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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투우금지법 표결..정체성 논란<NYT>

천하한량 2010. 7. 27. 18:34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의원들이 오는 28일 카탈루냐 지역에서 투우를 금지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어서 스페인의 문화적 유산으로 여겨져 온 투우가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25일 전했다.

투우가 야만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관습이라며 반대 운동을 벌여온 단체 '아니마나투랄리스'의 아이다 가스콘 대표는 이번 금지법이 동물 권리에 관한 가장 중요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금지법 논의에서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은 동물의 권리가 아니라 스페인 전통에 깊이 뿌리박힌 투우가 독립을 추구하는 카탈루냐 지방에서 아직도 존재할 가치가 있느냐에 관한 정체성 논란이라고 NYT는 전했다.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유권자 550만 명이 찬성했던 카탈루냐 자치 헌장에 대해 지난달 스페인 헌 법재판소가 일부 핵심 조항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정체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벨기에에서는 해묵은 언어권 갈등으로 연정이 무너졌고,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선언이 적법하다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는 등 유럽 다른 지역에서도 정체성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지난해 유럽 의회에서 투우를 홍보하는 전시회를 열었던 스페인 중도 우파 정치인 루이스 데 그란데스 파스쿠알은 "투표가 최악의 시기에 열리게 됐다"며 투우 찬반 논란이 카탈루냐 지방의 가치관은 스페인 나머지 지역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에 지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탈루냐 지방에서 투우의 인기는 오래전부터 하락, 카탈루냐 주도인 바르셀로나에 현재 남아있는 투우장은 1곳에 불과하다. 또 이곳에서 팔리는 시즌 티켓은 마드리드의 주요 투우장(1만9천장)에 비해 훨씬 적은 400장에 불과하다.

게다가 투우에 대한 국가 보조금이 줄면서 몇몇 지방자치 단체는 연례 축제에서 투우 경기를 취소하는 등 투우 산업이 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호세프 룰 의원은 "이번 표결은 카탈루냐가 동물을 공개적으로 죽이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진보 사회라는 것을 보여줄 기회"라며 "투우는 한때 우리의 전통이었지만 사회 가치가 변하면 전통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투우사인 비센테 바레라 씨는 예술가인 투우사들이 "카탈루냐 독립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부당하게 이용당하고 있다"면서 "만약 투우가 카탈루냐 지방에 유일한 전통이었다면 그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웠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투우계는 투우 금지법이 일할 권리를 포함, 스페인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금지법이 통과되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게획이라고 경고했다.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