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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흥(驪興)의 전토(田土)를 두고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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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흥 전토 하사받아 임금 은혜를 입었으니 / 驪興田土荷君恩
감격고도 부끄럽네 여생에 직언을 할 수 있을지 / 感愧殘年可盡言
처사의 대와 솔 길은 아직도 있거니와 / 處士竹松猶有徑
선생의 토란 밤 정원도 어찌 없으랴만 / 先生芋栗豈無園
교묘히 훔쳐 뺏었다고 되레 말들 많아라 / 巧偸豪奪還遭聒
조용히 생각하니 번거로움 덜고만 싶네 / 靜坐沈思欲省煩
늘그막에 회포 풀 곳이 정히 그 어드메뇨 / 老境寬懷何處是
흐린 달빛 천지 가득한 오호의 풍경일세 / 五湖煙月滿乾坤
[주D-001]처사(處士)의 …… 있거니와 : 한 (漢)나라 때 처사 장후(蔣詡)가 왕망(王莽) 집권 시 벼슬을 버리고 향리(鄕里)로 돌아가 은거하면서 뜨락의 대나무 밑에 세 오솔길을 내고는 오직 구중(求仲), 양중(羊仲) 두 사람하고만 종유했었는데, 진(晉)나라의 도잠(陶潛) 또한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이 고사를 인용하여, “세 오솔길은 묵었으나, 소나무 국화는 아직 그대로 있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선생(先生)의 …… 없으랴만 : 두보(杜甫)의 〈남린(南鄰)〉 시에, “금리 선생은 검은 각건을 쓰고, 정원서 토란 밤 거두니 가난치만은 않구려.[錦里先生烏角巾 園收芋栗不全貧]”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흐린 …… 풍경일세 : 춘 추 시대 월(越)나라 대부(大夫) 범려(范蠡)가 일찍이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보좌하여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나서는 바로 거룻배를 오호(五湖)에 띄워 타고 떠났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공(功)을 이루고 은퇴(隱退)하는 데에 비유한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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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발에 맹렬한 불로 풍향차를 달이니 / 銀盂活火煮楓茶
빛과 맛과 향 갖춰 사기를 물리칠 만한데 / 色味香全可却邪
백발의 쇠한 늙은이는 기량이 하도 많아 / 白髮衰翁多伎倆
다시 눈동자 닦아 어른거린 걸 씻어 내네 / 更揩眸子洗昏花
들은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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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포에선 예부터 악취와 향내로 화하기에 / 蘭鮑由來化臭馨
시가가 당일에 명령을 두고 탄식했었네 / 詩家當日歎螟蛉
충성으로 가르치는 게 신하의 직책이니 / 忠焉能誨人臣職
천심은 본디 알 수 없다고 말들을 마소 / 莫道天心自杳冥
[주D-001]난포(蘭鮑)에선 …… 화하기에 : 난 포는 향기로운 난초와 소금에 절인 생선을 말하는데,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착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지초나 난초가 있는 집에 들어간 것 같아서 오래되면 그 향태를 맡지는 못할지라도 곧 그에게로 동화하는 것이요, 불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간 것 같아서 오래되면 그 악취를 맡지는 못할지라도 또한 그에게로 동화하는 것이다.[與善人居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久而不聞其臭 亦與之化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시가(詩家)가 …… 탄식했었네 : 명 령(螟蛉)은 뽕나무 벌레의 유충(幼蟲)인데, 나나니벌이 이것을 업어다가 제 새끼로 만든다고 하므로,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완(小宛)에, “들 가운데 콩이 열렸거늘, 사람마다 가서 따도다. 뽕나무 벌레 새끼를, 나나니벌이 업고 가도다. 너도 자식 잘 길러서, 착한 것을 닮게 하라.[中原有菽 庶民采之 螟蛉有子 蜾蠃負之 敎誨爾子 式穀似之]”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곧 주 유왕(周幽王)이 포학하여 나라가 매우 어지러워지므로, 주나라 대부(大夫)가 이를 걱정하여 어서 성왕(聖王)이 나와서 백성들을 잘 다스려 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부른 노래이다.
스스로 책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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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이 거친 데다 기도 맑지 못한지라 / 學術空疎氣未淸
말은 분란스럽고 뜻 또한 분명치 못해 / 語言紛紊意難明
백발로 서연 곁에서 땀만 뻘뻘 흘려라 / 白頭汗面書筵側
한 구절인들 어찌 설득이 정밀할쏜가 / 一句何曾說得精
12 월 8일은 내 장모(丈母)의 친정 어머니인, 판서(判書) 윤공(尹公) 휘 언손(言孫)의 아내이자 김 학사(金學士) 휘 주정(周鼎)의 따님의 기단(忌旦)이다. 내가 처음 화원군(花原君)의 집에 장가들었을 때만 해도 김씨(金氏)가 아직 건강했었는데, 그로부터 1년 뒤에 작고하여 그의 장례(葬禮)를 치를 때에 나 또한 여러 자제(子弟)들의 뒤를 따라 일을 돌보았으니, 그때가 바로 지정(至正) 병술년이었다. 이날을 당하여 걸식승(乞食僧)들을 초치해서 간략하게 천복재(薦福齋)를 설행하고, 시 한 수를 기록하여 자손들로 하여금 잊지 않게 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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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 김씨는 바로 대대로 명문가라서 / 化平金氏是名家
부귀와 공명이 길이 없어지지 않는데 / 富貴功名永不磨
칠원 윤씨 배필 되어 얌전한 따님 낳아 / 作配漆原生婉婉
권씨 집에 남긴 후손 지극히도 많아라 / 貽孫權室至多多
좋은 토지 세입으로 우리도 배부르거니 / 良田歲入吾猶飽
기석의 재 올린 걸 누가 감히 흠잡으랴 / 忌席僧齋誰敢訛
애써 이 시 쓴 건 일을 좋아해서 아니라 / 強筆此詩非好事
예부터 동타가 형극에 묻힌 때문이라오 / 古來荊棘沒銅駝
[주D-001]화평 김씨(化平金氏) : 화평은 광주(光州)의 고호이므로, 즉 광산 김씨(光山金氏)인 김주정(金周鼎)의 가문을 가리킨다.
[주D-002]예부터 …… 묻힌 : 동 타(銅駝)는 한(漢)나라 때 낙양(洛陽)의 궁문(宮門) 밖에 비치한, 동(銅)으로 주조한 낙타(駱駝)를 가리키는데, 진(晉)나라 때 색정(索靖)이 천하(天下)가 장차 어지러워질 줄을 미리 알고는 그 동타를 가리키며 탄식하여 말하기를, “네가 곧 가시덤불 속에 묻히는 것을 보게 되겠구나.” 했던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곧 세월이 오래됨에 따라 옛 자취가 점차 묻혀 가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侍中)이 출사(出仕)하지 않아서 합좌소(合坐所)로 나가지 않고, 이 밀직(李密直) 인민(仁敏) 과 이 상의(李商議) 자송(子松) 를 알현하러 갔으나 모두 만나지 못하고, 다시 왕 개성(王開城)을 만나러 갔으나 또 손이 있어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고는 동정(東亭)을 찾아가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광평 시중(廣平侍中)을 알현하여 또 마시고 약간 취하여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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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이 안 나와서 조정엔 나가지 않고 / 侍中不出弛朝趨
특별히 세 집 찾아 속추만 두고 나와선 / 特訪三家置束芻
다만 동정의 해장술 마시는 곳이 있어 / 只有東亭解酲處
창 가득 햇빛 아래 함께 술잔 기울였네 / 滿窓日色共傾甌
백발로 약간 거나해 상경을 알현하여라 / 白髮微酣謁上卿
소년의 미치광이 모습 일개 서생이었네 / 少年狂態一書生
돌아와선 몸에 일 없음이 스스로 기뻐라 / 歸來自喜身無事
산야의 외론 자취가 태평을 만났네그려 / 山野孤蹤値太平
모과를 가늘게 썰고 여기에 귤을 곁들여 / 木瓜細切橘交加
아교 같은 석청 타니 맛이 이미 좋은데 / 崖蜜如膠味已多
다시 경단을 가져다 뜻대로 씹어 먹으니 / 更把瓊餻隨意嚼
중화탕 마시기보다야 월등히 낫고말고 / 絶勝湯飮號中和
[주D-001]세 …… 나와선 : 속 추(束芻)는 꼴 묶음을 말한다. 《시경》 소아(小雅) 백구(白駒)에서 떠나는 현사(賢士)를 아쉬워하며, “깨끗한 흰 망아지가, 저 빈 골짜기에 있네. 생 꼴 한 줌을 먹이노니, 그 사람은 옥과 같도다. 간다고 소식조차 끊어서, 부디 나를 멀리 마소서.[皎皎白駒 在彼空谷 生芻一束其人如玉 毋金玉爾音 而有遐心]” 하였는데, 후한(後漢) 때의 고사(高士) 곽태(郭太)가 모친상(母親喪)을 당했을 적에 평소 그를 존경해왔던 서치(徐穉)가 그곳에 조문을 가서는 곽태를 현사로 대접하는 뜻에서 생 꼴 한 묶음만 여막(廬幕) 앞에 두고 상제(喪制)는 만나지도 않은 채 그냥 돌아갔던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현사를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한 의미로 쓰였다.
졸 시(拙詩) 중에 전권(全卷)을 정서(淨書)하지 않은 것이 이미 옛 초고(草藁) 속에 들어 있지만 이것을 재차 열람할 길이 없었는데, 어느 날 상자 속에서 이미 정서된 것 두어 장을 얻어서 그 차례를 상고해 보니, 그 유실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어 과연 그것을 찾아내었다. 이에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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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대조해 등사해도 빠진 것이 있으니 / 按本謄來尙有遺
만들고 없애는 것이 참으로 다방면일세 / 架空掃去儘多岐
목옹의 시흥은 장소 만남에 따를 뿐이니 / 牧翁詩興逢場耳
정과 기의 법칙 순환함을 그 누가 알리요 / 誰識循環正與奇
술을 가지고 유 상서(庾尙書), 권 상서(權尙書)가 김 판서(金判書) 댁으로 방문했더니, 유 상서가 시를 지으므로 그 운에 차(次)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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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장교 가의 김 판서 댁을 밤에 서로 들러 / 玉粧橋畔夜相過
금등시 다퉈 지어 뛰어난 흥취 진진할 제 / 競賦金藤逸興多
삼십여 년이 참으로 한바탕 꿈만 같아서 / 三十餘年如一夢
다시 옛일을 가지고 미친 노래 불러 보네 / 更將故□發狂歌
돌아오는 도중에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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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하여 돌아올 제 날은 어두워가는데 / 乘醉還家日欲昏
도성 거리 먼지 속에 말발굽도 바빠라 / 紅塵綺陌馬蹄翻
행인들은 여전히 분잡하게 거리를 메워 / 路人依舊紛如織
앞 수레가 엎어져도 뒤 수레는 닫는구나 / 覆了前車後尙奔
합좌(合坐)하여 선사주(宣賜酒)를 절하고 마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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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이 술 내와 절하고 술잔 기울여라 / 中官進酒拜傾卮
하사주가 자주자주 재상들에 내리누나 / 宣賜頻頻及鼎司
당 가득한 호걸들은 일편단심뿐인데 / 豪傑滿堂心似棗
뫼셔 앉은 늙은 나는 귀밑털만 세었네 / 老衰陪座鬢如絲
십 년 동안 글 읽어서 오늘이 있거니와 / 十年燈火有今日
명군 현신의 만남도 의당 이때고말고 / 千載風雲當此時
말 타고 돌아오다 천현 위에 올라 보니 / 上馬歸來穿峴上
아득한 삼산이 다시 얼굴을 펴게 하네 / 三山迢遞更軒眉
새벽에 일어나서 느낌이 있어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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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의 노쇠한 몸 물러가 쉬어야 하지만 / 七十衰容可退休
아직은 정력을 힘입어 우유자적하거니 / 尙憑精力享優游
지팡이 짚고 대궐이나 출입하면 그만이지 / 只宜扶杖趨靑鎖
수많은 군영 속 막사에 앉았을 것 있겠나 / 安用連營擁碧油
연경서 왕 시종한 이는 운우처럼 흩어졌고 / 負絏燕京雲雨散
광암사의 와비는 세월이 유유하기만 해라 / 臥碑蕭寺歲年悠
공신이 종시 누린 이는 예부터 적거니와 / 功臣終始由來少
만고에 세월은 유수같이 빠르기만 하네 / 萬古光陰迅似流
[주D-001]칠십의 …… 있겠나 : 이 내용은 아마도 당시에 나이 많은 어떤 무장(武將)을 두고 이른 말인 듯하나,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자세하지 않다.
[주D-002]광암사(光巖寺)의 와비(臥碑) : 광 암사는 개성(開城) 광암동(光巖洞)에 있던 절로, 특히 공민왕(恭愍王)과 그의 비(妃) 노국대장공주(魯國大長公主)의 원찰(願刹)로 유명하거니와, 와비는 곧 저자가 글을 짓고 한수(韓脩)가 글씨를 써서 이 절에 세운 비를 가리킨다.
12일은 근비(謹妃)의 생신이라, 재추(宰樞)들이 예물(禮物)을 올리고 난 다음 권 좌사(權左使)와 함께 교지(敎旨)를 받들어 부명(府名)을 찬정(撰定)하다가 날이 저물도록 올리지 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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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날에 예물을 바쳐 올리고 / 生辰呈手帕
부를 세워 궁신을 비치하여라 / 立府備宮臣
내직은 예로부터 중하거니와 / 內職由來重
삼한은 이제부터 새로워지리 / 三韓自此新
많고 많은 건 유관의 서책이요 / 紛披儒館冊
연달은 것은 어주의 진미로세 / 絡繹御廚珍
백발에 병까지 많은 이 사람이 / 白髮仍多病
광영이 뭇사람에 뛰어나누나 / 光榮出衆人
명일(明日)에 또 읊다.
젊은 날엔 총명하여 기문지학이 많아서 / 少日聰明記問多
묻기만 하면 강물 쏟듯 줄줄 나왔었는데 / 叩之流出似懸河
가련해라 늙고 병들어 마음도 힘이 없고 / 自憐衰病心無力
형성을 분변하려도 글자는 다 잘못되네 / 欲辨形聲字盡訛
밥상 그득한 흰 쌀밥을 맛나게 새겨 먹고 / 細嚼盤飧堆玉食
넘실대는 하사주 잔 재차 기울이노라니 / 再傾宮醞灔金波
반쯤 거나한 이 신세가 진정 꿈만 같아서 / 半酣身世眞如夢
종사 규목의 노래를 이어 부르고 싶구나 / 願繼螽斯樛木歌
[주D-001]종사(螽斯) 규목(樛木)의 노래 : 종사와 규목은 모두 《시경》 주남(周南)의 편명인데, 이 시들은 곧 문왕(文王)의 후궁(後宮)들이 문왕 후비(后妃)의 덕에 감복하여 부른 노래이다.
스스로 마음 아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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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으니 돌아가야 하는데도 아직 못 가고 / 老矣可歸猶未歸
신세 갈수록 미련 못 잊음이 마음 아파라 / 自傷身世轉依依
반드시 요순 일컬음은 옛말이 있거니와 / 必稱堯舜陳言在
백이 숙제는 배우려도 내 도가 글렀구려 / 欲學夷齊吾道非
어찌 노쇠한 자가 무거운 짐을 감당하랴 / 豈有朽衰堪重負
예로부터 은총은 위기를 만나기 마련이지 / 由來寵利足危機
허리 아파 못 나가고 남창은 고요한지라 / 腰酸不出南窓靜
낚시터 둘러 흐르는 여강을 앉아 생각하네 / 坐想驪江遶釣磯
[주D-001]반드시 …… 있거니와 : 전국 시대 등 문공(滕文公)이 세자(世子)로 있을 때 초(楚)나라를 가려면서 송(宋)나라에 들러 맹자(孟子)를 만나 보자, 맹자가 성(性)이 선(善)함을 말하면서 말마다 요순(堯舜)을 일컬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孟子 滕文公上》
[주D-002]백이(伯夷) …… 글렀구려 : 공 자(孔子)가 일찍이 자로(子路)를 불러서 물어 이르기를, “《시경》에 ‘무소도 범도 아니거늘, 저 들판을 뛰게 하는고.’ 하였으니, 나의 도가 글렀느냐, 내가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匪兕匪虎 率彼曠野 吾道非耶 吾何爲於此]” 하자, 자로가 대답하기를, “아마도 제가 인(仁)하지 못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남들이 저를 믿어 주지 않는 것입니다.” 하니, 공자가 이르기를, “유(由)야, 인자(仁者)라 해서 반드시 남들에게 믿음을 받는다면 굶어 죽은 백이, 숙제(叔齊)가 왜 있었겠느냐.”라고 탄식했던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47 孔子世家》
을 사년의 문생(門生)들이 와서 술대접을 하는데, 나 홀로 마실 수가 없어 동년(同年) 순흥군(順興君) 안공(安公)과 이웃 어른 한 첨서(韓簽書)를 초청하여 자리를 함께했더니, 장원(壯元) 윤소종(尹紹宗)이 취하여 짤막한 시를 지어 바치자, 제공(諸公)이 모두 그 시에 화답하였다. 명일에 그 시들을 읽어 보니 마치 꿈속만 같다. 한 수를 화답하여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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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당에 비단 휘장 빙 둘러친 가운데 / 羅幃錦幛擁虛堂
영재들이 줄을 이뤄 각각 술잔 올리는데 / 玉笋成行各進觴
다시 두 분이 와서 좌석을 빛내주는지라 / 更得二公來照座
목은 늙은이 신세가 갑자기 빛이 나누나 / 牧翁身世頓輝光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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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가 아직 안 깨어 해장을 하고파서 / 宿酲未解欲扶頭
남창에 해 돋도록 갖옷 입고 앉았는데 / 日上南窓坐擁裘
도목정 문서가 수다하게 눈을 스쳐라 / 過眼紛紛都目狀
명리 다투는 풍조가 언제나 그칠런고 / 爭名求利幾時休
임금이 친히 중서에 비목을 내리더라도 / 九重批目下中書
서명 동의해야만 직려에 들 수 있거니와 / 署合方能入直廬
더구나 지금은 차례대로 뽑으려 하거니 / 況是欲行魚貫選
몇 사람이나 새 임명을 학수고대하는고 / 幾人蹺足有新除
묘당에서 공정하게 인재를 뽑으려 하매 / 廊廟心公欲選人
갑자기 화기가 천지신명을 감동시키어 / 頓令和氣感天神
이미 눈을 내려서 사독을 소멸시켰으니 / 已敎飛雪消邪毒
어찌 무능한 자를 조관에 끼게 할쏜가 / 肯使非才側搢紳
분발(分發)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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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신 뒤 피곤해서 문밖도 안 나갔더니 / 酒後身疲懶出門
두 눈은 아직도 남쪽 창이 어둡기만 하네 / 南窓兩眼尙昏昏
억지로 몽당붓 빼드니 정취는 막 펴지고 / 強拈禿筆情初放
문득 새 시를 보니 말은 자못 온화하여라 / 忽見新詩語頗溫
골목의 찬 연기는 훌륭한 저택을 가리고 / 曲巷冷煙遮甲第
언덕배기 남은 눈은 산촌을 방불케 하네 / 斷崖殘雪似山村
지금 이 신세가 참으로 즐거움 직하지만 / 祗今身世眞堪樂
대부 수레 탄 학의 꼴이 한스럴 뿐이로세 / 恨殺還同鶴在軒
생각건대 강남엔 물이 문 앞을 돌아 흐르고 / 想得江南水遶門
매화는 황혼 달빛 아래 반쯤 피어 있으리 / 梅花半吐月黃昏
비록 우리나라는 예부터 추운 곳이지만 / 雖然我國從前冷
올 겨울은 전보다 다습다고 말들 하누나 / 共說今冬比舊溫
푸른 산빛 문 밀치고 들옴을 마주하노니 / 坐對送靑山入戶
푸른 버들 마을에 흔들거림도 곧 보겠네 / 行看成碧柳搖村
아침 내내 손 물리침은 게으름 때문인데 / 終朝麾客眞疎懶
한 심지 맑은 향이 작은 집에 가득하구나 / 一炷淸香滿小軒
[주D-001]대부(大夫) …… 학(鶴) : 춘 추 시대 위 의공(衛懿公)이 학을 몹시 좋아한 나머지, 학 중에는 심지어 대부가 타는 수레를 타는 학도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공(功)도 없고 재능(才能)도 없으면서 높은 녹위(祿位)를 누리는 사람을 비유한다. 《春秋左傳 閔公2年》
[주D-002]매화는 …… 있으리 : 송(宋)나라 처사(處士) 임포(林逋)의 〈산원소매(山園小梅)〉 시에, “성긴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 위에 비껴 있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 달빛 아래 부동하누나.[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한 데서 온 말이다.
벼슬을 구하는 자가 있어 장난삼아 제(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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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떠러지 길에서 떨어질 지경이라 / 欲墜懸崖路
썩은 나뭇가지라도 붙잡으려 하네 / 猶攀朽木枝
가련도 해라 호소할 곳 없음이여 / 可憐無所告
내게는 부탁해 그 무얼 하려는가 / 相托欲何爲
화정의 매화는 이른 봄에 피었고 / 和靖梅花早
연명의 국화는 늦가을에 피었지 / 淵明菊蘂遲
마음 편한 게 바로 좋은 약이거니 / 安心是良藥
세상 오시하여 우선 지리하렸다 / 傲世且支離
[주D-001]화정(和靖)의 …… 피었지 : 송 (宋)나라 때 화정 선생(和靖先生) 임포(林逋)는 유독 매화를 좋아했고, 진(晉)나라 때 자가 연명(淵明)인 도잠(陶潛)은 유독 국화를 좋아했는데, 두 사람 모두가 세속을 초월하여 자연에 동화해서 일생을 유유자적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지리(支離) : 지 리멸렬이라는 말과 같이 형용(形容)이 불구인 사람을 가리키는데, 옛날에 소(疏)라는 사람은 몸이 불구라서 비록 나라에 쓰임은 받지 못했지만, 손수 일을 해서 자급자족하고 안락하게 천수(天壽)를 누렸다는 데서 온 말이다. 《莊子 人間世》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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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릉의 비석 위엔 이끼가 끼려 하는데 / 玄陵碑上欲生苔
껄끄러운 내 글은 재주 없음이 부끄럽네 / 梗澁文詞愧不才
그 언제나 탁본을 떠서 사방에 전하고 / 何日四方傳墨本
낚시터 높은 곳에서 운대를 바라 볼꼬 / 釣臺高處望雲臺
[주D-001]운대(雲臺) : 화산(華山) 북쪽에 위치한 산명(山名)인데, 이 산에는 예로부터 선인(仙人)이 많이 살았다고 하므로 이른 말이다.
염정수(廉廷秀)의 동상연(東牀讌)엘 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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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에 꽂은 꽃 춤추는 적삼에 비칠 제 / 帽上瓊花映舞衫
술이 취하매 호기 또한 걸출도 하여라 / 醉來豪氣更巖巖
병든 나머지 동상연엘 자주 참석다 보니 / 病餘屢赴東牀讌
미친 내 늙을수록 식탐 부림이 우습구려 / 自笑狂夫老更饞
처남 판합(判閤)이 내 집에 와서 우거(寓居)하고 있는 관계로 한 첨서공(韓簽書公)이 주식(酒食)을 가지고 와서 위로해 주므로, 나도 자리를 함께하여 약간 거나해져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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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애에 좌천되어 지겹게도 못 돌아오고 / 謫宦天涯苦未回
부득이 어조들과 함께 나날을 보내다가 / 好從魚鳥共徘徊
돌아오니 아는 이는 재상 된 이가 많은데 / 歸來舊識多黃閤
적막한 나의 집엔 길이 푸른 이끼뿐이네 / 寂寞幽居長綠苔
우리 첨서공이 아니면 누가 위로해 줄꼬 / 不是我公誰迓勞
다만 자식들을 다 현재로 키울 뿐이로세 / 只令諸子摠賢才
곁에서 한 잔 마시니 기분 더욱 소쇄해라 / 從旁一飮尤蕭洒
종이 가득 쌓인 좋은 시구를 문득 보겠네 / 忽見珠璣滿紙堆
용두사(龍頭寺)에서 편지가 와서 종선(種善)이 쓴 큰 글자 한 장을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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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가 용두사서 수학을 하는지라 / 小兒受學在龍頭
노모는 아이 생각을 잠시도 놓지 못하네 / 老母相思不暫休
붓 잡고 이미 큰 글자를 쓸 줄 알았으니 / 把筆已知書大字
봄이 오거든 성균관에 와서 유학해야지 / 春風芹館好來游
박상진(朴尙眞)이 와서 병으로 석 달을 누워 있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나왔다고 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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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에 같이 살면서 한동안 병을 앓았다는데 / 同居城裏病逾時
은사가 취해 알지 못함이 스스로 부끄럽네 / 自愧恩門醉不知
당 아래 불러다가 이르고픈 맘은 간절하나 / 甚欲呼來堂下語
다만 원만코 싶은 내 시를 망칠까 걱정일세 / 唯愁敗我欲圓詩
절간(折簡)을 광평 시중(廣平侍中)에게 바쳐서 처남 판합(判閤)을 위하여 벼슬을 요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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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합에겐 예로부터 판서를 제수하는 건데 / 判閤由來拜判書
홀로 외직으로 나가 촌려에 누워 있다네 / 獨分符去臥村廬
상군의 웃고 성냄은 모두 하늘 뜻이거니 / 相君嗔笑皆天意
명일에 좋은 임명이 혹 있을 줄 어찌 알랴 / 明日那知有美除
두 아들이 주식(酒食)을 차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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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다 생존하고 형제간이 화목하여 / 父母具存兄弟和
한 집안이 태평하니 즐거움이 많고말고 / 一家位育樂云多
원컨대 온 천하 사람이 다 이와 같아서 / 願言四海皆如此
옳고 그름 계교 없이 백 년을 늙었으면 / 無是無非兩鬢皤
영해(寧海) 김 부사 형(金副使兄)의 아들 계원(系元)이 온 편에 삼사 형(三司兄)의 서신 및 부사(副使)가 보낸 면포(綿布)를 얻고 인하여 한 수를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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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 영해는 아득히 하늘 동쪽에 있는데 / 外家寧海在天東
멀리 정성 표함이 늙어갈수록 후하구려 / 遠表中情老更濃
다만 부끄러운 건 병든 이 몸 세력 없어 / 只愧病軀無氣焰
백에 하나 은택도 동종에 못 미침이로세 / 百無餘澤及同宗
분발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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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으로 연일 아침 문을 못 나갔노니 / 酒困連朝懶出門
노년에 어찌 혼혼하게 취하지 않으리요 / 老年胡不醉昏昏
창 아래 꼿꼿이 앉음은 명홍이 날아간 듯 明窓兀坐冥鴻去
힘찬 붓 늘 휘두름은 갈기가 내닫는 듯 健筆頻揮渴驥奔
백발의 충성심은 사직을 걱정할 뿐인데 / 素髮赤心憂社稷
푸른 하늘 밝은 태양은 천지를 비추네 / 靑天白日照乾坤
어떻게 하면 상소하여 사직을 윤허받고 何當上表乞骸骨
여강의 강가 마을로 돌아가 누울거나 / 歸臥驪興江上村
[주D-001]명홍(冥鴻)이 날아간 듯 : 명홍은 하늘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를 말하는데, 이는 곧 원대한 이상(理想)을 가지고 세상을 피해 은거(隱居)하는 선비에 비유한다.
[주D-002]갈기(渴驥)가 내닫는 듯 : 갈 기는 ‘목마른 준마가 샘으로 내닫는다[渴驥奔泉]’의 약어로, 당(唐)나라 때 명필(名筆) 서호(徐浩)가 일찍이 42폭의 병풍(屛風)을 썼는데, 여기에는 팔체(八體)가 다 갖추어진 데다 초서(草書)와 예서(隸書)가 더욱 뛰어났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그 서법(書法)을 형용하여 말하기를, “성난 사자가 돌을 후벼낸 듯, 목마른 준마가 샘으로 내닫는 듯하다.[怒猊抉石渴驥奔泉]”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군자(君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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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가 한밤중에 일어나서 / 君子中夜興
요순의 노래에 화답을 하고 / 堯舜歌以賡
문왕조로써 거듭 노래하니 / 申之文王操
거문고 줄이 회고의 정 품었네 / 琴絃含古情
하늘땅은 어찌 그리 광대하며 / 乾坤何蕩蕩
해와 달은 어찌 그리 밝은고 / 日月何明明
행여 내 마음 더럽히지 않고 / 庶不累方寸
명 기다리며 하늘 순히 섬기리 / 竢命順吾生
[주D-001]요순(堯舜)의 …… 하고 : 순(舜) 임금이 일찍이 노래를 하자, 고요(皐陶)가 여기에 화답하여 노래한 데서 온 말이다. 《書經 益稷》
[주D-002]문왕조(文王操) : 악부(樂府) 금곡(琴曲)의 이름인데, 은주(殷紂)가 무도(無道)하여 제후(諸侯)들이 모두 문왕(文王)에게로 돌아오자 문왕이 이 노래를 지었다 한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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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마주한 빈 당에 찬 바람 옷에 스며라 / 對客虛堂風透衣
강남 땅 다스운 곳 그곳이 마냥 그립네 / 江南地煖思依依
화롯불은 헤쳐봤자 식은 재뿐이로구려 / 撥開爐火寒灰耳
스스로 우스워라 내년엔 돌아갈는지 원 / 自笑來年歸不歸
당제(堂弟) 이우량(李友諒)의 서신 및 찻잔 한 쌍을 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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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타는 소식 보니 기쁘기 그지없는데 / 得閱平安喜已多
눈부신 찻잔은 또한 반듯하기도 하여라 / 茶鍾照目便無邪
계룡산 아래엔 인적이 아주 드물거니와 / 雞龍山下人煙少
장강에 잠긴 달빛을 앉아 상상할 뿐이네 / 坐想長江浸月華
삼한국대부인(三韓國大夫人) 홍씨(洪氏)의 궐원 보충(闕員補充) 청탁에 관한 단목(單目)을 나에게 가져온 자가 있는데,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라 감히 받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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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인의 붉은 끈의 은 도장을 찍었지만 / 大夫人印照銀朱
썩은 선비에게 궐원 청탁할 까닭이 있나 / 索闕無由托腐儒
간사는 어이하여 이와 같이 헷갈리는고 / 幹事奈何迷至此
해 돋은 새벽 창 아래 한번 크게 웃노라 / 曉窓紅日一胡盧
김렴(金廉)의 서신을 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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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군 외손 가운데 김렴이란 이가 있어 / 花原外姓有金廉
궁벽한 천애에서 북쪽만 바라보고 있건만 / 僻處天涯北顧瞻
늙은 나는 혜택을 미뤄줄 길이 없기에 / 老我無由得推澤
부질없이 매양 서찰만 뜯어볼 뿐이로세 / 謾將書札每開緘
어제 유 판서(柳判書)의 주연(酒宴)엘 갔는데, 그 자리는 곧 그의 자서(子壻)들이 그가 유배되었다 돌아온 것을 추후하여 위로하는 자리였다. 새벽에 일어나서 한 수를 읊어 얻다. 판서의 이름은 혜손(惠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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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분한 세상 영욕이 꿈만 같은 가운데 / 榮辱紛紛似夢間
오늘 술자리에서 첨으로 얼굴을 펴 보네 / 樽前今日試開顔
제공들은 대성에 연달아 출사하거니와 / 諸公臺省聯羣玉
누대의 문벌은 동반 서반에 비치었었지 / 累世衣冠照兩班
가희의 부채 먼지는 명월곡에 흩날리고 / 歌扇塵飛明月曲
무희의 적삼 바람은 쪽머리를 흔드누나 / 舞衫風動綠雲鬟
병든 나머지 내 호기는 오히려 심해져서 / 病餘豪氣吾猶甚
통음하느라 허리 다리 뻣뻣함도 몰랐네 / 痛飮不知腰脚頑
[주D-001]가희(歌姬)의 …… 흩날리고 : 옛날 노래를 아주 잘했던 노(魯)나라 우공(虞公)이란 사람이 노래를 할 때에 그 발성(發聲)이 매우 청아하고도 애절하여 들보의 먼지가 날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곡성부(曲城府)에 매화(梅花)가 반드시 피었을 터인데도 가서 배알하지 못하여 스스로 책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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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섣달이면 매화 송이가 피는데 / 臘月年年梅蘂開
더구나 지금은 봄이 보름 전에 왔음에랴 / 況今春色望前回
가슴속의 찌꺼기를 씻을 길이 없으니 / 胸中泥滓無從洗
모름지기 꽃 앞에서 술잔을 기울여야지 / 須向花前倒酒盃
하늘이 매화 송이를 눈 속에 피게 하고 / 天敎梅蘂雪中開
먼저 양을 보내 우물 밑에 돌아왔거니 / 先遣陽和井底回
다리 달린 봄바람 다스운 곡성부에는 / 有脚春風曲城府
은은한 향 성긴 그림자 금잔에 가득하리 / 暗香疎影滿金盃
강 남쪽 곳곳엔 매화가 가지 가득 피어서 / 江南處處滿枝開
작은 역참 외론 성 달빛 아래 감상하련만 / 小驛孤城踏月回
가장 한스러운 건 송경은 변새에 가까워 / 最恨松京近沙塞
깊은 눈 속에 말발굽 잔만 볼 뿐이로세 / 雪深唯見馬蹄盃
[주D-001]양(陽)을 …… 돌아왔거니 :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의하면, 동지(冬至)에 수천(水泉)이 동(動)한다 하였고, 《일주서(逸周書)》에 의하면, 동짓달에 미양(微陽)이 동한다고 하였다.
[주D-002]다리 …… 곡성부(曲城府)에는 : 다 리 달린 봄바람이란 곧 당 현종(唐玄宗) 때의 현상(賢相) 송경(宋璟)의 백성 사랑하는 덕을 아름답게 여겨 조야(朝野)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일러 ‘다리 달린 봄[有脚陽春]’이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고, 곡성부는 바로 곡성부원군(曲城府院君) 염제신(廉悌臣)을 가리킨다.
[주D-003]말발굽 잔 : 한유(韓愈)의 〈영설(詠雪)〉 시에, “수레바퀴 자국은 흰 띠를 번득이고, 말발굽 흔적은 은잔을 흩은 듯하네.[隨車翻縞帶 逐馬散銀盃]”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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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륜사 동쪽에선 연장 소리 울려 퍼지고 / 王輪寺東斤斧聲
왕륜사 서쪽에선 향화가 맑게 피어올라라 / 王輪寺西香火淸
수많은 소 땀 흘린 게 끝내 뭘 위함일꼬 / 萬牛流汗竟何功
높이 솟은 전각에 맑은 바람 가져옴이리 / 高出霄漢來淸風
지금은 이끼가 더덕더덕 뜨락에 오르고 / 如今苔蘚上堦澁
소나무 늘어선 절벽과 서로 마주했는데 / 松樹斷崖相對立
선왕께서 잠시 머물던 옛터도 있거니와 / 先王駐蹕有遺基
당시에 뫼셔 앉은 이는 바로 그 누구던고 / 當時侍坐知是誰
성화 같은 세월 속에 내 병은 깊어 가는데 / 光陰轉燭吾病深
벌써 육 년이 지났어라 이 맘을 어이할꼬 / 改歲已六難爲心
그대로 두면 어때서 왜 굳이 고치려는고 / 仍舊如何何必改
삼 년을 고치지 말라는 훈계도 있잖은가 / 三年無改明訓在
왕륜사는 만고에 삼한을 진압하고 있어 / 王輪萬古御三韓
구정처럼 우뚝하고 반석처럼 안전하거늘 / 峙如鼎重安如盤
잦은 토목 공사로 민심을 이산시키면서 / 難將木石散民間
도리어 충의심을 격동시키긴 어렵고말고 / 反激義膽催忠肝
왕륜사 노랫소리 찢기는 듯 격렬할 제 / 王輪之歌聲欲裂
송악엔 구름 걷히고 밝은 달이 걸렸구나 / 鵠嶺雲收掛明月
[주C-001]왕륜가(王輪歌) : 개 성(開城)의 송악산(松嶽山)에 있던 왕륜사(山輪寺)의 내력을 노래한 것이다. 이 절은 본디 고려 태조(太祖)가 창건한 것으로, 그 후 역대 왕들이 여기에서 불사(佛事)를 많이 거행했고, 충렬왕(忠烈王) 때에 이 절을 한 번 중수(重修)한 일이 있으며, 공민왕(恭愍王) 이후로 더욱 융성하게 되었다. 공민왕의 비(妃) 노국대장공주(魯國大長公主)가 죽은 뒤에는 특히 그의 혼전(魂殿)인 인희전(仁煕殿)을 이 절에 지었는데, 그 규모 등의 호화스러움이 극에 달했다 한다.
[주D-001]삼 년을 고치지 말라 : 공 자(孔子)가 이르기를, “아버지가 생존했을 때에는 자식의 뜻을 관찰하고, 아버지가 돌아간 뒤에는 자식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니, 삼 년 동안 아버지의 행위를 고치지 않아야만 효도라 할 수 있는 것이다.[父在觀其志 父沒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學而》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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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릉은 저 푸른 산기슭에 아스라한데 / 玄陵迢遞碧山阿
당일의 시종신들은 점차 줄어만 가누나 / 當日詞臣漸不多
한밤중에 삭신 아픔은 의당 불편하지만 / 半夜骨酸難自在
백년 동안 괴로운 맘은 장차 어찌할꼬 / 百年心苦欲如何
봄바람엔 문에 드리울 버들을 심었고 / 春風已種垂門柳
가을비는 여라 끌어 지붕을 땜질했네 / 秋雨曾牽補屋蘿
이것이 모두 전조에서 입은 은택이기에 / 摠是前朝餘澤耳
때로 노쇠한 눈물이 슬픈 노래 적신다오 / 有時衰淚滴悲歌
달에 달려가 섬아를 간절히 따르고프나 / 苦思奔月逐纖阿
푸른 하늘에 바람 이슬 많을까 염려로세 / 祗恐靑冥風露多
만여의 시편은 미처 다 엮지 못하거니와 / 漫與詩篇編不盡
서로 만나 술 마신 건 얼마 안 되고말고 / 相逢樽酒飮無何
강 속에서 힘 겨루는 외론 돌은 그 누군고 / 江間鬪勢誰孤石
소나무 타고 올라간 여라는 바로 나라네 / 松上施容我女蘿
고금의 영웅들이 이젠 모두 적막하기에 / 今古英雄皆寂寞
붓 잡아 애오라지 백운가에 화답하노라 / 援毫聊和白雲歌
[주D-001]봄바람엔 …… 심었고 : 도 잠(陶潛)이 일찍이 자기 집 주위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는 것을 인하여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자호(自號)하고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을 지었었는데, 이백(李白)의 〈제동계공유거(題東溪公幽居)〉 시에서 이 고사를 인용하여, “집은 청산에 가까우니 사조와 똑같고, 문엔 푸른 버들 드리워 도잠과 비슷하네.[宅近靑山同謝脁 門垂碧柳似陶潛]”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가을비는 …… 땜질했네 : 두보(杜甫)의 〈가인(佳人)〉 시에, “시비가 구슬을 팔아 돌아와서, 여라 넝쿨 끌어다 띳지붕 땜질했네.[侍婢賣珠廻牽蘿補茅屋]”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섬아(纖阿) : 달의 운행을 인도한다는 전설상의 여신(女神)의 이름인데, 전하여 미인(美人)의 뜻으로도 쓰인다.
[주D-004]만여(漫與) : ‘부 질없다’ 또는 ‘막연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두보의 〈강상(江上)〉 시에, “늙어 가매 시편은 모두가 부질없는 것이니, 봄이 오매 화조는 깊이 시름하지 말라.[老去詩篇渾漫與 春來花鳥莫深愁]” 한 데서 온 말인데, 두보의 시에 나오는 ‘만여(漫與)’를 ‘만흥(漫興)’으로 보는 설도 있다.
[주D-005]소나무 …… 여라(女蘿) : 진(晉)나라 때 노심(盧諶)이 유곤(劉琨)에게 준 시에, “쭉쭉 뻗은 여라 넝쿨이, 소나무 꼭대기에 올랐네.[綿綿女蘿 施于松標]”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남에게 의존하여 사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6]백운가(白雲歌) : 도잠(陶潛)의 〈화곽주부(和郭主簿)〉 시에, “아득히 흰 구름을 바라보니, 회고의 정이 어찌 그리 깊은고.[遙遙望白雲懷古一何深]”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은사(隱士)의 시(詩)를 의미한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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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시 읊으니 흥미가 청쾌한데 / 獨坐吟詩興味淸
뜰 앞에 문생이 찾아와서 알현하누나 -염정수(廉廷秀)이다. / 庭前入謁有門生
근래에 지은 시를 그에게 주어 읽힐 제 / 便將近作供他讀
하늘 맑은 텅 빈 당에 햇빛 또한 밝구려 / 天淨虛堂日色明
회포를 서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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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적부터 도성에서 조반에 끼었거니 / 少年京輦側簪紳
강산을 차지한 게 또 몇 봄이나 되던고 / 占斷江山又幾春
잔 시름은 바람 쫓는 개지처럼 산란한데 / 愁緖逐風飛絮亂
화려한 시는 막 갈아 놓은 칼날 같구려 / 詞華如刃發硎新
변멸하는 구름인 양 몸은 자주력 없지만 / 看雲變滅身無主
춤추는 달 대하니 그림자 또한 사람일세 / 對月婆娑影亦人
그윽한 회포 점입가경을 점차 깨닫겠네 / 漸覺幽懷同蔗境
우선과 윤건도 끝내 티끌에 묻히었는걸 / 塵埋羽扇與綸巾
[주D-001]막 …… 칼날 : 어느 포정(庖丁)이 칼 한 자루로 19년에 걸쳐 수천 마리의 소를 잡았는데도 칼질이 워낙 능숙하여 칼날이 마치 숫돌에 막 갈아 놓은 것처럼 멀끔했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늘 새로움을 의미한다. 《莊子 養生主》
[주D-002]변멸(變滅)하는 …… 없지만 : 《유마경(維摩經)》에, “이 몸은 뜬구름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변멸한다.[是身如浮雲 須臾變滅也]”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춤추는 …… 사람일세 :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시에, “술잔 들어서 밝은 달을 맞이하니, 내 그림자 마주해 삼인을 이루었네.[擧杯邀明月對影成三人]”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우선(羽扇)과 …… 묻히었는걸 : 우 선과 윤건(綸巾)은 촉한(蜀漢)의 승상(丞相) 제갈량(諸葛亮)이 진중(陣中)에서 항상 윤건을 쓰고 백우선(白羽扇)을 손에 쥐고 삼군(三軍)을 지휘할 때의 깨끗하고 조용하던 풍채를 가리키는데, 제갈량은 오직 한실(漢室)을 회복시키려는 일념으로 국궁진췌(鞠躬盡瘁)하였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으므로 이른 말이다.
구나행(驅儺行) 구나 의식을 거행한다는 말을 듣고 삼가 써서 사관(史官)에게 올려 보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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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운행 이치는 어찌 그리 아득한고 / 天地之動何冥冥
선과 악이 어울려 만물이 생육 변화하되 / 有善有惡紛流形
혹은 상서가 되고 혹은 재앙이 되어서 / 或爲禎祥或祅孼
서로 뒤섞이니 어찌 인심이 편안하리요 / 雜糅豈得人心寧
그래서 악귀 벽제에 자고로 예가 있어 / 辟除邪惡古有禮
열두 신이 항상 위령을 떨치게 되었네 / 十又二神恒赫靈
국가에서는 방패막이를 크게 설치하여 / 國家大置屛障房
해마다 행사 관장해 내정을 맑게 했으니 / 歲歲掌行淸內庭
황문 아이초라니 소리가 서로 연달아서 / 黃門侲子聲相連
맹렬한 천둥처럼 불상을 쓸어 없앴었네 / 掃去不祥如迅霆
사평부에서는 순경을 두루 비치했으니 / 司平有府備巡警
오정 역사와도 같은 수많은 열사들이 / 烈士成林皆五丁
충의심에 격앙되어 액막이를 대신하여 / 忠義所激代屛障
기괴한 걸 다 베풀고 뭇 광대를 따라서 / 畢陳怪詭趨群伶
오방귀와 백택의 춤을 덩실덩실 추고 / 舞五方鬼踊白澤
불 토해 내기 칼 삼키기의 묘기를 펼치네 / 吐出回祿呑靑萍
서역의 나라 사람 고월의 가면극에는 / 金天之精有古月
혹은 검고 혹은 누렇고 눈은 새파란데 / 或黑或黃目靑熒
그중 늙은이는 굽은 허리에 키가 커서 / 其中老者傴而長
모두가 남극 노인이라고 경탄하거니와 / 衆共驚嗟南極星
강남의 장사꾼은 사투리를 조잘대면서 / 江南賈客語侏離
날리는 반딧불처럼 진퇴를 경쾌히 하지 / 進退輕捷風中螢
신라의 처용은 칠보를 몸에 장식하고 / 新羅處容帶七寶
꽃 가지 머리에 꽂아 향 이슬 떨어질 제 / 花枝壓頭香露零
긴 소매 천천히 돌려 태평무를 추는데 / 低回長袖舞太平
발갛게 취한 뺨은 술이 아직 안 깬 듯하고 / 醉臉爛赤猶未醒
황견은 방아를 찧고 용은 여의주 다퉈라 / 黃犬踏碓龍爭珠
춤추는 온갖 짐승이 요 임금 뜰 같고말고 / 蹌蹌百獸如堯庭
군왕은 팔각전에 장엄하게 임어하시고 / 君王端拱八角殿
신하들이 군왕 병풍 에워 시립한 가운데 / 群臣侍立圍疎屛
시중이 술잔 들어서 만세를 축수하리니 / 侍中稱觴上萬歲
다행하여라 신들이 천재지회 만났음이여 / 幸哉臣等逢千齡
원컨대 해동 천자의 고악부 가운데 / 海東天子古樂府
내 노래 한 장 이어서 역사에 전했으면 / 願繼一章傳汗靑
병든 몸 힘이 없어 조반에도 못 나간 채 / 病餘無力阻趨班
온종일 찢어진 창에 바람만 썰렁하구려 / 破窓盡日風冷冷
[주C-001]구나행(驅儺行) : 구 나는 세모(歲暮)에 역귀(疫鬼)를 몰아내는 의식을 말하고, 행(行)은 시가(詩歌)의 한 체(體)이다. 《후한서(後漢書)》 예의지(禮儀志)에 의하면, 대략 10세 이상, 12세 이하인 중황문 자제(中黃門子弟) 120인을 아이초라니[侲子]로 삼고, 방상시(方相氏)는 황금사목(黃金四目)의 가면(假面)을 쓰고, 십이수(十二獸)의 가면극(假面劇)을 벌이면서, 갑작(甲作), 필위(胇胃), 웅백(雄伯), 등간(騰簡), 남저(攬諸), 백기(伯奇), 강량(強梁), 조명(祖明), 위수(委隨), 착단(錯斷), 궁기(窮奇), 등근(騰根) 등 십이신(十二神)을 시켜 금중(禁中)의 악귀(惡鬼)들을 몰아낸다고 되어 있다.
[주D-001]사평부(司平府) : 고려 때 방도 금란(防盜禁亂)을 목적으로 설치한 기관, 즉 사평순위부(司平巡衛府)의 약칭이다.
[주D-002]오정 역사(五丁力士) : 전국 시대 촉(蜀)나라의 뛰어난 역사(力士) 다섯 사람을 말한다.
[주D-003]백택(白澤) : 전설상의 신수(神獸)의 이름이다.
[주D-004]고월(古月) : 호(胡) 자를 파자(破字)한 것으로, 즉 서역(西域)의 호인(胡人)을 가리킨다.
[주D-005]처용(處容) : 신라(新羅) 헌강왕(憲康王) 때의 처용랑(處容郞)을 가리키는데, 처용랑의 설화(說話)에 의하여, 역대로 나례(儺禮) 때에는 반드시 처용무(處容舞)가 등장했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6]춤추는 …… 같고말고 : 요순(堯舜) 때의 악관(樂官)인 기(夔)의 말에, “생과 용을 간간이 사용하니, 새와 짐승들이 서로 춤을 추었다.[笙鏞以間 鳥獸蹌蹌]” 한 데서 온 말이다. 《書經 益稷》
종야(終夜) 한 편. 봄이 가까워지는 것을 기뻐하여 지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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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삭신 아픈 걸 어찌 차마 말하랴 / 終夜骨酸何忍言
점점 머리가 아프고 두 눈도 캄캄해졌네 / 漸漸頭痛雙眼昏
늙은 아내는 주무르느라 팔이 빠질 뻔하고 / 老妻摩挫腕欲脫
계집종 애는 밟아대느라 맘 몹시 괴로웠지 / 小婢蹴踏心甚煩
연복사 종소리는 비길 데 없이 상쾌한데 / 演福鐘鳴快無敵
장명등 불빛 아랜 공연히 애가 끊어지네 / 長明燈暗空斷魂
연래의 공부는 다만 한결같이 해왔으니 / 年來功夫只一味
혹 기가 순해져서 천도에 참여하게 될는지 / 倘得氣順參天原
끊임없는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만 가서 / 流光袞袞去不息
또 이 두어 시각이 춥고 다스움을 나누리 / 又是數刻分寒暄
꽃 버들 길 따를 시기는 가까워졌거니와 / 傍花隨柳亦云近
작은 수레 높은 누각은 왜 그리 존귀한고 / 小車高閤何其尊
삭신만 편안하면 육신 잊는 걸 즐기리니 / 四支調適樂忘我
어찌 유독 연명의 정원만 흥취를 이루랴 / 成趣豈獨淵明園
연명더러 누가 곤궁함 한탄했다고 했나 / 淵明誰道恨枯槁
만고에 높은 명성이 천지에 유전하는걸 / 高名萬古流乾坤
[주D-001]꽃 …… 시기 : 정 호(程顥)의 〈춘일우성(春日偶成)〉 시에, “구름 맑고 바람 가벼운 한낮 가까운 때에, 꽃 버들 길 따라서 앞 냇가에 이르렀네. 사람들은 내 마음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한가함 탐하여 소년을 배운다고 말하리.[雲淡風輕近午天 傍花隨柳過前川 時人不識余心樂 將謂偸閑學少年]”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작은 …… 누각 : 사마광(司馬光)의 〈약소요부부지(約邵堯夫不至)〉 시에, “숲 사이 높은 누각에서 바라본 지 오래인데, 꽃 너머 작은 수레는 아직도 오지를 않네.[林間高閣望已久 花外小車猶未來]”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어찌 …… 이루랴 : 연명(淵明)은 도잠(陶潛)의 자인데,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정원은 날로 산보하여 흥취를 이룬다.[園日涉以成趣]” 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4]연명더러 …… 했나 : 두 보(杜甫)의 〈도잠피속옹(陶潛避俗翁)〉 시에, “도잠은 속세를 피한 늙은이일 뿐, 꼭 도에 통달했다고 할 수 없으리. 그의 시집에 나타난 말들을 보면, 그 또한 꽤나 곤궁함을 한탄했네.[陶潛避俗翁 未必能達道 觀其著詩集 頗亦恨枯槁]” 한 데서 온 말이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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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반드시 청류인건 아니로되 / 先生未必是淸流
쓸쓸한 백발에 홀로 다락을 기대 있어라 / 白髮蕭然獨倚樓
진상은 스스로 높거니 송에 벼슬하랴만 / 晉相自尊寧仕宋
한의 원수는 갚았으니 유에 봉할 만하지 / 韓仇已報可封留
붉은 솔 무성한 곳엔 찬 구름 석양이요 / 赤松鬱鬱寒雲晚
푸른 버들은 흔들흔들 가랑비 가을일세 / 碧柳依依細雨秋
필경엔 마음 편할 곳이 조금도 없는지라 / 畢竟安心無寸地
매양 저 멀리 떠가는 배만 바라볼 뿐이네 / 每從天際望歸舟
[주D-001]진상(晉相)은 …… 벼슬하랴만 : 진 상은 진(晉)나라 때 명장(名將)으로 벼슬이 시중태위(侍中太尉)에 이르고 장사군공(長沙郡公)에 봉해진 도간(陶侃)을 가리키는데, 바로 그의 증손(曾孫) 도잠(陶潛)이 마침 진(晉)이 망하고 유송(劉宋)이 일어나던 때를 당하여 평택 영(彭澤令)을 마지막으로 끝내 다시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전원(田園)에서 일생을 마친 것을 두고 이른 말이다.
[주D-002]한(韓)의 …… 만하지 : 초 한(楚漢) 시대 장량(張良)의 선대(先代)는 대대로 한나라의 재상가(宰相家)였는데, 한나라가 진(秦)나라에 의해 멸망하자, 장량이 한 고조(漢高祖)를 도와 진나라를 멸망시켜 한나라의 원수를 갚고, 마침내 유후(留侯)에 봉해졌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붉은 …… 석양이요 : 붉 은 솔은 곧 신선(神仙) 적송자(赤松子)를 가리킨 것으로, 장량(張良)이 한 고조(漢高祖)를 도와서 천하를 통일한 다음 스스로 말하기를, “이제는 인간(人間)의 일을 다 버리고 적송자나 따라서 노닐고 싶다.” 하고, 이에 벽곡(辟穀), 도인(道引) 등의 선술(仙術)을 배웠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4]푸른 …… 가을일세 : 푸른 버들은 곧 도잠(陶潛)의 집 주위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 도잠이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자호(自號)했던 데서 온 말이다.
이 육재(李六宰) 무방(茂方) 를 대신하여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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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 춘추에 구 자를 대서했거니와 / 春秋聖筆大書求
구정 주조할 때도 구주의 금을 공받았네 / 鑄鼎當初貢九州
점차 중국 풍교가 동방에 미침을 보리니 / 漸見華風動暘谷
장차 부온에게 정순한 금도 생산케 하리 / 行敎富媼産精鏐
섣달이라 눈이 내려 얼음은 버선에 얼고 / 臘天雪落氷生襪
요해라 구름 나직고 물결은 배에 들오네 / 遼海雲低浪入舟
이 한 조각 괴로운 마음을 누가 알아줄꼬 / 一片苦心誰得識
백발에 몸소 걸으니 땀이 줄줄 흐르누나 / 白頭徒步汗如流
천자께 조회하러 만리 바다 물결 건너서 / 萬里朝王涉海波
서쪽 언덕에 오르니 여기가 중원이로세 / 一登西岸是中華
희색은 만면하나 마음은 오골오골 타고 / 眉間喜色生心火
손바닥 위의 구슬은 눈에 자꾸 밟히어라 / 掌上明珠作眼沙
동쪽 나라엔 쓸쓸히 아침 해가 떠오르고 / 箕國蒼涼浮出日
종산엔 아스라이 나는 놀이 비치는구나 / 鍾山縹渺映飛霞
중도에서 서글피 두 줄기 눈물 흘리노니 / 半途悵惘垂雙涕
어느 해에나 우저에 다시 떼를 댈거나 / 牛渚何年更泊槎
[주C-001]이 육재(李六宰) 무방(茂方) : 고 려 말기의 문신(文臣)으로 당시 문하 평리(門下評理)였던 이무방(李茂方)을 가리키는데, 그가 우왕(禑王) 5년인 기미년(1379)에 명(明)나라에 사신(使臣)으로 가서 세공(歲貢)으로 금(金), 은(銀), 마(馬), 백세포(白細布) 등을 진상하고, 표문(表文)을 올려 공민왕(恭愍王)의 시호(諡號)와 우왕의 승습(承襲)을 청하려고 했는데, 그가 등주(登州)에 이르렀을 때, 요동 도사(遼東都司)가 세공이 약속과 맞지 않다 하여 물리치고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주D-001]공자(孔子)께서 …… 대서했거니와 : 《춘 추(春秋)》 은공(隱公) 3년 조(條)에 “가을에 무씨의 아들이 와서 부의를 요구하다.[秋武氏子來求賻]”라고 한 것과 문공(文公) 9년 조(條)에 “봄에 모백이 와서 금을 요구하다.[春毛伯來求金]”라고 한 것 등을 가리키는데, 은공 때에는 주 평왕(周平王)이 붕어함으로 인하여 주나라 대부(大夫) 무씨(武氏)의 아들이 노(魯)나라에 와서 부의(賻儀)를 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고, 문공 때에는 주 양왕(周襄王)의 장사(葬事)에 쓰려고 주나라 대부 모백(毛伯)이 노나라에 와서 금을 요구했던 것이다.
[주D-002]구정(九鼎) …… 공(貢)받았네 : 하우씨(夏禹氏)가 일찍이 중국 구주(九州)의 금(金)을 거두어 모아서 구정을 주조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부온(富媼) : 토지(土地)의 신(神)을 가리킨다.
[주D-004]마음은 오골오골 타고 : 춘 추 시대 섭공 자고(葉公子高)가 제(齊)나라에 갈 사명(使命)을 아침에 받고는 저녁에 바로 얼음을 먹어야 할 정도로 속에 열(熱)이 나서 병이 생길 지경이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중대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고심초사(苦心焦思)하는 것을 의미한다. 《莊子 人間世》
[주D-005]손바닥 …… 밟히어라 : 손바닥 위의 구슬이란 매우 사랑하는 자식을 가리킨 것으로, 이는 곧 집에 두고 온 어린 자식을 몹시 보고 싶어서 한 말이다.
[주D-006]어느 …… 댈거나 : 《박 물지(博物志)》에 의하면, 옛날에 어떤 사람이 떼[槎]를 타고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다가 마침내 은하(銀河)에 당도하여 직녀(織女)는 베를 짜고 견우(牽牛)는 물가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는 광경을 보고 왔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 전설을, 한 무제(漢武帝) 때 장건(張騫)이 사명을 받들고 누차 서역(西域)을 왕래하던 중 떼를 타고 은하까지 올라갔었다는 설화(說話)와 함께 모두 사신(使臣) 행차에 비유한 데서 온 말이다.
고락상의곡(苦樂相倚曲)을 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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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법이니 / 由來會合有乖離
고락은 분명 서로 인하여 생기는 걸세 / 苦樂分明相倚依
하룻밤의 첫 환희에 낭군은 좋았겠지만 / 一夜新懽君自幸
반년간 거짓 열애를 첩은 어찌 알았으랴 / 半年佯熱妾何知
아득한 속진 속에 동심결을 맺어 놓고 / 凝塵漠漠同心結
망망한 대지 위에 비익조처럼 날잤구나 / 大地茫茫比翼飛
슬픈 노래 가져다 악부에 더하지 말라 / 莫把哀詞添樂府
항아는 만고에 흰 귀밑털만 드리웠다네 / 姮娥萬古鬢垂絲
[주C-001]고락상의곡(苦樂相倚曲) :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락상의는 곧 고와 낙이 서로 인하여 생긴다는 뜻으로, 《노자(老子)》 제58장에, “재앙은 복이 인하는 바이고, 복은 재앙이 숨어 있는 곳이다.[禍兮福之所倚福兮禍之所伏]”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1]동심결(同心結) : 비단 띠[錦帶]로 두 고를 내고 양쪽에서 맞죄어 풀리지 않도록 굳게 매는 매듭인데, 여기에는 곧 부부간의 견정(堅貞)한 애정(愛情)을 부친 것이라 한다.
[주D-002]비익조(比翼鳥) : 한 새가 눈 하나와 날개 하나만 달려서 반드시 두 마리가 나란히 해야만 날 수가 있다 하여 붙여진 새 이름인데, 이 또한 부부간의 두터운 애정에 비유한다.
[주D-003]항아(姮娥) : 상 고 시대 유궁후 예(有窮后羿)의 아내이다. 유궁후 예가 일찍이 선녀(仙女)인 서왕모(西王母)로부터 불사약(不死藥)을 얻어 놓았었는데, 그의 아내인 항아가 그 약을 훔쳐 먹고 신선이 되어 달 속으로 도망쳐 들어가서는 계속 과부(寡婦)로 산다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2 월 9일에 중국 사신(使臣)이 와서 태후(太后)를 책봉한 조서(詔書)를 개독(開讀)하고, 주상(主上)에게 태위(太尉)를 제수한 선명(宣命)을 반강(頒降)하고, 인하여 매[鷹]와 말[馬]을 하사하였는데, 신(臣) 색(穡)은 병 때문에 송축드리는 반열에 참여하지 못하고 엎드려서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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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에 책례하여 어머니 의범 바로잡고 / 冊禮東宮整母儀
외국까지 은혜입혀 나라를 안정시켰네 / 加恩外國奠邦圻
팔찌 위 매는 용감해 정신이 하도 초일하고 / 韝鷹颯爽神何逸
내린 말은 기특해라 날 것만 같은 태세로세 / 錫馬權奇勢欲飛
누대의 은총은 지금 다시 빛나거니와 / 累世寵光今更煥
삼공의 높은 품계는 고래로 드물었지 / 三公峻級古來稀
백발에 병 많은 신하는 몹시도 쇠하여 / 白頭多病臣衰甚
색실로 순 임금 옷을 기울 길이 없구려 / 色線無由補舜衣
[주D-001]동궁(東宮) : 태후(太后)를 가리킨다. 한(漢)나라 때 태후의 처소인 장락궁(長樂宮)이 미앙궁(未央宮) 동편에 있었던 데서 이렇게 일컬었다.
[주D-002]색실로 …… 없구려 : 색 실로 순(舜) 임금의 옷을 깁는다는 것은 곧 《서경》 익직(益稷)에 순 임금이 일찍이 우(禹)에게 이르기를 “내가 다섯 가지 채색으로 다섯 가지 빛깔을 내서 옷을 만들려 하거든 그대가 등급을 분명하게 만들라.[以五采彰施于五色作服 汝明]”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임금을 잘 보좌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암사(光巖寺)에 느낌이 있어 뜻을 말한 것일 뿐이요, 시가(詩歌)를 읊은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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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한 단청 전각에 연기는 자욱한데 / 岧嶢金碧鎖煙霏
조정이 정성 다해 와비를 새겨 놓으니 / 瀝血朝廷刻臥碑
성명은 외람되이 군옥부에 올랐으나 / 姓字濫登羣玉府
관함은 단지 누더기 옷과 흡사하구려 / 官銜直似百家衣
남들은 석실 산릉이 견고하다 하지만 / 人言石室山陵固
솔바람 시냇물의 슬픔을 그 누가 알랴 / 誰識松風澗水悲
속세의 물거품 인생도 오히려 실하거니 / 塵世浮漚猶是實
늙은이는 이제 그만 사직하고 돌아갔으면 / 老夫今可乞身歸
[주D-001]와비(臥碑) : 일찍이 저자가 글을 짓고 한수(韓脩)가 글씨를 써서 광암사(光巖寺)에 세운 비(碑)를 가리킨다.
[주D-002]군옥부(羣玉府) : 주(周)나라 역대 제왕(帝王)의 서책(書冊)을 소장했던 곳으로, 전하여 왕가(王家)의 도서실(圖書室)을 의미한다.
앞의 운을 사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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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망울질 제 부슬부슬 비가 와서 / 杏花將動雨霏霏
또 저 광암사의 타루비를 적시네그려 / 又濕光巖墮淚碑
객실의 조찬은 상식을 번거롭게 하고 / 客室朝飡煩尙食
승방의 잠자리엔 스님 옷을 빌려 입네 / 僧窓夜宿借禪衣
껄끄러운 문장이야 끝내 어디에 쓸꼬만 / 文章梗澁終何用
자꾸 흐르는 세월을 슬퍼할 뿐이로다 / 歲月崢嶸祗自悲
전각 위의 세존은 말을 하려는 듯한데 / 殿上世尊如欲語
모르겠노라 확실히 의귀할 만한 건지 / 不知端的可依歸
[주D-001]상식(尙食) : 옛날 궁중(宮中)의 식선(食膳)을 관장하던 관명(官名)이다.
3월 초하루가 양파(陽坡) 선생의 기단(忌旦)인데, 깜빡 잊고 제사 돕는 일을 궐행(闕行)하였기에 인하여 그 허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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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잡다한 일에 거리낌을 입으니 / 連日紛紛被事牽
병든 나머지 마음이 더욱 어두워져서 / 病餘心地轉冥然
은사의 기일까지도 오히려 망각했으니 / 恩門忌旦猶忘却
심하여라 내 쇠함이 또 전일의 갑절일세 / 甚矣吾衰又倍前
길거리 천황색 버들은 처음 비를 맞았고 / 街柳嫩黃初得雨
산마루 겹겹 푸른 솔은 하늘에 뜰 듯한데 / 嶺松疊翠欲浮天
양파는 적막하게 푸른 이끼만 돋아나서 / 陽坡寂寞唯蒼蘚
공연히 행인들로 눈물 줄줄 흘리게 하네 / 空使行人淚迸泉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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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에 나가 사은하는 건 신처럼 빨라서 / 省堂出謝疾如神
해묵은 비목 위에 먼지가 그득하구나 / 批目經年冪素塵
우스워라 늙은이는 제자리에 서명만 하고 / 自笑老翁占位署
아득히 그가 누군지도 묻지를 않았었네 / 茫然不問是何人
사성의 광채는 개성을 환히 비추는데 / 使星光彩照扶蘇
변새 밖 누런 모래는 황도를 에워쌌겠지 / 塞外黃沙擁帝都
하늘 뜻은 밝건만 사람이 알지 못하고 / 天意昭然人不識
백발에 마른 등걸처럼 조반에 끼어 있네 / 白頭朝列似枯株
[주D-001]사성(使星) : 사 신(使臣)을 가리킨다. 후한 화제(後漢和帝)가 즉위하여 각 주현(州縣)에 미복(微服) 차림으로 사자(使者)를 파견해서 풍요(風謠)를 채집할 적에, 두 사자는 익주(益州)에 당도하여 이합(李郃)의 후사(候舍)에 투숙했는데, 그날 밤에 이합이 두 사자에게 별을 가리켜 보이면서 말하기를, “두 사성이 익주의 분야로 향하였다.[有二使星向益州分野]”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3월 삼짇날에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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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 가득 비바람에 봄은 또 깊어져서 / 風雨滿城春又深
붉은 꽃 푸른 풀 벌써 무성히 배태했네 / 胚胎紅綠已森森
눈부신 화려한 꽃을 곧 보게 될 터인데 / 行看纈錦迷人眼
차디찬 재를 내 마음에 감히 비할쏜가 / 敢把寒灰比我心
조전의 맑은 향기는 사찰에 연달으고 / 祖殿淸香連梵宇
상제의 남긴 술은 유림에 뿌려주누나 / 帝觴餘瀝洒儒林
금년 두 항아리 술은 신의 주심을 입어 / 今年朋酒蒙神賜
약간 취해 유연히 시험 삼아 한번 읊노라 / 微醉悠然試一吟
[주D-001]조전(祖殿) : 고려 때 개성(開城)의 봉은사(奉恩寺)에 설치했던 태조(太祖)의 진전(眞殿)을 말한다.
절구(絶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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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뜰 가득 봄비가 자욱하게 내리니 / 春雨濛濛滿小庭
아황빛 버들이 또 옅푸른 빛을 띠누나 / 鵝黃柳又帶微靑
사람에게 문득 난정 흥취 일으키게 하여 / 令人忽起蘭亭興
취한 필력의 광채가 일성을 쏘아 비추네 / 醉墨光芒射日星
[주D-001]난정(蘭亭) 흥취 : 진 목제(晉穆帝) 영화(永和) 9년 3월 3일에 왕희지(王羲之)가 사안(謝安), 손작(孫綽) 등 당대의 명사(名士) 40여 인을 회계(會稽) 산음(山陰)의 난정에 모아 놓고 유상곡수(流觴曲水)의 풍류로 계사(禊事)를 닦았던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저자 또한 이 시를 지은 날이 3월 3일이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밤에 비가 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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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고 닭이 울어 꿈을 막 깨고 나니 / 雨滴鷄呼夢斷初
마음이 갑자기 청허해진 게 문득 놀랍네 / 忽驚心地頓淸虛
누가 알리오 초한이 분쟁하던 즈음이 / 誰知楚漢紛爭際
본디 요순이 제위를 선양하던 뒤임을 / 自是唐虞揖讓餘
만길의 풍진은 나그네 길 어둡게 하는데 / 萬丈風塵迷客路
한 구역 산과 바다는 내 집을 옹위하누나 / 一區山海擁吾廬
예로부터 출처는 천명에 달린 것이니 / 由來出處關天數
우선 새로운 시 지어 갈겨 써 보자꾸나 / 且賦新詩作草書
비가 그치지 않으므로, 똑바로 앉아서 회포를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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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엔 털 적삼 입고 빗속을 달렸더니 / 氈衫昔日雨中馳
백발에는 도롱이도 오히려 걸치지 못해 / 白髮簑衣尙未披
조회갈 뜻은 있으나 다시 쭈그리고 앉아 / 有意朝天還縮坐
읊조릴 맘은 없으나 또 새로운 시를 짓네 / 無心詠物又新詩
가난 견디는 가법이야 바꾼 적 없거니와 / 安貧家法何曾變
흥취 푸는 재주는 기특할 것 못 되고말고 / 遣興天才不足奇
골목길 질척거려 내왕하는 이도 적은데 / 門巷泥深來往少
애써 심력 가다듬어 국가 안위 관섭다니 / 強將心力管安危
비가 오는 가운데 정원재(鄭圓齋) 공권(公權) 를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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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치 기심 잊은 자 같거니와 / 我似忘機者
공은 참으로 세상 피한 늙은일세 / 公眞避世翁
늙어감서는 자주 만나야 할 텐데 / 老來宜數見
오래도록 서로 만나질 못했구려 / 久矣不相逢
문전의 버들은 바람에 흔들리고 / 門柳風搖綠
정원의 꽃은 비 뒤에 터져 나오네 / 庭花雨綻紅
봄빛이 바야흐로 성해져가거니 / 春光方欲盛
우리의 도가 어찌 끝내 궁할쏜가 / 吾道豈終窮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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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상은 고향에 돌아간 뒤이고요 / 丞相歸鄕後
순군에선 옥사 다루는 처음일세 / 巡軍訊獄初
이부에서는 흠결된 전례를 닦고 / 天官修闕典
조사들은 새 임명을 희망하누나 / 朝士望新除
밤비 속엔 바람 소리 급하더니 / 夜雨風聲急
새벽은 맑아 햇빛이 포근하구나 / 晨晴日色舒
늙은이 방금 퇴청하여 밥 먹으니 / 老翁方退食
신세가 마치 거제와 흡사하네 / 身世似籧篨
[주D-001]거제(籧篨) : 몸을 구부리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전하여 항상 남의 안색(顔色)만 관찰하는 아첨 잘하는 사람을 비유한다. 또는 말았다 폈다 하는 거친 대자리[竹席]를 말하기도 한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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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왔다갔다 스스로 멎기 어려운지 / 北來南去自難停
날마다 먼지를 날려 역정에 뿌려대누나 / 日日飛塵洒驛亭
아마도 이 동풍이 이별을 애석히 여겨 / 疑是東風惜離別
관도에 또 불어 푸른 버들 놀림이겠지 / 又吹官柳弄新靑
가련도 하여라 쇠하고 병든 늙은 사람이 / 可憐衰病老夫人
청교를 향해 임금 행차를 배웅하려 하네 / 欲向靑郊望路塵
왕명을 어찌 일각인들 지체할 수 있으랴 / 王命豈容留一刻
철석 간장엔 아픔 고통 머물 곳 없고말고 / 鐵腸無處著酸辛
미쳐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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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디 고요하여 분잡한 게 없으나 / 我本靜者無紛紜
움직여 안 그칠 땐 바람 속의 구름이요 / 動而不止風中雲
나는 본디 통달하여 피차를 안 두지만 / 我本通者無彼此
막혀서 못 흐를 땐 우물 속의 물이거니 / 塞而不流井中水
물은 사물 비춤에 곱고 추함을 분명히 나타내고 / 水兮應物不迷於姸媸
구름은 무심하여 모이고 흩어짐에 국한치 않아 / 雲兮無心不局於合離
자연히 위로 하늘의 마음에 계합하거늘 / 自然上契天之心
나는 또 어찌하여 조용히 세월을 보낸단 말인가 / 我又何爲兮從容送光陰
돈 있으면 술 사는 건 의심할 것 없거니와 / 有錢沽酒不復疑
술 있으면 꽃놀이하는 걸 어찌 지체할쏜가 / 有酒尋花何可遲
꽃 구경하며 술 마시고 백발을 풀어 헤치고 / 看花飮酒散白髮
좋이 동산에 올라가 풍월을 희롱하련다 / 好向東山弄風月
동정(東亭)을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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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가짐에 있어선 묵수와 짝이요 / 處身雙墨守
천명을 알아 팽상을 동일시하네 / 知命一彭殤
사물과 함께 기예에 노닐고파서 / 與物將游藝
봄을 찾아 광기를 발하려 하노니 / 尋春欲發狂
연분홍빛은 살구꽃을 단장하고 / 淺紅粧小杏
푸른빛은 수양버들을 물들였네 / 明綠染垂楊
갑자기 기억나누나 동정 가에 / 忽憶東亭上
나는 벌이 술 향기를 알던 것이 / 遊蜂識酒香
[주D-001]묵수(墨守) : 전국 시대 묵적(墨翟)이 성(城)을 잘 지켜서 초(楚)나라의 군대를 물리쳤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자기의 주장을 굳게 지켜 흔들리지 않는 데에 비유한다.
[주D-002]팽상(彭殤)을 …… 동일시하네 : 팽 은 상고 시대 선인(仙人)으로 800세의 장수(長壽)를 누렸다는 팽조(彭祖)를 가리키고, 상은 19세 전에 죽은 단명(短命)한 아이를 가리키는데,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요절한 아이보다 더 장수한 이가 없고, 팽조가 요절했다고 할 수도 있다.[莫壽乎殤子 而彭祖爲夭]”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나는 …… 것이 : 소식(蘇軾)의 〈차운자유녹균당(次韻子由綠筠堂)〉 시에, “골짜기 새는 바둑 소리에 놀라고, 산중의 벌은 술 향기를 아는구나.[谷鳥驚碁響山蜂識酒香]” 하였다.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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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팔과 허리가 아울러 아파서 / 臂酸腰痛曉來幷
불돌로 찜질하여 겨우 평온을 얻었네 / 瓦片新燒帖得平
일각도 너무 길어 고통 참기 어렵거니 / 一刻亦長難忍苦
백 년 장수 좋다지만 나는 하찮다마다 / 百年雖好視爲輕
시서에 맛이 생기자 사람은 늙어가는데 / 詩書有味人將老
천지는 사가 없어 만물이 절로 생장하네 / 天地無私物自生
푸른산 아래 하얀 물결 강가의 길목이 / 靑嶂白波江上路
돌아갈 흥취 호연하여 안중에 환하구나 / 浩然歸興眼中明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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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생명은 길고 짧음 있으니 / 物生有脩短
의탁한 바도 또한 다르다 하겠지 / 所托亦云殊
단혈에 있는 건 누가 봉황이던고 / 丹穴誰凰鳳
청송에 붙은 나는 매미일 뿐이네 / 靑松我蟪蛄
그윽한 곳엔 신선의 별천지가 있고 / 沈沈開洞府
광대한 곳엔 하늘 거리가 비치는데 / 蕩蕩映天衢
필경에 장차 어디로 가야 할는지 / 畢竟終安適
삼한의 이 한 썩은 선비는 말일세 / 三韓一腐儒
[주D-001]단혈(丹穴)에 …… 봉황이던고 : 단혈은 전설상의 산명(山名)인데, 《산해경(山海經)》에 의하면, 단혈산에는 모양이 마치 닭과 같고 오채(五采)의 무늬가 선명한 새가 있어 봉황이라 이름한다고 하였다.
[주D-002]청송(靑松)에 …… 뿐이네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매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蟪蛄不知春秋]” 한 데서 온 말인데, 매미는 본디 초가을에만 잠깐 나무에 붙어 사는 것이므로, 전하여 생명이 아주 짧은 것을 의미한다.
곡주(谷州)의 산개(山芥)와 염채(鹽菜)를 얻고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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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은 예로부터 비루한 것이라 / 肉食由來鄙
소담한 목숙이 아주 맛 좋은데 / 深甘苜蓿肥
다시 매콤한 맛까지 첨가했으니 / 更添辛辣味
구복의 봉양이 어찌 부족다 하랴 / 口腹養何違
울타리 죽순은 아직 안 나왔지만 / 籬笋未出地
계곡 미나리는 곧 사립에 비치리 / 澗芹將映扉
목은 늙은이는 방금 사직했으니 / 牧翁方致事
모자란 건 바로 낚시터뿐이라네 / 所欠是漁磯
[주D-001]목숙(苜蓿) : 채 소의 일종인데, 전하여 빈약한 식생활을 의미한다. 당(唐)나라 때 설영지(薜令之)가 동궁 시독(東宮侍讀)으로 있을 적에 식생활이 하도 빈약하므로, 시를 지어 스스로 슬퍼하기를, “아침 해가 둥그렇게 돋아 올라, 선생의 식탁을 비추어 보이네. 식탁에는 무엇이 있는고 하니, 난간에서 자란 목숙 나물이로세.[朝日上團圓 照見先生盤 盤中何所有 苜蓿長欄干]” 한 데서 온 말이다.
유 개성(柳開城)이 밀직(密直)에 제배(除拜)된 것을 하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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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군의 외성들은 구름같이 번창하여 / 花原外姓鬧如雲
연치와 지위 높기가 무리에 뛰어난데 / 齒與位高超出羣
홍추에 입상한 것도 과히 늦지 않으니 / 入相鴻樞非太晚
다시 백발로 밝은 임금을 잘 보좌하리 / 更將華髮佐明君
안 첨서(安簽書)는 새로 정당(政堂)에 제배되고 그의 장자(長子)는 밀직에 제배된 것을 하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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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비록 나보다 나중에 받았지만 / 政堂雖則後於吾
엄한 풍채는 또 간의대부를 겸하였네 / 風彩又兼臺大夫
더욱이나 삼한에 드물게 있는 일로는 / 況是三韓所希有
아들이 같은 날 홍추에 제배된 거로세 / 令郞同日拜鴻樞
우연히 제(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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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바쁘게도 한가롭게도 살아오다 / 平生唯唯雜悠悠
거울 보니 이제야 온통 백발임을 알겠네 / 攬鏡方知白盡頭
귀천은 비록 조맹에게 달렸다 하지만 / 貴賤雖然由趙孟
문질은 반드시 은주를 갖추어야 하리 / 質文須要備殷周
봄바람에 도리꽃은 미친 흥을 돋우고 / 春風桃李媒狂興
강산의 밤비는 옛 놀이를 충동질하네 / 夜雨江山動舊游
아무리 세월을 잡아맬 수 있다 하여도 / 縱有長繩能繫日
훨훨 날아 봉래산에 오른 것만은 못하리 / 不如飛步上蓬丘
[주D-001]귀천(貴賤)은 …… 하지만 : 조 맹(趙孟)은 춘추 시대 진(晉)나라의 최고 권세가(權勢家)인 경(卿)을 가리키는데, 그는 남에게 벼슬을 주어 귀하게 할 수도 있고, 벼슬을 빼앗아서 천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조맹이 귀하게 해 준 사람을 조맹이 다시 천하게 할 수도 있다.[趙孟之所貴趙孟能賤之]”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告子上》
[주D-002]문질(文質)은 …… 하리 : 문 질은 곧 화려함과 질박함을 말한다. 자장(子張)이 “십 세를 알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은나라는 하나라의 예를 인하였으니 덜고 보탠 바를 알 수 있고, 주나라는 은나라의 예를 인하였으니 덜고 보탠 바를 알 수 있다. 뒤에 혹시 주나라를 이을 자가 생긴다면 비록 백 세의 뒤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殷因於夏禮 所損益可知也 周因於殷體 所損益可知也 其或繼周者 雖百世可知也]” 하였는데, 그 집주(集註)에 의하면, 덜고 보탠다는 것은 문질을 가리킨 것으로, ‘하나라는 충후함을 숭상하고, 은나라는 질박함을 숭상하고, 주나라는 화려함을 숭상한 것[夏尙忠 殷尙質 周尙文]’을 말한 것이라고 하였다. 《語論 爲政》
박창령(朴昌齡)이 영해(寧海)로 근친(覲親)을 가려고 와서 작별을 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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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을 친했던 정분 자네 부친 생각난다 / 同巷情親憶乃翁
장대해진 자네 보니 내 맘이 감동되누나 / 見君長大動吾中
내 머리 다 희어진 걸 내 어찌 한탄하랴 / 吾頭白盡吾何恨
또 이 빨간 복사꽃이 터져 나오려 하거늘 / 又是桃花欲綻紅
염상(廉相) 국파(菊坡)가 시를 지어서 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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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가 북정의 관원과 대단히 흡사해 / 容儀大逼北庭官
뭇 호인과 섞여 앉아 논변을 하려더니 / 雜坐羣胡欲辨難
강남의 경박한 행태를 다 떨쳐 버리고 / 脫落江南輕薄態
홀로 풍월을 불러서 붓끝에 가져왔네 / 獨呼風月入毫端
백발로 미관에 있는 이야 그 몇이던가만 / 幾人白首困微官
공의 집안 난형난제가 나는 부럽다마다 / 歆艶公家大小難
정당에 승진할 날이 응당 머지 않으리니 / 進拜政堂應不遠
나의 축하시를 편 끝에 좀 실어 주게나 賀詩容我冠篇端
내 지금 무슨 연유로 휴관을 좋아하냐면 / 我今何故樂休官
아침마다 합좌하기 어려움 때문이라네 / 只爲朝朝合坐難
또는 가마 타고 풍악산도 가고 싶어라 / 又欲扶轝楓岳去
일만 봉우리가 구름 끝에 눈처럼 비치리 / 萬峯如雪照雲端
남교(南郊)에 친히 행행하여 대렵(大獵)을 행할 것을 삼가 생각하면서 신(臣) 색(穡)이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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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교에 대렵하는 예를 어찌 그르칠쏜가 / 大獵南郊禮肯訛
비가 와서 길 닦고 아침놀을 헤쳐버렸네 / 雨師淸道散朝霞
바람 이는 채찍 고삐는 느렸다 빨랐다 하고 / 生風策轡徐還疾
햇빛 가린 깃발들은 가지런코 비뚤고 하리 / 蔽日旌旄整復斜
짐승을 몰이하면 한 놈도 못 도망치려니와 / 聯獸麾禽無或逸
붕새 봉새 떨춤도 과시하잔 것 아니고말고 / 斬鵬摧鳳匪徒誇
백발의 시종신은 그냥 바라만 볼 뿐인데 / 白頭詞客空瞻跂
운몽택은 아득해라 눈마저 어른어른하네 / 夢澤茫茫眼又花
[주D-001]운몽택(雲夢澤) : 초(楚)나라의 대택(大澤) 이름인데, 예로부터 여기에서 수렵(狩獵)을 많이 해왔으므로 이른 말이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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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한 풍진 세상 한바탕 꿈속만 같아라 / 塵世悠悠一夢中
영고 성쇠가 돌고 돌아 모두 끝이 없구려 / 循環榮辱儘無窮
인생은 유수 같거니 머물게 할 수 있으랴 / 人如逝水那能止
나그네는 구름과 함께 문득 사라져 버렸네 / 客與浮雲忽已空
술로 이름 얻음은 도리어 누가 되거니와 / 以酒爲名還作累
온 가족이 벼슬하여 논공받음은 다행일세 / 闔家待罪幸論功
버들잎은 매우 노랗고 배꽃은 하도 희어 / 柳絲黃甚梨花白
적막한 숲 동산에 봄이 절로 무르녹았네 / 寂寞林園春自濃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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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 정은 예부터 오랜 뒤에 밝혀지나니 / 邪正由來久乃明
서로 겨룬대서 꼭 공평을 얻지는 못하리 / 低昂未必得其平
대신의 거취는 시세에 관계되거니와 / 大臣去就關時勢
병객의 읊조림은 세정과는 다르고말고 / 病客吟哦非世情
훈훈한 바람 봄 경치는 방금 화창하고 / 風動春光方澹蕩
태양 높다란 하늘빛은 언뜻 맑아졌네 / 日高天色乍澄淸
우울한 이 심정을 풀어버리기 어려워 / □□□□難陶寫
종이에 내려 쓰니 붓 소리가 나는구나 / 掃向華牋筆有聲
서신(書信)의 격식을 사용하여 청주 목사(淸州牧使) 이사영(李士穎) 에게 받들어 보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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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은 별다른 일이 없네마는 / 消息無他事
객지의 기거는 지금 어떠한가 / 起居今若何
중을 인하여 경지를 얻어다가 / 因僧化經紙
내게 뜰 나뭇가지를 보게 했네 / 報我眄庭柯
이욕은 잡초 매듯 해야거니와 / 利欲如鋤草
빠른 세월은 황하를 튼 듯하니 / 光陰似決河
청컨대 그대 이런 맛을 알거든 / 請君知右味
이 말 듣고 때를 놓치지 말게나 / 聞是勿蹉跎
[주D-001]경지(經紙) : 불가(佛家)에서 경적(經籍)에 사용하는 황지(黃紙)를 말한다.
[주D-002]내게 …… 했네 : 도 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술잔을 가져다 스스로 따라 마시고, 뜰 나뭇가지를 보며 희색을 짓는다.[引壼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곧 서신(書信)을 보내서 마음을 기쁘게 해 주었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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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에서 목욕하고 태양이 이미 떴으니 / 浴罷咸池日已升
임금을 보좌하는 건 곧 현능한 신하라네 / 扶持神聖是賢能
해진 덮개로 개를 묻으려던 걸 누가 알랴 / 誰知敝蓋將埋狗
청성 또한 매 바친 걸 내 애석히 여기노라 / 我惜淸城亦獻鷹
고명을 사려면 황금 한 말을 요할 테지만 / 如買高名金至斗
난세를 피하자면 술은 의당 많아야겠지 / 將逃亂世酒如澠
내 병든 뒤로 조관 방문은 하지 못하고 / 病餘伺候吾疎闊
앉아서 공신을 세면서 홀로 가슴 치노라 / 坐數功臣獨撫膺
[주D-001]함지(咸池)에서 …… 떴으니 : 함지는 전설에서 태양이 목욕을 한다는 못 이름이고, 여기서 말한 태양은 곧 새로 즉위한 임금을 의미한다.
[주D-002]해진 …… 걸 : 공 자(孔子)가 기르던 개가 죽자, 공자가 자공(子貢)으로 하여금 그 개를 묻어 주게 하면서 이르기를, “나는 들으니, 해진 휘장을 버리지 않는 것은 죽은 말을 싸서 묻어 주기 위함이요, 해진 수레 덮개를 버리지 않는 것은 죽은 개를 묻어 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가난해서 수레 덮개가 없으니, 그 시체를 묻을 때 거적자리를 충분히 덮어 주어 그 머리가 흙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吾聞之也 敝帷不棄 爲埋馬也 敝蓋不棄 爲埋狗也 丘也 貧無蓋 亦䂊之席 毋使其首陷焉]” 한 데서 온 말이다. 《禮記 檀弓下》
우 평장(禹平章)이 치사(致事)하고 집에 있은 지 오래였는데, 지난겨울에야 비로소 봉군(封君)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병을 앓은 뒤에 다시 정당(政堂)에 임명되고 나서 인하여 우 평장 댁에 들러 시 한 수를 읊기를, “북애의 그윽한 곳에 지내는 우 평장은, 새로 봉작받아서 임금 은총 입었거니, 내 하례 길 너무 늦었다고 성내지 마소, 나는 지금 예전대로 출근 길이 바쁘다네.[北崖深處禹平章 新得分茅荷寵光 入賀莫嗔遲太甚 我今依舊趁朝忙]”라고 했었는데, 그 후로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 나 또한 치사하고 봉작(封爵)의 명을 아직 입지 못하여 공(公)과 입장이 서로 같으므로, 문득 지난번의 운을 사용하여 기록해 바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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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은 비록 천 그루에 못 이르지만 / 樹林雖不至千章
희고 붉은 화려한 꽃들이 땅에 비치네 / 白白朱朱照地光
봉작받아 봉조청 못 할까 왜 걱정하랴 / 湯沐何憂奉朝請
한 몸을 되레 바삐 시 짓는 데 부쳤다오 / 一身還付作詩忙
붉은 인끈과 황금 도장을 허리에 차고 / 腰懸紫綬與金章
무지개 같은 기 토하며 두 뺨이 빛나네 / 吐氣如虹頰有光
노쇠해지면 의당 재능을 숨겨야 하거니 / 到得老衰宜晦養
칠순 나이에 바빠진 좌상이 가련하구나 / 可憐左相七旬忙
평생에 도략과 문장이 워낙 풍부하여 / 平生韜略與文章
공과 업이 함께 흘러 백대에 빛나리니 / 功業俱流百代光
모름지기 분양처럼 종시를 보전해야지 / 要似汾陽保終始
백발의 나이로 다시 분주하지 말았으면 / 莫將華髮更奔忙
[주D-001]봉조청(奉朝請) : 퇴임한 관원을 예우하는 뜻에서, 조정의 의식(儀式) 때에만 나가 참예하고 종신토록 봉록(俸祿)을 받게 하는 제도이다.
[주D-002]도략(韜略) : 강태공(姜太公)의 병서(兵書)인 《육도(六韜)》와 황석공(黃石公)의 병서인 《삼략(三略)》을 합칭한 말로, 전하여 병법(兵法)을 의미한다.
[주D-003]모름지기 …… 보전해야지 : 분 양(汾陽)은 당(唐)나라 때의 명장(名將)으로 벼슬이 중서령(中書令)에 이르고 분양군왕(汾陽郡王)에 봉해진 곽자의(郭子儀)를 가리킨다. 종시(終始)를 보전한다는 것은 곧 곽자의가 부귀영화를 극도로 누렸으면서도 생전(生前)과 사후(死後)에 아무 일도 없이 영총(榮寵)을 끝까지 입었음을 의미하는데, 그의 열전(列傳)에, “부귀에 장수를 누렸고, 살아서는 존경을 죽어서는 애도를 받아, 신하의 도리에 조금도 결점이 없었다.[富貴壽考哀榮終始 人臣之道無缺焉]” 한 데서 온 말이다.
배꽃에 비친 달을 두고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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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이 어떤 밤인고 흐린 기운 미약해 / 今夕何夕雲氣微
두건 벗어 이마 내놓고 홑옷 풀어 헤쳐라 / 脫巾露頂披單衣
내 당은 텅 비어서 본래 벽이 없거니와 / 我堂虛兮本無壁
내 문은 널찍한 데다 사립짝도 없고요 / 我門豁兮仍無扉
내 뜨락은 평직하기 손바닥과 흡사하여 / 我庭平直如掌中
걷고 서고 하는 내 마음 날 것만 같은데 / 我行我立心如飛
배꽃이 활짝 피고 달 또한 밝게 비추어 / 梨花盛開月又照
영롱한 달 고운 꽃이 서로 빛을 발휘하니 / 玲瓏璀璨相發揮
눈 같으나 아닌 건 내 눈을 부시게 하고 / 似雪非雪眩我眼
물결 같으나 아닌 건 주린 나를 춥게 하네 / 似波非波寒我飢
땅 가득 푸른 이끼엔 빽빽한 그림자 펴고 / 蒼苔滿地布密影
끝없는 푸른 하늘엔 맑은 빛을 날리누나 / 碧天無際揚淸輝
나는 저 창려자가 아니기에 / 我不是昌黎子
옥황의 집에 구름 타고 가지도 않거니와 / 玉皇家裏乘雲歸
나는 저 오질씨가 아니기에 / 我不是吳質氏
안 자고 계수 기대 남의 기롱 받지도 않고 / 不眠倚桂人應譏
송연히 눈 돌리어 정신을 가다듬고서 / 悚然收視斂精神
시구 법칙 안배하니 구슬처럼 아름답네 / 安排句法如珠璣
덧없는 인생이 사미를 어떻게 갖추랴 / 浮生安得具四美
상심과 낙사가 많이 서로 어긋나는걸 / 賞心樂事多相違
병골이 풍경 손상하는 게 가장 가련해 / 最憐病骨殺風景
잠자리에 쓰러져서 겹 휘장 드리우노라 / 頹然就枕垂重幃
[주D-001]나는 …… 않거니와 : 창 려자(昌黎子)는 곧 창려백(昌黎白)에 봉해진 한유(韓愈)를 가리키는데, 한유의 〈이화(李花)〉 시에, “봄을 당해 천지가 화사함을 겨루는데, 낙양의 동산들은 더욱더 엉클어졌네.……밤에 장철을 데리고 노동의 집을 찾아가, 구름을 타고 함께 옥황의 집에 이르니, 날씬한 미인들 향기 풍기며 네 줄로 늘어섰는데, 흰 치마에 흰 수건을 차등 없이 다 둘렀네.[當春天地爭奢華 洛陽園苑尤紛拏……夜領張徹投盧仝乘雲共至玉皇家 長姬香御四羅列 縞裙練帨無等差]”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나는 …… 않고 : 오 질씨(吳質氏)는 전설상의 선인(仙人) 오강(吳剛)을 말한다. 질(質)은 그의 자이다. 오강은 서하(西河) 사람으로 일찍이 선도(仙道)를 배우다가 과실(過失)을 짓고 달 속으로 귀양 가서 항상 계수나무만 찍고 있다고 하므로, 당(唐)나라 이하(李賀)의 이빙공후인(李凭箜篌引)에, “오질은 잠 안 자고 계수나무만 기대 있다.[吳質不眠倚桂樹]”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사미(四美) : 좋은 철[良辰], 아름다운 경치[美景], 완상하는 마음[賞心], 즐거운 일[樂事]을 말한다.
[주D-004]병골(病骨)이 …… 게 : 풍 경(風景)을 손상한다는 것은 곧 속된 행위로 풍광 경물(風光景物)에 손상을 입혀 남의 흥치를 무너뜨리는 것을 말한다. 이상은(李商隱)의 《잡찬(雜纂)》에 의하면, 풍경을 손상하는 것은 바로 꽃 사이에서 갈도를 하는 것[花間喝道], 꽃구경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看花淚下], 달빛 아래 횃불을 잡는 것[月下把火] 등의 일이라고 하였다.
배꽃 아래서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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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 배나무 꽃 핀 아래 / 一樹梨花下
실바람 부니 경치 절로 번화해라 / 風微景自繁
공중에 날릴 땐 떨어지는 눈 같고 / 飄空如雪落
땅에 나부낄 땐 치닫는 물결 같네 / 行地似波奔
어디선 배꽃 대해 술을 마실 텐데 / 何處對飮酒
우리 집만 괜히 문을 닫았네그려 / 吾家空掩門
몸이 한가하니 그윽한 맛 넉넉해 / 身閑足幽味
하루 종일 말을 잊고 앉아 있노라 / 竟日坐忘言
꽃나무를 대하여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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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들이 봄을 만나 차례로 피어대니 / 花木逢春次第開
늙은이도 흥겨워서 이리저리 배회하네 / 老翁乘興亦徘徊
누가 진죽을 갖다 도류에 연결지었나 / 誰將晉竹連陶柳
피도를 송매에 견준 것도 우습고말고 / 自笑皮桃擬宋梅
석류잎 싹트기 전에 해는 한창 쪼이고 / 榴葉未抽方日照
배꽃은 떨어지려는데 바람이 불어오네 / 梨花欲落有風來
가장 가련한 건 눈산에 빼어난 외론 솔이 / 最憐雪嶺孤松秀
잘못 동이 속 한치 땅에 옮겨 심긴 걸세 / 枉被盆中寸地栽
[주D-001]누가 …… 연결지었나 : 진 죽(晉竹)은 진(晉)나라 초기에 항상 죽림(竹林)에서 놀아 죽림칠현(竹林七賢)으로 일컬어진 완적(阮籍)과 그의 조카 완함(阮咸), 혜강(嵇康), 산도(山濤), 상수(向秀), 유령(劉伶), 왕융(王戎)을 가리키고, 도류(陶柳)는 도잠(陶潛)의 집 가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 도잠이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자칭한 것을 가리키는데, 이백(李白)이 일찍이 야랑(夜郞)으로 귀양 가던 도중 강하(江夏)에 이르러 그곳에 있는 자기 숙부(叔父) 및 설현 영(薜縣令)과 함께 흥덕사(興德寺) 남각(南閣)에서 주연(酒宴)을 하며 지은 시에서, 이상의 죽림칠현 중 완적, 완함 숙질(叔姪)과 도잠의 고사를 인용하여, “삼가 죽림의 주연에 배석하여, 머물러 도공과 함께 취하였네.[恭陪竹林宴 留醉與陶公]” 한 것을 두고 이른 말이다.
[주D-002]피도(皮桃)를 …… 우습고말고 : 피 도는 당(唐)나라 시인(詩人) 피일휴(皮日休)의 도화부(桃花賦)를 가리키고, 송매(宋梅)는 당 현종(唐玄宗) 때의 명상(名相)으로 광평공(廣平公)에 봉해진 송경(宋璟)의 매화부(梅花賦)를 가리키는데, 피일휴가 도화부 서(桃花賦序)에서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재상(宰相) 송 광평(宋廣平)의 바르고 강직한 자질을 사모해왔으니, 그의 철석(鐵石) 같은 심장(心腸)으로는 아마도 유순하고 애교 넘치는 말을 토해낼 줄 모르리라고 여겼었는데, 그의 매화부를 보니, 말이 통창하고도 풍부하고 고와서 남조(南朝)의 서유체(徐庾體)를 얻었더라.”라고 한 것을 두고 이른 말이다.
경(敬) 놈이 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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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놈은 셋째 아들 집 아이인데 / 敬奴三舍也
앉아 웃는 게 서로 아는 듯하네 / 坐笑似相知
붙들어 세우면 다리는 약하지만 / 扶立脚猶弱
끌어 오면 얼굴은 매우 기뻐하네 / 牽來顔甚怡
잠깐 뒤에 젖 달라 울어대길래 / 須臾啼索乳
늙은이가 장난삼아 시를 적노니 / 老病戲題詩
먼 후일에 중손 무리들이 / 他日仲孫輩
읽어보면 응당 배꼽을 잡으리라 / 讀之應脫頤
배꽃 아래서 또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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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엔 한식일 무렵이 되면은 / 中原寒食日
만발한 꽃이 그지없이 화려한데 / 爛熳欲蒸雲
동국엔 봄기운이 하도 썰렁해 / 東國春多冷
뭇 꽃이 향기를 늦게 터뜨리네 / 羣花晚吐芬
나는 백로에도 비교할 만하지만 / 鷺鶿飛可比
춤추는 나비와는 구분도 못 하지 / 蛺蝶舞難分
다행히 떨어진 꽃잎 아직 적어 / 幸此落尙少
배나무 돌며 날 저뭄도 잊었네 / 繞行忘夕曛
병 때문에 수일 동안 나가지 못했다가, 상당(上黨) 한공(韓公)을 초청하여 서봉(西峯)에 올라 꽃을 완상하고, 집에 이르러서는 또 예안군(禮安君) 우공(禹公)을 초청하여 함께 앉았는데, 이윽고 우공이 우리들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가서 주연(酒宴)을 베풀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한 연구(聯句)를 읊기를, “꽃이 피어 만발하려 하거니, 내 늙었다고 어찌 쓸쓸하랴.[花開將爛熳 我老豈蕭條]” 해 놓고, 술잔 주고받으며 담소(談笑)하느라 미처 편(篇)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술을 가지고 내 집에 찾아온 빈객(賓客)이 있어, 가동(家僮)이 달려와서 아뢰므로, 거기서 작별하고 나와 집으로 달려와서는 또 술을 마시고 몹시 취하여 그대로 쓰러져서 아침까지 자고 한 수를 채워 이루는 바이다. 내 집에 찾아온 빈객은 판도 판서(版圖判書) 정달가(鄭達可), 판합(判閤) 이사위(李士渭), 전(前) 좌윤(左尹) 김구용(金九容), 간의(諫議) 이숭인(李崇仁), 사성(司成) 최표(崔彪) 및 문생(門生)인 판사(判事) 최숭겸(崔崇謙), 대호군(大護軍) 염정수(廉廷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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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경치는 천지에 가득하고 / 春色盈天地
환호성은 시조에 널리었네 / 懽聲遍市朝
꽃이 피어 만발하려 하거니 / 花開將爛熳
내 늙었다고 어찌 쓸쓸하랴 / 我老豈蕭條
석 잔 마시고 한창 흥겨운 판에 / 三酌方乘興
뭇 영재들이 또 나를 불러 주네 / 羣英又見招
고상한 풍류 그려봄 직한 곳에 / 風流堪畫處
귀밑 가엔 흰 털이 흩날리누나 / 鬢上素絲飄
스스로 화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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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면서 마음속 편안히 하고 / 垂老安心曲
고상한 놀이로 성조에 감사하노라 / 高游謝聖朝
달밤에는 한가히 그림자 대하고 / 月中閑對影
꽃 아래선 장난삼아 가지 붙잡네 / 花下戲攀條
일각도 헛되이 지내기 어렵고말고 / 一刻難虛度
천금을 준들 어찌 쉽게 사올쏜가 / 千金豈易招
뿌연 물결 위엔 백조가 있거니 / 煙波有白鳥
어이하여 홀로 훨훨 난단 말인가 / 何故獨飄飄
평생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때는 / 平生不可負
달 뜨는 저녁 꽃 피는 아침이라네 / 月夕與花朝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말끔하고 / 玉宇雲收葉
배나무엔 흰 꽃이 가지에 그득한데 / 庭梨雪壓條
다행도 해라 함께 나를 찾아 주니 / 幸哉同見訪
애써 서로 부를 필요도 없네그려 / 未必苦相招
촛불 잡고 의당 유쾌히 놀자꾸나 / 秉燭當行樂
만 점 나부낀 걸 금하기 어렵거니 / 難禁萬點飄
편 지를 써서 띠[茅]를 구하는 것은 장차 비복(婢僕)들에게 비를 피하게 해 주기 위해서이다. 여유가 있다면 허청(虛廳)까지 더 이어서 해 가리기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기필할 수가 없다.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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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 어른 된 것이 부끄러워라 / 所愧爲家長
사람을 잠도 편히 못 자게 하다니 / 令人寢不安
침상마다 모두 비에 늘 젖거니 / 牀牀皆雨濕
벽마다 어찌 마른 적이 있던가 / 壁壁豈泥乾
호소의 말이 항상 귀에 쟁쟁해라 / 告訴恒盈耳
가련한 맘에 간장이 찢기려 하네 / 哀憐欲裂肝
편지 써서 방금 두 번 절하노니 / 作書方再拜
내 곤궁함 비웃을까도 염려로세 / 又恐笑酸寒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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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스스로 보호할 줄은 알지만 / 身雖知自保
편한 거처 안 바란 게 다행일세 / 居幸不求安
글씨 흔적은 까뭇까뭇 까마귀 같고 / 作字如鴉濕
책 보는 꼴은 말라빠진 좀벌레 같네 / 觀書似蠹乾
눈썹이 눈에 있음은 아직 모르나 / 猶迷睫在眼
피가 간으로 가는 건 일찍 알았지 / 早悟血歸肝
늘그막에 대저 무엇을 걱정하랴 / 老矣夫何患
평생에 극도의 빈곤뿐이었는걸 / 平生只一寒
선이 가장 즐거움은 일찍 알았지만 / 早識善最樂
안빈낙도는 늙어서야 알았네그려 / 老知貧可安
나뭇가지는 바람 분 뒤 움직이고 / 風條吹後動
꽃송이는 햇볕에 쬐어 건조해지네 / 日萼照餘乾
세상일이 형체와 그림자 같아라 / 世事如形影
인정은 속 창자를 보는 듯하고말고 / 人情見肺肝
올봄에도 또 돌아가지를 못하니 / 今春又不去
백구와의 맹세를 이미 저버렸구나 / 鷗鳥已盟寒
[주D-001]눈썹이 …… 모르나 : 자기 눈 주위에 있는 속눈썹을 자기 눈으로는 볼 수 없다는 데서, 전하여 사람이 남은 잘 알면서 자신은 잘 모르는 어리석음의 비유로 쓰인다.
[주D-002]피가 …… 건 : 간(肝)은 인체(人體) 안의 장군(將軍)에 해당하는 기관(器官)이므로 즉 임금에 비유한 것이니, 피가 간으로 간다는 것은 곧 신하가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3]선이 가장 즐거움 :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의 아들 동평헌왕(東平憲王)이 무엇이 가장 즐거우냐는 명제(明帝)의 물음에 대해, 선행(善行)을 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後漢書 卷42 東平憲王蒼傳》
[주D-004]세상일이 …… 같아라 : 사람 형체의 굽고 곧음에 따라서 그림자 또한 굽고 곧고 하는 것이므로, 전하여 사람 마음의 선악(善惡)에 따라서 행위 또한 마음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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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본디 편당을 안 짓거니와 / 君子本不黨
출처는 모두 하늘에 달린 것인데 / 出處皆關天
어찌하여 형세에 부림을 받아서 / 奈何勢所使
사람을 스스로 맘 졸이게 하는고 / 令人心自煎
조정에서 죄인을 찾아내는 것은 / 朝廷得罪人
장차 일벌백계를 하기 위함인데 / 罰一將勸千
편당 아닌 자도 빈척을 입었으니 / 非黨亦見擯
누가 그 사실을 변명할 수 있을꼬 / 誰能辨其然
사실 적어서 후인에게 보이자도 / 書之示後來
또 전할 만하지 못함이 염려로다 / 又恐不足傳
노력하여 가장 큰 걸 지킨다면 / 努力守爲大
종신토록 조금의 허물도 없으리 / 終身無少愆
[주D-001]가장 큰 걸 지킨다면 : 맹 자(孟子)가 이르기를, “지키는 것 중에 어느 것이 가장 크냐하면 몸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크다.[守孰爲大 守身爲大]” 한 데서 온 말인데, 몸을 지킨다는 것은 곧 몸가짐을 신중히 하여 불의(不義)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孟子 離婁上》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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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에 분주하다 남의 비난을 입었는데 / 白頭奔走被人譏
더구나 뿌연 먼지가 옷까지 더럽힘에랴 / 況此紅塵又染衣
천지가 내 욕망 따라 줌을 감히 사절하랴 / 敢謝乾坤從我欲
행여 풍월이 없다면 내 누구와 함께할꼬 / 儻無風月與誰歸
한가함 속엔 고인과 함께 명상에 젖거니 / 閑中今古同涵泳
일장춘몽 공명이야 시비할 것 있으리요 / 夢裏功名足是非
다시 기쁜 건 행장을 스스로 결단함이니 / 更喜行藏能自斷
뱁새는 간 곳마다 의지할 가지 있고말고 / 鷦鷯到處有枝依
[주D-001]뱁새는 …… 있고말고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의지한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사람이 각각 자기 분수가 있음을 의미한다.
오 동년 혁림(吳同年奕臨)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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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세상 공명이 한바탕 꿈만 같아라 / 浮世功名一夢間
꽃 떨어진 정원에 새소리만 한가롭구나 / 落花庭院鳥聲閑
내 인생에 부족한 건 다만 전원에 돌아가 / 人生所欠歸田耳
날마다 높은 다락에서 푸른 산 대함일세 / 日日高樓對碧山
책 상 위에 있는 친구 간에 왕래한 간서(簡書)들을 펼쳐 보다가 정 동년 원재(鄭同年圓齋)가 부쳐 준 3월 3일의 기몽시(紀夢詩)를 얻고는 그제야 비로소 내가 아직도 잊고 있는 것이 많음을 증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부끄러운 나머지, 화답하는 시 한 수를 지어 원재의 좌하(座下)에 기록하여 바치노니, 늑장부린 죄를 용서하기 바라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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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북창 아래 맑은 바람이 불어올 제 / 北牖白日來淸風
편히 누워 코 고는 이는 바로 원재공이요 / 高臥鼻息圓齋公
성남의 푸른 버들이 갠 하늘에 흔들거릴 제 / 城南碧柳搖晴宇
한가히 읊어 의기 자득한 이는 한산옹일세 / 閑吟氣得韓山翁
한산은 바로 장의 당당함과 비슷한데 / 韓山張也之堂堂
원재는 조계의 물을 이미 맛보았었네 / 圓齋曹溪水已嘗
때로는 함께 노닐며 소진을 사모했으니 / 有時同游慕蘇晉
수불이 꼭 금술잔을 싫어하진 않았었지 / 繡佛未必嗔金觴
진수성찬은 왜 닭고기 기장밥에 그쳤으랴 / 珍羞豈止具雞黍
풍우 속에 와상 마주해 밤 내 담화도 했었네 / 風雨對牀終夜語
나는 지금 백발이요 그대 또한 늙었으니 / 我今頭白君亦老
함께 과거 본 지가 몇 해나 되었단 말인가 / 回首幾年同應擧
병든 나머지 반겨줄 이가 몇 안 되거니와 / 病餘眼靑無幾人
우리들은 창고에 쌓인 묵은 곡식 같거니 / 吾輩倉粟陳相因
사직하는 일이 다행히 소원대로만 된다면 / 彤庭還笏幸如願
녹야당의 성회를 의당 거듭 만들어야지 / 綠野盛集當重新
[주D-001]한산(韓山)은 …… 비슷한데 : 장 (張)은 곧 공자(孔子)의 제자인 자장(子張)을 가리키고, 당당(堂堂)은 겉을 꾸미기를 힘쓰고 스스로 높은 체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증자(曾子)가 일찍이 이르기를, “당당하여라, 자장이여, 그와 함께 인을 하기 어렵겠도다.[堂堂乎張也難與竝爲仁矣]”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곧 저자 자신이 겉만 꾸미는 데 치중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論語 子張》
[주D-002]원재(圓齋)는 …… 맛보았었네 : 불 교 선종(禪宗)의 제6조(第六祖)인 혜능 선사(慧能禪師)가 일찍이 조계산(曹溪山) 보림사(寶林寺)에 있었던 데서 조계(曹溪)는 곧 선종의 별호(別號)이고, 조계의 물이란 바로 소국사(韶國師)가 일찍이 법안 선사(法眼禪師)에게 묻기를, “무엇이 조계의 한 방울 물입니까?[如何是曹溪一滴水]” 하자, 법안 선사가 대답하기를, “이것이 바로 조계의 한 방울 물이니라.[是曹溪一滴水]” 하니, 소국사가 이 말을 들은 즉시 크게 깨달았다[大悟]는 데서 즉 선종의 진리(眞理)를 말하는데, 여기서 원재 정추(鄭樞)가 공민왕(恭愍王) 2년인 계사년(1353) 문과(文科)에 지공거(知貢擧)인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과 동지공거(同知貢擧)인 양파(陽坡) 홍언박(洪彦博)의 주관 아래 저자와 함께 급제했었으므로, 저자가 그를 추앙하여 익재, 양파의 학문을 전수받았다는 뜻으로 빗대서 한 말이다.
[주D-003]때로는 …… 않았었지 : 소 진(蘇晉)은 당 현종(唐玄宗) 때의 문신(文臣)인데, 그는 특히 주호(酒豪)로 이름이 높았고, 수불(繡佛)은 수놓은 부처를 말한 것으로,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소진은 수불 앞에서 길이 재계를 하다가도, 취중엔 가끔 좌선하다 잘 도망쳐 나갔다네.[蘇晉長齋繡佛前 醉中往往愛逃禪]” 한 데서 온 말인데, 《주사(酒史)》에 의하면, 소진은 불도(佛道)를 배우다가 일찍이 호승(胡僧) 혜징(慧澄)에게서 수놓은 미륵불(彌勒佛) 한 구를 얻어 소중히 모시면서, “이 부처는 술을 좋아하는 것이 나의 성미와 꼭 맞으니, 이 부처를 섬기고 싶다. 다른 부처는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다.
[주D-004]풍우(風雨) …… 했었네 : 비 바람 몰아치는 밤에 두 친구가 서로 만나서 즐겁게 보내는 것을 뜻한다. 백거이(白居易)의 〈우중초장사업숙(雨中招張司業宿)〉 시에, “내게 와서 함께 묵지 않으려나, 빗소리 들으며 와상 마주해 자세나.[能來同宿否 聽雨對牀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녹야당(綠野堂) : 당(唐)나라 때 명상(名相) 배도(裴度)가 만년에 은퇴하여 오교(午橋)에 지었던 별장(別莊) 이름이다.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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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하고 누추함이 정말 진자앙 같거니 / 矮陋眞同陳子昂
지기는 도리어 당당하단 걸 누가 알리요 / 誰知志氣却堂堂
글을 지을 땐 매양 황견을 쓰려 하는데 / 綴文每擬題黃絹
시구 얻으면 또한 금낭을 쏟아낸 듯하네 / 得句還如倒錦囊
신선과 더불어 선경에서 놀고만 싶거니 / 欲與神仙游洞府
재상으로 조정에 앉았는 걸 어찌 견디랴 / 那堪宰相坐巖廊
누대에 올라 날마다 긴 휘파람 부노라니 / 登樓日日舒長嘯
아스라한 청산이 고향을 가로막았네그려 / 一髮靑山隔故鄕
젊을 때부터 원대한 포부에 격앙되었거니 / 早歲靑雲被激昂
왜 꼭 제나라에 명당을 헐라고 권하랴 / 勸齊何必毁明堂
이름은 주의 보습으로 곡식 거둠을 따랐고 / 名從周耜能開室
자는 모수 송곳과 함께 주머니에 들었었네 / 字與毛錐已處囊
박사와는 상종하여 성균관에서 노닐고 / 博士相從游壁水
담승은 매양 풍랑에 가서 굴복시키노니 / 談僧每折向風廊
백발의 오늘날 한가로이 지내는 곳에는 / 白頭今日投閑處
조화를 운전하여 취향을 만들고 싶어라 / 欲轉洪鈞作醉鄕
[주D-001]왜소하고 …… 같거니 : 진자앙(陳子昂)은 초당(初唐) 시대의 명성 높은 시인(詩人)인데, 그의 풍모는 유약(柔弱)하고 비야(鄙野)하여 위의(威儀)가 부족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글을 …… 하는데 : 황 견(黃絹)은 곧 뛰어난 시문(詩文)을 뜻한다. 후한(後漢) 때 채옹(蔡邕)이 조아비문(曹娥碑文)을 보고는 그 비석(碑石) 배면(背面)에 은어(隱語)로 ‘황견유부외손자구(黃絹幼婦外孫齍臼)’ 여덟 자를 새겨 놓았는데, 뒤에 양수(楊脩)가 이것을 해석하기를, “황견은 색사(色絲)이니 글자로는 절(絶) 자가 되고, 유부는 소녀(少女)이니 글자로는 묘(妙) 자가 되고, 외손은 여자(女子)이니 글자로는 호(好) 자가 되고, 자구는 매운 맛을 받는 것[受辛]이니 글자로는 사(辭) 자가 되므로, 이른바 절묘호사(絶妙好辭)라는 것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시구(詩句) …… 듯하네 : 금낭(錦囊)은 비단 주머니인데, 당(唐)나라 시인 이하(李賀)가 매일 제공(諸公)과 함께 명승지를 놀러 다니면서 그때마다 해노(奚奴)에게 금낭을 지고 따르게 하여 시(詩)를 얻는 족족 그 주머니에 담았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왜 …… 권하랴 : 명 당(明堂)은 태산(泰山)에 있던 궁전으로, 옛날 주(周)나라 천자(天子)가 동쪽으로 순수(巡守)하여 제후(諸侯)들을 조회받던 곳인데, 전국 시대에는 천자가 없는 때여서, 사람들이 제 선왕(齊宣王)에게 그 집을 헐어 버리라고 권했으므로, 제 선왕이 맹자(孟子)에게 그 집을 헐어야 할지를 묻자, 맹자가 이르기를, “명당은 천자의 당이니, 왕께서 인정을 하고 싶으면 헐지 마소서.[夫明堂者王者之堂也 王欲行仁政 則勿毁之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이름은 …… 따랐고 : 《시 경(詩經)》 주송(周頌) 양사(良耜)에, “예리한 보습을 들고 나가, 비로소 남녘 밭을 갈아서, 백곡의 씨를 뿌려 두니, 알알이 새싹이 터 나오네……싹둑싹둑 곡식을 베어서, 빽빽하게 쌓아 올리니, 높이가 성벽 같으며, 여기저기 즐비하니, 집집마다 거둬들이네.[畟畟良耜 俶載南畝 播厥百穀 實函斯活……穫之挃挃 積之栗栗 其崇如墉 其比如櫛 以開百室]” 하였는데, 저자의 이름자 또한 벼를 수확한다는 뜻의 색(嗇) 자이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6]자(字)는 …… 들었었네 : 모 수(毛遂)는 전국 시대 조(趙)나라 평원군(平原君)의 문객(門客)이었던바, 평원군이 일찍이 그에게 말하기를, “현사의 처세는 비유하자면 마치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어 그 끝을 당장에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夫賢士之處世也 譬若錐之處囊中 其末立見]”라고 하자, 그가 대답하기를, “내가 진작 주머니 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송곳 전체가 다 비어져 나왔을 것이요, 그 끝만 보일 뿐이 아니었을 것이다.[使遂蚤得處囊中乃穎脫而出 非特其末見而已]”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재능(才能)이 남보다 뛰어남을 의미하는데, 저자의 자(字) 또한 영(穎) 자가 든 영숙(穎叔)이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7]담승(談僧)은 …… 굴복시키노니 : 담 승은 담론(談論)을 잘하는 중을 가리키고, 풍랑(風廊)은 바람이 잘 통하는 낭옥(廊屋)을 가리키는데, 한유(韓愈)의 〈송후참모부하중막(送侯參謀赴河中幕)〉 시에, “눈길은 헤쳐 나무꾼 찾아가 놀고, 풍랑에서는 담승을 굴복시키네.[雪逕抵樵叟 風廊折談僧]” 한 데서 온 말이다.
문생(門生) 윤 곡주(尹谷州) 상발(商發) 가 승감초(僧甘草)를 보내면서 편지에 쓰기를, “맵고 단 맛의 풀이 매우 유리(有理)하다.” 하였으므로, 인하여 한 수를 지어서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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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빠짐- / □□□□□
-원문 빠짐- / □□□□□
맵고 단 맛 겸한 게 참말이로다 / 信矣辛甘味
그대 사물 정하게 살핌을 알겠네 / 知君察物精
긴 잎새는 바람에 언뜻 흔들리고 / 葉長風乍動
연약한 줄기엔 비가 막 개었구려 / 莖嫩雨初晴
산으로 내 장차 돌아가려 하노니 / 巖壑吾將返
자지도 응당 함께 생장하겠지 / 紫芝應共生
[주D-001]자지(紫芝) : 자 줏빛의 영지(靈芝)를 가리키는데, 진(秦)나라 말기에 난리를 피하여 상산(商山)에 은거하던 네 노인[四皓], 즉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이 자지를 캐 먹으면서 자지가(紫芝歌)를 지어 불렀다 한다.
전(前) 내원당(內願堂) 운 귀곡(雲龜谷)이 백련사(白蓮社)에 있으면서 보문사주(普門社主)와 함께 장차 황악산(黃岳山)의 직지사(直指寺)를 중수(重修)하려고 노인(老人)에게 서신을 보내와서 연화문(緣化文)을 요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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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이 지금은 백련사에 기거하거니와 / 龜谷今居白蓮社
옛날엔 황악산의 앙려에 기거했었네 / 鴦廬昔在黃岳山
보문사 풍류 스님은 집을 복구하려는데 / 普門韻釋欲復舊
목은 늙은이는 방금 한가히 있는 때라서 / 牧隱老翁方投閑
천리 멀리 글 구하는데 감히 거절하리요 / 千里求文敢自外
제방은 풍교 받들기에 작은 틈도 없으리 / 諸方仰風無少間
고래로 유자와 불자가 함께 유희했거니 / 古來儒釋共游戱
사해와 미천을 참으로 따라잡을 만하네 / 四海彌天誠可攀
[주C-001]운 귀곡(雲龜谷) : 운은 고려 말기 공민왕(恭愍王) 때의 선승(禪僧) 각운(覺雲)을 가리키고, 귀곡은 바로 그의 법호(法號)이다.
[주C-002]연화문(緣化文) : 연화하기 위한 글을 말하는데, 연화는 불교 용어로, 즉 불법(佛法)을 들을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권하여 인도해서, 보시(布施)를 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1]앙려(鴦廬) : 원앙(鴛鴦)은 반드시 쌍(雙)으로 다니는 것이므로, 앙려는 곧 가옥(家屋) 본채의 동서(東西)에 위치한 양쪽 익랑(翼廊)을 가리킨다.
[주D-002]고래로 …… 만하네 : 미 천(彌天)은 뜻이 아주 고원(高遠)함을 비유한 말인데, 진(晉)나라 때 고승(高僧) 도안(道安)이 형주(荊州)에 이르러서 처음으로 문장가(文章家)인 습착치(習鑿齒)와 서로 만났을 적에 도안이 “나는 미천 석도안(彌天釋道安)이요” 하자, 습착지는 “나는 사해 습착치(四海習鑿齒)요.”라고 하여 서로 농언(弄言)을 했던 데서 온 말이다.
한 상당(韓上黨)이 유포(柳浦)의 별장(別莊)에서 노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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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에서 바야흐로 행락을 하니 / 柳浦方行樂
남여 타고 뒤쫓아가고 싶어라 / 藍輿欲往追
파도 소리는 짧은 꿈을 깰 거고 / 波聲喧短夢
산빛은 새로운 시에 들어오리 / 山色入新詩
공은 매양 유연히 떠나는데 / 公每悠然去
나는 지금 몹시도 쇠했다네 / 吾今甚矣衰
상종하기 또한 기필키 어려우니 / 相從亦難必
맑은 흥취를 그 누가 알아줄꼬 / 淸興有誰知
느낌이 있어 원재(圓齋)에게 바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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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이 저 주나라 왕풍을 사모하여 / 西周渺渺思王風
춘추에선 건계에 노공을 기록했거니와 / 春秋乾溪書魯公
기린 얻고 눈물 닦은 게 엊그제 같은데 / 獲麟拭淚宛如昨
소아가 늙은이 된 게 느껴 한탄스럽네 / 感嘆小兒成老翁
천재 아래 두 초당은 / 千載之下杜草堂
도보의 갖은 고생 일찍이 갖추 겪었고 / 徒步艱險曾備嘗
재배한 두견시는 뼈에 사무친 아픔이요 / 再拜鵑詩痛入髓
묽어서 맛없는 건 저 옥잔의 술이었지 / 淡哉無味彼玉觴
흡사 주인이 서리를 읊는 것 같았는데 / 端如周人詠離黍
더구나 더 후세에는 국어를 이뤘음에랴 / 況又世降成國語
기분 좋은 군자는 더욱 가련하기도 해라 / 陽陽君子尤可憐
악관에 숨어서 스스로 천거 못 하고말고 / 隱於伶官難自擧
나는 지금 자처하는 게 누구와 같을런고 / 我今自處視何人
다행한 것은 근본을 높일 수 있음이로세 / 幸矣可以宗其因
우리 삼한은 군자의 인수하는 나라이니 / 三韓君子仁壽國
국운이 날로 백성과 더불어 새로워지리 / 邦命日與民俱新
또 읊다.
취향 천지에는 순박한 풍속이 많으리니 / 醉鄕天地多淳風
골짝에 들어가 우리 그대를 찾고 싶고 / 欲向壑谷尋吾公
큰 바다 밖에는 안락토가 있을 터이니 / 外大瀛海有樂土
담천 노인에게 한마디를 듣고 싶어라 / 欲聞一語談天翁
하늘 문장 갈라내어 옥당에 놀았거니 / 手抉天章游玉堂
어찌 일찍이 비굴한 행위를 지었으랴 / 婢顔奴膝吾何嘗
동국에 돌아와선 특별한 은총 입으니 / 歸來東國荷異寵
상제가 내린 좋은 술에 취한 듯했었고 / 猶醺上帝紫霞觴
해곡의 대와 상당의 기장으로 즐길 땐 / 嶰谷之竹上黨黍
강명함이 큰 스승과 담화한 것 같았네 / 講明如與大師語
현릉이 과거 보인 지 지금 그 몇 해던고 / 玄陵躬課今幾歲
현릉은 용 타고 이미 하늘로 올라갔네 / 鼎湖龍已空中擧
스스로 은혜 못 잊는 사람에 견주지만 / 雖然自擬未忘人
사생은 명에 달려 다 전정이 있고말고 / 死生有命皆前因
한가하니 공에게 가서 마시고 싶어라 / 身閑政欲就公飮
봄바람에 세상일이 다시 새로워졌으리 / 世事春風吹更新
또 짓다.
초겨울부터 곧장 동풍이 불어오던 날까지 / 冬初直至吹東風
출사했다 퇴청해 집에서 밥 먹곤 하다가 / 退食委蛇方自公
어느 날 문득 사직하니 절로 한적하여라 / 一朝還笏自閑適
조물주가 필시 늙은이를 불쌍히 여겼으리 / 造物必也憐衰翁
만족한 맘으로 별장에서 조용히 지내자니 / 甘心養拙綠野堂
맛있는 고깃점 있어 처음 맛본 듯하고 / 有味鼎臠如初嘗
비단 같은 꽃은 있어 내 자리를 비추고 / 有花如錦照我席
물결 같은 술은 있어 내 잔에 가득한데 / 有酒如波盈我觴
밭이 있어 뽕나무 심고 기장도 심으면서 / 有田種桑又種黍
때론 늙은 농부와 함께 담소도 나누노라 / 時與老農同笑語
강호의 구로와의 맹세를 지키려 하는데 / 江湖鷗鷺盟欲尋
뜰 가의 참새들은 기색 보고 날아가네 / 庭除鳥雀色斯擧
스스로 희황 이전 시대 사람이라 하거니 / 自謂羲皇上世人
어찌 까닭 없는 보배에 칼을 어루만지랴 / 何曾按劍殊無因
천명을 즐기면서 우선 즐겁게 노니련다 / 樂夫天命且游豫
호연한 음양 변화가 한창 새로워지는걸 / 浩然氣化方新新
[주D-001]춘추에선 …… 기록했거니와 : 건 계(乾溪)는 춘추 시대 초(楚)나라의 땅인 안휘성(安徽省) 박현(亳縣)에 있는 지명(地名)이다. 초 영왕(楚靈王)이 매우 무도(無道)하여 일찍이 헤아릴 수 없는 인력과 비용을 들여서 호북성(湖北省) 감리현(監利縣) 서북쪽에 전고에 보기 드문 대규모의 장화대(章華臺)를 지었고, 그 후에 또 건계에 장화대와 같은 규모의 거대한 건계대(乾溪臺)를 지었었다. 그런데 앞서 장화대의 공사(工事)를 마쳤을 적에 영왕이 여러 제후(諸侯)들과 함께 낙성식(落成式)을 갖고자 하여 제후들을 초청했을 때, 노 소공(魯昭公)이 여기에 가서 참여했었으므로, 《춘추(春秋)》 소공(昭公) 7년 조(條)에, “삼월에 공이 초나라에 갔다.[三月公如楚]”라고 기록한 것을 이른 말이다. 그리고 보면 초 영왕이 지은 장화대와 건계대는 하나가 아닌 두 개임이 분명한데, 《문선(文選)》 동경부(東京賦)의 건계대 주석에 의하면, 《춘추좌전(春秋左傳)》에, “초자가 건계에 장화대를 지었다.[楚子成章華之臺於乾溪也]”라고 했다며, 실제 없는 글을 잘못 인용하여, 장화대와 건계대를 동일시했던바, 저자 또한 《문선》의 주석과 같이 이 두 대를 하나의 건계대로 본 것으로 추측된다.
[주D-002]기린(麒麟) …… 게 : 노 애공(魯哀公) 14년에 기린이 나와서 잡혀 죽은 일이 있자, 공자(孔子)가 성왕(聖王)이 없는 세상에 인수(仁獸)가 잘못 나와서 죽은 것을 몹시 마음 아프게 여겨, “누구를 위해서 나왔느냐, 누구를 위해서 나왔느냐?[孰爲來哉 孰爲來哉]” 하면서 줄줄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았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公羊傳哀公14年》
[주D-003]소아(小兒)가 …… 게 : 두 보(杜甫)의 〈이공산(泥功山)〉 시에, “아침에 푸른 진흙길을 들었다가, 저물녘까지 푸른 진흙 위에 있네.……흰 말은 검은 말이 되어 버렸고, 소아는 늙은이가 되어 버렸네.[朝行靑泥上 暮在靑泥中……白馬爲鐵驪小兒成老翁]” 한 데서 온 말이다. 소아가 늙은이가 되었다는 것은 곧 가볍고 날랜 아이가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마치 노인처럼 동작이 느려짐을 말한 것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세도(世道)가 마치 진흙탕처럼 험난해진 것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4]두 초당(杜草堂)은 …… 겪었고 : 두 초당은 성도(成都)의 완화계(浣花溪) 가에 있던 두보(杜甫)의 초당을 가리킨 것으로, 전하여 두보를 이르는데, 그는 본디 말[馬]이 없어 항상 도보(徒步)로 다니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 그의 〈도보귀행(徒步歸行)〉에 의하면, “푸른 도포의 조사로 가장 곤궁한 사람, 백발의 습유는 도보로 돌아간다네.[靑袍朝士最困者白頭拾遺徒步歸]” 하였거니와, 그 밖에 심지어 피란(避亂)할 때 온 가족을 거느리고 도보로 다닌 때도 있었다.
[주D-005]재배(再拜)한 …… 아픔이요 : 재 배는 곧 존경심을 나타내는 말이다. 두보가 일찍이 촉제(蜀帝)의 넋이 두견(杜鵑)으로 화(化)했다는 전설에 의거하여 두견행(杜鵑行)이란 시를 지어서, 외로이 피를 토하며 울어대는 두견새의 정상을 간절하게 읊었으므로, 황정견(黃庭堅)의 〈제마애비(題磨崖碑)〉 시에서 두견행의 의미를 들어, “신 원결은 용릉행 이삼 책의 시를 읊었고, 신 두보는 두견에 재배하는 시를 지었었네.[臣結舂陵二三策 臣甫杜鵑再拜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묽어서 …… 술이었지 : 두보의 〈백수최소부십구옹고재(白水崔少府十九翁高齋)〉 시에서 격발하는 충정에 의해, “옥잔의 술도 묽어서 맛이 없거니, 되놈 안녹산(安祿山)이 어찌 강적일쏜가.[玉觴淡無味 胡羯豈強敵]”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주인(周人)이 …… 것 : 서 리(黍離)는 《시경(詩經)》 왕풍(王風)의 편명인데, 동주(東周)의 대부(大夫)가 행역(行役)을 나가는 길에 서주(西周) 구도(舊都)인 호경(鎬京)을 지나다가 서주의 옛 궁전이 폐허가 되어 버린 것을 보고 종주(宗周)가 멸망한 것을 탄식하여 부른 노래이다.
[주D-008]국어(國語) : 천 하(天下)가 일통(一統)되지 않아서 군주(君主)가 난립함으로 인하여 각 민족(民族)의 언어(言語)가 각자 행해졌던 것을 말한 것으로, 예를 들면 요(遼), 금(金), 원(元) 등이 중국 본토를 통치할 때에 각각 그들 민족의 언어를 썼던 것 등이다.
[주D-009]기분 …… 하고말고 : 《시 경(詩經)》 왕풍(王風) 군자양양(君子陽陽)에, “군자님은 기분이 좋아서, 왼손에다 생황을 들고, 오른손으론 날 방중악으로 부르니, 아 참으로 즐거웁도다.[君子陽陽 左執簧 右招我由房 其樂只且]”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현자(賢者)가 세상에 도(道)를 행할 수 없음을 알고 낮은 악관(樂官)의 자리에 숨어 녹사(祿仕)하면서 거짓 만족한 체하는 것을 보고 그의 친구가 이를 아름답게 여겨 부른 노래라 한다.
[주D-010]인수(仁壽) : 공 자(孔子)가 이르기를,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한 자는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자는 동하고, 인한 자는 고요하며, 지혜로운 자는 즐겁고, 인한 자는 장수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雍也》
[주D-011]큰 …… 싶어라 : 소식(蘇軾)의 〈몽중득구(夢中得句)〉 시에, “큰 바다를 하찮게 보고, 앉아 읊으며 천명을 말하는 노인일세.[眇觀大瀛海坐詠談天翁]”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2]하늘 …… 놀았거니 : 하 늘 문장을 갈라냈다는 것은 곧 소식(蘇軾)의 〈조주한문공묘비(潮州韓文公廟碑)〉에, “공이 옛날 용을 타고 백운향에서 노닐면서, 손으로 은하수 헤치고 하늘 문장 갈라내었네.[公昔騎龍白雲鄕 手抉雲漢分天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문장(文章)에 뛰어난 것을 말하고, 옥당(玉堂)에서 놀았다는 것은 곧 저자가 일찍이 원(元)나라의 제과(制科)에 급제하고 거기서 한림학사(翰林學士)로 있었던 것을 가리킨 말이다.
[주D-013]해곡(嶰谷)의 …… 땐 : 해 곡은 곤륜산(崑崙山) 골짜기의 이름인데, 황제(黃帝)가 일찍이 영륜(伶倫)으로 하여금 해곡의 대를 취해다가 악기(樂器)를 만들게 했던 데서, 전하여 좋은 음악(音樂)를 가리키고, 상당(上黨)은 청주(淸州)의 고호로서 관향이 청주인 원재(圓齋) 정추(鄭樞)를 가리키며, 기장[黍]은 본디 술을 빚기에 아주 좋은 것으로써 즉 술을 가리킨 것이니, 바로 정추가 베푼 주연(酒宴)에서 늘 함께 즐겼던 일을 이른 말이다.
[주D-014]현릉(玄陵)이 …… 해던고 : 공민왕(恭愍王) 2년인 계사년(1353)에 공민왕이 처음 문과(文科)를 베풀었는데, 이 문과에 저자와 정추가 함께 급제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15]강호(江湖)의 …… 하는데 : 구로(鷗鷺)는 갈매기와 백로를 가리킨다. 구로와의 맹세란 곧 그들을 벗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세상일에 간여하지 않고 강호에 은퇴하여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주D-016]뜰 …… 날아가네 : 《논 어(論語)》 향당(鄕黨)에, “새가 사람의 기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면 날아가서, 빙빙 돌며 살펴본 뒤에 내려앉는다.[色斯擧矣 翔而後集]”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사람의 처신(處身)에 있어서도 어떤 기미를 본 즉시 신속하게 행동을 취하여 안전을 도모하는 데에 비유한 것이다.
[주D-017]스스로 …… 하거니 : 희황(羲皇)은 복희씨(伏羲氏)를 달리 이른 말로, 도잠(陶潛)이 어느 여름날에 맑은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북쪽 창 아래에 누워서 스스로 희황 이전 시대의 사람이라고 자부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8]어찌 …… 어루만지랴 : 한 (漢)나라 때 추양(鄒陽)이 양왕(梁王)에게 올린 글에, “명월주나 야광벽을 갑자기 길 가는 사람에게 던질 경우, 누구나 칼을 어루만지며 노려보게 되는 것은 왜냐면 까닭 없이 보배가 앞에 이르기 때문인 것이다.[明月之珠 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 何則 無因而至前也]” 한 데서 온 말이다.
동정(東亭)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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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깊은 골목길에 지나는 이는 드물고 / 春深門巷少經過
복사꽃 오얏꽃은 피고 또 하 떨어지는데 / 桃李花開落又多
기억난다 지난해 동정 위에 앉았을 땐 / 記得去年亭上坐
한 주렴 성긴 비에 술잔 물결 일던 것이 / 一簾疎雨酒生波
젊어서는 몹시 미쳐 자주 서로 들렀는데 / 少年狂甚數相過
늘그막엔 조용히 앉아 낙이 절로 많구려 / 老境端居樂自多
이 마음을 고정 물처럼 안정시켜야 하리 / 要把此心如古井
요즘은 인간 세상에도 풍파가 많고말고 / 邇來人世足風波
금강산 어느 시골 중이 내 집에 들러서 / 金剛野衲或來過
산중의 많은 고적들을 자세히 말해 주니 / 細說山中勝跡多
또 동정에게 아뢰어 지금 바로 떠나서 / 又報東亭今欲去
해 뜨는 동해 파도를 바라보고 싶네그려 / 日輪浴處望鯨波
낮에 앉아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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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앉았자니 처마는 고요한데 / 晝坐茅簷靜
한가히 읊어 현묘한 도에 들 제 / 閑吟入妙玄
나는 꽃은 응당 술을 권하거니와 / 飛花應送酒
꽃다운 풀은 자리를 범하려 하네 / 芳草欲侵筵
비파 놓은 증점은 의당 사모하나 / 捨瑟思曾點
봉작받은 건 노련에게 부끄럽네 / 分圭愧魯連
고상한 풍도를 따라갈 수 없어라 / 高風不可及
천재에 현인 바란 이도 드물구려 / 千載少希賢
[주D-001]나는 …… 권하거니와 : 이백(李伯)의 〈제동계공유거(題東溪公幽居)〉 시에, “좋은 새는 봄을 맞아 후원에서 노래를 하고, 나는 꽃은 술을 권하는 듯 처마에서 춤을 추네.[好鳥迎春歌後院 飛花送酒舞前簷]”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비파 놓은 증점(曾點) : 공 자(孔子)가 일찍이 여러 제자들에게 각자의 뜻을 말하게 했을 때, 다른 제자가 다 말을 마친 뒤에야 증점은 앞서 타던 비파를 내려놓고 일어나서 대답하기를, “저문 봄에 봄옷이 이루어지거든 관자(冠者) 5, 6인, 동자(童子) 6, 7인과 함께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쐬고 읊조리면서 돌아오겠습니다.”라고 한 것을 이른 말이다. 《論語 先進》
[주D-003]봉작(封爵)받은 …… 부끄럽네 : 노 련(魯連)은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고사(高士) 노중련(魯仲連)을 가리키는데, 일찍이 연(燕)나라 장수가 제나라의 요성(聊城)을 쳐서 함락시켰을 때, 요성 사람이 연나라 장수를 연왕(燕王)에게 참소함으로 인하여 연나라 장수가 연나라에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요성에 버티고 있으므로, 노중련이 의리에 입각한 간곡한 언사로 편지를 써서 연나라 장수에게 보내자, 그가 그 편지를 받아 보고는 3일 동안 울고 나서 마침내 자결하니, 제나라 전단(田單)이 요성을 평정하고 돌아와서 노중련의 공(功)을 논하여 봉작을 시켜 주려고 하므로, 노중련이 해상(海上)으로 도망가 숨어서 말하기를, “나는 부귀(富貴)하여 남에게 굽히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빈천(貧賤)하여 세상을 경시하며 내 뜻대로 살고 싶다.” 하고, 끝내 봉작을 거절했었다. 그런데 저자 자신은 현재 봉작을 받은 처지이므로 한 말이다.
[주D-004]현인(賢人) 바란 이 : 주돈이(周敦頤)의 《통서(通書)》에, “성인은 하늘 같기를 바라고, 현인은 성인이 되기를 바라고, 선비는 현인이 되기를 바란다.[聖希天 賢希聖 士希賢]” 한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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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살이 시골 흥취가 늙을수록 맑아 / 幽居野興老彌淸
눈앞에 나오는 새로운 시 얻기 알맞구려 / 恰得新詩眼底生
바람은 그쳤으나 꽃은 아직 절로 떨어지고 / 風定餘花猶自落
구름은 옮겼지만 빗방울은 다 개질 않았네 / 雲移少雨未全晴
담장 머리 분나비는 딴 가지로 옮겨 가고 / 牆頭粉蝶別枝去
지붕 너머 비둘기는 깊은 숲에서 우누나 / 屋角錦鳩深樹鳴
제물 소요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로다 / 齊物逍遙非我事
하늘 아래 삼라만상이 이리도 분명한걸 / 鏡中形色甚分明
[주D-001]제물(齊物) 소요(逍遙) : 《장 자》의 소요유(逍遙遊), 제물론(齊物論) 두 편의 이론(理論)을 가지고 한 말인데, 장자의 이런 사상은 세속적인 관념을 초월한 것으로, 제물론은 곧 우주(宇宙) 간의 일체 사물 가운데 생사(生死), 수요(壽夭), 시비(是非), 득실(得失), 물아(物我), 유무(有無) 등을 모두 동등하게 간주하는 사상에서 나온 것이고, 소요유는 곧 대소(大小), 사생(死生), 영욕(榮辱), 수요(壽夭) 등에 대한 일체의 차별관(差別觀)을 버리고 유유자적하는 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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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의 심학이 어찌 헛되이 전해졌으랴 / 聖門心學肯虛傳
주일의 공부는 마치 좌선과도 같다네 / 主一功夫似坐禪
요료하고 명명함 이것이 최상이 아니요 / 了了明明非是極
혼혼하고 묵묵함 또한 치우침이라 하리 / 昏昏默默亦云偏
벌 개미 떼 같은 인생 대지에 가득하나 / 蜂屯蟻聚如無地
고기 뛰고 솔개 나는 하늘이 절로 있네 / 魚躍鳶飛自有天
취사가 예부터 손바닥 보듯 쉬운 건데 / 取捨由來視諸掌
어이해 사욕은 마음에 괴로이 얽히는고 / 奈何私欲苦纏綿
[주D-001]주일(主一)의 …… 같다네 : 주 일은 전일(專一)하여 잡념이 없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혹자가 정자(程子)에게 경(敬)을 묻자 정자가 이르기를, “주일하는 것을 경이라 한다.[主一之謂敬]” 한 데서 온 말로, 주일의 공부란 바로 경(敬) 공부를 가리키고, 좌선(坐禪)은 곧 승려(僧侶)가 조용히 앉아서 참선(參禪)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2]고기 …… 있네 : 천 지(天地)의 도(道)가 밝게 유행(流行)하는 것을 말한다.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고기는 못에서 뛴다.’ 하였으니, 천지의 도가 위아래에 밝게 드러난 것을 말한 것이다.[詩云鳶飛戾天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 한 데서 온 말이다.
원재(圓齋)의 운(韻)을 사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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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막살이 저택 모두가 춘풍이 훈훈하여라 / 蝸廬甲第皆春風
백발은 예로부터 지공하다 일컬어졌거니 / 白髮由來稱至公
솔 심는대서 왜 꼭 이웃 노인 비웃으랴 / 栽松何必笑鄰老
말 잃었으면 의당 새옹에게 증험해야지 / 失馬還須徵塞翁
삼괴당엔 괴나무 그늘 땅에 가득하거니 / 槐陰滿地三槐堂
사람에게 맹상군을 몹시 비웃게 하누나 / 令人笑殺齊孟嘗
교토의 세 굴이 어찌 귀할 것이 있으랴 / 狡兔三穴何足貴
왕씨의 번성함은 더욱 분에 넘치고말고 / 王氏之盛滋濫觴
향기에다 누가 덕과 기장을 나누었던고 / 馨香誰分德與黍
귀가 시끄럽게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 聒耳言言幷語語
선 하기가 가장 즐거움을 어찌 의심하랴 / 爲善最樂復何疑
허물 있으면 다시 벗의 충고를 따라야지 / 有過復從朋友擧
성인 훈계가 분명히 우리를 깨우쳤으니 / 聖謨明明覺我人
후생은 반드시 그 훈계에 의거해야 하리 / 後生須要憑前因
원재가 얻은 조예는 천단한 것이 아니니 / 圓齋所得非淺淺
그대를 써만 준다면 국운이 새로워지련만 / 如有用我邦命新
[주D-001]백발(白髮)은 …… 일컬어졌거니 : 두목(杜牧)의 〈송은자(送隱者)〉 시에, “세간에 가장 공정한 것은 오직 백발이라, 귀인의 머리도 일찍이 봐준 적이 없다네.[公道世間惟白髮 貴人頭上不曾饒]”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말 …… 증험해야지 : 인간의 화복(禍福)이 무상함을 뜻하는 구절로,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주D-003]삼괴당(三槐堂)엔 …… 가득하거니 : 송 (宋)나라 때 음덕(陰德)을 쌓은 일로 세인(世人)들의 칭송을 받았던 왕우(王祐)가 일찍이 자기 마당에 괴나무 세 그루를 심고서, 자기 자손(子孫) 중에 반드시 삼공(三公)의 자리에 오를 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었는데, 과연 뒤에 그의 아들 단(旦)이 진종(眞宗) 연간의 명상(名相)으로 18년 동안이나 재상의 자리를 누렸으므로, 마침내 그의 자손이 삼괴당을 건립하여 그 일을 기념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사람에게 …… 넘치고말고 : 전 국 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처음 설(薛)에 봉해졌을 때, 그의 문객(門客) 풍훤(馮諼)이 그에게 말하기를, “교활한 토끼는 세굴이 있기 때문에 겨우 죽음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狡兔有三窟 僅得免其死]” 하면서 세 가지 계책을 건의하여, 맹상군이 그대로 따른 결과, 그 후로 맹상군이 제나라 재상(宰相)을 수십 년 동안 지내면서 조금의 화(禍)도 입지 않았다는 고사와, 진(晉)나라 때 왕연(王衍)이 재상으로 있으면서 나라 다스리는 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안전만을 도모한 나머지, 자기 아우 징(澄)을 형주 자사(荊州刺史)로, 족제(族弟) 돈(敦)을 청주 자사(靑州刺史)로 각각 삼고, 말하기를, “형주는 강한(江漢)의 요새가 있고, 청주는 바다를 등진 험고함이 있으니, 그대 두 사람은 밖에 있고 나는 여기에 머무르면 세 굴[三窟]이 되기에 충분하겠다.”라고 했었는데, 뒤에 석륵(石勒)에게 붙잡혔을 때, 석륵이 자기 도당인 공장(孔萇)에게 왕연을 살려 주어야 할지를 묻자, 공장이 말하기를, “저 사람은 진(晉)나라의 삼공(三公)이었으니, 반드시 우리를 위해 힘을 다하지 않을 터인데, 또 무엇이 귀할 게 있겠는가.” 하고, 마침내 그를 살해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戰國策 齊策》 《晉書 卷43 王衍傳》
[주D-005]향기에다 …… 나누었던고 : 《서경(書經)》 군진(君陳)에, “지극한 다스림은 향기가 풍기는 것 같아서 신명을 감응시키는 것이라, 기장이 향기로운 것이 아니요 밝은 덕이 오직 향기로운 것이다.[至治馨香 感于神明 黍稷非香 明德是香]” 한 데서 온 말이다.
원재(圓齋)가 또 최양(催釀), 재료(載醪) 등의 말을 썼으니, 이는 바로 나의 뜻을 계발시킨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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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술에 미침은 참으로 풍병과도 같아라 / 詩魔酒顚眞病風
이따금 사람 만나면 육공을 부르곤 하네 / 往往逢人呼六公
깊은 산에 깃든 이는 세상 오시한 듯했는데 / 霞棲雲臥似傲世
큰 뜻 품고 태자 도와 피옹이라 칭해졌지 / 落落翼儲稱彼翁
광자와 견자는 함께하기 어려운 거지만 / 狂者狷者難同堂
나는 다른 맛을 다 겸하여 맛보고 싶고 / 我欲異味皆兼嘗
늙고 쇠하도록 뜻은 이루지를 못했지만 / 老矣衰矣志不遂
때로는 정절을 따라 술잔을 기울인다오 / 時從靖節傾壺觴
밭에는 차조나 심지 기장을 어찌 심으랴 / 有田種秫肯種黍
서쪽 밭의 농부가 와서 내게 말해 주누나 / 西疇農夫來致語
외로운 솔 어루만지며 끝없이 서성일 제 / 孤松可撫無已時
지친 새는 돌아왔다 다시 훌쩍 날아가네 / 倦鳥知還更輕擧
산하는 역력히 주인을 생각하고 있으련만 / 山河歷歷思主人
근세엔 유독 용성의 인이 있었을 뿐이네 / 近世獨有容城因
나는 지금 통음하여 취해 죽고만 싶어라 / 我今痛飮欲醉死
거울 속의 백발만 해마다 새로워지는구려 / 鏡中白髮年年新
[주C-001]원재(圓齋)가 …… 썼으니 : 최 양(催釀)은 기장술 빚기를 재촉한다는 뜻으로, 두보(杜甫)의 〈견의(遣意)〉 시에, “노년이라 기장술 빚기를 재촉하고, 가랑비엔 다시 등나무를 옮겨 심네.[衰年催釀黍細雨更移橙]” 한 데서 온 말이고, 재료(載醪)는 술병을 휴대한다는 뜻으로, 도잠(陶潛)의 〈음주(飮酒)〉 시에, “양자운은 천성이 술을 좋아하나, 집이 가난해 마련할 수 없었는데, 때로는 배우기 좋아하는 이가 있어, 술 갖다 주고 의심난 것 배웠었네.[子雲性嗜酒家貧無由得 時賴好事人 載醪祛所惑]” 한 데서 온 말인데, 원재(圓齋) 정추(鄭樞)가 저자에게 봉정(奉呈)한 시에, “꽃 시절에 미처 기장술 빚기를 재촉 못 하여, 지척의 사이에 정인과 담화를 못 나누네.……술 갖고 가서 배우면 의당 소득이 많으려니와, 더구나 취한 뒤에 좋은 새 시구를 들음에랴.[花時不及催釀黍 咫尺未與情人話……載醪從學固多益 醉後況聞佳句新]”라고 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1]육공(六公) : 일 찍이 당실(唐室)에 충성을 다하다가 억울하게 죽거나 쫓겨난 장간지(張柬之), 환언범(桓彦範), 경휘(敬暉), 원서기(袁恕己), 최원위(崔元暐)와 재상 적인걸(狄仁傑) 등 여섯 사람을 가리키는데, 당 현종(唐玄宗) 때의 문신으로 천하에 문명(文名)을 떨쳤던 이옹(李邕)이 일찍이 이 여섯 사람의 행적을 찬미(讚美)한 〈육공시(六公詩)〉를 지었으므로, 두보(杜甫)의 〈증비서감강하이공옹(贈祕書監江夏李公邕)〉 시에, “육공편을 낭랑히 읊조려보니, 근심하던 중 속이 확 트이는구려.[朗詠六公篇 憂來豁蒙蔽]”라고 하였다.
[주D-002]큰 …… 칭해졌지 : 동 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 네 노인(老人)이 일찍이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 상산(商山)에 은거했는데, 뒤에 한 고조(漢高祖)가 여후(呂后)의 소생(所生)으로 이미 책봉한 태자(太子)를 척부인(戚夫人)의 소생인 조왕(趙王) 여의(如意)로 바꾸려고 할 적에 대신(大臣)들이 굳이 간쟁(諫諍)하여도 듣지 않자, 끝내 장량(張良)의 계책에 의해, 태자로 하여금 서찰(書札)을 써서 공손하게 그 네 노인을 초빙하여 태자를 보좌하도록 하게 한 결과, 고조가 마침내 네 노인의 태자 보좌하는 모습을 보고는 감동받은 나머지, 척부인을 불러서 네 노인을 가리켜 보이며 이르기를, “내가 태자를 바꾸려고 했으나, 저 네 노인이 태자를 보좌하여 우익(羽翼)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이제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이백(李白)의 〈산인권주(山人勸酒)〉 시에, “푸르디푸른 높은 소나무 아래, 큰 뜻 품은 네 노인이 있었더니,……갑자기 나와서 태자를 보좌하매, 한왕이 이에 다시 놀라면서, 척부인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저 노인이 우익을 이루었다 하였네.[蒼蒼雲松落落綺皓……欻起佐太子 漢王乃復驚 顧謂戚夫人 彼翁羽翼成]”라고 하였다.
[주D-003]광자(狂者)와 …… 거지만 : 광 자는 뜻이 너무 커서 행실이 뜻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고, 견자(狷者)는 앎은 부족하나 지키기를 독실히 하는 사람을 가리킨 것으로,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중도의 선비를 얻어서 함께하지 못할 바엔 반드시 광자나 견자와 함께할 것이다. 광자는 진취성이 있고, 견자는 하지 않는 바가 있다.[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狷乎 狂者進取 狷者有所不爲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路》
[주D-004]정절(靖節)을 …… 기울인다오 : 정절은 도잠(陶潛)의 사시(私諡)인데,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술잔 가져다 스스로 따라 마시고, 뜰 나뭇가지 바라보며 희색을 짓네.[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밭에는 …… 심으랴 : 도잠이 일찍이 팽택 현령(彭澤縣令)이 되었을 때, 현(縣)의 공전(公田)에다 술을 빚기에 가장 좋은 차조만을 심으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서쪽 …… 주누나 : 도잠의 〈귀거래사〉에, “농부가 내게 봄이 왔다고 말해 주니, 서쪽 밭에 장차 농사일이 있으리로다.[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于西疇]”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외로운 …… 제 : 도잠의 〈귀거래사〉에, “날은 어둑어둑 해가 곧 지려 하는데,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서성서리네.[景翳翳以將入 撫孤松而盤桓]”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지친 …… 날아가네 : 도잠의 〈귀거래사〉에,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에서 나오고, 새는 날기에 지쳐 돌아올 줄을 아네.[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9]용성(容城)의 인(因) : 원 (元)나라 때의 고사(高士)로 용성 사람 유인(劉因)을 가리킨다. 그는 일찍이 학행(學行)으로 천거를 받아 찬선대부(贊善大夫)를 잠시 지낸 뒤로는 조정으로부터 누차 부름을 받고도 끝내 다시 나가지 않고 후진 양성으로 일생을 마쳤는데, 구양현(歐陽玄)이 쓴 그의 화상찬(畫像贊)을 대략 살펴보면, 증점(曾點)의 요순(堯舜) 같은 기상(氣象)과 자로(子路)의 용맹과 상산사호(商山四皓)의 고상한 뜻과 한 고조(漢高祖)의 부름에도 끝까지 나가지 않았던 노(魯)나라 두 유생(儒生)의 굳은 지조를 한 몸에 겸하여, 주공(周公), 공자(孔子)의 뒤를 이어서 왕성(往聖)을 위하여 절학(絶學)을 잇고, 내세(來世)를 위하여 태평(太平)을 열 사람이라고 논하였다.
봄에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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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이에게 꽃이 지금 안 쇠했냐고 물음은 / 花今衰未問來人
행여 성중엔 따로 봄이 있을까 해서였지만 / 恐是城中別有春
동산을 걸어 오르면서 다시 크게 웃노니 / 步上東山還大笑
봄 귀신이 어느 곳엔들 친혐을 붙일쏜가 / 東君何處著嫌親
공후의 집 꽃나무는 사람이 묻힐 지경이라 / 侯家花木欲藏人
제일가는 임정엔 봄이 한창 무르녹았는데 / 第一林亭爛熳春
쓸쓸한 좁은 골목은 내왕하는 이 적어서 / 窮巷蕭條來往少
들새 산새 들만 매양 서로 친할 뿐이네 / 野禽山鳥每相親
도리꽃은 말없이 사람을 고뇌시키거늘 / 桃李無言惱殺人
어찌하여 봄을 연연해 머물게 하려는고 / 惜春何故欲留春
봄 경치에 푹 빠짐은 내 경계할 바이니 / 流連光景是吾戒
노력하여 어버이 섬기듯 하늘을 섬기리 / 努力事天如事親
[주D-001]친혐(親嫌) : 친한 사이라서 사정(私情)을 둔다는 혐의를 말한다.
[주D-002]어버이 …… 섬기리 : 공자가 일찍이 노 애공(魯哀公)의 물음에 대답하기를, “어진 사람은 어버이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고, 하늘 섬기기를 어버이 섬기듯 한다.[仁人之事親也如事天 事天如事親]” 한 데서 온 말이다. 《禮記 哀公問》
또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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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릉께서 계사년에 문풍을 일으키시어 / 玄陵癸巳吹薰風
황금방 위에서 처음 공과 서로 만났으니 / 黃金榜上初逢公
양파 선생은 바로 그 당시 아상으로서 / 陽坡先生是亞相
우뚝한 스승 자리에 역옹을 배석했었네 / 巍然文茵陪櫟翁
공은 지금 첨서원사요 나는 정당이거니 / 公今簽院我政堂
두 분의 은혜를 어찌 일찍이 잊었던가만 / 二公嘉惠忘何嘗
병으로 부끄러운 마음 내가 가장 많으리 / 病餘愧恨我爲最
묘소에 가서 술 한잔 못 부었으니 말일세 / 未向墳前澆一觴
해마다 단옷날이면 각서를 만들어서 / 年年端午吹角黍
고현을 제사한다는 속담을 들었거니와 / 祭祀古賢聞俗語
성남은 솔이 나직해 손으로 만질 만하고 / 城南松低手可捫
성북은 물 돌아 흘러가 볼 만도 하잖나 / 城北水環趾堪擧
함께 갈 이가 지금 벌써 몇 사람 없으니 / 偕行今已無幾人
한두 해 더 지나면 갈 연유도 없을 걸세 / 更一二歲行無因
공은 충정 토하는 나를 가련히 여기게나 / 公須憐我吐肺肝
나는 서로 지기지우가 안 될까 염려라네 / 我恐白頭難免新
[주D-001]현릉(玄陵)께서 …… 배석했었네 : 공 민왕(恭愍王) 2년인 계사년(1353), 지공거(知貢擧)인 역옹(櫟翁) 이제현(李齊賢)과 동지공거(同知貢擧)인 양파(陽坡) 홍언박(洪彦博)의 주관 아래 실시한 문과(文科)에 저자와 정추(鄭樞)가 함께 급제(及第)했던 일을 말한 것이다.
다시 한 편을 짓노니, 이 또한 진정(眞情)이요 장난말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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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나무 아래엔 반드시 바람이 부나니 / 長松之下必有風
서원 정씨 장간공이 바로 그런 분일세 / 西原之鄭章簡公
공의 어진 손자는 호가 설곡이거니와 / 公之賢孫號雪谷
설곡의 아들은 아버지보다 더 훌륭해 / 雪谷有子超乃翁
의학에도 밝아서 중화당 주인이 되어 / 醫方又跨中和堂
현릉의 어전에서 자주 먼저 맛보았었네 / 玄陵御榻頻先嘗
늙은 나는 앞에 서고 공은 내 뒤에 서서 / 老魚在前公在後
재배하고 하사한 술잔 연거푸 기울였지 / 再拜連傾親賜觴
곁으로는 황종 탐구해 거서를 의논하고 / 旁探黃鐘議秬黍
비파의 아녀자 소리는 대단히 얕보았네 / 大鄙琵琶兒女語
나라 치유할 솜씨는 깊이 감추었거니와 / 深藏袖中醫國手
높은 흥은 구름과 함께 날아오르고말고 / 高興直與飛雲擧
나는 지금 병이 많아 월인을 생각하는데 / 我今多病思越人
공이 날 구해 주지 않음은 무슨 까닭인고 / 公不我救知何因
응당 장원인 내가 궤이한 짓 많아서겠지 / 應嗔狀元多詭異
내 이미 후회하여 개과천선하는 중일세 / 我已悔過方自新
[주D-001]서원 정씨(西原鄭氏) 장간공(章簡公) : 서 원은 청주(淸州)의 고호이고, 장간공은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이 청주이고 벼슬이 도첨의찬성사(都僉議贊成事)에 이른 정해(鄭瑎)를 가리키는데, 《고려사(高麗史)》 등 다른 문헌에는 그의 시호가 장간이 아닌 장경(章敬)으로 되어 있다.
[주D-002]공의 …… 설곡(雪谷)이거니와 : 공의 손자란 바로 도첨의찬성사 정해의 손자로 시서(詩書)에 모두 뛰어났던 문신 정포(鄭誧)를 가리키는데, 그의 호가 설곡이다.
[주D-003]설곡의 아들 : 바로 정포의 아들인 정추(鄭樞)를 가리키는데, 그는 저자와 문과(文科)의 동년(同年)이기도 하다.
[주D-004]중화당(中和堂) : 문 신 채홍철(蔡洪哲)이 일찌이 자하동(紫霞洞)에 활인당(活人堂)을 지어 국인(國人)에게 약(藥)을 베풀어 주다가, 뒤에 다시 집을 지어 이것을 중화당으로 개명(改名)하고 국로(國老)들을 초청하여 기영회(耆英會)를 조직했다는 설(說)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뒤에 약방(藥房)으로 쓰였던 듯하다.
[주D-005]현릉(玄陵)의 …… 맛보았었네 : 《예 기(禮記)》 곡례 하(曲禮下)에, “임금이 병이 있어 약을 마시게 되면 신하가 먼저 그 약을 맛보고, 아비가 병이 있어 약을 마시게 되면 자식이 먼저 그 약을 맛본다.[君有疾飮藥 臣先嘗之 父有疾飮藥 子先嘗之]”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늙은 나 : 어(魚) 자는 오(吾) 자와 통용한다.
[주D-007]곁으로는 …… 의논하고 : 거서(秬黍)는 기장알을 말한 것으로, 옛날에 기장알을 쌓아서 황종율관(黃鐘律管)의 척도(尺度)를 정하던 방법에서 온 말인데, 이는 정추가 정악(正樂)의 음률(音律)에도 밝았음을 의미한다.
[주D-008]월인(越人) : 전국 시대 명의(名醫)였던 편작(扁鵲)의 본명(本名)인 진월인(秦越人)의 약칭이다.
이둔촌(李遁村)이 검은콩[黑豆] 씨앗을 보내 준 데 대하여 받들어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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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콩은 중원에 두루 생산되는데 / 黑豆遍中原
어이하여 둔촌에게서 나왔단 말가 / 何從出遁村
탕을 끓이면 주독을 풀 수 있으니 / 煎湯解酒毒
참으로 술동이를 기울일 만하구려 / 政可倒金樽
향기론 풀은 바퀴 자국 덮어 가는데 / 芳草欲侵轍
지는 꽃 아래 방금 문 닫고 앉았네 / 落花方掩門
가을엔 작은 밭뙈기 콩이 익으리니 / 小畦秋必熟
높은 행차가 혹 내게 왕림해 줄는지 / 儻或枉高軒
스스로 서술하여 원재(圓齋)에게 기록하여 바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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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어 중국에 유학해 화풍을 사모하여 / 我少北游慕華風
국가 원로인 문장 대가들을 찾아 뵙고서 / 上謁國老文章公
학문의 서론 듣고 덕스런 모습 흠모할 제 / 耳聞緖論歆德容
좌주 규재의 인품은 취옹과 흡사했는데 / 座主圭齋如醉翁
중서당에 표전을 올려 사은하고 나니 / 上牋謝恩中書堂
동인을 높이 발탁함은 그때가 처음이라 / 高擢東人所未嘗
재주 없이 요행 입은 게 너무나 부끄러워 / 非才徼倖汗洽背
감히 은영의 술잔도 나가 마시질 못했네 / 不敢出飮恩榮觴
우리 집은 농사에 힘써 곡식이 많았지만 / 吾家力田多稌黍
사치로움을 어찌 같은 등급으로 말하랴 / 奢靡何曾同日語
돌아와서는 또 선주의 알아줌을 입었으니 / 歸來又遇先主知
동홍으로 몇 번이나 공거를 주관했던고 / 冬烘幾度知貢擧
자리는 비록 높으나 남의 조소를 받으면서 / 位雖高矣笑於人
물러가려도 못 가니 이게 누구의 탓이던고 / 欲退未退將誰因
이젠 다행히 재갈 채찍 벗은 말과 같아서 / 幸今如馬脫銜策
관동의 뛰어난 흥취가 아침마다 새롭구려 / 關東逸興朝朝新
또 짓다.
원재는 엄정하여 유자의 풍도 지녔는데 / 圓齋岸然儒者風
태극을 일찍 통하여 원공을 사사하였고 / 早透太極師元公
문장은 여사이건만 그 또한 기발하여 / 文章餘事又奇崛
시어가 절로 흡사 부옹같이 변화해서 / 詩語自變如涪翁
도학 문장 둘 다 이미 깊은 경지에 들어 / 兩俱入室非升堂
진수를 실컷 취했고 맛만 본 게 아닐세 / 厭飫粱肉非暫嘗
때로는 산 구경하며 두건을 젖혀 쓰고 / 有時看山岸紗幘
때로는 달빛 아래 술잔 돌려 취하기도 / 有時醉月飛羽觴
남녀 하인들이 누에 치고 농사지으니 / 婢蠶奴耕稻與黍
공은 조용히 앉아 가인과 말도 안 하고 / 靜坐不與家人語
문 열어 고상한 친구만 들어오게 하여 / 開門只許高軒過
비녀장 던지고 좋은 술 끝없이 마시네 / 投轄不厭芳樽擧
우리 둘 같은 교유가 또 어디에 있으랴 / 交游如我更何人
깊은 우정 이게 혹 전생의 인연일런가 / 深契或是前生因
음풍농월하면서 스스로 괴로워 말게나 / 吟風弄月莫自苦
화려한 집에 거미줄 치는 걸 못 보았나 / 不見畫堂蛛網新
[주D-001]좌주(座主) …… 흡사했는데 : 규 재(圭齋)는 저자가 원(元)나라 제과(制科)에 응시했을 때, 당시 한림학사(翰林學士)로 그 좌주가 되었던 구양현(歐陽玄)의 호이고, 취옹(醉翁)은 또한 구양현의 선계(先系)의 같은 종족(宗族)이었던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의 자호(自號)이다.
[주D-002]중서당(中書堂) : 중서성(中書省)의 정사당(政事堂)을 말한다.
[주D-003]동홍(冬烘) : 견 식(見識)이 우활(迂闊)하고 천루(淺陋)함을 이른다. 당(唐)나라 때 정훈(鄭薰)이 일찍이 고시(考試)를 주관하여 안표(顔標)를 안진경(顔眞卿)의 후손으로 잘못 알고 그를 장원(狀元)으로 뽑자, 당시에 한 무명씨(無名氏)가 시를 지어 그를 조롱하기를, “주사의 두뇌는 너무나도 동홍이라서, 안표를 안 노공의 후손으로 잘못 알았네.[主司頭腦太冬烘 錯認顔標作魯公]”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태극(太極)을 …… 사사하였고 : 원공(元公)은 송(宋)나라 주돈이(周敦頤)의 시호인데, 그가 일찍이 〈태극도설(太極圖說)〉을 저술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5]부옹(涪翁) : 송나라 시인(詩人) 황정견(黃庭堅)을 가리킨다. 황정견이 일찍이 부주 별가(涪州別駕)로 폄적(貶謫)되어 가서 부옹이라 자호(自號)하였다.
[주D-006]달빛 …… 취하기도 : 이백(李白)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 “화려한 자리 벌여 꽃 사이에 앉아서, 술잔 분주히 돌려 달빛 아래 취한다.[開瓊宴以坐花飛羽觴而醉月]” 하였다.
[주D-007]비녀장 던지고 : 한 (漢)나라 때 진준(陳遵)이 술을 매우 좋아하며, 매양 빈객(賓客)들을 당(堂)에 가득히 초청해서 연음(宴飮)할 때마다 대문을 걸어 잠그고 빈객들의 수레 비녀장을 뽑아 우물에 던져 버리곤 하였으므로, 빈객들이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떠나지 못하고 끝까지 함께 술을 마셨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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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분한 세상 영욕 그 얼마나 무상했던고 / 紛紛榮辱幾番新
길거리 거마 자국에 먼지가 캄캄하여라 / 陌上輪蹄欲漲塵
후일 안목 갖춘 이가 꼭 없진 않으련만 / 未必他年無具眼
오늘 몸을 보전해야 함이 가련할 뿐이네 / 只憐今日要全身
비는 방초를 재촉해 멀리 골목에 닿았고 / 雨催芳草遙連巷
바람은 꽃잎을 날려 자리에 뿌려주누나 / 風送飛花亂洒茵
광대한 봄 풍경을 다 묘사할 순 없으니 / 春色□□描不盡
시구를 가지고 정신이나 전할 뿐이로세 / 但將詩句可傳神
스스로 희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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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꽃이 만발한 때 비 오고 바람 불어라 / 羣花爛熳雨連風
누가 감히 하늘의 뜻을 헤아릴 수 있으랴 / 用意誰敢稽天公
제공의 부귀는 성하면 반드시 쇠하려니와 / 諸公富貴盛必衰
나는 타고난 운명을 점쟁이에 묻고 싶네 / 賦命我欲咨星翁
천지 사이에 과연 그 몇 개의 언월당이 / 乾坤幾箇偃月堂
웅장 솥 안에 손가락을 적셔 맛보았던고 / 熊蹯鼎中染指嘗
인정의 험악함은 예로부터 심하였거니 / 人情之險古來甚
나는 우선 좋은 술이나 쾌히 기울이련다 / 我且快倒浮蛆觴
취향은 농사를 안 지어 곡식은 없지만 / 醉鄕不耕無稷黍
마시고 즐겁게 놀며 담소를 많이 하면은 / 軟飽嬉游多笑語
사생을 하나로 보고 세속 인연 해탈하여 / 一死生兮解外膠
완연히 하늘을 나는 홍곡과 같아지는걸 / 宛若碧天鴻鵠擧
천금 보배를 아무에게나 전하지 말지어다 / 千金勿傳非其人
누구에게 전하며 누구에게서 받을 건고 / 何所傳兮何所因
유유한 고금의 역사 무상한 변천 속에 / 悠悠今古如轉燭
한 곡조 미친 노래는 가락이 새로웁구나 / 一曲狂歌音調新
[주D-001]언월당(偃月堂) : 당(唐)나라 때의 간신(姦臣) 이임보(李林甫)의 당호(堂號)인데, 이임보가 매양 대신(大臣)을 구함(構陷)하려면 반드시 이 당(堂)에 거처하면서 기어코 중상(中傷)할 거리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주D-002]웅장(熊掌) …… 맛보았던고 : 웅 장은 곰의 발바닥 요리를 말한다. 춘추 시대 정 영공(鄭靈公)의 궁전에서 일찍이 요리사가 자라[黿] 요리를 하고 있을 때, 공자(公子) 공(公)이 마침 부름을 받고 궁전에 들어갔는데, 이때 영공이 다른 대부(大夫)들에게만 자라 요리를 먹이고 공자 공에게는 주지 않자, 공이 성을 내어 자라 요리를 했던 솥 안에 손가락을 적셔내어 맛을 보았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분수 밖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행위에 비유한다.
원재(圓齋)를 희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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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는 깨끗하여 옥수의 풍도를 지니고 / 圓齋洒落玉樹風
시 지으러 왕왕 사공을 찾기도 하는데 / 賦詩往往尋巳公
맘은 열려 점차 찬가를 본받게 되었고 / 心開漸得師粲可
흥겨우면 또한 구담옹을 찾으려 하네 / 乘興欲訪瞿曇翁
서방의 극락당을 웃고 가리켜 보이며 / 笑指西方極樂堂
내 일찍이 묘화를 공양한 적 있거니와 / 妙花供養吾所嘗
나는 지금 바로 그 승아제이거니 / 吾今政是僧揭諦
한번 읊고 한잔 마심이 뭐가 해로우랴 / 一詠何妨仍一觴
꿈에는 목옹을 만나서 밥 지어 먹이고 / 夢見牧翁便爲黍
전편의 진실한 말을 기록해 내었는데 / 寫出全篇眞實語
목옹의 습기는 시를 수창하는 데 있기에 / 牧翁習氣在酬唱
발 부르튼 하인을 다 열거키도 어렵다네 / 足繭平頭難更擧
나는 듣건대 부처와 일반인이 따로 없고 / 吾聞無佛亦無人
삼세 일몽을 바로 정인이라 이름한다니 / 三世一夢名淨因
공의 공안을 들어 다시 의혹을 분변하고 / 擧公公案更辨惑
속정 버리고 서로 만나 새로이 웃어보세 / 除情相見笑還新
[주D-001]시(詩) …… 하는데 : 사공(巳公)은 당(唐)나라 때 시승(詩僧)이었던 바, 두보(杜甫)의 〈사상인모재(巳上人茅齋)〉 시에, “사공의 띳집 아래서는, 새로운 시를 지을 만하네.[巳公茅屋下 可以賦新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맘은 …… 되었고 : 찬가(粲可) 찬은 찬(璨)과 같은 것으로, 찬가는 곧 불교 선종(禪宗)의 제2조(第二祖) 혜가(慧可)와 제3조 승찬(僧璨)을 합칭한 말이다.
[주D-003]구담옹(瞿曇翁) : 성(姓)이 구담인 석가모니(釋迦牟尼)를 가리킨다.
[주D-004]서방(西方)의 극락당(極樂堂) : 불교에서, 서방에 위치해 있다고 하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정토(淨土), 즉 극락세계(極樂世界)를 말한다.
[주D-005]묘화(妙花) : 천 상(天上)에서 내린 수승(殊勝)한 꽃이란 뜻으로, 《법화경(法華經)》에 의하면, 부처가 일찍이 《법화경》 설법(說法)을 마치고 나서 삼매(三昧)에 들어가 신심(身心)이 부동(不動)하던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만다라화(曼陀羅華), 마하만다라화(摩訶曼陀羅華), 만수사화(曼殊沙華), 마하만수사화(摩訶曼殊沙華) 등 네 종류의 천화(天華)를 내려 부처 및 여러 대중(大衆)의 몸 위에 두루 흩어서 공양(供養)했다는데서 온 말인데, 후세에는 일반적으로 법회(法會) 때에, 종이를 잘라서 연꽃 모양으로 만든 것들을 부처 앞에 흩어 두는 것을 말한다.
[주D-006]승아제(僧揭諦) : 불 교에서 모든 번뇌(煩惱)에 얽매인 고통의 세계인 생사고해(生死苦海)를 건너서 이상경인 열반(涅槃)의 저 언덕에 도달한다는 도피안(到彼岸)과 같은 뜻으로, 《반야심경(般若心經)》 맨 끝에 본문의 내용을 총괄적으로 나타낸 진언(眞言)인 “간다, 간다, 저쪽으로 간다. 결단코 피안에 간다. 도심이 있는 중생이여.[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菩提娑婆訶]”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전편(全篇) : 선 종(禪宗)의 진리(眞理)를 말한 것이다. 당(唐)나라 이산보(李山甫)의 〈선림사작기유서기(禪林寺作寄劉書記)〉에 의하면, “천축의 노선사가 한 구절을 남겨 놓으매, 조계의 행자가 전편으로 답하였네.[天竺老師留一句 曹溪行者答全篇]” 하였는데, 여기서 말한 천축의 조선사는 곧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인 달마 선사(達摩禪師)를 가리키고, 조계의 행자는 바로 조계산(曹溪山) 보림사(寶林寺)에서 선종의 교법(敎法)을 널리 선양했던 선종 제6조인 혜능 선사(慧能禪師)를 가리킨다.
[주D-008]삼세 일몽(三世一夢)을 …… 이름한다니 : 삼 세는 불교에서 전세(前世), 현세(現世), 내세(來世)를 말한 것으로, 삼세 일몽은 곧 삼세가 따로 없고 이 세계가 바로 불국정토(佛國淨土)라는 것을 의미한 말이고, 정인(淨因)은 정토(淨土)에 왕생(往生)할 수 있는 인연을 말한다.
[주D-009]공안(公案) : 공정하여 범할 수 없는 법칙이란 뜻으로, 여기서는 특히 선종(禪宗)에서 큰스님이 정한 설(說)을 가리킨다.
원재(圓齋)가 처음 부른 풍(風) 자 운(韻)의 칠언 고시(七言古詩)를 화답한 것이 무려 열세 수(首)에 이르렀고, 원재가 지은 것은 또 이보다 더 많은데, 원재의 시 말편(末篇)에, “내 군사가 지쳤으니 서로 화의하자.[我師老行成]”라는 말이 있으므로, 내가 말하기를, “이제는 그만두어야겠다. 이것은 겨루는 데에 가까운 일이다. 사양하는 것이 군자(君子)의 도리이다.” 하고, 이에 절구(絶句)를 읊어 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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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칼날 다퉈 일으켜 붓끝에 바람 일어라 / 詞鋒競起筆生風
이기기 좋아함은 지공함을 무너뜨리고말고 / 好勝由來廢至公
밝은 달빛이 수항성 밑을 하얗게 비추니 / 月向受降城下白
참으로 땅 빼앗아 두 지방이 텅 빈 것 같네 / 眞如略地兩隅空
[주C-001]내 …… 화의하자 : 원재(圓齋) 정추(鄭樞)가 저자에게 답한 시의 맨 끝 부분에, “내 군사가 지쳐서 감히 최후 일전만 할 테니, 우리 서로 강화키로 맹약을 하세나.[我師疲矣敢借一 請與行成歃血新]” 한 것을 두고 이른 말이다.
[주D-001]밝은 …… 비추니 : 수 항성(受降城)은 성명(城名)으로, 한당(漢唐) 시대에 적인(敵人)들의 항복을 받기 위해 각각 변방에 이 성들을 쌓았던 데서 지어진 명칭인데, 당(唐)나라 이익(李益)의 〈야상수항성문적(夜上受降城聞笛)〉 시에 의하면, “회락봉 앞에는 백사장이 흰 눈빛 같고, 수항성 밖에는 달빛이 서릿빛 같구나.[回樂峯前沙似雪 受降城外月如霜]” 하였다.
[주D-002]참으로 …… 같네 : 두보(杜甫)의 〈투증가서개부한(投贈哥舒開府翰)〉 시에, “선봉으로 나가 백전백승 거두고, 땅 빼앗으니 두 지방이 텅 비었네.[先鋒百戰在略地兩隅空]” 한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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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띠 떠다 지붕 이니 한낮이 흐리어라 / 晝茅乘屋午天陰
백발의 쇠한 늙은이가 맘이 절로 즐겁네 / 白髮衰翁樂在心
소소한 가랑비는 좁은 골목 가득 내리고 / 微雨疎疎滿窮巷
담담한 석양빛은 높은 수풀에 비치누나 / 斜陽淡淡照高林
한가히 지내니 필묵 공부는 익숙해지고 / 居閑筆墨工夫熟
흥취가 넘쳐라 강산 기미는 심장해지네 / 興逸江山氣味深
작고 비좁은 거처나마 그 뉘 덕택이던고 / 容膝蓋頭誰所庇
밝디밝은 상제께서 친히 임한 듯하구려 / 明明上帝似親臨
우연히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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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옹이 외로이 읊조리는 곳에는 / 牧翁孤嘯處
정경이 진정 그지없이 깨끗해라 / 情境絶纖埃
술을 권하는 듯 처마엔 꽃이 춤추고 / 送酒簷花舞
시를 재촉하는 듯 들엔 비가 내리네 / 催詩野雨來
마을 앞엔 푸른 버들 하늘거리고 / 里門靑映柳
바퀴 자국엔 푸른 이끼 돋았구려 / 巷轍碧凝苔
그 누가 알리요 내 마음속에는 / 誰識心中地
낚시터 둘러싼 연기 물결뿐임을 / 煙波遶釣臺
목옹이 두어 날 이전까지는 / 牧翁前數日
뿌연 먼지가 얼굴에 가득했는데 / 滿面撲黃埃
가장 기쁜 건 은거함이 좋은 데다 / 最喜屛居好
맑은 흥취까지 겸하여 얻음이로세 / 剩敎淸興來
새는 푸른 나무에 숨어서 지저귀고 / 鳥啼藏碧樹
꽃은 떨어져 푸른 이끼에 흩어졌네 / 花落點蒼苔
다만 손님에게 술 대접하는 곳에 / 只恨觴賓處
육대반 없는 게 한스러울 뿐일세 / 杯盤欠肉臺
목옹은 길이 병을 지니고 사는데 / 牧翁長抱病
천지 사이엔 먼지가 깜깜하여라 / 天地暗塵埃
사슴이야 언제 들온 적 있으랴만 / 野鹿何曾入
꾀꼬리는 다시 오려고 하는구나 / 林鸎又欲來
정원 꽃은 흡사 비단처럼 붉고 / 庭花丹似錦
우물물은 이끼보다 더 푸르네 / 井水綠於苔
그윽한 흥취가 평생에 넉넉하니 / 幽興平生足
노자의 대에 오른 것 같고말고 / 如登老子臺
[주D-001]술을 …… 춤추고 : 이백(李伯)의 〈제동계공유거(題東溪公幽居)〉 시에, “좋은 새는 봄을 맞아 후원에서 노래를 하고, 나는 꽃은 술을 권하는 듯 처마에서 춤을 추네.[好鳥迎春歌後院 飛花送酒舞前簷]”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시를 …… 내리네 : 두보(杜甫)의 〈배제귀공자……만제우우(陪諸貴公子……晚際遇雨)〉 시에, “조각 구름이 머리 위에 검어지니, 응당 비가 시 짓기를 재촉하겠네.[片雲頭上黑應是雨催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육대반(肉臺盤) : 당 (唐)나라 때의 양국충(楊國忠), 남당(南唐) 때의 손성(孫晟)은 모두 재상(宰相)의 지위에 있으면서 사치(奢侈)를 극도로 누렸던바, 특히 음식(飮食)을 먹을 때는 궤안(几案)을 사용하지 않고 집안의 기녀(妓女)들로 하여금 각각 식기(食器)를 들고 시립(侍立)하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노자(老子)의 …… 것 : 《노자(老子)》 제12장에, “중인들은 화락하여, 푸짐한 잔칫상을 받은 듯, 다스운 봄날 높은 누대에 올라 사방을 전망하듯 즐거워한다.[衆人煕煕 如享太牢 如春登臺]” 한 데서 온 말이다.
원재찬(圓齋讚). 앞의 운을 사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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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는 본래 신선의 풍도가 있었던 터라 / 留侯素有神仙風
유연히 꿇어앉아 황석공에게 신 신겼네 / 油然跪履黃石公
명장 한신 팽월을 소아처럼 지휘하였고 / 指揮韓彭如小兒
상산사호에겐 서찰도 급히 보냈었는데 / 尺書奔走商山翁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함에 이르러서는 / 回頭大漢開明堂
돌아가서 손수 송백을 가져다 맛보았네 / 歸來手把松柏嘗
낭떠러지 수려한 산색은 혜장에 비치고 / 懸崖秀色映蕙帳
계곡의 찬 향기는 국화주 잔에 풍기었지 / 幽澗寒香浮菊觴
주속을 내 기장에 비할 바 아니거니와 / 非將周粟比我黍
예로부터 조자와는 말하기 어렵고말고 / 鳥觜由來難與語
소하는 상국인데도 감옥에 갇혔었는데 / 蕭何相國猶繫獄
다른 이들이 어찌 과오가 없을 수 있으랴 / 諸子豈能無過擧
원재는 참으로 아름다운 부인과 같은데 / 圓齋眞同美婦人
유후는 숙인을 앎이 공보다 부족했지만 / 留侯讓公知宿因
공은 또한 도인술이 유후보다 못하기에 / 公讓留侯導引術
방금 열심히 옛것 뱉고 새것 들이켜네 / 方勤吐故仍納新
혹 자가 묻기를, “선생(先生)께서 원재찬(圓齋讚)을 지으면서 원(圓)의 의의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고 위로 유후(留侯)의 일만을 취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하므로, 내가 말하기를, “부자(夫子)께서 《주역(周易)》을 찬(贊)하는 데 있어 대부분 선현(先賢)을 들어서 그 일을 형상하였으므로, 정자(程子)가 《주역》을 주석(註釋)함에 있어서도 고인(古人)을 끌어대서 실증을 댄 것이 또한 많았다. 나는 정자를 인하여 거슬러 올라가서 공자(孔子)의 도를 배우려는 사람이다. 원(圓)이란 지(智)에 관한 일인데, 후세(後世)의 지(智)로는 오직 유후만이 충분히 거기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유후를 끌어대서 원(圓)의 이치를 실증댄 것이다.” 하니, 혹자가 “예.” 하고 물러갔다.
[주D-001]유후(留侯)는 …… 신겼네 : 유 후는 한 고조(漢高祖)의 모신(謀臣) 장량(張良)의 봉호이다. 장량이 일찍이 하비(下邳)의 다리 위에서 황석공(黃石公)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이 짐짓 자기 신을 다리 밑으로 떨어뜨리고는 장량에게 가서 주워 오라고 하므로, 장량이 마지 못해 내려가서 신을 주워 오자, 그 노인은 또 그 신을 자기 발에 신기라고 하므로, 장량이 공손하게 꿇어앉아서 그 신을 신겨주었더니, 그 노인이 “아이를 가르칠 만하다.” 하고 장량에게 《태공병법(太公兵法)》 한 책을 주므로, 장량이 그때부터 이 책을 열심히 읽고, 뒤에 한 고조를 보좌하여 천하를 통일하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史記 卷55 留侯世家》
[주D-002]명장(名將) …… 지휘하였고 : 한신(韓信)과 팽월(彭越)은 모두 한 고조의 명장이었는데, 장량은 특히 모신(謀臣)으로서 모든 계책을 내어 그들을 지휘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상산사호(商山四皓)에겐 …… 보냈었는데 : 동 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 네 노인(老人)이 일찍이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 상산(商山)에 은거했는데, 뒤에 한 고조(漢高祖)가 여후(呂后)의 소생(所生)으로 이미 책봉한 태자(太子)를 척부인(戚夫人)의 소생인 조왕(趙王) 여의(如意)로 바꾸려고 할 적에 대신(大臣)들이 굳이 간쟁(諫諍)하여도 듣지 않자, 끝내 장량(張良)의 계책에 의해, 태자로 하여금 서찰(書札)을 써서 공손하게 그 네 노인을 초빙하여 태자를 보좌하도록 하게 한 결과, 고조가 마침내 네 노인의 태자 보좌하는 모습을 보고는 감동받은 나머지, 척 부인을 불러서 네 노인을 가리켜 보이며 이르기를, “내가 태자를 바꾸려고 했으나, 저 네 노인이 태자를 보좌하여 우익(羽翼)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이제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이백(李白)의 〈산인권주(山人勸酒)〉 시에, “푸르디푸른 높은 소나무 아래, 큰 뜻 품은 네 노인이 있었더니,……갑자기 나와서 태자를 보좌하매, 한왕이 이에 다시 놀라면서, 척부인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저 노인이 우익을 이루었다 하였네.[蒼蒼雲松落落綺皓……欻起佐太子 漢王乃復驚 顧謂戚夫人 彼翁羽翼成]”라고 하였다.
[주D-004]돌아가서 …… 맛보았네 : 장 량이 한 고조를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는, “이제는 인간(人間)의 일을 모두 버리고 적송자(赤松子)를 따라서 노닐고 싶다.” 하고, 마침내 벽곡(辟穀)을 배우고 도인술(導引術)로 몸을 가볍게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벽곡은 화식(火食)을 하지 않고 솔잎, 대추, 밤 따위를 날것으로 조금씩 먹고 사는 것을 말하고, 도인술이란 도가(道家)의 양생법(養生法)에 의하여 수족(手足)을 이리저리 굴신(屈伸)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을 말한다.
[주D-005]혜장(蕙帳) : 혜 초의 장막이란 뜻인데, 혜초는 향초의 한 가지로서 즉 은자(隱者)의 처소를 의미한다. 공치규(孔稚圭)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혜초 장막이 텅 비니 밤학이 원망하고, 산인이 떠나가매 새벽 원숭이가 놀란다.[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주속(周粟) : 주 나라 곡식이란 뜻으로,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평정하매 천하(天下)가 주나라를 높이자, 고죽군(孤竹君)의 두 아들인 백이(伯夷), 숙제(叔齊)가 의리상 주나라 곡식을 먹을 수 없다 하여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은거하면서 고사리만 캐 먹다가 마침내 굶어 죽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조자(鳥觜) : 새의 부리를 말한다. 전하여 사람의 상모(相貌)에 있어 장경오훼(長頸烏喙)라는 오훼와 같은 뜻으로 쓰인 것인데, 오훼는 마치 까마귀 부리처럼 뾰족한 입을 가리키는 바, 이런 입을 가진 사람은 특히 탐욕스럽고 시기심이 많다고 한다.
[주D-008]소하(蕭何)는 …… 갇혔었는데 : 한 고조(漢高祖) 때 맨 처음 상국(相國)이 되었던 소하가 일찍이 백성을 위하여 고조에게 청하기를 “장안(長安)은 땅이 비좁은데, 상림원(上林苑) 안에는 빈 땅이 많은데도 모두 버려져 있으니, 원컨대 백성들로 하여금 그곳에 들어가 농사를 짓게 하소서.” 하니, 고조가 매우 진노하여 이르기를 “상국이 장사꾼들의 재물을 많이 받고 내 상림원을 내놓으라고 청하는구나.” 하고는, 바로 정위(廷尉)에게 명하여 소하를 하옥시키도록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9]아름다운 부인 : 태 사공(太史公)이 유후(留侯) 장량(張良)을 평한 말에, “나는 그가 아주 장대(壯大)한 인물인 줄로 알았었는데, 뒤에 그의 도상(圖像)을 보니, 상모(相貌)가 마치 부인 호녀(婦人好女)같이 생겼더라.”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곧 원재(圓齋) 정추(鄭樞)를 장량에 비유하여 한 말이다.
[주D-010]유후(留侯)는 …… 부족했지만 : 숙인(宿因)은 불교 용어로 전생(前生)의 인연(因緣)이란 뜻인데, 정추는 특히 불교에 조예가 깊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11]공은 …… 못하기에 : 유후 장량은 일찍이 도가(道家)의 양생법(養生法)인 도인술을 닦았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12]옛것 …… 들이켜네 : 도가(道家)의 양생법(養生法)의 한 가지로서, 즉 뱃속의 탁한 기(氣)를 뱉어 내고 청신한 기를 들이마시는 것을 말한다.
[주D-013]원(圓)이란 …… 일 : 《회남자(淮南子)》 주술훈(主術訓)에, “마음은 작게 하고자 하고 뜻은 높이 하고자 하며, 지혜는 원만하게 하고자 하고 행실은 모나게 하고자 해야 한다.[心欲小而志欲大 智欲圖而行欲方]” 한 데서 온 말이다.
나잔자(懶殘子)가 최졸옹(崔拙翁)이 뽑은 동인시(東人詩)를 가지고 와서 의심나는 것을 질문하므로, 나는 그의 배우려는 뜻이 쇠하지 않았음을 기뻐하여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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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경전 만 권 서책을 다 섭렵하고 / 敎海禪林萬卷書
곁으로는 이두와 한소까지 정통하고는 / 旁通李杜與韓蘇
다시 계림국 문장으로 좇아 시작하여 / 更從雞國文章始
예산이 찬집한 책으로 연구를 하려는데 / 欲究猊山紀纂餘
전고 인용과 정서 표현은 전아한 게 많고 / 用事紓情多典雅
모양 본뜸과 글귀 퇴고엔 허황된 게 적네 / 模形鍊句少荒虛
승려는 환술 잘하고 참으로 한가하기에 / 浮屠善幻眞閑暇
매양 유편 가지고 내 초려를 찾아오누나 / 每把遺編顧草廬
[주C-001]최졸옹(崔拙翁)이 뽑은 동인시(東人詩) : 최졸옹은 고려 후기의 문인(文人)으로 호가 졸옹인 최해(崔瀣)를 가리키고, 뽑은 동인시란 곧 최해가 고려 시대 명현(名賢)들의 시를 뽑아서 편찬한 《동인지문(東人之文)》을 가리킨다.
[주D-001]이두(李杜)와 한소(韓蘇) : 이두는 성당(盛唐)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詩人) 이백(李白), 두보(杜甫)를 합칭한 말이고, 한소는 당(唐)나라의 한유(韓愈)와 송(宋)나라의 소식(蘇軾)을 합칭한 말이다.
[주D-002]계림국(雞林國) …… 시작하여 : 계 림국은 신라(新羅)를 가리킨 말인데, 여기서 특히 계림국 문장(文章)이라고 한 것은 곧 신라 말기의 문장가였던 최치원(崔致遠)의 문장을 가리킨 것으로, 최해(崔瀣)가 《동인지문》을 찬집(纂集)함에 있어 신라 최치원의 문장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주D-003]예산(猊山) : 최해의 별호인 예산농은(猊山農隱)의 약칭이다.
[주D-004]승려는 환술(幻術) 잘하고 : 환술은 변환(變幻)하는 기술을 가리킨 것으로, 한유(韓愈)의 〈송고한상인서(送高閑上人序)〉에, “나는 들으니, 승려는 환술을 잘하여 기능이 많다고 하더라.[吾聞淨屠人善幻 多技能]” 한 데서 온 말이다.
문 앞에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날마다 말을 잡아매어 그 껍질이 손상된 데다 벌레가 또 그 속을 파먹어 들어간 지 오래이다. 그러나 봄이 오자 여느 버드나무와 조금도 다름이 없이 노란 싹과 푸른 잎의 하늘거림이 매우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하루는 그리 거세지도 않은 바람이 잠시 불어오자 문득 쓰러져버리므로, 내가 그제서야 비로소 몹시 손상되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그 속을 알지 못하여 조금도 보호해 주지 않았으므로 끝내 이렇게 된 것이다. 인하여 생각건대, 지난해에는 바람이 불어 그 뿌리까지 뽑혔는데도 줄기가 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서 있었던 것이니, 그것은 그 전체가 완전한 데다 또 조밀하게 북돋아 준 때문이었다. 오늘의 바람은 전일보다 거센 것이 아니었는데도 버드나무가 당한 재액은 더 심하였으니, 이것이 비록 하나의 하찮은 식물이지만 명수(命數)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 가지 예닐곱 개를 끊어 심어 놓았으니, 그것이 만일 살아난다면 버드나무 한 그루가 예닐곱 그루로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마치 사람의 한 몸에서 많은 자손(子孫)이 나오므로 제 몸은 비록 죽어도 남은 후신(後身)은 갈수록 많아져서 다시 몇 대(代)를 지나고 나면 어떤 사람에게서 나왔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족보(族譜)를 빠뜨려서는 안 되는 까닭이므로, 대략 두어 구절을 써서 그 의의를 기록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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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외진 버들이 마을 이름 이뤘으니 / 城南孤柳里之名
수많은 버드나무가 처마 기둥 연하였네 / 柳樹無數連簷楹
우리 집 문 앞에는 다만 한 그루가 있어 / 吾家門前只一株
봄바람에 애교스런 자태로 춤을 추는데 / 春風嬌舞腰肢輕
이따금 꾀꼬리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아서 / 黃鸝飛來止其上
한소리 울어 남창의 꿈을 깨기도 했었지 / 夢破南窓時一聲
지난해엔 바람에 뽑혀 대단히 놀랐는데 / 去年風拔大可駭
많이 상하진 않아서 생명이 연장되었고 / 傷不甚故延其生
금년엔 말고삐 매고 벌레도 속을 파먹어 / 今年馬傷蟲入腹
안팎으로 공격받아 해독이 집중됐지만 / 外內交攻叢衆毒
조금 남은 껍질로 기맥이 아직 통한지라 / 皮之僅存氣乃行
비이슬 맞고 노란 싹 푸른 잎 피우더니 / 雨露所霑黃更綠
마치 겉만 실해 보이고 속은 허한 사람이 / 如人外實內先虛
한 병으로 죽음에 이른 것과 같이 되었네 / 一病來侵隨不祿
가지마다 심을 만하고 땅도 비옥하지만 / 枝枝可種地且肥
살리거나 죽이는 건 그 누가 관장할런고 / 或榮或枯誰所司
돌아보지 않고 제 성질대로 놓아둔다면 / 置之不顧縱其性
형 어질고 아우 강할 때가 응당 오리니 / 昆令季強當有時
후일에 줄 이루어 문호에 그늘 내리거든 / 他年成行蔭門戶
다시 정절을 생각하며 내 시를 읊조리리 / 更想靖節吟吾詩
[주D-001]성남(城南)의 …… 이뤘으니 : 마을 이름이 유동(柳洞)이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02]형 …… 때 : 사 람으로 말하면 후배가 선배보다 더 훌륭함을 뜻한다. 송(宋)나라 때 유반(劉攽)이 소식(蘇軾)의 아우인 소철(蘇轍)이 지은 〈훈사(訓辭)〉를 보고 소철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지은 문장이 형보다 강하다.[君所作強於令兄]”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후일에 …… 읊조리리 : 정절(靖節)은 도잠(陶潛)의 사시(私諡)인데, 도잠의 집 가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 그가 일찍이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자호(自號)했던 데서 온 말이다.
앞에서 유후(留侯)의 일을 사용하여 원재(圓齋)를 찬(讚)하고, 이제 또 범려(范蠡)의 일을 사용하여 자찬(自讚)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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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천재에 높은 풍도 드날렸던고 / 何人千載揚高風
목축으로 거부 이룬 도 주공이었는데 / 以牧致富陶朱公
처음에 병법 가지고 월왕을 섬기었으니 / 初持韜略事越主
흡사 나이 팔십의 자천옹과 같았었네 / 端如八十滋泉翁
회계산의 당옥에 높이 숨어 있을 적에는 / 高棲會稽山之堂
쓸개를 문에 달고 드나들며 맛보았는데 / 懸膽於門出入嘗
오왕은 한창 취해 가무 속에 둘러싸여 / 吳王方謁擁歌舞
해가 지고 달이 지도록 술만 들이켰었지 / 日落月墮連飛觴
하루아침에 오의 밭에 월의 기장을 심고는 / 一朝吳田種越黍
말할 줄 아는 꽃과 같은 서시를 불러서 / 喚得西施花解語
그를 데리고 훌훌히 오호를 향해 떠나서 / 相携飄然向五湖
나는 기러기처럼 아득히 떠나 버렸으니 / 渺渺有似飛鴻擧
미인 남겨 다시 남에게 누 끼치지 않고 / 不留尤物更累人
미인 버리길 흡사 은주와 같이 하였네 / 去嬖酷似殷周因
나는 지금 공도 없이 떠나지도 못하거니 / 我今無功又不去
싱그러운 봄풀에 오자나 기르고 싶어라 / 欲畜五牸春草新
[주D-001]목축으로 …… 도 주공이었는데 : 도 주공은 춘추 시대 월왕(越王) 구천(句踐)의 모신(謀臣)인 범려(范蠡)의 별칭이다. 범려가 일찍이 월왕을 보좌하여 오(吳)나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나서는 월나라를 떠나 일엽편주로 강호(江湖)에 떠서 제(齊)나라에 들어가 치이자피(鴟夷子皮)로 성명(姓名)을 바꾸고 도(陶)에 살면서 주공(朱公)이라 칭하며 치산(治産)을 잘하여 거부(巨富)를 이루었는데, 노(魯)나라의 부인(富人) 의돈(猗頓)이 일찍이 매우 가난했을 때, 도 주공이 거부란 말을 듣고 그에게 찾아가서 부자가 되는 꾀를 묻자, 도 주공이 말하기를, “그대가 속히 부자가 되고 싶으면 소, 말, 돼지, 양, 당나귀의 다섯 가지 암컷[五牸]을 길러야 한다.”라고 했더니, 의돈이 그대로 시행하여 그 역시 거부를 이루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나이 팔십의 자천옹(滋泉翁) : 자천옹은 일찍이 위수(渭水)의 자천(滋泉)에서 낚시질을 했던 강태공(姜太公)을 가리키는데, 그는 나이 80세에 이르러서야 문왕(文王)을 보좌하여 천하를 통일하게 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회계산(會稽山)의 …… 맛보았는데 : 월왕(越王) 구천(句踐)이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회계에서 크게 패하여 회계산으로 쫓겨 올라가 있을 적에 항상 오왕 부차에게 복수할 각오로 몸을 괴롭게 하고 노심초사하면서 늘 쓸개를 맛보았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4]하루아침에 …… 떠나 버렸으니 : 말 할 줄 아는 꽃이란 당 현종(唐玄宗)이 일찍이 양 귀비(楊貴妃)를 가리켜 말한 데서 온 것으로, 전하여 미인(美人)을 뜻한다. 월왕 구천이 일찍이 오왕 부차에게 패했을 때, 범려(范蠡)가 월나라의 미인 서시(西施)를 취하여 오왕에게 바쳐 그의 마음을 미혹되게 하여 끝내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나서는 다시 서시를 데리고 함께 오호(五湖)로 떠나 버렸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5]미인 …… 하였네 : 하 (夏)나라 걸(桀)의 비(妃) 매희(妹喜)가 매우 미색(美色)이 뛰어나서 걸이 밤낮으로 그와 함께 질탕하게 음주(飮酒)나 하고 정사(政事)를 돌보지 않아 무도하기 그지없었으므로, 은 탕왕(殷湯王)이 마침내 역산(歷山)에서 걸을 대파(大破)하여 그의 비 매희와 함께 남소(南巢)의 산으로 내쫓아 죽게 하였고, 은나라 주(紂)의 비(妃) 달기(妲己) 또한 미색이 뛰어나서, 주가 술과 음악을 좋아하고 달기를 몹시 사랑한 나머지 정사는 돌보지 않고 그와 함께 날마다 황음(荒淫)을 일삼아서 무도함이 극도에 달하자, 주 무왕(周武王)이 마침내 주를 쳐서 주의 목을 베고 달기를 죽였는데, 범려 또한 나라 망친 미인 서시를 그대로 두지 않고 그를 데리고 가서 없애 버린 것을 은주(殷周)의 일에 비하여 말한 것이다.
[주D-006]오자(五牸) : 소, 말, 돼지, 양, 당나귀의 다섯 암컷을 이르는 말로, 도 주공은 춘추 시대 월왕(越王) 구천(句踐)의 모신(謀臣)인 범려(范蠡)의 별칭이다. 범려가 일찍이 월왕을 보좌하여 오(吳)나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나서는 월나라를 떠나 일엽편주로 강호(江湖)에 떠서 제(齊)나라에 들어가 치이자피(鴟夷子皮)로 성명(姓名)을 바꾸고 도(陶)에 살면서 주공(朱公)이라 칭하며 치산(治産)을 잘하여 거부(巨富)를 이루었는데, 노(魯)나라의 부인(富人) 의돈(猗頓)이 일찍이 매우 가난했을 때, 도 주공이 거부란 말을 듣고 그에게 찾아가서 부자가 되는 꾀를 묻자, 도 주공이 말하기를, “그대가 속히 부자가 되고 싶으면 소, 말, 돼지, 양, 당나귀의 다섯 가지 암컷[五牸]을 길러야 한다.”라고 했더니, 의돈이 그대로 시행하여 그 역시 거부를 이루었다고 한다.
내가 이미 두 찬을 지었더니 공(公)이 자조(自嘲)하는 시를 지어 보여 주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또 그 운을 사용하여 지으면서 제목을 ‘의자조(擬自嘲)’라 하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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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용렬하여 영걸의 풍도가 없는 데다 / 汝闒茸兮無英風
네 마음은 공과 사도 분별치 못하기에 / 汝心未識私乎公
혹시 말을 하면 다 명분을 위한 것이요 / 或時出語多爲名
행동거지는 시골 늙은이와 똑같고말고 / 擧止絶類田舍翁
시를 지으면 여전히 촌학구의 모습이라 / 作詩依然村學堂
양락은 버려두고 고동 조개나 맛본다네 / 羊酪是棄螺蛤嘗
술을 좋아하니 다시 병날 걸 왜 걱정하랴 / 好酒寧憂病復作
바다 파도를 걷어다 술잔에 붓고 싶은걸 / 欲捲海波來注觴
항상 펴서 흩어짐은 절로 기장과 같은데 / 恒將舒散自比黍
또는 풍경처럼 혼자 말을 하기도 한다네 / 又似風鈴獨自語
사람 만나면 오랜 친구처럼 악수를 하고 / 逢人握手如平生
속마음 털어놓으면 몸이 날 것만 같은데 / 傾倒肺肝身欲擧
등 뒤에서는 사람마다 서로 비웃곤 하니 / 背面相笑是人人
이는 응당 전생의 좋은 인연이 없음이리 / 只應前世無好因
원재의 공부는 이미 견식을 갖추었으니 / 圓齋功夫已具眼
남은 은택 내게 입혀 개과천선케 해 주오 / 餘澤浴我令圖新
[주D-001]양락(羊酪) : 양락은 양젖의 지방을 분리하여 만든 식품으로, 예로부터 귀인(貴人)이 먹는 고급 식품으로 일컬어졌다.
[주D-002]풍경(風磬)처럼 …… 한다네 : 소 식(蘇軾)의 〈대풍류금산량일(大風留金山兩日)〉 시에, “탑 위의 한 풍경이 혼자 스스로 말하기를, 내일은 거센 바람에 뱃길이 끊어진다더니.[塔上一鈴獨自語 明日顚風當斷渡]”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단지 혼자 말하는 뜻으로만 쓰였다.
근 래에 아름다운 시들을 받고 내가 창화(唱和)한 것이 많았다. 그러나 모두 허망한 말이나 장난말들이라서 남에게 보일 수는 없거니와, 맨 뒤의 두 편은 공명(功名)에 뜻을 두어 스스로 몹시 마음 아파한 것이다. 아, 선비가 세상에 나서 어찌 공명뿐이겠는가. 곧장 생각한 바를 서술하여 원재(圓齋)를 위해 읊조리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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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멀리 수사의 풍도를 흠모해 / 早年遠歆洙泗風
문득 추국공으로부터 공부를 시작했기에 / 發軔便從鄒國公
정예는 처음 나계왕에게서 나뉘었고 / 淨穢初分螺髻王
신선으로는 또한 녹피옹이 있었지만 / 神仙亦有鹿皮翁
그들을 거절해 내 당에 못 오르게 하였고 / 絶之不使登我堂
나의 도는 진미라서 맛볼 뿐만 아니었네 / 我道有味非徒嘗
나에겐 좋은 음식이 내 상에 가득하고 / 我有珍飡滿我案
나에겐 좋은 술이 내 술잔에 넘치거니 / 我有美酒崇我觴
술에는 차조만 쓰고 기장 안 씀과 같거늘 / 如酒用秫不用黍
불가 도가를 어찌 섞어서 말할 수 있으랴 / 二氏豈可交相語
원도의 본론은 의당 근거한 바 있거니와 / 原道本論有所據
한구 이후론 그 누가 재차 거론하였던가 / 韓歐以來誰再擧
염계 선생은 참으로 뛰어나신 분이라서 / 濂溪夫子是異人
아무 근거한 데 없이 태극을 그려냈건만 / 描出太極元無因
많이 발휘할수록 보람은 더욱 미미하니 / 發揮益多益不效
언제나 천지를 깨끗이 씻어 새롭게 할꼬 / 何時淨洗乾坤新
[주D-001]수사(洙泗)의 풍도 : 공자(孔子)가 일찍이 수수(洙水)와 사수(泗水)의 사이에서 문도(門徒)들을 모아 놓고 강학(講學)을 하였으므로, 전하여 공자의 도(道)를 말한다.
[주D-002]추국공(鄒國公) : 추국아성공(鄒國亞聖公)에 봉해진 맹자(孟子)를 가리킨다.
[주D-003]정예(淨穢)는 …… 나뉘었고 : 나 계왕(螺髻王)은 본디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대범천왕(大梵天王)의 머리카락이 소라같이 되었다 하여 그를 나계범왕(螺髻梵王)이라고 일컫는 데서 온 말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석가불(釋迦佛)을 가리키고, 정예는 역시 불가에서 일컫는 청정(淸淨)과 오예(汚穢)를 합칭한 말인데, 부처가 거주한다는 청정한 국토인 정토(淨土)와 부정한 것이 가득찼다는 더러운 국토인 예토(穢土)를 말하기도 한다.
[주D-004]신선(神仙)으로는 …… 있었지만 : 녹피옹(鹿皮翁)은 옛날 신선의 이름인데, 《열선전(列仙傳)》에 의하면, 녹피옹은 잠산(岑山) 꼭대기에 살면서 지초(芝草)를 먹고 신천(神泉)의 물을 마셨다고 한다.
[주D-005]술에는 …… 같거늘 : 차조는 본디 술을 빚기에 아주 좋아서, 도잠(陶潛)이 일찍이 팽택 영(彭澤令)으로 있을 적에 현(縣)의 공전(公田)에다 술 빚기에 좋은 차조만을 심고 기장은 심지 않으려고 했다 한다.
[주D-006]원도(原道) : 한유(韓愈)가 지은 문장(文章)인데, 그 내용은 유도(儒道)의 본원(本原)을 논하여 불씨(佛氏), 노씨(老氏) 등의 이단(異端)을 극력 배척한 것이다.
[주D-007]한구(韓歐) : 당 (唐)나라 한유(韓愈)와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를 합칭한 말이다. 한유는 유학자(儒學者)이며 문장가(文章家)로서 고문(古文)을 한 시대에 부흥시켰는데, 구양수는 어려서부터 한유의 문장을 대단히 사모하여 깊이 연구해서 종래 사자(士子)들의 비루한 문장의 체재(體裁)를 과감하게 바로잡았으므로, 구양수열전(歐陽脩列傳)의 사론(史論)에 의하면, “삼대(三代) 이하 고문(古文)이 위진(魏晉) 시대를 거치면서 쇠퇴하였는데, 당나라 한유씨(韓愈氏)에 이르러 그것을 진작시켰고, 당나라의 문장은 오계(五季) 시대를 거치면서 또 쇠퇴하였는데, 송나라 구양수에 이르러 그것을 다시 진작시켰으니, 백천(百川)의 무너진 물결을 잡아 돌리고 천고(千古)의 사설(邪說)을 지식(止息)시켜, 사문(斯文)의 정기(正氣)로 하여금 대도(大道)를 호위하고 인심(人心)을 부지할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이 두 사람의 힘이었다.”라고 하였다.
[주D-008]아무 …… 그려냈건만 : 송나라 이학(理學)의 개조(開祖)로 일컬어진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가 창작해 낸 태극도(太極圖)와 그 설(說)을 가리켜 이른 말이다.
청 양(靑陽) 이삼중(李三中)이 나를 방문하고 떠난 뒤에 남양(南陽) 홍 아상(洪亞相)이 또 왔다. 병든 나는 찾아오는 사람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기쁜 판인데, 더구나 고관(高官)이 찾아옴에랴. 이 일을 기록해서 한가히 있는 때의 성사(盛事)로 삼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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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이 내 병들고 쇠함 불쌍히 여기거니 / 執政憐吾病且衰
어찌 일찍이 나의 봉황지를 빼앗았으랴 / 何曾奪我鳳凰池
하루아침에 고관이 들러까지 주었으니 / 一朝倂得高軒過
일생에 도모키 어려운 노년의 성사로세 / 百歲難圖晚景宜
꽃가루와 벌 수염에 바람은 실실 불고 / 花蘂蜂鬚風細細
진흙과 제비 부리에 해는 길기만 한데 / 芹泥燕觜日遲遲
상군이 만일 한가함 속 흥미를 묻는다면 / 相君若問閑中味
정신 쓰는 곳은 다만 이 시 짓는 거라오 / 費却精神只是詩
[주D-001]어찌 …… 빼앗았으랴 : 진 (晉)나라 때 순욱(荀勖)이 일찍이 중서성(中書省)에 있으면서 오랫동안 기밀(機密)한 일을 오로지 관장해오다가, 상서령(尙書令)으로 전직되자 이를 몹시 한스럽게 여겼는데, 이때 사람들이 그가 상서령이 된 것을 축하하자, 그가 성을 발끈 내면서 말하기를, “나의 봉황지(鳳凰池)를 빼앗겼는데, 제군(諸君)은 도리어 나를 축하한단 말인가.”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곧 저자가 당시 중서성의 정당문학(政堂文學)에 복직되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봉황지는 중서성에 있는 못 이름으로, 전하여 중서성을 가리킨다.
[주D-002]꽃가루와 …… 한데 : 두보(杜甫)의 〈서보(徐步)〉 시에, “진흙은 제비 부리에 따라 오르고, 꽃가루는 벌 수염에 엉겨 붙누나.[芹泥隨燕觜蘂粉上蜂鬚]” 한 데서 온 말이다.
전편(前篇)은 뜻이 우리의 도(道)를 일으키는 데에 있었으나, 그것은 워낙 기필할 수 없는 것이었고, 시가(詩家)에 이르러서도 또한 정종(正宗)이 있는 것이므로, 소릉(少陵)으로 결말을 지었으니, 소홀히 여기지 말기를 바라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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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은 순 임금의 남풍시를 시초로 삼고 / 詩章權輿舜南風
역사 법칙은 태사공을 모범으로 삼아서 / 史法檃括太史公
시를 역사로 삼아 삼백편 시경을 잇고 / 以詩爲史繼三百
두견에 재배한 이가 바로 소릉옹이었네 / 再拜杜鵑少陵翁
유풍과 여향이 대아의 당에 진진하여라 / 遺芳賸馥大雅堂
뛰어난 맛 듣기만 하고 맛보진 못했지만 / 如聞異味不得嘗
그 맛을 아는 것으로 비유를 취하자면 / 如知其味欲取譬
백안으로 청천 바라본 종지의 술잔일세 / 靑天白眼宗之觴
율려의 생김이 기장알에서 비롯되나니 / 律呂之生始於黍
기장알 놔두고 율을 논함은 다 헛말이지 / 舍黍議律皆虛語
미나리 먹고 좋다던 이는 시골 노인인데 / 食芹而美是野老
하루 한 번 성찬 먹는 임금을 어찌 알랴 / 盛饌那知王一擧
시를 하려면 꼭 이 사람을 배워야 하나 / 爲詩必也學斯人
지위가 현격해 산 오르기같이 어렵구려 / 地位懸隔山難因
원재는 내 한 구절의 말을 수긍할는지 / 圓齋肯我一句語
소릉만 배우고 새로운 것 취하지 마세나 / 只學少陵無取新
[주C-001]전편(前篇) : 이것은 바로 앞에서 나왔던, 원재(圓齋)에게 준 풍(風) 자 운(韻)의 시를 가리킨다.
[주C-002]소릉(少陵) : 두보(杜甫)의 호이다.
[주D-001]순 임금의 남풍시 : 순 임금이 처음으로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어 타면서 남풍시를 지어 노래했는데 그 시에, “남풍의 훈훈함이여, 우리 백성의 노염을 풀 만하도다. 남풍이 제때에 불어옴이여, 우리 백성의 재물을 풍부하게 하리로다.[南風之薰兮 可以解吾民之薰兮南風之時兮 可以阜吾民之財兮]” 한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2]태사공(太史公) : 《사기(史記)》의 저자인 태사령(太史令) 사마천(司馬遷)을 이른 말이다.
[주D-003]시(詩)를 …… 잇고 : 시 를 역사(歷史)로 삼았다는 것은 곧 두보(杜甫)의 시는 특히 시사(時事)를 잘 진술(陳述)하되 격률(格律)이 아주 잘 맞고 의리가 정심(精深)하였으므로, 세인(世人)들이 그의 시를 시사(詩史)라 호칭했던 데서 온 말이고, 삼백편 《시경(詩經)》을 이었다는 것은 바로 두보의 시가 《시경》에 버금갈 만큼 아정(雅正)하였음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4]두견(杜鵑)에 …… 소릉옹(少陵翁)이었네 : 두 견에 재배(再拜)했다는 것은 곧 두보의 우국충정(憂國衷情)을 말한 것이다. 소릉옹은 호가 소릉인 두보를 높여 이른 말이다. 두보가 일찍이 촉제(蜀帝)의 넋이 두견으로 화(化)했다는 전설에 의거하여 두견행(杜鵑行)이란 시를 지어서, 외로이 피를 토하며 울어대는 두견새의 정상을 간절하게 읊었으므로, 황정견(黃庭堅)의 〈제마애비(題磨崖碑)〉 시에서 두견행의 의미를 들어, “신 원결은 용릉행 이삼 책의 시를 읊었고, 신 두보는 두견에 재배하는 시를 지었었네.[臣結舂陵二三策臣甫杜鵑再拜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유풍과 …… 진진하여라 : 《당 서(唐書)》 두보전 찬(杜甫傳贊)에 의하면, 두보의 시는 고금인(古今人)의 장점을 한 몸에 겸하여, 다른 사람의 부족한 것을 두보는 홀로 만족하게 갖추었으므로, 그 유풍과 여향[殘膏賸馥]이 후인들에게 영향을 입힌 것이 많았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백안(白眼)으로 …… 술잔일세 : 두 보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종지는 말쑥한 아름다운 소년인데, 술잔 들고 백안으로 청천을 바라보면, 바람 앞에 임한 옥수같이 깨끗하였네.[宗之蕭灑美少年 擧觴白眼望靑天 皎如玉樹臨風前]” 한 데서 온 말인데, 종지는 당시 시주(詩酒)로 이름이 높았던 최종지(崔宗之)를 가리킨다.
[주D-007]율려(律呂)의 …… 헛말이지 : 옛날에 기장알을 쌓아서 황종율관(黃鐘律管)의 척도(尺度)를 정하던 방법에서 온 말인데, 이는 정추가 정악(正樂)의 음률(音律)에도 밝았음을 의미한다.
[주D-008]미나리 …… 노인인데 : 진 (晉)나라 혜강(嵇康)의 〈절교서(絶交書)〉에, “시골 사람이 등에 쬐는 따뜻한 볕을 상쾌하게 여기고 미나리나물 맛을 아름답게 여긴 자가 있어 이것을 임금님께 바치고자 하였으니, 비록 구구한 정성은 있다 할지라도 이미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野人有快灸背而美芹子者 欲獻之於至尊 雖有區區之意 亦已疎矣]”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고사의 원전은 《열자(列子)》 양주(楊朱)에서 나온 것이다.
[주D-009]하루 …… 알랴 : 《주 례(周禮)》 천관(天官) 선부(膳夫)에, “임금은 하루에 한 번씩 성찬을 먹되, 솥이 열두 개가 있다.[王日一擧 鼎有十二]” 한 데서 온 말인데, 열두 개의 솥이란 바로 우(牛), 양(羊), 시(豕) 등 열두 가지 요리를 말한다.
원 재(圓齋)가 또 풍(風) 자 운(韻)의 시를 지어 나에게 보내 주었는데, 그 서(序)에 말하기를, “시와 술은 서로 상대적인 것인데, 공이 시로써 나를 가르쳐 주었으니, 내가 감히 술로써 대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詩酒敵也 公以詩誨僕 僕敢不對之以酒]” 하였으므로, 내가 말하기를, “술은 내가 즐기는 바라, 아무리 내 붓을 놓아 버리려 한다 해도 마치 손으로 황하(黃河)를 가리는 것과 같아서 그 형세를 막을 수 없으니, 그 흐름을 순히 따라서 인도할 뿐이다.” 하고, 이에 또 한 편을 짓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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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것은 상고의 순박한 풍속인데 / 我所思兮上古朴略風
그 누가 의적공을 이끌어 들이었던고 / 誰其引之儀狄公
순박한 풍속이 쇠하매 예법이 일어났고 / 風之衰兮禮法起
예속이 번란해지자 장인도 때리었다지 / 禮繁俗亂撾婦翁
가장 좋은 것은 천지를 정당으로 삼고 / 不如天地是庭堂
구준을 설치도 하고 체상도 받들어서 / 衢樽之設爲禘嘗
가무와 풍월로 뒤의 복을 편히 누리며 / 歌風舞月綏後祿
날마다 기필코 삼백 잔을 기울임일세 / 一日須傾三百觴
구구한 공명일랑 기장알 쌓기와 같거늘 / 區區功名如累黍
도류가 있지 않으니 누구와 말을 할꼬 / 不有陶劉誰共語
가련해라 손의 술자리 첨엔 가지런해도 / 可憐秩秩賓初筵
감관과 사관 세워 실례를 적게 했으니 / 立監佐史書謬擧
형체 잊고 방종함은 참으로 폐인이거늘 / 忘形任性眞廢人
더구나 저 과과와 인인에 대해서이랴 / 況彼果果幷因因
이 취향의 천지는 바로 나의 고장인데 / 是爲醉鄕兮卽吾土
어이해 못 돌아가고 백발만 새로워졌나 / 胡不歸兮白髮新
[주D-001]의적공(儀狄公) : 의 적은 우(禹) 임금 때에 술을 잘 빚었던 사람인데, 하우씨(夏禹氏) 이전까지는 감주(甘酒)만 있고 술은 없었다가 우 임금 때에 이르러 의적이 술을 만들어서 우 임금에게 바치자, 우 임금이 마셔 보고 이르기를, “후세(後世)에 반드시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이다.” 하고, 마침내 의적을 멀리했다고 한다.
[주D-002]장인도 때리었다지 : 후 한(後漢) 때의 명신(名臣) 제오륜(第五倫)이 일찍이 임금을 알현했을 때, 임금이 그에게 이르기를, “들으니, 경(卿)이 이(吏)가 되었을 적에 장인을 때렸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참으로 있었단 말인가?” 하자, 제오륜이 대답하기를, “신(臣)은 장가를 세 번 들었으되, 아내에게 모두 아버지가 없었습니다.”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남들로부터 근거 없는 비방을 듣는 것에 비유한다.
[주D-003]천지를 정당(庭堂)으로 삼고 : 진 (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특히 주호(酒豪)로 이름이 높았던 유령(劉伶)의 〈주덕송(酒德訟)〉에 “대인 선생이 있어 천지를 하루아침으로 삼고,……광활한 천지 사방을 뜰과 길거리로 삼아,……머물러 있을 때는 크고 작은 술잔을 손에 쥐고, 움직일 때는 술통과 술병을 몸에 지녀서, 오직 술만을 일삼거니, 어찌 그 밖의 것을 알겠는가.[有大人先生以天地爲一朝……八荒爲庭衢……止則操巵執觚 動則挈榼提壺 唯酒是務 焉知其餘]”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구준(衢樽)을 …… 받들어서 : 구 준은 큰 길거리에 술동이를 설치하여 지나는 사람마다 자기 양(量)대로 마시게 하는 것을 이르는데, 《회남자(淮南子)》 무칭훈(繆稱訓)에, “성인의 도는 마치 큰 길거리 한가운데에 술동이를 두어, 지나는 사람마다 크고 작은 양에 따라 각각 적당하게 떠 마시도록 하는 것과 같다.[聖人之道 猶中衢而致樽邪過者斟酌 多少不同 名得所宜]”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인정(仁政)을 베푸는 데에 비유한 말이고, 체상(禘嘗)의 체는 하제(夏祭)의 명칭이고 상은 추제(秋祭)의 명칭으로, 이는 곧 천자나 제후가 종묘(宗廟)에 지내는 시제(時祭)를 가리킨다.
[주D-005]가무(歌舞)와 …… 누리며 : 《시 경(詩經)》 소아(小雅) 초자(楚茨)에, “음악 연주하여 잔치를 베푸니, 뒤의 복을 편안히 누리도다.[樂具入奏 以綏後祿]”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공경(公卿)으로서 농사에 힘써 사당(祠堂)에 제사를 지낸 다음 정침(正寢)에서 잔치를 베풀 때에 부른 노래이다.
[주D-006]날마다 …… 기울임일세 :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에, “백년이라 삼만하고도 육천 일 동안에, 날마다 기필코 삼백 잔을 기울여야지.[百年三萬六千日一日須傾三百杯]”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도류(陶劉) : 진(晉)나라 때 주호(酒豪)로 이름이 높았던 도잠(陶潛)과 유령(劉伶)을 합칭한 말이다.
[주D-008]가련해라 …… 했으니 : 《시 경》 소아(小雅) 빈지초연(賓之初筵)에, “손님들이 잔치에 처음 모여선, 좌우로 질서가 정연한데,……무릇 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 혹은 취하고 혹은 안 취하는지라, 술자리에 이미 감관을 세우고, 혹은 사관으로 보좌케 하나니, 저 취하여 실례하는 모습을, 안 취한 이가 되레 부끄러워하느니라.[賓之初筵左右秩秩……凡此飮酒 或醉或否 旣立之監 或佐之史 彼醉不臧 不醉反恥]” 한 데서 온 말인데, 춘추 시대 위 무공(衛武公)이 일찍이 술을 마시고 실례한 것을 후회하여 이 시를 지어서 스스로 경계했다 한다.
[주D-009]과과(果果)와 인인(因因) : 《열반경(涅槃經)》에 의하면, 인인은 지혜(智慧)를 가리키고, 과과는 수도(修道)의 공덕(功德)이 원만한 열반(涅槃)의 경지를 가리킨다.
춘만(春晚)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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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봄 성 남쪽은 온통 푸른 초원인데 / 春晚南城遍綠蕪
적막한 정원에는 새들이 서로 부르누나 / 寂寥庭宇鳥相呼
하늘은 우태가 있어 오만 산이 어둑하고 / 天陰欲雨連山暗
꽃은 바람을 맞은 듯 한 송이도 안 남았네 / 花落猶風掃地無
대담한 문장은 몇 해나 붓을 휘둘렀던가만 / 放膽幾年揮筆札
사직은 어느 날에 하고 강호로 돌아갈꼬 / 乞身何日向江湖
예로부터 호걸은 능히 세상을 경시했거니 / 古來豪傑能輕世
구구한 한 썩은 선비가 스스로 가소롭네 / 自笑區區一腐儒
유 밀직(柳密直)이 고당(高堂)께 헌수(獻壽)를 하는데, 나는 초청을 받았으나 병 때문에 가지 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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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대대로 끊이지 않은 세신 집이라 / 柳氏蟬聯是世臣
중간에 쇠했어도 조관 사이에 우뚝하네 / 中衰猶得聳簪紳
이른 나이엔 등과하여 계수나무 꺾었고 / 登科早歲攀丹桂
오늘은 재상 되어 상을 가까이 모시누나 / 拜相今朝近紫宸
풍악 노랫소리는 응당 해를 멎게 하고 / 錦瑟歌聲應駐日
모친의 기쁜 얼굴은 봄빛을 띄우려 하리 / 萱堂喜氣欲浮春
가랑비 자욱이 내림도 분명 뜻이 있거니 / 蒙蒙小雨非無意
문정에 뿌려서 티끌을 없애기 위함일세 / 洒向門庭絶點塵
[주D-001]풍악 …… 하고 : 옛 날에 노 양공(魯陽公)이 한(韓)나라와 전쟁을 한참 하는 중에 해가 저물어가므로, 노 양공이 창을 쥐고 해를 향하여 휘두르자, 해가 30리쯤 되돌아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풍악과 노랫소리가 하도 성대하여 가는 해도 멈추게 했으리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
소우(小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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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는 자욱이 내려 작은 마을 어둑하고 / 細雨濛濛暗小村
남은 꽃들은 점점이 빈 정원에 떨어지는데 / 餘花點點落空園
한가한 가운데 유연한 흥취 진진도 해라 / 閑居剩得悠然興
손이 오면 문 열고 손이 가면 문 닫노라 / 有客開門去閉門
길고 가벼운 옷자락 바람 살살 일으킬 제 / 長袖輕裾細細風
관현악 소리에 화려한 집 떠나갈 듯하여라 / 管絃聲動畫堂中
선생은 꽃 앞에서 술 마시긴 익숙지 않아 / 先生不慣花前飮
가랑비가 시 재촉하니 흥이 절로 농후하네 / 小雨催詩興自濃
밭갈기 알맞은 비가 도롱이에 가득한데 / 一犁微雨滿簑衣
농부가 행화촌 밖에서 돌아오는구나 / 人自杏花村外歸
농사에 힘써 나라에 바침을 한하지 마소 / 莫恨力田供國用
예로부터 추환은 한 몸만 살찌게 한다네 / 古來芻豢一身肥
[주D-001]행화촌(杏花村) : 두목(杜牧)의 〈청명(淸明)〉 시에, “얘야 술집이 어드메 있느냐고 물으니, 목동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借問酒家何處在 牧童遙指杏花村]” 한 데서 온 말로, 술집을 가리킨다.
[주D-002]추환(芻豢) : 추는 초식(草食)하는 가축이고 환은 곡식 먹는 가축으로서 모두 육류(肉類)를 가리킨 것으로, 전하여 녹봉(祿俸) 먹는 벼슬아치를 의미한다.
원재(圓齋)가 주송(酒頌)을 지어서 보여 주므로, 나는 우리 무리의 출처(出處)를 대략 서술하면서 술 마시는 데로 돌리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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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문관에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 崇文館中時朱炎
입시생들 북적북적 누에 알보다 많았지 / 白袍戢戢多於蠶
그때 용부와 나는 다 자삼을 입었었고 / 庸夫與我皆紫衫
원재만 홀로 남삼 입은 게 어울렸는데 / 圓齋獨也稱披藍
우연히 서로 만났지만 전혀 격의가 없어 / 萍水相逢無機緘
거울로 거울 비추듯 빛이 서로 통했었네 / 如鏡照鏡光相涵
전조의 정당문학은 내가 먼저 지냈으나 / 前朝政堂我先占
금상의 서연엔 동방급제 삼 인이 함께하되 / 今上書筵同榜三
앞뒤로 나뉘어져 서로 겹치지는 않지만 / 雖然先後不相兼
똑같이 성은 입음은 마음이 유쾌하고말고 / 俱承睿睠心所甘
밝디밝은 태양이 주렴을 환히 비출 제 / 明明白日照朱簾
융단 위에서 경서 늘어놓고 담론하다가 / 細氈之上橫經談
담론 마치면 술 내리지만 기미가 엄숙해 / 談終賜酒氣味嚴
재배하고 나올 때에야 약간 거나해지네 / 再拜趨出成微謁
시국이 어려워 장수가 재상 직임 맡아서 / 時艱節鉞膺具瞻
학문의 길 끊겼으니 누가 다시 탐구하랴 / 經籍道息誰更探
우리 도는 글러서 육일 두꺼비 같지만 / 吾道非矣六日蟾
다행한 건 우리가 모두 사직을 했음일세 / 幸哉俱已抽朝簪
원재는 차진 기장술을 너무나도 좋아해 / 圓齋酷愛黍之粘
취향으로 날 초청하여 함께 가곤 하거니 / 邀我醉鄕同往參
서로 계합함은 물에 소금 넣은 것 같거니 / 於中契合水投鹽
내 술주정 걱정하랴 되레 내 주벽을 따르랴 / 寧憂我酗從吾酖
이것이 상책인데 공이 다행히 지녔구려 / 是爲上策公幸拈
세월은 만고에 정지하는 일이 없고말고 / 火輪萬古無停驂
[주D-001]숭문관(崇文館) : 고려 때 임금의 자문 기관이었는데, 문신(文臣) 중에서 학문이 뛰어난 사람으로 학사(學士)를 임명하여 배치하였다.
[주D-002]용부(庸夫)와 …… 입었었고 : 용 부는 공민왕(恭愍王) 2년(1353) 문과(文科)에 저자와 함께 급제했으며 저자의 처숙부(妻叔父)이기도 한 권중화(權仲和)의 자이고, 자삼(紫衫)은 본디 군교(軍校)가 입던 복장인데, 뒤에는 사대부(士大夫)들이 이것을 입어서 융사(戎事)에 편리하도록 했다고 한다.
[주D-003]남삼(藍衫) : 남색(藍色) 옷으로, 옛날 생원(生員)들이 입었던 복장이다.
[주D-004]육일(六日) 두꺼비 : 세 상에 무용지물이 되었음을 뜻한다. 《세시기(歲時記)》에 의하면, 만년 묵은 두꺼비를 육지(肉芝)라 하는데, 이것을 5월 5일에 취하여 말려서 몸에 지니고 다니면 병기(兵器)를 물리치는 효험이 있으나, 6일에 취한 것은 쓸모가 없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송(宋)나라 진여의(陳與義)의 시에, “육일의 두꺼비라 세상에 쓰이긴 글렀네.[六日蟾蜍乖世用]
[주D-005]물에 …… 것 : 물에 소금을 넣으면 전혀 흔적이 없듯이, 서로 조금의 이견도 없이 의기(意氣)가 투합함을 비유한 말이다.
하늘이 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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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 하늘에 꽃다운 풀이 원림에 가득할 제 / 天晴嫩綠遍園林
뭇 새들은 날며 울며 좋은 소리 보내는데 / 衆鳥飛鳴送好音
병든 학은 홀로 편안한 둥지 과시하여라 / 病鶴獨誇棲得穩
흰 구름 깊은 곳 푸른 소나무 그늘 속에서 / 白雲深處碧松陰
[주D-001]병든 학 : 이는 곧 병중(病中)에 있는 저자 자신을 비유한 말이다.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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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가 파천한 때의 연호는 건염인데 / 宋家播遷號建炎
마치 저 당나라 중엽에 어잠을 찾듯이 / 如唐中葉尋魚蠶
간재란 노인은 일개 베옷 입은 선비였고 / 簡齋老人一布衫
검남의 산수는 쪽빛보다 더 푸르렀는데 / 劍南山水靑於藍
시어의 금기가 두려워 입을 굳게 다물어 / 吟詩畏禁更深緘
만장담 밑에 밝은 구슬을 묻어 버렸네그려 / 萬丈潭底明珠涵
나는 지금 격식 없이 마구 읊조리노라니 / 我今放膽皆口占
국풍이 변하매 탄식을 거듭하게 하누나 / 國風變矣嘆息三
문장과 무용 겸하긴 고래로 어려운 건데 / 文章節鉞古難兼
감람 열매만 유독 쓴맛 단맛 갖추었네 / 橄欖獨也能苦甘
대궐 가까이에서 재차 시권을 읽노라니 / 再讀試卷近宮簾
나 같은 총영은 말로 형용키 어렵고말고 / 如我寵榮難容談
몇 해나 직무가 상과 가깝고 자리도 엄했던고 / 幾年職親地又嚴
지나간 일 회상하니 깊은 꿈속만 같구려 / 回思往事如夢酣
정호 하늘은 멀어라 누가 능히 바라보며 / 鼎湖天遠誰能瞻
창오 연기는 어둑해라 누가 더듬으리요 / 蒼梧煙暗誰能探
푸른 하늘엔 예전대로 밝은 달이 걸렸고 / 靑冥依舊掛銀蟾
삼신산은 참으로 큰 거북의 비녀로다 / 三山眞箇金鼇簪
당시에 지은 표문이 적절치도 못했는데 / 當時撰表或違粘
아직도 외교 문서를 내게 참여시키다니 / 尙爾辭命容吾參
물불이 서로 졸여 끝내 소금 이루거니 / 水火相煎竟成鹽
술을 참으로 즐겨 마실 수밖에 없구려 / 麴糵所變誠可酖
어진 하늘 현릉이야 어떻게 붙잡을꼬만 / 玄陵昊天安可拈
눈물에 딸림 없다면 괜히 참마 풀었으랴 / 涕豈無從空脫驂
[주D-001]송(宋)나라가 …… 건염(建炎)인데 : 북 송(北宋) 말기에 금인(金人)의 침략으로 북송의 마지막 임금인 흠종(欽宗)의 아우 고종(高宗)이 북송의 도읍지인 변경(汴京)을 버리고 강남(江南)으로 파천(播遷)하여 임안(臨按)에 도읍을 정하고 처음 연호(年號)를 건염이라 했는데, 이것이 바로 남송(南宋)이다.
[주D-002]당(唐)나라 …… 찾듯이 : 어 잠(魚蠶)은 양웅(揚雄)의 《촉국본기(蜀國本紀》에 의하면 어부(魚鳧), 잠총(蠶叢) 등 수많은 촉국(蜀國)의 선왕(先王)들을 가리킨 말인데, 당나라 중엽인 성당(盛唐) 시대 이백(二白)의 촉도난(蜀道難), “잠총과 어부 등이, 개국한 지가 어이 그리 아득한고. 오늘날까지 사만하고도 팔천 년 동안을, 진나라 변새와도 서로 왕래하지 않았네.[蠶叢及魚鳧 開國何茫然 爾來四萬八千歲 不與秦塞通人煙]”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간재(簡齋)란 …… 묻어 버렸네그려 : 간 재는 송(宋)나라의 명신이며 시인인 진여의(陳與義)의 호이고, 검남(劍南)은 대검산(大劍山), 소검산(小劍山) 남쪽의 지역을 가리키며, 만장담(萬丈潭)은 감숙성(甘肅省) 동곡현(同谷縣)에 있던 못 이름이고, 밝은 구슬이란 곧 훌륭한 재능을 의미한다. 진여의는 북송(北宋) 말기에 일찍이 태학 박사(太學博士) 등을 역임했는데, 금인(金人)이 북송의 도읍지인 변경(汴京)을 침입함으로 인해 흠종(欽宗)의 아우 고종(高宗)이 강남(江南)으로 파천함에 이르러, 그는 양양(襄陽), 한양(漢陽) 등지로 피란하여 동정호(洞庭湖), 상강(湘江), 오령(五嶺) 등지를 전전하며 지내다가, 마침내 고종의 부름을 받고 남송(南宋)으로 가서 한림학사(翰林學士), 지제고(知製誥) 등을 거쳐 참지정사(參知政事)에 이르렀다.
[주D-004]직무가 …… 엄했던고 : 한유(韓愈)의 〈석언(釋言)〉에, “내가 그때는 한림원에 있어 직무는 상과 가깝고 자리는 금중이었다.[吾時在翰林 職親而地禁]”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한림학사로 임금을 시종(侍從)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5]정호(鼎湖) …… 바라보며 : 정호는 황제(黃帝)가 일찍이 형산(荊山) 아래에서 솥을 주조하고 나서는 용(龍)을 타고 승천(昇天)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붕어한 선왕(先王)을 사모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6]창오(蒼梧) …… 더듬으리요 : 창오는 순(舜) 임금이 붕어한 곳으로서, 이 또한 붕어한 선왕을 사모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7]삼신산(三神山)은 …… 비녀로다 : 삼신산은 해중(海中)에 있다는 봉래(蓬萊), 영주(瀛洲), 방호(方壺)의 세 신산을 가리키는데, 해중에 있는 큰 거북이 이 산들을 머리에 이고 있다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주D-008]물불이 …… 이루거니 : 근심 걱정으로 마음을 몹시 졸이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9]눈물에 …… 풀었으랴 : 돌 아간 분을 사모하거나 애도하는 만큼, 그분에 대하여 보답하는 예의의 표시를 의미한다. 공자(孔子)가 일찍이 위(衛)나라에서 예전 관사(館舍) 주인(主人)의 상(喪)을 만나서, 들어가 곡(哭)하고 나와서는 자공(子貢)에게 참마(驂馬)를 풀어서 부의(賻儀)를 하라고 하므로, 자공이 참마를 풀어서 부의하는 것은 너무 과중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내가 방금 들어가 곡할 때에 한번 슬퍼함을 만나서 이내 눈물을 흘렸으니, 나는 눈물에 따르는 예를 표하지 않는 것을 싫어하노라.[予鄕者入而哭之 遇於一哀而出涕 予惡夫涕之無從也]” 한 데서 온 말이다. 《禮記 檀弓上》
대이부(大姨夫) 민 판사(閔判事)에게 받들어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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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과 강 언덕은 둘 다 들쭉날쭉하고 / 山崖江岸兩參差
사슴이랑 물고기들은 각기 자득할 텐데 / 麋鹿魚蝦各得宜
상종을 이젠 기필할 만함이 다만 기뻐라 / 只喜相從今可必
경호를 하사받은 지 이미 오래니 말일세 / 鏡湖恩賜已多時
[주D-001]경호(鏡湖)를 하사받은 지 : 경 호는 안휘성(安徽省) 무호현(蕪湖縣)에 있는 호수 이름으로, 당 현종(唐玄宗) 때 비서감(祕書監) 하지장(賀知章)이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적에 현종이 조서(詔書)를 내려 하지장에게 경호의 섬계(剡溪) 일곡(一曲)을 하사했던 데서 온 말인데, 저자 또한 여강(驪江) 가의 토전(土田)을 하사받은 것이 있으므로, 이것을 경호에 비유하여 한 말이다.
원재(圓齋)에게 바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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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은 몹시 춥고 남방은 몹시 더워서 / 北方沍寒南蒸炎
하늘이 양마와 경잠을 나눠 놓았으니 / 天敎羊馬分耕蠶
중원의 예의는 자색 공복을 중시하여 / 中原禮儀重紫衫
만종에서 시작해 비람으로 끝마치고 / 萬鍾降殺終緋藍
기쁜 은정 빛난 문장은 봉함을 연 듯하고 / 懽恩粲文如開緘
마름풀이 유수에 잠긴 듯 밝기도 했어라 / 炯然流水靑蘋涵
헌데 어이해 이씨가 서로 다퉈 점령하여 / 奈何二氏競相占
구전의 묘술이랑 전삼삼을 운운하는고 / 九轉妙術前三三
원재는 오래전부터 불교를 이미 겸하여 / 圓齋於釋久已兼
스스로 꿀의 속과 겉이 다 달다 말하고 / 食蜜自道中邊甘
귀로는 격죽 소리 듣고 향엄을 따랐어라 / 耳聞擊竹追香嚴
만 골짝 진동하던 생종 소리를 초월했네 / 超出萬壑笙鐘酣
남산을 마주하여 길이 주렴 걷고 앉아서 / 坐對南山長捲簾
썩은 선비의 평상적인 담론은 하지 않고 / 掃去腐儒之常談
소동파에 핍근할 만큼 시 또한 잘하는데 / 能詩又逼蘇子瞻
동림 빽빽한 곳에서 더욱 깊이 탐구하여 / 東林密處尤深探
저 달 속에 노는 신선을 더럽게 여기거니 / 鄙彼仙游白玉蟾
하관을 어찌 내 머리에 쓰려고 하겠는가 / 霞冠肯向吾頭簪
나는 지금 진흙에 붙은 버들개지 같아서 / 我今飛絮泥上粘
다시 조참 따라 큰소리로 노래 않는다네 / 歌呼不復師曹參
미인 서시의 곁에 추악한 한 무염녀는 / 西施之側一無鹽
담박함에 맛을 부쳐 평생에 좋아하는데 / 淡泊有味平生酖
매양 공의 노래 화답고자 몽당붓 빼들면 / 每和公歌禿筆拈
미쳐서 난새 타고 하늘을 날고만 싶다네 / 狂欲奔月飛鸞驂
[주D-001]북방은 …… 놓았으니 : 경 잠(耕蠶)은 농사짓고 누에 치는 일을 말한 것으로, 북방은 추워서 농작물이 잘 되지 않으므로 양(羊)이나 말[馬]을 목축(牧畜)하고, 남방은 다스워서 농사짓고 누에치기에 알맞으므로 이른 말인데, 이는 곧 중국의 의식(衣食) 생활을 의미한다.
[주D-002]중원(中原)의 …… 끝마치고 : 경상(卿相)의 고관(高官)은 모두 자색(紫色)의 공복(公服)을 입고, 가장 하급 관원들이 비삼(緋衫)이나 남삼(藍衫)을 입기 때문에 이른 말인데, 이는 곧 중국의 예의 문명(禮儀文明)을 의미한다.
[주D-003]기쁜 …… 듯하고 : 구 양수(歐陽脩)의 〈독장리이생문증석선생(讀張李二生文贈石先生)〉 시에, “병들어 흐린 눈으로 문장 봉함을 열자마자, 달빛 별빛처럼 찬란하게 밝음이 뒤섞였네.[病眸昏澁乍開緘 粲若月星明錯落]”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훌륭한 문장을 의미한다.
[주D-004]마름풀이 …… 했어라 : 소 식(蘇軾)의 〈월야여객음행화하(月夜與客飮杏花下)〉 시에, “옷자락 걷고 달 아래 거닐며 꽃 그림자 밟으니, 밝기가 흐르는 물에 마름풀이 잠긴 듯하네.[褰衣步月踏花影 炯如流水涵靑蘋]”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뛰어난 풍류를 형용한 것이다.
[주D-005]이씨(二氏) : 노씨(老氏)와 불씨(佛氏)의 두 이단(異端)을 가리킨 말이다.
[주D-006]구전(九轉)의 …… 운운하는고 : 구 전의 묘술(妙術)이란 곧 도가(道家)에서 단사(丹砂)를 아홉 차례 제련하여 단약(丹藥)을 만드는바, 이것을 복용하면 장생불사(長生不死)한다는 데서 온 말이다. 전삼삼(前三三)이란 곧 불가(佛家)의 말로써, 당(唐)나라 때 무착 선사(無著禪師)가 일찍이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예배(禮拜)하러 오대산(五臺山)으로 가던 도중에 한 노인(老人)으로부터 ‘전삼삼 후삼삼(前三三後三三)’ 이란 이야기를 들었던 데서 온 말인데, 전(前)과 후(後)는 피차(彼此)와 같은 뜻이고, 삼삼(三三)은 일정한 수량이 아닌 무수 무한(無數無限)의 뜻이라 한다.
[주D-007]스스로 …… 말하고 :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 이르기를, “만일 어떤 사람이 도를 얻는다면 마치 꿀을 먹는 것과 같아서 속과 겉이 모두 달 것이다.[若有人得道 猶如食蜜 中邊皆甜]” 한 데서 온 말로, 불교에 조예가 깊음을 의미한다.
[주D-008]귀로는 …… 따랐어라 : 당 (唐)나라 대의 고승(高僧)인 향엄(香嚴)의 지한(智閑)이 일찍이 위산(潙山)의 영우(靈祐)에게 갔으나 도(道)를 깨치지 못하고, 마침내 남양(南陽)으로 가서 혜충 국사(慧忠國師)의 유적(遺蹟)을 보고 그곳에 있을 적에 하루는 산중(山中)에서 잡초를 베다가 기와 조각을 던져 대나무를 맞춘[擊竹] 소리를 듣고 갑자기 도를 깨쳤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9]만 …… 소리 : 소식(蘇軾)이 꿈에서 지은 시에, “일천 산은 인갑을 움직이고, 일만 골짝엔 생종 소리 진동하네.[千山動鱗甲 萬谷酣笙鐘]”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0]하관(霞冠) : 선인(仙人)이나 도사(道士)가 쓰는 관(冠)을 말한다.
[주D-011]나는 …… 같아서 : 진 흙에 붙은 버들개지는 다시 날지 못하는 것이므로, 전하여 마음이 조용하게 갈앉아서 외물(外物)에 의해 전혀 동요되지 않음을 비유한다. 송(宋)나라의 고승(高僧) 도잠(道潛)이 일찍이 서주(徐州)에 가서 소식(蘇軾)을 방문했을 때, 소식이 주석(酒席)에서 한 기녀(妓女)를 시켜 장난삼아 도잠에게 시(詩)를 요구하게 하자, 도잠이 즉시 한 절구(絶句)를 부르기를, “좋이 그윽한 꿈 가져다 초 양왕을 유혹하는, 술자리의 얌전한 낭자가 퍽 고맙긴 하나, 선승의 맘은 진작 진흙에 붙은 개지 같아서, 동풍을 따라 위아래로 미쳐 날지 않는다네.[多謝尊前窈窕娘 好將幽夢惱襄王 禪心已作沾泥絮 不逐東風上下狂]”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2]다시 …… 않는다네 : 한 혜제(漢惠帝) 때의 상국(相國) 조참(曹參)은 본디 술을 아주 즐겨 마셨는데, 상사(相舍)의 후원(後園)이 이사(吏舍)와 가까웠던바, 이사에서는 아전들이 날마다 술을 마시고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곤 하였으므로, 상국을 항상 수행하던 아전이 이것을 걱정한 나머지, 상국에게 후원에서 노닐기를 청하여 나가자, 과연 아전들이 술에 취해 큰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으므로, 상국을 수행한 아전은 짐짓 상국이 그들의 죄과(罪過)를 추궁하기를 바랐으나, 상국은 죄과를 추궁하기는커녕, 도리어 자신이 술을 가져오게 하여 자리를 펴고 앉아서 실컷 마시고 큰소리로 노래를 서로 창화(唱和)하기까지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3]미인 …… 무염녀(無鹽女) : 서 시(西施)는 춘추 시대 월(越)나라의 미인이었고, 무염녀는 전국 시대 제(齊)나라 무염음(無鹽邑)의 추녀(醜女)로 제 선왕(齊宣王)의 정후(正后)가 된 종리춘(鍾離春)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바로 원재(圓齋) 정추(鄭樞)를 미인 서시에 비유하고, 저자 자신을 추녀 종리춘에 비유한 것이다.
정 양 동년(鄭驤同年)의 서신을 받아 보니, 내가 거듭 정당(政堂)에 제배된 것을 축하한 것이었는데, 그의 관함(官銜)은 삼사 우윤(三司右尹)으로 되어 있었다. 그의 관함이 높아진 것을 기뻐함과 동시에 내가 이미 사직한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 우스워서 절구(絶句)로써 서신을 갈음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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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 펴보니 완연히 동년 만난 듯하여라 / 開緘宛似見同年
우윤이란 관함이 문득 이전보다 낫구려 / 右尹官銜却勝前
멀리 정당 축하는 되레 우스운 일이로다 / 遠賀政堂還可笑
나는 지금 사직하고 흥취가 유연하다네 / 我今還笏興悠然
강릉(江陵) 노 사군(盧使君) 승경(承慶) 을 보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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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은 화평의 문장 가문 후손이라서 / 使君化平文章家
큰 키 붉은 수염에 기개가 절로 호화롭네 / 長身紫髥氣自華
외씨는 나와 서로 약간의 친의가 있는데 / 外氏與我連葭莩
그대도 나이 들었거니 내 무얼 한탄하랴 / 君已老大吾何嗟
나는 지금 앓은 뒤로 미친 흥취가 발동해 / 吾今病餘發狂興
박망후 떼를 타고 은하에도 오르고 싶고 / 欲上博望銀河槎
동으론 풍악에 올라 큰 바다를 굽어보고 / 東登楓岳瞰大海
아래론 예국에 놀아 명사에 말을 달리고 / 下游蘂國馳鳴沙
국도의 천층 바위엔 철망석도 세어 보고 / 國島千層數鐵網
여섯 자 단서엔 이끼도 만져 보고 싶다네 / 丹書六字捫蘚花
승방들의 절경은 우선 논하지 않더라도 / 僧房絶景且休問
객사의 뛰어난 경관도 다 자랑거리인데 / 客舍奇觀皆可誇
하늘이 자네를 동도의 주인으로 삼아서 / 天敎吾子主東道
나는 못 가는 이때 자네 먼저 부임하누나 / 我未去時先下車
말의 꼴 종의 밥이나 겨우 공급할 정도니 / 馬芻奴飯苟云給
술과 고기 안주 호사는 의당 못 하고말고 / 樽酒俎肉當無奢
행장은 천명인데 감히 스스로 기필하랴 / 行藏有數敢自必
동으로 해 뜨는 하늘 가만 바라볼 뿐이네 / 東望出日天之涯
[주D-001]화평(化平) : 광주(光州)의 고호(古號)로서 즉 노승경(盧承慶)이 광주 노씨(光州盧氏)이므로 한 말이다.
[주D-002]박망후(博望侯) …… 싶고 : 박 망후는 한 무제(漢武帝) 때 장건(張騫)의 봉호이다. 한 무제가 일찍이 장건으로 하여금 황하(黃河)의 근원을 궁탐(窮探)하게 하여, 장건이 떼를 타고 달포쯤 가서 은하(銀河)에 이르러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만나 보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아래론 …… 달리고 : 예국(蘂國)은 강릉(江陵)의 고호이다. 명사(鳴沙)는 눈빛처럼 흰 모래 위에 인마(人馬)가 지나갈 때는 서로 부딪쳐서 마치 쇳소리처럼 쟁쟁한 소리가 나는 것을 가리키는데, 대체로 영동(嶺東) 지방의 모래가 다 그러하다고 한다.
[주D-004]국도(國島)의 …… 세어 보고 : 함경도(咸鏡道) 안변(安邊) 앞바다에는 국도라는 섬이 있는데, 이 섬에는 속칭 철망석(鐵網石)이라는 바위가 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5]여섯 …… 싶다네 : 여 섯 자 단서(丹書)란 곧 강원도(江原道) 고성(高城) 삼일포(三日浦)의 남쪽 산봉우리 절벽(絶壁)에 ‘영랑도남석행(永郞徒南石行)’이란 여섯 글자가 붉은 글씨로 쓰여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 삼일포 안에 조그마한 섬이 있어, 옛날에 네 신선이 여기서 놀다가 3일간이나 돌아가지 않았다 하여, 이 물을 삼일포라 하고, 뒤에 사선정(四仙亭)을 세웠다 한다. 이끼를 만져 보고 싶다는 것은 곧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일찍이 숭산(嵩山)을 유람하다가 날이 저물었을 때, 절벽 위에 이끼로 쓰인 ‘신청지동(神淸之洞)’이란 네 글자를 보고 그다음 날 다시 그곳을 찾아 갔으나 그 글자를 다시 볼 수 없었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선경(仙境)을 의미한다
함창 태수(咸昌太守)를 보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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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향정 위에 앉아 연꽃을 완상하노라면 / 淸香亭上賞蓮花
술잔에 물결 일 제 해는 점차 기울겠지 / 綠酒生波日欲斜
비웃지 마소나 목옹은 치사를 했음에도 / 莫笑牧翁雖致仕
전원에 못 돌아가고 귀밑 먼저 희었음을 / 未成歸計鬢先華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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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이 꺾이는 추위와 쇠가 녹는 더위에도 / 綿折沍寒金流炎
쥐는 불속에 누에는 얼음 속에 살고요 / 火有鼠兮氷有蠶
푸른 솔로 먹을 만들면 적삼을 검게 하고 / 蒼松化墨墨烏衫
청색의 푸른빛은 쪽보다 훨씬 푸르다네 / 靑之靑者超澱藍
물리의 환히 빛남이 봉함을 연 듯하여라 / 物理粲然如露緘
동하면 분잡하고 정하면 함양이 되거니 / 動則紛紊靜則涵
길흉의 조짐을 점쳐볼 것이 아예 없는데 / 吉凶朕兆不待占
왜 굳이 하나 걸어 셋을 본뜰 것 있으랴 / 何須掛一以象三
예부터 사미를 다 겸하긴 어려운 거라 / 由來四美難盡兼
홀로 서서 휘파람 불면 내 마음 만족한데 / 獨立獨嘯吾心甘
청풍이 때로 불어 성긴 주렴 움직일 제 / 淸風時來動疎簾
흥이 나서 시를 쓰며 붓과 얘길 하노라면 / 有興題詩聯筆談
깊이 생각해 격률이 자연 엄격해지거니 / 沈思自然格律嚴
원경 백속은 진정 심취할 바 아니거니와 / 元輕白俗非所酣
구름 연기의 변화를 스스로 볼 수 있으니 / 雲煙變化可自瞻
높고 깊은 천지를 손수 더듬는 것만 같네 / 天地高深如手探
곁으로는 영산의 연과 섬을 담론하느라 / 旁論靈山燕與蟾
말들이 우는 가운데 친구들 자주 뫼는데 / 櫟馬聲中頻盍簪
원재는 불가의 조예가 골수에 깊이 젖어 / 圓齋骨著更皮粘
좋은 곳은 매양 선가에 참여한 듯하거니와 / 佳處每似禪家參
위로는 은정의 매염 조리를 추구한 끝에 / 上追殷鼎調梅鹽
시 속에 맛이 있어 공은 한창 즐기는구려 / 詩中有味公方酖
정문일침을 누가 다시 나에게 놓아줄꼬 / 頂門一針誰更拈
예로부터 아와 속은 나란히 못 달리는 걸 / 由來雅俗難同驂
또 앞의 운을 사용하다.
한문의 냉어로 어찌 성한 불꽃 붙좇으랴 / 寒門冷語寧趨炎
늘그막은 이미 세 잠 잔 누에와 같은걸 / 老境已似三眠蠶
강주의 비파 소리엔 눈물이 옷깃 적셨고 / 江州琵琶淚濕衫
모란의 시구엔 남관이란 이름이 있었는데 / 牡丹詩句關名藍
말하려면 너무 맘 아파 입을 굳게 다물고 / 欲言痛甚口須緘
다행히도 여기엔 깊이 젖어 들지 않았네 / 幸不此中曾泳涵
내 처음 중원에서 풍각점을 쳐보았는데 / 憶初中原風角占
난리 일어나 군국이 셋으로 나눠지길래 / 倡亂郡國分爲三
나는 이때 동으로 돌아와 이은을 겸하니 / 我時東歸吏隱兼
기미가 참으로 목마를 때 물 마심 같았었지 / 氣味眞如飮而甘
손 대해 술도 없이 주렴 가득 바람 불 제 / 對客無酒風滿簾
왕맹처럼 이를 더듬으며 담론을 하노라면 / 依然王猛捫蝨談
의리만 바를 뿐 아니라 말 또한 엄격하여 / 不獨義正仍辭嚴
듣는 이들 술에 취한 듯 깊이 젖어 들었네 / 聞者浹洽如沈酣
방금 까마귀 집을 서로 다퉈 쳐다보지만 / 方今烏屋政爭瞻
무엇이 주머니 속 물건 취하기 같을쏜가 / 有物誰同囊裏探
가련하여라 달 속에 있는 토끼와 두꺼비는 / 可憐月窟兔與蟾
깨끗한 계수꽃을 어떻게 꽂을 수 있으랴 / 皎潔桂花那得簪
헛된 명성과 무용지물 둘을 다 겸했거니와 / 虛名無用兩相粘
허정의 무리를 누가 벼슬 못 하게 했던고 / 許靖之流誰放參
나는 순챗국과 말하의 된장을 좋아할 뿐 / 我慕蓴羹末下鹽
금쟁반의 양락이야 어찌 일찍이 즐겼던가 / 金盤羊酪何曾酖
시단을 강탈하는 건 참으로 백염적이라 / 詩場豪奪眞白拈
풍월이 서로 따르는 게 두 참마와 같구려 / 風月相隨如兩驂
[주D-001]쥐는 …… 살고요 : 《신 이경(神異經)》에 의하면, 남황(南荒) 밖에는 화산(火山)이 있어 폭풍 맹우(暴風猛雨)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데, 그 불속에는 무게가 10근, 털의 길이가 2척이나 되는 큰 쥐가 사는바, 그 털이 마치 실처럼 가늘어서 베를 짤 수가 있다고 하며, 《습유기(拾遺記)》에 의하면, 원교산(員嶠山)에는 빙잠(氷蠶)이 있어 상설(霜雪)로 덮어 놓으면 길이가 1척이나 되는 누에고치를 짓는데, 이것으로 문금(文錦)을 짜 놓으면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소식(蘇軾)의 〈서대정한헌(徐大正閒軒)〉 시에, “빙잠은 추운 줄을 알지 못하고, 화서는 더운 줄을 알지 못한다.[氷蠶不知寒 火鼠不知暑]” 하였다.
[주D-002]푸른 …… 하고 : 소나무를 때어서 나오는 그을음으로 만든 것이 이른바 송연묵(松烟墨)인데, 적삼을 검게 한다는 것은 곧 먹을 갈아서 글씨를 쓰다가 먹물이 옷에 묻어 검어지는 것을 말한다.
[주D-003]청색의 …… 푸르다네 : 쪽[藍]은 원래 청색의 원료(原料)인데, 이 쪽에서 나온 청색이 도리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왜 …… 있으랴 : 《주 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대연의 수가 오십이니, 그 사용하는 것은 사십구이다. 이것을 나누어 둘로 만들어서 둘인 하늘과 땅을 본뜨고, 시초 산가지 하나를 왼쪽 손가락 사이에 걸어서 셋인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본뜬다.[大衍之數五十 其用四十有九 分而爲二 以象兩 掛一 以象三]” 한 데서 온 말로, 즉 시초(蓍草)로 점치는 것을 말한다.
[주D-005]사미(四美) : 좋은 철[良辰], 아름다운 경치[美景], 즐겁게 완상하는 마음[賞心], 유쾌한 일[樂事]을 합칭한 말이다.
[주D-006]원경 백속(元輕白俗) : 소 식(蘇軾)의 〈제유자옥문(祭柳子玉文)〉에서 당(唐)나라 시인들의 시격(詩格)을 평하여, “맹교의 시격은 한산하고, 가도의 시격은 수척하며, 원진의 시격은 경조하고, 백거이의 시격은 비속하다.[郊寒島痩 元輕白俗]”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영산(靈山)의 연(燕)과 섬(蟾) : 영산은 중인도(中印度)에 있는 산명(山名) 즉 영취산(靈鷲山)의 약칭으로, 석가(釋迦)가 일찍이 설법(說法)하던 곳인데, 연과 섬은 무슨 의미로 쓰였는지 자세하지 않다.
[주D-008]말들이 …… 뫼는데 : 친구들이 각각 말을 타고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 두보(杜甫)의 〈두위택수세(杜位宅守歲)〉 시에, “친구들 모이니 마판의 말은 들레고, 벌인 횃불은 숲 까마귀를 놀래키네.[盍簪喧櫪馬 列炬散林鴉]” 하였다.
[주D-009]은정(殷鼎)의 매염(梅鹽) 조리 : 은 고종(殷高宗)이 재상 부열(傅說)에게 이르기를, “내가 만일 화갱을 만들려 하거든 그대는 소금과 매실이 되거라.[若作和羹 爾惟鹽梅]”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훌륭한 재상이 임금을 잘 보좌하는 것을 의미한다. 《書經說明》
[주D-010]한문(寒門)의 …… 붙좇으랴 : 한문은 한빈(寒貧)한 가문(家門)이란 뜻이고, 냉어(冷語)는 냉담한 말이란 뜻으로, 전하여 조롱이나 풍자하는 말을 가리키며, 불꽃을 붙좇는다는 것은 곧 권세가 불꽃처럼 치성한 권문세가를 아첨하여 섬기는 것을 의미한다.
[주D-011]늘그막은 …… 같은걸 : 누에는 본디 잠을 네 번 자고 섶에 오르는 것이므로, 세 잠을 잤다는 것은 곧 이미 노쇠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주D-012]강주(江州)의 …… 적셨고 : 백 거이(白居易)가 일찍이 강주 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어 있을 때, 하루는 분강(湓江)의 포구에서 손님을 전송하다가, 어느 배 안에서 들려오는 비파 소리를 듣고 그를 찾아가서 물어보니, 그는 본디 장안(長安)의 창녀(娼女)였는데, 젊어서는 호화롭게 지냈었지만 늙어서는 색(色)이 쇠하여 마침내 장사꾼의 아내가 되어서 초췌한 몰골로 강호(江湖) 사이를 이리저리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백거이는 그녀의 말에 감동을 받아 그녀에게 다시 한 곡조를 청하여 들은 다음, 스스로 〈비파행(琵琶行)〉을 지어서 그에게 주었는데, 그 〈비파행〉에, “심양강 가에서 밤에 손님을 전송하노라니,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바람은 쓸쓸한데,……물 위에 퍼지는 비파 소리를 갑자기 듣고, 주인은 돌아가길 잊고 손은 떠나지 못하네.……나중 탄 곡은 먼저 탄 곡보다 더더욱 처량해, 온 좌중이 거듭 듣고 다 얼굴 가리고 우는데, 그중에서 눈물을 누가 가장 많이 흘렸던가, 이 강주 사마의 푸른 적삼이 흠뻑 젖었네.[潯陽江頭夜送客 楓葉荻花秋瑟瑟……忽聞水上琵琶聲主人忘歸客不發……凄凄不似向前聲 滿座重聞皆掩泣 座中泣下誰最多 江州司馬靑衫濕]”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3]모란(牡丹)의 …… 있었는데 : 한 유(韓愈)의 질손(姪孫)에 상(湘)이란 이가 있었는데, 한유가 일찍이 그에게 학문을 힘쓰라고 하자, 상이 웃으면서, “준순주를 만들 줄도 알거니와, 경각화도 피울 수가 있답니다.[解造逡巡酒能開頃刻花]”라는 시구를 지어서 보여 주므로, 한유가 이르기를, “네가 어떻게 조화(造化)를 빼앗아서 꽃을 피울 수 있단 말이냐?” 하자, 상이 이에 흙을 긁어모은 다음 동이로 그 흙을 덮어 놓았다가 한참 뒤에 동이를 들어 내니, 거기에 과연 벽모란(碧牧丹) 두 송이가 피어 있었고, 그 모란 잎에는, “구름은 진령에 비꼈어라 집은 어디 있느뇨, 눈은 남관에 가득 쌓여 말이 가지를 못하네.[雲橫秦嶺家何在 雪擁藍關馬不前]”라는 시구가 작은 금자(金字)로 쓰여 있었다. 한유가 이때 그 시의 뜻을 깨닫지 못하자, 상이 말하기를, “오랜 뒤에 이 일을 증험하게 될 것입니다.” 하였는데, 뒤에 한유가 불골표(佛骨表)를 올렸다가 헌종(憲宗)의 진노를 사서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폄척되어 가던 도중, 눈을 맞으며 따라오는 상을 만났던바, 상이 말하기를, “옛날 모란꽃 잎에 쓰인 시구의 뜻이 바로 오늘의 일을 예언한 것입니다.” 하므로, 한유가 지명(地名)을 물어보니, 바로 남관(藍關)이라고 하므로, 한유가 마침내 그 시구의 뜻을 깨닫게 되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4]풍각점 : 옛날에 사방 사우(四方四隅)의 바람 부는 것을 보아서 점치던 것을 말한다.
[주D-015]이은(吏隱) : 이록(利祿)을 마음에 두지 않아서, 부득이 벼슬은 해도 마음은 은자(隱者)와 같은 것을 말한다.
[주D-016]왕맹(王猛)처럼 …… 하노라면 : 전진(前秦)의 왕맹이 일찍이 동진(東晉)의 대장(大將) 환온(桓溫)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방약무인(傍若無人)한 태도로 이를 더듬어 잡으면서 거침없이 천하의 일을 담론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7]방금 …… 쳐다보지만 : 《시 경(詩經)》 소아(小雅) 정월(正月)에, “사월 서리가 많이도 내렸는지라, 내 마음이 몹시 상하거늘, 소인배들의 거짓말은, 또한 매우 지나치기도 하네.……서러워라 우리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 녹을 먹을꼬. 저 까마귀를 보건대, 저는 뉘 집에 의지할런고.[正月繁霜 我心憂傷 民之訛言 亦孔之將……哀我人斯 于何從祿 瞻烏爰止 于誰之屋]”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한 대부(大夫)가, 세상이 워낙 무도한지라 나라가 망하고 나면 갈 곳도 없게 될 것을 몹시 한탄하여 부른 노래라 한다.
[주D-018]무엇이 …… 같을쏜가 : 물 건을 취득하기가 매우 용이함을 말한다. 남당(南唐)의 후주(後主) 이욱(李煜)이 일찍이 말하기를, “중국(中國)이 나를 재상(宰相)으로 써 준다면 강남(江南)을 취하는 것은 마치 주머니 속의 물건을 취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주D-019]허정(許靖)의 …… 했던고 : 허 정은 촉한(蜀漢) 사람으로, 선주(先主) 때에 광한 태수(廣漢太守)를 거쳐 벼슬이 태부(太傅)에 이르렀다. 그는 젊었을 때에 그의 종제(從弟) 허소(許劭)와 함께 명망이 높았으나, 허소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관계로 허소가 군 공조(郡功曹)가 된 이후 허소의 배척을 받아서 일찍 관직에 등용되지 못하고 오래도록 곤궁한 생활을 겪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20]나는 …… 즐겼던가 : 양락(羊酪)은 양젖의 지방을 분리하여 만든 식품으로, 예로부터 귀인(貴人)이 먹는 고급 식품으로 일컬어졌다.
[주D-021]백염적(白拈賊) : 백 은 백주(白晝), 또는 맨손이란 뜻으로, 백주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남의 물건을 훔쳐 내는 뛰어난 적수(賊手)를 말하는데, 불가(佛家)에서는 특히 종사(宗師)가 학인(學人)을 접하여 그의 망상 집착(妄想執著)을 흔적 없이 신속하게 소멸시키는 기교(機巧)에 비유하기도 한다.
개령(開寧)의 송월당(送月堂) 이태로(李太老)가 모시나무로 만든 채찍을 보내 주었으므로, 시로써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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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채찍은 한 자도 다 안 되지만 / 新鞭不盈尺
멀리 보내 주어 은근한 정 입었네 / 遠贈荷勤渠
곧은 줄기는 절로 자란 모습이요 / 直幹天生後
기괴한 무늬는 사람이 만들었구려 / 奇紋人巧餘
바람은 솔솔 겸하여 불어올 테고 / 風聲兼細細
달 그림자는 서서히 섞여 비치리 / 月影雜徐徐
다시 생각건대 외로이 읊는 곳엔 / 更想孤吟處
높은 풍채가 나귀를 거꾸로 타겠지 / 高標倒跨驢
[주C-001]이태로(李太老) : 저자의 인친(姻親)이 되는 소윤(少尹) 이앙(李鞅)을 가리킨다. 《목은문고》 제5권 〈송월당기(送月堂記)〉에 이 소윤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비바람에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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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치고 바람 불어 사람을 놀래키어라 / 雷鳴風動初驚人
하늘 거리에 거마들이 내닫는 듯하더니 / 天街馬馳車轔轔
잠깐 사이에 가랑비가 누각에 뿌려 들고 / 須臾細雨洒樓閤
푸른 그늘 꾀꼬리는 좋은 이웃 이루었네 / 綠陰黃鳥連芳鄰
오만 꽃 만발한 게 어찌 좋지 않으랴만 / 花開如海豈不好
전광석화인 양 짧은 봄 저장키 어려워라 / 石火過眼難藏春
일천 숲 꽃다운 풀은 시야가 유쾌한데 / 千林嫩綠快遊眺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속물도 없음에랴 / 更無俗物令人嗔
장편 단편의 시를 손 가는 대로 써내려서 / 長篇短篇信手掃
경치를 수습해 정신을 통창케 하노라니 / 收拾光景通精神
사월이라 화창한 때가 또한 가까워져서 / 四月淸和亦云近
해바라기꽃은 해마다 새롭기만 하구나 / 葵花向日年年新
[주D-001]사람을 …… 속물 : 진 (晉)나라 때 왕융(王戎)이 완적(阮籍) 등과 죽림(竹林)에서 서로 종유(從遊)할 적에 한번은 왕융이 맨 나중에 이르자, 완적이 말하기를, “속물이 다시 와서 남의 흥취를 깨뜨린다.”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왕융이 당시 사람들로부터 세속을 초탈하지 못했다는 평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주D-002]사월이라 …… 하구나 : 사마광(司馬光)의 〈초하(初夏)〉 시에, “바람에 날리는 버들개지는 다시 없고, 오직 태양을 향한 해바라기 꽃만 있구나.[更無柳絮因風起惟有葵花向日傾]” 하였다.
유항(柳巷)의 누상(樓上)에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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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나머지 만사가 한가함이 제일인데 / 病餘萬事不如閑
또 봄철이 하직하고 떠나는 걸 보겠네 / 又見東君卷斾還
다행히도 이 누각은 높기가 백척이라 / 幸是此樓高百尺
취하여 산 오르기보다 월등히 낫구려 / 絶勝扶醉強登山
봉군되어 녹 먹으니 참으로 청한하여라 / 封君食祿儘淸閑
신세를 이젠 의당 팔환에 부쳐야겠네 / 身世如今付八還
목옹 거처가 가장 궁벽함을 웃지 마소 / 莫笑牧翁居最僻
작은 누각이 오히려 용수산 마주했다오 / 小樓猶得對龍山
열흘 동안 분주하다 하루나 한가했기에 / 十日驅馳一日閑
조복 입고 등청함을 늘 가련히 여겼는데 / 每憐冠帶趁朝還
이젠 한산한 자리에 있어 일이 없거니 / 如今置散身無事
관동의 바닷가 명산들을 좋이 찾고말고 / 好訪關東海上山
[주D-001]다행히도 …… 백척이라 : 삼 국(三國) 시대에 허사(許汜)가 일찍이 유비(劉備)와 얘기를 나누던 중, 자기가 한번은 진등(陳登)을 찾아갔는데, 진등이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주인인 자신은 높은 와상으로 올라가 눕고 손님인 자기는 아래 와상에 눕게 하더라고 말하자, 유비가 말하기를, “그대의 말이 채택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인(小人)같았으면 자신은 백척루(百尺樓)로 올라가 눕고 그대는 땅바닥에 눕게 했을 것이다. 어찌 위아래의 차이만 두었겠는가.”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지기(志氣)가 매우 고상함을 의미한다.
[주D-002]팔환(八還) : 불 교에서, 여덟 종류의 변화(變化)한 상(相)이 각각 그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로, 《능엄경(楞嚴經)》에, “밝음은 태양으로 돌아가고, 어두움은 흑월(黑月)로 돌아가고, 통함은 창문으로 돌아가고, 가려 막힘은 담장으로 돌아가고, 인연은 분별로 돌아가고, 형상이 없는 것은 텅 빈 데로 돌아가고, 막혀 답답함은 먼지로 돌아가고, 청명함은 갬으로 돌아간다.[明還日輪 暗還黑月 通還戶牖 壅還牆宇 緣還分別 頑虛還空 鬰
원 재(圓齋)가 젊은 시절에 관동(關東) 지방을 순행(巡行)하면서 기관 절경(奇觀絶景)을 남김 없이 시문(詩文) 속에 거두어들였는데, 그 문장이 소탕(疎蕩)하여 신선(神仙)의 풍도와 부도(浮屠)의 기미가 있으니, 그것은 모두 관동 경치의 도움을 받은 때문이다. 지금 그가 보내온 시를 읽어보건대, 나를 따라서 유람(遊覽)할 뜻이 있으니, 대체로 그 고장을 깊이 사랑한 때문에 영가(詠歌) 속에 그것을 표출하게 된 것이다. 또 한 편을 지어서 그의 유람 행차를 재촉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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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는 불은 살살 타는 데서 시작하고 / 火之灼敍始炎炎
길게 연한 실은 누에고치에서 빼낸 건데 / 絲延不絶抽於蠶
겨울엔 여우 갖옷에 여름엔 홑옷을 입어라 / 冬而狐貉夏單衫
검고 흰옷이 주색 남색으로 수다히 변했네 / 緇素之變紛朱藍
욕심이 한번 발하면 다시 재우지 못하나니 / 欲心一發不再緘
비유하자면 / 譬物墜水羣辭涵
원재의 묵은 병통을 결단코 점칠 만하니 / 圓齋宿疾斷可占
그림자가 달 좇아 삼 인 이룸과 같았으리 / 如影逐月能成三
소년 시절엔 어사로 창고의 감독 겸하여 / 少年按部監倉兼
선악을 세밀히 가리고 시고 단 맛 알았네 / 細分姸醜知酸甘
산병과 석상에 수렴까지 서로 아울러서 / 山屛石床幷水簾
손 있으면 마시고 중 만나면 얘기 나눠라 / 有客則飮逢僧談
지상선의 별천지는 왜 그리 깊고 엄하며 / 地仙洞府何深嚴
광대한 바다 풍경은 어이 그리도 맑은고 / 海若風日何淸酣
위로는 학의 등에서 하늘을 볼 수 있고 / 上則鶴背天可瞻
아래로는 용의 턱에서 구슬도 따오리니 / 下則龍頷珠可探
왜 굳이 달 속에 들어가 두꺼비를 타리요 / 何須奔月更騎蟾
푸른 풀은 깔고 앉고 머리엔 꽃도 꽂는걸 / 碧草可藉花可簪
세간의 끈끈한 온갖 인연을 벗어 버리고 / 脫去世間膠漆粘
홍애 연문 선인들과 응당 함께 노니련다 / 洪涯羨門當共參
관청 사무 형벌 집행은 잗단 일일 뿐이요 / 簿書鞭扑直米鹽
당시의 뛰어난 흥취는 지금까지 즐긴다네 / 當時逸興今猶酖
거듭 놀잔 약속을 공은 모쪼록 지켜주오 / 重游一句公幸拈
때를 놓쳐서는 안 되니 서둘러 떠나세나 / 時不可失飛征驂
[주D-001]활활 …… 시작하고 : 《서 경(書經)》 낙고(洛誥)에 의하면 주공(周公)이 성왕(成王)에게 이르기를, “유자는 편당을 지어서 되랴. 유자가 편당을 지으면, 장차 불이 처음엔 살살 타오르다가 그 활활 타는 것이 점차 번져서 마침내 끌 수 없게 되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孺子其朋 孺子其朋 其往 無若火始燄燄 厥攸灼 敍弗其絶]”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악(惡)을 시초에 제거하지 않으면 커져서 마침내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됨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2]비유하자면 : 이 구절의 원문 ‘譬物墜水群辭涵’은 필시 오자(誤字)가 있는 듯하여 우선 번역에서 제외하였다.
[주D-003]그림자가 …… 같았으리 : 이 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시에, “꽃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갖고, 친한 이도 없이 홀로 마시는데,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그림자 마주해 삼 인을 이루었네.[花間一壺酒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산병(山屛)과 …… 아울러서 : 산병은 산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 있는 것을 말하고, 석상(石牀)은 돌이 마치 와상처럼 판판한 것을 말하며, 수렴(水簾)은 물이 마치 주렴(珠簾)처럼 드리워 쏟아 내리는 폭포를 말한다.
[주D-005]위로는 …… 있고 : 학(鶴)은 본디 신선(神仙)이 타고 다니는 것이므로, 전하여 신선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듯 산천 경계를 자유로이 유람하고픈 뜻으로 한 말이다.
[주D-006]아래로는 …… 따오리니 : 《장 자(莊子)》 열어구(列禦寇)에, “천금 같은 구슬은 반드시 깊은 못 속에 숨어 있는 검은 용의 턱 밑에 있는 것이다.[夫千金之珠 必在九重之淵 而驪龍頷下]” 한 데서 온 말인데, 전하여 천금 같은 구슬이란 곧 뛰어난 문장(文章)을 의미한다.
[주D-007]왜 …… 타리요 : 전설에 의하면, 유궁 후예(有窮后羿)의 아내 항아(姮娥)가 일찍이 유궁 후예가 서왕모(西王母)에게서 얻어 온 불사약(不死藥)을 훔쳐 먹고 달 속으로 들어갔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8]홍애 연문(洪涯羨門) : 홍애는 황제(黃帝) 때의 선인(仙人) 이름이고, 연문은 역시 고대 선인이었던 연문자고(羨門子高)를 가리키는데, 진 시황(秦始皇)이 일찍이 동해(東海)가를 유람하면서 연문자고 등의 선인을 찾았다고 한다.
감진색(監進色)이 와서 청하기에 가니, 이 삼재(李三宰)와 권 상의(權商議)가 또 왔다. 함께 문자(文字)를 상의하면서 술을 서로 권하였는데, 나는 병 때문에 누차 사양했으나 또한 취해 돌아와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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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중에 한가함 구한 게 이미 맘에 맞거니 / 病裏求閑已稱心
어찌 성시건 산림이건 논할 것이 있으랴 / 何論城市與山林
누가 능히 초고를 만들고 수식을 하리요 / 誰能草創仍修飾
나는 본디 미치광이라 시나 읊을 뿐이네 / 我自顚狂只詠吟
아직 남은 꽃들은 화창한 기운 머금었고 / □□餘花含淑氣
석양의 가변 연기는 엷은 그늘 놀리는데 / 淡煙斜日弄微陰
돌아온 뒤에도 술기운이 아직 훈훈하여 / 歸來□□猶醺骨
조용히 앉아 향 사르고 거문고를 타노라 / 靜坐焚香獨鼓琴
[주D-001]누가 …… 하리요 : 공 자(孔子)가 이르기를, “외교 문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는 비심이 초고를 만들고, 세숙이 이것을 토론하고, 행인인 자우가 이를 수식하고, 동리의 자산이 이를 윤색하였다.[爲命 裨諶草創之 世叔討論之 行人子羽修飾之 東里子産潤色之]” 한 데서 온 말로, 즉 외교 문서의 작성을 의미한다. 《論語 憲問》
우연히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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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된 오늘엔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라 / 政堂今日鬧如雲
중대광 품계는 유독 무리에 뛰어나지만 / 重大匡階獨出群
영관 우문은 더더욱 두드러진 광영인데 / 領館右文尤表表
현릉의 비석 위엔 저녁 해가 비치는구나 / 玄陵碑上照斜曛
현릉의 누운 비석에 이끼가 끼려 하여라 / 玄陵碑臥欲生苔
삼행을 남기기도 또한 어려운 일이로다 / 留得三行亦強哉
각자를 다해갈 제 옛 관작이 복구됐으니 / 刻字欲完還舊爵
목옹은 길이 휘파람 불며 돌아갈 만하네 / 牧翁長嘯可歸來
병든 나머지에 출처는 하늘에 맡겼지만 / 病餘行止付蒼天
봉류로 만족했던 옛 현인이 생각나누나 / 知足封留憶古賢
어찌 동해 가의 산천을 구경하지 않으랴 / 盍往觀乎東海上
내 일생엔 오직 산천 구경이 부족했는걸 / 我生唯欠賞山川
[주D-001]영관우문(領館右文) …… 광영인데 : 이때 저자가 우문관 대제학(右文館大提學), 영예문춘추관사(領藝文春秋館事)가 되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삼행(三行) : 불교 용어인 삼업(三業)과 같은 것으로,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을 말하는데, 이는 곧 신체의 동작, 언어와 의지의 작용을 의미한다.
[주D-003]봉류(封留)로 …… 현인(賢人) : 옛 현인이란 바로 장량(張良)을 가리킨다. 장량이 일찍이 한 고조(漢高祖)를 도와서 천하를 통일하고 유후(留侯)에 봉해지고 나서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세 치의 혀[三寸舌]로써 제자(帝者)의 스승이 되어 만호(萬戶)에 봉해지고 열후(列侯)가 되었으니, 이는 포의(布衣)에게 극도의 영광으로서 나에게는 더 없이 만족할 뿐이다. 이제는 인간의 일을 다 버리고 적송자(赤松子)을 따라서 노닐고 싶을 뿐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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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봄 다했단 말 듣고 애써 산 올라라 / 忽聞春盡強登山
이 늙은이 풍류가 천지간에 넘치는구나 / 此老風流溢兩間
목은 늙은이 오늘 흥취를 그 누가 알꼬 / 誰識牧翁今日興
백척의 높은 누각이 세상을 압도하는걸 / 高樓百尺壓塵寰
옷 잡혀 술 사 마시니 정신은 통창하고 / 典衣沽酒精神暢
두건 젖혀서 바람 쐬니 기상은 한가롭네 / 岸幘臨風氣像閑
더구나 주인이 정역을 달려 접대하거니 / 況有主人馳鄭驛
곤드레 취해 밤에 오기를 감히 사양하랴 / 敢辭泥醉夜深還
[주D-001]옷 …… 통창하고 : 두보(杜甫)의 〈곡강(曲江)〉 시에, “퇴청하는 대로 날마다 봄옷을 전당 잡혀, 매일 강 머리에서 실컷 취해 돌아오네.[朝回日日典春衣每日江頭盡醉歸]”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정역(鄭驛)을 달려 접대하거니 : 한 (漢)나라 때 정당시(鄭當時)가 빈객(賓客) 접대하기를 매우 좋아하여 그가 태자 사인(太子舍人)으로 있을 적에 매양 휴일을 만날 때마다 항상 장안(長安)의 여러 교외(郊外)에 역마(驛馬)를 비치해 두고 빈객을 초대하여 접대했던 데서 온 말이다.
정 부(正夫) 박 선생(朴先生)이 밀성(密城)에서 오자, 같은 마을의 상당군(上黨君) 한 선생(韓先生)이 주식(酒食)을 마련하여 그를 위로하는데, 나 또한 이 마을에 새로 우거(寓居)하는 사람이라서 약소한 예물(禮物)을 가지고 그 자리에 참석하여 취한 뒤에 읊어서 바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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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을 사람은 정리가 돈독거니와 / 同里情懷熟
사문이라면 골육처럼 친하고말고 / 斯文骨肉親
다스려진 세상 생각함을 잘 알거니 / 已知思理世
더구나 봄도 얼마 남지 않았음에랴 / 況是欲殘春
밥상 위엔 음식이 겹겹이 놓이고 / 案上盤飡疊
술동이의 술맛은 진하기도 해라 / 樽中酒味醇
누구를 좇아 마음 자취 분변할꼬 / 從誰辨心迹
속세임에도 티끌 하나 없음일세 / 人境絶纖塵
송산(松山)에 올라 노송(老松)을 보고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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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나무는 송산에 가득한데 / 稚松滿松山
늙은 소나무도 약간 보이는구나 / 老松猶若干
절벽에 임해서도 사는 건 평온하고 / 臨崖生得穩
사람과 가까우나 부여잡긴 어렵네 / 近人攀却難
갖춘 형체는 비이슬로 멱을 감고 / 具形沐雨露
타고난 성은 차고 더움 경멸하는데 / 稟性輕炎寒
천명을 알면서도 복을 구하는 내가 / 知命尙求福
소나무 대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네 / 對之羞滿顔
앉아서 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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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훌쩍 날아가 해상에서 노닐 제 / 夢裏飄然海上游
우뚝한 일만 산봉우리에 눈빛은 하얀데 / 崔嵬雪色萬峯頭
솔바람 소리 물소리가 비웃는 듯하여라 / 松聲水響如嘲笑
심하도다 선생의 몸 자유롭지 못함이여 / 甚矣先生不自由
한 와상 맑은 바람에 잠을 막 깨어 보니 / 一榻淸風睡破初
백발 늙은이 여전히 내 집에 누워 있네 / 皤然依舊臥吾廬
꿈속에 비웃던 소리 아직 귀에 쟁쟁해라 / 夢中嘲笑猶盈耳
세속의 형상 때낀 몰골이 다 유여하구려 / 俗狀塵容儘有餘
꿈이냐 아니냐는 우선 논할 것도 없이 / 夢也非邪且勿論
예로부터 망경이 그게 바로 진원이라 / 由來妄境卽眞源
꾀꼬리 우는 푸른 그늘 고요한 창문이 / 綠陰黃鳥軒窓靜
완연히 유마거사의 불이문 같네그려 / 宛似維摩不二門
[주D-001]망경(妄境)이 …… 진원(眞源)이라 : 망경은 불교 용어로, 즉 망심(妄心)이 일어나는 허망 부실(虛妄不實)한 경계를 말하고, 진원은 곧 본성(本性)을 의미한다.
[주D-002]유마거사(維摩居士)의 불이문(不二門) : 불 이문은 불교 용어인 입불이법문(入不二法門)의 준말로 즉 모든 법이 둘이 아닌 법문에 증입(證入)한다는 뜻이다. 유마거사는 석가(釋迦)의 속제자(俗弟子) 유마힐거사(維摩詰居士)로 석가가 설법(說法)할 적에 병을 핑계로 법회(法會)에 나가지 않자 석가가 문수보살(文殊菩薩) 등을 보내어 문병하였는데, 문수보살이 “어떤 것이 보살(菩薩)의 입불이법문입니까?” 하니, 유마힐이 묵묵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므로, 문수보살이 크게 깨달아 “아무런 문자나 언어도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참으로 입불이법문이로다.”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다만 조용히 혼자 있는 처지를 유마거사의 방장(方丈)에 빗대서 한 말이다.
200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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