 나가 직업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 유로존 25개국 5세 이하 청년층 실업률 추이 비교. 스페인의 경우 50%가 넘는다.(단위:%, 출처:FT)

더 큰 문제는 청년층 실업 문제가 단순히 저학력자들에게 한정된 게 아니라는데 있다. 실업난은 청년층 전반으로 퍼져 대학원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조차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고학력자들의 해외 이탈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스페인 통계청(NSI)은 인구 규모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0년까지 매년 50만명 이상의 청년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청년 인력의 대규모 해외 이탈은 인재 유출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스페인 정부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스페인 청년 실업난은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 개정으로 청년층 고용과 관련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기훈 (core8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