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유럽국 중 5위…"위기확대의 시금석"
"유동성 공급으로 리먼사태 탈출한 후폭풍" 진단
그리스의 과도한 국가부채 문제로 촉발된 남유럽 금융위기가 이젠 전세계적인 신용경색과 실물경제 침체를 걱정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유럽은 초긴축 모드에 돌입했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덴마크, 영국 등 각국 정부가 공공부문 지출과 급여 삭감, 연금수급 시기 조절 등 강도 높은 긴축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3~4년 안에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의 3% 이내로 줄이기 위한 조처다. 유럽국의 재정긴축 움직임은 세계경기의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각국의 재정지출 감축은 일자리와 소득감소를 낳고, 결국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제조 대기업 전략담당임원은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주요 수출대상국의 수요 위축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경색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투자은행들이 채권을 회수하고 신용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 경우 우리나라 등 신흥국 시장에서 유동성을 회수하는 속도도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1조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안에도 남유럽 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풀린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이번 남유럽 위기의 출발점이라고 진단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리먼 사태 때 각국이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 돈을 풀어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했다"며 "이로 인해 쌓인 과도한 국가채무 문제가 약한 고리(그리스)에서 터진 것인데, 이를 또다시 돈의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윤증현 재정기획부 장관도 지난달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 유동성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겼는데 다시 한번 저금리로 사태를 수습하고 있어 위기를 잉태하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도한 부채(유동성)를 줄이기 위한 고통스런 과정 없이는 근본적인 위기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럽국의 부채조정과 구제금융 일정은 여전히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유럽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2차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강중구 연구원은 "2년 전 금융위기 해결책은 민간부채를 정부부채로 이전한 것일 뿐"이라며 "주요 경제권이 부채조정에 나설 경우 경기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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