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유로화 연일하락 14개월來 최저

천하한량 2010. 5. 14. 17:53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 재정위기로 유럽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재정적자 문제가 유로화 존폐 위기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14일 유로화 가치는 런던 외환시장에서 장중 유로당 1.2536달러까지 떨어져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전날보다 0.0044달러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1.25달러 선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스미토모미쓰이은행그룹은 유로 가치가 1999년 출범 당시 수준인 유로당 1.18달러 선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화 가치 하락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지원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위기에 몰린 남유럽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과 경제전문가들은 유로화 추락을 유럽 전체적인 심각한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3일 "유럽이 1957년 로마조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유로화가 붕괴한다면 이는 단순히 유로화 문제로 끝나지 않고 유럽과 유럽연합(EU)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만일 우리가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은 이루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고 말했다.

폴 벌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역시 "유로존이 붕괴될 잠재적 위험이 매우 크다"며 "이제는 유럽이 경제정책을 변경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유럽에 유로화 위기에 이어 인플레이션 위기설도 제기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영국과 유로존에서 성장률은 정체되어 있으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해 전달보다 0.4%포인트 높았고 전문가 예상치인 3.1%보다 높았다. 같은 달 유로존 CPI는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했는데, 이는 2008년 12월 이래 가장 큰 상승률이다.

물론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정부에 인플레이션은 부채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부채 규모는 인플레이션과 관계없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부채 규모와 이자 부담이 큰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부채 부담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줄어드는 착시현상일 뿐 정부 부채액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국채 매입으로 촉발된 유동성 문제를 기간제 예치금 판매를 통해 해소할 것이라고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가 14일 밝혔다.

한편 유럽 위기가 아시아로 전염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아시아 자체적으로 거시경제 문제에 직면해 있지 않지만 금융 부문에서 유럽이 일시에 대출금을 회수하면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흥 아시아에 대한 대출 중 EU 은행 대출이 25%를 차지했으며 이 중 영국 은행 대출은 33%에 달한다.

유럽계 은행은 아시아 지역에 미국 은행보다 3배나 많은 자금을 대출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HSBC는 필리핀 인도 등 유럽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윤원섭 기자 /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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