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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 수가 없도다 / 無可奈何□□□
어찌할 수 없어 마음만 스스로 슬프거니 / 無可奈何心自悲
슬퍼한들 간장만 탈 뿐 무엇이 유익하랴 / 悲之何益膏火煎
-원문 빠짐- / 衰也□□□□馳
몸과 맘이 서로 의뢰함이 천지와 같아 / 身心依附似天地
혼돈과 개벽이 서로 그칠 때가 없어라 / 混沌開闢無已時
의당 성현을 본받아야지 / 不□□□似聖賢
그렇지 않으면 마침내 시든 꽃 같고말고 / 否則畢竟如花萎
꽃이 시들면 다시 필 수 없나니 / 花之萎兮□□得
노년 흥취로 만발한 꽃 기대를 말지어다 / 莫將暮興花似海
종유하던 친구들은 서로 멀리 떨어졌으니 / 同游交契闊如雲
서로 재주 겨루던 이들 지금 누가 있는고 / 雄爭豪鬪今誰在
나를 버리고 떠나 버렸으니 / □□□我棄我去
어찌 청야에 달리는 수레를 볼 수 있으랴 / 淸夜何曾見飛蓋
문득 한번 웃으니 마음 절로 평온하여라 / 忽然一笑心自平
내 생각 또한 공경하여 선생을 따르건만 / 我思亦憚從先生
후세엔 나를 보고 정히 어떻게 여길런고 / 後之視我定何似
어찌할 수가 없어 눈물만 삼킬 뿐이로다 / 無可奈何聊呑聲
[주C-001]무가내하가(無可奈何歌) : 이 시의 내용은 빠진 글자가 많아서 전체의 뜻을 통효(通曉)할 수가 없어 대략 글자에 따라 새겨 두는 바이다.
[주D-001]어찌 …… 있으랴 : 삼국(三國) 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공연(公宴)〉 시에, “맑은 밤에 서원에서 노니노라니, 달리는 수레가 서로 따르는구나.[淸夜遊西園 飛蓋相追隨]” 한 데서 온 말이다.
보덕굴(普德窟)을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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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이응신이 / □三十二應塵□
이름을 부른 지 이미 수년이라 / □□呼名已數年
나 데리고 동유하기는 참으로 쉬우리니 / 攝我東游眞易□
언제나 친히 예배하고 굴에서 참선할꼬 / 何時親禮窟中禪
[주C-001]보덕굴(普德窟) : 금 강산(金剛山) 만폭동(萬瀑洞) 안에 있는 사찰이다. 처음 고구려(高句麗) 영류왕(榮留王) 때 승(僧) 보덕(普德)이 창건하였는데, 뒤에 여기에 관세음보살상(觀世音菩薩像)을 안치하였는바, 이 관음상이 금강산 안에서 가장 영험이 있다고 전한다. 이 시의 내용 또한 빠진 글자가 많아서 대략 글자에 따라 새겨 두는 바이다.
[주D-001]삼십이응신(三十二應身) : 관세음보살이 중생(衆生)을 제도(濟度)하기 위하여 32종의 몸으로 현신(現身)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제도할 상대편이 서로 다름에 따라서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우연히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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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가 진정 아침저녁이거니 / 桑海眞朝暮
덧없는 생은 더구나 끝이 있음에랴 / 浮生況有涯
도잠은 한창 술을 좋아할 뿐이요 / 陶潛方愛酒
강총은 아직 집엘 못 돌아갔도다 / 江摠未還家
작은 비에 산빛은 생기가 넘치고 / 小雨山光活
실바람에 버들 그림자는 기울었네 / 微風柳影斜
멀리 나가 노닐 뜻 바꾼 뒤로는 / 自回遠游意
홀로 앉아서 세월만 완상하노라 / 獨坐賞年華
[주D-001]도잠(陶潛)은 …… 뿐이요 : 도 잠이 원래 술을 좋아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역시 술을 좋아하는 자신을 도잠에 빗대서 한 말이다. 소식(蘇軾)의 〈승주과가수수각(乘舟過賈收水閣)〉 시에, “술을 좋아한 이는 도원량이요, 시를 잘한 이는 장지화로다.[愛酒陶元亮能詩張志和]” 하였다.
[주D-002]강총(江摠)은 …… 돌아갔도다 : 강 총은 남조(南朝) 진(陳) 때의 시인(詩人)으로 벼슬은 상서령(尙書令)에 이르렀다. 그는 32세 때에 난리를 피해 그로부터 14, 5년 동안을 외국에 떠돌아다니다가 45세가 되어서야 조정(朝廷)에 돌아왔는데, 그때까지도 머리가 아직 검었었다고 하므로, 여기서는 곧 저자 자신은 머리가 세도록 아직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것을 한탄하여 한 말이다.
장차 금강산(金剛山)을 유람하고 영해(寧海)까지 가려고 했으나 실천은 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하여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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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론 그림자가 노골을 찾으려면서 / □影將尋露骨
앞선 소식은 이미 단양에 닿았는데 / 先聲已落丹陽
가고 못 감은 본디 하늘에 달렸나니 / 行止由來天也
우선 추나라 장창을 볼 뿐이로다 / 且看鄒國臧倉
고관은 통달한 선비가 드물거니와 / 軒冕難逢達士
산림에도 고상한 사람은 적고말고 / 山林亦少高人
아득한 고금을 회상하는 가운데 / 回首悠悠今古
푸른 그늘 꾀꼬리 소리가 청신하네 / 綠陰黃鳥淸新
소리는 고요함 속에서 기멸하지만 / 聲從靜中起滅
정은 혹 성 밖으로 내닫기도 하는데 / 情或性外奔流
반성하면 절로 본원을 알 수 있거니 / 返照自知源本
왜 굳이 나가서 노닐 필요가 있으랴 / 何須駕言出游
[주D-001]노골(露骨) : 금강산(金剛山)의 다른 이름인 개골(皆骨)을 전용(轉用)하여 쓴 말인 듯하다.
[주D-002]단양(丹陽) : 바로 저자의 외가(外家)가 있는 영해(寧海)의 고호(古號)이다.
[주D-003]가고 …… 뿐이로다 : 장 창(臧倉)은 전국 시대 노 평공(魯平公)의 폐신(嬖臣)인데, 평공이 일찍이 맹자(孟子)를 만나려고 하자, 장창이 맹자는 예(禮)를 지키지 않은 분이라 하여 평공으로 하여금 맹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맹자의 제자(弟子)인 악정자(樂正子)가 그 사실을 맹자에게 고하자, 맹자가 이르기를, “가는 것도 누가 시켜서 갈 수 있고, 못 가는 것도 누가 막아서 못 갈 수 있지만, 가고 못 가는 것은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후를 만나지 못한 것은 하늘의 뜻이거니, 장씨의 자식이 어떻게 나로 하여금 만나지 못하게 하겠는가.[行或使之止或尼之 行止非人所能也 吾之不遇魯侯天也 臧氏之子焉能使予不遇哉]” 한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 추나라를 말한 것은 곧 맹자가 추인(鄒人)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듯하다. 《孟子 梁惠王下》
[주D-004]기멸(起滅) : 소리가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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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운데 작은 비 두어 방울 내리어라 / 小雨庭中數點來
초여름 갑자일의 비를 그 무어라 했던고 / 夏初甲子謂何哉
몸은 한가해도 꼭 맘까지 한가롭진 못하군 / 身閑未必心閑了
풍년 든 해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되던고 / 大有年今問幾回
[주C-001]여름 …… 오다 : 《조 야첨재(朝野僉載)》에 의하면, “봄 갑자일에 비가 오면 벌겋게 탄 땅이 천리요, 여름 갑자일에 비가 오면 배를 타고 저자를 가고, 가을 갑자일에 비가 오면 벼에서 싹이 나오고, 겨울 갑자일에 비가 오면 까치 둥지가 땅으로 내려간다.[春雨甲子赤地千里 夏雨甲子 乘船入市 秋雨甲子 禾頭生耳 冬雨甲子 鵲巢下地]”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즉 여름 갑자일에 비가 오면 그해에 수해(水害)가 있을 것을 예언한 것이다.
흥취를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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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만족할 줄 알거니 또 무얼 걱정하랴 / 平生知止更何憂
중조에 명성 떨치고 일찍 물러와 쉬었네 / 名動中朝早退休
양대에 정당 된 건 일월 광채 힘입었는데 / 兩代政堂依日月
삼중대광 식읍에다 춘추관도 관령했구려 / 三重食邑領春秋
뜰이 한가하니 이끼 빛이 문에 비치려 하고 / 庭閑蘚色將侵戶
주렴이 엷으니 산빛은 누각을 들오려 하네 / 簾薄山光欲入樓
새로운 시 안배하여 평담하게 이루노라니 / 排此新詩造平淡
늘그막의 이 신세가 참으로 유유하구나 / 老來身世儘悠悠
[주D-001]양대(兩代)에 …… 힘입었는데 : 양대는 곧 공민왕(恭愍王) 때와 우왕(禑王) 때를 가리키고, 일월(日月) 광채란 곧 임금의 은총을 뜻한 것으로, 저자가 공민왕 때에 일찍이 정당문학(政堂文學)을 지냈었는데, 우왕 때에 다시 정당문학이 되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삼중대광(三重大匡) …… 관령(管領)했구려 : 저자가 이때에 삼중대광의 품계에 오르고 영춘추관사(領春秋館事)가 되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홀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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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작과 천관은 위아래가 가지런하지만 / 人爵天官上下齊
군왕과 상제는 정히 서로 높고 낮거늘 / 君王上帝定高低
그 누가 권력을 훔쳐 위복을 베푸는고 / 有誰竊弄施威福
홀로 제멋대로 행함이 골계와 같구려 / 獨自橫行似滑稽
반짝이는 뭇별들은 안팎으로 나누이고 / 粲粲衆星分內外
밝디밝은 일월은 동서를 번갈아 다니네 / 明明兩曜迭東西
머리 희고 병 많음이 연래에 더 심한데 / 白頭多病年來甚
언제나 높다란 솔 학의 둥지를 함께할꼬 / 何日雲松共鶴棲
[주D-001]인작(人爵)과 천관(天官) : 인 작은 공경대부(公卿大夫) 등의 관작을 말하고, 천관은 곧 천작(天爵)과 같은 뜻으로, 즉 덕의(德義)가 높일 만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는 자연(自然)의 귀(貴)를 말한 것이다.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천작이 있고 인작이 있으니, 인하고 의하며 충하고 신하여 선을 좋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천작이요, 공경과 대부는 인작이다.[有天爵者有人爵者 仁義忠信 樂善不倦 此天爵也 公卿大夫 此人爵也]” 하였다. 《孟子告子上》
[주D-002]골계(滑稽) : 말 재주가 뛰어나서 그른 것을 옳은 것처럼 말하고, 옳은 것을 그른 것처럼 말하여 시비(是非)를 혼동시킬 수 있는 화술(話術)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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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농이 서로 이어짐이 이것이 민천인데 / 三農相繼是民天
우로가 적셔줘야만 지력이 온전코말고 / 雨露霑濡地力全
마당을 못 나가고 홀로 맘 괴로워하면서 / 不出戶庭心獨苦
일어나 운한 점치며 다시 망연자실하네 / 起占雲漢更茫然
[주C-001]삼농(三農) : 원지(原地)와 습지(濕地)와 평지(平地)의 농사를 합칭한 말이다. 《주례(周禮)》 천관(天官) 태재(太宰)에, “삼농에서 아홉 가지 곡식을 생산한다.[三農生九穀]” 하였다.
[주D-001]민천(民天) : 곡식을 말한다. 《사기(史記)》 육가열전(陸賈列傳)에, “왕자는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 하였다.
[주D-002]일어나 …… 망연자실하네 : 오 랜 가뭄을 걱정하여 이른 말이다. 운한(雲漢)은 은하수로서 즉 《시경》 대아(大雅)의 편명이기도 한데, 이 시는 오랜 가뭄으로 백성이 모두 굶어 죽게 되자, 그 가뭄을 극복하려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던 주 선왕(周宣王)을 아름답게 여겨 부른 노래이다. 소식(蘇軾)의 〈입추일도우(立秋日禱雨)〉 시에, “아직도 농사 걱정하는 마음은 남아 있어, 일어나 운한 점치며 다시 망연자실하노라.[惟有憫農心尙在 起占雲漢更茫然]” 하였다.
지금 경신년, 동당 감시(東堂監試)의 주사(主司)는 모두가 나와 친후(親厚)한 사이이다. 지공거(知貢擧) 염동정(廉東亭)은 일찍이 나에게서 과거(科擧) 공부를 익혔었고 또 인친(姻親)이기도 하며, 동지공거(同知貢擧) 박 밀직(朴密直)은 선군(先君)의 문생(門生)이기에 그는 나를 일컬어 종백(宗伯)이라고 한다. 감시(監試)의 시원(試員)인 서 승지(徐承旨)는 동년(同年)의 아들인데, 그가 과거 공부를 익힐 적에도 그가 지은 글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시정(是正)해 주기를 요구했었다. 나는 이제 늙고 병든 지 오래인데, 이런 성사(盛事)를 보게 되어 스스로 매우 다행스럽게 여긴 나머지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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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대 글 숭상함이 고대를 능가하여 / 盛代崇文光古初
해마다 등현서에게 녹명연을 베푸누나 / 比年鹿鳴登賢書
경신년의 주사들이 하루아침에 나왔으니 / 庚申主司一朝出
동당시엔 염공 박공 성균시엔 서공이로세 / 東堂廉朴成均徐
서공은 젊어부터 풍채 좋고 키도 컸는데 / 徐公自少頎而長
잠시 일과 갖고 내 집 찾아와 자문했기에 / 暫把日課來吾廬
그제야 내 동년에게 훌륭한 아들이 있어 / 始知同年有令器
도성 거리를 준마처럼 활보할 줄 알았네 / 亨衢蹴踏如騊駼
동정은 또한 예천부원군의 외손자인데 / 東亭醴泉之宅相
붉은 관복 펄럭이며 은어대를 드리운 채 / 緋衫翻風垂銀魚
내게 와서 두세 편의 글을 읽고 나서는 / 從吾讀了二三策
문장 기운이 방일하여 하늘을 찌르더니 / 詞氣橫逸凌晴虛
성산의 초은에게 노련한 안목이 있어 / 星山樵隱有老眼
장원에 뽑히고도 재주가 남음이 있었네 / 擢置狀元才有餘
행산의 어진 후손은 계림의 수재로서 / 杏山賢孫雞林秀
성균시에 장원하고 긴 도포 걸쳐 입고 / 魁成均榜飄長裾
선군의 문하에서 병과 급제를 취했는데 / 先君門下取丙科
그때의 노인들이 모두 그를 칭찬했었지 / 其時老輩皆稱譽
금년의 고시생들은 주사들을 잘 만나서 / 今年擧子得主司
사문의 성대한 일이 동방에 빛을 발하네 / 斯文盛事輝桑墟
목옹은 홀로 기뻐서 희색이 만면하여 / 牧翁私喜溢於面
급제자 방방 끝나자 좋은 술 기울이노라 / 已判羯鼓傾浮蛆
병중에 좋은 자리 얼마나 못 참석했던고 / 病中錦筵幾虛度
참석해선 또 성긴 치아가 한스러웠지만 / 起來又恨牙齒疎
대추를 통째로 삼킨 것도 나쁠 것 없어 / 全呑大棗亦不惡
취해서 한밤중에 남여에 실려 돌아왔네 / 醉歸半夜扶藍輿
[주C-001]박 밀직(朴密直) : 당 시 밀직사(密直司)였던 박형(朴形)을 가리킨다. 박형은 충목왕(忠穆王) 3년인 정해년(1347)에 저자의 아버지 이곡(李穀)이 공거(貢擧)을 주관했을 때 문과(文科)에 급제하였고, 뒤에 우왕(禑王) 6년인 경신년(1380)에는 자신이 동지공거(同知貢擧)가 되어 지공거(知貢擧)인 동정(東亭) 염흥방(廉興邦)과 함께 과거(科擧)를 주관하였다.
[주C-002]서 승지(徐承旨)는 …… 아들인데 : 서 승지는 당시 승지였던 서균형(徐均衡)을 가리키는데, 저자가 일찍이 충혜왕(忠惠王) 2년인 신사년(1341) 성균시(成均試)에 서균형의 아버지인 서영(徐穎)과 함께 급제했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1]해마다 …… 베푸누나 : 등현서(登賢書)는 옛날 향시(鄕試)에 합격한 사람을 일컫던 말이고, 녹명연(鹿鳴宴)은 옛날 군현(郡縣)의 장리(長吏)들이 그 군현의 향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초치(招致)하여 베풀었던 축하 잔치를 말한다.
[주D-002]동정(東亭)은 …… 외손자인데 : 예천부원군(醴泉府院君)은 권한공(權漢功)의 봉호인데, 그가 바로 동정 염흥방의 외조부(外祖父)가 된다.
[주D-003]성산(星山)의 초은(樵隱) : 성산 이씨(星山李氏)로 호가 초은인 이인복(李仁復)을 가리키는데, 그가 일찍이 공민왕(恭愍王) 6년인 정유년(1357)에 지공거로 문과를 주관했을 때 염흥방을 장원으로 뽑았었다.
[주D-004]행산(杏山)의 …… 수재로서 : 행 산은 고려 중기의 문신(文臣) 박전지(朴全之)의 호인데, 그의 후손이란 바로 그의 증손이 되는 박형(朴形)을 가리킨다. 계림(鷄林)이라 한 것은 곧 죽산 박씨(竹山朴氏)의 시조(始祖)인 박기오(朴奇悟)가 고려 초기에 계림군(鷄林君)에 봉해졌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5]대추를 …… 것도 : 주희(朱熹)가 일찍이 도리(道理)를 세밀히 분석하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것을 일러 혼륜탄조(渾淪呑棗)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즉 치아가 부실해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고 우물우물 삼켜 버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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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올똥말똥 바람만 숲에 가득할 제 / 欲雨不雨風滿林
늙은이가 빈 당에서 막 홀로 읊노라니 / 虛堂老翁方獨吟
꾀꼬리 고운 소리에 천둥 또한 울려라 / 黃鸝語滑雷又起
동하는 곳이 유심한 게 아님을 알겠네 / 可見動處非幽深
한 방울 두 방울 갑자기 와서 뿌리어라 / 一點二點忽來酒
하늘 뜻은 어찌 그리 깊고도 아득한고 / 天工用意何沈沈
우리 공전 사전에 비만 넉넉히 준다면 / 公田我私苟云足
고요의 삼일금도 필요할 것 없으리라 / 不必皐陶三日金
황금이 아무리 많아도 곡식이 적으면 / 黃金雖多粟米少
주린 창자 불타서 맘을 둘 데 없으리니 / 飢腸火爍難爲心
맘 둘 데 없음을 누구에게 하소연할꼬 / 難爲心向誰訴
밥이 백성의 하늘임은 고금이 똑같거늘 / 食是民天垂古今
[주C-001]근우편(勤雨篇) : 근우(勤雨)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주D-001]우리 …… 준다면 : 《시경(詩經)》 소아(小雅) 대전(大田)에 “우리 공전에 비를 내려 주고, 마침내 내 밭에도 내려 주네.[雨我公田 遂及我私]”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고요(皐陶)의 삼일금(三日金) : 고 요는 순(舜) 임금 때 옥관(獄官)의 장(長)이었으므로, 《서경(書經)》 순전(舜典)에, “황금으로 형벌을 속하게 했다.[金作贖刑]”라고 한 데서 온 말인 듯한데, 삼일금은 혹 금(金), 은(銀), 동(銅)을 합칭하는 삼품금(三品金)의 착오인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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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건 쓰고 간 곳마다 조용히 읊을 만하니 / 幅巾隨處可微吟
화창한 사월이라 내 마음도 유쾌하구나 / 四月淸和快我心
좋은 술 마시자니 얼굴엔 희색이 넘치고 / 綠蟻傾來浮喜色
꾀꼬리는 날아가도 여운은 가시질 않네 / 黃鸝飛去有遺音
떨어진 꽃 향기론 풀은 골목길이 헷갈리고 / 落花芳草迷深巷
흐린 해 가벼운 연기는 엷은 그늘 놀리누나 / 淡日輕煙弄薄陰
한스러운 건 병든 몸 동해 가에 노닐어 / 恨不扶輿游海上
천리 밖 멀리 사선정을 찾지 못함일세 / 四仙千里遠相尋
[주D-001]사선정(四仙亭) : 강원도(江原道) 고성(高城) 삼일포(三日浦) 안의 섬에 있는 정자 이름인데, 옛날에 네 신선이 여기서 놀다가 3일 동안이나 돌아가지 않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앉아서 졸던 중에 이 소윤(李少尹)이 와서, 그의 부친(父親)의 답서(答書)를 받다. 이름은 앙(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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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앉았으니 몸이 첨엔 쾌적더니 / 兀坐身初適
깊이 생각하니 기가 절로 흐려지네 / 沈思氣自昏
곤히 잘 땐 꾀꼬리가 난간서 울더니 / 困眠鶯囀檻
놀라 깨어라 말이 문밖서 울어대네 / 驚起馬嘶門
비가 지나니 남은 꽃은 다 떨어지고 / 雨過殘紅盡
바람이 부니 신록들이 번득이누나 / 風來嫩綠翻
어떻게 하면 이씨 노인을 찾아가서 / 何當尋李老
서로 말을 잊고 세월을 보낼거나 / 送月共忘言
[주D-001]서로 말을 잊고 : 망언교(忘言交)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이 서로 잘 통하는 지기(知己)의 교의(交誼)를 말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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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속에 꾀꼬리 울고 참새는 짹짹할 제 / 綠陰黃鳥雀査査
앉아 조는 쇠한 늙은이 머리털도 희어라 / 坐睡衰翁鬢有華
심하게 쇠하여 꿈에 주공은 못 만나지만 / 不見周公衰也甚
태평성대 풍월은 바로 누구의 집이던고 / 太平風月是誰家
[주D-001]심하게 …… 만나지만 : 공 자(孔子)가 이르기를, “심하도다, 나의 노쇠함이여. 오래이어라, 내가 다시는 꿈에 주공을 만나지 못하는구나.[甚矣 吾衰也 久矣 吾不復夢見周公]” 한 데서 온 말인데, 공자가 젊었을 때는 주공처럼 천하에 도(道)를 행해보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가끔 꿈속에 주공을 만나기도 했었으나, 노쇠하여 도를 행할 가망이 없어짐에 이르러서는 이런 꿈마저도 꾸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論語 述而》
새벽에 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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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구름 다 걷히고 새벽하늘 밝아오니 / 宿雲卷盡曉天明
숲 밖에서 꾀꼬리 두어 소리가 들려오네 / 林外黃鸝三兩聲
꿈 깬 창 앞에선 적막함을 달게 여기면서 / 夢破小窓甘寂寞
흥이 나면 몽당붓을 종횡으로 휘두른다오 / 興來敗筆掃縱橫
부탁받은 공명에게 일편단심은 있건만 / 孔明付托丹心在
전원에 돌아온 정절은 백발이 성성하여라 / 靖節歸來白髮生
해마다 관등을 하던 바로 오늘 저녁이면 / 歲歲觀燈是今夕
병든 몸 부축해 도성을 두루 유람했었지 / 扶輿遊遍鳳凰城
[주D-001]부탁받은 …… 있건만 : 공 명(孔明)은 촉한(蜀漢)의 승상(丞相) 제갈량(諸葛亮)의 자이다. 촉한의 선주(先主) 유비(劉備)가 병이 위독했을 때, 제갈량에게 후사(後事)를 간곡히 부탁하여 이르기를, “그대의 재주는 조비(曹丕)보다 열 배나 높으니, 반드시 나라를 안정시켜 대사(大事)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만일 사자(嗣子)가 보필 할 만하면 보필해 주고 만일 자격이 안 되거든 그대가 스스로 취할지어다.”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일찍이 선왕(先王)으로부터 후왕(後王)을 잘 보필하도록 부탁받은 것을 의미한다. 《三國志 卷35 蜀書 諸葛亮傳》
[주D-002]전원(田園)에 …… 성성하여라 : 정절(靖節)은 도잠(陶潛)의 사시(私諡)인데, 여기서는 지금 저자의 처지를, 일찍이 벼슬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간 도잠에게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주D-003]관등(觀燈) : 음력 4월 초8일 밤에 연등(蓮燈)을 달아서 석가모니(釋迦牟尼)의 탄생을 기념하는 일을 말한다.
양조문학가(兩朝文學歌) 병서(幷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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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미년(1367, 공민왕16)에 내가 판밀직(判密直)에서 판개성(判開城)으로 옮겨졌고, 그 명년에는 또 삼사(三司)로 옮겨지고 하다가, 무릇 4년 만에 비로소 정당문학(政堂文學)에 제배되었다. 그 후 몇 달도 못 되어 외간상(外艱喪)을 당하였으나, 거상(居喪) 중에 나가서 그대로 공직(供職)하였다. 계축년에 이르러서는 피로가 쌓여 병이 되어서 일어날 수 없게 되자, 집에 있는 채로 봉군(封君)이 되고 무릇 세 번 품계가 올라서 삼중(三重)이 되었다. 무오년(1378, 우왕4)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말을 탈 수 있게 되어 부름을 받고 대궐에 들어가 서연(書筵)에서 시강(侍講)하였다. 기미년 겨울에 다시 정당에 제배되어서는 병을 무릅쓰고 반열을 따라다니면서 감히 사퇴를 청하지 못하고 있었더니, 동렬(同列)이 나의 괴로운 정황을 차마 보지 못하여 상(上)께 청해서 면직(免職)을 시켜 주었는데, 그 후 얼마 안 되어서 또 봉군의 명이 내렸으니, 정미년부터 지금 기미년에 이르기까지 대략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에 노래를 지어서 자손(子孫)들에게 보여 주는 바이다.
내 나이 사십 적에 판추밀에 제수되어 / 我年四十判樞密
등에 흠뻑 땀 흐르고 직무도 서투를새 / 汗流洽背行且跌
현릉께서 불쌍히 여겨 판개성으로 바꾸고 / 玄陵哀之改開城
대사성 겸임시켜 서책을 가까이하게 했네 / 與之泮宮親書帙
도당의 일은 번다하고 학업은 거칠어서 / 都堂事繁學業荒
이 때문에 끝없이 갈고 닦고 한 나머지 / 所以刮垢仍磨光
후한 녹봉 힘입어 처자들은 살이 찌고 / 妻子之肥荷廩祿
이미 멀어진 성현의 문장도 엿보았기에 / 聖賢旣遠窺門牆
색을 의논에 참여 안 시킬 수 없다 하여 / 曰穡不可不參議
삼사의 좌사며 우사로 옮겨 제수하였네 / 處之三司左右使
취성군이 처형되고 조정이 청명해지자 / 鷲城伏辜朝著淸
비로소 상의 뜻 따라 정당에 제배됐는데 / 始拜政堂由上意
갑자기 외간상 당해 상제를 마치렸더니 / 俄丁外艱欲終制
왕명이 성대한지라 자신을 버릴 수 없어 / 王命赫赫難自廢
애써 반열 따르다 마침내 병이 들었지만 / 僶俛隨行遂感疾
목숨 보존한 건 오직 천지 같은 은혜였네 / 延綿只荷乾坤惠
성조의 글 숭상한 지는 이미 오래거니와 / 聖朝崇文已有年
처음 선왕께서 낙점하여 서연을 여시고 / 先考落點開書筵
신에게 시강시켜 전석하다시피 했었지 / 召臣參講幾前席
현릉의 비석 위에 이끼가 선명한 요즘에 / 玄陵碑上苔痕鮮
대신이 아뢰어 내게 옛 관직 복구시키니 / 大臣入奏復舊職
유림의 광채가 어찌 그리도 기특한가만 / 儒林光彩何奇特
쇠한 몸이 분에 넘친 게 매우 걱정되어 / 深憂衰朽踰分涯
물러나려곤 했으나 어찌 될 수 있었으랴 / 縱欲自退那可得
기거하기 어려운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 仁心憐我起居難
대신의 아룀 따라 신의 사직 윤허하였네 / 敷奏容臣重掛冠
산에 가면 골짜기가 그윽기도 하려니와 / 入山有谷旣窈窕
강가의 들은 왜 그리 넓고도 한적한고 / 緣江有野何寬閑
어찌 안 돌아가랴 즐겁고 또 즐거운걸 / 胡不歸兮樂復樂
양조의 정당문학 광채가 얼굴에 빛나리 / 兩朝文學光浮顔
[주D-001]이미 …… 엿보았기에 : 춘 추 시대 노(魯)나라 대부(大夫) 숙손무숙(叔孫武叔)이 자공(子貢)을 공자(孔子)보다 훌륭하다고 한 데 대하여, 자공이 말하기를, “궁장에 비유하자면 나의 담장은 어깨에 닿을 정도여서 집 안의 좋은 것들을 다 엿볼 수 있지만, 부자의 담장은 여러 길이나 되어서 그 문을 통하여 들어가지 않으면 종묘의 아름다움과 백관의 많음을 볼 수가 없다.[譬之宮牆 賜之牆也及肩 窺見室家之好 夫子之牆數仞 不得其門而入 不見宗廟之美百官之富]” 한 데서 온 말로, 즉, 학문이 많이 진취되었음을 의미한다. 《論語 子張》
[주D-002]취성군(鷲城君) : 고려 말기의 역승(逆僧)으로 일찍이 취성부원군(鷲城府院君)에 봉해졌던 신돈(辛旽)을 가리킨다.
[주D-003]전석(前席) : 한 문제(漢文帝)가 일찍이 한밤중에 가의(賈誼)를 선실(宣室)로 불러 놓고 귀신(鬼神)의 근본에 대하여 묻자, 가의가 그 소이연(所以然)의 까닭을 갖추 아뢸 적에 문제가 몹시 흥미를 느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가의의 앞으로 자꾸만 다가앉았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임금이 신하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史記卷84 屈原賈生列傳》
경상도(慶尙道) 하 안렴(河按廉)의 시권(詩卷)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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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할 즈음에 시를 요구한 뜻은 / 求詩臨別際
다만 당음을 읽기 위해서일 텐데 / 祗爲讀棠陰
나는 병들어 잊은 것이 많았다가 / 我病多忘失
그대 돌아갈 제 처음 읊조리노라 / 君歸始咏吟
기러기 날 땐 붉은 단풍 가득하고 / 雁飛紅滿樹
꾀꼬리 울 땐 푸른 숲이 무성하리 / 鶯囀翠浮林
계절의 풍물에도 자애를 남겨 두면 / 節物隨遺愛
해마다 맘속에 느낀 바가 있겠지 / 年年感在心
[주D-001]당음(棠陰) : 《시 경(詩經)》 소남(召南) 감당(甘棠)에, “무성한 저 감당나무 가지를, 갈기지 말고 베지도 말라. 우리 소백이 쉬시던 곳이니라.[蔽䒥甘棠 勿翦勿伐 召伯所茇]”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곧 남국(南國)을 순행(巡行)하면서 문왕(文王)의 정사(政事)를 편 소공(召公)의 덕(德)을 추모하여 부른 노래이므로, 전하여 지방관의 선정(善政)을 의미한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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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의 토전은 별장이 될 수 없다마다 / 寺田非別業
관청 감옥도 제 집이나 똑같으니 원 / 官獄似私門
연분 맺는 게 참으로 판결 문서로다 / 納契眞公案
애원하는 자가 감히 직언을 할쏜가 / 求哀敢直言
위엄 바람은 온 세계에 불어 대고 / 威風吹世界
단 이슬은 샘 근원에서 뿌려대네 / 甘露洒泉原
나는 요즘 성 남쪽에 거주하는데 / 我近城南住
평생에 채소밭 하나밖엔 없다오 / 平生一菜園
한 거자(擧子)가 일과(日課)로 지은 시부(詩賦)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고쳐 주기를 요구했는데, 나는 한창 허리가 아파서 나가 만날 수가 없는지라, 사람을 시켜 그것을 취해다가 다 읽고 나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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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률은 반드시 정건해야 하는데 / 聲律須精健
내 필력이 어찌 거기에 가까우랴 / 何曾下筆親
명경한 이는 고부를 공격하고 / 明經攻古賦
대책한 이는 통진을 의거하니 / 對策據通津
가장 이것이 규모가 좁은 것이라 / 最是規模狹
법칙을 새롭게 하기 어렵고말고 / 難敎步驟新
후생이 오히려 두려운 법이거니 / 後生猶可畏
행여 내 진부함을 비웃지나 말게 / 且莫笑吾陳
[주D-001]명경(明經)한 …… 공격하고 : 명 경은 경학(經學)에 밝은 것을 이른 말로, 전하여 과거(科擧) 과목(科目) 중의 하나인 명경과(明經科)를 가리키고, 고부(古賦)는 육조(六朝) 이전의 부체(賦體)를 말하는데, 특히 양한(兩漢) 시대 문장가의 작품들 중에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허부(子虛賦)〉, 장형(張衡)의 〈양경부(兩京賦)〉 등을 대표적인 작품으로 친다고 한다. 여기서 공격한다는 것은 바로 경학과 고부가 성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2]대책(對策)한 …… 의거하니 : 대 책은 과거(科擧)에서 정사(政事)나 경의(經義)에 관한 책문(策問)에 의하여 거자(擧子)가 거기에 답안을 쓰는 것을 말하고, 통진(通津)은 현요직(顯要職)에 있는 사람을 가리킨 것으로, 즉 당시 현요직에 있는 사람이 책문을 내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3]후생(後生)이 …… 법이거니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후생이 두려워할 만하니, 뒤에 오는 이가 지금 사람만 못할 줄을 어찌 알겠는가.[後生可畏焉知來者之不如今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罕》
학(鶴)을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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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치마 흰 저고리를 보기가 드물어라 / 裳玄衣縞見來稀
신선이 있지 않으니 뉘에게로 돌아갈꼬 / 不有神仙誰與歸
행동거지는 헌칠하고 형모는 고아하고 / 擧止昂藏形貌古
정신은 빼어나고 깃털은 아주 섬세한데 / 精神秀發羽毛微
천년 만에 화표주 꼭대기서 말을 하고 / 千年華表柱頭語
만리라 흰 구름 하늘 밖으로 날아갔네 / 萬里白雲天外飛
나도 그를 타고 팔방 끝을 노닐고파라 / 我欲駕渠游八極
인간은 세월 붙잡을 꾀가 없으니 말일세 / 人間無術駐斜暉
[주D-001]검은 …… 돌아갈꼬 : 검 은 치마 흰 저고리란 곧 학(鶴)을 가리킨 것으로, 소식(蘇軾)의 〈후적벽부(後赤壁賦)〉에, “때는 한밤중이라 사방을 둘러보아도 조용하더니, 마침 외로운 학이 동쪽에서 강을 가로질러 날아오는데, 날개는 수레바퀴처럼 크고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채로 끼륵끼륵 길게 소리 내어 울면서 나의 배를 스쳐 서쪽으로 날아갔다.[時夜將半 四顧寂寥 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玄裳縞衣 戞然長鳴 掠予舟而西也]” 한 데서 온 말인데, 신선(神仙)을 말한 것은 신선이 본디 학을 타고 다닌다는 설화도 있거니와, 여기서는 특히 소식이 소선(蘇仙)으로 일컬어진 것을 가지고 한 말이다.
[주D-002]천년 …… 하고 : 한 (漢)나라 때 요동(遼東)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일찍이 영허산(靈虛山)에 들어가 선술(仙術)을 배우고 뒤에 학(鶴)으로 변화하여 자기 고향에 돌아가서 성문(城門)의 화표주(華表柱)에 앉았는데, 한 소년이 활을 가지고 그를 쏘려 하자, 그 학이 날아올라 공중에 배회하면서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영위가,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야 돌아왔네. 성곽은 예전 같은데 사람은 간 곳 없어라, 어이해 신선 안 배우고 무덤만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冡纍纍]”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搜神後記 卷1》
합포만호부(合浦萬戶府)에 대하여 얘기하는 손이 있어, 그를 인하여 느낀 바가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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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조칙은 도성으로부터 오고 / 宣勅由都下
아문은 바닷가에 연접해 있는데 / 衙門控海邊
군대는 아직도 연안에 주둔하거니 / 耀兵猶在岸
우물에 앉아서도 하늘을 알고말고 / 坐井足知天
아스라이 보이는 건 황룡부이고 / 渺渺黃龍府
까마득한 건 백치의 역년이로다 / 遙遙白雉年
지금 와서 만호라 일컫는다 하니 / 至今稱萬戶
늙은 내가 유독 마음이 슬퍼지네 / 老我獨悽然
[주C-001]합포만호부(合浦萬戶府) : 고려 말기에 특히 왜구(倭寇)의 침략에 대비하여 합포(合浦)에 설치한 대대적인 군사 조직이다.
[주D-001]황룡부(黃龍府) : 여 기서는 바로 경주부(慶州府)를 가리킨다. 신라(新羅) 시대 진평왕(眞平王)이 일찍이 월성(月城) 동쪽에 새로 궁궐(宮闕)을 지었다가, 황룡(黃龍)이 그곳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왕이 이 집을 사찰(寺刹)로 만들고 이를 황룡사(黃龍寺)라 이름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백치(白雉)의 역년(歷年) : 백치는 고대(古代) 일본(日本) 천황(天皇)의 기원(紀元)을 말한 것으로, 즉 일본국(日本國)의 역사를 의미한다.
어젯밤 내가 한유항(韓柳巷)과 길창군(吉昌君)을 모시고 서봉(西峯)에 올라가 관등놀이를 구경하고, 돌아와서는 피곤하여 그대로 누웠다가 새벽에야 본 바를 추후로 기록하다.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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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그 얼마나 맑았던고 / 疇昔何澄霽
관등놀이가 거년보다 나았었네 / 觀燈勝去年
밝은 빛은 별 모양으로 흩어지고 / 明明與星散
선명함은 구슬이 연한 듯하였지 / 的的似珠連
불꽃은 부귀한 집에서 뿜어대고 / 火幛噴靑瑣
은하수는 푸른 연기를 비추었네 / 銀河照碧煙
이것이 참으로 태평의 기상이라 / 太平眞氣像
꿈속에도 그 광경이 역력하구려 / 夢裏尙依然
길창군은 세습한 작위인데 / 吉昌君世爵
연세는 금년에 일흔넷이로다 / 七十四行年
아상의 반항은 끊어졌지만 / 亞相班行絶
제생의 발걸음은 줄을 이었네 / 諸生步虎連
밝은 연등은 별처럼 분산되었고 / 燈明分列宿
맑은 하늘엔 비연이 흩어졌네 / 天淨散非煙
새벽까지도 기억을 할 만하더니 / 逮曉猶堪記
붓을 빼드니 벌써 까마득하구나 / 抽毫已惘然
[주D-001]길창군(吉昌君)은 세습한 작위인데 : 길창군은 권적(權適)의 봉호인대, 그가 바로 길창부원군(吉昌府院君) 권준(權準)의 아들로서 역시 길창군에 봉해졌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아상(亞相)의 …… 끊어졌지만 : 아 상은 곧 선인(先人)을 이어서 재상(宰相)이 된 사람을 가리킨다. 두보(杜甫)의 〈곡위대부지진(哭韋大夫之晉)〉 시에서, 한(漢)나라 때 위현(韋賢)이 일찍이 명경(明經)으로 승상(丞相)이 되었는데 그의 아들 현성(玄成) 또한 명경으로 승상이 된 고사를 인용하여, “한나라 도가 중흥하여 융성할 제, 위현의 경학은 아상으로 전하였네.[漢道中興盛 韋經亞相傳]”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아마 길창군 권적에게 아들이 없었거나 아니면 봉군(封君)된 아들이 없었음을 의미한 듯하다.
[주D-003]비연(非煙) : 상 서로운 운기(雲氣)를 말한다.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에, “연기 같으나 연기가 아니요, 구름 같으나 구름도 아닌 것이 성대하고 번다하고 쓸쓸하고 높고 크고 하나니, 이것을 경운이라 하는데, 경운이란 바로 기쁜 기운이다.[若煙非煙 若雲非雲 郁郁紛紛 蕭索輪囷 是謂卿雲 卿雲喜氣也]” 하였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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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라 화창한 기운이 또한 유쾌한데 / 四月淸和亦快哉
고운 꾀꼬리 소린 더운 바람에 실려 오네 / 黃鸝語滑暑風來
가장 예쁜 건 담장 밑의 해바라기꽃이 / 最憐牆下葵花在
또 이 금년에도 태양을 향해 피었음일세 / 又是今年向日開
희우편(喜雨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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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엔 비가 나무도 못 다 적시더니 / 去日雨不濕樹
오늘은 비가 흙 속에 젖어 들려 하누나 / 今日雨欲入土
높은 땅엔 누런 먼지 하늘에 날아 뿌옇고 / 高田黃埃風暗天
낮은 땅엔 푸른 싹이 트려다 못 트는 이때 / 下田靑芽吐未吐
샘물만 대주어도 효과가 이만저만인데 / 泉源所灌得力多
더구나 병으로 붓듯 죽죽 쏟아짐에랴 / 況此甁瀉成滂沲
조정에선 기우하며 심장이 탈 지경이니 / 廟堂禱雨焦心腸
해마다 흉년이 든다면 장차 어찌하리요 / 連歲苟歉將如何
일념으로 하늘 뜻 감동시켰음을 알겠네 / 明知一念感天意
인량 섭리를 그 누가 완벽하게 했는고 / 寅亮燮理誰全美
첨엔 빗방울 드문드문 주렴에 비치다가 / 初看疎疎映簾幕
점차 주룩주룩 온 전리에 두루 내릴 제 / 漸想浪浪遍田里
농부는 안팎으로 기뻐서 미칠 지경이라 / 農夫農婦喜欲顚
하느님 부르며 머리 조아려 감사드리네 / 扣頭致謝呼蒼天
하늘이 무지하여 은택을 내리지 않았다면 / 天如無知不降澤
먹지 못하고 목숨을 어이 연장한단 말인가 / 室已懸磬生何延
그 소리가 구중천에 통하지는 못하지만 / 其聲雖不徹九重
성인의 뜻 또한 우리 백성과 똑같고말고 / 聖人志與吾民同
임금은 관 백성은 신으로 상하가 정해지고 / 君冠民履定上下
우리들은 한가운데 띠의 자리를 이뤘나니 / 吾輩爲帶於其中
이게 바로 한 몸 되어 휴척을 함께함이라 / 是爲一體共休戚
노래 지어 기쁨 적으니 신심이 통창해지네 / 作歌志喜神心融
[주D-001]인량 섭리(寅亮燮理) : 《서경(書經)》 주관(周官)에, “음양을 조화시켜 다스리다[燮理陰陽]”와 “천지를 공경하고 밝히다[寅亮天地]” 한 데서 온 말로, 재상(宰相)이 천도(天道)를 받들어서 임금을 보좌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청(廳) 북쪽에 있는 배나무를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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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배나무 잎새 어찌 그리 번성한고 / 一株梨樹葉何繁
그늘 밑을 산보하다 날이 또 어두워졌네 / 散步淸陰日又昏
응당 오추가 이부를 끌어당기던 것처럼 / 應似五楸牽吏部
내 종적을 권문에 이르지 않게 하리로다 / 不敎蹤跡到權門
[주D-001]오추(五楸)가 …… 하리로다 : 오 추는 가래나무 다섯 그루를 말하고, 이부(吏部)는 곧 이부 시랑(吏部侍郞)을 지낸 한유(韓愈)를 가리킨 것으로, 한유의 〈정추(庭楸)〉 시에, “뜨락의 가래나무 겨우 다섯 그루가, 열 걸음 간격으로 함께 심어졌는데,……나는 이미 스스로 완둔한 데다, 거듭 오추의 끌어당김을 받아, 손이 와도 오히려 만나 보지 않거니, 즐겨 권문의 앞에 이르려 할쏜가.[庭楸止五株共生十步間……我已自頑鈍 重遭五楸牽 客來尙不見 肯到權門前]” 한 데서 온 말이다.
비를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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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비가 새벽부터 저녁때까지 내리니 / 小雨崇朝至暮天
조용히 앉은 늙은이는 생각이 유연하네 / 老翁危坐思悠然
자욱한 비는 창밖의 산악을 묻어 버리고 / 溟濛窓外藏山岳
빗방울은 뜰 앞에 계곡 물을 보내오누나 / 點滴階前送澗泉
주막 깃발 다 적시어 술 기운 더해 주고 / 濕盡酒帘添得醉
찻잔 걸상에 뿌리자 참선도 끝내는구려 / 洒來茶榻罷參禪
시 쓰는 데 새로운 말이야 없거나 말거나 / 題詩任是無新語
장차 큰 풍년 들 일만이 워낙 기쁘고말고 / 絶喜行看大有年
아내의 꿈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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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의 빛은 희기가 마치 은빛 같고 / 金剛山色白如銀
전각들은 들쭉날쭉 눈에 산뜻 들오는데 / 殿閣參差照眼新
가장 높은 봉우리의 정상을 오르려다가 / 欲上最高峯頂上
깨고 나서 그제야 꿈속의 몸임을 알았네 / 覺來方覺夢中身
스스로 위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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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보리장을 바라보면서 / 西望菩提場
한 걸음 한 걸음 친히 갈 수 있으랴 / 步步可親履
가장 좋은 건 총령의 동쪽에서 / 不如蔥嶺東
마음 안정해 직지에 참여함일세 / 安心參直指
금강이 내 집과 아주 가까워서 / 金剛近吾室
삼백 리 길에 지나지 않는 데다가 / 不過三百里
강이나 바다의 막힌 것도 없이 / 無有江海隔
아주 평탄한 한 조각의 땅이거니 / 坦然一片地
왜 반드시 꼭대기를 올라가야만 / 何必上其巓
나의 뜻이 유쾌해진단 말인가 / 然後快吾志
금강목으론 내 지팡이를 만들고 / 金剛木爲杖
금강석은 내 책상 위에 있고요 / 金剛石在机
금강은 바로 내 맘속에 있거니 / 金剛在吾心
마음과 경계가 뭐가 서로 다르랴 / 心與境何異
다시 묻노라 중원의 사람들은 / 更問中原人
언제 이곳을 온 적이 있었던가만 / 何曾到於此
이름이 조사의 그림에 걸리어서 / 名掛祖師圖
사람들의 흠모를 받지 않았던가 / 令人歆其美
반야가 곧 내 마음속에 있나니 / 般若在吾心
굳이 법기에게 물을 것 없다마다 / 不須咨法起
[주D-001]보리장(菩提場) : 보리는 불교에서 최고의 이상(理想)인 불타 정각(佛陀正覺)의 지혜(智慧)를 말하며, 또는 불타 정각의 지혜를 얻기 위하여 수행(修行)하는 도(道)를 말하기도 한다. 장은 곧 도량(道場)을 가리킨다.
[주D-002]총령(蔥嶺) : 중 국 신강성(新疆省) 서남쪽에 위치한 파미르 고원에 뻗어 있는 큰 산맥계(山脈系)를 말하는데, 동진(東晉)의 법현(法顯), 수(隋)의 사나굴다(闍那崛多), 달마급다(達摩笈多), 당(唐)의 현장(玄裝), 혜초(慧超), 오공(悟空) 등 여러 선사(禪師)들이 일찍이 이곳을 경유하여 서역(西域)으로 가고 동(東)으로 오곤 했었다.
[주D-003]직지(直指) : 선 종(禪宗)에서 오도(悟道)를 나타내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에서 온 말로, 즉 좌선(坐禪)하여 자기의 본성(本性)을 밝게 볼 때에 본래의 면목이 나타나서, 마음 밖에 부처가 따로 없고 자기 마음이 바로 부처임을 깨닫게 되는 것을 말한다.
[주D-004]금강(金剛) : 금 (金) 중에 가장 강(剛)하다는 뜻을 취하여 불교에서는 본디 무기(武器)와 보석(寶石)에 비유하는바, 무기는 아주 견고하고 예리하여 모든 것을 꺾어 버릴 수 있음과 동시에 결코 다른 물건에게 파괴당하지도 않는 불법(佛法)을 의미한 것이고, 보석은 또한 가장 훌륭하다는 의미를 취한 것인데, 여기서는 이런 의미를 부여하여 명명한 금강산(金剛山)을 말한 것이다.
[주D-005]반야(般若) : 불교에서 법(法)의 실다운 이치에 계합(契合)한 최상의 지혜를 말한다. 이 반야를 얻어야만 성불(成佛)하며, 반야를 얻은 이는 곧 부처이므로, 반야는 모든 부처의 스승 또는 어머니라 일컬어진다고 한다.
[주D-006]법기(法起) : 법기보살(法起菩薩)을 가리킨다. 《화엄경(華嚴經)》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에 의하면, 법기보살은 금강산(金剛山)에 거주한다고 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환암(幻菴)을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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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장을 대광명이라 호칭하거니와 / 如來藏號大光明
인지엔 예로부터 불법 수행이 있었네 / 因地由來有法行
지혜의 공화는 지의 위에서 발동하고 / 智慧空華知上發
근진의 세계는 각의 속에서 나오는데 / 根塵世界覺中生
중중의 제망은 진정 체를 같이하나니 / 重重帝網眞同體
명확한 선종을 누가 대항할 수 있으랴 / 的的禪宗可抗衡
환옹의 거듭 설하는 게송을 들으려면 / 欲聽幻翁重說偈
종경 소리에 솔바람 섞인 광암사로세 / 光巖鐘磬雜松聲
[주D-001]여래장(如來藏)을 …… 호칭하거니와 : 여 래장은 일체중생(一切衆生)의 번뇌신(煩惱身) 속에 은장(隱藏)해 있는 본래 청정(本來淸淨)한 여래 법신(如來法身)을 말한 것으로, 전하여 영원불변의 본성(本性)을 의미하고, 대광명(大光明)은 곧 지혜의 광명(光明)을 태양의 광명에 비유하여 말한 것인데, 석가(釋迦)가 일찍이 염부제(閻浮提)의 국왕(國王)이 되어 보살행(菩薩行)을 닦던 때의 칭호인 대광명왕(大光明王)의 약칭으로도 쓰인다.
[주D-002]인지(因地) : 인위(因位)와도 같은 뜻으로, 불(佛)의 지위를 과지(果地) 또는 과위(果位)라 함에 대응하여, 성불(成佛)하려고 불법을 수행하는 지위를 말한다.
[주D-003]지혜의 공화(空華) : 공 화는 곧 공중(空中)의 꽃이란 뜻으로, 공중에는 원래 꽃이 없는 것이지만 안질(眼疾)이 있는 사람은 눈이 흐린 때문에 항상 실없이 공중의 환화(幻華)를 보게 되는 데서, 즉 본래 아무런 실체(實體)의 경계(境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망녕된 견해에 의해 착각을 일으키어 실제로 있다고 여기는 데에 비유하는 말이다.
[주D-004]근진(根塵)의 세계 : 근 은 곧 육식(六識)을 일으키는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 의근(意根)을 가리키고, 진은 곧 이상의 육근을 통하여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서 정심(淨心)을 더럽히고 진성(眞性)을 흐리게 하는 육진(六塵)을 가리킨다.
[주D-005]중중(重重)의 제망(帝網) : 제 망은 곧 제석천(帝釋天)에 있다는 보배의 그물인 인타라망(因陀羅網)을 가리키는데, 이 그물은 낱낱의 코마다 보주(寶珠)를 달았고, 그 보주의 하나하나마다 각각 다른 낱낱 보주의 영상(影像)을 나타내고, 그 한 보주의 안에 나타나는 일체 보주의 영상마다 또 다른 일체 보주의 영상이 나타나서 중중 무진(重重無盡)하게 되었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만유(萬有)의 제법(諸法)이 서로서로 걸림이 없이 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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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 아이가 잠시도 어미를 못 떠나라 / 乳養孩提不暫離
순진하여 사욕이 전혀 싹트지 않은 때로세 / 純眞私欲未萌時
어버이 받드는 일로 떠나기도 어려운데 / 庭闈定省難携去
골목에선 울부짖으며 쫓아가려고 하누나 / 門巷啼號欲往追
모자간의 지극한 정리는 타고난 것이지만 / 母子至情基帝命
국가의 대업 또한 인간 본성에 근본한다오 / 邦家大業本民彝
백발로 우뚝이 앉아서 조용히 읊는 곳에 / 白頭危坐沈吟處
아손들을 생각하면서 또 시를 지어 보네 / 念及兒孫又賦詩
유거(幽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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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집에 세속 일이 드문 건 / 幽居塵事稀
평소의 뜻이 산수에 있었음일세 / 雅志在巖谷
시골 손님은 왔다가 또 돌아가고 / 野客來又回
산새들은 날아서 서로 따르누나 / 山禽飛相逐
맑은 바람은 북쪽 숲에서 나오고 / 淸風生北林
밝은 태양은 서산 기슭으로 드네 / 白日納西麓
정경이 스스로 유연한 가운데 / 情境自悠然
홀로 우뚝 서서 조용히 읊노라 / 沈吟立於獨
새벽 안개가 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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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문득 즐겁지 못해 / 曉起忽不樂
담장 향해서 내 얼굴 숙여버렸네 / 面牆低我顔
어찌 기약했으랴 골짝의 안개가 / 何期谷口霧
내 담장 모퉁이 산을 뺏아갈 줄을 / 奪我牆角山
꽃은 피어서 비단 장막을 이루고 / 花開列錦障
하늘은 고요하고 봉우리들 빼어나니 / 天靜抽雲鬟
원근의 경치가 절로 사랑스러운데 / 遠近自可愛
어둡고 밝음이 진정 한순간일세 / 晦明呼吸間
잡영(雜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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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은 내 창 앞에 당해 있는데 / 南山當我窓
나무들이 그 꼭대기에 자라나서 / 有樹生其顚
아침저녁으로 애교를 부려주고 / 朝昏逞媚嫵
풍일 속에 맑고 고움 간직했기에 / 風日涵淸姸
잎새 사이에 고운 소리를 남기고 / 葉間遺好音
꾀꼬리는 이제 방금 옮겨 가누나 / 黃鳥時方遷
이걸 생각하며 길이 탄식하노니 / 念此坐長嘆
사물 이치는 자연에 말미암거늘 / 物理由自然
어찌하여 출처에 어두울 것 있나 / 奈何昧出處
순리대로 하늘을 섬길 뿐이로다 / 順序當事天
용수산은 우리 이문에 당해 있어 / 龍山當里門
구름이 그 봉우리에서 나오는데 / 有雲出其岫
담담하여 본디 무심한 것이거니 / 澹然本無心
어찌 거취에 헷갈린 적 있으리요 / 何曾迷去就
긴 바람이 어디서 불어만 오면 / 長風何方來
그를 좇아 급히 달리곤 하나니 / 從之乃馳驟
신룡이 천하에 우택을 내릴 적엔 / 神龍澤天下
서로 만남이 우연이 아니고말고 / 所憑非邂逅
음양은 본래 기관을 멎지 않나니 / 陰陽無停機
나는 또 복괘 구괘를 관찰하련다 / 我且觀復姤
동산은 바로 우리 집 뒤에 있어 / 東山在屋上
그 높이가 성문을 압도하는데 / 其高壓城闉
부소산과 천마산은 / 扶蘇與天摩
서로 나란히 어찌 그리 가파른고 / 相次何嶙峋
티 하나 없이 맑고 빼어난 품이 / 淸秀淨無垢
포홀 갖추고 대궐을 향한 듯하네 / 袍笏趨紫宸
그를 마주해 감히 서로 겨룰쏜가 / 對之敢相抗
높은 자리를 배석이나 하였으면 / 庶以陪文茵
정색을 그 누가 감히 더럽히리요 / 正色誰敢褻
엄연히 임금과 신하 사이 같구려 / 儼爾如君臣
가파르고 험준한 삼각산은 / 峨峨三角山
구름 끝에 우뚝 솟아 푸르른데 / 聳翠浮雲端
산골짝을 완연히 서로 마주하니 / 巖壑宛相對
체세가 어찌 그리도 우뚝한고 / 體勢何巑岏
석양이 서쪽 비탈에 쏘아 비치니 / 夕陽射西崖
늘어선 송백은 참으로 가관일세 / 松柏森可觀
그 옛날에 놀던 곳 생각해 보니 / 心懷舊游處
돌 위엔 이끼가 알록달록했었지 / 石上苔花斑
가고파도 끝내 갈 수가 없는지라 / 欲往竟不可
바람 앞에 나의 애만 끊어지누나 / 臨風摧我肝
[주D-001]음양은 …… 관찰하련다 : 《주역(周易)》 육십사괘(六十四卦) 중에 특히 지뢰 복괘(地雷復卦
[주D-002]포홀(袍笏) : 조복(朝服)과 수판(手版)을 가리킨 말로, 전하여 문관(文官)을 의미한다.
[주D-003]정색(正色) : 자색(紫色) 같은 간색(間色)이 아닌 다섯 가지의 순정색(純正色) 즉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산(山)을 두고 한 말이므로 청색을 의미한다.
일 상인(一上人)이 나를 위하여 시고(詩稿)를 정서(淨書)하고 있는데, 이윽고 그가 《대장경(大藏經)》을 쓸 서원(書員)으로 피선(被選)되었으니, 현릉(玄陵)께 추복(追福)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제조(提調) 제공(諸公)에게 청하여 일 상인을 얻어서 내 시고의 정서를 끝내려고 했다가, 이윽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현릉께 추복하는 일은 내가 밤낮으로 바라던 것인데, 도와주지는 못하면서 도리어 방애를 놓는 것은 나의 뜻이 아니다. 서원을 각 종파(宗派)에서 차출하는데, 일 상인이 나가지 않으면 남산종(南山宗)에는 사람이 없는 셈이 되는 것이다. 나의 시고를 쓰면 아무리 노고(勞苦)를 해도 보답할 것이 없지만, 《대장경》을 쓰면 국가에서 반드시 그 공을 기록해 줄 것이니, 이것이 비록 상인은 마음 쓰지 않을 바이나, 나의 입장에서는 역시 내 뜻대로 곧장 행할 수 없는 일이다.’ 하고, 이에 감히 제조소(提調所)에 한마디 말도 내지 못하고, 다만 상인에게 《대장경》을 더욱 잘 써서 국가가 현릉께 추복하는 뜻에 부응하도록 면려만 하였다. 한 수를 읊어서 그 사실을 기록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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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길러 준 현릉은 바로 나의 하늘이요 / 玄陵育我我昊天
대장경의 교해는 운연처럼 깊고 너른데 / 大藏敎海如雲煙
조정에서 금서하니 글자마다 빛이 나고 / 朝廷書金字字光
명복을 빌어라 복은 아득하여 끝없으리 / 追修冥福茫無邊
신은 지금 너무 기뻐 춤을 추고 싶어라 / 臣今喜極欲蹈舞
선대를 받드는 게 인륜의 우선이고말고 / 敬先報本人倫先
묘당이 한마음으로 성주를 떠받드니 / 廟堂同心奉聖主
천화가 널리 빛나서 대유를 이루리로다 / 天火赫然成大有
도와 기예 강론하여 인문을 널리 펴고 / 論道講藝宣人文
불교를 존숭하여 복과 수를 증진시키네 / 尊崇竺敎增福壽
양종 오교의 큰스님들이 하도 많거니 / 兩宗五敎龍象多
높은 재능 서로 뽑내라 누가 움츠러들랴 / 競效高才誰縮手
그는 남산종 계단에서 위의를 갖추었고 / 南山戒壇具威儀
필적도 뛰어나서 지금 세상에 드문지라 / 筆蹟傑出當今稀
상인이 안 나가면 이을 자가 없겠기에 / 上人不出繼者無
그래서 공에게 돌아오지 말도록 함일세 / 所以勗公無退歸
만일 돌아와서 나의 시고를 정서한다면 / 歸來寫出我亂道
득될 건 없고 남의 비난만 받을 듯하니 / 無益又恐遭人譏
공은 전념하여 부처 마음을 묘사하게나 / 公其竱心描佛心
부처 마음은 삼세에 의귀할 바 아니던가 / 佛心三世之所依
목옹의 문자는 호리병을 그린 것이라 / 牧翁文字畫葫蘆
시고 쓴 맛이라서 기름진 게 아니라네 / 酸寒之味非膏腴
문 나가 스님 보내고 들어와 탄식할 제 / 送師出門入室嘆
온갖 새들이 노래하며 서로 부르는구나 / 百鳥聲樂時相呼
[주D-001]교해(敎海) : 부처의 교법(敎法)이 끝없이 깊고 넓음을 바다에 비유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2]금서(金書) : 금니(金泥)로 글씨를 쓰는 것을 말한다.
[주D-003]천화(天火)가 …… 이루리로다 : 《주역》의 화천 대유괘(火天大有卦
[주D-004]인문(人文) : 예악 교화(禮樂敎化)를 가리킨다. 《주역》 비괘(賁卦) 단사(彖辭)에, “천문을 관찰하여 때의 변천을 살피고, 인문을 관찰하여 천하를 교화하여 이룬다.[觀乎天文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 하였다.
[주D-005]양종 오교(兩宗五敎) : 우 리나라 불교의 각 종파(宗派)를 총칭하던 말로, 일반적으로 양종은 선종(禪宗), 교종(敎宗)을 가리키고, 오교는 열반종(涅槃宗), 남산종(南山宗), 화엄종(華嚴宗), 법상종(法相宗), 법성종(法性宗)을 가리키는데, 이 밖에도 여러 설(說)이 있다.
[주D-006]계단(戒壇) : 불교에서 계(戒)를 일러 주는 장소를 말한다.
[주D-007]호리병을 그린 것 : 옛 사람이 그린 양식(樣式)에 따라서 호리병을 그리듯이, 옛사람의 것을 본뜨기만 하고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창안해 내지 못함을 이르는 말로, 송 태조(宋太祖)가 일찍이 한림학사(翰林學士) 도곡(陶穀)을 조롱하여 이르기를, “듣건대 한림학사는 제서(制書)를 초(草)할 때에 모두 옛사람이 저술해 놓은 구본(舊本)을 점검하여 사어(詞語)만 바꾸어서 쓴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세속에 이른바, 옛사람의 양식에 따라서 호리병을 그린다는 것이니, 무슨 힘을 쓴 것이 있겠는가.”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東軒筆錄 卷1》
칠원(漆原) 윤 시중(尹侍中)이 보법사(報法寺)에서 불사(佛事)를 성대하게 거행하는데, 나는 가보려고 했으나 병 때문에 가지 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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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막에 부처가 있어 의귀할 만하여라 / 老年有佛可歸依
화려한 자리 높이 펼쳐 푸른 산에 비치네 / 采席高張映翠微
계기가 완벽해진 때엔 이참을 닦을 게고 / 戒器完時修二懺
장경을 전독한 곳엔 군기를 제도하겠지 / 藏經轉處被羣機
백일청천 천둥소리엔 주미를 휘두르고 / 雷驚白日初麾麈
청풍 아래 꽃 흩을 땐 옷에 붙지 않으리 / 花散淸風未著衣
가장 한스러운 건 병든 몸 자유롭지 못해 / 最恨病軀難自在
석양 아래 홀로 서글피 바라볼 뿐임일세 / 悵然瞻望欲斜暉
[주D-001]계기(戒器)가 …… 게고 : 계 기는 계(戒)를 받기에 알맞은 사람이란 뜻으로, 즉 부처가 제정한 금계(禁戒)를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가리킨 말이고, 이참(二懺)은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을 합칭한 말인데, 이참은 실상(實相)의 도리를 관(觀)하여 자신의 여러 가지 죄(罪)를 참제(懺除)하는 것이고, 사참은 예불(禮佛)이나 송경(誦經) 등을 통해서 자신의 허물을 고백하여 참회(懺悔)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2]장경(藏經)을 …… 제도하겠지 : 전독(轉讀)은 전경(轉經)과 같은 뜻으로, 불가(佛家)에서 기원(祈願) 등의 행사를 할 때에 많은 경전(經典)을 읽어 넘기는 것을 말하고, 군기(群機)는 여러 근기(根機)란 뜻으로, 즉 수많은 중생(衆生)을 의미한다.
[주D-003]백일청천 …… 휘두르고 : 천 둥소리란 바로 부처의 설법(說法)하는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엄격하다 하여 천둥에 비유한 말이고, 주미(麈尾)는 고라니의 꼬리털로 만든 먼지떨이를 가리키는데, 옛날에는 청담(淸談)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많이 지니고 있었던바, 후세에는 불도(佛徒)들도 이것을 많이 지녀서 설법할 때에 이를 많이 사용했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4]청풍(淸風) …… 않으리 : 《유 마경(維摩經)》의 관중생품(觀衆生品)에 의하면, 중인도(中印度) 비사리성(毘舍離城)의 장자(長者)인 유마힐(維摩詰)이 여러 보살(菩薩)과 사리불(舍利佛) 등의 대제자(大弟子)들을 위하여 설법(說法)할 적에 마침 천녀(天女)가 여러 사람들의 몸에 천화(天花)를 흩어 내렸는데, 이때 이미 일체(一切)의 분별상(分別想)을 단절한 보살에게는 이 천화가 달라붙지 않았으나, 아직 분별상을 단절하지 못한 대제자 등의 옷에는 이 천화가 달라붙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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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숲 맑은 바람 속에 앉아라 / 淸風坐茂樹
긴 낮을 높은 누각에 기대 있노니 / 長晝倚高樓
바다는 일변의 꿈을 격절해 있고 / 海隔日邊夢
구름은 천외의 시름과 연하였네 / 雲連天外愁
제비는 기우뚱 날아 떨어질 듯하고 / 燕飛斜欲墜
꾀꼬리 소리는 미끄러지듯 곱구나 / 鶯語滑如流
경물과 함께 조화를 따르는 가운데 / 景物共乘化
깊은 근심 속에 이젠 백발이로다 / 幽憂今白頭
[주D-001]일변(日邊) : 태양의 가란 뜻으로, 원방(遠方), 또는 천자(天子)의 곁을 말하기도 한다.
[주D-002]천외(天外) : 하늘 밖이란 뜻으로, 극히 고원(高遠)함을 의미한다.
유 남경(柳南京)이 방문하다. 이름은 순(珣)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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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가 서쪽으로 흐르는 곳에 / 漢水西流處
남경의 면세는 하 웅장도 한데 / 南京面勢雄
이민들은 조수와 떼 지어 살고 / 吏民羣鳥獸
장수는 용사들로 옹위하였네 / 將帥擁羆熊
늘어선 창 앞에 산은 푸르르고 / 森戟山仍翠
투호하다가 해는 또 석양이로다 / 投壺日又紅
근심 나누니 근심 또한 중해라 / 分憂憂更重
지위가 본래 높은 곳이고말고 / 居處本來崇
[주D-001]투호(投壺) : 병 을 놓고 일정한 거리에서 병 속에 화살을 던져 넣는 유희(遊戱)인데, 이는 주로 고관들의 연회석에서 여흥으로 벌였던 것이다. 후한(後漢) 때 채준(祭遵)은 장군(將軍)이 되었을 적에 유술(儒術)이 있는 선비들만을 취하여 술을 마시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반드시 아시(雅詩)를 노래하고 투호를 즐겼다고 한다.
[주D-002]근심 나누니 : 임금의 근심거리를 나눈다는 뜻으로, 즉 지방관을 가리켜 이르는 말이다.
경동(敬童)이 밥 달라고 조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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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달라고 문에 우는 뜻 참으로 천진해라 / 索飯啼門意甚眞
두릉의 시구가 너무나도 핍진하군그래 / 杜陵詩句爲傳神
철없는 아이 하는 짓이 되레 예와 같아서 / □童□□還如昔
백발의 늙은이가 새로이 한번 웃어보네 / 白髮衰翁一笑新
[주D-001]밥 …… 핍진하군그래 : 두 릉(杜陵)은 호가 소릉(少陵)인 두보(杜甫)를 가리키는데, 두보의 〈백우집행(百憂集行)〉에, “철없는 아이는 부자간의 예를 알지 못하고, 성내어 밥 달라고 문 동쪽에서 울어대네.[癡兒不知父子禮 叫怒索飯啼門東]” 한 데서 온 말이다.
철원(鐵原) 김 동년(金同年)이 자기 아들을 성균시(成均試)에 응시(應試)하게 하려고 보내면서 서신을 보내어 나에게 자기 아들을 주사(主司)에게 천거해 주기를 요구하였으니, 당(唐)나라 때의 남긴 풍도가 있어 매우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시속의 변천한 상황을 알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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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 자식 사랑함은 타고난 것이지만 / 父之愛子是天然
시속 풍습 모르는 것 또한 가련하구나 / 不達時風亦可憐
시관에게 천거해 달라 내게 애원한 뜻은 / 丐我薦書司貢擧
당나라의 유풍이 오늘에 전한 거로세 / 李唐遺俗至今傳
화복을 미리 알괘라 삼명이 존재하거니 / 前知禍福存三命
천명을 곡진히 따라서 오권에 부쳐야지 / 曲盡低仰付五權
이밖엔 다른 도리 없음을 결코 아노니 / 此外決知難著力
득실 가지고 괴로이 마음 졸이지 말게나 / 莫將得失苦心煎
[주C-001]당(唐)나라 …… 있어 : 당 나라 때에 특히 유력(有力)한 사람에게 서장(書狀)을 올려서 자천(自薦)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을 천거(薦擧)할 일로 간곡히 부탁했던 풍습을 말한 것으로, 예를 들면 이백(李白)의 〈여한형주서(與韓荊州書)〉, 한유(韓愈)의 〈위인구천서(爲人求薦書)〉, 〈상재상서(上宰相書)〉 등을 들 수 있다.
[주D-001]삼명(三命) : 술 수가(術數家)들이 수명(受命), 조명(遭命), 수명(隨命)을 삼명이라 하는데, 《예기(禮記)》 제법(祭法)의 사명(司命)에 대한 주(注)에, “사명은 삼명을 독찰하는 것을 주관한다.[司命主督察三命]”라고 하였는바, 수명은 연수(年壽)를 이른 말이고, 조명은 선(善)을 행하다가 흉화(凶禍)를 만나는 것을 이른 말이고, 수명은 선악(善惡)에 따라서 보답하는 것을 이른 말이라고 한다.
[주D-002]오권(五權) : 본 디 장수(將帥)가 지녀야 할 다섯 가지 기권(機權)을 말한 것으로, 《순자(荀子)》 의병(議兵)에, “가지려고만 하고 폐해지기를 싫어하지 말 것이며, 이기기만 급하게 여기고 패하는 것을 잊지 말 것이며, 안은 위엄 있게 하고 밖을 경시하지 말 것이며, 이로운 것만 보고 해로운 것을 불고하지 말 것이며, 모든 일을 꾀함은 정밀히 하려하고 재물 쓰는 것은 아끼지 말아야 하나니, 이것을 오권이라 한다.[無欲將而惡廢 無急勝而忘敗 無威內而輕外 無見其利而不顧其害凡慮事欲熟而財欲泰夫是之謂五權]”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일반적인 처세술로 전용하여 쓴 것이다.
민자복(閔子復)이 본국(本國) 명현(名賢)들의 시를 보여 주면서 장차 《동인지문(東人之文)》을 이으려고 하므로, 매우 기뻐하면서 인하여 한 수를 제(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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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복은 평생에 기호하는 게 남과 달라서 / 子復平生嗜好殊
잔결된 서책들을 날로 즐겨 탐구했으니 / 殘篇斷簡日爲娛
민간 사료 작성하는 덴 재자를 생각하고 / 丹靑野史思才子
조정 의례 보필하는 덴 노유가 생각나네 / 黼黻朝儀憶老儒
농후하긴 봄 구름 같고 달기는 꿀 같고 / 濃似春雲甛似蜜
가을 물보다 맑고 연유보다 보드랍구려 / 淡於秋水軟於酥
병든 몸이 씹는 거라곤 괴로움뿐인지라 / 病餘咀嚼酸寒耳
선부에게 생선 삶는 법을 배우고 싶구나 / 欲學烹魚向膳夫
스스로 위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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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은 구멍이 매우 작아서 / 我眼孔甚小
나는 새나 물고기를 똑똑히 보기 어렵고 / 雲鳥川魚難了了
내 눈은 시력 또한 약한지라 / 我眼力又弱
먼 거리나 작은 물체는 얼마나 아득한지 / 萬里秋毫何漠漠
반성하여 내 행위를 관찰함만 못하리라 / 不如收視觀我生
내 행위의 정일함은 원형에 말미암는데 / 我生精一由元亨
원형의 체는 커서 스스로 강해야거니와 / 元亨體大須自強
정일의 힘은 독실해야 명성을 이루나니 / 精一力篤能明誠
처음 신독으로부터 참찬에 이르기까지 / 初從愼獨至參贊
한 공경으로 밝게 살펴 공평을 가져야지 / 一敬鑑空仍衡平
춘풍은 다 불어가고 여름날이 길어지니 / 春風吹殘夏日長
제비 춤 꾀꼬리 노래에 화기가 양양하네 / 燕舞鶯歌和氣揚
다시 병든 눈 닦고 몽당붓 손에 쥐고서 / 更揩病眼把禿筆
천지를 그리고 당우 시대를 노래하건만 / 繪畫天地歌虞唐
당우 시대는 멀어졌으니 내가 어찌하랴 / 虞唐旣遠奈吾何
순리대로 조섭하면서 유유자적하련다 / 順序調燮聊徜徉
[주D-001]내 …… 말미암는데 : 정 일(精一)은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선위(禪位)하면서 이르기를,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정하고 전일하여야 진실로 그 중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한 데서 온 말이고, 원형(元亨)은 《주역》건괘(乾卦)에 나오는 건도(乾道)의 사덕(四德)인 원형이정(元亨利貞)에서 온 말인데, 정전(程傳)에 이르기를, “원은 만물의 시작이요, 형은 만물의 자라남이요, 이는 만물의 이룸이요, 정은 만물의 완성함이다.[元者萬物之始 亨者萬物之長 利者萬物之遂 貞者萬物之成]” 하였다.
[주D-002]스스로 강해야거니와 : 《주역》 건괘(乾卦) 상사(象辭)에 이르기를 “하늘의 행함이 강건하니, 군자가 그것을 말미암아서 스스로 강하여 쉬지 않나리라.[天行健 君子以自強不息]”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명성(明誠) : 《중 용장구(中庸章句)》 제21장에, “진실함으로부터 밝아지는 것을 성대로 한 것이라 이르고, 밝아짐으로부터 진실해지는 것을 가르침으로 이룬 것이라 하나니, 진실하면 밝은 것이요, 밝아지면 진실해지는 것이다.[自誠明 謂之性自明誠 謂之敎 誠則明矣 明則誠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처음 …… 이르기까지 : 신 독(愼獨)은 《중용장구》 제1장에, “숨겨진 것보다 더 나타나는 것이 없고, 미세한 것보다 더 드러나는 것이 없나니, 그러므로 군자는 혼자만이 아는 곳을 삼가나리라.[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 愼其獨也]” 한 데서 온 말이고, 참찬(參贊)은 《중용장구》 제2장에, “오직 천하에 지극히 진실한 성인만이 그 성을 극진히 할 수 있나니, 그 성을 극진히 할 수 있으면 남의 성도 극진히 해 줄 수 있고, 남의 성을 극진히 해 줄 수 있으면 물의 성도 극진히 해 줄 수 있고, 물의 성을 극진히 해 줄 수 있으면 천지의 변화 육성을 도울 수 있고, 천지의 변화 육성을 도울 수 있으면 그 공덕이 천지에 참여하여 천지와 같아질 수 있나니라.[唯天下至誠 爲能盡其性能盡其性 則能盡人之性 能盡人之性 則能盡物之性 能盡物之性 則可以贊天地之化育 可以贊天地之化育 則可以與天地參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천지(天地)를 그리고 : 임 금의 공덕(功德)을 칭송하는 일을 말한다. 한유(韓愈)의 〈진찬평회서비문표(進撰平淮西碑文表)〉에, “천지의 모습과 일월의 광채를 그려낼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뻔뻔스레 글을 지어서 분부에 답하는 바입니다.[乾坤之容 日月之光 知其不可繪畫 強顔爲之 以塞詔旨]” 하였다.
명 산(名山)을 유람하면서 노년(老年)을 보내는 일은 옛날의 달사(達士)들도 어렵게 여겼는데, 더구나 우리 같은 소인(小人)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면만하게 우는 꾀꼬리여, 높은 구릉 울창한 숲에 그친다.[綿蠻黃鳥 止于丘隅]” 한 데 대하여, 공자(孔子)가 해석하기를, “사람이 새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可以人而不如鳥乎]” 하였는데, 나는 지금 금강산(金剛山)을 유람하여 동해(東海)를 굽어보려고 하면서도 그 일을 이루지 못하니, 새만도 못하기가 그지없다 하겠다. 공(功) 이루고 명성(名聲) 얻고도 몸은 물러가지 못하고 있으니, 과연 그칠 곳에 그침을 얻은 것이겠는가. 내가 산을 유람하려는 것은 다만 고적(古迹)이나 찾고 세속(世俗)의 흉금(胸襟)이나 떨쳐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또한 장차 내가 그칠 곳에 그치려는 것이다. 동파(東坡)의 시에는 “원컨대 남혼여가를 마치거든, 서로 손 잡고 명산을 유람하리라.[願言畢婚嫁 携手游名山]” 하였으니, 이 노인은 오히려 남혼여가 마치기를 기다렸고 보면, 결연코 떠나려는 것은 아니었었다. 그런데 나의 뜻은 결연하면서도 이렇게 머뭇거리고만 있는 처지라, 스스로 슬프기 그지없어 휘파람 불다가 노래도 부르면서 또한 장차 지금 그친 곳에 스스로 그치려고 하노니, 동지(同志)들은 나를 용서해 주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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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가 세상에 나서 소싯적을 당해서는 / 士生於世當少時
머리 그슬리고 이마 데임도 불사하거니와 / 焦頭爛額猶不辭
여자는 자기 사랑한 이 위해 모양내지만 / 女爲悅己適爲容
색이 쇠하면 사랑도 따라서 쇠해지는 건 / 色之衰兮愛亦衰
이치의 자연이라 다시 괴이할 것 없나니 / 理勢自然無復怪
고락이 서로 의복함은 알기가 쉽고말고 / 苦樂相倚非難知
사시의 차례가 번갈아 서로 교대하거니 / 四時之序迭相代
성공한 자 떠나는 것을 어찌 의심하리요 / 成功者去夫何疑
떠나면 장차 어디로 갈꼬 진초가 아니라 / 去將何去非楚秦
내 나라에 있자면 풍진 하나 안 미치는 / 在我境兮無風塵
명산 승지를 넉넉히 손꼽아 셀 만하거니 / 名山勝地可屈指
아득한 경계 뛰어넘어 신선과 이웃하노라면 / 超跨空濛神仙爲鄰
험준한 절벽 끊어진 계곡 연기 놀 깊은 곳에서 / 崖崩澗絶煙霞是深處
이따금 하늘을 오르는 이인을 만나리니 / 凌虛往往逢異人
그에게 가서 즐겨 담화를 나누고 / 就之肯交語
그를 따라 가벼이 날기도 하련다 / 追之便輕擧
내 지금 스스로 거의 신선이 될 만한지라 / 我今自度危得仙
이 때문에 푸른 산을 타고 오르려 하지만 / 所以靑壁將夤緣
신선이 만일 날 보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 如其顧我顔不歡
내 또 그 무얼 한하랴 인간에 놀면 그만이지 / 我又何恨兮游人間
인간 그 어느 곳이나 은거할 만한 데다 / 人間何處可避地
시서의 영역은 넓고도 또한 한가로워서 / 詩書之囿寬仍閑
욕심이 동하지 않아 경계 절로 한적하니 / 欲心不動境自寂
단표누항으로 의당 안자를 배워야겠네 / 簞瓢陋巷當希顔
[주C-001]동파(東坡)의 …… 하였으니 : 동 파 소식(蘇軾)의 〈유정거사(遊淨居寺)〉 시에, “십 년 동안 명산을 유람하면서, 스스로 산중 의복을 만들었으니, 원컨대 남혼여가를 마치거든, 서로 손 잡고 푸른 산에서 늙으리.[十載游名山 自製山中衣 願言畢婚家携手老翠微]”라고 되어 있다.
[주D-001]머리 …… 데임 : 남의 불난 집에 달려가서 불을 끄다가 머리를 그슬리고 이마를 데인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곧 선비가 나라를 위하여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봉직(奉職)에 전념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2]여자는 …… 모양내지만 :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 “선비는 자기 알아주는 이를 위하여 죽고, 여자는 자기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얼굴을 꾸민다.[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 하였다.
[주D-003]고락(苦樂)이 서로 의복(倚伏)함 : 《노자(老子)》 순화(順化)에, “재앙은 복이 깃드는 바이고, 복은 재앙이 숨어 있는 바이다.[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한 데서 온 말로, 화복(禍福)이 서로 인하여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4]단표누항(簞瓢陋巷)으로 …… 배워야겠네 : 공 자(孔子)가 이르기를, “어질도다, 안회여. 한 도시락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시골에서 살자면, 다른 사람은 근심을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도를 즐기는 마음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雍也》
즉사(卽事)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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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풍경이 매우 선명한데 / 夏景鮮明甚
숨은 사람은 여전히 집에 있자니 / 幽人宛在家
높은 나무엔 바람이 잎을 흔들고 / 樹高風弄葉
얕은 풀밭엔 비가 새싹을 틔우네 / 草淺雨抽芽
남쪽 밭둑길에 오는 말은 없는데 / 南陌無來馬
서쪽 봉우리에 까마귀만 돌아가네 / 西峰欲返鴉
땅이 외져 마음 또한 멀어졌거니 / 地偏心更遠
분수나 지키며 세월에 보답하련다 / 隨分答年華
누각은 멀리 구름 연기와 닿았고 / 樓逈雲煙接
텅 빈 문은 주야로 열어 놓았는데 / 門空晝夜開
괴이한 새는 푸른 나무에서 울고 / 怪禽啼綠樹
늙은 말은 이끼 위에 누워 있구나 / 老馬臥蒼苔
특별한 은총은 분수 아님이 놀랍고 / 異渥驚非分
태평성대에 무능함은 부끄럽지만 / 明時愧不才
발자국 소리에 혹 번민을 푸나니 / 跫音或排悶
글자 물으러 중이 오기 때문일세 / 問字有僧來
[주D-001]땅이 …… 멀어졌거니 : 도 잠(陶潛)의 〈음주(飮酒)〉 시에, “오두막은 사람 사는 곳에 지었건만, 거마의 시끄러운 소리 안 들려라.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나? 마음이 멀기에 땅도 절로 외지다네.[結廬在人境而無車馬喧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한 데서 온 말이다.
자 복(子復)이 또 시집(詩集)을 가지고 왔기에 두어 수(首)를 읽다 보니, 눈이 시고 몸이 피곤하여 혹 병이라도 발작할까 염려되어 바로 그만두었다. 또 자복이 일차 선(選)을 해 놓으면 내가 재차 선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렇게만 한다면 내가 무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선한 것도 정밀하지 못할뿐더러 병이 혹 발작할 수도 있으니, 나의 양생(養生)하는 도리에 매우 어긋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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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경구가 두풍을 치유한다 했지만 / 古稱警句愈頭風
지금은 시편이 목옹을 괴롭힐까 두렵네 / 今怕叢篇惱牧翁
안목 있는 후생 없을까 걱정할 것 없지 / 不患後生無具眼
본래 많이 잡는 건 양공에 달렸고말고 / 由來多獲在良工
정금은 모래 헤칠 때에 광채를 발하고 / 精金發彩披沙際
미옥은 옥박 안은 속에 빛을 숨겼었지 / 美玉韜光抱璞中
다만 한스러운 건 병근이 아직 남아서 / 只恨病根猶未去
서늘한 새벽에도 두 눈이 흐릿함이라네 / 曉涼雙目尙朦朧
[주D-001]옛날엔 …… 했지만 : 삼 국(三國) 시대 위(魏)의 태조(太祖)가 평소 두풍(頭風)을 앓아 오다가, 한번은 누워서 진림(陳琳)이 초(草)한 글을 보고는 갑자기 일어나서 말하기를, “이 글이 내 병을 치유해 주었다.[此愈我病]” 하고, 그에게 후한 상(賞)을 자주 내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三國志 卷21 魏書 陳琳傳》
[주D-002]많이 …… 달렸고말고 : 춘 추 시대 조 간자(趙簡子)가 왕량(王良)으로 하여금 폐신(嬖臣) 해(奚)와 함께 수레를 타고 사냥을 하도록 했을 때, 하루아침에 짐승을 무려 열 마리나 잡게 해 주자, 폐신 해가 조 간자에게 복명하면서 왕량을 천하(天下)의 양공(良工)이라고 칭했던 데서 온 말이다. 《孟子 滕文公下》
[주D-003]정금(精金)은 …… 발하고 : 정 금은 정련(精鍊)한 순금(純金)을 가리키는데, 양(梁)나라 종영(鍾嶸)의 《시품(詩品)》에, “육기의 글은 마치 모래를 헤치고 금을 가려내기와 같아서 이따금 보배로운 작품을 볼 수가 있다.[陸文如披沙簡金 往往見寶]”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많은 사물 가운데서 정화(精華)를 뽑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4]미옥(美玉)은 …… 숨겼었지 : 옛 날 초(楚)나라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일찍이 초산(楚山)에서 옥박(玉璞)을 얻어, 이것을 초나라 여왕(厲王)과 무왕(武王) 2대에 걸쳐 왕에게 바쳤으니, 그때마다 옥인(玉人)이 잘못 판정하는 바람에 왕을 속였다는 죄목으로 두 발꿈치를 다 베였는데, 문왕(文王)이 즉위함에 미쳐서는 변화가 이 옥박을 안고 초산에서 밤낮 3일을 운 끝에 드디어 왕명에 의해 그 옥박을 다시 조사하게 한 결과 마침내 보옥(寶玉)을 얻게 되었던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좋은 시문을 찾아내기 어려움을 뜻한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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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들은 타고난 재주 우뚝이 빼어나서 / 古人落落挺天才
세상에 드문 재주가 전후로 이어졌어라 / 曠世猶如繼踵來
도덕의 광휘는 백대 뒤까지 드리워지고 / 道德光輝垂百代
문장의 기염은 삼태의 별에 잇닿았으니 / 文章氣焰屬三台
이름은 역사에 새겨져 응당 전하거니와 / 名藏史館難磨去
뜻은 유도에 있어 이를 만회하려 했었네 / 志在儒流欲挽回
음풍농월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지만 / 月露風花非我事
병든 나머지에 심력이 더욱 손상되었네 / 病餘心力轉摧頹
[주D-001]뜻은 …… 했었네 : 한 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온갖 냇물을 막아서 동으로 흐르게 하여, 이미 거꾸로 흐르는 데서 거센 물결을 끌어 돌렸으니, 선생은 유도에 있어 노고를 했다고 이를 만하다.[障百川而東之 回狂瀾於旣倒先生之於儒 可謂勞矣]” 하였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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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가득히 바람 불어 푸른 잎새 산란하니 / 滿林風動綠紛披
온갖 새들 울며 날아라 제때를 얻었구려 / 百鳥飛鳴也得時
한가함 속엔 잠자기 좋으리라 자부했더니 / 自負閑中宜打睡
꿈속에도 시만 읊을 줄을 누가 알았으랴 / 誰知夢裏亦吟詩
구름 행차는 아득해라 푸른 하늘은 넓고 / 雲行渺渺靑天闊
외진 땅은 한적해라 해는 더디기만 하네 / 地僻悠悠白日遲
다행히 내 생애는 세속의 얽매임 없거니 / 幸是吾生無俗累
어찌 장수를 좇아 지리를 배운단 말인가 / 肯從莊叟學支離
[주D-001]어찌 …… 말인가 : 지 리(支離)는 형체(形體)가 완전하지 못한 병신이란 뜻으로, 옛날에 소(疏)라는 사람이 몸이 병신이라서 나라에 쓰임을 받지 못함으로써, 열심히 손수 일을 하여 자급자족하면서 안락하게 천수(天壽)를 누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莊子 人間世》
낭사(郞舍)가 출사(出仕)하여 재집(宰執)을 참배(參拜)하고 나서 인하여 누추한 내 집에 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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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랑은 청요직이라 반항에 우뚝 뛰어나 / 省郞淸要絶班行
봉박의 긴요한 말이 성상께 접근하거니 / 封駁詞頭近耿光
높은 풍채가 벌열을 빛낼 뿐만 아니라 / 不獨高標輝閥閱
예부터 큰 솜씨로 문장이 으뜸이었었네 / 由來大筆擅文章
봉황지엔 비 개어 은파가 넘실거리고 / 鳳池雨霽恩波灩
섬돌엔 하늘 나직해 해는 길기도 해라 / 螭陛天低瑞日長
옛 놀이 회상하니 진정 한바탕 꿈이로다 / 回首舊遊眞一夢
당시 연소했던 내가 백발이 성성해졌네 / 當時年少鬢如霜
[주C-001]낭사(郞舍) : 고려 시대 문하성(門下省), 첨의부(僉議府), 문하부(門下府) 등에 딸리어 간쟁(諫諍)과 봉박(封駁)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부서(部署), 또는 그 부서의 관원(官員)을 말한다.
[주D-001]성랑(省郞) : 낭사(郞舍)에 딸린 관원, 즉 간관(諫官)을 가리킨다.
[주D-002]봉박(封駁) : 부당한 조서(詔書)를 봉환(封還)하고 따라서 별도로 봉사(封事)를 올려 부당한 일을 논평하여 바로잡는 것[駁正]을 말한다.
[주D-003]봉황지(鳳凰池)엔 …… 넘실거리고 : 봉황지는 금중(禁中)의 중서성(中書省)에 있는 못을 말하고, 은파(恩波)는 곧 임금의 은혜를 물결에 비유하여 한 말이다.
[주D-004]섬돌엔 …… 해라 : 섬돌은 바로 궁전(宮殿)의 섬돌을 가리키고, 하늘은 곧 임금을 가리킨 말이다.
흥취를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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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많은 걸 내가 어찌 한할쏜가 / 多病吾何恨
고관은 세상이 영화롭게 여기거늘 / 高官世所榮
한가해짐은 본래의 뜻 이룬 거지만 / 得閑酬素志
비방 부른 건 헛된 명성 때문일세 / 招謗坐虛名
예전 꿈은 원숭이와 학이었는데 / 舊夢猿兼鶴
세월은 제비와 꾀꼬리 시절이로다 / 流光燕又鶯
유유히 천명 즐기며 지내노라니 / 悠悠樂天命
또한 여생 보내기에 넉넉하구려 / 亦足送殘生
[주D-001]예전 …… 학이었는데 : 공 치규(孔稚圭)가 변절(變節)한 은사(隱士) 주옹(周顒)을 두고 지은 〈북산이문(北山移文)〉에, “혜초 장막이 텅 비어 밤의 학은 원망하고, 산인이 떠나매 새벽 원숭이는 놀라도다.[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은거(隱居)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2]세월은 …… 시절이로다 : 제비가 춤추고 꾀꼬리가 노래한다[燕舞鶯歌]는 봄철을 가리켜 한 말이다.
거자(擧子)의 시부(詩賦)를 읽고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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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풍은 본디 율부를 숭상했는데 / 唐風崇律賦
흐르는 폐습이 동방에 치성했네 / 流弊盛東方
음운은 평측을 서로 조화시키고 / 音韻諧平側
문장은 장단구로 국한을 정하여 / 文章局短長
청류를 일으키고 탁류를 치면서 / 揚淸仍激濁
백색 황색을 짝하여 늘어놓았네 / 配白故抽黃
추구를 끝내 그 어디에 쓰리요 / 芻狗終安用
사람을 절로 한탄스럽게 하누나 / 令人自歎傷
[주D-001]당풍(唐風)은 …… 숭상했는데 : 당 풍은 당인 풍격(唐人風格)의 시부(詩賦)를 말하고, 율부(律賦)란 일정한 격률(格律)의 부체(賦體)를 말한 것으로, 이 부체는 음운(音韻)과 대우(對偶)를 정교하게 맞추도록 엄격한 규정을 둔 것인데, 이는 특히 당송(唐宋) 시대 과거 고시(科擧考試)에 채용되었던 것이다.
[주D-002]청류를 …… 치면서 : 글을 짓는 데 있어 선(善)을 좋아하고 악(惡)을 미워하는 일정한 투식을 가지고 한 말이다.
[주D-003]백색 …… 늘어놓았네 : 글을 짓는 데 있어 이리저리 대우(對偶)를 맞추어서 아름다운 문구(文句)를 늘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4]추구(芻狗) : 짚으로 만든 개를 말한다. 옛날에 제사를 지낼 때에 쓰던 것인데, 제사가 끝나면 바로 내버리는 것이므로, 전하여 소용이 있을 때만 이용하고 소용이 없을 때는 내버리게 되는 사물에 비유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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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푸른 나무에 석양빛이 걸릴 제 / 綠樹參差掛落暉
저녁 그늘 생긴 곳에 더운 바람 솔솔 불어 / 夕陰生處暑風微
절벽 위에 지팡이 짚고 한참을 섰노라니 / 斷崖扶杖移時立
제비들이 쌍쌍으로 땅을 스쳐 날아가누나 / 燕子雙雙掠地飛
유거(幽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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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집 적적함 속에 여름 해가 더디니 / 寂寂幽居夏日長
늙은이 흥취는 다시 광기가 일어나누나 / 老翁情興更淸狂
푸른 이끼 비에 젖은 채 문정은 고요하고 / 苔痕浥雨門庭靜
나무 그늘 바람 머금어 자리는 서늘하네 / 樹影涵風枕簟涼
임금님 생각은 매양 단봉궐로 향해 가고 / 戀主每於丹鳳闕
어진 이 사랑은 저 백구의 채마밭 같구나 / 愛賢如彼白駒場
유연히 한가함 속의 흥미를 넉넉히 얻어 / 悠然剩得閑中味
새로운 시 짓고 나서 석양에 홀로 서 있네 / 賦罷新詩立夕陽
[주D-001]어진 …… 같구나 : 《시 경(詩經)》 소아(小雅) 백구(白駒) 편에서, 떠나는 현사(賢士)와 헤어지기를 아쉬워하여, “깨끗한 저 흰 망아지가, 내 밭곡식을 먹었다 핑계 대고, 발과 가슴을 얽어 놓고, 오늘 아침을 길게 늘여서, 이른바 이 손님을, 여기서 더 놀게 하련다.[皎皎白驅 食我場苗 縶之維之 以永今朝 所謂伊人 於焉逍遙]”라고 노래한 데서 온 말이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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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짧아서 잠 이루긴 어려우나 / 夜短難成夢
나이는 늙어도 광기는 좋아하네 / 年衰尙愛狂
정신은 천지 화육에 참여하건만 / 精神參化育
혈기는 이미 고질병이 들었구려 / 血氣逼膏肓
팔팔 뛰는 고기는 물가에 있고 / 躍躍魚潛渚
봉황새는 아득히 뫼에 앉았도다 / 遙遙鳳在岡
괴이하기도 해라 잠깐 동안에 / 怪來俄頃裏
완연히 요순 시대를 접한 듯하네 / 宛似接虞唐
[주D-001]팔팔 …… 있고 : 《시 경》 소아(小雅) 학명(鶴鳴)에, “학이 아홉 언덕 깊은 데서 울거든, 소리가 멀리 들에 들리나니라. 고기는 깊은 못에 숨어 있으나, 때로는 물가에도 나오나니라.[鶴鳴于九皐聲聞于野 魚潛在淵 或在于渚]” 한 데서 온 말인데, 학의 울음소리가 멀리 들에까지 들린다는 것은 곧 군자(君子)의 진실한 덕을 가리울 수 없음을 의미한 말이고, 물고기가 깊은 못에 있으나 얕은 물가에도 있다는 것은 곧 이치가 정해진 곳이 없음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2]봉황새는 …… 앉았도다 : 《시 경》 대아(大雅) 권아(卷阿)에, “봉황새가 울어대니, 저 높은 뫼이로다. 오동나무가 나서 자라니, 저 볕바른 양지쪽이로다.[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소공(召公)이 일찍이 성왕(成王)을 따라 굽이진 언덕에서 노닐 때, 성왕에게 사방의 현사(賢士)들을 널리 구하여 항상 그들과 가까이하라는 뜻으로 노래한 것이다.
회포를 서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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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발끈 낸 소장부 됨은 부끄러우나 / 悻悻雖慙小丈夫
어찌 단정한 자태로 떼 지어 달려갈쏜가 / 那將矩步便群趨
조용히 물러나긴 참으로 어려운 거지만 / 從容退讓誠非易
애걸복걸 구하려는 짓은 결코 않다마다 / 宛轉營求斷所無
동이 술의 노년이 어찌 다시 장년 되랴 / 樽酒老年寧復壯
전원은 오늘날에도 또한 묵어만 가누나 / 田園今日亦將蕪
다만 선왕의 은덕을 갚지 못한 때문에 / 只緣未報先王德
감히 훨훨 털고 오호를 향하지 못하네 / 不敢飄然向五湖
[주D-001]성을 …… 부끄러우나 : 소 장부(小丈夫)는 속 좁은 남자란 뜻으로, 맹자(孟子)가 일직이 제왕(齊王)과 뜻이 맞지 않아서 제(齊)나라를 떠날 적에 그래도 행여나 제왕이 잘못을 고칠까 하는 생각 때문에 짐짓 천천히 가서 사흘 밤을 넘긴 뒤에야 주읍(晝邑)을 나갔는데, 제나라의 윤사(尹士)란 사람이 이 일을 가지고 맹자를 헐뜯어 말하자, 맹자가 그의 말을 전해 듣고 이르기를, “내가 어찌 속 좁은 남자처럼 임금께 간하여 받아주지 않으면 성을 발끈 내어 얼굴에 노기를 드러내서 떠날 때는 하루를 꼬박 쉬지 않고 가서야 자겠느냐.[予豈若是小丈夫然哉 諫於其君而不受則怒悻悻然見於其面 去則窮日之力而後宿哉]”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公孫丑下》
[주D-002]동이 …… 되랴 : 한 유(韓愈)의 〈증정병조(贈鄭兵曹)〉 시에, “동이 술 마시며 십 년 전에 서로 만났을 땐, 그대는 장년이요 나는 소년이었는데, 동이 술 마시며 십 년 뒤에 다시 만나니, 나는 장년이요 그대는 백발이로구려.[樽酒相逢十載前 君爲壯夫我少年 樽酒相逢十載後 我爲壯夫君白首]”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전원(田園)은 …… 가누나 :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돌아가자꾸나, 전원이 묵어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요.[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자신은 은퇴하지 못함을 탄식한 것이다.
[주D-004]오호(五湖) : 춘 추 시대 월(越)나라 대부(大夫) 범려(范蠡)가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위하여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나서는 즉시 거룻배를 오호(五湖)에 띄워 타고 떠나 버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신하가 공(功)을 이루고 은퇴하는 것을 의미한다.
승지의 집에서 산을 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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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많은 복 내려 준 신령의 덕 힘입어 / 惠人繁祉荷明神
애자의 깊은 정리로 늙은 어버이 뵈옵네 / 愛子深情見老親
재배하고 복 받는 게 참으로 증험 있어라 / 再拜受釐眞有驗
푸른 하늘 밝은 해가 티 없이 깨끗하구려 / 靑天白日淨無塵
위아래 신과 사람을 유명으로 분정하여 / 神人上下定幽明
천지의 통함 끊어서 예가 크게 행해지니 / 絶地天通禮大行
보답을 하고 복을 비는 데 허물없으니 / 有報有祈無罪悔
해동의 가무 속에 태평성대를 즐기리라 / 海東歌舞樂昇平
팔선궁이 구름 연기 밖으로 우뚝 솟아서 / 八仙宮逈出雲煙
좌전에 둘러 있는 온 삼한을 굽어보는데 / 俯視三韓遶座前
사람마다 향과 술로써 친히 복을 빌고는 / 香酒人人親乞福
돌아와서 구중궁궐에 예배를 드리옵네 / 歸來拜獻九重天
[주D-001]위아래 …… 행해지니 : 《서 경(書經)》 여형(呂刑)에, “이에 중과 여에게 명하여 땅과 하늘의 통함을 끊어서 신의 강림함이 없게 하니, 여러 제후와 아래에 있는 이들이 떳떳한 도를 도움으로써 홀아비 홀어미가 가리움이 없게 되었다.[乃命重黎 絶地天通 罔有降格 羣后之逮在下 明明棐常 鰥寡無蓋]” 한 데서 온 말인데, 땅과 하늘의 통함을 끊는다는 것은 곧 천신(天神)과 지기(地祇)가 각기 제자리에 있게 함을 뜻한다. 그 전(傳)에 의하면, 천지 인신(天地人神)에 대한 예전(禮典)이 구분 없이 매우 혼잡해져서 이 때문에 인심(人心)이 부정해졌으므로, 순(舜) 임금이 우선 인심을 바로잡기 위하여 제사 지내는 법칙을 닦아 밝혀서, 천자(天子)만이 천지(天地)에 제사 지낼 수 있고, 제후(諸侯)만이 산천(山川)에 제사 지낼 수 있게 하여, 존비(尊卑)와 상하(上下)가 각각 분한(分限)이 있게 해서, 천지의 통함을 끊고 유명(幽明)의 구분을 엄격히 했다고 하였다.
[주D-002]보답을 …… 데 : 《예기(禮記)》 교특생(郊特牲)에, “제사에는 복을 비는 것이 있고, 보답하기 위한 것이 있고, 재난 질병을 그치게 하는 것이 있다.[祭有祈焉 有報焉 有由辟焉]”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팔선궁(八仙宮) : 김관의(金寬毅)의 《편년통록(編年通錄)》에 의하면, 송악산(松岳山)을 일러 팔진선(八眞仙)이 머물렀던 곳이라고 하였으니, 팔선궁은 곧 이 팔진선을 모신 궁관(宮觀)이었던 듯하다.
원중(園中)에서 새들의 소리를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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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는 속삭이고 비둘기는 울어대는데 / 黃鸝對語錦鳩啼
푸른 나무 맑은 바람에 해는 저물어가네 / 綠樹淸風日欲西
율려가 서로 생함에는 청탁이 있거니와 / 律呂相生有淸濁
소균은 악보 없이도 소리 절로 높낮다오 / 韶鈞無譜自高低
현악을 문득 들어라 왕은 노에 봉해졌고 / 絲音忽聽王封魯
육미를 어찌 알쏜가 공자는 제에 있었네 / 肉味那知子在齊
천지조화 유동하는 곳에 우뚝 섰노라니 / 獨立天機流動處
완적 휘파람 혜강 거문고가 애처롭구나 / 哀哉嘯阮與琴嵇
[주D-001]율려(律呂)가 …… 있거니와 : 십 이율려(十二律呂)에서 양(陽)에 해당하는 황종(黃鐘), 태주(太簇), 고선(姑洗), 유빈(㽔賓), 이측(夷則), 무역(無射)의 육률(六律)과 음(陰)에 해당하는 대려(大呂), 협종(夾鐘), 중려(仲呂), 임종(林鐘), 남려(南呂), 응종(應鐘)의 육려(六呂)가 삼분손익(三分損益)의 법칙에 의하여 청탁 고하(淸濁高下)의 성음(聲音)을 서로 생(生)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2]소균(韶鈞) : 소는 순(舜) 임금의 음악 이름이고, 균은 천상(天上)의 미묘한 음악인 균천광악(鈞天廣樂)을 가리킨 것으로, 전하여 매우 아름다운 악곡(樂曲)을 의미한다.
[주D-003]현악(絃樂)을 …… 봉해졌고 : 한 경제(漢景帝)의 아들 유여(劉餘)가 일찍이 노왕(魯王)에 봉해졌는데, 그가 궁실(宮室) 치장하기를 좋아하여 자기 궁실을 확장시키기 위해 공자(孔子)의 구택(舊宅)을 헐다가 그곳에서 종경 금슬(鐘磬琴瑟)의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는 감히 더 헐지 못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4]육미(肉味)를 …… 있었네 : 공 자(孔子)가 일찍이 제(齊)나라에서 소악(韶樂)을 들어 보고는 진선진미(盡善盡美)함을 느낀 나머지 그 후 석 달 동안이나 고기 맛을 잊어버리고 감탄하여 이르기를, “순 임금의 음악이 이 정도까지인 줄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不圖爲樂之至於斯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述而》
[주D-005]완적(阮籍) …… 거문고 : 완 적과 혜강(嵇康)은 똑같이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이다. 완적은 본디 휘파람을 잘 불어서 그 소리가 거문고 소리와 서로 조화를 이루었다고 하는데, 진류(陳留)에는 완적의 소대(嘯臺)가 있기도 하다. 혜강은 본디 거문고를 잘 탔었고, 그는 일찍이 금부(琴賦)를 짓기도 했다.
어젯밤에 달이 밝자, 한 상당(韓上黨)이 나를 초청하여 함께 누각에 올라가서 간단하게 술을 마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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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대작하매 누각엔 달 밝아라 / 兩人對酌樓月明
초경 이경을 지나서 삼경이 되어갈 제 / 初更二更將三更
하늘 가득 달빛 아래 천지는 적막한데 / 金波滿天絶群動
다시 구름 한 점도 생겨난 게 없네그려 / 更無纖靄從中生
모두들 오늘 밤이 곧 초여름이라 하는데 / 共言今夕是夏孟
천기는 맑은 중추의 계절과 아주 같아서 / 天氣酷似中秋淸
은섬과 옥토가 밝은 정채를 희롱하누나 / 銀蟾玉兔弄精彩
항아의 찬 얼굴을 어찌 바꾼 적 있으랴 / 姮娥氷顔何曾改
세상에 버림받은 두 사람을 불쌍히 여겨 / 應憐兩人棄於世
특별히 서원의 수레들을 비추어 줌이리 / 特向西園照飛蓋
섬아는 고개 숙이고 두 사람 불러 이르길 / 纖阿俛首招兩人
봉래에 올라 동해를 걸터앉게 하고파라 / 欲上蓬萊跨東海
신선이 탄 학 등 위엔 하늘이 얼음 같아 / 仙人鶴背天如氷
인간 세상의 무더위를 멀리 벗어나기에 / 超出人世之炎蒸
다시 등에 땀 흠뻑 흘릴 필요가 없거늘 / 不須泚顙更洽背
매양 배척에 모욕까지 받느냐고 하누나 / 每見擯斥遭欺凌
두 사람은 섬아공께 배사하면서 말하길 / 兩人拜謝纖阿公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아서 / 我輩不與他人同
평생에 하나의 공경 경 자만 지키기에 / 平生只守一敬字
외물이 우리 마음을 범하지 못하는지라 / 外物不足干吾中
호연지기가 천지 사이에 가득찼거니와 / 浩然有氣塞天地
우리는 또 단정히 앉아 왕풍을 노래하니 / 我且端坐歌王風
왕풍이 널리 퍼지고 민물이 풍성해져서 / 王風播兮民物阜
달 대해 금술잔 유쾌히 기울인다 하였네 / 對月快倒黃金鍾
[주D-001]은섬(銀蟾)과 옥토(玉兔) : 전설에 의하면, 달 속에서는 두꺼비와 토끼가 있다고 하므로, 전하여 달을 가리킨다.
[주D-002]항아(姮娥) : 본디 유궁후 예(有窮后羿)의 아내 이름인데, 그가 일찍이 자기 남편의 불사약(不死藥)을 훔쳐 먹고 신선이 되어 달 속으로 들어갔다는 전설에서, 전하여 달을 가리킨다.
[주D-003]서원(西園)의 …… 줌이리 : 삼국(三國) 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공연(公宴)〉 시에, “맑은 밤에 서원에서 노니노라니, 나는 수레들이 서로 따르는구나.[淸夜遊西園飛蓋相追隨]”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섬아(纖阿) : 전설에 의하면, 달을 운행하는 여신(女神)의 이름이라 한다.
[주D-005]왕풍(王風) : 왕자(王者)의 교화(敎化)를 말한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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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에는 음정이 광채를 많이 발하나니 / 正月陰精發彩多
슬픈 노래 발동한 광객의 뜻을 누가 알랴 / 誰知狂客動悲歌
양도를 붙든 이는 공자가 있었을 뿐이니 / 扶陽只有宣尼在
순곤으로 옮겨 가면 이 일을 어찌할거나 / 傳罷純坤可若何
올가을엔 내 여강을 거슬러 오르려노니 / 來秋我欲泝驪江
일엽편주 안에는 달이 봉창을 비출 텐데 / 一葉舟中月照窓
서원의 누각 위에서 마시던 일 회상하면 / 回首西原樓上飮
바람 앞의 옥수가 절로 무쌍히 여겨지리 / 臨風玉樹自無雙
은하가 장차 서쪽으로 흐를 때가 있으리니 / 河漢西流會有期
만금으로도 나의 쇠함은 구할 길이 없지만 / 萬金無計救吾衰
한번 둥글고 한번 이지러져 순환하는 곳에 / 一圓一缺循環處
술잔 잡고 양양하게 기꺼이 시나 짓자꾸나 / 把酒洋洋喜得詩
[주D-001]정월(正月)에는 …… 발하나니 : 정 월은 곧 음력 사월(四月)을 가리킨다. 사월은 순양(純陽)이 용사(用事)하여 정양(正陽)의 달이 되기 때문에 정월이라 하는데, 순양은 곧 육양(六陽)인 건괘(乾卦)에 해당하는바, 순양 속에는 장차 음(陰)이 다시 생겨날 조짐이 들어 있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2]서원(西原)의 …… 일 : 서원은 청주(淸州)의 고호로서, 즉 청주 한씨(淸州韓氏)인 상당군(上黨君) 한수(韓脩)와 함께 누각 위에서 술 마시던 일을 말한 것이다.
[주D-003]바람 앞의 옥수(玉樹) :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최종지는 깨끗한 아름다운 소년인데, 술잔 들고 흰 눈으로 청천을 바라보면, 바람 앞에 임한 옥수처럼 깨끗하였네.[宗之瀟灑美少年 擧觴白眼望靑天 皎如玉樹臨風前]”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은하가 …… 때 : 두보(杜甫)의 〈동제공등자은사탑(同諸公登慈恩寺塔)〉 시에, “북두칠성은 북쪽 문호에 있고, 은하는 소리 내어 서쪽으로 흐르네.[七星在北戶河漢聲西流]” 한 데서 온 말로, 가을이 점차 깊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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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겹 구름 연기가 작은 누각 옹위하거니 / 萬疊雲煙拱小樓
시 읊조리는 걸 어찌 죽기 전에 그만두랴 / 吟哦肯向死前休
시는 새 발톱인 양 가려운 데 긁기가 좋고 / 詩如鳥爪宜爬癢
산은 미인의 눈썹인 양 또 시름을 띠었네 / 山似蛾眉又帶愁
먼 봉우리 편평한 언덕은 자태가 온화하고 / 遠岫平岡多醞藉
길고 짧은 시편들은 혹 풍류롭기도 하구나 / 長篇短律或風流
인간의 마음과 행적이 둘 다 청결한 곳에 / 人間心迹雙淸處
앞으론 그 밖의 것 안 구하길 자부하노라 / 自負從今不外求
조계종(曹溪宗)에서 선불시(選佛試)를 열어 법계(法階)에 오른 이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판사(判事) 대선사(大禪師)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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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계 올라 선불시로 법계 오른 이 얻으니 / 登階選佛得登階
성대한 일이 온 도성 거리에 떠들썩하네 / 盛事喧嘩遍九街
의발은 전할 데 있어 소망을 이뤘거니와 / 衣鉢有傳應愜望
종문은 다시 떨쳐서 마음 또한 유쾌하리 / 宗門復振可開懷
쌍봉이 단혈에서 나는 걸 모두 보았거니 / 共瞻雙鳳飛丹穴
군룡이 악와에서 나온 걸 그 누가 쳐주랴 / 誰數羣龍出渥洼
늙은 목은은 지금껏 법을 이을 이 없는 채 / 老牧至今無嗣法
꾀꼬리 우는 녹음 아래 재계하듯 앉았다네 / 綠陰黃鳥坐如齋
[주C-001]법계(法階) : 승 과(僧科)에 합격한 승려(僧侶)에게 국가에서 주던 칭호로,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이 서로 다른데, 제1계인 대선(大選)에서부터 대덕(大德), 대사(大師), 중대사(中大師), 삼중대사(三重大師)까지는 선종과 교종이 똑같고, 그 위에 법계로는 선종에서는 선사(禪師), 대선사(大禪師)라 하고, 교종에서는 수좌(首座), 승통(僧統)이라고 하였다.
[주D-001]쌍봉(雙鳳)이 …… 걸 : 《산해경(山海經)》에 의하면, 단혈산(丹穴山)에 봉황(鳳凰)이 있다고 한 데서 온 말인데, 특히 쌍봉은 재덕(才德)이 당대에 뛰어난 두 사람의 비유로 쓰인다.
[주D-002]군룡(羣龍)이 …… 걸 : 한 무제(漢武帝) 때에 악와(渥洼)라는 물에서 용마(龍馬)가 나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고풍(古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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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반드시 범을 따르고 / 有風必從虎
구름은 반드시 용을 따라서 / 有雲必從龍
만물이 다 보게 되는 바이라 / 萬物所共覩
성인이 그 으뜸이 되는 걸세 / 聖人爲之宗
뭇 선은 순일한 데로 화합하고 / 衆善協于一
모든 물은 동으로 흐르는 것이 / 衆水流于東
이치의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 理勢所自然
찬란하기 고금이 똑같고말고 / 粲爛今古同
내가 뭇사람의 추향을 보건대 / 我觀衆所向
혹은 시속에 얽매임을 받으면서 / 或爲時所拘
도에 꼭 합치하지도 못하나니 / 於道未必合
이는 끝내 도모할 바 아니었네 / 終然非所圖
순리란 곧 물이 평지에 있다가 / 如水在平地
낮은 데로 따라 흐름과 같나니 / 遇下隨以趨
지혜로써 천착하는 바가 되어 / 無爲智所鑿
인국을 구렁으로 삼진 말아야지 / 鄰國以爲溝
문사는 통창함에 달렸을 뿐이라 / 文辭在於達
가식된 언행을 더럽게 여기거니와 / 梔蠟人鄙之
한번만 봐도 도가 있음을 알거니 / 道存目擊間
어찌 많은 말을 할 것이 있으랴 / 多言復何爲
이런 때문에 저 합공이 / 所以彼蓋公
조공의 스승이 되어서 / 得爲曹公師
청정으로 백성을 편안케 했으니 / 淸淨民以寧
천재에 사람을 생각하게 하누나 / 千載令人思
[주D-001]바람은 …… 걸세 : 《주 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같은 소리가 서로 응하며, 같은 기가 서로 구하여, 물은 습한 데로 흐르며, 불은 건조한 데로 나가며, 구름은 용을 따르며, 바람은 범을 따르는지라. 성인이 일어나면 만물이 다 보게 된다.[同聲相應 同氣相求 水流濕 火就燥 雲從龍 風從虎 聖人作而萬物覩]” 한 데서 온 말로, 명군 현신(明君賢臣)이 서로 만난 것을 말하는데, 또는 모든 인류(人類)는 다 같이 성인(聖人)을 우러러 높이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주D-002]뭇 …… 화합하고 : 《서경(書經)》 함유일덕(咸有一德)에, “덕은 일정한 스승이 없고 선을 주로 하는 것이 스승이며, 선은 일정한 주인이 없고 덕이 순일한 데로 화합한다.[德無常師 主善爲師 善無常主 協于克一]”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지혜로써 …… 말아야지 : 맹 자(孟子)가 이르기를, “지혜를 미워하는 것은 천착하기 때문이니, 만일 지혜로운 자가 우 임금이 물을 흘러가게 하듯이 한다면 지혜를 미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우 임금이 물을 흘러가게 한 것은 일삼은 바가 없이 자연의 형세에 따른 것이니, 만일 지혜로운 자가 또한 일삼은 바가 없음을 행한다면 지혜가 또한 클 것이다.[所惡於智者 爲其鑿也 如智者若禹之行水也 則無惡於智矣 禹之行水也 行其所無事也 如智者亦行其所無事則智亦大矣]” 한 것과 또 백규(白圭)란 사람이 일찍이 홍수(洪水)를 다스리면서 제방(堤防)을 쌓아 물을 막아서 이웃 나라로 쏟아 내리고는, 스스로 자기의 치수(治水)가 우 임금보다 낫다고 말한 데 대하여, 맹자가 또 이르기를, “우 임금은 사해를 구렁으로 삼았거늘, 지금 그대는 이웃 나라를 구렁으로 삼았구려.[禹而四海爲壑 今吾子以隣國爲壑]”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離婁下, 告子下》
[주D-004]합공(蓋公)이 …… 했으니 : 한 효혜제(漢孝惠帝) 때 조참(曹參)이 제상(齊相)이 되었을 적에 그곳에서 가장 뛰어난 유자(儒者)로서 특히 황로(黃老)의 학설에 밝았던 합공을 초빙(招聘)하여 치도(治道)를 물으니, 합공이 청정(淸淨)함으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저절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해 주자, 조참이 마침내 자신이 정당(正堂)을 피해서 합공을 그곳에 모시고 수시로 그에게 치도를 자문하여 다스린 결과, 끝내 제나라가 잘 다스려졌던 데서 온 말이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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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조화옹의 크나큰 용광로는 / 天地帝洪爐
어찌 그리 수고롭게 주조하는고 / 鼓鑄一何勞
이치는 가져다 주인으로 삼고 / 理以爲之主
기는 가져다 무리를 나누었으니 / 氣以分其曹
희소하긴 혹 기린 뿔과도 같지만 / 少或似麟角
많기론 어찌 소 털 정도뿐이랴 / 多奚啻牛毛
인의가 바로 고량진미인 데다 / 仁義是膏粱
예법을 조복 차림으로 삼아서 / 禮法爲笏袍
찬연히 온 천하에 입히었거니 / 粲然被天下
내 생이 그 어디로 도피할쏜가 / 吾生安所逃
한 집안도 역시 천지와 같아서 / 一家亦天地
위육이 내 성의로 말미암거니 / 位育由吾誠
부모와 처자와의 사이는 / 父母與妻子
등급이 어찌 그리도 분명한고 / 等級何分明
은혜와 사랑 하나로 관철시키면 / 恩愛貫以一
예절은 이를 따라서 생기느니라 / 禮節隨以生
이를 범하면 패역이라 하거니 / 犯之曰悖逆
세도가 태평을 잃게 되고말고 / 世道失太平
그래서 제가로부터 시작하나니 / 所以自家始
군자는 스스로 경홀히 말아야지 / 君子勿自輕
[주D-001]희소하긴 …… 정도뿐이랴 : 기 린의 뿔은 아주 희소하여 얻기 어려운 것이므로, 전하여 아주 희소하여 얻기 어려운 인재(人才)나 사물(事物)에 비유한다. 《포박자(抱朴子)》 극언(極言)에, “재물과 여색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거나, 속된 말을 듣고 의지가 꺾이지 않는 자는 만 명 가운데 한 사람만 있어도 많은 것이다. 그러므로 하는 자는 소의 털처럼 많으나, 얻는 자는 기린의 뿔처럼 드문 것이다.[若夫睹財色而心不戰 聞俗言而志不沮者 萬夫之中有一人爲多矣 故爲者如牛毛 獲者如麟角也]”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위육(位育)이 …… 말미암거니 : 위육은 《중용장구》 제1장에, “중화를 이루면 천지가 제자리에 편안해지고, 만물이 생육을 이루게 된다.[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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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랗고 높다랗고 / 峩峩峩峩
광대하고 광대하여라 / 洋洋洋洋
광대하고도 다시 높다랗고 / 洋洋復峩峩
높다랗고도 다시 광대하여라 / 峩峩復洋洋
금심에서 맑은 바람이 일어나니 / 琴心淸風生
산과 바다는 왜 그리 아득한고 / 山海何渺茫
하도 아득하여 볼 수는 없지만 / 渺茫不可見
당 안에 가득 펼쳐 있는 듯하네 / 森然滿中堂
창백한 얼굴 백발에 몰골은 초췌하건만 / 蒼顔白髮貌憔悴
가슴으론 운몽택 여덟아홉을 삼키는데 / 胸呑雲夢澤八九
해와 달이 그 곁에서 나고 들고 하기에 / 日月出沒於其傍
멀리 반고를 좇아서 태초를 탐구하고 / 遠從盤古探其初
위로는 검은 하늘을 더듬어보고 / 上以捫玄蓋
아래로는 누런 대지를 유람하네 / 下以循黃輿
삼황오제가 처음 노끈 맺어 다스릴 땐 / 三皇五帝始結繩
표지 야록의 형세가 순박하기만 했는데 / 標枝野鹿淳朴餘
하늘도 또한 예법이 일어남을 싫어하여 / 皇天亦惡禮法起
홍수로 깨끗이 씻어 폐허로 만들어버리매 / 濯以洪水成丘墟
요순이 탄식하며 대우를 명해 다스렸으니 / 堯咨舜嗟命大禹
대우가 아니면 우리는 고기가 되었으리 / 微禹微禹吾其魚
순 임금이 이에 오현의 거문고를 만들어 / 於是作五絃之琴
남풍 시를 노래하여 지금까지 전해 오는데 / 歌以南風傳至今
재물 많고 노염 풂이 가장 큰 욕망이거니 / 阜財解慍是大欲
아아 양양 따위는 마음만 괴롭힐 뿐이라 / 峩峩洋洋徒苦心
우 임금이 다시 나도 응당 싫어하려니와 / 使禹復生必不樂
더구나 백성 고통 깊은 때를 만났음에랴 / 況値膏肓民病深
나는 지금 거문고 타서 남풍 시 노래하여 / 我今撫琴歌南風
이 세상을 곧장 요순 시대로 올려놓으매 / 躋世直與唐虞同
황하 맑고 바다 평온코 광악이 합쳐져서 / 河淸海晏光岳合
마치 소균 가운데서 춤을 추는 것 같네 / 蹈舞如在韶鈞中
왜 굳이 아양곡을 다시 연주할 것 있으랴 / 何須更奏峩洋曲
성인이 예모 갖춰 구중궁궐에 앉았는걸 / 聖人垂衣坐法宮
[주C-001]아양편(峩洋篇) : 춘 추 시대 백아(伯牙)는 거문고를 잘 타고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는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들었는데, 백아가 일찍이 높은 산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듣고 말하기를, “좋다, 높다란[峩峩] 것이 마치 태산(泰山)과 같구나.” 하였고, 또 백아가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또 말하기를, “좋다, 광대한[洋洋] 것이 마치 강하(江河)와 같구나.”라고 하여, 백아가 생각한 것은 종자기가 반드시 다 알아들었으므로, 종자기가 죽은 뒤로는 백아가 자기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마침내 거문고를 부숴버리고 종신토록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둘도 없는 지기지우(知己之友)의 관계를 의미한다. 《列子湯問》
[주D-001]가슴으론 …… 삼키는데 : 사 마상여(司馬相如)의 〈상림부(上林賦)〉에, “초나라에는 칠택이 있어, 그중에 하나인 운몽택은 사방이 구백 리 인데, 운몽택 같은 것 여덟아홉 개를 삼키어도 가슴속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楚有七澤 其一曰雲夢 方九百里 呑若雲夢者八九其於胸中曾不蔕芥]”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광대한 포부를 의미한다.
[주D-002]반고(盤古) : 천지(天地)가 개벽(開闢)된 처음에 나와서 이 세상에 군림했다는 태고 시대 천자(天子)의 호칭이다.
[주D-003]삼황오제(三皇五帝)가 …… 땐 : 상 고 시대 문자(文字)가 없을 적에 노끈으로 매듭을 지어 정령(正令)의 부호로 썼던 일을 말한다.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상고 적에는 노끈을 맺어서 다스렸는데, 후세에 성인이 이를 서계로 바꾸었다.[上古結繩而治後世聖人易之以書契]” 하였다.
[주D-004]표지 야록(標枝野鹿) : 표 지는 나무 끝에 있는 가지를 가리키는데, 이는 상고 시대의 위에 있는 임금이 아무 하는 일 없이 담박하게 있었던 것을 비유한 말이고, 야록은 들판에 뛰노는 사슴을 가리키는데, 이는 상고 시대의 아래 백성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양양 자득했던 것을 비유한 말이다. 《莊子 天地》
[주D-005]홍수(洪水)로 …… 다스렸으니 : 요순(堯舜) 시대에 큰 홍수가 나서 온 중국(中國)에 범람했을 때,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명하여 그 홍수를 다스리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書經 舜傳》
[주D-006]대우(大禹)가 …… 되었으리 : 우 임금이 홍수를 다스렸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춘추 시대 유 정공(劉定公)이 천자(天子)의 명을 받아 낙수(洛水) 가에서 조맹(趙孟)을 접대할 적에 유 정공이 말하기를, “아름답다, 우 임금의 공이여. 밝은 덕이 원대하도다. 우 임금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물고기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美哉禹功明德遠矣 微禹吾其魚乎]” 하였다. 《春秋左傳 昭公 1年》
[주D-007]순(舜) 임금이 …… 욕망이거니 : 순 임금이 일찍이 손수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어 타면서 〈남풍(南風)〉 시를 지어 노래했는데 그 시에, “남풍의 훈훈함이여, 우리 백성의 노염을 풀 만하도다. 남풍이 제때에 불어옴이여, 우리 백성의 재물을 풍부하게 하리로다.[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慍兮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 한 데서 온 말이다. 《孔子家語辯樂解》
[주D-008]황하(黃河) …… 합쳐져서 : 황 하가 맑고 바다가 평온하다는 것은 천하가 태평함을 의미한 말이고, 광악(光岳)은 삼광 오악(三光五岳)의 약칭으로 곧 천지(天地)를 의미하는데, 원(元)나라 마단림(馬端臨)의 《문헌통고(文獻通考)》 자서(自序)에, “광악이 나누어진 이후로 풍기가 날로 경박해졌다.[光岳旣分 風氣日漓]” 한 데서 온 말로, 광악이 합쳐졌다는 것은 바로 풍기가 순후해졌음을 의미한다.
[주D-009]소균(韶鈞) : 소는 순(舜) 임금의 음악 이름이고, 균은 천상(天上)의 미묘한 음악인 균천광악(鈞天廣樂)을 가리킨 것으로, 전하여 매우 아름다운 악곡(樂曲)을 의미한다.
앉아서 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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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졸다 갑자기 태평 세계로 들어가니 / 坐睡俄然入大和
흑첨의 고장이 바로 하나의 별천지로세 / 黑甜鄕是一山河
참으로 순진 무위한 어린아이와 같거니 / 眞同赤子純無僞
세상의 권모술수가 내게 무슨 상관이랴 / 世上機關奈我何
[주D-001]흑첨(黑甜)의 고장 : 곤히 잠든 상태를 비유한 말이다.
자복(子復)이 또 두어 편(篇)을 읽는 동안에 나는 피곤하여 읍(揖)하고 물러 나왔다가 이윽고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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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으로 사원을 어찌 놓은 적 있으랴 / 詞源晝夜何曾舍
예로부터 그 여파는 천하에 미쳤는걸 / 自古餘波及天下
장차 성역을 찾기 위해 문장을 열람하고 / 將尋聖域見文章
오랑캐 풍속 면하려고 중원을 짝하였네 / 欲免夷風配華夏
자기까지 더럽힐 듯 뒤도 안 보고 가고 / 望望然去將浼焉
이끗 얻기 급급하듯 명예에 급급하여라 / 汲汲於名猶利也
가장 한스러운 건 난 이제 정력이 쇠했으니 / 最恨我今精力衰
그대가 황조의 고아함 이어 취하기 바라네 / 幸君繼取皇朝雅
[주D-001]사원(詞源) : 문장(文章)이 용솟음쳐 나오는 근원을 말한다. 두보(杜甫)의 〈취가행(醉歌行)〉에, “문장의 근원은 삼협의 물을 기울인 듯하고, 필력의 전진은 천군을 쓸어낼 기세로다.[詞源倒流三峽水 筆陣獨掃千人軍]” 하였다.
[주D-002]자기까지 …… 가고 : 맹 자(孟子)가 백이(伯夷)를 두고 이르기를,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미루어서, 무례한 향인과 더불어 서 있을 때에 향인의 관이 반듯하지 못하거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려서 마치 자기까지 더럽힐 것처럼 여겼다.[推惡惡之心 思與鄕人立 其冠不正 望望然去之 若將浼焉]”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公孫丑上》
[주D-003]이끗 …… 급급하여라 : 사 마광(司馬光)의 〈간원제명기(諫院題名記)〉에, “이 관직에 있는 자는……오로지 국가만 이롭게 하고 자신의 모책을 하지 않는 것이라, 그들이 명예를 얻고자 급급해하는 것은 마치 이끗을 얻고자 급급해하는 것과 같다.[居是官者……專利國家 而不爲身謀 彼汲汲於名者 猶汲汲於利也]” 한 데서 온 말이다.
자복(子復)이 법주(法酒)와 말린 석수어(石首魚)를 대접해 준 데 대하여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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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비늘은 석수어라 이름하는데 / 細鱗名石首
아름다운 술은 춘심을 채워 주네 / 美酒實春心
거품 뜬 술은 향기가 막 풍기고 / 浮蟻香初動
말린 고기는 맛이 절로 깊구나 / 乾魚味自深
현문은 내 사모한 바 아니거니와 / 懸門非我慕
입실은 아마 그대의 읊조림일레 / 入室想君吟
다시 약조하세나 여흥으로 가서 / 更約驪興去
거나하여 푸른 물가서 낚시질하길 / 微酣釣碧潯
[주D-001]현문(懸門) : 옛 날 내성문(內城門)에 설치한 문을 가리킨다. 현문은 평상시에는 걸어 올려두었다가 적(敵)이 쳐들어올 때만 내리닫아서 방수(防守)를 견고히 했다고 하는데, 환관(桓寬)의 《염철론(鹽鐵論)》에, “인의(仁義)의 덕(德)은 없이 부귀(富貴)의 녹(祿)만 있으면 마치 함정(陷穽)을 밟고 현문 밑에서 음식(飮食)을 먹는 것과 같다.”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분에 넘치는 국은(國恩)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2]입실(入室)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유는 당에까지 올랐고 실에만 들지 못했을 뿐이다.[由也升堂矣 未入於室也]” 한 데서 온 말로, 학문(學問)의 조예가 매우 깊은 것을 의미한다. 《論語 先進》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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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빗소리 들으니 흥을 가눌 길 없는데 / 曉窓聞雨興難裁
더구나 이웃에서 술까지 보내왔음에랴 / 況有比鄰送酒來
얌전한 아내가 바야흐로 주안상 봐오니 / 擧案齊眉方進食
화기를 인도해라 봄 누대 오른 듯하구려 / 導行和氣似春臺
비를 대하여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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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과 떡이 전원에 두루 펼쳐진 때에 / 羅紈餠餌遍田園
나그네는 홀로 문 닫고 시를 읊노라니 / 有客吟詩獨閉門
천도는 하도 아득해 이름지을 수 없지만 / 天道冥冥名不得
태평스런 생활은 바로 임금의 은혜라네 / 太平煙火是君恩
푸른 도롱이는 절로 촘촘함이 좋거니와 / 綠簑衣自宜於細
붉은 벽의 글씨는 오래도록 어둑하겠지 / 紅壁書應久矣昏
표일한 흥취 처량한 생각 다 쓸어버리고 / 飄逸淒涼俱掃去
백성 근심 한 생각만 아직 맘에 두노라 / 憂民一念尙心存
[주D-001]비단과 …… 때에 : 소 식(蘇軾)의 〈남원(南園)〉 시에, “고운 복사꽃 푸른 버들을 심지 않은 뜻은, 사군이 농상의 일을 권면키 위함이었으리. 뽕나무밭엔 비 지나서 비단옷이 번드르하고, 보리밭둑엔 바람 불어 떡 향기가 물씬 풍기네.[不種夭桃與綠楊 使君應欲候農桑 春疇雨過羅紈膩 麥壟風來餠餌香]” 한 데서 온 말로, 비단은 뽕나무를 가리킨 말이고, 떡은 곡식을 가리킨 말이다.
[주D-002]붉은 …… 어둑하겠지 : 당(唐)나라의 시인 허혼(許渾)의 〈재유고소옥지관(再游姑蘇玉芝觀)〉 시에, “달빛 어린 푸른 창은 오늘 밤의 술자리요, 비 어둑했던 붉은 벽엔 거년의 글씨로다.[月過碧窓今夜酒 雨昏紅壁去年書]” 한 데서 온 말이다.
자복(子復)이 보내 준 고기와 술을 얻고 인하여 여강(驪江)의 흥취를 일으키어 단가(短歌)를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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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산 아래 구름은 아득하기만 하고 / 馬山山下雲冥冥
여강의 강가의 바람은 맑고도 서늘한데 / 驪江江上風泠泠
돌아갈 곳을 못 돌아간 지 지금 몇 년인고 / 可歸不歸今幾年
내 노래 한 곡조를 그 누가 들어줄런가 / 我歌一曲誰其聆
동에는 용연이 있고 북에는 호암이 있고 / 東有龍淵北虎巖
서쪽은 백사장이요 남쪽은 자정대로다 / 西爲白沙南紫汀
당시엔 관현악 소리가 운우처럼 들렜는데 / 當時管絃雲雨鬧
오늘은 전쟁으로 되놈의 구린내만 풍기네 / 今日戈甲煙塵腥
마산은 이제 그만이라 갈 수가 없거니와 / 馬山已矣不可往
경호는 하사받아 왕의 은덕을 입었으니 / 敕賜鏡湖荷王靈
경호는 바로 우리 여흥에 있는 강물이라 / 鏡湖是我驪興水
강 양쪽의 산은 비단 병풍을 펼친 듯한데 / 江岸山如開錦屛
물고기 헤엄치는 건 즐기기에 넉넉하련만 / 江鱗游泳足娛樂
우연히 만난 중에겐 친절할 것 없다마다 / 野僧邂逅非丁寧
봄바람 가을 달 아랜 노 두들기 좋을 테고 / 春風秋月好擊楫
섣달 눈 여름 빗속에도 배를 띄울 만하리 / 臘雪暑雨猶揚舲
명산이라 좋은 경치가 좌우에 널렸거니 / 名山勝境在左右
홑 적삼 짧은 모자가 얼마나 고독할꼬만 / 單衫短帽何伶仃
천명 즐기며 함께 자연의 변화 따르련다 / 樂夫天命共乘化
인생의 모이고 헤어짐은 부평초나 같은걸 / 人生聚散如浮萍
자복의 상재는 본디 여기에 심어졌건만 / 子復桑梓此焉植
늙은 목은과 이웃하길 어찌 용납할쏜가 / 肯容老牧聯門庭
늙은 목은과 이웃하길 어찌 용납할쏜가 / 肯容老牧聯門庭
거울 속의 내 머리털 한창 희뜩희뜩한걸 / 鏡中吾髮方星星
[주D-001]마산(馬山) : 한산(韓山)의 고호이다.
[주D-002]경호(鏡湖) : 당 현종(唐玄宗) 때 비서감으로 있다가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하지장(賀知章)에게 현종이 경호의 섬계(剡溪) 일곡(一曲)을 하사했던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곧 저자에게 우왕(禑王)이 일찍이 여흥(驪興)의 토전(土田)을 하사한 것을 경호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3]자복(子復)의 …… 심어졌건만 : 상 재(桑梓)는 뽕나무와 가래나무를 가리키는데,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변(小弁)의 “부모가 심은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반드시 공경해야 하거든, 우러러볼 건 의당 아버지이며, 의지할 건 의당 어머니임에랴.[維桑與梓 必恭敬上 靡瞻匪父 靡依匪母]” 한 데서 온 말로, 즉 조상(祖上)이 살았던 고향을 말하고, 자복은 민안인(閔安仁)의 자인데, 그는 민지(閔漬)의 후손으로 본관이 여흥(驪興)이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허우헌(許迂軒)이 초계(草溪) 객사(客舍)의 굽은 소나무에 제(題)하기를, “공명의 굴레 못 벗어난 이 백발 늙은이가, 허리 안 굽힐 데 굽힌 건 시속 바람 때문인데, 세상일과 상관없는 저 푸른 수염 늙은이는, 뉘에게 잘보이려고 매양 몸을 굽힌단 말인가.[未脫名韁白髮翁 折腰非處爲時風 不關世事蒼髥叟 悅眼何人每鞠躬]”라고 하였으므로, 삼가 그 운(韻)에 차하여 그 시의 뜻을 밝히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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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하게 상산의 저 노인들과 짝했으니 / 落落商山伴彼翁
소나무는 천재에 고상한 풍도가 있었지 / 蒼官千載有高風
강후에게 문서 뒷면을 누가 보여줬던고 / 絳侯牘背誰相示
매질하는 관청 마당이라 잠시 몸 굽혔으리 / 鞭朴庭中暫曲躬
[주C-001]허우헌(許迂軒) : 고 려 말기의 문신 허옹(許邕)의 호이다. 허옹은 충숙왕(忠肅王) 때 문과(文科)에 급제하여 감찰 장령(監察掌令) 등을 역임했고, 뒤에 벼슬이 전리 판서(典理判書)에 이르렀는데, 그는 특히 청렴 강직(淸廉剛直)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한다.
[주C-002]푸른 수염 늙은이 : 소나무의 별칭이다.
[주D-001]상산(商山)의 저 노인들 : 진 (秦)나라 말기에 난리를 피해 상산에 은거한 네 노인[四皓] 즉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을 가리키는데, 한 고조(漢高祖)가 일찍이 그들을 초빙하려고 수년 동안이나 찾았지만, 그들은 깊이 숨어 버리고 나오지 않았다.
[주D-002]강후(絳侯)에게 …… 보여줬던고 : 한 문제(漢文帝) 때 강후 주발(周勃)이 승상(丞相)에서 물러나 강현(絳縣)에 취임해 있다가 ‘주발이 모반(謀反)하려 한다’는 어떤 자의 고변(告變)으로 인하여 무고하게 장안(長安)으로 체포되어 가서 조사를 받던 중, 어떻게 소명(疏明)을 해야 할지 몰라서 옥리(獄吏)에게 천금(千金)을 주고 방도를 강구한 결과, 옥리가 문서의 뒷면에다 “공주로 증거를 대라.[以公主爲證]”는 말을 써서 보여 주므로, 그의 말대로 공주를 증거로 삼아서 가까스로 용서를 받고 풀려나게 되었던 데서 온 말인데, 공주는 바로 문제(文帝)의 딸로서 주발의 자부(子婦)가 되었으므로, 그를 증거로 삼게 했던 것이다. 《史記 卷57 絳侯周勃世家》
우중(雨中)에 정원재(鄭圓齋)가 시를 지어 주므로, 그 운에 차하여 붓을 달려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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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도량을 누가 능히 아우를꼬 / 雅量誰能幷
한거하는 것밖에 무얼 더 원하랴 / 閑居肯願餘
석 잔 술에 바야흐로 취한 뒤요 / 三杯方醉後
한 와상에 잠자려는 처음이로다 / 一榻欲眠初
비 올 기미엔 거문고가 축축해지고 / 雨氣琴將潤
산빛은 그림도 그만은 못하겠네 / 山光畫不如
목옹이 어찌 그 책망을 면할쏜가 / 牧翁那免責
정히 솔개와 고기에 나타났는걸 / 政爾察鳶魚
공(公)의 시에 자기의 기호(嗜好)하는 쪽으로 나를 끌어들이려는 뜻이 있으므로, 직언(直言)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D-001]정히 …… 나타났는걸 : 《중 용장구》 제12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 하였으니, 천도가 위아래에 나타난 것을 말한 것이다.[詩云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단지 솔개와 물고기가 영역을 각각 달리하듯이 사람 또한 생활이나 취미를 각각 제 나름대로 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 것이다.
앞의 운(韻)을 사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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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한창 융성한 즈음이요 / 竺敎興隆際
유풍은 아주 손상된 나머지라 / 儒風椓喪餘
분잡스럽게 외물만 쫓다가 보니 / 紛然逐於外
타고난 본성 회복은 드문 이때에 / 鮮矣復其初
도 배우느라 책끈은 삼절했는데 / 學道編三絶
불법 얻고자 사여까지 찬송하네 / 觀空偈四如
누가 알리요 원재의 높은 경지가 / 誰知圓境界
곰 발바닥에 생선까지 겸했음을 / 熊掌得兼魚
뛰어난 자취는 유완에 참여하고 / 勝跡參劉阮
깊은 교의는 이여를 경계하기에 / 深交戒耳餘
돈독한 우의는 절로 자별하거니와 / 金蘭方自表
산수 좋아함은 초심을 따르고파라 / 洞壑欲從初
내 행적은 풍파가 바로 그것이요 / 我跡風波是
공의 풍채는 옥수와 영락없건만 / 公姿玉樹如
서로 만남이 뭐 괴이할 것 있으랴 / 相逢何所怪
바다 속의 비목어나 똑같은걸 / 比目海中魚
당상 모친은 연세가 높은 날이요 / 堂上高年日
온 가문은 복을 쌓은 나머지로다 / 門中積慶餘
시 짓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요 / 詩班自今始
채의로 춤추는 건 내 처음 같구려 / 舞彩似吾初
혼정신성만 한창 열심히 할 뿐 / 定省方勤止
이끗 꾀하는 건 전혀 상관 않거니 / 營求蓋闕如
후일에 하늘이 아끼지 않으리라 / 他年天不靳
겨울의 죽순과 얼음 속의 잉어를 / 冬笋與氷魚
[주D-001]도(道) …… 삼절(三絶)했는데 : 공자(孔子)가 만년에 《주역》을 좋아하여 하도 많이 읽은 나머지, 가죽끈으로 맨 책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47 孔子世家》
[주D-002]불법(佛法) …… 찬송하네 : 사 여(四如)는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에, “일체유위의 법칙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도 같나니, 응당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한다.[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如露 亦如電 應作如是觀]”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곰 …… 겸했음을 : 맹 자(孟子)가 이르기를, “생선 요리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이요, 곰 발바닥 요리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이지만, 이 두 가지를 겸하지 못할 바엔 생선을 그만두고 곰 발바닥을 취하리라.[魚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告子上》
[주D-004]뛰어난 …… 참여하고 : 유완(劉阮)은 위진(魏晉) 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 가운데 유령(劉伶)과 완적(阮籍) 두 사람을 병칭한 말인데, 그들은 특히 술을 아주 즐겨 마시고 방달(放達)하기로 유명했다.
[주D-005]깊은 …… 경계하기에 : 이 여(耳餘)는 한(漢)나라 때 장이(張耳)와 진여(陳餘) 두 사람을 병칭한 말인데, 그들이 처음에는 아주 친한 친구로서 문경교(刎頸交)까지 맺은 사이였으나, 뒤에는 세리(勢利)로써 서로 경쟁을 한 결과, 마침내 장이가 지수(汦水) 가에서 진여의 목을 베는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전하여 친구 사이가 유종(有終)의 미를 거두지 못한 데에 비유한다.
[주D-006]비목어(比目魚) : 눈이 각각 한쪽에만 달린 고기로서 두 마리가 만나야만 비로소 나란히 다닐 수가 있으므로 이렇게 이름한 것인데, 전하여 정분(情分)이 매우 두터운 친구 사이나 부부(夫婦) 사이에 비유한다.
[주D-007]혼정신성(昏定晨省) : 어버이를 효도로 섬기어, 저녁에는 잠자리를 보살펴 드리고, 새벽에는 문안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주D-008]겨울의 …… 잉어를 : 삼 국(三國) 시대 오(吳)의 효자(孝子) 맹종(孟宗)이 어느 겨울철에 자기 어머니가 죽순(竹筍)을 먹고 싶어 하므로, 그가 대밭에 들어가서 슬피 탄식하자 갑자기 죽순이 나타났다는 고사와 진(晉)나라 때 효자 왕상(王祥)이 어느 추운 겨울날에 자기 어머니가 생어(生魚)를 먹고 싶어 하자, 그가 꽁꽁 얼어붙은 강으로 나가서 웃옷을 벗고 얼음 위에 드러누워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던 차에 갑자기 얼음이 저절로 깨지면서 잉어 두 마리가 뛰어 나오므로, 이것을 가져다가 어머니를 봉양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이런 일들은 다 자식의 큰 효성(孝誠)에 하늘이 감동한 소치(所致)라고 한다. 《三國志 卷48 孟浩傳註》 《晉書 卷33 王祥列傳》
밤비가 내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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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가 텅 빈 뜨락에 쉬지 않고 내리니 / 夜雨空階滴不休
병든 나머지에 흥취가 더욱 유유하구나 / 病餘情興轉悠悠
신선은 이미 멀어졌으니 누가 청골이랴 / 神仙已遠誰靑骨
천지는 무궁한데 나는 이제 백발이로세 / 天地無窮我白頭
여생이 여울 오르기 같음을 자못 믿겠거니 / 頗信殘年如上瀨
당일에 동주를 하려던 게 가련하기만 하네 / 可憐當日欲東周
지금 나의 심적을 누가 능히 분변할꼬 / 祗今心跡誰能辨
원룡의 백척루에 높이 누워 있다마다 / 高臥元龍百尺樓
유유한 천지에 태평 시대가 그 얼마였나 / 天地悠悠幾太平
일생 백년의 심적은 비평에 부칠 뿐이네 / 百年心迹付譏評
관청 문서에 홍무란 글자가 있음으로부터 / 自從案牘有洪武
의관이 명나라 것 아니라고 누가 말하랴 / 誰道衣冠非大明
병든 학은 소나무에 깃들어 모양이 참담한데 / 病鶴棲松形慘淡
큰 고래는 바다에 놀아 형세가 종횡무진일세 / 長鯨戲海勢縱橫
누구와 함께 등잔 앞의 빗소리를 들을꼬 / 何人共聽燈前雨
노년이라 무단히 온갖 감회가 우러나누나 / 老境無端百感生
[주D-001]청골(靑骨) : 선골(仙骨) 즉 신선(神仙)을 의미한다.
[주D-002]당일에 …… 게 : 동 주(東周)는 곧 주(周)나라의 도를 동방(東方)에 일으킨다는 뜻으로, 공자(孔子)가 일찍이 계씨(季氏)의 가신(家臣)으로서 계씨를 배반한 공산불요(公山弗擾)의 부름을 받고 가려고 했을 때, 자로(子路)가 이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자, 공자가 이르기를 “나를 부르는 자가 어찌 공연히 부르겠느냐. 만일 나를 써 주는 자가 있기만 하면 내가 동주를 할 수 있으리라.[夫召我者 而其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陽貨》
[주D-003]원룡(元龍)의 …… 있다마다 : 지 기(志氣)가 매우 고상(高尙)함을 의미한 말이다. 삼국(三國) 시대에 허사(許汜)가 일찍이 유비(劉備)와 얘기를 나누던 중, 자기가 한번은 진등(陳登)을 찾아갔는데, 진등이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주인인 자신은 높은 와상으로 올라가 눕고 손님인 자기는 아래 와상에 눕게 하더라고 말하자, 유비가 말하기를, “그대의 말이 채택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인(小人) 같았으면 자신은 백척루(百尺樓)로 올라가 눕고 그대는 땅바닥에 눕게 했을 것이다. 어찌 위아래의 차이만 두었겠는가.”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4]홍무(洪武) : 명 태조(明太祖)의 연호로, 기간은 1368년에서 1398년까지이다.
[주D-005]누구와 …… 들을꼬 : 당 (唐)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야우기북(夜雨寄北)〉 시에, “어찌하면 함께 서창의 촛불똥을 자르면서, 문득 파산의 밤비 내리던 때를 얘기해 볼꼬.[何當共翦西窓燭 却話巴山夜雨時]”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정의(情誼)가 두터운 친구를 그리는 뜻으로 쓰인다.
일찍이 사은숙배(謝恩肅拜)한 삼중대광(三重大匡)의 관함(官銜)을 우연히 열람하다가 장난삼아 제(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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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구십 숫자는 사람마다 낮게 여기지만 / 八九十爲人所卑
남은 수 하나를 제하면 태사라 칭하는데 / 餘零除一稱台司
나는 삼 자가 끝내 무슨 뜻인지 모를레라 / 不知三字終何意
직무는 없으면서 몸에만 붙어다니네그려 / 仕則相違己則隨
입성하여 조정에 앉아서는 정사를 보고 / 入省坐朝聞政事
봉군 되어 집에 와서는 문사를 관장하네 / 封君就第掌文詞
무슨 연유로 문득 산박사의 일을 배워 / 胡然却學算博士
우연히 관함 펼쳐 보다가 이 시를 쓰는고 / 偶閱官銜題此詩
[주D-001]팔구십 …… 칭하는데 : 여 기서 팔구십은 등수(等數)의 개념으로 한 말이고, 하나를 제한다는 것은 곧 팔구십 가운데서 십을 제한다는 뜻이며, 태사(台司)는 바로 삼공(三公)을 가리킨 것으로, 즉 주(周)나라 때 아홉 등급의 관작(官爵) 제도에 있어 십 하나를 제하면 최상 등급인 팔명(八命), 구명(九命)이 되는바, 이 팔명, 구명이 바로 삼공의 지위이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2]나는 …… 붙어다니네그려 : 이때 저자가 삼(三) 자가 든 정일품(正一品) 삼중대광(三重大匡)에 올랐으나, 삼중대광은 문산계(文散階)의 최고 품계일 뿐 삼공(三公)과 같은 직무가 없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3]산박사(算博士) : 본 디 관명(官名)인 산학박사(算學博士)의 약칭인데, 또는 시문(詩文) 중에 숫자에 해당하는 글자를 사용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당(唐)나라 때 낙빈왕(駱賓王)이 시(詩)에서 수(數)로 대(對)하기를 좋아하여, “진나라의 중관은 일백 이의 산하이고, 한나라의 이궁은 삼십 육의 궁이로다.[秦地重關一百二 漢家離宮三十六]”와 같은 시를 잘 지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그를 ‘산박사’로 호칭했던 데서 온 말이다.
시부과(詩賦科)가 설치된 데 대하여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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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바탕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 天質雖然美
정화는 절차탁마에서 이뤄지나니 / 精華要切磋
코끼리가 토끼 길을 가긴 어렵지만 / 象雖難兔徑
꿀은 역시 벌집 속에 있는 거라오 / 蜜亦在蜂窠
궁성과 우성으로 소리를 조절하고 / 宮羽音相協
짜고 신 걸로 맛을 조리하려 했네 / 鹽梅味欲和
늙은이가 매우 다행하게 여기는 건 / 老夫深自幸
내가 윤색한 게 문과에 미쳤음일세 / 潤色及文科
호가(浩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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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가 쇠퇴함은 내 뜻이 게으른 때문이요 / 詩書摧頹吾志倦
산천이 아득함은 내 다리가 불편해서라네 / 岳瀆溟濛吾脚蹇
내 이미 세 잠 잔 누에 같음을 잘 아노니 / 自知已與蠶三眠
송아지 제비처럼 닫고 지저귀긴 다 틀렸지 / 終非犢走燕千囀
멀리 놀긴 글렀기에 길이 문 닫고 있자니 / 遠游已矣長閉門
맑은 계곡 푸른 산봉들이 꿈속에 선하네 / 夢中碧澗縈巘
세속의 영화는 내가 좋아한 바 아니지만 / 世榮非我所甘心
관디 차리고 때론 어가를 수행도 하노니 / 束帶有時陪鳳輦
누가 촌스런 나를 조정 반열에 끼워 주어 / 誰敎山野側朝班
채식자가 다행히도 고기를 먹게 했는고 / 蔬筍幸哉參鼎臠
금년엔 관동 지방 유람하길 결심했거니 / 今年決意關東游
여섯 자의 단서에 푸른 이끼를 만져 보고 / 丹書六字捫蒼蘚
동해바다의 해 뜨는 곳을 굽어보노라면 / 俯觀東海出日邊
만리 물결 평온하여 바람도 유연하겠지 / 萬里波平風又軟
아무리 중국에 성인이 계시다 할지라도 / 雖然中國有聖人
굳이 내 머리에 관면을 씌울 것 없으리 / 不必吾頭戴冠冕
높다란 능연각은 이미 폐허가 됐거니와 / 凌煙高閣已丘墟
더구나 내 문장은 조충전각 같음에랴 / 況我文章似雕篆
어찌하여 회포 열고 고성방가를 하면서 / 何不開懷發浩歌
곧장 뜬구름과 함께 펴고 말고 않을쏜가 / 直與浮雲共舒卷
인간의 출처야 어찌 말할 것이나 있으랴 / 人間出處何足言
맘과 자취 다 맑음을 뉘에게 분변케 할꼬 / 心跡雙淸倩誰辨
산림과 조시가 두 길로 나뉜 게 아니니 / 山林朝市非兩途
평소의 뜻 지키면서 남은 생을 보내련다 / 不負平生送殘喘
[주D-001]내 …… 아노니 : 누에는 본디 네 잠을 자고 섶을 오르는 것이므로, 세 잠을 잤다는 것은 곧 노경(老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2]송아지 …… 틀렸지 : 송아지처럼 달린다는 것은 신체의 건강함을 의미한 말이고, 제비처럼 지저귄다는 것은 시문(詩文) 같은 것을 유창하게 짓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3]여섯 …… 만져 보고 : 여 섯 자의 단서(丹書)란 곧 강원도(江原道) 고성(高城) 삼일포(三日浦)의 남쪽 산봉우리 절벽(絶壁)에 ‘영랑도남석행(永郞徒南石行)’이란 여섯 글자가 붉은 글씨로 쓰여져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 삼일포 안에 조그마한 섬이 있어, 옛날에 네 신선이 여기서 놀다가 3일간이나 돌아가지 않았다 하여, 이 물을 삼일포라 하고, 뒤에 사선정(四仙亭)을 세웠다 한다. 이끼를 만져본다는 것은 곧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일찍이 숭산(嵩山)을 유람하다가 날이 저물었을 때, 절벽 위에 이끼로 쓰인 ‘신청지동(神淸之洞)’이란 네 글자를 보고 그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아갔으나 그 글자를 다시 볼 수 없었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선경(仙境)을 의미한다.
[주D-004]능연각(凌煙閣) : 전 각(殿閣) 이름인데, 당 태종(唐太宗)이 일찍이 장손무기(長孫無忌), 두여회(杜如晦), 위징(魏徵), 방현령(房玄齡) 등 스물네 훈신(勳臣)을 기리기 위하여 화공(畫工)을 시켜 그들의 초상(肖像)을 그려서 여기에 걸어 놓게 했었다.
[주D-005]조충전각(雕蟲篆刻) : 벌레 모양이나 전서(篆書)를 조각하듯이, 미사여구(美辭麗句)로 문장을 꾸미는 작은 기예(技藝)를 말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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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도가 쇠한 지 이미 오래거니 / 詩道衰來久
누가 거꾸러진 물결을 만회할꼬 / 誰廻已倒瀾
탁구의 고통이야 왜 사양할까만 / 何辭琢句苦
다만 착제의 어려움이 한스럽네 / 只恨著題難
바람 다순 버들 마을은 어둑하고 / 風暖柳村暗
달 밝은 소나무 걸상은 썰렁한데 / 月明松榻寒
읊조리노라니 흥취가 진진하여라 / 吟來興不淺
더구나 용수산을 마주하였음에랴 / 況是對龍巒
[주D-001]거꾸러진 물결을 만회할꼬 : 한 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온갖 냇물을 막아서 동쪽으로 흐르게 하여, 거센 물결을 이미 거꾸로 흐른데서 만회하였다.[障百川而東之 廻狂瀾於旣倒]”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한유가 노불(老佛) 등의 이단(異端)을 극력 배척하여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공맹(孔孟)의 도(道)로 들어가게 한 것을 의미한다.
[주D-002]탁구(琢句) : 퇴고(推敲)와 같은 뜻으로, 시문의 자구(字句)를 심사숙고하여 여러 번 고쳐서 다듬는 것을 말한다.
[주D-003]착제(著題) : 시문의 내용이 제목에 꼭 합치하는 것을 말한다.
삼중대광가(三重大匡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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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임금 자리 지킨 지 지금 칠 년째에 / 我王守位今七年
선진과 후진이 조정 반열에 가득찼는데 / 先進後進盈朝聯
선진들은 몸이 삼달존에 해당하는지라 / 先進身膺三達尊
나라를 괴고 하늘도 떠받칠 만하거니와 / 重堪柱國高擎天
후진들은 날개 떨치며 모두 잘 울어서 / 後進揚翹皆善鳴
좌우에 포열하여라 현사가 많기도 하네 / 布列左右多英賢
선진도 후진도 아닌 나는 중간에 위치해 / 非先非後吾居中
백발로 문사를 지어 왕풍을 노래하노니 / 白首鉛槧歌王風
국체를 화려하게 꾸며 천고에 빛내는 건 / 丹靑國體耀千古
천박한 재식으론 성공하기 어렵고말고 / 才薄識短難成功
정당문학 제수받음도 이미 과분하거늘 / 磨廳政堂已顚越
더구나 개부하여 높은 데에 거처함에랴 / 況是開府居處崇
삼중대광 또한 바로 개부는 개부건만 / 三重大匡卽開府
다행한 건 공후들처럼 식읍이 없음일세 / 幸是食邑非侯公
일품의 위 품계는 천폐에 가장 가깝거늘 / 一品上階近天陛
어찌 이런 농투성이를 앉힐 곳이겠는가 / 豈可著此田舍翁
까락이 등에 있고 가시가 목에 걸린 듯 / 如芒在背梗在喉
마음 몹시 안 좋아서 근심만 더할 뿐이네 / 心甚不樂徒增憂
마치 포의에게 주면을 씌운 것 같아서 / 如人布衣服周冕
기롱이나 취할 뿐 안락한 자리 아니로다 / 祗以取譏非處休
더구나 지금은 원로들이 내 밑에 있기에 / 況今耆老在吾下
서열대로 앉노라면 땀이 줄줄 흐른다오 / 序坐我汗如水流
집정한 대신이 나를 무척이나 아끼거늘 / 執政大臣愛我甚
왜 나에게 재앙이나 부르도록 하였으랴 / 何使我適招禍尤
이게 나의 천명이라 천심에 달렸으련만 / 是吾命也在天心
하늘은 묵묵해 나와는 왜 그리 아득한고 / 天默與我何沈沈
하늘이 준 걸 안 취함은 복이 아니라서 / 天與不取非是福
천명인 양 안심하고 때로 조용히 읊노니 / 安之若命時微吟
하느님이 듣거든 원컨대 선을 많이 내려 / 聲如聞天願錫類
고리를 북돋아 유림을 무성하게 하소서 / 封植苦李榮儒林
[주D-001]자리 지킨 지 :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성인의 대보를 자리라 하는 것이니, 어떻게 자리를 지키는가 하면 인이란 것으로 지킨다.[聖人之大寶曰位何以守位 曰仁]” 한 데서 온 말로, 임금이 보위(寶位)에 있음을 이른 말이다.
[주D-002]삼달존(三達尊) : 천 하(天下)에 공통된 존경의 대상이 세 가지란 뜻으로,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천하에 공통으로 높여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벼슬이 하나이고, 연치가 하나이고, 덕이 하나이다.[天下有達尊三 爵一齒一德一]”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公孫丑下》
[주D-003]잘 울어서 : 한 유(韓愈)의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 “사람의 소리 중에 정치한 것이 말이 되고, 문사는 말 중에서 또 더욱 정치한 것이라. 더욱 그 잘 우는 자를 가려서 그를 빌려 울게 하나니, 당우 시대에는 고요와 우가 그중에 잘 우는 이들이었으므로, 그들을 빌려 울게 하였다.[人聲之精者爲言 文辭之於言 又其精也 尤擇其善鳴者而假之鳴其在唐虞 皐陶禹其善鳴者也而假之鳴]”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임금을 잘 보필하는 현사(賢士)를 의미한다.
[주D-004]개부(開府) : 옛날에 삼공(三公)이나 대장군(大將軍) 등이 부서(府署)를 세워서 요속(僚屬)을 두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삼공의 지위를 의미한다.
[주D-005]삼중대광(三重大匡) …… 개부(開府)건만 : 삼중대광의 이전 칭호가 바로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6]주면(周冕) : 주나라의 면류관을 말하는데, 관(冠)의 제도(制度)가 주나라 때에 이르러서 비로소 화려하게 잘 갖추어졌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7]하늘이 …… 아니라서 : 《사기(史記)》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에, “하늘이 준 것을 취하지 않으면 도리어 그 앙화를 받게 된다.[天與不取 反受其咎]”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고리(苦李)를 …… 하소서 : 고 리는 쓴 오얏나무를 가리킨다. 쓴 오얏은 사람이 먹지 않으므로, 전하여 사람들에게 버림받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곧 말세(末世)에 유학(儒學)을 모두 숭상하지 않아서 마치 무용지물처럼 버림받는 유학을 쓴 오얏에 비유한 것이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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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제대로 못 하는 한 쌍의 어린애들이 / 小兒一雙言語訛
때로 당 북쪽에서 누런 모래를 뭉쳐다가 / 時趨堂北團黃沙
마당으로 달려와서 조그만 성을 쌓더니 / 走來庭中築小城
쌓았다 무넜다 하는 동안 석양이 되었네 / 旋成旋壞紅日斜
그때까지 마지않자 유모가 와서 말리매 / 日斜不止姆來禁
손발을 씻고는 떠들지 않고 조용하더니 / 洗手洗足無喧嘩
방에 가서 젖 먹고는 몸도 마냥 편안하군 / 入室索乳身甚安
알괘라 너는 동해도 생각에 사가 없음을 / 知渠雖動思無邪
생각에 사가 없음이 성인 만드는 일인데 / 思無邪作聖功
슬프구나 헛되이 늙어버린 네 할아비가 / 悲哉虛老乃祖翁
이 할아비는 성인 문하의 죄인이로다 / 祖翁聖門之罪人
늘그막까지 아이를 바르게 할 줄 몰랐네 / 白頭尙不知正蒙
아이를 바르게 함은 태교에 비롯되거니 / 正蒙之術始胎敎
맹모의 삼천지교를 의당 본받아야 하리 / 三遷孟母當承風
[주D-001]동(動)해도 …… 없음을 : 《주 역》 무망괘(无妄卦)의 무망은 지성(至誠)하여 사위(邪僞)가 없는 것을 이르는데, 지성은 곧 천도(天道)이므로, 무망괘의 전(傳)에 이르기를, “천리로써 동하는 것이 무망이요, 인욕으로써 동하면 망이 되는 것이니, 무망의 의의가 위대한 것이로다.[動以天爲无妄 動以人欲則妄矣 无妄之義 大矣哉]”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성인(聖人) 만드는 일인데 : 《주역》 몽괘(蒙卦)에, “어린애에게 바름을 길러 주는 것이 성인 만드는 일이다.[蒙養以正聖功也]” 한 데서 온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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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 듯이 잔뜩 흐린 새벽하늘 서늘한데 / 陰陰欲雨曉天涼
온갖 새소리 들으며 초당에 누웠노라니 / 百鳥聲中臥草堂
농촌 생활이 지금 풍족한지는 모르겠지만 / 不識田家今足未
이미 풍겨온 햅밥 향기는 멀리 그리워지네 / 遙憐飯餌已吹香
여강은 물은 벌창하고 산세는 평원할 게고 / 驪江水漲山平遠
한산은 구름은 나직하고 바다는 아득하리 / 馬邑雲低海渺茫
가을바람이 불거든 전원으로 돌아가련다 / 欲待秋風賦歸去
그 몇 해나 광흥창의 곡식을 허비했던고 / 幾年虛費廣興倉
꾀꼬리 소리 고웁고 푸른 숲은 서늘한데 / 黃鳥音圓綠樹涼
가랑비 바람에 날려 텅 빈 당에 들치누나 / 風吹小雨入虛堂
눈이 확 뜨여라 우연히 좋은 시구를 얻고 / 眼明偶爾得佳句
맘이 맑으니 아련히 묘향을 맡는 듯하네 / 心淨依然聞妙香
명리는 때가 있어 끝내 문드러질 터인데 / 名利有時終爛熳
곳곳의 강산은 갈수록 아득해져만 가누나 / 江山到處轉蒼茫
지금은 병이 많아도 오히려 못 물러가니 / 卽今多病猶難退
당시의 고씨 창씨의 성을 비로소 믿겠네 / 始信當時姓庫倉
[주D-001]광흥창(廣興倉)의 곡식 : 광흥창은 고려 시대에 백관(百官)의 녹봉(祿俸)을 관장했던 관창(官倉)이었으므로, 전하여 녹봉을 의미한다.
[주D-002]당시의 …… 성(姓) : 《통 지(通志)》 씨족략(氏族略)에 의하면, 관(官)으로 성씨(姓氏)를 삼는 경우로는 한 문제(漢文帝) 때에 창씨(倉氏)와 고씨(庫氏)가 있었는바, 조상이 창리(倉吏)와 고리(庫吏)를 하도 오래 지낸 것으로 인하여 그 자손(子孫)들이 ‘창’과 ‘고’를 성씨로 삼았던 데서 온 말이다.
한양 부윤(漢陽府尹)으로 나가는 유 밀직(柳密直)을 보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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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 유씨는 지금 갑족이거니와 / 晉陽今甲族
한양은 예부터 크나큰 번진인데 / 漢水舊名藩
그대가 추밀부로부터 나가서 / 出自鴻樞府
우뚝이 화극문에 군림하거든 / 臨於畫戟門
용사들은 바닷가를 지킬 게고 / 熊羆屯海浦
조수들은 산촌에 편히 깃들리라 / 鳥獸集山村
내 나가 전송할 기력은 없거니와 / 郊餞吾無力
시를 쓰자니 눈도 또한 어둡구려 / 題詩眼又昏
[주D-001]화극문(畫戟門) : 화극은 채색으로 꾸민 창을 가리키는데, 본디 관아(官衙)의 문에는 화극을 벌여 세우는 것이므로, 전하여 관아를 말한다.
인하여 옛날 삼각산(三角山)에서 놀았던 흥취를 상기시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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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이라 큰 번진이 삼각산을 지고 있으니 / 漢上名藩背華山
세 봉우리가 흰 구름 새에 높이 꽂혔는데 / 三峯高揷白雲間
일찍이 내가 글 읽던 곳이 눈에 선하건만 / 森然當日讀書處
늙어선 얼굴 가득 먼지만 낀 게 가소롭네 / 自笑老來塵滿顔
문 생(門生)이 반과(盤果)를 베풀다. 민자복(閔子復)의 동방(同榜) 제공(諸公)이 그들의 은문(恩門)인 동정(東亭)을 위하여 장차 연청(宴廳)에서 연회(宴會)를 베풀려고 하는데, 이는 후문생(後門生)을 연향(宴饗)하기 위한 것이다. 그 자상한 내용을 나에게 물었으나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참여하지 못하고 시(詩)로써 그 사실만 기록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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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와서 예관이 옛 규정을 되찾으니 / 近日春官復舊規
영친의 연향이 태평 시기를 맞이했네 / 榮親燕饗太平期
꽃 꽂은 좌객들은 머리 숙이는 곳이요 / 簪花坐客低頭處
반과한 문생들은 다정히 앉은 때로다 / 盤果門生促膝時
요란한 관현악 소리에 바람은 실실 일고 / 急管繁絃風細細
화려한 미인 밝은 촛불에 밤은 더디겠지 / 紅粧畫燭夜遲遲
목옹은 적막하기 참으로 산중 사람이라 / 牧翁冷淡眞蔬筍
누가 알랴 연래엔 스스로도 비웃는걸 / 誰識年來亦自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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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보는 안목이 내가 가장 낮은지라 / 詩眼□□我最低
총록을 보니 사람을 헷갈리게 하누나 / □□叢錄使人迷
추증과 금수가 어찌 섞일 수 있으리요 / 麤繒錦繡豈容雜
미옥과 무부는 원래 서로 같지 않다오 / 美玉碔砆元不齊
탈태하자도 단약 없는 게 한스럽거니 / 自恨奪胎乏丹藥
누가 금비로써 내 안막을 제거해 줄꼬 / 誰能刮膜用金鎞
앞으로는 풍아에 참여키만 바라거니와 / 從今只願參風雅
왕풍이 다시 서주를 못 이룰까 염려로세 / 又恐王風不復西
[주D-001]총록(叢錄) : 이 것저것을 한데 모아서 기록한 것을 이른 말로, 여기서는 곧 당시 김구용(金九容)이 고금(古今)의 시문(詩文)을 선집(選集)하여 한 책으로 만든 것을 가리키는데, 저자가 일찍이 이를 《선수집(選粹集)》이라 명명하고 여기에 서(序)를 썼다. 이 밖에 또 김구용이 주(周)나라 관제(官制)를 상고하여 편집한 책에 대해서는 저자가 이를 《주관육익(周官六翼)》이라 명명하고 여기에도 서를 썼다.
[주D-002]추증(麤繒)과 금수(錦繡) : 추증은 거친 비단을 말하고, 금수는 화려하게 수놓은 비단을 말한다.
[주D-003]미옥(美玉)과 무부(碔砆) : 미옥은 아름다운 옥을 말하고, 무부는 옥과 비슷하면서도 옥이 아닌 돌을 말한다.
[주D-004]탈태(奪胎)하자도 …… 한스럽거니 : 탈태는 도가(道家)에서 이른바, 단약(丹藥)을 복용함으로써 속골(俗骨)을 벗어 버리고 선골(仙骨)로 바뀌게 된다고 하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5]누가 …… 제거해 줄꼬 : 금비(金鎞)는 불가(佛家)에서 이른바 금칼을 말하는데, 중생(衆生)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무지(無智)의 막(膜)을 금칼로써 제거해 준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6]풍아(風雅) : 《시경(詩經)》의 국풍(國風)과 대소아(大小雅)를 합칭한 말로, 전하여 고상하고 바른 시가(詩歌)를 의미한다.
[주D-007]왕풍(王風)이 …… 염려로세 : 왕 풍은 《시경》 국풍의 하나이다. 주 평왕(周平王)이 동도(東都) 낙읍(洛邑)으로 천도(遷都)한 이후 그 지방에서 채집한 시로서 즉 서리(黍離)로부터 구중유마(丘中有麻)까지의 십 편(篇)을 가리키는바, 이때에는 주(周)나라 왕실(王室)의 존엄함이 강등되어 제후(諸侯)와 다를 것이 없게 됨으로써 그 시 또한 왕국(王國)의 변풍(變風)이라 하여 이렇게 이름한 것인데, 왕풍이 더러 왕자(王者)의 풍교의 뜻으로도 쓰인다. 서주(西周)는 바로 주나라 문왕(文王)과 무왕(武王) 시대를 말한다.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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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책 놔두고 도에만 맛을 붙이니 / 廢書唯味道
처세하는 데 문득 기심을 잊었네 / 處世却忘機
공명은 매미 날개처럼 얇기만 한데 / 蟬翼功名薄
의리는 소털처럼 미세하기만 해라 / 牛毛義理微
맑은 바람은 와탑에 불어오고 / 淸風吹臥榻
밝은 달은 낚시터를 비출 터인데 / 明月照漁磯
다만 훌쩍 떠나지만 못했을 뿐 / 只欠飄然去
어찌 시비야 관여한 적 있었던가 / 何曾管是非
양공은 화살이 부순 듯해야거니와 / 良工須矢破
우인의 살핌은 잡아당김에 있나니 / 虞省在機張
일 처리엔 규모가 주밀해야 하고 / 制物規模密
때를 당해선 사려가 깊어야 하리 / 臨時念慮長
문무 겸전이야 누가 안 부러워하랴만 / 全才誰不羨
잗단 기예나마 나야 언제 해봤던가 / 曲藝我何嘗
늙었는지라 이젠 어찌할 수 없어 / 老矣今無及
망연자실 스스로 탄식할 뿐이로다 / 茫然自嘆傷
인생은 분명 해나 달이 아니로되 / 人生非日月
도리어 사해에 이름이 알려져서 / 四海却知名
서로 비춤이 친히 본 것 같거늘 / 相照如親覿
어찌 애써 멀리 갈 것이 있으랴 / 何勞更遠征
곤붕은 온 세상이 사모하거니와 / 鯤鵬□世慕
홍연은 얼마나 서로 어울렸던고 / 鴻燕幾時幷
청신한 새벽 시를 읊조리는 곳에 / 淸曉吟哦處
유연히 늦게 난 것이 느꺼워지네 / 悠然感晚生
[주D-001]양공(良工)은 …… 듯해야거니와 : 양 공은 기예가 뛰어난 사람을 이르는 말인데, 여기서는 곧 춘추 시대 진(晉)나라 사람으로 말[馬]을 아주 잘 부리던 왕량(王良)을 가리킨 것으로, 왕량이 일찍이 조 간자(趙簡子)의 폐신(嬖臣) 해(奚)와 함께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갔을 때, 법도대로 말을 몰았을 적에는 해가 온종일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가, 그가 법도를 무시하고 짐승을 속여서 만나게 해 주었을 적에는 해가 하루아침에 짐승을 열 마리나 잡고는, 왕량을 일러 천하의 양공이라 하므로, 조 간자가 해를 위하여 왕량에게 해와 함께 말을 타도록 권유하자, 왕량이 거절하여 말하기를, “《시경》에 이르기를, ‘말 모는 법도를 잃지 않거늘, 화살 놓는 것이 부수는 듯 적중하도다.[詩云不失其馳舍矢如破]’ 하였으니, 나는 소인과 함께 말을 타는 데에 익숙하지 못하므로 사양하겠다.”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孟子滕文公下》
[주D-002]우인(虞人)의 …… 있나니 : 《서 경(書經)》 태갑(太甲)에 “검약한 덕을 삼가셔서 영원한 계책을 생각하소서. 그것이 마치 우인이 쇠뇌의 틀에 화살을 장치해 놓았거든, 가서 그 화살 끼인 곳이 법도에 맞는가를 살펴보고 화살을 놓는 것과 같습니다.[愼乃儉德 惟懷永圖 若虞機張 往省括于度則釋]”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곤붕(鯤鵬) : 곤은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 바다 물고기 이름이고, 붕은 곤이 변화한 것으로 역시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새의 이름인데, 전하여 아주 거대한 사물이나 큰 포부의 비유로 쓰인다. 《莊子 逍遙遊》
[주D-004]홍연(鴻燕) : 홍곡(鴻鵠)과 연작(燕雀)을 가리키는데, 홍곡은 아주 큰 새들이고 연작은 아주 작은 새들이므로, 전하여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의 뜻으로 쓰인다.
자책(自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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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거할 때 좋은 일은 시를 논함에 있기에 / 閑居勝事在論詩
모당에서 읊노라면 대 그림자 옮겨 가누나 / 嘯詠茅堂竹影移
국풍이 세상 따라 변하는 건 누가 알랴만 / 誰識國風隨世變
심력이 나이와 함께 쇠함은 내가 부끄럽네 / 自慚心力與年衰
꾀꼬리는 화려한 꽃 만발한 동산에서 울고 / 鶯啼錦繡花藏塢
물고기는 달빛 가득한 연못 위에 뛰놀거니 / 魚躍虛空月滿池
시의에 순응하여 내 뜻에 맞게 할 뿐이요 / 只得順時聊適意
후일 남의 비난받는 건 걱정을 말아야지 / 不愁他日被人譏
절구(絶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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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새벽 안개가 인간에 가득하지만 / 昏昏曉霧滿人間
산중의 표범은 문채를 얼마나 변했던고 / 豹在山中變幾斑
세상이 문을 안 숭상하면 멀리 숨어야지 / 世不尙文宜遠遁
견양의 가죽과도 혹 질을 겨루게 되거든 / 犬羊之鞹或爭班
[주D-001]깜깜한 …… 변했던고 : 《열 녀전(列女傳)》에 의하면, 표범은 제 털의 문채[毛文]를 윤택하게 하기 위하여,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올 때에는 밖에 나가 먹이도 먹지 않고 숨어 있기만 한다는 데서, 이는 곧 은거하여 몸을 깨끗이 하는 군자(君子)에 비유되거니와, 《주역》 혁괘(革卦) 상육(上六)에, “상육은 군자는 표범같이 변함이요, 소인은 면모를 고치는 것이다.[上六 君子豹變 小人革面]” 하였는데, 이는 곧 마치 표범이 제 털의 문채를 늘 변화시켜 윤택하게 하는 것처럼 군자가 늘 선(善)을 좇아서 변화해가는 것을 의미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세상이 …… 되거든 : 춘 추 시대 위(衛)나라 대부(大夫) 극자성(棘子成)이 말하기를, “군자는 질실하면 그만이지, 어찌 문식할 필요가 있겠는가.[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하자, 자공(子貢)이 말하기를, “애석하도다, 선생의 말이 군자답기는 하나, 실수한 것을 사마도 따라잡지 못하겠도다. 문도 질과 같은 것이며, 질도 문과 같은 것이니, 범이나 표범의 털 벗긴 가죽은 개나 양의 털 벗긴 가죽과 같은 것이다.[惜乎 夫子之說 君子也 駟不及舌 文猶質也 質猶文也虎豹之鞹 猶犬羊之鞹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里仁》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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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늙은이는 앉아 졸기 능수요 / 牧翁工坐睡
틈만 있으면 조용히 읊조리는데 / 有隙便微吟
장년에는 비방을 많이 들었지만 / 壯歲曾多口
노년에는 다시 조심 조심한다네 / 殘年更小心
강산은 살기 좋은 낙원이고요 / 江山成樂土
풍월은 시문 속에 가득하거니 / 風月滿詞林
정흥이 어찌 쓸쓸하기만 할쏜가 / 情興寧蕭索
마침내 침범하는 사물도 없는걸 / 終無事物侵
자복(子復)에게 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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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한가하면 그대를 오라고프고 / 身閑欲君來
몸이 피곤하면 그대를 가라고프네 / 身困欲君去
내 젊은 시절에 공부를 체득하여 / 少日得工夫
정과 안과 여가 질서 정연한지라 / 森然靜安慮
자부하기를 성현의 도를 배워서 / 自負學聖賢
종신토록 인서를 쓰리라고 했는데 / 終身用仁恕
어찌 헤아렸으랴 혈기가 남아서 / 何圖有血氣
날카롭기가 칼이나 톱 같을 줄을 / 廉利如刀鋸
의리가 비록 싹튼 게 있을지라도 / 義理雖有萌
어찌 그리 급하게도 쳐버리는고 / 剪伐何其遽
의리가 마치 날개 꺾인 놀란 새가 / 如鳥鎩其翼
아득히 구름 속에 나는 것만 같네 / 杳矣雲中翥
이 몸은 천지와 함께 삼재이기에 / 身與天地三
신령한 마음이 군림한 바이거늘 / 天君所臨御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을꼬 / 奈何至於此
앉아서 남쪽 창 밝아지길 기다려 / 坐待南窓曙
종이에 써서 자복에게 주노니 / 書之贈子復
도를 배움에 정조하지 말지어다 / 學道勿正助
[주D-001]정(靜)과 안(安)과 여(慮) : 《대 학장구(大學章句)》 경 1장에, “그칠 곳을 안 다음에 뜻이 정해지고, 정해진 다음에 마음이 고요해지고, 고요해진 다음에 안정되고, 안정된 다음에 생각이 정밀해진다.[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혈기(血氣) : 여기서는 곧 혈기의 감정(感情)으로 인하여 발출되는 인욕(人欲)을 의미한다.
[주D-003]정조(正助) : 정 은 미리 기약하는 것을 말하고, 조는 억지로 조장하는 것을 말한 것으로, 맹자(孟子)가 호연지기(浩然之氣)을 기르는 일을 가지고 이르기를, “반드시 무슨 일을 하되 미리 기약하지 말아서, 마음에 잊지 말며 조장하지도 말아야 한다.[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也]”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公孫丑上》
여름날에 앉아서 이애곡(李艾谷)의 시집(詩集)을 읽다. 그의 손자인 경상도 안렴사(慶尙道按廉使) 좌윤(左尹) 복시(復始)가 서신과 함께 보내 준 것이다. 흔연히 한 수를 제(題)하여 부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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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의 와상에 병들어 누운 채로 / 病臥松京榻
애곡의 시를 한가로이 읊조려라 / 閑吟艾谷詩
한 봉서가 갑자기 문에 떨어지니 / 一封俄下墜
천리 밖에서 먼저 알아준 듯하네 / 千里似先知
조부를 이어 민풍 살피는 날이요 / 繼祖觀風日
백성 걱정해 송사 듣는 때이로다 / 憂民聽訟時
돌아오거든 모쪼록 마음을 써서 / 歸來須著意
간행하기를 행여 더디 말지어다 / 繡梓莫遲遲
비서(祕書) 김지(金祉)를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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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록을 정서하는 게 빠르기 신 같아라 / 淨書叢錄疾如神
만권당 안에서 또 한 봄을 보내네그려 / 萬卷堂中又過春
이목이 총명하여 마음은 홀로 괴롭고 / 耳目聰明心獨苦
형용은 수척하나 기는 더욱 떨치누나 / 形容枯槁氣彌振
조정의 법제는 마치 금과옥조와 같고 / 朝廷法制如金玉
대각의 문장은 봉린과 같이 뛰어난데 / 臺閣文章似鳳麟
책 끝에 내 이름 올림이 다행도 하여라 / 名掛篇端深自幸
병 많은 늙은이가 문장들 틈에 끼다니 / 白頭多病忝詞臣
[주C-001]비서(祕書) 김지(金祉) : 일찍이 비서 소감(祕書少監)을 지낸 김구용(金九容)을 가리키는데, 지(祉)는 그의 초명(初名)이다.
[주D-001]조정(朝廷)의 …… 뛰어난데 : 조정의 법제(法制)란 바로 김구용(金九容)이 편찬한 《주관육익(周官六翼)》을 가리켜 한 말이고, 대각(臺閣)의 문장(文章)이란 역시 김구용이 편찬한 《선수집(選粹集)》을 가리켜 한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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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닫지 않은 문간에서 짖는데 / 犬吠門不閉
꾀꼬리가 울자 창 또한 밝아지네 / 鶯鳴窓又明
어린애들은 잠을 한창 콜콜 자고 / 衆雛爛熳睡
부엌 사람은 아무 기척도 없는데 / 廚人寂無聲
늙은이가 천천히 일어나 앉으니 / 老翁徐徐起
야기의 맑음은 유여하기도 해라 / 夜氣有餘淸
동방에서 해가 돋아오르려 하매 / 東□日欲出
오만 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네 / 萬家煙已生
조용히 읊는 게 끝내 무슨 뜻일꼬 / 微吟竟何意
즐거워라 태평성대를 만나서일세 / 樂哉値太平
독시행(讀詩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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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 시 읽을 땐 두 눈이 환히 밝아 / 少年讀詩雙眼明
가을 매가 맑은 하늘 횡단하듯 유쾌하더니 / 快如秋隼橫新晴
노년에는 시 읽으매 두 눈이 칠흑 같아서 / 老年讀詩雙眼黑
한밤중에 가시밭길을 가는 듯 헤매이누나 / 迷如半夜行荊棘
노년에 어찌 다시 소년을 얻을 수 있으랴 / 老年那得更少年
눈의 밝거나 깜깜함이 공연한 게 아니로다 / 眼明眼黑非徒然
나는 본디 평생에 안식을 갖추지 못한 데다 / 我本平生不具眼
사원과 학해는 모두가 한도 끝도 없으니 / 詞源學海俱無限
어떻게 바다에 떠서 다시 근원을 탐구하랴 / 何從泛海更窮源
입술 마르고 마음 답답함만 깨달을 뿐이네 / 但覺吻燥心仍煩
우리 해동의 풍월은 본래 당적할 자 없어 / 海東風月本無敵
명성이 중원을 진동한 게 아직도 역력거니 / 名動中華猶歷歷
고운 이래 역대로 그런 이가 있었거니와 / 孤雲以來代有人
예산이 손수 편찬한 건 지금도 새로운데 / 猊山手澤今猶新
여강의 자복이 그 후집을 편찬하려 하여 / 驪江子復撰後集
나 같은 무능한 자를 도리어 경각시키었네 / 令我還如懦夫立
새벽에 병 무릅쓰고 얼마 읽지도 못해서 / 淸晨力疾讀不多
환하게 해가 나와 뜨락 나무에 비추는데 / 杲杲出日明庭柯
숨은 병근이 피로하면 곧 발작하는지라 / 病根潛藏困卽動
밀쳐 버리고 유연히 일상생활을 잊었네 / 推去悠然忘日用
일상생활이 시에 있는데 이제 또 잊었으니 / 日用在詩今又忘
행여 무슨 여력으로 나라를 붙들 수 있을꼬 / 倘有餘力扶明堂
[주D-001]사원(詞源)과 학해(學海) : 사원은 도도히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펼쳐지는 문사(文詞)를 말하고, 학해는 학문의 깊고 광대함을 바다에 비유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2]고운(孤雲) : 신라(新羅) 최치원(崔致遠)의 호이다. 최치원은 일찍이 당(唐)나라에 유학(遊學)하여 그곳에서 과거(科擧)에 급제하였고, 특히 문장(文章)에 뛰어나 당나라에서 문명(文名)을 크게 떨쳤다.
[주D-003]예산(猊山)이 …… 건 : 예산은 고려 후기의 명성 높은 문장가로 호가 예산농운(猊山農隱)인 최해(崔瀣)를 가리키는데, 그가 일찍이 고려 명현(名賢)들의 시문(詩文)을 뽑아서 《동인지문(東人之文)》을 편찬했던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4]여강(驪江)의 …… 하여 : 여강의 자복은 곧 여흥 민씨(驪興閔氏)로 자가 자복인 민안인(閔安仁)을 가리키는데, 그가 일찍이 최해의 《동인지문》을 계승하여 다시 고려 명현들의 시문을 수집해서 책을 편찬하려고 했던 것을 이른 말이다.
스스로 조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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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 내면 우주를 삼킬 수도 있고 / 舒來呑有像
거둬들이면 무형한 데에 드는데 / 斂去入無形
응결된 것은 바로 하나의 기이고 / 團結是一氣
행해지는 건 칠정으로 말미암네 / 鼓行由七情
팽택처럼 곤드레 취하기도 하고 / 昏昏彭澤醉
초강처럼 말끔히 깨기도 하거니 / 耿耿楚江醒
자못 중용에 근접함이 있긴 하나 / 頗有中庸近
오직 화난 건 명예를 바란 듯함일세 / 唯嗔似近名
[주D-001]펼쳐 …… 드는데 : 정 자(程子)가 《중용장구(中庸章句)》의 도(道)에 대하여 이르기를, “펼쳐 놓으면 육합에 가득 차고, 거두어들이면 물러가 은밀한 데에 감추어져서, 그 의미가 무궁하니, 이는 다 진실한 학문이다.[放之則彌六合卷之則退藏於密 其味無窮 皆實學也]”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팽택(彭澤)처럼 …… 하고 : 팽택은 곧 팽택 영(彭澤令)을 지낸 도잠(陶潛)을 가리키는데, 도잠은 특히 술을 아주 좋아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초강(楚江)처럼 …… 하거니 : 초 강은 곧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충신(忠臣)으로 일찍이 참소를 입고 조정에서 쫓겨나 강담(江潭)에 행음(行吟)하였던 굴원(屈原)을 가리키는데, 그의 〈어부사(漁父辭)〉에, “온 세상이 다 흐리거늘 나만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거늘 나만 홀로 깨어 있다.[擧世皆濁 我獨淸衆人皆醉 我獨醒]”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우제(偶題) 2수(二首) ○ 세속에서 동분(銅盆)을 동해(東海)라 호칭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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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동해 위를 날아 앉아라 / 雀飛東海上
마음 씀이 어찌 공연한 것이랴 / 用意豈徒然
원통해서 돌을 물어온 건 아니나 / 縱不寃銜石
진정 목말라 물을 마시려는 듯하네 / 端如渴飮泉
사람이 떠들면 곧 훌쩍 날아갔다 / 人喧卽突去
사람이 조용하면 또 빙빙 도누나 / 人靜又盤旋
늙은 목은은 참으로 일이 없어 / 老牧眞無事
새로운 시 한 편을 또 이루었네 / 新詩成一篇
색깔이 먹빛 같은 한 쌍의 개가 / 雙犬色如墨
때론 마루 위에서 자기도 하는데 / 有時堂上眠
문을 지키며 항상 스스로 누웠지만 / 守門常自臥
고기가 없어도 누가 불쌍히 여기랴 / 無肉有誰憐
연기 낀 골목선 적막과 함께하고 / 煙巷共岑寂
달 밝은 뜨락은 살살 돌아다니네 / 月庭相折旋
이 시 쓴 뜻이 가볍지 않고말고 / 題詩意不淺
내 세전지물을 지켜 줄 만함이로세 / 可以保靑氈
[주D-001]원통해서 …… 건 : 염제(炎帝)의 소녀(小女)가 일찍이 동해(東海)에 노닐다가 빠져 죽어서 그 원통한 넋이 정위(精衛)라는 새로 화(化)하여 항상 서산(西山)의 목석(木石)을 물어다가 동해를 메꾸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동 년(同年) 이몽유(李夢游)가 내방하여 담화하던 중에 낙성군(洛城君) 김공 선치(金公先致)의 정원에 모란꽃은 이미 졌고 작약꽃은 한창이더라는 것을 언급하고, 또 날마다 김공을 모시고 바둑을 두었다고 스스로 말하므로, 나는 자신도 모르게 흥취가 발동하여 세 수를 읊어서 기록하여 바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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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뒤론 서로 만남도 매우 어려웠거니와 / 病後相逢亦甚難
더구나 이젠 내 머리 남김없이 희었음에랴 / 況今吾髮白無殘
함창의 이 진사가 날로 문하에 노닐다가 / 咸昌進士游門下
모란꽃 시절 이미 지났더라 와서 말하네 / 來報花時過牧丹
작약꽃은 한창 피어 고운 자태 이슬 젖어라 / 芍藥方開露艶濃
뭐니뭐니 해도 풍류는 붉은 낙양이고말고 / 風流最是洛陽紅
꽃 앞에 좋은 술이 샘물처럼 흐르는 곳에 / 花前美酒如泉處
미치광이 시인 목은 늙은이만 없었네그려 / 只欠詩狂一牧翁
바둑 두는 놀음에 하루가 일 년 같았으리니 / 玉子紋楸日似年
누가 알리요 승패 간에 둘 다 기뻤을 줄을 / 誰知勝敗兩欣然
동산의 넓은 도량을 따를 사람 없다마다 / 東山雅量無人及
문밖엔 풍진이 반공중에 벌창한 이때에 / 門外風塵漲半天
[주D-001]붉은 낙양(洛陽) : 낙양은 낙양화(洛陽花)의 약칭으로 모란꽃을 말한다. 당송(唐宋) 시대에 낙양의 모란꽃이 천하에 으뜸이었으므로, 마침내 모란꽃을 낙양화라 명명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하루가 …… 같았으리니 : 하루를 마치 일 년의 긴 세월처럼 느긋하고 한가롭게 보낸 것을 말한다. 소식(蘇軾)의 〈과광애사(過廣愛寺)〉 시에, “세상에 우거한 몸은 꿈속 같은데, 안한한 마음은 하루가 일 년 같구나.[寓世身如夢 安閒日似年]” 하였다.
[주D-003]동산(東山)의 넓은 도량 : 동 산은 일찍이 동산에 은거했던 진(晉)나라 사안(謝安)을 가리킨다. 일찍이 부견(符堅)이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와서 경사(京師)가 크게 두려워하던 때에 사안이 마침 정토 대도독(征討大都督)에 임명되었는데, 그는 백만 대군의 강적이 쳐들어왔는데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조용한 표정으로 조카인 사현(謝玄)과 더불어 별장[別墅] 내기 바둑을 두어서 대장군다운 풍도를 보였던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79 謝安列傳》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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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과 위리로 끝내 허둥지둥하였으니 / 乘田委吏竟栖栖
고관대작 환퇴가 의당 날 배제했겠지만 / 袞冕桓魋合我擠
한스러워라 안영은 조금 나은 이인데도 / 恨殺晏嬰差可者
어찌하여 당시에 이계의 땅을 아꼈던고 / 奈何當日惜尼谿
[주D-001]승전(乘田)과 …… 허둥지둥하였으니 : 승 전은 창고의 전곡(錢穀) 출납을 맡은 관리이고, 위리(委吏)는 원유(苑囿)의 짐승 기르는 일을 맡은 관리인데, 공자가 일찍이 노(魯)나라의 위리가 되어서는 이르기를, “회계만 잘 맞추면 된다.[會計當而已矣]” 하였고, 승전이 되었을 때는 이르기를, “소와 양을 살찌고 건장하게 기르기만 하면 된다.[牛羊茁壯長而已矣]” 한 데서 온 말이고, 허둥지둥한다는 것은 공자가 도(道)를 행하기 위해서 매우 애를 썼던 일을 가리킨 것으로, 미생묘(微生畝)가 일찍이 공자를 보고 말하기를, “구는 어찌하여 그렇게 허둥지둥하는가, 아당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丘何爲其栖栖者與 無乃爲佞乎]”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萬章下》 《論語 憲問》
[주D-002]고관대작 …… 배제했겠지만 : 송(宋)의 사마환퇴(司馬桓魋)가 일찍이 공자를 해치려고 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하늘이 나에게 덕을 타고나게 하셨거니, 환퇴가 나를 어찌하겠는가.[天生德於予 桓魋其如予何]”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述而》
[주D-003]한스러워라 …… 아꼈던고 : 춘추 시대 제 경공(齊景公)이 공자에게 정사(政事)를 물어보고 기뻐하여 이계(尼谿)의 땅을 공자에게 봉해 주려고 하자, 재상(宰相) 안영(晏嬰)이 극력 반대하여 공자를 등용하지 못하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낮에 앉았다.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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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태평성대라 절로 일이 없고 / 時淸自無事
낮은 고요한데 홀로 시를 읊노라니 / 晝靜獨吟詩
주렴 그림자는 바람 따라 움직이고 / 簾影隨風動
처마 그늘은 해와 함께 옮겨 가누나 / 簷陰與日移
양웅은 적막을 달게 여겼거니와 / 揚雄甘寂寞
장수는 지리를 아주 사랑했었지 / 莊叟愛支離
이렇게 한결같이 조용한 곳에 / 一味從容處
편히 쉬는 이 다시 누가 있을꼬 / 棲遲更有誰
성당 시대는 어찌 그리 아득한고 / 盛唐何渺渺
시의 도가 근래에 쇠퇴해졌는데 / 詩道近來衰
하늘 뜻은 붙들어 일으키려 하나 / 天意將扶起
사람 마음은 변천함이 있네그려 / 人心有變移
검은 구름은 비를 끌어오는 곳이요 / 黑雲拕雨處
밝은 달은 강을 비추는 때이로다 / 明月照江時
현묘한 이치에 못 통한 자야말로 / 未透眞機者
슬프다 어찌 웃을 거리나 있으랴 / 悲哉安足嗤
[주D-001]양웅(揚雄)은 …… 여겼거니와 : 양웅이 일찍이 세상에 나가지 않고 《태현경(太玄經)》을 초하며 조용하게 지내면서, “나는 묵묵히 홀로 나의 태현을 지키노라.[默然獨守吾太玄]” 한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87 楊雄傳》
[주D-002]장수(莊叟)는 …… 사랑했었지 : 장 수는 장주(莊周)를 높여 이른 말이고, 지리(支離)는 바로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나오는 불구자인 지리소(支離疏)를 가리키는데, 그는 불구자인 관계로 국가의 병역(兵役)이나 부역(賦役) 등을 모두 면제받고, 국가로부터 구호 양곡을 배급받아 생활을 영위하면서 아무 일 없이 몸을 잘 보전하여 장수를 누렸다고 하였다.
[주D-003]성당(盛唐) : 당(唐)나라를 초당(初唐), 성당, 중당(中唐), 만당(晚唐)의 넷으로 구분하는바, 그중 시풍(詩風)이 가장 성대했던 기간을 가리키는데, 그 기간의 대표적인 시인(詩人)으로는 특히 이백(李白), 두보(杜甫)를 꼽는다.
꾀꼬리 소리를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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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읊고 나서 조용히 앉았노라니 / 吟餘仍靜坐
꾀꼬리 소리가 점차 분명해지네 / 鶯語轉分明
고운 소리는 사월의 여름날이요 / 圓滑時維夏
맑은 바람은 비가 막 갠 때로다 / 輕淸雨乍晴
고향 생각은 곳에 따라 발동하고 / 鄕情隨處動
여인의 사랑 꿈은 때로 놀라 깨리 / 閨夢有時驚
무슨 물건을 여기에 비함 직할꼬 / 何物更堪比
비파의 줄 위에 울리는 소리일레 / 琵琶絃上聲
평주(平州)에서 돌아온 사람이 있어 주명(州名)을 듣고 기쁜 생각이 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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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은 일찍이 한조를 놀래켰고 / 柏人曾驚漢祖
조가엔 선니가 들어가지 않았네 / 朝歌不入宣尼
정직함은 본디 탕탕 평평하나니 / 正直由來蕩蕩
평주가 원래 나의 살 곳이로구나 / 平州元是吾棲
[주D-001]백인(柏人)은 …… 놀래켰고 : 백 인은 조(趙)나라의 현(縣) 이름이다. 한 고조(漢高祖)가 일찍이 조나라에 갔을 때, 조나라의 재상 관고(貫高) 등이 한 고조를 살해하기 위해 백인현 관사(館舍)의 벽(壁) 속에 사람을 숨겨두었는데, 고조가 마침 그 관사에서 묵으려다가 마음이 경동(驚動)되어 현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백인이라고 대답하므로, 고조가 이르기를, “백인이란 사람을 핍박하는 것이다.[柏人者 迫於人也]” 하고는 그곳에서 묵지 않고 떠나 버렸던 데서 온 말이다. 《漢書卷1 高帝紀》
[주D-002]조가(朝歌)엔 …… 않았네 : 조 가는 읍(邑) 이름이고, 선니(宣尼)는 공자(孔子)의 시호이다.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說山訓)에, “묵자는 즐기는 것을 그르게 여겨 조가의 고을을 들어가지 않았다.[墨子非樂 不入朝歌之邑]”라고 했는데, 공자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탕(湯)에게 반명(盤銘)이 있었는데, 태공(太公)이 그것을 부연한 것이 많았으니, 지명(地名)에 비하면 더욱 절실한 것이다. 인하여 한 수를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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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는 그려와서 스스로 경계하고 / 欹器圖來自戒
곡궤는 베버린들 무엇이 해로우랴 / 曲机斬去何傷
부정한 것을 눈에 닿지 않게 하는 / 不使奇□接目
이 마음이 원래 요순의 마음이라네 / 此心元是虞唐
[주C-001]탕(湯)에게 …… 있었는데 : 반 명(盤銘)은 탕 임금이 목욕하는 소반에 새긴 글을 말하는데, 그 글에, “진실로 어느 날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하였으니, 이는 곧 몸을 씻어서 때를 없애듯 마음의 더러운 것도 날로 씻어서 새로워져야 한다고 스스로 경계한 말이다. 《大學章句 傳2章》
[주C-002]태공(太公)이 …… 많았으니 : 주 무왕(周武王)이 즉위한 처음에 태공을 불러서 황제(黃帝), 전욱(顓頊)의 도(道)가 있느냐고 묻자, 태공이 단서(丹書)에 있다고 말하고, 단서의 “공경심이 게으른 마음을 이기는 자는 길하고, 게으른 마음이 공경심을 이기는 자는 멸망하며, 의로운 마음이 욕심을 이기는 자는 순종하고, 욕심이 의로운 마음을 이기는 자는 흉하다.[敬勝怠者吉怠勝敬者滅 義勝欲者從 欲勝義者凶]”는 등의 명언을 일러 주자, 무왕이 이것을 듣고 몹시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물러가서 계서(戒書)를 만들었으니, 이는 곧 사물에 의탁하여 스스로 경계를 삼아서 잊지 않고자 한 것이었는데, 예를 들면 자리[席]의 네 끝에 모두 명(銘)을 새긴 것을 비롯하여 궤명(机銘), 감명(鑑銘), 관반명(盥槃銘), 영명(楹銘), 장명(杖銘), 대명(帶銘), 이구명(履屨銘), 상두명(觴豆銘), 검명(劍銘), 궁명(弓銘) 등을 새겼던 것을 말한다. 《大戴禮武王踐阼》
[주D-001]의기(欹器) : 한 쪽으로 기우뚱하게 생긴 그릇을 말하는데, 이 그릇은 텅 비면 한쪽으로 기울고, 물을 중간쯤 채우면 똑바르게 되고, 물을 가득 채우면 엎어져 버리므로, 옛날에 임금이 차고 넘침[盈滿]을 경계하는 뜻으로 이 그릇을 좌우(坐右)에 두었다고 한다. 《荀子 宥坐》
[주D-002]곡궤(曲机)는 베버린들 : 곡궤는 꼬불꼬불 기괴(奇怪)하게 생긴 나무로 만든 안석을 가리키는데, 유종원(柳宗元)이 일찍이 굽은 물건은 모두 부정한 것이라 하여 〈참곡궤문(斬曲机文)〉을 지었던 데서 온 말이다. 《柳河東集 卷18》
스스로 책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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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릉 시대의 정당문학이요 / 玄陵政堂文學
태평성대의 삼중대광이거늘 / 昭代三重大匡
털끝만큼도 나라는 돕지 못한 채 / 未有絲毫補國
의연히 흰머리에 쇠한 낯이라니 / 依然髮白顔蒼
자부(自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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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이대의 문장을 자부했을 뿐 / 謾負文章再世
언제 삼한을 윤색한 게 있었던가만 / 何曾潤色三韓
후일 제후국에서 시를 채집한다면 / 他日採詩侯國
나의 충심을 토로할지 어찌 알리요 / 焉知吐我丹肝
깊은 골목 짙은 숲엔 꾀꼬리가 울고 / 幽巷鶯啼樹暗
빈 처마 실바람엔 제비가 지저귀네 / 虛簷燕語風微
백발에 유연히 홀로 읊조리면서 / 白髮悠然獨嘯
세상사 옳고 그름을 모두 잊노라 / 都忘是是非非
[주D-001]공연히 …… 뿐 : 이대(二代)의 문장(文章)은 바로 저자의 아버지인 이곡(李穀)과 저자의 문장을 의미한다.
[주D-002]언제 …… 있었던가만 : 삼한(三韓)을 윤색(潤色)한다는 것은 곧 임금을 잘 보좌하여 국가의 예악 문물(禮樂文物) 등을 화려하게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서해(西海) 김 안렴(金按廉)으로부터 순채[蓴]와 생선을 얻은 데 대하여 대서(代書)로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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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회는 하얀 실이 날리는 듯 / 膾涼飛雪縷
뜨거운 국은 은실이 엉긴 듯해라 / 羹熱凍銀絲
늘그막엔 식탐이 더욱 심해져서 / 老境饞猶甚
즐거운 마음으로 또 시를 짓노라 / 欣然又賦詩
부질없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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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리는 도는 삼책이 으뜸이요 / 治道先三策
문장은 오경에서 나오는 법이라 / 文章後五經
정밀한 간선은 좌주를 기대커니와 / 精掄期座主
소 잘 잡는 백정처럼 유능해야지 / 善解似庖丁
거마가 갑자기 골목에 집결하더니 / 車騎俄安巷
관악 소리가 벌써 대청을 울리누나 / 笙簫已滿廳
이런 태평성대의 참다운 기상을 / 太平眞氣像
다행히 성성한 백발로 보게 되었네 / 幸及鬢星星
[주D-001]삼책(三策) : 한 무제(漢武帝) 때 동중서(董仲舒)가 현량 대책(賢良對策)에서 천인감응(天人感應)의 설(說)을 요지(要旨)로 삼아 대책을 세 번 올렸으므로, 이를 천인삼책(天人三策)이라 칭하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소 …… 유능해야지 : 포 정(庖丁)은 소 잡는 백성을 가리키는데, 옛날에 기술이 아주 뛰어난 어느 백정은 칼을 워낙 잘 씀으로써 19년 동안에 걸쳐 수천 마리의 소를 잡고도 칼날이 마치 숫돌에 막 간 것처럼 멀금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뛰어난 재능(才能)을 의미한다. 《莊子 養生生》
창화(昌和) 안 정당(安政堂)이 종손(宗孫) 계림군(雞林君)과 함께 술을 가지고 방문하여 말하기를, “주금(酒禁)이 25일로 한정되었으므로, 이 때문에 와서 위로하는 것이다.”라고 하므로, 내가 말하기를, “정당공(政堂公)은 간의대부(諫議大夫)를 겸했으니, 이것이 비록 헌부(憲府)에서 아뢸 일은 아니지만, 그 금지(禁止)하는 것은 헌부에서 심력(心力)을 써야 할 일이거니와, 금지는 반드시 엄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된 것을 애처롭게 여겨서 온 것이고, 계림군은 또 나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와서 나의 곤궁함을 위로해 주는 것이리라.” 하고, 이에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실컷 마신 다음 취하여 한 수를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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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야당은 계림의 명망이요 / 綠野雞林望
황비는 사헌부의 위엄인데 / 黃扉烏府威
적막한 나를 서로 가련히 여겨 / 共憐居寂寞
함께 맛난 음식을 갖다 주누나 / 相與賜甘肥
덧없는 세월은 하 빠르기도 해라 / 駒過年光迅
꾀꼬리 울고 날도 약간 더워졌네 / 鶯啼暑氣微
금주하는 건 걱정하지 않는다오 / 不愁將禁酒
깊은 골목 오는 손 드무니 말일세 / 深巷客來稀
[주C-001]창화(昌和) …… 계림군(雞林君) : 안 정당(安政堂)은 창화동(昌和洞)에 살던 정당문학(政堂文學) 안종원(安宗源)을 가리키고, 계림군은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의 종손(宗孫)으로 계림군에 봉해진 이보림(李寶林)을 가리킨다.
[주D-001]녹야당(綠野堂)은 …… 명망이요 : 녹 야당은 당(唐)나라 때 명상(名相) 배도(裴度)가 관직에서 은퇴하여 지은 별장 이름으로, 전하여 은퇴한 재신(宰臣)을 비유한 말이고, 계림(雞林)은 경주(慶州)의 고호로서 즉 경주 이씨(慶州李氏)로 계림군(雞林君)에 봉해진 이보림(李寶林)을 가리킨다.
[주D-002]황비(黃扉)는 …… 위엄인데 : 황비는 간관(諫官)인 급사중(給事中)의 별칭인데, 여기서는 곧 당시 정당문학으로 간관을 겸했던 안종원(安宗源)을 가리킨다.
스스로 화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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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당에선 백성 고통을 근심하고 / 廊廟憂民瘼
헌부에선 국가 위엄을 떨치어라 / 臺家振國威
거울 보고 누가 수척함 깨달았나 / 鏡中誰覺瘦
천하가 저절로 살찔 수 있겠구려 / 天下自能肥
세상에 쓰여 맘은 아직 장대하고 / 用世心猶壯
봉군되어 지위도 하찮지 않은데 / 封君位不微
앓고 나서도 능히 술을 마시거니 / 病餘能飮酒
나 같은 사람도 또한 드물고말고 / 似我亦云稀
[주D-001]거울 …… 있겠구려 : 당 현종(唐玄宗)이 일찍이 거울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좋지 않은 표정을 짓자, 좌우의 신하들이 아뢰기를, “한휴(韓休)가 재상(宰相)이 되고부터는 폐하(陛下)께서 자못 전보다 수척해지셨는데, 어찌하여 그를 내쫓지 않으십니까?” 하니, 현종이 이르기를, “내 얼굴은 비록 수척해졌으나, 천하는 반드시 살찔 것이다.[吾貌雖瘦天下必肥]”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한휴는 당시에 직신(直臣)으로 이름이 높았다.
낙성군(洛城君)이 동년(同年) 이몽유(李夢游)를 달려 보내서 나를 초청하므로, 가서 꽃을 구경하고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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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군의 정원은 푸른 이끼가 절반인데 / 洛城庭院半莓苔
봄이 지난 뒤 남은 꽃이 차례로 피었네 / 春去餘葩次第開
병중의 이 회포를 알아줄 이가 적거니 / 病裏情懷知者少
내 풍류는 유독 꽃구경만이 아니라오 / 風流不獨看花來
용두사(龍頭寺)의 대사(大師)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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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아동들 부러워하는 곳에 / 街童歆艶處
갈도하며 시가를 행진할 때로세 / 呵喝綴行時
방방할 날이 초구일로 잡혔으니 / 放牓當初九
돌아올 기약을 늦추지 말지어다 / 歸期請勿遲
25 일을 기한으로 주금(酒禁)이 시작되었으므로, 술을 전송하는 것이 마치 사람을 전송하는 데 있어 서로 헤어지는 즈음에 하나는 동쪽으로 하나는 서쪽으로 각각 등을 돌려 달려가는 것처럼 되었으니, 비록 서로 만날 기약은 조석 간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만, 회포의 언짢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목은 늙은이는 몹시 가난하여 마치 사람이 사람을 전송할 때에 한갓 당부의 말만 주는 것처럼 되었으니, 국 선생(麴先生)은 이 늙은이를 용서할지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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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이 이 어떤 밤이던고 / 今夕是何夕
내 마음은 의당 보내기 싫거니와 / 我心如有違
사랑하는 내 친구 국 선생은 / 愛友麴先生
쫓겨난 길 차마 못 떠나는 듯하네 / 見逐行依依
강산은 참담하여 빛이 없는데 / 江山慘無色
새들은 서로 따르며 나는구나 / 禽鳥相隨飛
성조에선 사철 기후 순조로워서 / 聖朝調玉燭
역사에 흉년의 기록 드물거니와 / 史罕書年饑
사시 풍월 읊조려 노래하자면 / 歌風與舞月
그대 없이 누구와 함께한다나 / 非生誰與歸
하루아침에 멀리 떠나고 나면 / 一旦萬里去
화복이 다 틈 타서 일어날 테지 / 禍福皆乘機
헤어지면서 고작 이것을 주다니 / 臨分有此贈
내 도리 그름이 조금은 한이로다 / 稍恨吾道非
하느님은 노련한 안목이 있어 / 天公有老眼
드러남도 알고 은미함도 알거니 / 知彰又知微
원컨대 속히 서로 만나게 하사 / 願令速相會
나에게 술의 덕을 입게 하소서 / 使我親德輝
또 짓다.
국생의 풍미는 참으로 청한하기만 한데 / 麴生風味儘淸閑
유배 당한 연래엔 매양 창피만 당하누나 / 被謫年來每厚顔
종사는 의기양양히 전원에서 노닐고 / 從事揚翹游田第
독우는 종적 감춰 세속에 숨어 버렸네 / 督郵屛跡隱煙寰
친구의 많고 적음은 중심에서 나오지만 / 結交衆寡非由外
품격 고하 논하는 덴 절로 차이가 있다오 / 論品高低自有間
장차 유배 풀려 돌아오고 풍년도 들거든 / 待得賜環年亦熟
성대한 풍악 속에 네 돌아온 걸 위로하리 / 舞衫歌扇慰渠還
[주C-001]국 선생(麴先生) : 술을 의인화(擬人化)하여 부르는 별칭이다. 이다음에 나오는 국생(麴生) 또한 이와 같은 뜻이다.
[주D-001]종사(從事) : 청 주종사(靑州從事)의 약칭으로, 좋은 술을 의미한다. 진(晉)나라 때 환온(桓溫)의 막하(幕下)에 있던 한 주부(主簿)가 술맛을 잘 감별하였으므로, 술이 있을 때마다 그로 하여금 맛을 보게 했는데, 그가 맛이 좋은 술을 청주종사라 하고, 맛이 나쁜 술을 평원독우(平原督郵)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독우(督郵) : 진 (晉)나라 때 환온(桓溫)의 막하(幕下)에 있던 한 주부(主簿)가 술맛을 잘 감별하였으므로, 술이 있을 때마다 그로 하여금 맛을 보게 했는데, 그가 맛이 좋은 술을 청주종사라 하고, 맛이 나쁜 술을 평원독우(平原督郵)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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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귀한 음식 차려 놓고 군영 문을 열어라 / 炰鳳烹龍闢柳營
갑옷 빛이 번쩍번쩍 산에 비쳐 환하구려 / 甲光浮動照山明
하수에 던져 삼군의 취함을 문득 보고는 / 投河便見三軍醉
눈물 참으며 오늘 아침 국생을 전송하네 / 忍淚今朝送麴生
인간의 오만 일 영위하는 건 사절했지만 / 人間萬事謝營營
유독 술만 보면 눈이 배나 번쩍 뜨이는데 / 獨見金樽眼倍明
더구나 영친은 의당 성대한 일이거니와 / 況是榮親爲盛事
듣자니 내일은 문생을 뽑는다데그려 / 似聞來日選門生
고시하는 자리와 군영만을 제외하고는 / 只除試席與軍營
금주의 조약을 방 위에 환히 붙였는지라 / 禁酒條章牓上明
태평성대를 읊조릴 계책이 다시 없으니 / 歌詠昇平更無術
청풍명월은 아마 구차한 삶이 되겠구먼 / 淸風明月似偸生
[주D-001]하수(河水)에 …… 취함 : 황 석공(黃石公)의 《삼략(三略)》에 의하면, 옛날에 어느 휼륭한 장수(將帥)가 어떤 이가 보내 준 한 병의 막걸리를 가지고 부하(部下)의 모든 병사(兵士)들과 함께 마시기 위해 이 술병을 하수에 던져 놓고 병사들로 하여금 하수의 하류(下流)로 내려가서 다 함께 그 물을 마시게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스스로 희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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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은 가장 깊고도 후미져서 / 我家最幽僻
동북쪽에는 이웃집도 없는 데다 / 東北無鄰家
서쪽 이웃은 이미 취해 누웠는데 / 西鄰已醉臥
처마 밑의 햇빛이 기울어만 가고 / 簷日將欲斜
남쪽 이웃만이 왔다갔다하거니 / 南鄰來又去
그 어디서 떼 지어 떠들 수 있으랴 / 何處群喧譁
홀로 앉았는 걸 본디 좋아하건만 / 獨坐素所愛
뜻을 잃어 마음이 비탄에 젖느니 / 忽忽心悲嗟
과거사는 사라진 새에 부치거니와 / 往事付沒鳥
흐르는 세월은 가는 뱀과 같구나 / 流年如逝蛇
물욕은 도덕의 맛을 감손시키고 / 物欲損道味
공명은 흰 귀밑털을 더해만 가네 / 功名添鬢華
평생에 하나뿐인 유익한 친구는 / 平生一益友
생각에 사특함 없는 국생뿐인데 / 麴生思無邪
아무런 죄도 없이 견척을 입어 / 無罪被譴斥
아스라이 하늘 한쪽으로 떠났네 / 渺渺天之涯
요조의 채찍을 슬피 바라보면서 / 悵望繞朝策
장건의 떼를 조용히 기다리노니 / 佇待張騫槎
돌아올 날이 정히 어느 날일꼬 / 旋歸定何日
천지간에 바람 모래만 날리는데 / 天地揚風沙
생각하는 마음 잠시나마 그치랴 / 相思肯暫輟
아침놀 먹는 것도 편치 못한걸 / 未便飡朝霞
또 읊다.
서루에서 봄 전송한 지 지금 그 며칠인고 / 西樓送春今幾日
늙어갈수록 세월 빠름을 가히 보겠는데 / 老大可見光陰疾
동가에는 술 전송할 다정한 사람이 없어 / 東家送酒無可人
실의에 찬 정흥을 새롭게 하기 어렵구나 / 參差難敎情興新
술 보내고 봄 보내서 운치를 깨뜨리어라 / 送酒送春殺風景
목옹의 길이 못 잊는 마음을 그 누가 알꼬 / 誰識牧翁長耿耿
유련황망하는 자는 우리 무리가 아니요 / 流連荒亡非吾徒
정명을 순히 받는 이가 참다운 유자라네 / 順受其正爲眞儒
요순의 군민은 발걸음도 왜 그리 너른고 / 堯舜君民步何闊
아동들 떠드는 괴로움을 어찌 헤아리랴 / 何期苦遭兒童聒
봄이 가면 보낼 뿐 내가 그 어찌하랴만 / 春歸則送奈吾何
술을 금한즉 보내고 내 노래를 드날리니 / 酒禁則送揚吾歌
노랫소리 곧장 오르면 구름도 날지 않고 / 歌聲直上雲不飛
손뼉 치며 담소하면 유창하기 그지없네 / 抵掌談笑如懸河
봄을 보내면 봄은 반드시 돌아오고 / 送春春必回
술을 보내면 술은 반드시 돌아오나 / 送酒酒必來
한스런 것은 백발은 다시 검지 않음일세 / 只恨白髮不再黑
봄 보내고 술도 보내고 마음 몹시 슬퍼라 / 送春送酒心惻惻
마음 몹시 슬픈 게 어찌 끝까지 갈쏜가 / 心惻惻豈終極
장차 팔방 끝까지 수역이 열림을 볼 걸세 / 會見八荒開壽域
[주D-001]요조(繞朝)의 채찍 : 요 조는 춘추 시대 진(秦)나라 대부(大夫)이다. 일찍이 진(晉)나라 대부 사회(士會)가 진(秦)나라에 망명했을 때, 진(晉)나라에서 사회가 진(秦)나라에 쓰일까 염려한 나머지, 계책을 써서 사회를 다시 진(晉)나라로 유인하여 갈 적에 진(秦)나라 대부 요조가 사회와 작별하는 즈음에 말채찍을 주면서 말하기를, “그대는 진(秦)나라에 인물이 없다고 이르지 말라. 나의 계책이 마침 쓰이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인데, 그가 사회에게 준 말채찍은 곧 계책을 의미한 것으로, 자기가 진(晉)나라의 이간책(離間策)을 미리 알고 있었음을 뜻한 것이었다. 《春秋左傳 文公13年》 여기서는 곧 떠나는 술을 저 유인되어 간 사회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2]장건(張騫)의 떼 : 한 무제(漢武帝) 때 장건이 서역(西域)의 대월지국(大月氏國)에 사신(使臣)으로 가던 도중 흉노에게 포로가 되어 그곳에서 10여 년을 억류되었다가 뒤에 탈출하여 귀국했었다. 떼는 곧 장건이 일찍이 떼를 타고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서 마침내 은하수(銀河水)에 당도하여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만났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漢書 卷61 張騫傳》
[주D-003]아침놀 먹는 것 : 도가(道家)에서 수련(修鍊)하는 방법 가운데 아침 해가 막 떠오를 때의 붉은 운기(雲氣)를 마시는 것을 말한다.
[주D-004]유련황망(流連荒亡) : 맹 자(孟子)가 이르기를, “배를 띄우고 물의 흐름을 따라 한없이 내려가서 돌아오기를 잊는 것을 유(流)라 하고, 물의 흐름을 따라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서 돌아오기를 잊는 것을 연(連)이라 하며, 짐승을 쫓아 사냥하기를 무한정 하는 것을 황(荒)이라 하고, 술을 즐겨 마시기를 싫증 내지 않고 무한정 하는 것을 망(亡)이라 한다.”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梁惠王下》
[주D-005]정명(正命)을 순히 받는 : 맹자가 이르기를, “천명이 아닌 것이 없으나, 순하게 정명을 받아야 한다.[莫非命也 順受其正]”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盡心上》
[주D-006]요순(堯舜)의 …… 너른고 : 발걸음이 너르다는 것은 곧 태평성대에는 언어와 행동이 아주 자유로워서 조금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활보하며 큰소리로 담론(談論)도 한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아동들 떠드는 괴로움 : 집 에만 들어앉아 있다 보면 아동들의 떠들어 대는 소리가 귀찮게 들림을 의미한다. 두보(杜甫)의 〈하일이공견방(夏日李公見訪)〉 시에, “둥지는 많아 새들이 서로 싸우고, 잎새는 무성해 매미들이 울어 대니, 이놈들 떠드는 소리 괴롭기만 한데, 누가 내 집이 조용하다 말하는고.[巢多衆鳥鬪 葉密鳴蟬稠苦遭此物聒 熟謂吾廬幽]”라고 하였다.
[주D-008]노랫소리 …… 않고 : 옛 날 진(秦)나라에 노래를 아주 잘했던 진청(秦靑)이란 사람이 자기의 제자 설담(薛譚)을 전송하는 자리에서 손수 박자를 치며 슬피 노래하니, 구슬픈 노랫소리가 숲을 진동하여 메아리가 멀리 가는 구름을 멈추게 했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뛰어난 시가(詩歌)를 의미한다. 《列子 湯問》
[주D-009]장차 …… 걸세 : 수역(壽域)은 사람마다 천명(天命)대로 장수를 누리는 태평성대를 말한다. 두보(杜甫)의 〈상위좌승(上韋左丞)〉 시에, “팔방 끝까지 장수의 고장을 열고, 한 기운으로 우주를 다스리네.[八荒開壽域一氣轉洪鈞]” 하였다.
국 생(麴生)이 전일(前日)에 길을 떠날 제 온 도성(都城)이 나가 전송을 했는데, 이날 해가 저물어서 미처 전송하지 못하고 그다음 날에야 추후로 전송한 이도 많았다. 나는 국생에 대해서 비록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에게 전혀 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인데, 병 때문에 문을 닫고 들어앉아서 끝내 그의 떠나는 행색(行色)을 바라보지 못한 채 한 수를 읊어 이루노니, 후일에 국생이 조정에 돌아오거든 의당 그를 위하여 외워주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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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생의 도성 떠나는 길 더디고 더디어라 / 麴生去國□遲遲
온 도성이 서로 다투어 나가 전송했는데 / 傾都出餞爭先馳
날이 저물도록 자리를 파하지 아니하고 / 日云暮矣席未罷
풍류와는 이별 많음을 다 애석히 여기며 / 共惜風流多別離
밤새도록 주고받고 하다가 닭이 울어라 / 獻酬徹夜雞已鳴
추후로 전송한 이는 가장 원로들이었으니 / 追而餞者尤耆英
원로들의 석별의 정은 어제보다 더하여 / 耆英惜別甚於昨
예절은 근엄하고 마음은 지성스러웠네 / 禮數謹嚴心至誠
백발로 조정에 앉아 백성 편키만 바랐지 / 白頭廊廟望民康
언제 국생과 함께 경거망동 일삼았던가 / 何曾與生同輕狂
국생이 내 혈기 조화시킨 게 사랑스럽고 / 愛生調和我血氣
국생이 우리 강상 도와준 게 사랑스러라 / 愛生翊贊我綱常
군신 간에 아주 즐거움은 국생의 공이요 / 君臣樂甚生之功
붕우 간에 의리로 합함은 국생의 풍류라 / 朋友義合生之風
명당의 대례는 치른 지 이미 오래이지만 / 明堂大禮旣云遠
종묘의 제사는 지금도 풍성히 지내고말고 / 太室精禋今尙豐
누구와 세속 밖에 충분히 즐길 수 있으랴 / 誰能物外足淸娛
일찍이 상국을 따라서 노래도 불렀었지 / 曾隨相國能歌呼
무회씨 갈천씨는 이미 자리를 떠났지만 / 無懷葛天宛移席
방장산 봉래도는 병 속에 죽 감췄었더니 / 方丈蓬島森藏壺
나는 지금 가는 행차 전송할 힘도 없이 / 我今無力送征鞍
홀로 앉아 읊자니 마음이 편안치 않구나 / 我坐我嘯心難安
국생이여 빨리 돌아와 내 늙음 위로해 주오 / 生乎遄歸慰我老
내 삭신은 아직도 마냥 쑤시고 아프다네 / 我骨尙爾多辛酸
나는야 국생을 따라서 무궁문에 들어가 / 從生欲入無窮門
추위 더위 다 잊고 야록처럼 달리고파라 / 走如野鹿忘寒溫
어찌 이 마음을 사물의 노예로 삼을쏜가 / 那將方寸爲物役
천지간에 풍진이 깜깜해진 지 오래인걸 / 久矣天地風塵昏
[주D-001]명당(明堂)의 …… 오래이지만 : 명당은 태산(泰山)에 있던 궁전(宮殿)으로서 옛날 주(周)나라 천자가 동쪽으로 순수(巡狩)하여 제후들에게서 조회 받던 곳이므로, 여기서는 곧 성왕(聖王) 시대가 이미 멀어졌음을 의미한다.
[주D-002]일찍이 …… 불렀었지 : 한 혜제(漢惠帝) 때 상국(相國) 조참(曹參)은 본디 술을 아주 즐겨 마셨는데, 상사(相舍)의 후원(後園)이 이사(吏舍)와 아주 가까웠던바, 이사에서는 아전들이 날마다 술을 마시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곤 하였으므로, 상국이 한번은 후원을 거닐다가 술이 취해 노래하는 아전들을 보고는 상국 자신도 아전들 틈에 끼여 앉아서 술을 실컷 마시고 아전들과 함께 고성방가(高聲放歌)를 서로 창화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무회씨(無懷氏) 갈천씨(葛天氏) : 모 두 상고(上古) 시대 제왕(帝王)으로서 아주 이상적으로 세상을 잘 다스려서 천하가 태평했다고 하는데, 도잠(陶潛)의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의하면, “술을 실컷 마시고 시를 지어서 자신의 뜻을 즐기니, 무회씨의 백성인가, 갈천씨의 백성인가?[酣觴賦詩 以樂其志 無懷氏之民歟葛天氏之民歟]” 하였다.
[주D-004]방장산(方丈山) …… 감췄었더니 : 방 장산과 봉래도(蓬萊島)는 삼신산(三神山) 중 두 산의 이름으로, 전하여 별천지(別天地)를 뜻한다. 후한(後漢) 때 선인(仙人) 호공(壺公)이 매일 시장에서 약(藥)을 팔고 시장이 파하면 즉시 가게 머리에 걸어 놓은 병 속으로 들어가곤 하므로, 시연(市掾) 비장방(費長房)이 그 광경을 보고는 이상하게 여겨, 마침내 호공을 알현하고 그를 따라서 병 속으로 들어가 보니, 좋은 집이 있고 맛있는 술과 안주가 그득하여 함께 실컷 마시고 나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5]무궁문(無窮門) : 지 극한 도(道)를 뜻한다. 황제(黃帝)가 일찍이 공동산(空同山)으로 선인(仙人) 광성자(廣成子)를 찾아가서 도를 묻자, 광성자가 이르기를, “오거라, 내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저 지극한 도는 끝이 없건만 사람들은 끝이 있다고 여기고, 저 지극한 도는 헤아릴 수 없건만 사람들은 모두 다함이 있다고 여긴다.……나는 장차 속세(俗世)의 그대에게 속세를 벗어나서 무궁한 지도(至道)의 문(門)으로 들어가 무극(無極)의 들판에서 노닐게 하련다.” 한 데서 온 말이다. 《莊子 在宥》
[주D-006]야록(野鹿) : 야록은 들판에 뛰노는 사슴을 가리키는데, 이는 상고 시대의 아래 백성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양양 자득했던 것을 비유한 말이다. 《莊子 天地》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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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간의 정은 지극히 친한 거라 / 父子情至親
순종할 뿐 어김이 어디 있으랴만 / 順矣何所違
욕심이 발동하여 그치지 않으면 / 欲心動不止
소란스레 서로 시비를 다투어서 / 紛然爭是非
굽은 걸로써 내가 곧다 고집하여 / 執枉曰我直
어리석게 위기를 만나게 되누나 / 昧昧蹈危機
천리가 대낮과 같이 찬연하거니 / 天理粲如晝
어찌 심오한 도리가 따로 있으랴 / 何曾有玄微
마음 비우면 의당 절로 얻어져서 / 虛心當自得
돌아갈 곳을 활연히 알게 되련만 / 豁然知所歸
잠부(蠶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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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중엔 누에 치는 부인도 많은데 / 城中蠶婦多
뽕잎은 어찌 그리도 무성한고 / 桑葉何其肥
비록 뽕잎이 적어졌다고는 하나 / 雖云桑葉少
누에가 굶주림은 보지 못하겠네 / 不見蠶苦饑
누에가 막 나선 뽕잎이 넉넉다가 / 蠶生桑葉足
누에가 크면 뽕잎이 드물어져서 / 蠶大桑葉稀
조석으로 땀 흘리며 분주하나니 / 流汗走朝夕
자기가 입을 옷 때문이 아니라네 / 非緣身上衣
초동(樵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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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들이 걸핏하면 떼를 지어서 / 樵童動成群
도성 밖에 있는 산을 찾아가는데 / 往尋城外山
산에는 푸른 소나무가 하도 많아 / 山多靑松樹
푸른빛이 구름 사이에 떠오르고 / 翠色浮雲間
잡목들은 한 자 길이도 안 되는데 / 雜木不盈尺
땀을 뻘뻘 흘리며 베고 또 베어라 / 採採流汗顔
날이면 날마다 고되게 노력하여 / 辛勤日復日
새벽에 나갔다 저녁이면 돌아오네 / 曉出俄夕還
농부(農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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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의 들녘엔 우리 벼를 심었고 / 江郊種我稻
높은 곳엔 콩팥의 싹이 자라는데 / 高處生豆苗
김매기는 어렵고 쉰 게 있거니와 / 鋤草有難易
땅은 비옥함과 척박함이 있나니 / 地又分肥墝
사람의 노력이 만일 게으를진댄 / 人力苟其怠
천행이야 바랄 바가 아니고말고 / 天幸非所徼
난 본디 농사에 무능한 사람이라 / 我本鹵莽者
앉아 탄식하며 짧은 노래 짓노라 / 坐嘆成短謠
어자(漁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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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가 그물을 가로질러 치려 하나 / 漁者欲絶流
강물이 넓어 어찌할 수 없는지라 / 流闊無奈何
뭇 고기들이 서로 떼를 나누어서 / 羣魚散其隊
어릿어릿 물결을 따라가는구나 / 圉圉隨風波
한번 걸리면 끝내 빠져나오지 못해 / 一觸竟不退
불나방처럼 스스로 받쳐 죽으리니 / 自撲如燈蛾
비록 우연히 서로 만나긴 했지만 / 雖然偶相値
내 노래를 듣고 잘 경계할지어다 / 戒之聞吾歌
연명(淵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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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은 세상일을 몰랐기 때문에 / 淵明時不識
얼굴은 초췌하나 기는 화려했는데 / 貌枯氣自華
안공이 도와준 천만 전의 돈은 / 顔公千萬錢
그날 즉시 술집으로 보냈었고 / 卽日送酒家
바람 서리 깊어진 가을날에는 / 風霜天地秋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땄었지 / 東籬採黃花
명교를 중히 여겼음을 누가 알랴 / 誰知重名敎
배와 밤으로 깊은 탄식을 하였네 / 梨栗生深嗟
[주D-001]안공(顔公)이 …… 보냈었고 : 안 공은 바조 남조(南朝) 송(宋)의 문장가인 안연지(顔延之)를 가리킨다. 그는 본디 도잠(陶潛)과 서로 다정한 사이였는데, 그가 시안 태수(始安太守)가 되어가서는 날마다 도잠에게 들러서 술을 실컷 마시고 취하여 가곤 하다가, 그가 그곳을 떠나게 되어서는 도잠에게 2만 전(錢)을 남겨 주자, 도잠은 그 돈을 전부 다 술집으로 보내 놓고는 자주 나아가 술을 마셨던 데서 온 말이다. 《宋書 卷93 隱逸列傳 陶潛》
[주D-002]바람 …… 땄었지 : 도잠의 〈음주(飮酒)〉 시에,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네.[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명교(名敎)를 …… 하였네 : 도 잠의 〈책자(責子)〉 시에, “비록 다섯 아들이 있긴 하나, 모두가 문학을 좋아하지 않아서, 큰아들 서는 열여섯 살이 되었으나, 본디 게으르기 짝이 없고,……통이란 놈은 아홉 살이 돼가지만, 배와 밤만 찾는구나. 천운이 진실로 이와 같거니, 또한 술잔이나 기울여야지.[雖有五男兒 總不好紙筆 阿舒已二八 懶惰故無匹……通子垂九齡 但覓梨與栗 天運苟如此 且進杯中物]” 한 데서 온 말이다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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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협착해 여럿 살기 낯뜨겁고 / 矮陋群居赧
쓸쓸하여 홀로 가기도 어려워라 / 蕭條獨往難
높이 읊다 보니 산중의 해는 기울고 / 吟高山日側
시야가 짧으니 바다 하늘은 넓구나 / 視短海天寬
울타리 밑에선 원량을 본받고 / 籬下師元亮
요동으로는 유안을 벗 삼아서 / 遼東友幼安
내 생애가 스스로 즐길 만하거니 / 吾生自可樂
바깥 사물이 감히 내게 침범하랴 / 外物敢相干
[주D-001]울타리 …… 본받고 : 원량(元亮)은 도잠(陶潛)의 자이다. 도잠의 〈음주(飮酒)〉 시에,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네.[採菊東籬下悠然見南山]”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요동(遼東)으로는 …… 벗 삼아서 : 유 안(幼安)은 후한(後漢) 말기 위(魏)나라의 대유(大儒)인 관녕(管寧)의 자이다. 그는 일찍이 황건적(黃巾賊)의 난리를 피하여 요동으로 건너가 지내면서 위 명제(魏明帝)의 후례 징소(厚禮徵召)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항상 무명옷에 검은 두건을 착용하여 청빈(淸貧)을 달게 여기고 지조(志操)를 굳게 지켰다. 《三國志 卷11 魏書 管寧傳》
소낙비가 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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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날이 갑자기 약간 흐리더니 / 白日忽微翳
바람 불어라 어찌 그리 유쾌한고 / 風來何快哉
저녁 볕은 높은 나무에 비치는데 / 斜陽照高樹
소낙비는 푸른 이끼에 뿌려대네 / 驟雨洒蒼苔
황연히 대지를 몰아가는 듯할 제 / 怳疑包大地
제비 소리는 금대에서 멀어졌네 / 簷語遠琴臺
잠깐 뒤에 소낙비가 절로 그치니 / 須臾勢自止
호탕한 흥을 급히 거두기 어렵구나 / 浩興難遽回
절구(絶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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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 막 지나가고 해가 떨어지려 할 제 / 驟雨初過欲落暉
숲 가득 바람 일고 남은 이슬비 흩날리니 / 滿林風動散餘霏
뼈에 사무친 시원한 기운 물같이 맑아라 / 爽然入骨淸如水
푸른 도롱이 삿갓 쓰러 언제나 돌아갈꼬 / 靑篛綠簑何日歸
[주D-001]푸른 …… 쓰러 : 당(唐)나라의 은사(隱士) 장지화(張志和)의 〈어부사(漁父詞)〉에, “푸른 대삿갓 쓰고, 푸른 도롱이 입었거니, 비낀 바람 이슬비에 돌아갈 것 없고말고.[靑篛笠 綠簑衣 斜風細雨不須歸]” 한 데서 온 말이다.
낭랑하게 읊다. 이 동년(李同年)을 생각하다. 이름은 구(玖)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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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하면 자고 주리면 먹어서 조석을 지내라 / 困眠飢食度朝昏
문도 안 단 그윽한 집은 적적하기만 한데 / 寂寂幽居不設門
좀먹은 서책들은 날이 갠 뒤에 포쇄하고 / 簡冊蠹魚晴後曬
뜰 가의 새들은 고요함 속에 떠들어 대네 / 庭際鳥雀靜中喧
생각만 하는 게 어찌 자주 만남만 하리요 / 相思何似頻相見
간이함이 예부터 번잡함을 포함하는 거라 / 至簡由來銜至繁
담박하게 홀로 서서 아무 거리낌 없는 곳에 / 獨立澹然無累處
때론 옛 친구 높은 행차가 왕림도 해 준다네 / 舊游時或枉高軒
백운(白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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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은 장차 어디로 가려느뇨 / 白雲將何之
아스라이 하늘 저 한쪽 가이로다 / 渺然天一涯
거센 바람이 비록 안 불어와도 / 長風雖不至
변화하는 건 절로 때가 있고말고 / 變化自有時
높고 험준한 저 태화산 봉우리 / 峨峨大華峰
꼭대기에나 배회함 직할 터이니 / 絶頂堪棲遲
개밋둑 같은 작은 언덕 따위에사 / 培塿如蟻封
부른대서 어찌 내려오려 할쏜가 / 招之寧肯來
슬피 바라볼 뿐 미쳐갈 순 없어 / 悵望不可及
머리 숙이고 새로운 시를 쓰노라 / 俯首題新詩
민자복(閔子復)이 해채(海菜)를 보내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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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선 특이한 나물이 나오니 / 東海出異菜
색깔은 검고 살갗은 얄팍하고 / 色黑膚理薄
길이는 두어 자 남짓 되는 데다 / 長可數尺餘
머리가 있고 또한 다리도 있는데 / 有頭仍有脚
초를 치면 회에 대신할 수가 있고 / 美醋可當膾
국 끓이면 또한 찢어 먹을 만하네 / 香羹亦堪剝
쇠한 위장을 보하는 건 물론이요 / 云補腸胃衰
지혈시켜 경락도 보한다 하누나 / 止血扶經絡
비록 그 성질이 워낙 한랭하여 / 雖然性稟冷
온평한 약용엔 들어가지 못하나 / 不入溫平藥
난질난질 잘 퍼진 고미밥에다 / 錭胡爛炊飯
넉넉히 곁들여 먹을 만하고말고 / 足以供咀嚼
200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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