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작성편(雀聲篇) |
|
짹짹 다시 또 짹짹 / 査査復査査
나무 위에서는 새들이 짹짹 지저귀고 / 樹頭雀噪聲査査
창 새에서는 거미가 줄을 길게 얽으니 / 窓間喜子抽絲長
위아래가 향 연기와 더불어 비스듬한데 / 上下政與香煙斜
백발의 주인은 옷깃 여미고 앉았노라니 / 主人白髮整襟坐
마음이 깨끗하여 생각에 사특함 없구려 / 心地皎潔思無邪
오직 나이 이순에 못 이름이 짜증나서 / 唯嗔年未至耳順
귀와 눈을 가리고 중화를 생각하다가 / 塞聰收視思重華
생각 끝에 문득 이뤄지면 몹시 기쁘지만 / 思之忽成喜又喜
이윽고 사라져 버리면 탄식만 할 뿐이네 / 俄頃泮渙空嘆嗟
인간은 천작만큼 귀한 것이 없거니와 / 人間天爵貴無對
상제가 밝은 명을 나에게 내려 주었건만 / 帝有明命於我加
애영도 일생 동안 다 쓰지 못할 터이니 / 哀榮一生用不竭
희로애락으로 중화 이룸은 차치해야지 / 且置喜怒參中和
[주D-001]나이 …… 이름 : 공 자(孔子)가 말한 이순(耳順)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음을 의미한 말이다. 공자가 일찍이 “나는 육십 세에 귀가 순해졌다.[六十而耳順]” 하였는데, 그 주(註)에 “모든 소리가 귀에 들어오면 마음으로 통하여 어긋나거나 거슬림이 없는 것이니, 앎이 지극하여 생각하지 않아도 절로 깨달아지는 것이다.[聲入心通 無所違逆 知之之至 不思而得也]” 하였다. 《論語 爲政》
[주D-002]귀와 …… 생각하다가 : 귀 와 눈을 가린다는 것은 듣고 보는 것이 모두 마음에 거슬리어 모든 것을 듣고 보지 않는다는 뜻이고, 중화(重華)는 순(舜) 임금의 별칭인데, 순 임금은 사방의 모든 것을 조금도 거슬림이 없이 다 듣고 보았으므로 그를 생각한 것이다. 《서경(書經)》 순전(舜典)에 “사방의 문을 여시고, 사방으로 눈을 밝히시고, 사방으로부터 잘 들리도록 하셨다.[闢四門明四目 達四聰]” 하였다.
[주D-003]천작(天爵) : 천연적인 작위란 뜻으로, 도덕(道德)의 수양(修養)을 의미한다.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인의롭고 충신하며 선을 좋아하여 게을리하지 않음은 천작이다.[仁義忠信樂善不倦 此天爵也]” 하였다. 《孟子 告子上》
[주D-004]애영(哀榮) : 자공(子貢)이 공자를 일러 “살아서는 세상이 다 그를 존경하고, 죽어서는 세상이 다 그를 슬퍼하나니, 어떻게 그분에게 미칠 수 있으리요.[其生也榮 其死也哀 如之何其可及也]”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張》
[주D-005]희로애락으로 중화(中和) 이룸 : 자 사(子思)가 이르기를 “희로애락이 발하기 이전을 중이라 하고, 발하여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하나니, 중은 천하의 대본이요, 화는 천하의 달도이다.[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한 데서 온 말이다. 《中庸章句 第1章》
느낌이 있어 읊다. |
|
병든 나머지 몸과 세상 모두가 귀찮아라 / 病餘身世兩蘧蘧
백발이 이제는 두어 길 남짓이나 자랐네 / 白髮如今數丈餘
호기야 언제 첩으로 말을 바꾸었던가만 / 豪氣何曾妾換馬
도심은 되레 자네가 물고기 아님과 같다오 / 道情還似子非魚
구름 연기는 침침해라 푸른 산을 뒤덮고 / 雲煙暗淡埋靑嶂
수목들은 들쭉날쭉 푸른 하늘 가닿았네 / 樹木參差際碧虛
합공의 청정한 곳을 배우려고 했었건만 / 欲學蓋公淸淨處
노쇠하여 내 초심 저버린 게 가련하구나 / 自憐衰老負吾初
[주D-001]백발이 …… 자랐네 : 걱정을 많이 함으로 인하여 흰머리가 길게 자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백(李白)의 〈추포음(秋浦吟)〉에 “백발이 삼천 길이나 된 것은, 시름 때문에 이렇게 자란 거라네.[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하였다. 《李太白集 卷7》
[주D-002]호기(豪氣)야 …… 바꾸었던가만 : 후 위(後魏) 때 조창(曹彰)이 자못 호기가 있었는데, 한번은 우연히 준마(駿馬) 한 필을 보고는 대단히 좋아하여 그 주인에게 말하기를 “나에게 미첩(美妾)들이 있어 그 말과 바꾸어줄 수 있으니, 그대가 미첩을 고르기만 하라.” 하자, 그 주인이 미첩 한 사람을 가리키므로, 조창이 드디어 그 미첩을 주고 그 말을 바꾸어 왔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도심(道心)은 …… 같다오 : 장 자(莊子)가 그의 친구 혜자(惠子)와 함께 호량(濠梁) 위에서 노닐 적에 장자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나와서 조용히 놀고 있으니, 저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네.[鯈魚出游從容 是魚樂也]”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단 말인가.[子非魚 安知魚之樂]” 했던 데서 온 말이다. 《莊子 秋水》
[주D-004]합공(蓋公)의 청정(淸淨)한 곳 : 한 효혜제(漢孝惠帝) 때 조참(曹參)이 제(齊)의 승상(丞相)으로 있으면서 그곳의 수많은 유자(儒者)들을 불러 백성을 안집(安集)시키는 방도를 자문한 결과 사람마다 말이 각각 달라서 결정을 짓지 못하다가, 교서(膠西)에 사는 합공이란 이가 황로(黃老)의 글에 통했다는 말을 듣고 후폐(厚幣)를 갖추어 그를 초청하여 치도(治道)를 자문하였는데, 합공이 백성 다스리는 방도는 오직 청정(淸淨)하게 하여 백성이 스스로 안정되게 하는 것이 귀중하다는 등의 말을 갖추 진술하자, 조참이 그대로 따라서 백성을 다스린 결과 마침내 제나라 백성이 크게 안집되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39 曹參傳》
봉선(鋒禪)이란 중을 위하여 인암(刃菴)에 제(題)하다. |
|
한 줄기 가을 물 같은 멀금한 서슬 / 一條秋水寒
늠름한 위력은 노간을 꺾을 만한데 / 凜然摧老姦
세상이 태평하여 쓸 곳이 없는지라 / 太平無用處
흰 구름 끝에 조용히 걸려 있네그려 / 掛在白雲端
밤에 읊다. |
|
바람 소리에 등불 재는 떨어지고 / 風聲燈落燼
밤비 내리어 잠자리는 선선한데 / 夜雨席生涼
잠 못 이뤄라 고향은 멀기만 하고 / 夢短鄕山遠
몸이 쇠하니 약물은 좋기만 하네 / 身衰藥物良
위진 시대의 청담일랑 사절하고 / 淸談辭魏晉
회고의 정이 요순을 상상하노니 / 古意想虞唐
어떻게 하면 세속의 누를 없애서 / 何以消塵累
가을빛이 초당에 가득도록 할꼬 / 秋光滿草堂
쓸쓸함은 서늘한 기운을 감싸고 / 凄凄擁涼氣
캄캄함은 나무 그늘을 압도하네 / 漠漠壓枝陰
새매처럼 맹격하길 기대해야지 / 可竢鷹鸇擊
귀뚜라미 소리를 어찌 따를쏜가 / 寧從蟋蟀吟
이슬 방울은 혜초 잎에 드리우고 / 露團垂蕙葉
실바람은 소나무 숲에 불어오네 / 風細動松林
세속 밖에 벗어나고자 한 것은 / 欲出物之表
오직 깨끗한 이 한 마음이로다 / 洒然方寸心
[주D-001]위진(魏晉) 시대의 청담(淸談) : 위진 시대에 노장(老莊)의 학문을 숭상하여 현리(玄理)를 담론하던 기풍(氣風)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위나라 하안(何晏), 하후현(夏侯玄), 왕필(王弼) 등에게서 비롯되어 진나라 왕연(王衍) 등에 이르러서 더욱 성했다고 한다.
추일(秋日) |
|
가을빛은 한창 시야 속에 깊어 가는데 / 秋色方深顧盻中
뜰에 지팡이 짚어 쇠한 몸 붙드노라니 / 小庭扶杖立衰翁
석류는 열매 익어 붉은 해가 떠오른 듯 / 石榴結實紅浮日
배나무는 꽃 피어 흰빛이 창공 비추네 / 梨樹開花白映空
하늘의 용심이야 누가 능히 헤아리랴만 / 天公用意誰能料
세도에 맘 쓰는 건 내 스스로 궁하구나 / 世道關心我自窮
곧장 도를 좇아 세속 밖에 노닐고파라 / 直欲谷神游物表
형체 잊으면 간 곳마다 이상세계일 테니 / 忘形到處是鴻濛
홀로 읊다. |
|
동물과 식물이 종류는 서로 멀지만 / 動植雖疎闊
서로 의지함엔 절로 방도가 있나니 / 相須自有方
눈먼 거북은 물에 뜬 나무를 만나고 / 盲龜値浮木
옴 오른 말은 마른 버들을 얻는다네 / 疥馬得枯楊
보국할 마음은 청천백일 같건만 / 報國心如日
은퇴할 귀밑털은 백발이 성성하니 / 歸田鬢欲霜
어떻게 하면 나의 숙원을 이루어 / 何當償宿願
깨끗하게 남은 세월을 보낼거나 / 蕭洒送流光
[주D-001]눈먼 …… 만나고 : 불 가(佛家)의 말로, 사람의 몸을 받아서 세상에 태어나거나, 불법(佛法)을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잡아나함경(雜阿那含經)》에 의하면, 세존(世尊)이 여러 비구(比丘)에게 고하기를 “무량겁(無量劫)을 산 눈먼 거북 한 마리는 백 년 만에 한번씩 물 위에 머리를 내밀고, 바닷물 위에는 구멍이 하나만 뚫린 채 동서남북으로 정처 없이 떠다니는 나무 하나가 있는데, 백 년 만에 머리를 한번 내미는 이 거북이 때맞춰 이 나무의 구멍을 만나 그 나무 위에 타고 오를 수 있겠느냐?……눈먼 거북이 떠다니는 나무를 만나기는 비록 어렵기는 하나 혹 만날 수도 있지만, 어리석은 범부(凡夫)들이 오취(五趣)에 표류하다가 죽어서 다시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기란 저 거북이 떠다니는 나무 만나기보다도 더욱 어려운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옴 …… 얻는다네 : 《오 등회원(五燈會元)》에 의하면 한 중이 인악 선사(仁岳禪師)에게 묻기를 “일대장경(一大藏經)은 모두가 명언(名言)인데, 이 명언을 떠나서 어떻게 가르치시렵니까?” 하니, 선사가 대답하기를 “옴이 올라서 몸이 가려운 말은 마른 버드나무에 몸을 비비는 것이다.[癩馬揩枯柳]”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
사립문은 적막하게 산 마주해 열렸는데 / 柴門寂寞對山開
추풍에 외로이 앉아 낚시터를 생각할 제 / 兀坐秋風想釣臺
천길의 소나무는 푸른 하늘에 치솟고 / 松樹千尋凌碧漢
두어 점 배 꽃은 푸른 이끼에 떨어지네 / 梨花數點落蒼苔
유유히 날 보내는데 도리어 일은 많아라 / 悠悠送日還多故
허공에 돌돌을 쓴 게 또 그 몇 번이던고 / 咄咄書空又幾回
흉중은 맑게 씻어 어찌 그리 초탈한가만 / 淨盡胸中何脫洒
붓 빼들면 높은 재주 없어 한스럴 뿐이네 / 抽毫祗恨乏長才
[주D-001]허공에 …… 게 : 진(晉)나라 때 은호(殷浩)가 조정에서 쫓겨난 이후로는 집에 있으면서 온종일 허공에다 ‘놀랄 만한 기괴한 일’이란 뜻의 돌돌괴사(咄咄怪事) 네 글자만 쓰고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광가(狂歌) |
|
소년 시절 내 얼굴은 마치 연꽃 같았는데 / 少年顔色如芙蓉
호걸들 서로 겨룰 때 왜 그리도 태연했던고 / 英豪競逐何從容
늘그막엔 쓸쓸히 문밖을 나가지 않으니 / 老來索寞不出戶
깨끗하게 우뚝 섰는 남산의 소나무 같구려 / 獨立蕭洒南山松
초연히 꿇어앉아 태고 속으로 들어가서 / 峭然危坐入太素
손으로 일월을 놀리고 육룡을 달리노라니 / 手弄日月馳六龍
유순한 직녀는 또한 일곱 번을 옮겨 다니며 / 婉婉織女亦七襄
찬란한 문장 제때에 이뤄 나에게 바쳤는데 / 燦爛及時成報章
잠깐 새에 속된 생각이 또 떼 지어 이르자 / 須臾塵慮又麕至
슬프다 깨끗한 달이 흐린 물에 빠져드누나 / 哀哉皎月投濁水
달은 볼 수 있고 물은 맑아질 수도 있건만 / 月可見兮水可淸
나의 한 치 가슴속은 어느 때나 평정될꼬 / 吾之方寸何時平
마음이 평정되면 만사 또한 평정될 터이라 / 心平萬事亦當平
한 곡조 미친 노래에 무한한 정 부치노라 / 一曲狂歌無限情
[주D-001]유순한 …… 바쳤는데 : 《시 경(詩經)》 소아(小雅) 대동(大東)에 “발돋움하는 저 직녀는, 온종일 일곱 번을 옮겨 가네. 일곱 번을 옮기긴 한다마는, 내게 바칠 문장을 못 이루도다.[跂彼織女 終日七襄 雖則七襄 不成報章]” 한 데서 온 말로, 이 시의 뜻은 곧 이름은 직녀(織女)이지만 베를 짜내지 못한다 하여 하늘을 우러러 호소한 것인데, 여기서는 그 반대의 뜻으로 인용하였다.
일을 기록하다. |
|
벙어리 애가 땀 뻘뻘 흘리며 동산엘 달려가 / 啞童流汗走東山
밤 주워 와서 내 책상 사이에 올려놓누나 / 拾栗來呈几案間
아이 얼굴 보니 제 마음속을 알 만하여라 / 見面可知心所語
공께선 무병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란 거지 / 願公無病且安閑
육언(六言) 3수(三首) |
|
밤비는 등잔불에 처량하게 비치고 / 夜雨淒迷燈火
가을바람은 천원을 세차게 쓰는데 / 秋風迅掃川原
늘그막엔 속된 생각 한꺼번에 잊고 / 老境頓忘塵慮
궁년토록 홀로 사립문 닫고 있노라 / 窮年獨掩柴門
색은이야 옥해만 한 게 없거니와 / 索隱無如玉海
발미로는 다시 천원을 추향하노라 / 發微還向天原
회상컨대 당년엔 몹시도 미쳤었지 / 回首當年狂甚
어찌하여 제국에 비파 갖고 갔던고 / 奈何操瑟齊門
덕행은 공자의 도에 방불하고요 / 德行依稀孔道
문장은 한유의 원도에 비치어라 / 文章照耀韓原
사람들이 다 상국이라 일컫거니와 / 有口皆稱相國
출신은 원래 익재 선생 은혜 입었네 / 出身元荷恩門
[주D-001]옥해(玉海) : 송(宋)나라 때의 경학자(經學者)인 왕응린(王應麟)이 찬(撰)한 유서(類書)의 이름이다.
[주D-002]발미(發微)로는 …… 추향하노라 : 발미는 미묘(微妙)한 곳을 밝힌다는 뜻인데, 송(宋)나라 때 역학(易學)에 정통했던 포운룡(鮑雲龍)이 일찍이 《천원발미(天原發微)》를 저술했던바, 그것은 곧 《주역(周易)》에 의거하여 수리(數理)를 밝힌 것이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어찌하여 …… 갔던고 : 당 (唐)나라 때 진상(陳商)이란 사람이 세인(世人)들에게 맞지 않는 난해한 문장을 즐겨 썼으므로, 한유(韓愈)가 일찍이 그에게 답한 편지에서, 제왕(齊王)은 피리를 좋아하는데, 제나라에 벼슬을 구하는 이가 비파를 가지고 갔다가 3년을 있었는데도 등용되지 못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말하여, 세상과 맞지 않으면 아무리 유능하여도 쓰일 수 없다는 뜻으로 그에게 충고해 주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세상과 서로 맞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주D-004]한유(韓愈)의 원도(原道) : 원도는 한유가 지은 문장 제목인데, 그 내용은 유도(儒道)의 본원(本原)을 서술하고 노(老), 불(佛) 이가(二家)의 교(敎)를 극력 배척한 명문(名文)으로 일컬어진다.
성균관(成均館)을 생각하며 읊다. |
|
반수의 맑은 바람은 먼지도 안 일으키고 / 泮水淸風不起塵
만 그루 낙락장송은 명륜당을 옹위하네 / 長松萬樹擁明倫
현릉 때의 재상이 지금껏 탈 없이 있거니 / 玄陵宰相今無恙
제생들을 행여도 진(陳)에 있도록 하겠는가 / 肯使諸生或在陳
추정의 제육으로 음복의 예를 행하고 / 秋丁膰肉拜神休
스스로 헤아리니 내 평생은 허망도 해라 / 自揆平生甚謬悠
다행히도 동료가 아직 그 자리에 있기에 / 幸是同僚猶在席
오랜 병에 백발 된 걸 응당 가여워했으리 / 應憐久病雪蒙頭
태학의 세월이라 소년 시절 기억하노니 / 璧水光陰記少年
빙 두른 팔재에 글 읽는 소리 이어질 제 / 八齋環列誦聲連
당에 올라 찌 뽑아 강하기 가장 두려웠으니 / 升堂最怕抽籤講
발음이 틀려 뜻을 전하지 못한 때문이었네 / 爲是音訛意莫傳
당시의 다른 이들은 다 참다운 유자였기에 / 當時諸子摠眞儒
정미한 곳 설파하여라 어찌 머뭇거리랴만 / 說到精微肯囁嚅
유독 이 목은 늙은이는 길이 입을 닫고서 / 獨有牧翁長閉口
마른 나무 등걸처럼 중당에 우뚝 앉았었네 / 中堂兀坐似枯株
제생을 교양하는 게 다른 까닭이 있으랴 / 敎養諸生豈有他
중화로써 풍화를 전파하게 하려 함일세 / 欲令風化播中和
금릉의 왕기가 이미 하늘 뜻을 돌렸거늘 / 金陵王氣回天意
강의 소리만 괜히 황하를 터내린 듯하였네 / 講舌徒然似決河
[주D-001]진(陳)에 있도록 : 굶 주리는 곤경(困境)을 의미한다. 공자가 일찍이 위(衛)나라를 떠나 진(陳), 채(蔡)의 사이에 있을 적에 초(楚)나라에서 사자(使者)를 보내 공자를 초빙하려 하자, 진, 채의 대부(大夫)들이 공자가 초나라에 등용되면 자기들의 비행이 알려질 것을 염려한 나머지, 공자 일행을 들판에서 포위하여 오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마침내 양식이 떨어져 종자(從者)들이 병이 나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되었던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47 孔子世家》
[주D-002]추정(秋丁) : 중추(仲秋) 즉 8월의 첫째 정일(丁日)을 가리키는데, 중춘(仲春) 즉 2월의 첫째 정일과 함께 1년에 두 차례씩 공자의 문묘(文廟)에 석전(釋奠)을 올렸으므로, 즉 가을 석전을 이른 말이다.
[주D-003]제생(諸生)을 …… 함일세 : 중 화(中和)는 시편(詩篇)의 이름이다. 한 선제(漢宣帝) 때 익주 자사(益州刺史) 왕양(王襄)이 천자의 풍화(風化)를 천하에 전파하기 위하여 왕포(王褒)로 하여금 한덕(漢德)을 칭송하는 중화(中和), 낙직(樂職), 선포(宣布) 등의 시를 짓게 한 다음, 당시 태학생(太學生)이던 하무(何武) 등을 시켜 녹명시(鹿鳴詩)의 가락에 의거하여 태학에서 이 시를 노래하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64 王褒傳》
[주D-004]금릉(金陵)의 …… 돌렸거늘 : 금 릉은 지금의 남경(南京)이다. 전국 시대 초 위왕(楚威王)이 일찍이 이곳에 금(金)을 묻어서 왕기(王氣)를 진압했기 때문에 금릉이라 이름한 것인데, 여기서는 당시 명(明)나라가 남경에 도읍하였으므로 이미 명나라의 천하가 되었음을 의미한 말이다.
스스로 기술하다. |
|
사월에 형체 부쳐 춘주에 즐겨 논다는 게 / 寄形沙月戲春洲
이태백의 쌍백구 한 편 시의 뜻인데 / 太白一篇雙白鷗
기심 잊어 물아 없는 데 좋이 이르렀어라 / 恰到忘機無物我
지금까지도 그 호기가 중주를 뒤덮고말고 / 至今豪氣蓋中州
[주D-001]사월(沙月)에 …… 뜻인데 : 이 백(李白)의 〈고풍(古風)〉에 “물장구 치는 한 쌍의 백구가, 창강 물 위에 울며 날며 하누나. 의당 해상인과 친할 터이지, 어찌 저 운학과 짝하리요. 형체 부쳐 백사장 달빛 아래 자고, 꽃을 따라 봄 물가에 즐겨 노니네. 내 또한 마음을 깨끗이 씻었거니, 기심 잊고 너를 따라서 노닐란다.[搖裔雙白鷗 鳴飛滄江流 宜與海人狎豈伊雲鶴儔 寄形宿沙月 沿芳戲春洲 吾亦洗心者 忘機從爾遊]” 한 데서 온 말이다. 《李太白集 卷1》
남쪽 교외(郊外)의 옛 놀이를 기억하다. |
|
병들기 전 행락을 영영 다시 못 누릴레라 / 病前行樂苦難追
어느 비 갠 밤 남쪽 교외서 묵던 때이로세 / 夜宿南郊雨霽時
저녁 새는 고궁 숲 바람 속에 서로 부르고 / 暝鳥呼風故宮樹
물고기는 적전의 못 햇빛 물결에 뛰놀고요 / 晴魚跳日藉田池
화살 메긴 늙은 장수는 매 앞에 다가서고 / 彎弓老將鷹前立
술통 짊어진 억센 종은 말 뒤를 따랐었지 / 佩酒豪奴馬後隨
문득 지금 또 급해진 가을 소리를 들으니 / 忽聽秋聲今又急
백발로 우뚝이 앉아 깊은 생각에 젖어드네 / 白頭危坐政沈思
양벽운(楊碧雲) 노선생(老先生)의 시운(詩韻)에 차하다. |
|
가을바람 소슬함은 인정을 촉발시키지만 / 秋風蕭瑟觸人情
몸은 앉은뱅이 중 같아 다닐 수가 없구려 / 身似浮屠躄不行
괴이한 일 허공에 많이 쓴 게 믿겨워라 / 頗信書空多怪事
공연히 세상 놀래킨 헛된 이름만 있었네 / 謾敎驚世有虛名
동남쪽 큰 바다는 삼한 땅에 가깝거니와 / 東南大海三韓近
서북쪽 먼 하늘엔 만고에 맘 기울였다오 / 西北長天萬古傾
분잡스런 영욕이 참으로 한순간이라서 / 榮辱紛紛眞瞥眼
백발에 붓 휘둘러 평생사를 적어보노라 / 白頭揮筆寫平生
늙어서 회포 말한 게 본정이 아닌 듯해라 / 老去言懷似不情
한가한 문에 온종일 놀러다닌 얘기만 하네 / 閑門終日說游行
물이 밤낮 흐름은 도를 밝힐 만하거니와 / 水流晝夜堪明道
산에 있는 신선은 다 이름을 얻었고말고 / 山有神仙摠得名
연기 밖의 푸른 평원은 정히 사랑스럽고 / 政愛草茵煙外展
빗속에 기울어진 연잎은 아직도 어여뻐라 / 尙憐荷蓋雨中傾
인간 가는 곳마다 어디나 의탁함직하건만 / 人間到處堪棲托
연래에 너무 야윈 몸이 한스러울 뿐이네 / 只恨年來太瘦生
[주D-001]괴이한 …… 게 : 진(晉)나라 때 은호(殷浩)가 조정에서 쫓겨난 이후로는 집에 있으면서 온종일 허공에다 ‘놀랄 만한 기괴한 일’이란 뜻의 돌돌괴사(咄咄怪事) 네 글자만 쓰고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물이 …… 만하거니와 : 공 자가 일찍이 냇가에서 흐르는 물을 가리켜 이르기를 “가는 것이 이와 같은저.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逝者如斯夫 不舍晝夜]” 하였는데, 이는 곧 잠시도 멎지 않는 도체(道體)의 본연(本然)을 말한 것이므로 이른 말이다. 《論語 子罕》
금강산(金剛山)의 중이 와서 말하기를 “금년 가을에 산중(山中)에서는 모두 선생(先生)이 반드시 오시리라고 말한다.”고 하므로, 한번 웃고 나서 세 수를 읊어 이루다. |
|
가정께선 당일 관동 산천에 심취하시어 / 稼亭當日醉關東
하늘 치솟은 눈빛을 일목에 담았었는데 / 雪色攙天一覽中
가장 한스러움은 병들어 그 행적 못 잇고 / 最恨病軀難繼跡
헛되이 오십이 세의 나이만 먹었음일세 / 虛過五十二秋風
선군(先君)께서 52세 되시던 때에 이 산을 유람하셨는데, 내가 지금 52세가 되었으므로 한 말이다.
아득한 한산은 바다 동쪽에 자리했는데 / 渺渺韓山在海東
내 또한 상국 제과에 당당히 급제하여 / 題名上國桂林中
봉군되고 국록 먹으며 참 잘도 지내건만 / 封君食祿從容甚
고상한 놀이만 선군 풍도를 못 잇네그려 / 只欠高游繼父風
듣자니 강남에서 절동에 이르기까진 / 聞說江南至浙東
행인들이 가마 안에 앉아서 읊는다는데 / 行人坐嘯笋輿中
여기 중 찾는 곳곳엔 장송에 비가 오고 / 尋僧處處長松雨
벗 찾는 집집마다엔 버들 바람이 분다네 / 訪友家家垂柳風
[주D-001]가정(稼亭)께선 …… 담았었는데 : 바 로 저자의 아버지인 가정 이곡(李穀)이 일찍이 천마령(天磨嶺) 위에서 금강산(金剛山)을 바라보며 지은 시에 “하늘 치솟은 눈빛이 신명한 광채 발하여, 천자께서 해마다 향을 내리는구나. 한번 바라보고 평생 소원 이미 이루었거니, 굳이 깊은 곳 승상에 앉았을 것 없고말고.[攙天雪色放神光 天子年年爲降香 一望平生心已了 不須深處坐繩牀]” 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稼亭集 卷19》
가을밤에 짓다. |
|
가을바람이 밤마다 높은 숲을 떨쳐대니 / 秋風夜夜拂高林
나도 모르게 언뜻 나그네 맘이 동하누나 / 不覺翛然動客心
공업은 못 이룬 채 머리는 다 세었거늘 / 功業難成頭似雪
돌아갈 결심 못 한 건 가진 게 없음일세 / 歸休未決手無金
풀벌레 우는 달밤엔 길이 베개 베고 눕고 / 草蟲伴月長欹枕
기럭 소리 서릿바람엔 홀로 이불을 덮네 / 塞雁拖霜獨擁衾
해 뜨면 일 생기는 게 되레 흥미가 있어라 / 日出事生還有味
봉장작희로 세속과 응수함직하니 말일세 / 逢場作戲可浮沈
[주D-001]봉장작희(逢場作戲) : 《전 등록(傳燈錄)》에 “막대기를 몸에 지니고 장소에 따라 유희를 펼친다.[竿木隨身 逢場作戲]” 한 데서 온 말로, 원래의 뜻은 사장(師匠)이 학인(學人)을 교화하는 데 있어 자유자재로 펼치는 기략(機略)에 비유한 것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세속에 따라 임기응변하는 뜻으로 쓰였다.
벙어리 아이를 두고 읊다. |
|
매우 총명함은 자랑할 만도 한데 / 可誇聰惠甚
다만 일 부리기 어려움이 꺼려워라 / 只憚指揮難
흑백은 오로지 눈에 의거하지만 / 白黑全憑眼
황급할 적엔 심중을 토하려 하네 / 蒼黃欲吐肝
청소하고는 항상 멀리 피해 있고 / 掃塵恒避遠
밤을 주울 땐 추운 줄도 모르누나 / 拾栗不知寒
밥 먹고 살며 몸 편히 하는 꾀는 / 糊口安身計
꼭 영락없는 교활한 늙은이로세 / 依然是老奸
일을 기록하다. |
|
오랜 비에 담장 무너져 안팎이 통하는지라 / 久雨牆頹內外通
공이로 땅땅 다져 서둘러 담을 쌓다 보니 / 登登補築競催功
누가 알았으랴 사방 팔면이 탁 터진 곳에 / 誰知八面虛明處
이 태평세월 노쇠한 늙은이가 사는 줄을 / 著此太平衰老翁
광대한 푸른 하늘엔 밝은 태양이 운행하고 / 淡蕩碧空行白日
너울너울 푸른 숲은 맑은 바람을 일으키네 / 婆娑綠樹起淸風
아무것 없는 가난 속에 마음만은 한적해 / 家貧無物心閑適
멀고 아득한 고금이 한번 웃는 사이로다 / 今古悠然一笑中
추풍가(秋風歌) |
|
가을바람이 나에게 맑은 정신 더해 주고 / 秋風與我添精神
나의 병골에 불어 고통 또한 덜어 주니 / 吹我病骨除酸辛
눈동자가 새매 눈처럼 반짝반짝해져 / 眼睛閃鑠似霜鶻
우주에 회포 부치니 어찌 그리 초연한고 / 寄懷宇宙何超忽
바람은 과연 그 어드메로부터 오는가 / 風之來兮自何許
일천 산 어둑어둑한 해 지는 곳이로세 / 千山蒼然日所沒
아스라한 대지엔 먼지 하나 안 날리고 / 茫茫大地微塵絶
광대한 하늘엔 구름 한 점 끼지 않아서 / 蕩蕩大虛纖靄滅
월굴을 마찰하여 계수 열매 살찌우고 / 應磨月窟桂子成
높은 절벽 부닥쳐 혜초 꽃도 맺게 하네 / 却觸雲崖蕙花結
무성한 초목들은 모두 정영을 거두어서 / 草榮木華斂精英
꽃피고 열매 익어 생성을 마무리하누나 / 秀而就實終生成
성인이 하늘 뜻 이어 예악을 제정하사 / 聖人繼天制禮樂
왕의 부족함 보좌하여 상형을 내리었고 / 化所不逮垂象刑
사흉을 제거하고 삼묘를 감복시켰거니와 / 四兇去兮三苗服
요순의 제위 선양은 어찌 그리 정명했던고 / 堯舜揖讓何精明
가을바람이여 가을바람이여 / 秋風兮秋風
너는 어이해 내 마음을 이리 동요시키는고 / 爾胡爲兮動吾之中
나는 지금 백발로 천명만을 기다리거니 / 我今白髮竢天命
내가 무슨 힘으로 큰 공을 세운단 말인가 / 夫何力兮立脩功
너는 참으로 무심하건만 내겐 유심하기에 / 汝誠無心兮爲有心
두려운 맘으로 붓 잡아 추풍을 노래하노라 / 悚然把筆歌秋風
[주D-001]상형(象刑) : 죄 인(罪人)에게 실제로 육형(肉刑)을 가하지 않고 법을 범했다는 표시로 다른 사람들과 복식(服飾)만을 달리하여 스스로 수욕(羞辱)을 느끼게 하는 형벌을 말한다.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이르기를 “온 천하가 나의 덕교를 실행하게 된 것은 바로 그대의 공이 이루어진 때문이니, 고요가 바야흐로 그대의 공을 받들어서 상형을 밝게 베풀고 있다.[迪朕德 時乃功惟敍 皐陶方祗厥敍 方施象刑 惟明]” 하였다. 《書經 益稷》
[주D-002]사흉(四兇)을 …… 감복시켰거니와 : 순 임금 때에 사흉으로 불리었던 공공(共工), 환도(驩兜), 삼묘(三苗), 곤(鯀)을 처벌하자 천하가 다 복종하였고, 또 문덕(文德)을 크게 펴고 궁전의 두 섬돌 사이에서 방패와 깃을 들고 춤을 추었더니, 그렇게 한 지 70일 만에 묘족(苗族)들이 다 감복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書經 大禹謨》
크게 탄식하다. |
|
나 홀로 크게 탄식하는 바 있어 / 我獨有浩歎
아득한 천지 가운데서 / 悠悠天地中
동해 가에 몸 움츠려 있노라니 / 側身東海岸
풀 향기는 땅에 가득해라 봄이요 또 가을이요 / 草香滿地春又秋
산빛은 문에 임해라 저녁이요 또 아침이로다 / 山光當戶昏復旦
동파 선생은 청산과 미리 약속이 있었고 / 東坡先生山有約
반산 승상은 세상에 나쁜 풀이 없었는데 / 半山丞相草無惡
이 두 분은 문장이 천하에 으뜸이기에 / 二公天下文章宗
나는 지금 구름이 용을 따르듯 하노라 / 我今如雲兮從龍
문에 임한 청산은 어찌 그리도 우뚝하며 / 山之當戶何偃蹇
땅에 가득한 풀은 어찌 그리도 무성한고 / 草生滿地何蒙茸
청산 마주해 풀 완상하는 백발 늙은이는 / 對山玩草白頭翁
옥수가 청풍에 임한 격이라 자칭하건만 / 自謂玉樹臨淸風
동야의 운명이 하늘에 달린 건 알거니와 / 心知東野命懸天
북산의 이문이 연기에 달린 게 부끄럽네 / 汗出北山移馳煙
육예에 완미함은 잗단 놀이와는 달라서 / 由來游藝非細娛
앉아서 마음을 요순 세대로 돌리는 거라 / 坐令心地歸唐虞
크게 탄식하고 탄식하고 또 탄식하면서 / 浩浩歎歎又歎
아침 내내 마른 등걸처럼 가만히 앉았노라 / 終朝兀坐如枯株
[주D-001]동파(東坡) …… 있었고 : 동파 소식(蘇軾)의 〈조동년초당(刁同年草堂)〉 시에 “청산은 약속이 있는 듯 길이 문에 임해 있고, 유수는 뜻도 없이 절로 못에 들어오누나.[靑山有約長當戶 流水無情自入池]” 한 데서 온 말이다. 《蘇東坡詩集 卷11》
[주D-002]반산 승상(半山丞相)은 …… 없었는데 : 반산 승상은 송 신종(宋神宗) 때의 정승으로 호가 반산인 왕안석(王安石)을 가리키는데, 초무악(草無惡)은 무슨 의미인지 자세하지 않다.
[주D-003]동야(東野)의 …… 건 : 동 야는 맹교(孟郊)의 호이다. 한유(韓愈)의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 “당대(唐代)에 와서는……현재 살아서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으로는 맹교 동야(孟郊東野)가 처음으로 시(詩)로써 세상에 울리는데, 그 높은 품격은 위진(魏晉) 시대를 뛰어넘었고,……나와 종유하는 사람으로는 이고(李翶)와 장적(張籍)이 그중 뛰어난 사람들이다. 이 세 사람의 울림은 참으로 잘 울리는 것이니, 하늘이 그 소리를 평화롭게 하여 국가의 성대함을 울리게 할 것인지, 아니면 그 몸을 곤궁하고 굶주리게 하며 그 마음을 시름겹게 하여 그 불행함을 스스로 울리게 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세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니, 윗자리에 있은들 어찌 기쁠 것이 있으며, 아랫자리에 있은들 어찌 슬플 것이 있겠는가.”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북산(北山)의 …… 게 : 남 제(南齊) 때 주옹(周顒)이 일찍이 남경(南京)의 북산인 종산(鍾山)에 은거하다가 뒤에 조정의 부름을 받고 변절하여 해염 현령(海鹽縣令)이 되었는데, 그 후 임기를 마치고 조정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그 종산을 들르려고 하자, 이때 종산에 은거하고 있던 공치규(孔稚圭)가 주옹의 변절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종산 신령(神靈)의 이름을 가탁하여 관청의 이문(移文)을 본떠서 〈북산이문(北山移文)〉을 지어 그로 하여금 다시는 종산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하는 뜻을 서술했던 데서 온 말이다. 〈북산이문〉에 “종산의 영령과 초당의 신령이 연기로 하여금 역로를 달려가서 산정에 이문을 새기게 하였다.[鍾山之英 草堂之靈 馳煙驛路 勒移山庭]”고 하였다.
새벽에 읊다. |
|
밤에 들어선 바람이 크게 불더니 / 入夜風大號
새벽에야 바람이 조금 잠잠해지네 / 向曉風稍定
나그네는 방금 가을을 슬퍼하면서 / 客子方悲秋
유연히 앉아 눈을 감고 있노라니 / 悠悠坐仍瞑
써늘한 기운은 뼈가 시릴 듯하고 / 爽然骨欲冷
깨끗한 기분은 맘이 절로 깨이네 / 皎若心自醒
문득 명산을 두루 유람하면서 / 便擬游名山
창공에 올라 높은 비탈 밟고파라 / 凌空躡危磴
소문산의 길이 휘파람 부는 곳에 / 蘇門長嘯中
누가 다시 험난한 세상 탄식할꼬 / 誰復嗟蹭蹬
[주D-001]소문산(蘇門山)의 …… 곳에 : 진 (晉)나라 완적(阮籍)이 일찍이 소문산에 올라가 은사(隱士) 손등(孫登)을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해보았으나 손등이 전혀 대꾸를 하지 않으므로, 완적이 마침내 휘파람을 길이 불면서 내려가는데, 산 중턱쯤 내려갔을 때 마치 난봉(鸞鳳)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암곡(巖谷)에 울려 퍼졌는바, 그게 바로 손등의 휘파람 소리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고사(高士)의 정취를 의미한다.
즉사(卽事) |
|
내가 꿈에 주공을 보지 못함은 / 我夢無公旦
동주가 다시 서쪽에 없음일세 / 東周不復西
내 신세는 어찌 그리도 초초한고 / 有生何草草
늘그막까지 끝내 허둥지둥하누나 / 到老竟栖栖
뚫린 벽 틈엔 개똥불이 지나가고 / 疏壁流螢度
새벽 등 앞엔 외기럭이 울어대네 / 殘燈斷雁嘶
내 고심하는 곳을 누가 알리요 / 誰知苦心處
우리 임금님 건계에 계시는걸 / 我后在乾谿
한 치 맘을 온갖 생각이 들볶아서 / 寸心煎百慮
귀밑털이 남김없이 희어졌네그려 / 鬢髮白無餘
고상한 흥취는 폐할 길이 없지만 / 高興無從廢
깊은 근심은 제거하지도 못하네 / 幽憂未可除
산천은 어찌 그리도 깨끗한고 / 山川何淨麗
수목들은 정히 무성도 하구려 / 樹木政扶疎
깜빡이는 새벽 등잔불 아래서 / 向曉燈明滅
호연히 푸른 하늘을 관찰하노라 / 浩然觀大虛
가을 소리는 고목 나무서 나오고 / 秋聲生古樹
이슬 방울은 남은 꽃에 스미는데 / 露氣入餘花
햇살에 비쳐 붉은 과일 드리우고 / 映日垂紅果
바람에 따라 푸른 오이 흔들리네 / 隨風動碧瓜
골은 깊어라 일천 산이 어우러졌고 / 谷深千嶂合
길은 넓어라 한 계곡이 비스듬한데 / 路豁一溪斜
손을 보내고 문 앞에 서 있노라니 / 送客門前立
영락없는 오류선생 집이로구나 / 依然五柳家
[주D-001]내가 …… 없음일세 : 동 주(東周)는 동방인 노(魯)나라에 주(周)나라의 도를 일으킨다는 뜻인데, 공자가 젊었을 때는 항상 주공(周公)의 도를 행하려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꿈을 꾸면 주공을 간혹 보았었고, 또 일찍이 이르기를 “만일 나를 써주는 자가 있다면 나는 그 동주를 만들 것이다.[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述而, 陽貨》
[주D-002]건계(乾谿) : 하남성(河南省) 상수현(商水縣)에 있는 대명(臺名)으로, 춘추 시대 초 영왕(楚靈王)이 무도하여 백 길 높이의 건계대를 짓고 극도의 사치를 누렸다고 한다.
[주D-003]영락없는 오류선생(五柳先生) 집이로구나 : 진(晉)나라 도잠(陶潛)이 자기 집 주위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 스스로 오류선생이라 호칭했었는데, 저자 또한 집 주위에 버드나무가 있으므로 한 말이다.
한 상당(韓上黨)의 초청으로 함께 집정 대신(執政大臣)을 뵙고 광암사비(光巖寺碑)에 관한 일을 말하고 나서 인하여 두 수를 짓다. |
|
말년이라 정신은 부족하거니와 / 末路精神耗
중년부터 치발은 이미 쇠했는데 / 中年齒髮衰
때를 좇자니 의심은 뱃속 가득고 / 趨時疑滿腹
뜻을 바꾸니 눈물은 줄줄 흐르네 / 變志涕交頤
버들은 겨우 절집을 숨길 만하고 / 楊柳纔藏寺
이끼는 비석을 껄끄럽게 만드누나 / 莓苔欲澁碑
육 년이 참으로 전광석화 같은데 / 六年眞石火
국사는 정히 난마처럼 얽히었구려 / 國務政如絲
국은은 한가한 내게도 중하건만 / 國恩閑更重
가학은 병든 이후로 쇠해졌으니 / 家學病來衰
문장에 격식 없음이 부끄러워라 / 自愧文無體
남들이 응당 턱이 빶게 웃어대리 / 人皆笑脫頤
정당은 전액을 하도 잘 썼거니와 / 政堂工作篆
첨원은 비문을 신중히 썼다마다 / 簽院謹書碑
탁본 떠서 선탑에 펴고 보노라니 / 墨本披禪榻
차 연기가 흰 귀밑털을 감도누나 / 茶煙繞鬢絲
[주D-001]정당(政堂)은 …… 썼다마다 : 광암사비(光巖寺碑)를 세울 적에 그 비문(碑文)을 저자가 지었는데, 그 전액(篆額)은 당시 정당문학(政堂文學)으로 있던 권중화(權仲和)가 썼고, 비문은 당시 첨서원사(簽書院事)였던 한수(韓脩)가 썼으므로 한 말이다.
스스로 탄식하다. |
|
산 푸르고 물도 푸른 압록강 동쪽에는 / 山靑水綠鴨江東
소유천이 동부 안을 밝게 임해 있건만 / 小有天臨洞府中
노쇠하여 도골 없음이 스스로 가련해라 / 潦倒自憐無道骨
선서 쓴 신선 노인을 어드메서 찾을꼬 / 蘚書何處覓仙翁
[주D-001]소유천(小有天) : 도가(道家)에 전해 오는 선경(仙境)을 가리키는데, 흔히 명승지에 비유한다.
[주D-002]선서(蘚書) : 구양수(歐陽脩)가 일찍이 숭산(嵩山)을 유람하다가 저물녘에 이르러 절벽 위에 ‘신청지동(神淸之洞)’이란 네 글자가 이끼로 쓰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다음날 다시 찾아가 보니 이미 없어졌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8월 10일에 읊다. |
|
깊은 가을이라 구름은 절로 변하고 / 深秋雲自變
늘그막이라 기는 더욱 호탕해지네 / 老境氣彌豪
밤이 썰렁하니 괭이는 가까이 오고 / 夜冷狸奴近
하늘이 맑으니 제비는 높이 나누나 / 天晴燕子高
덥고 서늘함은 한계가 나뉘어졌고 / 炎涼分有界
법령은 흡사 터럭처럼 까다롭나니 / 法令細如毛
다만 굳은 얼음이 이를까 두려워 / 祗恐堅氷至
털끝만 한 사심도 경계할 뿐이로세 / 私心戒一毫
[주D-001]법령(法令)은 …… 까다롭나니 : 형벌을 맡은 사법관(司法官)이 주대(周代) 육관(六官) 중의 추관(秋官)에 소속되었으므로, 전하여 더운 여름이 가고 쌀쌀한 가을철이 되었음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2]굳은 얼음이 이를까 : 《주 역(周易)》 곤괘(坤卦) 초육(初六)에 “초육은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르나니라.[初六 履霜堅氷至]” 한 데서 온 말인데, 서리가 오고 나면 곧 얼음이 얼게 되듯이, 소인(小人)이 처음에는 아무리 미약할지라도 점차 치성하는 데 이르게 되므로, 처음부터 그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
느낌이 있어 읊다. |
|
뜬세상엔 거짓도 많아 화의 조짐 널렸거니 / 浮世多機足禍胎
다스운 말 비웃음이 다 부질없을 뿐이로다 / 溫言冷笑摠悠哉
흐르는 세월 잡아맬 계책은 끝내 없으니 / 長繩繫日終無術
저 봉래산으로 약이나 캐러 들어가련다 / 採藥蓬丘歸去來
두 용이 다퉈 싸워서 승부를 결판내고자 / 二龍爭戰決雌雄
산 넘고 바다 건너서 차례로 이르러오네 / 航海梯山次第來
측근 신하에게 묻노니 그대들은 보는가 / 問向拾遺能見否
오성이 한데 모이는 게 그 어느 땔런고 / 五星同會是何時
청문에 땅이 있어 오이를 심어왔었는데 / 靑門有地種瓜來
권호가의 높은 누대 짓는 데 뺏겨버렸네 / 却被豪家占作臺
또 보노라니 가을바람이 급히 불어오자 / 又見秋風吹正急
날마다 매사냥하고 거나하여 돌아오누나 / 呼鷹日日半酣回
[주D-001]오성(五星)이 …… 게 : 오 성은 수(水), 화(火), 금(金), 목(木), 토(土) 다섯 별을 가리킨다. 《송서(宋書)》 천문지(天文志)에 의하면, 고래로 오성이 한데 모인 적이 세 번 있었는데, 오성이 한데 모인 상서로 인하여 주(周)와 한(漢)은 왕(王)이 되었고, 제(齊)는 패(霸)가 되었는바, 주 무왕(周武王)이 은(殷)나라를 정벌할 적에는 오성이 방성(房星)에 모였고, 제 환공(齊桓公)이 패가 될 무렵에는 오성이 기성(箕星)에 모였으며, 한 고조(漢高祖)가 진(秦)나라를 쳐들어갔을 때는 오성이 동정성(東井星)에 모였다고 하였다. 전하여 천하 통일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주D-002]청문(靑門)에 …… 심어왔었는데 : 한(漢)나라 초기에 옛 진(秦)나라 때 동릉후(東陵侯)에 봉해졌던 소평(召平)이 장안성(長安城) 동쪽 청문 밖에다 오이를 심어 가꾸며 은거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권호가(權豪家)의 …… 돌아오누나 : 후 한(後漢) 말기에 형주 자사(荊州刺史) 유표(劉表)가 호응대(呼鷹臺)를 높다랗게 지어 놓고 날마다 대에 올라 주악(酒樂)을 일삼다가 마침내 조조(曹操)의 공격을 받게 되자, 미처 싸우기도 전에 등창이 나서 죽고 말았던 고사를 두고 한 말이다. 소식(蘇軾)의 〈인일렵성남(人日獵城南)〉 시에 “호응대엘랑 오르지 마세나, 평생에 유표를 웃어왔노라.[莫上呼鷹臺 平生笑劉表]” 하였다.
가을날을 두고 읊다. |
|
가을바람이 불어 마지않으니 / 秋風吹不休
푸른 창공엔 구름 한 점도 없고 / 碧空無纖雲
산천은 씻은 듯이 말끔하여 / 山川淨如洗
호리라도 환히 분간할 만하니 / 毫釐明可分
내 맘속의 사욕도 사라지누나 / 我心私欲消
위대하신 요 임금을 사모하노니 / 大哉思放勳
사흉을 이미 제거하였는데 / 四凶旣已去
삼묘야 어찌 이르잘 거나 있으랴 / 三苗何足云
아름다운 이를 쓰고 이를 말 않아야 / 美利不言利
천하가 바야흐로 한집안이 되리라 / 天下方同文
나의 기는 가을의 맑음이요 / 我氣秋之淸
나의 성은 태양의 밝음이요 / 我性日之明
나의 몸은 옥수와도 같거니 / 我身如玉樹
지엽 또한 모두가 옥이라네 / 枝葉皆瑤瓊
무더위에 한창 지치던 당시엔 / 當時困蒸溽
음우가 개지 않을 것만 같더니 / 陰雨如不晴
갑자기 가을바람이 불어와서 / 忽此西風來
더러운 먼지가 다시 안 생기네 / 垢穢無復生
잘 지켜보전하길 생각할진댄 / 願言善保守
군자는 의당 지성을 보존해야지 / 君子當存誠
[주D-001]아름다운 …… 않아야 :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건의 처음이 능히 아름다운 이로써 천하를 이롭게 하는지라, 이로운 바를 말하지 않았으니, 위대하도다.[乾始能以美利利天下 不言所利 大矣哉]” 한 데서 온 말이다.
밤에 읊어서 새벽에 기록하다. |
|
밤 깊도록 마른 등걸처럼 우뚝 앉았노라니 / 夜深危坐兀枯株
혈기가 온몸을 윤택게 할 길이 없고말고 / 血氣無從潤髮膚
달 넘어가서 남창은 칠흑같이 캄캄할 제 / 月落南窓黑如漆
풀벌레 소리 속에 칠 편 오호가를 외노라 / 草蟲聲裏七嗚呼
적막한 버들골에 새벽닭은 울어대는데 / 柳村岑寂曉雞啼
산 아래 뜬구름은 물가에 나직하구나 / 山下浮雲傍水低
남은 생은 전원으로 돌아가고만 싶어라 / 欲向殘生賦歸去
하늘 가득 가을 기운이 날로 쓸쓸해지네 / 滿天秋氣日凄凄
밝디밝은 창 앞에 맑게 깨어 앉았을 적엔 / 窓明明處坐惺惺
밝은 덕 전체가 그대로 모두 드러났는데 / 全體依然盡露呈
구름 같은 물욕이 갑자기 와서 가리더니 / 物欲如雲忽相蔽
괴이할사 잠깐 새에 허령함을 잃어버렸네 / 怪來俄頃失虛靈
[주D-001]칠 편(七篇) 오호가(嗚呼歌) : 두 보(杜甫)가 일찍이 동곡현(同谷縣)에 우거(寓居)할 때에 지은 노래 칠 편을 가리키는데, 편마다 일곱 째 구절에 오호(嗚呼) 자를 넣어서 첫 편의 오호일가혜가이쇠(嗚呼一歌兮歌已衰)로부터 마지막 편의 오호칠가혜초종곡(嗚呼七歌兮悄終曲)까지 모두 칠 편으로 되었는바, 제1편의 내용은 객지의 빈곤한 생활을 탄식한 것이고, 제2편은 온 가족이 굶주리는 형편을 탄식한 것이며, 제3편은 멀리 있는 아우를 생각한 것이고, 제4편은 누이동생을 생각한 것이며, 제5편은 고향에 돌아가고픈 생각을 읊은 것이고, 제6편은 산추(山湫)에 사는 용(龍)을 읊은 것이며, 제7편은 자기 만년의 불우함을 탄식한 것이다. 《杜少陵詩集 卷8》
어 제 상당군(上黨君)과 함께 광평 시중(廣平侍中)을 찾아뵙고 나서 청성시중부(淸城侍中府)로 갔는데, 상당군이 들어가 보고 나와서는 “공(公)이 방금 취하여 쉬고 있는 중이더라.” 하므로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화원(花園)으로 가니, 박 척산(朴陟山)이 음식을 대접하고 포도를 따 와서 술을 권하였다. 돌아오다가 권희안(權希顔)을 찾아서 그와 함께 다시 청성부(淸城府)에 갔더니, 공이 술을 내오려고 하기에 내가 취했다고 사양하고 곧장 나와 버렸다. 집에 와서는 잠자리에 들어 그대로 쓰러져서 아침까지 자고 나니, 어제의 일이 어슴푸레 마치 꿈속만 같다. 시 한 편을 읊어 이루다. |
|
다행도 해라 이 늙은이 앓은 나머지에 / 幸哉此老病之餘
말 나란히 타서 형주의 손이 된 듯했네 / 聯鞍有客荊州如
성중을 나가서 그 어디를 갔던고 하면 / 出游城中何所適
문밖에 행마 설치한 재상 댁이었는데 / 門施行馬丞相廬
온화한 말로 접견해 준 게 이미 기쁜 데다 / 溫言相接已可喜
양고기랑 먹었거니 하필 술까지 마시랴 / 烹羊何必傾浮蛆
선생의 꽃나무 재배하는 명원 안에는 / 先生花木名園中
포도 열매가 갠 하늘에 주렁주렁 드리웠고 / 龍珠虯卵垂晴虛
만세토록 자라지 않는 분재한 소나무는 / 盆栽萬歲不長松
내 늙은 눈 놀래키어 주저하게 하였네 / 驚我老目仍躕躇
솔은 인적이 못 가는 눈 골짝 얼음 절벽에 사는 건데 / 渠生雪壑氷崖人跡所不到
어찌하여 지금 여기에 와서 산단 말인가 / 乃何今也于玆居
송연히 속으로 부끄러워 감히 말 못 해라 / 悚然內愧不敢言
내 몸도 분명 거제 같은 병신이고말고 / 我身的是如籧篨
척산이 가져온 술은 빛과 맛이 다 좋아 / 陟山有酒色味佳
한 잔 마시고 나니 만사가 그만이었고 / 一飮萬事眞破除
희안의 포도는 화원의 것보다 더 좋아서 / 希顔葡萄勝花園
씹을수록 특이한 맛 순수한 내 초심 같았네 / 咀嚼異味如吾初
석양이 동녘 봉우리 가을 숲에 비추일 제 / 夕陽東峯照秋樹
가는 말 그림자 엷고 바람은 옷깃에 불었지 / 歸騎影薄風吹裾
평생에 한의 육가를 우러러 부러워한 건 / 平生仰羨漢陸賈
공경들 간에 훼예 없이 잘 어울린 것인데 / 遨遊公卿無毁譽
백발의 목은 늙은이 또한 맑고 깨끗하거니 / 白頭牧翁亦蕭洒
왜 굳이 돌아가려고만 할 것이 있으리요 / 何必曰歸歟歸歟
[주D-001]말 …… 듯했네 : 이 백(李白)이 일찍이 자기를 천거해달라는 뜻으로 당시 형주 자사(荊州刺史)로 있던 한조종(韓朝宗)에게 보낸 편지에 “백이 듣건대, 천하의 담론하는 선비들이 서로 모여서 말하기를 ‘태어나서 만호후에 봉해지기는 굳이 원치 않고 다만 한 형주를 한번 알기를 바랄 뿐이다.’ 한다.[白聞天下談士相聚而言曰 生不用封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상당군(上黨君) 한수(韓脩) 또한 한씨(韓氏)이기 때문에 그를 명망 높았던 한 형주에 빗대서 한 말이다.
[주D-002]행마(行馬) : 귀인(貴人)의 집 문밖이나 관서(官署)의 문밖에 설치한 말 매는 제구를 가리킨다.
[주D-003]거제(籧篨) : 가슴이 앞으로 튀어나와서 구부리지 못하는 병신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얽매여서 행동을 자유로이 하지 못하는 데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4]평생에 …… 것인데 : 한 고조(漢高祖) 때 육가(陸賈)는 구변(口辯)이 있어 항상 고조의 측근에 있으면서 제후국(諸侯國)에 사신으로 많이 나갔었고, 특히 남월(南越)에 사신으로 나가서는 남월왕(南越王) 위타(尉佗)를 잘 설득하여 그로 하여금 한나라를 섬기게 하였으며, 뒤에 여씨(呂氏)가 발호하여 나라가 위태롭게 되었을 때는 승상(丞相) 진평(陳平)과 태위(太尉) 주발(周勃)의 서로 불편했던 관계를 화해시켜 여씨 일족을 제거하는 데에 많은 조력을 했었고, 끝내 조정의 공경(公卿)들 사이에 어울리면서 명성이 자자했었으므로 한 말이다. 《漢書 卷43 陸賈傳》
밤에 읊다. |
|
밤에 앉았노라니 언뜻 객정이 동하여라 / 夜坐翛然動客情
백발에야 비로소 일생 그르친 걸 알겠네 / 白頭方信誤平生
하늘 나직한 고향은 소식이 단절되었고 / 天低鄕里雙魚斷
차가운 달 은하엔 외기럭이 비껴 나누나 / 月冷星河一雁橫
시고는 이루기 위해 읊조리다 또 고치고 / 詩藁將成吟又改
불똥은 떨어내니 어두웠다 다시 밝아지네 / 燈花欲落翳還明
이 한가함 속의 세월을 아는 이 없으련만 / 閑中今古無人識
정정 공부를 이루지 못한 게 한스럽구나 / 靜定功夫恨未成
호기가 다 사라지고 순진한 데 들어가니 / 消磨豪氣入醇眞
높은 노래 귀신 놀래킨 게 점차 후회되네 / 漸悔高歌動鬼神
젊은 날엔 희유조부를 지어 전했거니와 / 少日賦傳希有鳥
노년엔 상서롭지 못한 기린을 설했어라 / 老年說著不祥麟
초수는 괴로이 읊어라 아직 월을 생각하고 / 楚囚吟苦猶思越
공자는 큰 명성 남겼지만 진에 있기도 했네 / 孔聖名垂尙在陳
생각건대 가을바람이 또 급히 불어오니 / 自念秋風吹又急
백발에 유공의 먼지를 피하기 어렵겠구나 / 白頭難避庾公塵
[주D-001]정정 공부(靜定功夫) : 《대학장구》 경 1장에 “그칠 줄을 안 다음에야 뜻이 정해지고, 뜻이 정해진 다음에야 마음이 안정된다.[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젊은 …… 전했거니와 : 이 백(李白)의 〈대붕부서(大鵬賦序)〉에 의하면, 이백이 일찍이 강릉(江陵)에 갔다가 천태산(天台山)의 도사(道士) 사마승정(司馬承禎)을 만났는데, 그가 이백에게 “선풍도골(仙風道骨)이 있어 함께 팔극(八極) 밖에 신유(神遊)할 만하다.”라고 칭찬하였으므로, 이백이 그 말을 듣고는 인하여 대붕우희유조부(大鵬遇希有鳥賦)를 지어서 스스로 과시했던바, 이 부(賦)가 이미 세상에 전해졌으나, 뒤에 이백이 소년 시절의 작품이라서 굉달(宏達)한 지취를 다 펴지 못했음을 스스로 후회해오다가 중년(中年)에 이르러서 진(晉)나라 완선자(阮宣子)가 지은 대붕찬(大鵬讚)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이를 비루하게 여기어 다시 대붕부를 짓게 되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李太白文集 卷24》
[주D-003]노년엔 …… 설했어라 : 한 유(韓愈)가 일찍이 노 애공(魯哀公) 14년 봄에 기린이 나와서 잡힌 것을 두고 지은 〈획린해(獲麟解)〉에 “기린이 영물(靈物)임은 분명하다.……아낙과 아이들도 모두 그것이 상서로운 것인 줄을 안다.……기린이 나온 때에는 반드시 성인(聖人)이 재위했으니, 기린은 성인을 위해서 나오는 것이요, 성인은 반드시 기린을 알아보나니, 기린은 과연 상서롭지 않은 것이 아니로다.……그러나 기린이 그 기린 된 까닭은 덕(德) 때문이요 형체(形體) 때문이 아니니, 만일 기린이 성인을 기다리지 않고 나온다면 상서롭지 않은 것이라 하여도 타당하겠다.” 한 데서 온 말인데, 이것은 한유 자신의 불우함을 공자의 불우함에 비유하여 탄식한 글이라 한다.
[주D-004]초수(楚囚)는 …… 생각하고 : 고 향을 그리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초수는 본디 춘추 시대 초(楚)나라 악관(樂官)인 종의(鍾儀)가 정인(鄭人)에 의해 진(晉)나라에 잡혀가서 갇혀 있을 때 진 혜공(晉惠公)이 그를 불러다가 여러 가지 일을 물어보고 그에게 거문고를 주었더니, 그는 그곳에서도 자기 고향인 초나라의 음악을 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전국 시대 월(越)나라 장석(莊舃)이 초나라에 가서 벼슬을 하다가 병이 들었을 때 그 역시 자기 고향인 월나라의 노래를 불렀다는 고사를 말한 것이다.
[주D-005]공자는 …… 했네 : 공자가 일찍이 위(衛)나라를 떠나서 진(陳)으로 가던 도중 진(陳), 채(蔡) 사이에서 식량이 떨어져 종자(從者)들이 병이 나서 일어나지 못하기에 이르는 큰 곤경을 당했던 일을 가리킨다. 《論語 衛靈公》
[주D-006]가을바람이 …… 어렵겠구나 : 유 공(庾公)은 진(晉)나라 때 정서장군(征西將軍) 유량(庾亮)을 말한다. 유량의 권세가 하도 막중하였으므로, 한번은 큰 바람이 불어 먼지를 일으키자, 왕도(王導)가 유량의 권세를 증오한 나머지, 부채로 먼지를 휘저으면서 말하기를 “원규(元規)의 먼지가 사람을 더럽힌다.[元規塵汚人]”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 원규는 유량을 말한다. 《晉書 卷65 王導列傳》
연도(燕都)를 생각하다. |
|
가을 가득한 연산에도 낙엽이 흩날리리 / 秋滿燕山落葉飛
머리 돌린 나그네 마음 그립기도 하여라 / 回頭有客思依依
원래부터 고관대작 공명은 박했거니와 / 自來黃紙功名薄
그만일사 청루 가무는 보기 드물다마다 / 已矣碧臺歌舞稀
천명이 크게 노하여 막 북쪽을 정벌할 제 / 天命赫然方北伐
미세한 신의 몸은 문득 동으로 돌아왔네 / 臣身蕞爾却東歸
이젠 노쇠한 몸으로 적적한 창 앞에 앉아 / 小窓寂寂今衰老
느꺼워 시를 쓰느라 붓 한번 휘두르노라 / 遇感題詩筆一揮
느낌이 있어 짓다. |
|
노련한 관리가 비록 적다곤 하나 / 老吏雖云少
지금도 한나라 조정과 흡사하네 / 如今似漢庭
입술 들썩임은 자취라도 있건만 / 反脣猶有跡
비방하는 맘은 형체조차 없는걸 / 誹腹本無形
그림자 흘러라 달은 외로이 떠 있고 / 流影懸孤月
빛을 겨루어라 뭇별은 반짝거리네 / 爭光耿衆星
누가 알리요 청정함이 극에 이르면 / 誰知淸淨極
잔인함이 절로 생기게 되는 이치를 / 殘忍自然生
[주D-001]입술 …… 없는걸 : 한 무제(漢武帝) 때 금전(金錢)은 많아질수록 천해지고, 물품(物品)은 적어질수록 귀해짐으로 인하여 천자(天子)가 당시 정위(廷尉)인 장탕(張湯)과 상의하여 일종의 화폐로서 값이 무려 사십만(四十萬)에 달하는 백록피폐(白鹿皮幣)를 만들어서 이것을 왕후(王侯)나 종실(宗室)의 조근(朝覲), 빙향(聘享) 등의 예식에 반드시 사용하도록 법제화하고 나서, 당시 대농(大農)이었던 안이(顔異)에게 그것의 타당 여부를 물으니, 안이가 말하기를 “지금 왕후가 조하(朝賀) 때 바치는 창벽(蒼璧)은 값이 수천(數千)인데, 그 피폐(皮幣)는 도리어 사십만이나 되니, 본말(本末)이 서로 걸맞지 않습니다.” 하자, 천자가 기뻐하지 않았던바, 바로 그 후 안이가 혹자와 얘기를 나누던 중 혹자가 그 조령(詔令)을 불편하게 여기는 말을 하자, 안이는 입으로 말은 하지 않고 살며시 입술을 들썩거려서 그 제도에 대한 불만의 표시를 한 일이 있었으므로, 마침내 장탕이 안이에게 ‘입으로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조령을 비방했다’는 죄목을 씌워서 그를 사형(死刑)에 처했던 데서 온 말이다. 이때부터 복비(腹誹)의 법이 있게 되었다. 《史記 卷30 平準書》
잡영(雜詠) |
|
짧은 꼬리의 산새가 산 아래로 날아오니 / 短尾山禽山下飛
소리는 낙엽 따르고 그림자는 석양에 비꼈네 / 聲隨落葉影斜暉
뜰 가에서 먹이 먹는 건 제 뜻이 아니련만 / 庭除得食非渠意
새총 갖고 왕래하는 사람이 드문 때문일세 / 挾彈往來人自稀
즉사(卽事) |
|
병중의 그윽한 살이 고요하여라 / 病裏幽居靜
산 중턱에 외진 마을 의지했는데 / 類村依翠微
해마다 띳지붕 이기 고통스러워 / 年年苫蓋苦
자못 유의 같은 기와가 부럽구나 / 頗羨瓦油衣
집은 높아 날리는 비가 뿌려대고 / 樓逈洒飛雨
벽엔 틈 생겨 석양이 뚫고 들오네 / 壁疎穿落暉
유연히 비좁은 생활을 즐기는 건 / 悠然樂容膝
늙은 내가 진작 기심을 잊어서일세 / 老我早忘機
연경서 노닌 건 꿈에도 놀라워라 / 游燕猶夢愕
노(魯)에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하네 / 返魯足心安
속인 꼴은 때가 그대로 묻었는데 / 俗狀塵仍染
스님 얘기엔 밤이 쉬 깊어지누나 / 僧談夜易闌
창오는 괜히 한번 바라볼 뿐이요 / 蒼梧空一望
청묘는 아직도 셋이 감탄을 하네 / 淸廟尙三嘆
머리털 희어지고 병 또한 많거니 / 髮白還多病
행로의 어려움을 어찌 감당하리요 / 何堪行路難
갑자기 이거한 흥취가 일어나거니 / 忽有移居興
유동 깊은 건 꺼릴 게 아니고말고 / 非嫌柳洞深
병든 몸은 오래 앉았기 어려우나 / 病軀難久坐
새론 경계는 새 시를 읊을 만하네 / 異境可新吟
구름은 가로지른 봉우리서 나오고 / 橫嶂雲生峀
달은 줄 없는 거문고를 비추는데 / 無絃月滿琴
연화지가 또한 여기서 가까우니 / 蓮花池更近
비를 무릅쓰고 한번 찾고 싶구나 / 冒雨擬相尋
[주D-001]유의(油衣) : 비나 눈을 막기 위하여 옷 위에 껴입는, 기름을 먹인 옷을 말한다.
[주D-002]노(魯)에 돌아오니 : 공 자가 천하를 주류(周流)하다가 만년에 이르러 끝내 도(道)를 행할 수 없음을 알고 위(衛)나라로부터 고국인 노(魯)나라로 돌아왔던 데서 온 말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저자가 일찍이 원(元)나라에 벼슬하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것을 가리킨다. 《論語 子罕》
[주D-003]창오(蒼梧) : 순(舜) 임금이 남쪽으로 순수(巡狩)하다가 창오산(蒼梧山) 밑에서 붕어(崩御)하여 그곳에 장사 지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선왕(先王)인 공민왕(恭愍王)의 능(陵)을 가리킨다.
[주D-004]청묘(淸廟)는 …… 하네 : 청 묘는 청명(淸明)한 덕이 있는 이를 제사 지내는 사당이란 뜻으로, 주 문왕(周文王)의 사당을 가리키는데,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청묘의 비파는 붉은 줄에 너른 구멍을 밑바닥에 뚫었으며, 한 사람이 연주를 하면 세 사람이 따라서 감탄하는데, 이는 선왕의 남긴 소리가 있는 것이다.[淸廟之瑟 朱絃而疏越 壹倡而三歎 有遺音者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줄 없는 거문고 : 진(晉)나라 도잠(陶潛)은 본디 음률을 알지 못했으나, 줄 없는 거문고 하나를 두고 술이 거나할 때마다 그 거문고를 어루만지어 뜻을 부쳤다는 데서 온 말이다.
중추(中秋)가 벌써 가까워졌으므로, 회포를 일으켜 읊다. |
|
중추가 이미 가까워져 하늘은 하 높은데 / 中秋已近碧天遙
달빛만 유독 해마다 반백 머리 비추누나 / 月獨年年照二毛
창 앞에 홀로 앉으니 맘은 몹시 괴로우나 / 靜坐軒窓心最苦
옛날 누각서 놀던 기백은 아직 호탕하네 / 舊游樓閤氣猶豪
적선 재주는 뛰어나라 당리에 울리었고 / 謫仙才逸鳴唐李
처사 이름은 높아라 진도에 걸리었도다 / 處士名高繫晉陶
어느 날에나 여강의 강상으로 올라가서 / 何日驪江江上去
한 소리 길게 읊조려 파도를 움직여 볼꼬 / 一聲長嘯動波濤
[주D-001]적선(謫仙) …… 울리었고 : 당 리(唐李)는 당(唐)나라 이백(李白)을 가리키는데, 이백이 처음 장안(長安)에 들어갔을 때 하지장(賀知章)이 그를 처음 만나서 그의 문장을 보고는 감탄하여 말하기를 “그대는 적선인(謫仙人)이로다.” 하고, 그를 현종(玄宗)에게 천거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처사(處士) …… 걸리었도다 : 진도(晉陶)는 진(晉)나라 도잠(陶潛)을 가리키는데, 그의 큰 절의(節義)를 존숭하여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에서 “진의 처사 도잠이 졸하다.[晉處士陶潛卒]”라고 쓴 데서 온 말이다.
스스로 읊다. |
|
복은 지나치지만 천명도 알거니와 / 福過且知命
병은 깊으나 곤궁함은 굳게 지키네 / 病深仍固窮
유연히 높은 흥취는 발휘하건만 / 悠然發高興
외로운 충정 바치긴 그만이로다 / 已矣效孤忠
자취는 까치 둥지 달처럼 썰렁하나 / 跡冷鵲枝月
기백은 붕새 바다 바람을 삼킨다네 / 氣呑鵬海風
평생에 마음이 동요되는 곳들을 / 平生動心處
단편의 시를 향하여 써내리노라 / 寫向短篇中
밤에 읊다. |
|
가을 소리가 처음 우수수하니 / 秋聲初淅瀝
시골 흥취가 한층 더 쓸쓸하구나 / 野興轉蕭條
너른 바다 위엔 제비가 돌아가고 / 海闊歸玄鳥
맑은 하늘엔 수리가 사냥을 하네 / 霜淸擊皂鵰
영웅호걸들은 한창 혁혁하건만 / 英豪方赫赫
천지는 온통 적막하기만 하여라 / 天地儘寥寥
사와 정은 끝내 명백해질 터인데 / 邪正終明白
어찌 뭇사람의 떠듦을 혐의하랴 / 寧嫌衆口囂
밝은 달은 한밤중에 빛을 발하고 / 璧月耿中夜
은하수는 한 가닥이 환히 밝은데 / 銀河明一條
누각 기대어 기러기 마주하면서 / 倚樓橫對雁
시구 얻는 건 수리처럼 신속하네 / 得句疾如鵰
묘리는 청정한 데서 참예하고요 / 妙處參虛靜
남은 생애는 적막만을 지키거니 / 殘生守寂寥
시비 간에 누가 다시 날 돌아봐 / 是非誰復顧
늘그막까지 끝내 떠들어댈 건가 / 到老竟囂囂
금주(衿州) |
|
배를 타고 누가 감히 물 거슬러 올라가랴 / 乘舟誰敢逆流行
돛 아래서 읊조리매 저문 안개 피어나더니 / 帆下長吟暮靄生
한바탕 맑은 바람에 조수는 벌창하고 / 一陣淸風潮水漲
금주의 산빛은 한층 더 분명해지누나 / 衿州山色轉分明
금주라 강물 가에 자리한 광릉 마을은 / 衿州江上廣陵村
산은 평전을 끼고 물은 문에 들오는데 / 山擁平田水入門
기억난다 옛날 백사장 달 아래 돛을 내리자 / 記得落帆沙月白
늙은 종이 놀라 일어나 음식 차려내던 일이 / 老奴驚起具盤飧
새벽닭 우는 소리에 꿈이 처음 놀라 깨어 / 曉雞聲裏夢初驚
잠자리서 밥 먹으니 문전의 말도 울어대네 / 蓐食門前馬又鳴
길 잘 아는데 사람 시켜 인도하게 할쏜가 / 路熟肯敎人導我
흰 구름 일천 산봉우리가 십분 쾌청하구나 / 白雲千嶂十分淸
느낌이 있어 짓다. 진사(進士)에 급제(及第)하고도 출사(出謝)하지 못하게 된 이가 있어 이 시를 짓는 바이다. |
|
문벌이야 진실로 귀중하거니와 / 閥閱諒貴重
문장인들 어찌 곤궁키만 할쏜가 / 文章豈窮寒
요순 때는 버려진 현자 없었기에 / 堯野無遺賢
내 지금 비로소 길이 탄식하노라 / 我今方永嘆
육관 고찰은 이미 세밀했거니와 / 六官考旣細
삼장 합격 재주 또한 어렵고말고 / 三場才亦難
다행히 관원 반열에 나란히 서서 / 犀聯幸鵠立
비로소 훌륭한 계책 올리려는데 / 方欲呈琅玕
어찌하여 흠집을 캐낸단 말인가 / 云何始吹毛
진정 그 단서를 알 수가 없구려 / 莫可知其端
시를 써서 나의 슬픔을 푸노라니 / 題詩舒吾悲
강개한 맘에 눈물이 줄줄 흐르네 / 慷慨涕汍瀾
밤을 읊다. |
|
밤송이 벌어져서 다갈색 알밤 떨어져라 / 拆開下墜紫金丸
껍질 벗기니 속에 하얀 알맹이 들었네 / 剝去中藏白雪團
나무 밑에는 비위 손상된 이 있어 / 樹下有人脾胃損
정력 빙자해 가난까지 물릴까 하노라 / 欲憑精力却酸寒
머리 위에 디룽디룽한 걸 이미 놀랐더니 / 頭上已驚垂的的
손바닥 안에 구르는 게 다시 의아스럽네 / 掌中還訝走團團
부귀한 집에 삶겨짐을 피할 수 있으랴만 / 爛烹肯避朱門熱
살살 씹기는 가난한 집이 마땅하고말고 / 細嚼偏宜白屋寒
흐르는 세월이 흡사 나는 공같이 빨라 / 金烏飛影似跳丸
국화 피고 백로 어리는 때를 또 만났네 / 又見黃花白露團
기억건대 지난해에 밤 굽던 그곳에선 / 記得去年燒栗處
동산의 달빛이 밤 깊도록 차가웠었지 / 東山月色夜深寒
중추절(中秋節)에 상당군(上黨君)의 누각 위에서 달을 구경하다. |
|
거년에는 동루 아래서 달을 구경할 제 / 去年翫月東樓下
버들 숲 성긴 곳에 달빛이 쏟아졌는데 / 柳林缺處金波瀉
금년에는 서루 위에서 달을 구경할 제 / 今年翫月西樓上
엷은 구름 그림자 때로 끝없이 퍼지네 / 薄雲弄影時滉漾
주인의 호기는 온 세상을 뒤덮는지라 / 主人豪氣蓋一時
술 한잔을 다 못 마셔도 시는 잘 하는데 / 飮不盡器還能詩
늙고 병든 날 불쌍히 여겨 늘 불러 주니 / 憐我老病每相邀
노래 부르다 청춘이 시듦도 미처 몰랐네 / 歌呼不覺朱顔凋
거년 금년이 참으로 한순간이로다 / 去年今年一瞬息
술자리의 극담으로 득실을 잊었네그려 / 樽前劇談忘得失
분분한 세간에는 영욕이 하도 많거니와 / 紛紛世間足榮辱
내 희어진 머리털은 다시 검기 어려운데 / 吾髮白兮難再黑
달 대해 안 마시면 나는 곧 바보일 테니 / 對月不飮吾則癡
내 고인을 생각건대 그 누구를 본받을꼬 / 我思古人誰我師
천잔이 요가 되고 백잔이 공자 됐거니 / 千鍾爲堯百觚孔
욕심 부린 게 아니라 오직 때에 따랐지 / 匪棘其欲維其時
내가 지금 안 마시면 달이 응당 웃으리 / 我今不飮月應笑
달도 조금 머물고 내 한번 휘파람 부노니 / 月且小留吾一嘯
휘파람 소리 난봉 같아 천풍이 불어오거든 / 嘯如鸞鳳兮來天風
이 바람 타고 저 봉래산에 노닐 마음 간절도 해라 / 願言駕此遊彼蓬萊中
[주D-001]천잔이 …… 됐거니 : 후 한(後漢) 말기에 조조(曹操)가 주금(酒禁)을 만들자, 공융(孔融)이 그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서 주금을 비판한 가운데 “요 임금은 천잔 술이 아니면 태평을 이룩할 수 없었고, 공자는 백잔 술이 아니면 으뜸 성인이 될 수 없었다.[堯不千鍾 無以建太平 孔非百觚 無以堪上聖]”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휘파람 …… 같아 : 진 (晉)나라 완적(阮籍)이 일찍이 소문산에 올라가 은사(隱士) 손등(孫登)을 만나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해보았으나 손등이 전혀 대꾸를 하지 않으므로, 완적이 마침내 휘파람을 길이 불면서 내려가는데, 산 중턱쯤 내려갔을 때 마치 난봉(鸞鳳)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암곡(巖谷)에 울려 퍼졌는바, 그게 바로 손등의 휘파람 소리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고사(高士)의 정취를 의미한다.
지난밤 일이 생각나서 짓다. |
|
앓고 난 지친 몸으로 애써 누각 오른 건 / 病餘身困強登樓
늦가을에 넘친 달빛을 사랑한 때문인데 / 爲愛金波溢素秋
더구나 주인께서는 넓은 도량을 품어서 / 況有主人含雅量
의당 늙은이 깊은 근심 풀게 해줬음에랴 / 宜令老者散沈憂
돌아오매 언뜻 낮잠 속의 꿈만 같더니 / 歸來乍似華胥夢
읊조리매 문득 세속 밖의 놀이에 놀랐네 / 嘯詠俄驚汗漫游
똑같이 뛰어난 여흥 경치 앉아 생각한 건 / 坐想驪興共奇絶
은하수 반짝반짝 맑은 물 흐르듯 함이었네 / 星河耿耿淡如流
삼각산(三角山) 위의 구름을 바라보다. |
|
삼각산 꼭대기에 날아가는 흰 구름아 / 華山絶頂白雲飛
무심함을 자부하며 그 어디로 가느냐 / 自負無心何處歸
내가 어찌 바위 밑에 잘 줄을 모르랴만 / 我豈不知巖下宿
배움 끊은 도인이 드문 걸 꺼려서란다 / 只嫌絶學道人稀
내 생의 가고 머묾은 여유가 작작하기에 / 我生行止儘悠悠
성쇠 변화 따위는 전혀 걱정치 않는다오 / 消息盈虛摠不憂
또 묻노라 무심한 걸 배울 수만 있다면 / 且問無心如可學
상산사호인들 어찌 찾기가 어려울쏜가 / 商山四皓豈難求
구름과 묻고 대답한 게 다 진정이고말고 / 問雲雲答語皆眞
내 또한 당시에 세속 초월한 사람이거니 / 我亦當時洒落人
내 맘속에 티끌 있다고 이르지 말거라 / 莫道心中有査滓
요즘 그 어딘들 풍진 피할 곳이 있더냐 / 邇來無處避風塵
[주D-001]배움 끊은 도인 : 당 (唐)나라 선승(禪僧) 영가 현각(永嘉玄覺)의 〈증도가(證道歌)〉에 “그대는 못 보았나 배움 끊고 하는 일 없는 한가한 도인은, 망상도 안 없애고 진도 구하지 않는다네. 이름 없는 실성이 그게 바로 불성이요, 허깨비 같은 이 몸이 바로 법신이라네.[君不見絶學無爲閑道人 不除妄想不求眞無名實性卽佛性 幻化空身卽法身]”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상산사호(商山四皓) : 진(秦)나라 말기에 전란(戰亂)을 피하여 상산에 들어가 은거했던 4인의 백발 노인인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을 가리킨다.
할멈을 두고 읊다. |
|
할멈의 나이 장차 팔십이 되어가건만 / 老嫗行年將八十
청량한 말소리가 처음이나 똑같네그려 / 語音淸亮似當初
조부모 자손 사대가 문호를 부지하는데 / 祖孫四世扶門戶
정력이 지금 아직도 여유가 작작하네 / 精力如今尙有餘
일찍 일어나다. |
|
노쇠한 몸이라 병은 응당 많거니와 / 衰老身多病
청빈타 보니 형세는 절로 청렴하네 / 淸貧勢自廉
가는 구름은 깃발을 마는 것 같고 / 雲歸如卷旆
트인 하늘은 주렴을 걷은 듯하구나 / 天豁似褰簾
술을 마시니 두 뺨은 홍조를 띠고 / 飮酒紅浮頰
시를 읊다 보니 수염은 다 세었네 / 吟詩白盡髥
하염없이 조화를 따르는 곳에 / 悠悠乘化處
머리 돌려 도잠을 생각하노라 / 回首憶陶潛
[주D-001]하염없이 …… 생각하노라 :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애오라지 조화를 따라 죽음으로 돌아가거니, 천명을 즐길 뿐 다시 그 무엇을 의심하랴.[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한 데서 온 말이다.
영해(寧海) 족중(族中)의 서찰(書札)을 얻다. |
|
하늘 저 한쪽 아스라한 지방이요 / 渺渺天涯路
바닷가 산 깊은 궁벽한 시골이라 / 窮鄕海嶠深
시골서 달게 자취 숨겨 지내면서 / 里閭甘屛跡
서찰 보내와 마음 멀리 전하였네 / 尺牘遠傳心
말로라 나이는 점차 늙어가건만 / 末路年將暮
중추라 밤에도 어둡지를 않구려 / 中秋夜不陰
서로 바라보며 다시 서글퍼 하노니 / 相望更惆悵
밝은 달 함께 마주해 읊어나 보세 / 共對月明吟
느낌이 있어 짓다. |
|
세월은 바삐 흘러 또 반딧불이 나는데 / 光陰袞袞又流螢
현빈을 처음으로 도덕경에서 참구했네 / 玄牝初參道德經
상인을 차라 육국 유세한 건 과시했지만 / 佩印自誇遊六國
번간 걸식에 뜰에서 울던 건 누가 알리요 / 乞墦誰識泣中庭
달 둥글고 지고 한 새에 머리는 백발이요 / 月圓月缺頭垂白
가까운 산 먼 산이 보기엔 똑같이 푸르네 / 山近山遙眼共靑
전원을 가기도 전에 이미 세상 피했으니 / 不待歸來已逃世
서촉의 자운정이 진정 가련키만 하구나 / 可憐西蜀子雲亭
[주D-001]현빈(玄牝) : 만 물을 자생(孶生)하는 근원인 도(道)를 가리키는데, 《도덕경(道德經)》 제6장 성상(成象)에 “곡신은 영원히 죽지 않나니, 이것을 현빈이라 한다. 현빈의 문을 바로 천지의 근원이라 한다.[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是謂天地根]”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상인(相印)을 …… 과시했지만 : 전 국 시대에 소진(蘇秦)이 연(燕), 조(趙), 한(韓), 위(魏), 제(齊), 초(楚) 육국(六國)의 왕들을 합종설(合從說)로 유세(遊說)하여 종약(從約)을 체결하고 나서 육국의 재상(宰相) 인장(印章)을 한 몸에 차고는 스스로 말하기를 “나에게 낙양(洛陽)의 성곽을 등진 전토(田土) 두 이랑만 있었다면 내가 어찌 오늘날 육국의 재상 인장을 찰 수 있었겠는가.” 한 데서 온 말이다. 《史記卷69 蘇秦列傳》
[주D-003]번간(墦間) …… 알리요 : 전 국 시대 제(齊)나라의 어떤 사람이 날마다 집을 나가 동곽(東郭)의 무덤 사이[墦間]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남은 주식(酒食)을 실컷 빌어 먹고 집에 돌아와서는 매양 처첩(妻妾)에게 부귀(富貴)한 이들과 만나서 먹었다고 거드름을 떨곤 했으므로, 뒤에 그의 처첩이 그 내막을 알고 나서는 남편의 한심한 행위에 대단히 실망하여 뜰에서 울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孟子離婁下》
[주D-004]서촉(西蜀)의 자운정(子雲亭) : 자운정은 자가 자운인 양웅(揚雄)이 독서하던 곳을 가리키는데, 이곳이 서촉 지방인 사천성(四川省) 면양현(綿陽縣)에 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새벽에 읊다. |
|
가을 산은 문 안을 들어올 듯하고 / 秋山如入戶
새벽 햇빛은 이미 자리에 올랐네 / 曉日已登筵
엷은 홍색은 수많은 숲에 떠 있고 / 色淡紅浮樹
짙푸른 빛은 하늘에 가닿았구려 / 光濃碧際天
앓고 나서 아직 기는 저상되지만 / 病餘猶氣短
읊고 나면 이름은 전할 만하거니 / 吟後可名傳
다만 적막한 데 빠질까 두려울 뿐 / 祗怕流虛寂
어찌 누항의 어진 이에 부끄러우랴 / 何慚陋巷賢
시끄럼 피해 거적문 닫고 있다가도 / 避喧閉蓬戶
부름 받으면 화려한 자리 참여하네 / 承召赴華筵
호기는 아직 세상을 경시하건만 / 豪氣猶輕世
남은 생은 시험 삼아 하늘에 묻네 / 殘生試問天
이슬 내린 뜰엔 반딧불이 요란하고 / 露庭螢火亂
찬 모래톱엔 기럭이 편지를 전하네 / 沙寒雁書傳
촛불 잡고 의당 즐겁게 놀아야지 / 秉燭當勤樂
가을 슬퍼함을 꼭 어진 이만 할쏜가 / 悲秋未必賢
스스로 한가한 늙은이라 여기지만 / 自分閑中老
앓고 나서는 살찔 길이 막연하네 / 無緣病後肥
추위 막는 건 오직 묵은 솜이고요 / 禦寒唯故絮
헌 옷 기운 것이 바로 새 옷이라네 / 補弊卽新衣
글 읽히려 자식을 떠나보냈더니 / 送子讀書去
어버이 뵈러는 언제나 돌아올런고 / 寧親何日歸
깊은 가을엔 내가 의당 갈 터이라 / 深秋我當往
꿈마다 기럭 따라 남으로 날아가네 / 夢與雁南飛
[주D-001]누항(陋巷)의 어진 이 : 공자가 일찍이, 안회(顔回)가 누추한 시골에 살면서도 도를 즐기는 마음을 변치 않는다 하여 그를 어질다고 칭찬했던 데서 온 말로, 안회를 가리킨다. 《論語 雍也》
즉사(卽事) |
|
벼슬 버리고 동해의 서쪽으로 돌아오니 / 投紱歸來東海西
해돋이라 만리에 푸른 하늘 나직도 한데 / 搏桑萬里碧天低
산천의 빼어난 기운은 영걸을 일으키거니 / 山川秀氣扶英傑
문필의 헛된 명성은 장난말에 불과하네 / 翰墨虛名近滑稽
금리에 노닐던 습유에 스스로 견주지만 / 自擬拾遺游錦里
금계에서 마시자고 공봉을 누가 부를꼬 / 誰招供奉飮琴溪
낙락장송 아래에 이내 회포를 부치노니 / 寄懷落落雲松下
오가는 고니나 봉황을 누가 동일시하는고 / 鵠去鳳來誰得齊
끝없는 푸른 하늘 높은 누각에 기대어라 / 碧天無際倚高樓
아스라한 강산은 바로 초목의 가을이로세 / 渺渺江山草木秋
장편 단편 시구는 다 격식을 무시하지만 / 詩句短長皆放膽
조관들 모인 곳에는 머리 숙여 따르노라 / 衣冠雜遝且低頭
신선놀이엔 혹 청조와 친할 수도 있겠지만 / 仙游或是狎靑鳥
강호의 은자는 누가 백구와 맹세를 지킬꼬 / 漁隱誰能盟白鷗
필경에 공명이란 이 몸 밖의 물건이거니 / 畢竟功名身外物
앞으로는 만사를 그만두는 게 가장 좋겠네 / 從今萬事不如休
[주D-001]금리(錦里)에 노닐던 습유(拾遺) : 금리는 성도현(成都縣)에 있던 금강(錦江) 가의 마을을 가리키고, 습유는 우습유(右拾遺)를 지낸 두보(杜甫)를 가리키는데, 두보가 일찍이 금강 가의 초당(草堂)에서 지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금계(琴溪)에서 …… 부를꼬 : 금 계는 시내 이름이고, 공봉(供奉)은 일찍이 한림 공봉(翰林供奉)을 지낸 이백(李白)을 가리키는데, 이백의 〈수최십오견초(酬崔十五見招)〉 시에 “그대 훌륭한 글씨의 서찰을 보내, 금계에서 마시자고 불러 주었네.[爾有鳥跡書 相招琴溪飮]” 한 데서 온 말이다. 《李太白集 卷18》 저자 또한 중국에서 한림을 지냈기 때문에 자신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3]청조(靑鳥) : 선녀(仙女) 서왕모(西王母)의 사자(使者)인 청색(靑色)의 신조(神鳥)를 가리킨다.
강촌(江村)에 대한 시(詩). 정무(鄭袤)를 위하여 짓다. |
|
승천부라 그 안에 산귀란 마을에는 / 昇天府裏山龜村
정씨가 그곳 해문을 마주하여 사는데 / 鄭氏居之臨海門
해문에는 마리산이 가장 높다랗거니와 / 海門摩利山最高
산의 좌우로는 거센 파도가 몰아오고 / 山之左右波濤奔
동으로는 조강이요 서로는 예성강이라 / 東連阻江西禮成
어염이 한데 모이니 어찌 그리 번화한고 / 魚鹽都會何其繁
허지만 요즘엔 일본이 도적질을 좋아해 / 邇來日本喜竊盜
물 가까운 곳곳마다 풍진이 자욱하다네 / 近水處處風塵昏
양파 선생은 평생을 학문으로 늙었는데 / 陽坡先生老於學
내 젊은 시절 독칠방에서 기거할 때에 / 我少之時居獨七
판잣집이 십천 물가와 가까이 있었기에 / 板房家近十川濆
선생 말씀이 지금도 두 귀에 역력하다오 / 兩耳至今詞氣溢
당시 강촌엔 난새가 오동에 우뚝했는데 / 當時江村鸞峙梧
늙고 보니 세월의 빠름을 알 만하구려 / 老大可見光陰疾
더구나 나는 또 쇠병을 오래 겪으면서 / 況予衰病又多年
매양 전현들과 오르내리길 생각했음에랴 / 每憶前修共軒輊
위경을 전수함이 바로 그의 가풍이라 / 韋經授受是家風
나는 강촌의 효성과 충성을 사랑하노라 / 我愛江村孝又忠
급제로 입신양명하여 부친의 뜻을 잇고 / 文科立揚旣繼志
능숙한 관리 사무로 일편 충정 펼쳤으되 / 吏事諳練仍匪躬
벼슬은 한산해 강촌에 있는 것 같았고 / 官閑如在江村裏
퇴청만 하면 문득 강촌으로 향하였으니 / 朝退便向江村中
강촌의 낙은 말로 전하기 어렵겠거니와 / 江村之樂難言傳
흥미도 영락없이 양파옹과 똑같네그려 / 興味酷似陽坡翁
봄바람이 강에 불 땐 하늘은 아스라하고 / 春風搖江天漠漠
가을 달이 강에 비출 땐 바람은 쌀쌀하고 / 秋月照江風颯颯
장맛비 강에 연할 땐 삼복더위 푹푹 찌고 / 淫雨連江暑蒸伏
강 가득 눈보라 칠 땐 섣달 추위 엄습하네 / 飛雪滿江寒襲臘
그 누가 알랴 양파에게 훌륭한 아들 있어 / 誰知陽坡有賢子
강개하고 통민하며 유리까지 겸한 줄을 / 慷慨通敏兼儒吏
그 가운데 소요하며 근심 없이도 즐기매 / 逍遙其中樂無憂
큰 재주 큰 뜻 품었다고 모두들 말하누나 / 共道雄才與雄志
후일 말고삐 나란히 하여 서교에 나가거든 / 他年聯騎出西郊
한 조각 강촌을 화가 시켜 그리게 하련다 / 一片江村煩畫史
[주D-001]승천부(昇天府) : 경기도(京畿道) 풍덕군(豐德郡)의 고호(古號)이다.
[주D-002]양파(陽坡) 선생 : 여기서는 정무(鄭袤)의 부친으로 호가 양파였던 이를 높여 이른 말인데, 그의 이름은 자세하지 않다.
[주D-003]난새가 오동에 우뚝했는데 : 부 조(父祖)의 업(業)을 능히 지킬 만한 훌륭한 자손을 가리킨 말이다. 한유(韓愈)의 〈전중소감마군묘지명(殿中少監馬君墓誌銘)〉에 “물러 나와 소부를 보매, 푸른 대나무와 벽오동나무에 난새와 고니가 우뚝 서 있는 것 같았으니, 그 업을 능히 지킬 만한 사람이었다.[退見少傅 翠竹碧梧 鸞鵠停峙能守其業者也]” 하였다.
[주D-004]위경(韋經) : 경 학(經學)을 대대로 전수한 가문을 비유한 말로, 한(漢)나라 때 경학자(經學者)인 위현(韋賢)의 학덕(學德)이 천하에 가장 높아서 벼슬이 승상(丞相)에 이르렀는데, 그의 아들 위현성(韋玄成) 또한 명경(明經)으로 발탁되어 벼슬이 승상에 이르렀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유리(儒吏) : 유생(儒生) 출신으로 이원(吏員)이 된 사람을 가리킨다.
느낌이 있어 짓다. |
|
감히 문장을 혹시라도 전하리라 말하랴만 / 敢道文章或可傳
토론하고 윤색한 지는 이미 여러 해라네 / 討論潤色已多年
도심의 은미함 현저함은 붓끝에 결판나고 / 道心微著毫端判
물상의 곱고 추함은 거울 속에 비친다오 / 物像姸媸鏡裏懸
한실 사람은 번쾌와 섞이길 부끄러워했고 / 漢室有人羞噲伍
공문의 제자들은 안회 어짊을 부러워했지 / 孔門諸子羨回賢
재능이 뛰어나다고 부디 자랑하지 말라 / 丁寧莫詑錚錚鐵
지금 우리 무리는 일전 가치도 안 되는걸 / 我輩如今不直錢
[주D-001]한실(漢室) …… 부끄러워했고 : 한 고조(漢高祖) 때 한신(韓信)이 일찍이 번쾌(樊噲)를 만나 보고는 그의 사람됨을 몹시 비루하게 여겨 그와 함께 어울리기를 수치스럽게 여겼다는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92 淮陰侯列傳》
강동가(江東歌) |
|
계응의 풍채는 가을 하늘 그득했어라 / 季鷹風采橫素秋
강동의 흥취가 어찌 그리 유유했던고 / 江東之興何悠悠
순채는 윤활하여라 백설이 얼어붙은 듯 / 蓴絲滑凝雪成氷
농어는 팔짝 뛰어 푸른 물을 가르겠지 / 鱸魚跳空裂碧流
시골 사람들 날마다 고상한 놀이 하노라면 / 鄕人日日作高會
금동이 좋은 술에 하늘 그림자 둥둥 뜨고 / 金樽美酒天浮內
노래 부르며 교대로 너울너울 춤을 추면은 / 歌呼迭起舞長袖
요란한 관현악 소리는 그야말로 제일일레 / 急管繁絃樂云最
금쟁반의 양락이 어찌 좋지 않으랴마는 / 金盤羊酪豈不好
나는야 내 고향 그리워 의당 은퇴하련다 / 我懷我土吾宜退
웅대하여라 힘이 태산을 뽑을 만하여 / 雄哉力可拔太山
잠깐 사이에 천하를 마음대로 다루었고 / 宰制天下指顧間
당시 홍문연에선 옥두를 부수었으니 / 當時鴻門擊玉斗
뛰어난 기개는 세상을 놀랠 만하고말고 / 逸氣烈焰驚區寰
하늘이 망치는데 아부 계책을 따랐으랴 / 天亡肯右亞父策
권토중래한다는 건 부끄러울 뿐이라오 / 捲土重來多厚顔
옛일 슬퍼하매 격렬한 마음 불타듯 하여 / 弔古激裂心如焚
부귀공명이 뜬구름처럼 여겨질 뿐이로다 / 功名富貴如浮雲
누가 계응을 식탐하는 사람이라 말하는고 / 誰云季鷹是饞夫
늙은 나는 머리 돌려 높은 덕행 흠모한다네 / 老我回首歆淸芬
[주D-001]계응(季鷹)의 …… 유유했던고 : 계 응은 진(晉)나라 때 문인(文人) 장한(張翰)의 자이다. 그가 일찍이 낙양(洛陽)에 들어가 동조연(東曹掾)으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을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자기 고향인 강동(江東) 오중(吳中)의 순챗국[蓴羹]과 농어회[鱸鱠]를 생각하면서 “인생은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것이 귀중한데, 어찌 수천 리 타관에서 벼슬하여 명작(名爵)을 구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마침내 수레를 명하여 고향으로 돌아갔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晉書 卷92 文苑列傳 張翰》
[주D-002]양락(羊酪) : 양 젖의 지방(脂肪)을 분리하여 만든 식품인데, 예로부터 귀한 음식으로 일컬어졌다. 진(晉)나라 때 강동 오중 출신인 육기(陸機)가 일찍이 시중(侍中) 왕제(王濟)를 방문했을 때 왕제가 손으로 양락을 가리키면서 육기에게 이르기를 “그대의 고향 오중에는 어떤 식품이 이와 맞먹을 만한가?” 하자, 육기가 대답하기를 “천리에서 나는 순챗국과 말하에서 나는 된장입니다.[千里蓴羹 末下鹽豉]” 했다 한다.
[주D-003]웅대하여라 …… 다루었고 : 역 시 강동 출신인 항우(項羽)가 일찍이 서초패왕(西楚霸王)이 되어 천하를 호령했는데, 그가 뒤에 해하(垓下)에서 한(漢)나라 군사에게 겹겹으로 포위되어 매우 곤경에 처하자, 비분강개하여 스스로 노래하기를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는데, 때가 이롭지 못하여 오추마가 가지 않는구나.[力拔山兮氣蓋世時不利兮騅不逝]”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당시 …… 부수었으니 : 옥 두(玉斗)는 옥으로 만든 술 그릇이다. 한 패공(漢沛公)이 진(秦)의 관중(關中)을 먼저 쳐들어간 것을 항왕(項王)에게 사과하기 위해 홍문(鴻門)의 주연(酒宴)에 갔을 때,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한다는 뜻에서 항왕에게 아부(亞父)로 불리었던 항왕의 모신(謀臣) 범증(范增)이 항왕에게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이 자리에서 패공을 꼭 쳐죽일 것을 몇 번이나 눈짓했으나, 항왕이 응하지 않았다가, 그 긴박한 사태를 알아챈 패공이 마침내 그 자리를 나와 도망가고 난 뒤에 장량(張良)이 패공을 대신하여 옥두 한 쌍을 범증에게 바치자, 범증이 크게 노하여 그 옥두를 땅에 내려놓고 칼을 뽑아서 마구 때려 부숴버렸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5]하늘이 …… 따랐으랴 : 하 늘이 망쳤다는 것은 항왕이 해하에서 한(漢)나라 군사의 포위망을 가까스로 뚫고 도망하다가 음릉(陰陵)에 이르러 큰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사이에 한나라 군사가 바싹 추격해오자, 항왕이 스스로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알고는 고작 20여 인밖에 남지 않은 부하 기병(騎兵)에게 이르기를 “내가 군대를 일으킨 지 지금 8년 동안에 몸소 70여 차례를 싸우면서 싸울 때마다 승리하고 한번도 패한 적이 없어 마침내 천하의 패왕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끝내 이런 곤경에 빠졌으니, 이것은 바로 하늘이 나를 망치려는 때문이요, 내가 싸움을 잘못한 탓이 아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아부(亞父)의 계책을 안 따랐다는 한 패공(漢沛公)이 진(秦)의 관중(關中)을 먼저 쳐들어간 것을 항왕(項王)에게 사과하기 위해 홍문(鴻門)의 주연(酒宴)에 갔을 때,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한다는 뜻에서 항왕에게 아부(亞父)로 불리었던 항왕의 모신(謀臣) 범증(范增)이 항왕에게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이 자리에서 패공을 꼭 쳐죽일 것을 몇 번이나 눈짓했으나, 항왕이 응하지 않았다가, 그 긴박한 사태를 알아챈 패공이 마침내 그 자리를 나와 도망가고 난 뒤에 장량(張良)이 패공을 대신하여 옥두 한 쌍을 범증에게 바치자, 범증이 크게 노하여 그 옥두를 땅에 내려놓고 칼을 뽑아서 마구 때려 부숴버렸던 일을 가리킨다.
[주D-006]권토중래(捲土重來)한다 : 권 토중래는 곧 한번 패전한 자가 세력을 가다듬어 전력(全力)을 기울여서 다시 쳐들어간다는 뜻으로, 두목(杜牧)이 항우의 일을 두고 지은 〈제오강정(題烏江亭)〉 시에 “강동의 자제들 중엔 호걸들도 많으니, 권토중래했다면 뒷일을 알 수 없으리.[江東子弟多豪俊 捲土重來未可知]” 한 데서 온 말이다.
국(菊) |
|
중추에 이미 노랗게 핀 국화 가지를 보고 / 中秋已見菊枝黃
목은 노인 바람 앞에 한번 길이 탄식하네 / 牧老臨風一嘆長
만일 소년 시절이라면 내 급히 뛰어가서 / 恰似少年吾躁進
서리 띤 은은한 향을 맡아볼 수 있으련만 / 帶霜能得細吹香
수다한 홍화 백화가 다 국화엔 뒤지거니와 / 朱白紛然共讓黃
재배를 공교히 했기에 또한 오래도 가누나 / 栽培巧矣亦能長
용산에서는 구일에야 한창 성하게 피어서 / 龍山九日開方盛
반쯤 취해 돌아오매 모자 가득 향기로웠지 / 半醉歸來滿帽香
중추절엔 둥근 달 아래 그림자를 놀리고 / 中秋弄影月流空
시월엔 눈 속의 떨기에서 향기를 풍겨라 / 十月吹香雪壓叢
풍광을 차지한 게 어찌 그리 크고 너른고 / 占得風光何大闊
쇠한 늙은이 꽃 대해 거듭거듭 탄식하노라 / 對花三歎有衰翁
[주D-001]용산(龍山)에서는 …… 향기로웠지 : 진 (晉)나라 때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으로 있었던 맹가(孟嘉)가 9월 9일인 중양절(重陽節)에 환온이 베푼 용산의 주연(酒宴)에 참석하여 국화주를 마시고 흥겹게 노니느라 자기 모자가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풍류를 한껏 발휘했던 데서 온 말이다.
우연히 강가의 가을이 생각나서 짓다. |
|
백로 나는 가을 강에 서리가 흠뻑 내려 / 白鷺秋江如墜霜
물에 비친 단풍 숲이 석양빛을 띠거든 / 水中紅樹帶斜陽
뱃사람은 거울 위를 가는가 의아할 텐데 / 舟人自訝行明鏡
나는 풍진 속에서 부질없이 애만 끊이네 / 我向風塵空斷腸
당년에 홀로 한 병 술 차고 놀러 다닐 땐 / 當年獨佩一壺游
산 북쪽 남쪽 나무가 모두 가을빛이었고 / 山北山南樹色秋
다시 배 안에 들어가 곧은 낚시할 적엔 / 更向舟中垂直釣
물결 빛과 달그림자가 함께 흘러갔었지 / 波光月影共悠悠
누인 베 같은 맑은 강 티끌 없이 깨끗하건만 / 澄江如練淨無塵
언덕 위에 읊조린 이는 몇 사람이나 되는고 / 岸上行吟有幾人
엄광이 홀로 한나라 하직했다 말들 하지만 / 摠道嚴光獨辭漢
서복이 진나라 안 돌아간 것도 가련코말고 / 更憐徐福不歸秦
[주D-001]곧은 낚시할 적엔 : 강태공(姜太公)이 은거하던 당시 위수(渭水) 가에서 낚시질을 할 적에 미끼도 끼우지 않은 곧은 낚시를 사용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엄광(嚴光)이 …… 하지만 : 소 년 시절에 광무제(光武帝)와 함께 유학(遊學)했던 후한(後漢)의 은사(隱士) 엄광이 광무제가 등극(登極)한 뒤로는 성명(姓名)을 바꾸고 부춘산(富春山) 아래에 은거하면서 손수 농사를 짓고 낚시질을 하며 지냈는데, 광무제가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그를 찾아서 수차에 걸쳐 간곡히 요청한 결과, 그가 마지못해 한 번 대궐에 들어가 광무제를 만나서 옛 우정을 나누고 나서는 관직을 끝내 제수받지 않고 한나라를 영영 하직하고 다시 돌아가 은거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서복(徐福)이 …… 가련코말고 : 진 시황(秦始皇) 때의 방사(方士) 서복이 진 시황의 명에 따라 동남동녀(童男童女) 3천 인씩을 거느리고 장생불사약(長生不死藥)을 구하러 해중(海中)으로 들어갔다가 끝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들은 일을 기록하다. |
|
인륜은 찬연히 질서가 있는 거라 / 人倫粲有序
은혜와 의리에 등급이 매겨졌으니 / 恩義品節之
즐겁게 서로 화합하는 가운데서 / 懽然交際中
풍속이 절로 태평하게 되는 건데 / 風俗成雍煕
부자간엔 서로 보전하지 못하고 / 父子不相保
형제간엔 잇달아 서로 해치다니 / 兄弟仍相夷
사소한 원망으로 칼을 뽑아 쳐서 / 睚眦拔劍刀
뿌린 피가 술잔까지 미쳤다더니 / 濺血及酒卮
더구나 또 이웃 나라에 도적질차 / 矧又盜鄰界
남해 연안까지 이르렀다 하네그려 / 至于南海涯
천자가 처음엔 그를 도외시했다가 / 天子置度外
이제 비로소 거듭 군대 일으키네 / 時方重興師
영주의 쥐가 필시 화를 입으리니 / 永鼠必有禍
행여 예전 같으리라 이르덜 말라 / 勿謂如前時
[주D-001]영주(永州)의 …… 입으리니 : 당 (唐)나라 유종원(柳宗元)의 〈서설(鼠說)〉에 의하면, 영주에 사는 아무개가 그의 생년(生年)이 자년(子年)인바 자(子)는 곧 쥐[鼠]의 신(神)이라 하여 쥐를 대단히 사랑한 나머지, 고양이를 기르지 않고 창고나 푸줏간을 모두 쥐에게 맡겨서 제멋대로 훔쳐 먹고 갉아대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뒤에 그 주인이 마침내 그 집을 떠나고 다른 사람이 그 집에 들어와서는 극성떠는 꼴을 보고는 모두 잡아 죽였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8 월 11일에 서연(書筵)을 열어 신(臣) 색(穡)과 신 중화(仲和)가 《논어(論語)》 태백(泰伯)의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으며,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가서 도를 행하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숨어야 하느니라.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요,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는 부하고 귀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 富且貴焉 恥也]”라는 대목을 진강(進講)하고 물러 나와서 그 소감을 기록하다. |
|
독신하면 참으로 탄탄대로 가는 격이니 / 篤信眞如就坦途
배워서 능히 지키는 게 이것이 공부라네 / 學而能守是工夫
들거나 삶은 나라의 위란을 분변할 뿐이요 / 入居只辨邦危亂
숨거나 나감은 도의 유무를 따라야 하나니 / 隱見還從道有無
태평성대에 허둥지둥 버린 물건이 되는 자 / 治世栖栖爲棄物
쇠란한 때에 혁혁하게 부귀영달을 누린 자 / 衰時赫赫踐亨衢
이 두 사람이 바로 신 색과 같은 자이기에 / 二人的是如臣穡
얼굴 붉히며 흐르는 땀을 금할 길이 없구나 / 面赤難禁汗被膚
스스로 읊다. |
|
광기 어린 시흥은 맞설 자가 없어 / 詩興狂無敵
때때로 이태백에게 핍근하거니와 / 時時逼謫仙
초탈한 기상은 나는 학과 같고요 / 昻藏如野鶴
고결한 품은 가을 매미와 같다네 / 孤潔比秋蟬
이슬은 일천 숲 달빛 아래 차갑고 / 露冷千林月
구름은 만리 먼 하늘에 나는구나 / 雲飛萬里天
유연히 담담하여 거리낌 없거니 / 悠然淡無累
어느 날이 바로 돌아가는 날일꼬 / 何日是歸年
형체 잊으니 많은 욕심 맑아지고 / 忘形多欲淨
거리낌 없으니 이 한 몸 가벼워라 / 無累一身輕
쇠한 백발은 빗질 끝에 짧아지고 / 秋髮梳餘短
운치는 술 마신 뒤에야 생기누나 / 風情酒後生
시 읊을 땐 의당 흥이야 비야 하지만 / 沈吟當比興
말은 잘하나 합종 연횡술 아니라네 / 好辯匪從橫
점차 높은 가을 하늘 송골매같이 / 漸似霜天鶻
만 리 갠 하늘을 높이 날고 싶어라 / 高飛萬里晴
다행스레 국록은 먹고 지내지만 / 幸爾霑君祿
한갓 아버지 글을 읽었을 뿐이네 / 徒能讀父書
고상한 정은 천재 아래 독보련만 / 高情千載下
병 많은 생은 반평생 남짓이로세 / 多病半生餘
가을빛은 산천이 하 깨끗해졌는데 / 秋色山川淨
바람 소리엔 초목 잎새 성기어가네 / 風聲草木疎
내 크나큰 회포 기울이는 곳에 / 有懷傾磊落
몸과 세상이 다 공허하기만 하구나 / 身世儘浮虛
[주D-001]한갓 …… 뿐이네 : 오직 집안 대대로 전해 온 글만 읽을 뿐, 임기응변의 재주가 없음을 의미하는데, 전국 시대 조(趙)나라 인상여(藺相如)가 조괄(趙括)의 재능을 평한 데서 온 말이다.
동계(東界) 황 영공(黃令公)이 연어를 보내 준 데 대하여 받들어 사례하다. 붓을 달려 쓰다. |
|
동해 가운데 한 쌍의 생선과 / 一雙海中魚
머나먼 동계의 상공 서찰이 / 東界相公書
늙은 목은이 깜짝 놀라는 곳에 / 老牧偏驚倒
바람을 따라 초려에 떨어지누나 / 隨風落草廬
일을 기록하다. 서연(書筵)의 윤대(輪對)할 일로 사방(辭房)에 있으면서 젓대 소리를 들으니, 인가(人家)가 가까운 때문이다. |
|
짧은 젓대 소리 어찌 그리 청량한고 / 短笛聲何亮
가을 하늘에 은은히 울려 퍼지네 / 依依秋滿空
처음엔 영외에서 날아오나 했더니 / 始疑飄嶺外
점차로 궁중에서 나오는 듯하구나 / 漸似出宮中
춤추는 봉황은 찾아볼 길 없으나 / 鳳舞無從見
용의 울음은 또한 매우 정교하네 / 龍吟亦甚工
참으로 태평의 기상이 있으니 / 太平眞有象
남묘에 가서 농사를 힘쓸 만하네 / 南畝可明農
[주D-001]용의 울음 : 퉁소나 젓대 따위의 청량한 소리를 비유한 말이다.
장난삼아 제(題)하다. |
|
백발에 관 거꾸로 쓴들 해로울 것 있으랴 / 白髮何妨倒著冠
한빈한 선비라 삭신 아픈 것도 합당하지 / 酸儒正合骨辛酸
맘은 미쳐서 문장 짓기 쉽다고 믿었거니와 / 心狂素信錭龍易
발이 아프니 말 타기 어려움을 이제 알았네 / 足病方知跨馬難
시골집에 벼 베는 종은 게을러 짜증나고 / 刈稻野莊嗔僕倦
산사에 글 읽는 아이는 추울까 염려로세 / 讀書山寺念兒寒
맑은 가을이라 높이 올라 조망을 하고프나 / 淸秋直欲登高望
오랜 비가 막 갠 터라 길이 아직 안 말랐네 / 久雨初晴路未乾
오관산 높은 봉을 올라볼까 늘 생각하지만 / 陟巘常思到五冠
높은 절벽에 절로 오금이 저림을 깨닫겠네 / 懸崖自覺足心酸
한가함 좋아 편히 누우니 한가롭기는 하나 / 愛閑高枕悠悠甚
훼방 피해 시 읊조리긴 어렵기 그지없구려 / 避謗吟詩戞戞難
꿈속에 원숭이는 밝은 나월 아래 울어대고 / 夢裏猿吟蘿月白
눈앞에 기러기는 차가운 해문을 날아가네 / 望中鴻去海門寒
때때로 내 평생의 일을 점검해 보노라면 / 時時點檢平生事
끝내 맑고 깨끗한 한 조각 강산뿐이로세 / 一片江山淨且乾
[주D-001]훼방 …… 읊조리긴 : 당(唐)나라 때 육지(陸贄)가 일찍이 원방(遠方)에 유배되고 나서는 항상 문을 굳게 닫고 있어 사람들이 그의 얼굴을 알지 못했고, 또 훼방을 피하기 위해서 저술도 하지 않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나월(蘿月) : 여라(女蘿)의 덩굴에 걸친 달빛을 가리킨 것으로, 전하여 은자(隱者)의 처소를 의미한다.
23일에 《논어(論語)》 태백(泰伯)의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꾀하지 않는 것이다.[不在其位 不謀其政]”라는 여덟 글자를 강(講)하였다. |
|
하늘은 맑고 땅은 흐려 높고 낮게 나뉘어 / 天淸地濁判高卑
팔기의 유행이 각각 절로 알아서 하나니 / 八氣流行各自知
유월에 서리 날림은 사람의 원망 때문이요 / 六月霜飛人有怨
삼동에 천둥이 치면 나라가 위태해진다네 / 三冬雷奮國將危
빈풍의 화락함은 당초 물정을 따른 것이요 / 豳風愷悌初因物
간괘의 광명함은 시기를 아는 것뿐이로다 / 艮卦光明只識時
얼굴 붉힌 이 늙은이는 촌학구일 뿐이라서 / 赤面老生村學耳
서연의 진강 중에 남의 능멸을 받고 말았네 / 書筵進講被人欺
[주D-001]팔기(八氣) : 음(陰), 양(陽), 풍(風), 우(雨), 회(晦), 명(明) 육기(六氣)의 착오인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주D-002]유월에 …… 때문이요 : 전 국 시대 제(齊)나라 추연(鄒衍)이 연 혜왕(燕惠王)을 충성으로 섬겼으나, 연 혜왕이 소인(小人)의 참언(讒言)을 믿고 그를 옥(獄)에 가두므로, 추연이 원통하여 하늘을 우러러보고 통곡하자, 한여름에 때 아닌 서리가 내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빈풍(豳風)의 …… 것이요 : 빈 풍은 특히 《시경(詩經)》 빈풍의 칠월(七月) 편을 가리킨다. 이 시는 주공(周公)이 지은 것으로, 주(周)나라의 선조(先祖)인 후직(后稷)과 공류(公劉)가 일찍이 자애로운 정사로써 백성들에게 농사를 장려하여 모두 잘살게 했던 일들을 진술해서 성왕(成王)을 권면한 것이다.
[주D-004]간괘(艮卦)의 …… 것뿐이로다 : 《주역(周易)》 간괘(艮卦) 단사(彖辭)에 “간은 그침이니, 때가 그침직하면 그치고, 때가 행함직하면 행하여 동정이 그때를 잃지 않는 것이 그 도가 광명하다.[艮止也 時止則止 時行則行 動靜不失其時 其道光明]” 한 데서 온 말이다.
청풍 태수(淸風太守) 오사충(吳思忠)의 도계 서목(到界書目) 후미에 쓰다. |
|
낙제하던 당년에는 덕수에서 만났더니 / 落第當年逢德水
태수가 된 오늘에는 청풍에 누웠네그려 / 分符今日臥淸風
목옹은 부질없이 등루의 흥취를 품어서 / 牧翁謾抱登樓興
한벽이 서로 엉긴 게 꿈속에 들오누나 / 寒碧相凝入夢中
[주D-001]목옹(牧翁)은 …… 들오누나 : 청풍군(淸風郡) 객관(客館) 동쪽에 한벽루(寒碧樓)가 대강(大江)을 굽어보고 있어 경치가 빼어나므로 이른 말이다.
유 항(柳巷)의 누각(樓閣) 위에서 염동정(廉東亭)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동정은 꿩과 동해(東海)의 생선을 가져왔고, 유항의 술은 맛이 아주 좋아서 근래에 없는 것이었다. 취중(醉中)에 또 안 첨서(安簽書)를 함께 방문하자고 약속하였다. 이튿날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
동정이 가져온 꿩 구이는 향기를 풍기고 / 東亭雉嗅灸生香
상당이 마련한 술은 맛이 또한 진진한데 / 上黨浮蛆味更長
게다가 먼 데서 온 해어를 씹어 먹으니 / 又嚼海魚來自遠
하얀 기름 같은 정육보다 월등히 좋았지 / 絶勝鼎肉截如肪
좌중엔 햇볕이 들어 자리 자주 옮겨 앉고 / 座中日轉頻移席
누각 밖엔 산이 둘러 쾌히 술잔 기울였네 / 樓外山橫快倒觴
미친 꼴은 아직 예전 같음을 깨닫겠어라 / 漸覺顚狂猶故態
나란히 말 타고 계지당을 찾으려 했었네 / 聯鞍欲訪桂枝堂
[주D-001]계지당(桂枝堂) : 당시 밀직 첨서(密直簽書)였던 안종원(安宗源)을 가리킨다. 이때 안종원의 세 아들인 중온(仲溫), 경량(景良), 경공(景恭)이 모두 문과(文科)에 급제하였으므로 이렇게 일컬은 것이다.
회포를 서술하다. |
|
세리로 서로 겨루어 비와 구름 들레어라 / 利勢相傾鬧雨雲
연래엔 세상일이 더욱 분분하기만 하네 / 年來世事更紛紛
다만 공업을 가지고 고하를 겨룰 뿐이요 / 但將功業爭高下
그 누가 세월을 가지고 분촌을 아끼던가 / 誰把光陰惜寸分
오리 학의 길고 짧음은 원래 종자가 있고 / 鳧短鶴長元有種
소와 낙타는 울어서 제각기 떼를 짓나니 / 牛牟駝
원컨대 그칠 줄 알고 만족해할 줄 알아서 / 願言知止仍知足
가슴속을 깨끗이 닦고 천군을 받들었으면 / 淨掃靈臺奉天君
[주D-001]비와 구름 들레어라 : 두보(杜甫)의 〈빈교행(貧交行)〉에 “손 뒤집으면 구름이 되고 손 엎으면 비가 된다.[翻手作雲覆手雨]”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세상 인정이 덧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2]오리 …… 있고 : 《장 자(莊子)》 산목(山木)에 “오리의 다리는 비록 짧지만 이어주면 걱정을 하고, 학의 다리는 비록 길지만 잘라주면 슬퍼한다.[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모든 사물이 각각 제 나름의 특징이 있음을 의미한다.
[주D-003]소와 …… 짓나니 : 한유(韓愈)의 〈정촉연구(征蜀聯句)〉에 “소를 잡을 땐 소가 ‘모’ 하고 울부짖고, 무거운 짐을 실으면 낙타가 ‘갈’ 하고 운다.[椎肥牛呼牟 載實駝鳴
[주D-004]천군(天君) : 마음의 별칭이다.
흥국사(興國寺) 앞 큰 길거리에 재추(宰樞) 제군(諸君)들이 모여 앉아서 명을 기다리고 있으므로, 판삼사공(判三司公)이 나에게 그 까닭을 말해 주었으니, 대체로 상(上)께 유모(乳母)를 물리치라고 청하는 것이었다. |
|
젖 먹여 기름은 자모로 좇아하고 / 乳養從慈母
국가의 유지는 대신에 의거하나니 / 維持倚大臣
은혜가 깊기에 의당 호위해야 하고 / 恩深當衛護
충성이 지극기에 시사를 논한다오 / 忠至故敷陳
그릇 깨질까 쥐 잡긴 어렵거니와 / 忌器難投鼠
춘추 끝냄은 기린 얻은 데서였지 / 成篇旋獲麟
강상은 예가 근본이 되는 것이라 / 綱常禮爲本
고금에 인륜을 아름답게 여긴다네 / 今古美彝倫
흥국사 문 앞의 도로는 / 興國門前路
편평한 모래가 대궐 담과 접했는데 / 平沙接禁垣
묘당은 한창 합좌하여 논의하고 / 廟堂方合坐
대성에서는 다투어 진언을 하네 / 臺省競陳言
거센 바람에 옷은 아직 얇으나 / 風急衣猶薄
술잔이 깊으니 주기는 온화하구려 / 杯深酒乍溫
병든 몸에 약간 통증이 느껴지매 / 病軀微覺痛
집에 와 밥 먹고 천지에 감사하노라 / 退食謝乾坤
[주D-001]그릇 …… 어렵거니와 : 해 (害)를 제거하고자 하나 꺼리는 바가 있음을 뜻한 것으로, 가의(賈誼)의 치안책(治安策)에서 속어(俗語)의 “돌을 던져 쥐를 잡고자 하나 그릇이 깨질 것을 꺼린다.[欲投鼠而忌器]”는 말을 인용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임금의 측근을 제거하기 어려움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2]춘추(春秋) …… 데서였지 : 공자가 노 애공(魯哀公) 14년 봄에 기린을 잡은 것을 보고는 “서쪽으로 순수하여 기린을 얻다.[西狩獲麟]”라는 말로 《춘추》의 집필을 마감한 것을 이른 말이다.
즉사(卽事) |
|
순마소는 여염집을 진정시키고 / 巡馬閭閻靜
장수는 기전을 깨끗이 방위하누나 / 元戎畿甸淸
위엄 떨치어 국운을 확장시켜라 / 揚威張國步
천명 받음은 밝은 임금 힘입었네 / 受命荷王明
까치는 공교해 비둘기 집을 짓고 / 鵲巧營鳩室
애들은 교만해 아비 군대 움직이네 / 兒驕弄父兵
병든 나머지에 그 무얼 기도할꼬 / 病餘何所禱
장수와 재상이 공명을 보전함일세 / 將相保功名
병든 몸은 의당 유유자적거니와 / 病軀宜自適
절뚝발은 또 누가 불쌍히 여길꼬 / 躄足又誰憐
온종일 뭇사람 따르기도 어렵지만 / 逐隊難終日
노년엔 외모 꾸밈도 부끄럽다마다 / 施容愧老年
숭산의 소나무는 하도 무성하고 / 崧山松鬱鬱
병부 앞 냇물은 세차게 흘러가네 / 兵部水濺濺
관도는 편평하기 숫돌과 같은데 / 官道平如砥
중관이 분부 받들어 전하는구나 / 中官奉旨傳
[주D-001]순마소(巡馬所) : 고려 말기로부터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방도 금란(防盜禁亂)을 관장했던 순군만호부(巡軍萬戶府)의 약칭이다.
[주D-002]까치는 …… 짓고 : 《시 경(詩經)》 소남(召南) 작소(鵲巢)에 “까치가 둥지를 지으매, 비둘기가 차지해 살도다.[維鵲有巢 維鳩居之]” 한 데서 온 말로, 원뜻은 비둘기는 둥지를 짓지 못하여 까치의 둥지에서 산다는 것인데, 혹은 남의 집이나 물건을 강점(強占)하는 데에 비유하기도 한다.
[주D-003]애들은 …… 움직이네 : 한 선제(漢宣帝) 때 발해군(渤海郡)에 흉년이 들어 도적이 자주 일어나자, 선제가 공수(龔遂)를 발해 태수(渤海太守)로 삼고 그를 불러 이르기를 “발해에 난리가 나서 내가 매우 걱정스러운데, 그대는 어떻게 도적을 없애 나의 뜻에 부응하려는가?” 하니, 공수가 대답하기를 “바닷가가 하도 멀어서 성왕(聖王)의 풍화(風化)를 입지 못한 데다 그 백성들이 굶주림에 지쳐 있는데도 관리가 그들을 구휼하지 않기 때문에 끝내 폐하(陛下)의 적자(赤子)들로 하여금 조그마한 땅에서 폐하의 군사를 움직이게 한 것일 뿐입니다.”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백성들의 반란(叛亂)을 의미한다. 《漢書卷89 循吏傳》
새벽에 읊다. |
|
떼 지어 대궐문 들어가 오랜 시간 섰노라니 / 群趨紫闥立多時
내 마음에 반성해봐도 아무것도 모르겠네 / 自顧心中百不知
승지는 분부 전하느라 자주로 드나들고요 / 承旨傳宣頻出入
장군은 위세 떨쳐 국가를 부지하려 하는데 / 將軍張勢欲扶持
정중의 현사들은 푸른 하늘이 멀기만 하고 / 庭中振鷺靑天逈
전상의 매사냥엔 날이 한가롭기만 하구나 / 殿上呼鷹白日遲
누가 민망히 여기랴 늙은 신하 못 물러가고 / 誰愍老臣難自退
병든 몸 애써 지탱하여 초췌함 탄식하는걸 / 強支病骨歎支離
염 시중(廉侍中)이 예천부원군(醴泉府院君)의 부인 채씨(蔡氏)의 기재(忌齋)를 수정사(水精寺)에서 설행하였다. 이날 나는 염상(廉相) 형제 등 여러 처남들과 함께 직접 남쪽 봉우리에 올라가 산세를 두루 보았는데, 다만 안개 때문에 성중(城中)의 수많은 가옥들을 분변할 수 없더니 안개가 조금 걷히자 참으로 절경이었다. 산을 따라서 신효사(神孝寺)로 내려갔는데, 여기에 영전(影殿)이 있으므로 말에서 내려 수십 보를 걸어가다가 홍문(紅門)을 지나서는 다시 말을 타고 다리 가에 이르러 제공(諸公)과 작별하였다. 그러고는 동정(東亭)과 특별히 성균관(成均館)에 들러 알성(謁聖)을 하고 명륜당(明倫堂) 동쪽 협실(夾室)에 앉아 있노라니, 학관(學官) 3원(員)과 제생(諸生) 2원이 와서 알현하였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 나와서 박 첨원(朴簽院)의 문밖에 이르러 서로 헤어져 각기 돌아갔다. |
|
평강 채씨의 기재 올리는 수정사에는 / 平康忌旦水精廬
깨끗한 자리에 하늘이 으리비치는데 / 淸淨僧筵照碧虛
돌은 봉마다 우뚝 솟아 병장을 친 듯하고 / 石矗聯峯似屛障
연기는 평지 덮어 여염집이 간데없었지 / 煙沈平地失閻閭
영릉의 영전엔 소나무가 문을 가리고 / 永陵影殿松侵戶
문묘라 대성전엔 풀이 뜨락에 비치었네 / 文廟儒宮草映除
병든 가슴에 술 마시기가 몹시 꺼림해 / 病肺苦嫌謀飮酒
조용히 돌아와서 고인의 글을 읽노라 / 寂寥歸讀古人書
[주D-001]영릉(永陵) : 고려 충혜왕(忠惠王)의 능호(陵號)이다.
보광사주(普光社主) 문형(文兄)이 푸른 모시를 보내오다. |
|
보광사주가 멀리 서신을 보내오면서 / 普光社主遠投書
푸른 모시 엇봉한 게 두어 자 남짓일세 / 靑苧斜封數尺餘
곱게 짜만 놓으면 깁보다도 더 서늘해 / 織得細時紗讓冷
부잣집 얼음덩이 대자리와 맞먹고말고 / 氷峯竹簟屋渠渠
옛 성의 작은 고을이 서림에 다다라서 / 古城小縣抵西林
높낮은 강둑길에 푸른 물가 곁했는데 / 江路高低傍碧潯
온 마을 모시 잎새 바람에 펄럭이거든 / 苧葉翻風遍村落
아낙네들 바쁜 길쌈에 촌음을 아끼지요 / 女功勤苦惜分陰
금릉이라 천자의 조서 동방에 내리어 / 金陵鳳詔降東方
만필의 모시베를 해마다 요구하다니 / 萬疋毛施歲有常
보장이며 견사를 누가 다시 물어 볼꼬 / 保障繭絲誰更問
작은 정성 피력해 천자를 감동시켜야지 / 要將微懇徹蒼蒼
[주D-001]서림(西林) : 서천(舒川)의 고호이다.
[주D-002]보장(保障)이며 …… 물어 볼꼬 : 보 장은 인심을 화합하게 하여 번방(藩方)을 견고히 한다는 뜻이고, 견사(繭絲)는 부세(賦稅)를 의미하는데, 전국 시대 조 간자(趙簡子)가 윤탁(尹鐸)을 진양(晉陽)의 장관으로 삼자, 윤탁이 간자에게 청하여 말하기를 “견사로써 하리까, 아니면 보장으로써 하리까?[爲繭絲乎 抑爲保障乎]” 한 데서 온 말이다.
용두사(龍頭寺)의 대선(大選)이 서신을 가지고 오다. |
|
용두사의 대선이 배를 타고 올라와서 / 龍頭大選上舡回
선동의 마음이 활짝 열렸다고 아뢰네 / 來報善童心孔開
처음 당시 펴놓고 짧은 것부터 읽으면서 / 始讀唐詩從短少
절간에 단정히 앉아 높은 산에 부쳤구나 / 端居梵刹寄崔嵬
듣건대 영월이 자주 와서 먹여준다 하니 / 似聞寧越頻來饋
포도주 빛 여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네 / 欲泝驪江初發醅
어느 날에나 이 회포를 능히 이루어서 / 何日此懷能得遂
그림 배에 북 울리며 금술잔 기울일꼬 / 畫舡槌鼓倒金杯
[주D-001]선동(善童) : 저자의 막내아들로 일찍이 용두사(龍頭寺)에 가서 글을 읽었던 이종선(李種善)을 가리킨다.
[주D-002]영월(寧越) : 여 기서는 저자의 외사촌 아우로 일찍이 영월군에 부임한 김유돈(金有暾)을 가리킨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목은문고》 제18권 〈영월군(寧越郡)에 부임하는 외사촌 아우 김유돈(金有暾)을 전송하고 천수봉(天水峯) 꼭대기에서 짓다.〉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승제(承制)의 외구(外舅)가 와서 승제 부부가 주연(酒宴)을 마련하다. |
|
적적한 어버이 집에 높은 수레 왕림하자 / 庭闈闃寂枉高軒
부부가 마음 기울여 주연을 마련하누나 / 夫婦傾懷置酒樽
시장이 멀어 술상엔 여러 음식 못 차리고 / 市遠盤中兼味少
날이 흐려 상탑 위엔 두 눈이 어두워라 / 天陰榻上兩眸昏
듬성한 가랑비는 높은 숲에 서로 비치고 / 疎疎小雨映高樹
말끔한 석양빛은 먼 마을에 환히 밝구나 / 淡淡斜陽明遠村
반쯤 거나해 호연히 세상일 잊었거니 / 半醉浩然忘世事
발미를 어찌 반드시 천원을 향해서 할꼬 -책상 위에 천원발미(天原發微)가 있으나 또한 살펴보지 않았다. / 發微何必向天原
[주C-001]승제(承制) : 여기서는 당시 승제로 재직 중이던 저자의 큰아들 이종덕(李種德)을 가리킨다.
[주D-001]천원발미(天原發微) : 송(宋)나라 때 역학(易學)에 정통했던 포운룡(鮑雲龍)이 지은 저술로, 《주역(周易)》에 의거하여 수리(數理)를 밝혔다고 한다.
향사(鄕寺)로 글을 읽으러 가는 박생(朴甥)을 보내다. |
|
내 생질은 기린의 뿔과 같고요 / 吾甥似麟角
그 아비는 용 머리의 다음인데 / 乃父亞龍頭
세상 경시하여 구학에 버려졌고 / 輕世遂塡壑
가문 전함은 위태롭기 그지없네 / 傳家如綴旒
적적한 풍경은 산사의 밤이요 / 寂寥山寺夜
아스라함은 해문의 가을이로다 / 縹渺海門秋
잘 배워서 선친의 뜻 계승하여 / 好學繼先志
후일에 의당 태학에 유학해야지 / 他年當出游
까닭 없이 내 얼굴 붉어지어라 / 無端赤我面
가고파도 내 머리는 이미 희었네 / 欲去白吾頭
서책 끼고 태학에 유학할 적엔 / 鼓篋游庠序
남 따라서 천자도 배알했었는데 / 隨行拜冕旒
질병 앓은 지가 지금 몇 해던고 / 呻吟今幾歲
일각이 삼추같이 지루도 하여라 / 頃刻似三秋
길은 막히고 몸 또한 노쇠하거니 / 路梗身衰老
무슨 도리로 다시 멀리 놀아 볼꼬 / 何從更遠游
[주C-001]박생(朴甥) : 박상충(朴尙衷)의 아들로서 저자의 생질이 되는 박은(朴訔)을 가리킨다.
[주D-001]기린의 뿔 : 세상에 얻기 어려운 뛰어난 인재를 비유한 말이다.
[주D-002]그 …… 다음인데 : 그 아비란 바로 박은의 아버지인 박상충을 가리키고, 용 머리[龍頭]란 본디 장원(壯元)을 가리킨 말이고 보면, 박상충이 갑과(甲科) 제이인(第二人)으로 급제한 것을 이른 말인 듯하나, 자세하지 않다.
[주D-003]세상 …… 그지없네 : 구 학(溝壑)에 버려졌다는 것은 공자가 일찍이 곤궁함을 잘 견디는 지사(志士)를 일러 “지사는 자기 시체가 구학에 버려질 것을 잊지 않는다.[志士不忘在溝壑]” 한 데서 온 말인데, 박상충은 친명파(親明派)로서 일찍이 친원파(親元派)들과 강력 대립했다가 화를 입어 유배 도중에 죽었고, 또 아들도 박은밖에 두지 못했으므로 이른 말이다.
즉사(卽事) |
|
가는 곳마다 밀주를 기울이는데 / 到處傾私釀
우리 집은 의염만 쳐다본다네 / 渾家仰義鹽
법이 쇠하면 백성 이익이 족해지고 / 法衰民利足
풍속이 아름다우면 사풍이 청렴하리 / 俗美士風廉
붓만 들면 평원을 달리는 말 같건만 / 落筆奔川馬
전원에 가긴 대 오르는 메기 같구나 / 歸田緣竹鮎
오늘 아침 높은 흥취 만나 읊느라 / 朝來遇高興
두어 가닥 수염을 다 부벼 끊었네 / 撚斷數莖髥
노년이라 빠른 세월도 놀라운데 / 老年驚迅晷
세상 도의는 그지없이 막돼버렸네 / 世道倒狂瀾
들국화는 황금을 뿌려놓은 듯하고 / 野菊如金散
산림은 푸르름이 차츰 말라가누나 / 山林欲翠乾
왕생은 버선 끈을 매게 했거니와 / 王生能結襪
공우는 매양 갓 먼지를 털었었지 / 貢禹每彈冠
전원으로 돌아가기 이전까지야 / 未有歸田日
어찌 처세의 어려움을 피할쏜가 / 那辭行路難
[주D-001]의염(義鹽) : 고려 시대에 소금의 저장과 배급을 관장했던 의염창(義鹽倉)에서 주는 소금을 말한다.
[주D-002]대 오르는 메기 : 메기는 본디 매끄러운 물고기인데, 그 매끄러운 메기가 미끄러운 대나무를 오르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므로 한 말이다.
[주D-003]왕생(王生)은 …… 했거니와 : 한 (漢)나라 때 처사(處士) 왕생이 일찍이 부름을 받고 조정에 들어갔다가 공경(公卿)이 다 모인 자리에서 정위(廷尉) 장석지(張釋之)에게 “내 버선 끈을 매달라.”고 하자, 장석지가 바로 꿇어앉아서 그 버선 끈을 매주었는데, 어떤 이가 왕생에게 “어찌하여 장 정위(張廷尉)를 모욕해서 꿇어앉아 버선 끈을 매게 하는가?” 하자, 왕생이 말하기를 “나는 늙고 천한 사람이라, 장 정위에게 끝내 도움을 줄 수 없었는데, 장 정위가 방금 천하의 명신(名臣)이 되었으므로, 내가 짐짓 그를 모욕하여 그의 인품을 중하게 만들고 싶어서였다.”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4]공우(貢禹)는 …… 털었었지 : 한(漢)나라 때 왕길(王吉)과 공우가 서로 친구 간이었는데, 왕길이 출사(出仕)하면 공우 또한 따라서 갓에 먼지를 털어 출사를 준비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친구 간에 의기(意氣)가 서로 투합함을 의미한다.
안동(安東)의 영호루(映湖樓)에서 밤에 술 마시던 일을 추후하여 기록하다. |
|
시름 없애려 술 마시길 꾀했어라 / 澆愁謀飮酒
피란 또한 천명에 달린 거로세 / 避亂亦由天
강 달은 먼지 낀 경대가 열린 듯 / 江月開塵匣
처마 바람은 거문고 소릴 듣는 듯 / 簷風聽雪絃
읊조릴 땐 애써 북쪽을 바라보다가 / 謳吟勞北望
취해 쓰러져선 남쪽 파천을 잊었지 / 醉倒忘南遷
우선 잔 속의 술이나 기울이잤다 / 且盡杯中物
조정에는 뭇 어진 이가 모이었거니 / 巖廊集衆賢
선왕께서 남으로 행행하시던 날 / 先王南幸日
온화한 말씀으로 궁궐을 나섰는데 / 溫語出深宮
백로의 깃은 맑은 햇살에 번쩍이고 / 鷺羽耀淸旭
선왕 모신 배는 창공을 떠갔었네 / 龍舟行碧空
중흥의 상서론 기운은 화창했고요 / 中興佳氣暢
외제의 짧은 시는 공하기도 했지 / 外制小詩工
뉘 생각했으랴 향 머금은 사람이 / 誰念含香客
쓸쓸한 늙은이가 되어 있을 줄을 / 蕭條成老翁
잠깐 사이에 십구 년이 흘렀어라 / 回頭十九載
전광석화도 이보단 더디다 하리 / 石火亦爲遲
왕통은 바뀌어 새 달력 반포하는데 / 大統頒新曆
높은 읊조림은 옛 시를 이어 짓노라 / 高吟續舊詩
강산은 그 누가 홀로 갔던고 / 江山誰獨往
풍월은 내가 서로 따른다네 / 風月我相隨
거에 있던 일을 감히 망각하랴 / 在莒敢忘却
아득한 저 하늘 한쪽이었는걸 / 杳然天一涯
[주D-001]피란(避亂) : 여기서는 고려 공민왕(恭愍王) 10년(1361)인 신축년 겨울에 홍건적(紅巾賊)의 대거 침입으로 인하여 공민왕이 대궐을 떠나서 청주(淸州)를 거쳐 안동(安東)으로 파천(播遷)해 있었던 일을 가리킨다.
[주D-002]강 달은 …… 듯 : 둥글게 떠오른 달을 경대(鏡臺)의 거울에 비유한 말이다.
[주D-003]외제(外制) : 고려 때 한림원(翰林院), 보문각(寶文閣) 이외의 관원으로서 겸직한 지제고(知制誥)를 말한다.
[주D-004]향 머금은 사람 : 옛날 상서랑(尙書郞)이 임금에게 일을 아뢰거나 대답할 때에 계설향(鷄舌香)을 입에 머금어 구취(口臭)를 제거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항상 임금 곁에서 시봉(侍奉)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주D-005]거(莒)에 있던 일 : 춘추 시대 제 환공(齊桓公)이 앞서 공자(公子)로 있을 때 내란(內亂)이 일어나서 거 땅으로 망명해 있었던 일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공민왕이 남쪽으로 파천해 있었던 일을 비유한 것이다.
개천사(開天寺)의 동갑내기 담 선사(曇禪師)에게 써서 올리다. |
|
병든 몸은 구차하게 지낼 뿐이니 / 病軀聊爾耳
취생 몽사가 장차 그 어찌될는지 / 醉夢欲如何
문밖에는 버들이 흔들거리지만 / 門外搖楊柳
하늘 저쪽으로 벽라만 바라보네 / 天涯望薜蘿
생각만 하고 만나지 못하는 새에 / 相思不相見
세월은 북처럼 빨리도 달아나누나 / 歲月如飛梭
회포를 서술하다. |
|
하다 말다 하여 도는 밝힐 길이 없는 채 / 作輟無由見道明
약 화로와 서책으로 여생을 보내노라니 / 藥爐經卷送殘生
몸은 기자나라에 있어 한적함을 즐기고 / 身居箕國樂幽獨
눈은 종산을 주시하며 태평을 노래하네 / 目注鍾山歌太平
만 구렁엔 용의 울음 옥젓대를 불어 대고 / 萬壑龍吟吹玉笛
세 봉우리 곡령은 금성 철벽이 솟았도다 / 三峯鵠峙聳金城
어느 때나 뜬구름을 말끔히 쓸어버리고 / 何時淨掃浮雲去
우주와 함께 해와 달의 운행을 바라 볼꼬 / 宇宙同瞻日月行
[주D-001]종산(鍾山) : 금릉(金陵)에 있는 산명(山名)으로, 여기서는 당시 금릉에 도읍한 명(明)나라를 가리킨 것이다.
하과당(夏課堂)의 옛 놀이를 추후하여 기록하다. |
|
하과당 안에 하늘 가득 가을이 이르거든 / 夏課堂中秋滿天
이따금 스님 찾아 훌쩍 떠나고도 싶었지 / 尋僧往往思飄然
하룻밤 경룡의 영험은 잊기 어렵거니와 / 鏡龍一夜難忘却
송화주 마시며 거문고 소리도 들었었네 / 細酌松醪聽雪絃
[주D-001]경룡(鏡龍) : 당 현종(唐玄宗) 천보(天寶) 3년에 양주(揚州)에서 등쪽에 반룡(盤龍)이 새겨진 수심경(水心鏡) 하나를 바쳐왔던바, 이 거울은 본디 경장(鏡匠) 여휘(呂暉)가 선인(仙人) 용호(龍護)의 가르침을 받아 5월 5일 오시(午時)에 양자강(揚子江) 위에서 주조(鑄造)했다는 것인데, 그 후 천보 7년에 이르러 가뭄이 오래 계속되자, 현종이 친히 용당(龍堂)에 가서 기도를 해도 응험이 없으므로, 현종이 마침내 도사(道士) 섭법선(葉法善)을 불러서 이 수심경의 반룡에게 함께 기도한 결과 단비가 무려 7일 동안이나 계속 내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가뭄 끝에 단비가 온 것을 의미한다.
법천(法泉) 스님이 햅쌀을 보내 준 데 대하여 받들어 사례하다. |
|
법천이 큰 가뭄을 적셔 주누나 / 法泉滋大旱
햅쌀이 궁한 집을 비추네그려 / 新米照窮廬
내가 여흥을 곧 가려고 하노니 / 我欲驪興去
상종하기가 응당 유여할 걸세 / 相從應有餘
용문산엔 밝은 달이 비칠 게고 / 龍門照明月
호계엔 푸른 하늘이 잠겼으리 / 虎溪涵碧虛
왕래를 이미 점칠 만하고말고 / 往來已可卜
백발이 정히 쓸쓸하지 않던가 / 白髮政蕭疎
곡주(谷州)에 부임해 가는 문생(門生) 윤상발(尹商發)을 보내다. |
|
문생은 만산 속으로 부임하여 가는데 / 門生爲官萬山中
좌주는 외론 버들 동쪽 병석에 누웠네 / 座主臥病孤柳東
작별시의 당부 말을 내가 감히 아끼리요 / 臨別贈言敢自愛
근심 나눠 나가는 원은 장차 뉘와 같을꼬 / 分憂出宰將誰同
바닷가엔 창과 살촉이 빗발처럼 날리고 / 海邦鋒鏑灑飛雨
산읍엔 사신 행차가 광풍을 몰아치는데 / 山邑冠蓋馳狂風
유독 그대 있을 곳은 가장 궁벽한 곳이라 / 獨君所處最幽僻
아침 늦게까지 황주 이불 덮고 누웠으리 / 高擁黃紬朝日紅
예로부터 청정함이 대체를 얻는 법이니 / 由來淸淨得大體
잗단 일 갖고 새로운 공을 바라지 말게나 / 莫把冗瑣徼新功
공황이 조정 가득해 백성은 다시 괴롭단 / 龔黃滿朝人更苦
큰 탄식을 어찌 유독 동파옹만 할쏜가 / 浩歎豈獨東坡翁
[주D-001]아침 …… 누웠으리 : 황주(黃紬)는 누런 명주를 가리키는데, 문언박(文彦博)의 〈지유차현(知楡次縣)〉 시에 “누런 명주이불 속에서 새벽 잠 콜콜 자다가, 머리만 내 놓고 아문 파했다고 말한다네.[黃紬被裏曉眠熟 放出頭來道放衙]” 하였다.
[주D-002]공황(龔黃)이 …… 할쏜가 : 공 황은 한(漢)나라 때 지방관으로서 치민(治民)을 잘하기로 이름이 높았던 발해 태수(渤海太守) 공수(龔遂)와 영천 태수(潁川太守) 황패(黃霸)를 합칭한 말인데,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오중전부탄(吳中田婦歎)〉 시에 “공황이 조정에 가득해 백성은 다시 괴로우니, 도리어 하백의 부인이 되는 것만 못하리.[龔黃滿朝民更苦 不如却作河伯婦]” 한 데서 온 말이다.
홍엽시(紅葉詩) |
|
앓은 나머지 가을빛이 갑자기 드러나니 / 病餘秋色忽相干
단풍잎을 읊자 해도 글자 놓기 어려워라 / 紅葉吟來下字難
석양에 끊긴 구름은 변새 밖에 나직하고 / 雲斷夕陽低塞外
거센 바람 탄 들불은 숲 끝까지 타올랐네 / 風狂野燒上林端
채찍 그림자 쓸쓸해라 역참은 멀기만 하고 / 蕭蕭鞭影長亭遠
등잔불은 반짝이어라 작은 집은 썰렁한데 / 耿耿燈華小屋寒
또 기러기 떼 쓸쓸히 하늘가를 날아가니 / 更遣雁行天際去
그 누가 콧구멍이 시큰하지 않을 수 있나 / 誰能鼻孔不生酸
[주D-001]들불[野燒] : 발갛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비유한 말이다.
염동정(廉東亭)의 좌상(坐上)에서 조문창(趙文昌)이 선왕(先王)께서 권련(眷憐)해 주신 일을 상세히 얘기하므로, 느낌이 있어 기록하다. 이날이 바로 중구일(重九日)이다. |
|
내 머리털은 근래에 희어졌는데 / 吾髮近來白
국화는 지금 또 노랗게 피었네 / 菊花今又黃
현릉 사모하는 두어 줄 눈물이야 / 玄陵數行淚
유독 조문창뿐만이 아니고말고 / 不獨趙文昌
다 음 날 들으니, 한유항(韓柳巷)이 자주 사람을 보내서 내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게 했다고 하는데, 그 까닭은 서로 손잡고 등고회(登高會)를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평상시에는 복건(幅巾) 차림으로 서로 왕래하면서 잠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구일(九日)의 모임은 어찌하여 이렇게 어긋났단 말인가. 한 수를 읊어 이루어 좌하(座下)에 기록해 올려서 한번의 웃음거리로 삼는 바이다. |
|
젊은 시절엔 활동을 같이했었고 / 少日同翶翔
늘그막엔 적막 또한 함께했으니 / 老年同寂寞
하늘이 내 처소 여기에 옮긴 것 / 天公移我居
하늘도 우스갯짓을 잘한 거로세 / 亦是善戲謔
나란히 나가 아침 꽃 구경도 하고 / 杖屨聯花朝
술상 벌여서 저녁 달 마주도 하며 / 杯盤對月夕
열흘에 아흐레는 통 안 떨어졌고 / 一旬無九阻
구하는 것 있으면 얻기도 쉬웠지 / 有求亦易得
그러다가 금년의 중구일에는 / 今年重九日
나는 나가서 밤중까지 놀았는데 / 出游至天黑
유항은 도리어 집에 들어앉아 / 柳巷却在家
쓸쓸히 국화 향기만 맡으면서 / 蕭條嗅黃菊
하인 보내 나 오기만 기다리다가 / 候我走蠻童
꽃 잡은 손에 향기가 가득했으니 / 把花香滿掬
공은 참으로 도연명이요 / 公眞陶淵明
나는 바로 소 강절이로세 / 我卽邵康節
서로 종유함에 본디 원만했거니 / 相從固爲圓
서로 헤어진들 어찌 이지러지랴 / 相失亦何缺
아름다운 경치 바야흐로 한창이요 / 美景方未央
뜻밖에 거리끼는 것도 없는 데다 / 非意無干涉
동쪽 울에 국화가 정히 만발했으니 / 東籬政爛熳
흰 머리털을 내 다시 뽑아내련다 / 白髮吾更鑷
늘그막까지 초심을 보전하나니 / 晚節保初心
슬프다 국화를 희롱하는 나비여 / 悲哉弄芳蝶
[주D-001]꽃 …… 도연명(陶淵明)이요 : 도연명이 어느 해 중구일(重九日)에 술이 없어 마시지 못하고 앉았다가 울타리 밑의 국화 떨기를 찾아가서 손에 가득 국화를 땄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나는 바로 소 강절(邵康節)이로세 : 강 절 소옹(邵雍)은 만년에 낙양(洛陽)에 거주하면서 부필(富弼), 사마광(司馬光), 여공저(呂公著) 등 제현(諸賢)과 종유했는데, 그는 특히 봄가을이면 놀러 나가기를 좋아하여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성중(城中)을 두루 돌아다녔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흰 …… 뽑아내련다 : 이 백(李白)이 일찍이 쓸쓸한 가을의 감상(感傷)에 젖은 나머지 읊조린 〈가을날에 연약원에서 흰 머리털을 뽑고 감회를 서술하여 원 육형 임종에게 주다.[秋日鍊藥院鑷白髮贈元六兄林宗]〉라는 제목의 시에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가을을 상심하는 뜻에서 한 말이다. 《李太白集 卷9》
[주D-004]늘그막까지 …… 나비여 : 한 유(韓愈)의 〈추회(秋懷)〉 시에 “곱디고운 서리 속의 국화는, 철 이미 늦었으니 무슨 좋을 것 있으랴만, 양양하게 국화 희롱하는 나비야, 너의 삶도 도리어 이르지 않구나.[鮮鮮霜中菊旣晚何用好 揚揚弄芳蝶 爾生還不早]” 한 데서 온 말이다. 《韓昌黎集 卷1》
유항(柳巷)이 주식(酒食)을 가지고 와서 이 늙은이를 먹여 주면서, 오늘은 적전(籍田)의 별장으로 놀러 나가자고 하다. |
|
술동이 갖고 동쪽 이웃 찾아왔다가 / 携樽向東里
경쾌히 말 몰아 남쪽 교외로 나가네 / 縱靶出南郊
마른 풀은 소의 목장에 잇닿았고 / 衰草連牛巷
성긴 숲엔 새 둥지가 환히 뵈누나 / 疎林露鳥巢
깨끗한 정신은 맑은 물에서 취하고 / 神淸取水鑑
고아한 악조는 속현교와 같고말고 / 調古續絃膠
적막함이 되레 좋은 맛이 있거니 / 寂寞還多味
어찌 해조를 지을 것이 있으리요 / 何曾賦解嘲
[주D-001]속현교(續絃膠) : 전 설(傳說)에 의하면, 서해(西海) 가운데 봉린주(鳳麟洲)가 있는데, 선가(仙家)에서 봉의 부리[鳳喙]와 기린의 뿔[麟角]을 합해 고아서 만든 아교(阿膠)를 속현교라 하는바, 이것은 이미 끊어진 궁노(弓弩)의 줄을 능히 이을 수 있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이미 끊어진 옛것을 계승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주D-002]적막함이 …… 있으리요 : 한 (漢)나라 양웅(揚雄)이 일찍이 조용히 들어앉아서 《태현경(太玄經)》을 초(草)하고 있을 때, 혹자가 그에게 도(道)가 아직 깊지 못해서 곤궁한 게 아니냐고 조롱하자, 양웅이 〈해조(解嘲)〉를 지어 혹자의 조롱을 해명한 대략에 “오직 적막함만이 덕을 지키는 집이다.……나는 묵묵히 홀로 나의 태현을 지킬 뿐이다.[惟寂惟寞 守德之宅……默然獨守吾太玄]”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익화현(益和縣)으로 어버이를 뵈러 가는 극일 상인(克一上人)을 보내다. |
|
머리 깎고 일찍 세상 하직했건만 / 斷髮曾遺世
어버이께 효도할 맘은 보존하였네 / 存心欲孝親
높은 명성은 들은 지 오래이거니와 / 高名聞已久
조잡한 시는 이제야 처음 쓰노라 / 亂道寫來新
단풍잎은 떨어져 땅에 가득하고 / 紅葉落滿地
흰 구름은 날아서 이웃이 됐으리 / 白雲飛作鄰
당년에 멀리 놀았던 이 나그네는 / 當年遠游客
갑자기 콧구멍이 시큰해지는구나 / 忽爾鼻酸辛
또 짓다.
승록은 왕의 교화를 붙들거니와 / 僧錄扶王化
인륜은 어머님 은혜가 중하고말고 / 人倫重母恩
몸에 지닌 것은 몽당붓 한 자루요 / 隨身唯敗筆
자취를 부친 곳은 바로 공문일세 / 寄迹向空門
절벽은 깎아질러 천척 남짓이요 / 崖斷餘千尺
산은 탁 트이어서 또 한 마을인데 / 山明又一村
익화현 강가의 길을 거니노라면 / 益和江上路
아마도 그 행색 말하기 어려우리 / 行色想難言
[주C-001]익화현(益和縣) : 익화는 양근(楊根)의 고호이다.
[주D-001]흰 구름은 …… 됐으리 : 당 (唐)나라 적인걸(狄仁傑)이 일찍이 병주(幷州)의 법조 참군(法曹參軍)으로 있으면서 태항산(太行山)에 올라 고향을 바라보다가 멀리 흰 구름이 나는 것을 보고는 “우리 어버이가 바로 저 밑에 계신다.”고 하면서 어버이를 생각하며 탄식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객지에서 어버이를 생각하는 데에 비유한다.
[주D-002]승록(僧錄) : 승려(僧侶)들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승관(僧官)의 명칭이다.
즉사(卽事) |
|
창 가득 아침 햇살이 가변 먼지 희롱할 제 / 滿窓初日弄輕埃
덧없는 인생 백발 재촉함을 생각하노라니 / 坐念浮生兩鬢催
불전이랑 유서는 섞이어 정리하기 어렵고 / 釋典儒書雜難整
도정이랑 인욕은 갑자기 서로 시샘을 하네 / 道情人欲忽相猜
낙화풍은 실실 불어 선탑을 생각게 하고 / 落花風細思禪榻
밝은 달 텅 빈 강은 낚시터가 꿈에 들오네 / 明月江空夢釣臺
또 동쪽 울타리 수줍은 노란 국화를 보노라니 / 又見東籬黃菊靜
목은 늙은이 정황은 유연하기만 하구나 / 牧翁光景儘悠哉
[주D-001]낙화풍(落花風)은 …… 하고 : 두목(杜牧)이 늘그막에 옛 청춘 시절을 추회(追懷)한 〈제선원(題禪院)〉 시에 “오늘은 하얀 귀밑털로 선탑 가에 있노라니, 차 연기가 낙화풍에 가벼이 날리는구나.[今日鬢絲禪榻畔 茶煙輕颺落花風]”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동쪽 …… 하구나 : 도잠(陶潛)의 〈음주(飮酒)〉 시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悠然見南山]” 한 데서 온 말이다.
김씨(金氏)인 어부(漁父) 친구가 자기 할아버지의 묘(墓)에 명(銘)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므로, 인하여 네 수를 읊다. |
|
원나라 천자가 우리 고려를 돌볼 적에 / 大元天子撫桑墟
정렬공 가문이 처음 조서를 받들었으니 / 貞烈公家奉詔初
공 없는 여러 장수는 논하잘 것도 없이 / 諸將無功終不問
백 년 동안 태평이 여기서 비롯되었네 / 百年煕洽此權輿
시랑은 당시에 중서를 협찬하였거니와 / 侍郞當日贊中書
정렬공의 손자들은 여유작작도 하여라 / 貞烈諸孫裕有餘
술로 명칭 얻은 건 공의 아량 때문인데 / 以酒爲名公雅量
뭇사람 분주한 곳에 홀로 느긋했었네 / 衆奔馳處獨徐徐
찬성의 어진 아들은 한가한 삶을 즐기어 / 贊成令子樂閑居
늘그막엔 벼슬 버리고 초려에 누웠었네 / 到老休官臥草廬
내 일찍이 급암 댁에서 잠깐 뵈었었는데 / 曾向及菴叨半面
나도 이제는 벌써 백발이 성성해졌다오 / 吾今亦已鬢毛疎
찬성의 어진 손자는 옥호 청빙 같은 이로 / 賢孫淸潤玉壺如
성균관서 함께 놀던 꿈을 공허에 돌렸으니 / 泮水同游夢墮虛
급류에서 용퇴한 걸 나는 따를 수 없어라 / 勇退急流吾不及
어느 날 도롱이 입고 그대와 고기잡을꼬 / 綠簑何日伴君漁
[주D-001]원(元)나라 …… 비롯되었네 : 정 렬공(貞烈公)은 고려 후기의 문신으로 벼슬이 좌정승(左政丞)에 이르고 언양부원군(彦陽府院君)에 봉해지고 시호가 정렬(貞烈)인 김륜(金倫)을 가리킨다. 김륜의 증조(曾祖)인 김취려(金就礪)는 고려 중기의 뛰어난 명장(名將)으로서 일찍이 수차에 걸쳐 거란병(契丹兵)을 크게 격파하여 물리쳤고, 또 몽고군(蒙古軍), 여진군(女眞軍)과도 연합하여 거란병을 끝내 분쇄하기에 이르렀는데, 조서(詔書)를 받들었다는 것은 뒤에 동여진(東女眞)이 사자(使者)를 보내어 김취려에게 말하기를 “과연 우리와 화호(和好)를 맺으려거든 의당 먼저 몽고 황제(蒙古皇帝)에게 멀리 예배(禮拜)하고, 다음은 우리 만노 황제(萬奴皇帝)에게 예배해야 한다.”고 하자, 김취려가 말하기를 “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는 법인데, 천하에 어찌 두 황제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몽고 황제에게만 예배를 하고 만노에게는 예배하지 않겠다.”고 하여, 바로 원나라의 전신(前身)인 몽고를 천자로 받들었던 데서 온 말이고, 백년 동안 태평이란 백여 년 남짓 되는 원나라의 역년(歷年)을 이른 말이다.
[주D-002]시랑(侍郞)은 …… 협찬하였거니와 : 시 랑은 예부 시랑(禮部侍郞) 김부(金富)를 가리키는데, 김부는 김취려의 아버지로, 그는 본디 무관(武官)으로서 문관직(文官職)인 예부 시랑을 겸직하여, 고려 시대에 무관으로 문관을 겸한 최초의 사례가 되었던 것을 이른 말인 듯하다.
[주D-003]술로 …… 건 : 김륜(金倫)은 매양 술자리마다 반드시 남보다 먼저 취하여 잤다고 하는데, 아마 이것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 《益齋亂藁 卷4》
[주D-004]찬성(贊成) : 여기서는 김륜의 아들로 벼슬이 첨의평리(僉議評理), 찬성사(贊成事)에 이르고 언양부원군에 봉해진 김경직(金敬直)을 가리킨다.
[주D-005]급암(及菴) : 김륜의 사위인 민사평(閔思平)의 호이다.
밤에 읊다. |
|
꿈을 깨자 비 내리는 소리 들리고 / 夢回聞雨來
적막하게 창은 아직 안 밝았는데 / 悄然窓未明
오래도록 낙숫물 소리가 안 들려서 / 久無簷溜滴
그제야 잎에 부는 바람임을 알았네 / 始知風葉鳴
우수수함은 적막을 깨뜨릴 만하고 / 蕭蕭送寂寞
역력함은 맑고 가벼움을 담았구나 / 歷歷含輕淸
그립기도 하여라 구양자여 / 懷哉歐陽子
부를 지어 추성이라 이름했는데 / 作賦名秋聲
동자 또한 곤히 잠들어 있으니 / 童子政熟睡
아무 걱정 없는 참으로 태평일세 / 帖然眞太平
내 마음 알던 이 길이 멀어졌어라 / 永謝獲我心
덧없는 인생 하염없이 느꺼워지네 / 悠悠感浮生
[주D-001]그립기도 …… 태평일세 : 구 양자(歐陽子)는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를 가리킨다. 그의 추성부(秋聲賦)에 의하면, 그가 어느 가을날 밤에 글을 읽고 있다가 서남쪽에서 마치 우수수 낙엽이 지는 듯, 파도가 거세게 치는 듯, 천군만마(千軍萬馬)가 질주하는 듯한 등등의 소리가 들려오므로, 동자(童子)를 시켜 나가보게 했더니, 별과 달과 은하수는 밝게 떠 있고 아무런 인적은 없는데 숲 사이에서 소리가 나더라고 동자가 대답하자, 그는 동자에게 이것이 바로 가을의 소리[秋聲]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동자는 마침내 아무 대답도 없이 머리를 숙이고 졸고 있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유항(柳巷)을 생각하여 짓다. |
|
공은 별장에서 노니니 십분 청쾌하겠지만 / 公游別墅十分淸
목은은 가슴속에 비린한 맘이 생긴다네 / 老牧胸中鄙吝生
평야엔 서리 뒤에 매를 응당 놓았을 게고 / 平野鷹鞲霜後脫
시내엔 게 잡는 불이 깊은 밤을 밝히겠지 / 長溪蟹火夜深明
바다 곁한 산천들은 동남으로 확 트이고 / 山川傍海東南豁
하늘 가득한 별들은 서북으로 기울었으리 / 星斗滿天西北傾
강호에 있대서 꼭 사직을 잊진 않을 테니 / 未必江湖忘社稷
감회의 시구를 그 몇 편이나 이루었는고 / 感懷詩句幾篇成
[주D-001]가슴속에 …… 생긴다네 : 후 한(後漢) 때 황헌(黃憲)의 자품(資稟)이 하도 청수하고 총명하여 당시 사람들로부터 안자(顔子)에 비유되기까지 했는데, 그와 동군(同郡) 사람인 진번(陳蕃), 주거(周擧) 등은 항상 서로 말하기를 “잠시라도 황생(黃生)을 보지 못하면 마음속에 비린(鄙吝)한 생각이 싹튼다.”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어진 이와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 삼재(李三宰)에게 곡첩지(曲貼紙)를 요구하다. |
|
해마다 문하성에는 / 年年門下省
서릿빛 같은 곡첩지가 있거니 / 曲貼白如霜
중화송을 쓰고 싶어서 / 欲寫中和頌
붓 빼들고 흥을 주체 못 하겠네 / 抽毫發興忙
[주D-001]중화송(中和頌) : 한 (漢)나라 때 익주 자사(益州刺史) 왕양(王襄)이 임금의 풍화(風化)를 민간에 선포(宣布)하기 위하여 왕포(王褒)로 하여금 한나라의 덕을 칭송하는 뜻으로 중화(中和), 낙직(樂職), 선포(宣布) 등의 시를 짓게 하고 이를 녹명가(鹿鳴歌)의 가락에 맞추어 태학(太學)에서 이것을 노래하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64下 王褒傳》
새벽에 일어나다. |
|
잠자리 따뜻해 일어나긴 더디고 / 席溫遲起寢
옷이 얇으니 창 열기는 게으르나 / 衣薄懶開窓
다만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지라 / 只挾心無累
능히 기는 꺾이지 않을 수 있다네 / 能敎氣不降
높이 읊조리며 변새를 바라보니 / 高吟瞻雁塞
맑은 흥취는 여강을 향하던 차에 / 淸興向驪江
갑자기 문밖에 찾아온 손이 있어 / 忽有敲門客
초연히 돌다리를 상상케 하누나 / 超然想石矼
성긴 비가 빈 뜰에 가득 내릴 제 / 疎雨滿空庭
숨은 사람은 방금 홀로 깨었는데 / 幽人方獨醒
땅이 외지니 마음 또한 멀어지건만 / 地偏心更遠
도가 커서 뜻은 애당초 편안하다오 / 道大志初寧
닫는 사슴은 험준한 산을 올라가고 / 走鹿緣崷崪
나는 기럭은 아득한 데로 들어가네 / 飛鴻入杳冥
태평가 한 곡조를 지어 부르면 / 太平歌一曲
넉넉히 황령께 보답이 되겠지 / 足以答皇靈
정성은 절로 태양을 꿰거니와 / 精誠從貫日
총록은 덧없는 물거품과 같다네 / 寵利似浮漚
양주에 가는 것은 아예 싫지만 / 剛厭揚州去
기국의 근심은 깊이 품어왔노라 / 深懷杞國憂
잎은 노란데 아직 가랑비가 오고 / 葉黃猶細雨
산은 붉어져 이미 깊은 가을일세 / 山紫已深秋
늘그막의 정경이 그 어드메일꼬 / 老境知何處
겨울 강의 한 낚싯배가 그립구나 / 寒江一釣舟
[주D-001]문밖에 …… 하누나 : 돌다리란 절강성(浙江省) 천태산(天台山)의 명승(名勝)인, 천연으로 이루어진 석교(石橋)를 가리킨 것이다. 여기서는 저자와 친히 지내던 천태(天台) 스님이 찾아왔으므로 이렇게 말한 듯하다.
[주D-002]정성은 …… 꿰거니와 : 정 성이 하늘에 감응하는 것을 이른다. 전국 시대에 자객(刺客) 섭정(聶政)이 한괴(韓傀)를 죽일 때와 자객 형가(荊軻)가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의리를 사모하여 진왕(秦王)을 죽이려고 떠날 때에 모두 ‘흰 무지개가 태양을 꿰었다[白虹貫日]’고 하였다.
[주D-003]양주(揚州)에 가는 것 : 옛 날 어떤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각기 뜻을 말하는데, 혹자는 양주 자사(揚州刺史)가 되기를 원하고, 혹자는 재물이 많기를 원하고, 혹자는 학(鶴)을 타고 하늘에 날아오르기를 원하자,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10만 꿰미의 돈을 허리에 차고 학을 타고 양주로 올라가고 싶다.”고 하여 세 사람의 욕망을 자기 한 몸에 겸하고자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4]기국(杞國)의 근심 : 옛날 기(杞)나라의 한 어리석은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면 자기 몸을 부칠 곳이 없게 된다 하여 침식(寢食)을 폐하고 걱정을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쓸데없는 걱정을 의미한다.
《장경(藏經)》의 법석(法席)을 파하던 날에 짓다. |
|
강안전 위에 넓다랗게 법연을 베풀 제 / 康安殿上法筵張
온 누리서 큰스님들 달려와 모이더니 / 龍象奔馳會十方
은미한 말 언뜻 나가자 흑백이 나눠져라 / 乍出微聲分黑白
화기가 이미 돌아와 천지에 가득하였지 / 已回和氣滿玄黃
선문의 천둥 같은 설법은 밤마다 이어지고 / 禪關雷電連宵作
가르침 바다의 물결은 온종일 몰아치었네 / 敎海波瀾盡日揚
조칙 받은 당년에 내 음찬시를 지었지만 / 奉勅當年製音讚
겨우 문장 얽은 것이 지금도 부끄러워라 / 至今猶愧僅成章
우연히 쓰다. |
|
잎 떨어져 산의 모양은 뼈만 앙상하여라 / 葉落龍蛇骨立多
흐리고 비 오고 형세는 들쭉날쭉 울툭불툭 / 天陰雨浥勢槎牙
게다가 다시 눈보라가 서로 쳐댈 테지만 / 更敎風雪相攻擊
봄이 오면 반드시 꽃 못 피우지는 않으리 / 未必春來不放花
오만 꽃들 두루 피우고 국화에 이르러라 / 開遍群花到菊華
하늘의 교묘한 곳도 많다고 이를 만하네 / 天公巧處亦云多
국화 하면 다 연명이 있는 줄만 알지만 / 相知只有淵明耳
그를 다시 낼 수 없으니 어찌한단 말인가 / 更不生渠可若何
울 가의 두어 송이가 고운 자태를 뽐내어 / 數枝籬畔媚霜葩
한산의 목은 집을 한층 더 윤색해주누나 / 潤色韓山牧隱家
이 늙은이가 어찌 갑자 쓸 줄이야 알랴만 / 此老豈知書甲子
문 앞의 푸른 버들만 연기를 띠고 섰구나 / 門前碧柳帶煙斜
[주D-001]국화(菊花) …… 알지만 : 도연명(陶淵明)이 유독 국화를 사랑했었다고 전해 오므로 이른 말이다. 연명은 도잠(陶潛)의 자이다.
[주D-002]이 …… 알랴만 : 도 잠(陶潛)은 평소 문장을 지을 때마다 반드시 연월(年月)을 기록하였던바, 동진(東晉)의 마지막 임금인 안제(安帝) 의희(義煕) 연간까지는 분명하게 모두 연호를 썼으나, 송 무제(宋武帝) 영초(永初) 연간 이후로는 모두 연호를 쓰지 않고 간지(干支)만을 기록했으므로, 저자 자신은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함을 한탄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3]문 …… 섰구나 : 도잠의 집 가에 일찍이 버드나무 다섯 그루가 있어 스스로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기까지 했었는데, 저자의 집 앞에도 버드나무가 있으므로 한 말이다.
새벽에 읊다. |
|
서리 맑은 밤 하얀 달이 은하에 걸렸어라 / 霜淸皓月掛銀河
중추절에 비하자면 벌써 많이 이지러졌네 / 比却中秋滅已多
절로 이 늙은이는 남은 흥취가 있기에 / 自是老翁餘興在
누각에 올라서 달빛을 감상하고 싶구나 / 欲登樓去賞金波
누가 촉직에게 베 짜는 일을 멎게 하고 / 誰敎促織已停梭
문득 나뭇가지에 바람 소리를 보내는고 / 却遣風聲在樹柯
다만 달빛이 내 적막한 시름 위로하려고 / 獨有姮娥慰愁寂
창에 들어 흰 귀밑털을 오로지 비추누나 / 入窓偏照鬢皤皤
목은 늙은이의 조그마한 안락와에는 / 一片牧翁安樂窩
들 중과 산새가 매양 서로 들러가는데 / 野僧山鳥每相過
추운 겨울 문밖에 장차 눈이 쌓이거든 / 天寒門外將堆雪
깊이 들어앉아 다시 장단가나 쓰련다 / 深坐更題長短歌
[주D-001]누가 …… 하고 : 한창 귀뚜라미 우는 계절이 지났음을 의미한다. 촉직(促織)은 귀뚜라미의 별칭인데, 가을밤에 길쌈을 재촉하느라 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연히 쓰다. |
|
편함과 위태롬은 반걸음에 달렸고 / 安危跬步地
의리와 이끗은 한 치 맘에 달렸으되 / 義利方寸心
늙도록 그것을 분변하지 못하여 / 老矣不能辨
유유히 읊조리고 또 읊조리노라 / 悠悠吟復吟
맑은 바람은 더러운 걸 불어버리고 / 淸風吹雜穢
밝은 태양은 짙은 그늘 깨뜨리나니 / 白日破重陰
정정하면 넘치는 즐거움이 있어 / 定靜有餘樂
뿌연 먼지도 깊은 바다처럼 느끼리 / 紅塵如海深
[주D-001]정정(定靜) : 《대학장구》 경 1장에 “그칠 줄을 안 다음에 뜻이 정해지고, 뜻이 정해진 다음에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다.[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금사(金沙)의 중을 시켜 오사란(烏絲欄)을 찍게 하다. |
|
금사의 중을 대면하여 조사해보고 / 面査金沙釋
손수 오사란을 찍어달라 했더니 / 手印烏絲欄
경계는 안팎으로 구분하여 정하고 / 區畫內外定
동서남북 상하는 다 널찍게 했네 / 廣輪天地寬
산은 빛나라 군옥이 겹겹 쌓였고 / 山輝疊群玉
바다는 넓어 높은 파도를 쳐대는데 / 海闊揚層瀾
승묵의 재능이 부리기에 만족거니 / 繩墨足馳騁
누가 행로의 어려움을 슬퍼해줄꼬 / 誰嗟行路難
[주C-001]오사란(烏絲欄) : 책 종이 같은 데에 검은 줄을 친 것을 말한다.
[주D-001]군옥(群玉) : 선녀(仙女)인 서왕모(西王母)의 거소(居所)가 있는 산에 옥석(玉石)이 많아서 이 산을 군옥산(群玉山)이라 이름했다는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일반적인 산을 미화하여 한 말이다.
풍 선사(豐禪師)를 기다리다. |
|
우주 만상이 붓끝에서 바람을 일으켜라 / 塵塵刹刹筆生風
심화를 방금 근 나옹에게서 전수했거니 / 心畫方傳勤懶翁
남은 재능으로 목은 찾는 걸 아끼지 마소 / 莫惜餘闊尋老牧
정명의 방장은 본래부터 텅 비어 있다네 / 淨名方丈本來空
나무하고 물 긷는 것도 절로 천연스럽거늘 / 搬柴運水自天然
글씨 좀 쓰는 일로 어찌 권세를 부릴쏜가 / 染翰操觚豈弄權
우리 스님이 손 흔적을 남겨 주지 않는다면 / 不是吾師留手澤
태평성대 풍월을 그 누가 전한단 말인가 / 太平風月有誰傳
[주D-001]심화(心畫)를 …… 전수했거니 : 심화는 마음의 그림이란 뜻에서 글씨를 가리키고, 근 나옹(勤懶翁)은 바로 고려 말기의 선승(禪僧)으로 호가 나옹인 혜근(惠勤)을 가리키는데, 전수했다는 말로 보아 아마도 풍 선사(豐禪師)가 나옹의 제자였던 듯하다.
[주D-002]정명(淨名) : 인도(印度) 비야리국(毘耶離國)의 장자(長者)로서 석존(釋尊)의 속제자(俗弟子)가 되었던 유마거사(維摩居士)를 가리키는데, 전하여 여기서는 저자 자신을 유마거사에 비유한 것이다.
조 용히 앉아서 우연히 기억해 보니, 구재 도회(九齋都會)에서 촛불에 눈금을 긋고 시(詩)를 짓게 하여 작품의 높낮이를 매겨서 제생(諸生)을 격려하던 것이 또한 한 가지 권학(勸學)의 방편이었다. 내가 16, 7세 때에 해마다 그곳에 있었는데, 첫해에는 4, 5차례 장원(壯元)을 했고, 다음 해에는 20여 차례나 장원을 했다. 그러나 전편(全篇)이 다 잘된 것은 하나도 없었고 다만 한두 연구(聯句)가 다른 이의 작품보다 나았을 뿐이었다. 그 율격(律格)에 어긋난 과외시(科外詩) 또한 1등을 차지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가소롭기만 하다. 격옹도(擊甕圖) 시에 “깊은 항아리 물속 하늘을 쳐서 깨뜨리니, 아동의 목숨 온전해진 걸 문득 보겠네. 늠름한 영자를 구하려고 할진댄, 구구한 미물을 어찌 아낄 수 있으랴. 금초관에 웅재 펼 날을 기대할 만했어라, 죽마 탄 것은 송아지처럼 달리던 때였네.[擊分深甕水中天 便見兒童性命全 凜凜英姿如欲救 區區微物豈堪憐 金貂可竢鷹揚日 竹馬相隨犢走年]” 하였는데, 그 말구(末句)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송풍(松風) 시 일련(一聯)에는 “범의 포효 소리가 가만히 달을 따라 일어난 듯, 용의 울음소리가 높이 백운 위에 전한 듯하네.[虎嘯暗從明月起 龍吟高入白雲傳]” 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과외시란 것이다. 또 연병(硯屛) 시 일련에는 “새벽 상탑을 에워싼 천 층 산봉우리에서, 한 움큼 물을 갠 창 아래 거꾸로 쏟누나.[曲圍曉榻千層嶺 倒瀉晴窓一掬泉]” 하였고, 소지(小池) 시 일련에는 “날이 개니 새 그림자가 지나가고, 비가 오니 개구리 소리가 떠들썩하네.[天晴過鳥影 雨暗沸蛙聲]” 하였으며, 왕소군(王昭君) 시 일련에는 “소매 가득한 향기는 대궐 비단의 나머지요, 경성 미색은 붓끝의 황금에서 변하였네.[滿 袖香餘宮裏錦 傾城色變筆端金]” 하였고, 강창(江漲) 절구(絶句)는 장원(壯元) 이자을(李資乙)이 나를 대신하여 썼는바, “벌창한 강물이 아스라이 공중에 넘실대니, 별을 쳐다보아 겨우 동서를 구분하겠네. 남쪽 마을서 낚시터 잠겼다고 알려오자, 급히 하인 불러 낚시통 걷어오라 하누나.[江漲茫茫遠拍空 仰看星斗覺西東 南村走報苔磯沒 急喚家僮卷釣筒]” 하였는데, 이 시는 참으로 한적(閑適)한 운치가 있었고, 이공(李公)의 필력(筆力)은 지금도 상상할 만하다. 그 나머지는 다 잊어버렸다. 또 호중연(胡仲淵) 선생에게서 절구를 배울 적에는 한거(閑居)를 읊은 시에 “희미한 울타리가 끊어진 산 곁에 있는데, 계곡 꽃은 반쯤 지고 새소리는 한가로워라. 그윽한 사람 흥미는 꼭 타고나는 거지만, 밝은 달 맑은 바람은 암만 써도 안 준다네.[籬落依依傍斷山 溪花半落鳥聲閑 幽人興味須天賦 明月淸風不可刪]” 하였다. 갑신년(1344, 충목왕 즉위년)에는 박치암(朴恥菴)과 이 월성(李月城)이 동당시(東堂試)를 함께 관장하면서 요청하여 시부(詩賦)를 파하고 고부(古賦)와 대책(對策)을 사용하였다. 그때 나 역시 생각하기를 ‘시(詩)는 곧 사시(四時)의 경치인 풍화 설월(風花雪月)을 읊는 것일 뿐이니, 문장이 어찌 여기에 그칠 수 있겠는가.’ 하고, 이때부터는 시를 중지하고 짓지 않았으며, 혹 읊는 일이 있더라도 아주 적었다. 요행히 등제(登第)한 이후로는 직사(職事)에 분주하여 또 여기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병을 앓는 나머지에 때로 가시(歌詩)를 읊조리게 되었고, 혹 요구하는 이가 있으면 굳이 사양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마침내 동배(同輩)들로부터 시를 즐긴다는 비웃음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애오라지 나의 회포를 푸는 것일 뿐이다. 소년 시절의 작품 두어 연구(聯句)를 추록(追錄)하여 자손들에게 보이면서, 인하여 한 수를 쓰다. |
|
내 나이 열하고 예닐곱 되었을 때 / 行年十六七
나는 이미 읊조리기도 좋아했었고 / 我已好吟哦
대책문일랑 말 만들기에 익숙하여 / 對策習助語
해마다 높은 과제를 차지했었는데 / 連年登顯科
먼지 쌓여 거문고 줄은 끊기려 하고 / 塵埋絃欲斷
이끼 끼어 칼은 갈기 어려운 격이라 / 苔蝕劍難磨
구재의 도회일을 거듭 생각하면서 / 重憶九齋日
쓸쓸히 앉아 짧은 노래를 이루노라 / 悄然成短歌
[주C-001]격옹도(擊甕圖) : 사 마광(司馬光)이 어려서 여러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서 장난을 하고 놀 적에 한 아이가 큰물항아리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물속으로 빠져버리자, 다른 아이들은 그를 내버려 두고 다 가버렸으나, 사마광이 돌을 던져 그 항아리를 깨뜨려서 물을 쏟아내어 마침내 그 아이를 살렸던 일이 있는데, 경락(京洛) 사람들이 이 사실을 기특하게 여겨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이 바로 이 격옹도라고 한다.
[주C-002]연병(硯屛) : 벼루에 먼지가 날아들지 않게 하기 위하여 벼루 가에 세우는 조그마한 병풍을 가리키는데, 흔히 옥(玉), 석(石) 등으로 만든다고 한다.
[주C-003]경성(傾城) …… 변하였네 : 한 원제(漢元帝)는 후궁이 매우 많아서 임금이 매양 당시 사람의 형상을 잘 묘사하던 화공(畫工) 모연수(毛延壽)를 시켜 궁녀들의 용모(容貌)를 그려오게 하여 그 그림을 보고 궁녀를 골라서 합방을 하곤 했으므로, 이 때문에 궁녀들이 모두 화공에게 뇌물을 주어 자기 용모를 좋게 그려주도록 청탁을 했었으나, 유독 왕소군(王昭君)만은 그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서 한번도 임금의 은총을 입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뒤에 흉노(匈奴)가 미인을 요구하던 때를 당하여 원제가 그림만 보고 왕소군을 보내라고 명하고 나서 실제 왕소군을 한번 불러 본 결과, 용모가 그림과는 판이하여 후궁 가운데 제일의 미인이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C-004]호중연(胡仲淵) : 원(元)나라 말기의 경학자(經學者)로 자가 중연인 호심(胡深)을 가리킨다.
[주C-005]박치암(朴恥菴)과 이 월성(李月城) : 박치암은 고려 말기에 벼슬이 판삼사사(判三司事)에 이르고 함양부원군(咸陽府院君)에 봉해진 치암 박충좌(朴忠佐)를 가리키고, 이 월성은 벼슬이 첨의 참리(僉議參理)에 이르고 월성군(月城君)에 봉해진 이천(李蒨)을 가리킨다
잠에서 깨어 보니, 밝은 달빛이 창에 가득하므로 인하여 한 수를 읊다. |
|
달빛은 흰데 내 머리 또한 희고 / 月白吾頭白
창이 밝으니 내 눈 또한 밝아라 / 窓明吾眼明
깊은 밤에 쓸쓸히 앉았노라니 / 悄然坐深夜
깊은 정이 아득히 우러나누나 / 杳爾生遠情
천연 요새야 진정 믿을 만하지만 / 天險諒足恃
민심의 위태함을 어찌 경시할쏜가 / 民嵓安可輕
뜨락 나뭇가지는 또 무슨 뜻으로 / 庭柯復何意
우수수 가을바람을 보내오는고 / 摵摵送秋聲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 당(堂) 뒤편에 핀 국화가 사랑스러우므로 서서 한 수를 짓다. |
|
수많은 꽃 떨어진 뒤에 홀로 선명하여라 / 衆芳搖落獨鮮明
묘합한 음양오행 정기가 유독 편중되었네 / 妙合偏鍾二五精
내가 또 너무 늦게 난 걸 어찌 슬퍼하랴 / 我又何嗟生大晚
백발로 서로 마주해 담담히 세정 잊는걸 / 白頭相對淡忘情
연일 가랑눈이 내리다. |
|
기양의 가랑눈은 동파 시를 기억하는데 / 岐陽微雪記坡詩
구월이라 우리 송도 또한 같은 때로세 / 九月松都又一時
공중에서 날다가 떨어지면 자취 없어라 / 飄向空中落無跡
네 아마 국화 가지와 기교를 겨루는 게지 / 知渠巧鬪菊花枝
소설은 예로부터 시월 중에 들어 있어 / 小雪由來十月中
역가들이 그대로 따라 고금이 똑같은데 / 曆家沿襲古今同
명나라 대통력은 반사한 적 없었다가 / 帝明大統頒來少
다행히 조서 내려 해동에도 반사하였네 / 幸有宣明授海東
원기가 어긋나면 눈의 요변도 있는 법이라 / 元氣乖時雪亦祅
백발로 서로 마주하니 무료하기 그지없네 / 白頭相對政無聊
외로운 배로 겨울 강에서 낚시질하고파라 / 孤舟直欲寒江釣
흩날리는 귀밑털이 강물에 환히 비칠 텐데 / 鏡裏明明鬢上飄
[주D-001]기양(岐陽)의 …… 때로세 : 동파(東坡) 소식(蘇軾)의 〈구월이십일미설(九月二十日微雪)〉 시에 “기양이라 구월 하늘에 가랑눈이 내리니, 벌써 쓸쓸한 세모의 마음을 일으키누나.[岐陽九月天微雪 已作蕭條歲暮心]”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대통력(大統曆) : 명(明)나라 초기 홍무(洪武) 연간에 제정한 역서(曆書)의 명칭이다.
분재(盆栽)한 소나무를 읊다. |
|
눈 쌓인 산 흐린 햇빛에 희미할 텐데 / 雪嶺迷煙日
어찌하여 이 와분에 와 있단 말인가 / 胡然在瓦盆
작은 먼지가 국토를 포함한다더니 / 微塵含國土
이게 바로 완연히 한 개 천지로구나 / 宛爾一乾坤
[주D-001]작은 …… 포함한다더니 : 《화엄경(華嚴經)》에 의하면, 극히 미세한 먼지 하나하나마다 모두 그 속에 무수(無數)한 국토(國土)가 있고, 그 국토 안에 또 미세한 먼지가 있으며, 그 먼지 속에 또 국토가 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분재한 국화를 읊다. |
|
가을 계곡은 절로 매우 그윽하지만 / 秋澗自幽絶
동쪽 울도 이미 세속에 합류했거늘 / 東籬已趨俗
가련도 해라 푸른 동이에 심어져서 / 可憐靑盆中
구구하게 이 늙은 목은 상대하다니 / 區區對老牧
[주D-001]동쪽 울 : 도잠(陶潛)의 〈음주(飮酒)〉 시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悠然見南山]” 한 데서 온 말이다.
느낌이 있어 짓다. |
|
도를 배우는 게 글 읽는 데 있긴 하지만 / 學道雖然在讀書
한만함이 초심 잃게 됨을 꼭 알아야 하리 / 須知汗漫喪吾初
밤낮으로 글을 읽어도 예전엔 부족했는데 / 焚膏繼晷昔不足
성정 기르고 하늘 섬김이 지금은 넉넉하네 / 養性事天今有餘
예악 제정한 주공은 생각하여 얻었었고 / 禮樂周公思以得
단사표음의 안자는 실해도 허한 듯했지 / 簞瓢顔子實如虛
유유한 이내 출처는 정히 무슨 꼴이던고 / 悠悠出處定何似
눈서리가 머리 가득고 치아는 성기어라 / 霜雪滿頭牙齒疎
[주D-001]예악(禮樂) …… 얻었었고 : 주 공(周公)이 우(禹), 탕(湯), 문왕(文王), 무왕(武王)의 일을 혼자 겸하여 행하려고 할 적에 혹 맞지 않는 것이 있을 때는 밤새도록 우러러 생각하다가 다행히 얻은 바가 있으면 바로 시행하기 위해 앉아서 아침을 기다렸다는 데서 온 말이다. 《孟子 離婁下》
[주D-002]단사표음(簞食瓢飮)의 …… 듯했지 : 단 사표음은 도시락밥과 표주박 음료수로서, 즉 공자가 안자(顔子)의 안빈낙도의 정신을 칭찬한 데서 온 말이고, 실해도 허한 듯하다는 것은 증자(曾子)가 일찍이 안자를 칭찬하여 말하기를 “능하면서도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물으며, 많으면서도 적은 이에게 물으며, 있어도 없는 것 같으며, 실해도 허한 것 같았다.[以能問於不能 以多問於寡 有若無 實若虛]”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雍也, 泰伯》
처 형(妻兄) 권 만호(權萬戶)의 아내 이씨 부인(李氏夫人)의 백일재(百日齋)인데, 어제 눈이 온 관계로 오늘은 일기가 매우 차서 문밖도 나가지 못할 지경이니, 더구나 산길을 어찌하겠는가. 움츠리고 앉아 스스로 슬퍼하면서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
내가 처음 화원군 댁에 장가를 들었을 때 / 我初奠雁拜花原
시냇가 주택이 화원 댁과 정히 마주했는데 / 居近溪流正對門
소반 가득 좋은 음식은 푸른 사발에 넘치고 / 美食滿盤傾翠鉢
길을 꽉 메운 고관들은 금술잔을 기울였지 / 高軒塞路倒金尊
구름 비가 흩어지듯 자취 이미 없어져라 / 雲離雨散已無跡
세월이 흘러갈수록 공연히 애만 끊어지네 / 日往月來空斷魂
병든 몸이라 추위가 응당 더 두려웁기에 / 病骨畏寒應更甚
이불 쓰고 앉아서 절의 행사를 생각하노라 / 擁衾危坐想祇園
느낌이 있어 짓다. |
|
유수 같은 세월에 조용히 초당에 누워서 / 歲月如流臥草堂
읊조리다 보니 몽당붓이 책상에 쌓이누나 / 吟哦敗筆欲堆牀
앙앙이건 범범이건 끝내 어디로 갈거나 / 昂昂泛泛終安適
그럭저럭 응응하며 홀로 맘만 상할 뿐이네 / 唯唯悠悠祗自傷
바람 잎새 흩날려라 산은 이미 붉어졌는데 / 風葉亂飄山已紫
서리 가지 빼어나라 국화는 아직 노랗구나 / 霜枝靜秀菊猶黃
병든 나머지 문장 기세가 더욱 쇠퇴했거니 / 病餘詞氣尤荒落
광염이 만길이나 높다고 누가 말했던고 / 光焰誰云萬丈長
[주D-001]앙앙(昂昂)이건 범범(泛泛)이건 : 앙 앙은 지행(志行)이 고결(高潔)함을 뜻하고, 범범은 대중을 두루 사랑하여 함께 어울리는 것을 이르는 말로, 《초사(楚辭)》 복거(卜居)에 “내 차라리 천리마처럼 앙앙할거나, 장차 물속의 오리처럼 범범하여 물결과 함께 오르내리면서 내 몸을 보전할거나?[寧昂昂 若千里之駒乎 將氾氾若水中之鳧 與波上下 偸以全吾軀乎]” 한 데서 온 말이다. 범범(泛泛)은 범범(氾氾)과 같은 뜻으로 쓴 것이다.
[주D-002]광염(光焰)이 …… 말했던고 : 한유(韓愈)의 〈조장적(調張籍)〉 시에 “이백 두보 문장은 지금도 남아 있어, 세찬 불꽃을 만길이나 내뿜는다.[李杜文章在 光焰萬丈長]” 한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
적막함은 몸 편케 하는 방책이요 / 寂寞安身術
허령함은 나라 다스리는 근원이라 / 虛靈出治源
일을 처리함엔 욕심이 적어야지만 / 施功當寡欲
쓰임을 다함엔 많은 말이 필요하랴 / 致用豈多言
비 그치니 산은 난간에 들어오고 / 雨罷山來檻
가을 저무니 버들만 문에 비치네 / 秋殘柳映門
말이 없으니 선뜻 나가기 어려워 / 馬無難遽出
우뚝이 앉아 갠 난간 굽어보노라 / 危坐俯晴軒
물의 성질은 절로 내려가는 건데 / 水性自趨下
누가 그 본말을 논한단 말인가 / 誰論委與源
분명하게 태극으로 돌아가나니 / 分明歸大極
단적으로 좋은 말을 지킬 뿐이네 / 端約守嘉言
안개는 번화한 땅에 자욱하고요 / 霧滃繁華地
하늘은 도의의 문에 높은 법인데 / 天高道義門
다행히도 나는 가릴 바를 알아서 / 幸哉知所擇
온종일 홀로 난간 기대 있노라 / 竟日獨憑軒
산에 올라 푸른 돌을 타오르자도 / 登山攀翠石
내 눈이 아직 어두운 게 한이로다 / 恨我尙昏昏
푸른 골수를 얻을 인연이 없기에 / 綠髓無緣得
쇠한 낯은 끝내 할 말이 없네그려 / 蒼顔竟不言
이끼 글씨에 동부는 환히 열렸고 / 蘚書開洞府
소나무 일산은 절집을 덮었는데 / 松蓋擁祇園
천 척도 넘는 저 폭포수는 / 飛瀑餘千尺
처음 발원지가 어딘지 모를레라 / 不知初發源
[주D-001]푸른 골수[綠髓] : 《수 신기(搜神記)》에 의하면, 장자문(蔣子文)이란 사람이 술과 여색(女色)을 절제 없이 좋아하면서 항상 스스로 말하기를 “나의 뼈는 푸르러졌으니, 죽으면 의당 신(神)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선골(仙骨)을 의미한다.
[주D-002]이끼 글씨 : 구양수(歐陽脩)가 일찍이 숭산(嵩山)을 유람하다가 저물녘에 이르러 절벽 위에 ‘신청지동(神淸之洞)’이란 네 글자가 이끼로 쓰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다음날 다시 찾아가 보니 이미 없어졌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산을 유람하다. |
|
산을 유람함은 참으로 소원이지만 / 遊山眞素願
붓 잡고 부질없이 읊기만 했는데 / 把筆謾高吟
흰 눈빛은 우뚝 솟은 산봉우리요 / 雪色峯巒聳
향기론 바람은 깊은 송계 숲이로다 / 風香松桂深
험한 길은 위태로워 떨어질 듯하고 / 畏途危欲墜
복지는 아득하여 찾기가 어려운데 / 福地杳難尋
어슴푸레 선경을 들어온 양 / 髣髴在淸境
종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네 / 如聞鐘聲音
기별을 전하여 흥국사(興國寺)의 회의(會議)에 참여해 주기를 청하였으나, 나는 말이 없어 갈 수가 없다. |
|
상부에서 불러 주니 광채가 찬란도 해라 / 相府招呼爛有光
백사의 관도는 연방을 둘러 있고말고 / 白沙官道繞蓮坊
언뜻 듣자니 흥국사 이름도 오히려 좋은데 / 乍聞興國名猶好
나라 경영의 가장 좋은 방책을 얻고자 하네 / 欲得經邦策最良
원기 왕성한 제공은 마음이 철석 같건만 / 矍鑠諸公心似鐵
쇠퇴한 이 늙은이는 귀밑이 다 희었다오 / 摧頹老物鬢如霜
나가자도 말이 없어 앉았기엔 익숙하거니 / 出無驢馬工深坐
분향하고 묘당에 축복이나 함이 마땅하리 / 只合焚香祝廟堂
[주D-001]백사(白沙)의 관도(官道) : 당(唐)나라 때에 특히 재상(宰相)의 거마(車馬)가 통행하는 대로(大路)에는 흰 모래로 포장을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즉사(卽事) |
|
사람이 먹 간 게 아니라 먹이 사람 갈지만 / 非人磨墨墨磨人
먹이 붓끝에 들어오면 변화가 신묘하구나 / 墨入毫端變化神
많이 지어서 만축의 시권을 이룬다 해도 / 縱得淋漓成萬軸
보태는 건 머리털 희어지는 것뿐이로세 / 祗增頭上雪霜新
[주D-001]사람이 …… 갈지만 : 소 식(蘇軾)의 〈차운답서교수관여소장묵(次韻答舒敎授觀余所藏墨)〉 시에 “사람이 먹을 가는 게 아니라 먹이 사람을 갈고, 작은 술병 비기 전에 큰 술병이 먼저 부끄러워하리.[非人磨墨墨磨人 缾應未罄罍先恥]” 한 데서 온 말인데, 그 주석에 의하면, 소식이 일찍이 말하기를 “나에게 좋은 먹[墨]이 70자루나 있는데도 끝없이 구해들이기만 하니, 내가 어리석음에 가깝지 않은가. 전에 석창언(石昌言 석양휴(石揚休))이 먹을 쌓아 두기만 하고 남에게 쓰기를 허락하지 않자, 혹자가 그에게 ‘자네가 먹을 갈지 못하고 먹이 의당 자네를 갈 것이다.[子不磨墨 墨當磨子]’라고 했었는데, 지금 과연 석창언은 죽은 지 이미 오래인데도 먹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한다. 전하여 여기서는 저자의 노쇠함을 의미한 것이다.
우연히 속어(俗語)가 기억나서 짓다. |
|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 雀晝傳言鼠夜傳
담장에 귀 달린 건 옛날에도 그랬거니와 / 耳垣相屬古猶然
누가 알리요 한 생각이 막 싹트는 곳에 / 誰知一念纔萌處
찬란한 광명이 벌써 하늘에 비추는 것을 / 燦爛光明已照天
보태진 것은 몰라도 덜어진 것은 안다 / 添不曾知減却知
예로부터 사람은 헤어짐을 두려워하나니 / 由來人事畏分離
아손들과 단란하게 종신토록 즐기는 이 / 兒孫團聚終身樂
하늘땅 안에 과연 그 누구가 있을런고 / 天地中間果是誰
전에 가난했던 사람은 뒤에 부자가 된다 / 前若貧居後富居
사람들의 이 말은 정히 허언이 아니거니 / 人言此語定非虛
남의 집 빌려 자주 이사하는 걸 꺼려 말라 / 莫嫌借屋頻移徙
다행히 승선 아들이 직려에 올랐지 않나 / 幸有承宣上直廬
[주D-001]담장에 …… 그랬거니와 :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변(小弁)에 “군자는 쉽게 말을 말지어다, 담장에도 귀가 달렸느니라.[君子無易由言 耳屬于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직려(直廬) : 옛날에 시종신(侍從臣)들이 숙직(宿直)하던 곳을 말한다.
환암(幻菴)이 생각나서 짓다. |
|
적멸 진리를 원래 숨기지 않아서 / 寂滅元無隱
선양하는 게 문득 매우 깊었지만 / 宣揚却甚深
진리 얻기는 세상에 드문 일이요 / 眞機眞兔角
거짓된 헤아림은 원심과 같아서 / 似量似猿心
손가락을 혹은 달이라 집착거니와 / 指或執爲月
광석마다 모두 금이 있진 않고말고 / 鑛非燒有金
정과 경계 둘 다 잊는 경지를 / 兩忘情境處
다시 환암에게서 찾을까 하노라 / 更向幻菴尋
[주D-001]적멸(寂滅) : 불교 용어로 열반(涅槃)과 같은 뜻인데, 생사(生死)하는 인과(因果)를 없애서 다시 생사를 계속하지 않는 적정(寂靜)한 경계를 말한다.
[주D-002]원심(猿心) : 불교 용어로, 조급하게 움직여 산란한 마음을 가리킨다. 《대일경(大日經)》에 “육십 가지의 심상에 원후심이 그중 하나다.[六十種心相 猿猴心爲其中之一]” 하였다.
[주D-003]손가락을 …… 집착거니와 : 손 가락은 가르침[敎]에 비유한 것이고, 달은 불법(佛法)에 비유한 것으로, 《능엄경(楞嚴經)》에 이르기를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다른 사람에게 보였을 때 다른 사람이 그의 손가락을 인해서 응당 저 달을 보아야지, 만일 다시 그 사람의 손가락을 보고 그것을 달의 본체라고 여긴다면 그런 사람이야말로 어찌 달만 잃어버리겠는가, 그 손가락마저 잃게 될 것이다.[如人以手指月示人彼人因指 當應看月 若復觀指 以爲月體 此人豈唯亡失月輪 亦亡其指]” 한 데서 온 말이다.
유 항(柳巷)이 잠시 도성에 들어왔다가 누추한 내 집에 들러주고 또 오늘은 별장으로 나가서 놀자고 말하였으나, 병든 나는 함께 나가서 답답한 속을 후련히 풀어볼 계제가 되지 못하므로, 애오라지 전운(前韻)을 사용하여 스스로 해명하는 바이다. |
|
서리 내린 천원에 기가 이미 맑아졌으니 / 霜落川原氣已淸
어찌 먼지 하나인들 눈을 가리게 하리요 / 肯敎纖翳眼中生
그림 같은 첩첩 산봉은 푸른빛을 드러내고 / 峯巒似畫疊橫翠
공처럼 빠른 해와 달은 밝음을 갈음하누나 / 日月跳丸更代明
옥수 같은 풍채는 스스로 빼어났거니와 / 玉樹風儀徒自秀
강도의 지세야 어찌 천하제일이었으랴 / 江都地勢豈曾傾
가슴속의 답답한 정 쏟을 길이 없으니 / 胸中鬱結無從寫
무궁문을 향하여 광성자를 찾고 싶구려 / 欲向無窮訪廣成
[주D-001]무궁문(無窮門)을 …… 싶구려 : 광 성자(廣成子)는 황제(黃帝) 때의 신선(神仙)인데, 황제가 일찍이 공동산(空同山)으로 그를 찾아가서 도(道)를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오거라, 내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저 지극한 도는 끝이 없건만 사람들은 다 끝이 있다고 여기고, 저 지극한 도는 헤아릴 수 없건만 사람들은 모두 다함이 있다고 여긴다.……나는 장차 속세의 그대에게 속세를 벗어나서 무궁한 지도의 문으로 들어가 무극의 들판에서 노닐게 하고자 한다.[來余語女 彼其物無窮 而人皆以爲有終 彼其物無測 而人皆以爲有極……余將去女 入無窮之門 以游無極之野]”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莊子 在宥》
생각하는 바가 있어 짓다. |
|
그 옛날의 정회를 참으로 말할 수 없어라 / 舊日情懷不可言
늙은 간신이 용사하여 청탁의 길 세웠었지 / 老姦當國植私門
참소 두려워 병 생기니 뼈는 녹을 지경이요 / 畏讒成病應銷骨
근심 풀자고 읊노라니 애는 끊어지려 하네 / 遣悶沈吟欲斷魂
녹록하게 시속 따르며 평소의 뜻을 잊고 / 碌碌趨時忘素意
유유히 도를 얻고자 천리를 탐구하노라니 / 悠悠望道向天原
가을바람이 하룻밤에 단풍잎 불어 떨궈라 / 秋風一夜吹紅葉
이리도 아픈 몸이 언제나 국은에 보답할꼬 / 楚痛何時報國恩
때로는 우뚝이 앉아서 말을 잊기도 하거니 / 有時危坐輒忘言
구구히 문에 큰 글자 써붙일 것 없고말고 / 不用區區大署門
추국공은 우활하여 양기를 논하였고 / 鄒國闊迂論養氣
초사에는 애원하여 초혼부를 지었네 / 楚辭哀怨賦招魂
재목도 좋은 그릇 이루긴 기필 못 하거니와 / 懷材未必成奇器
도에 뜻 둔들 어찌 일찍이 대원에 들었던가 / 志道何曾入大原
오직 세상 걱정에 두어 줄 눈물 흘리노니 / 唯有憂時數行淚
공의에 인연했을 뿐 사은 때문이 아니라네 / 只緣公義匪私恩
[주D-001]구구히 …… 것 : 한 (漢)나라 때 책공(翟公)이 처음 정위(廷尉)가 되었을 때는 빈객(賓客)들이 서로 앞을 다투어 찾아왔는데, 그가 파면(罷免)됨에 미쳐서는 빈객이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다가, 뒤에 그가 다시 정위에 임명되자 빈객들이 예전처럼 서로 앞을 다투어 찾아오므로, 그가 인정의 반복 무상함을 분개하게 여겨 자기 집 문에다 크게 써붙이기를 “한번 죽고 사는 데서 사귀는 정을 알 수 있다. 한번 가난하고 부한 데서 사귀는 태도를 알 수 있다. 한번 귀하고 천한 데서 사귀는 정이 바로 드러난다.[一死一生 乃知交情一貧一富 乃知交態 一貴一賤 交情乃見]”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추국공(鄒國公)은 …… 논하였고 : 추 국공은 시호가 추국아성공(鄒國亞聖公)인 맹자(孟子)를 가리키는데, 맹자가 당시 임금들로부터 사정(事情)에 어두운 오활한 유자(儒者)로 잘못 알려진 일과 맹자가 일찍이 제자인 공손추(公孫丑)의 물음에 대답하기를 “나는 천하의 말을 알며, 나는 나의 호연지기를 잘 기르노라.[我知言 我善養吾浩然之氣]”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초사(楚辭)에는 …… 지었네 : 초혼부(招魂賦)는 《초사》의 편명인데,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충신(忠臣)인 굴원(屈原)이 소인(小人)들의 참소로 인하여 조정으로부터 쫓겨난 뒤에 지은 글이다.
[주D-004]대원(大原) : 도(道)의 근원을 가리킨다. 한 무제(漢武帝) 때의 대유(大儒)인 동중서(董仲舒)의 말에 “도의 큰 근원이 하늘에서 나오나니, 하늘이 변하지 않으면 도 또한 변하지 않는다.[道之大原出於天 天不變道亦不變]” 하였다.
용두(龍頭)의 대선(大選)이 황주(黃州)에 가서 새로 절을 얻었다고 말하다. |
|
용두의 대선은 아직도 동자의 얼굴인데 / 龍頭大選尙童顔
황주의 절에 주지 되어 왕래하려 하누나 / 住院黃州欲往還
묻노라 내 노둔한 말 타고 찾아갈 테니 / 問我駑駘將代步
언제나 흰 구름 사이에 석장을 날릴런가 / 何時飛錫白雲間
절령의 서쪽이요 서해의 첫머리에다 / 岊嶺之西西海頭
평양과의 접경이 이게 바로 황주인데 / 界交平壤是黃州
객중에 하룻밤 잔 게 지금도 기억난다 / 客中一宿今猶記
안악의 동년과 우연히 함께 놀러갔었지 / 安岳同年偶出游
성불산 안에는 옛 절들이 많기도 한데 / 成佛山中古寺多
늙은 선사 한운이 옛날 여기서 지내더니 / 旱雲禪老昔婆娑
풍편을 인해 새로운 시 내게 부쳤는지라 / 新詩寄我因風便
바쁜 가운데 한번 읊은 일이 기억나누나 / 曾記忙中得一哦
원명사(圓明寺)에 예천부원군(醴泉府院君)의 기재(忌齋)가 이르렀으므로 이 시를 짓다. |
|
남문은 형세가 우뚝 솟아 있고 / 南門勢突兀
진봉산은 높다랗게 깎아질렀는데 / 進奉山巉巖
가랑비는 뜨락에 자욱이 내리고 / 微雨滿庭宇
아침 해는 솔과 삼목을 비추나니 / 初日照松杉
먼지 자욱한 속세를 멀리 벗어나 / 逈然出塵垢
신선과 범인을 초탈할 만하고말고 / 可以超仙凡
황조 원나라의 두 승상은 / 皇元兩丞相
호복으로 우리 조복과 나란히 했네 / 胡服聯朝衫
고흥군 유 영밀에 대해서는 / 高興柳英密
자앙의 붓이 칼날 같았거니와 / 子昂筆如劖
초상화에도 참담한 기색 있거니 / 丹靑有慘色
형세 궁해라 방금 참소가 두렵구려 / 勢極方畏讒
다행히 나는 영욕을 벗어나서 / 幸我脫榮辱
오래도록 기심을 잊었었다오 / 久矣忘機緘
배주 승상(拜住丞相)과 탈탈 승상(脫脫丞相)의 진영(眞影)이 있는 곳이다.
[주D-001]고흥군(高興君) 유 영밀(柳英密) : 고 려 후기에 벼슬이 첨의 정승(僉議政丞)에 이르고 고흥군에 봉해졌으며 시호가 영밀인 유청신(柳淸臣)을 가리킨다. 그는 일찍이 몽고어(蒙古語)를 배워 여러 차례 원(元)나라에 다녀왔고, 특히 외교에 능하여 충렬왕(忠烈王)의 총애를 받아서 여러 요직을 두루 역임했는데, 충숙왕(忠肅王) 때에 미쳐서는 원나라에 가서 조적(曺頔) 등과 함께 충숙왕을 폐위시키고 심양왕(瀋陽王) 고(暠)를 옹립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는 귀국도 하지 못한 채 원나라에서 죽었다. 이때 예천부원군(醴泉府院君) 권한공(權漢功) 또한 충숙왕을 폐위시키고 심양왕 고를 옹립하려던 유청신 등의 음모에 가담했었다.
[주D-002]자앙(子昂)의 …… 같았거니와 : 자앙은 원나라의 한림학사(翰林學士) 조맹부(趙孟頫)의 자인데, 그가 유청신에 대해서 어떤 비판적인 글을 혹 쓴 일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주D-003]배주 승상(拜住丞相)과 탈탈 승상(脫脫丞相) : 배주는 원 영종(元英宗) 때에 중서 좌승상(中書左丞相)이 되었고, 탈탈은 순제(順帝) 때에 중서 우승상(中書右丞相)이 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현상(賢相)으로 일컬어졌다.
어제 천태(天台) 나잔자(懶殘子)를 알현하고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새 붓과 헌 붓 5, 6자루 중에서 내가 좋은 것 2자루를 골라 가져왔으므로, 한 수를 읊어서 기록하여 바치는 바이다. |
|
중산의 모영은 정강하기로 일러왔는데 / 中山毛穎號精強
몸이 천태 지자의 향기에 물이 들었네 / 身染天台智者香
선배들은 모지라져 곧 물러나게 되었고 / 先進摧頹將乞退
후배들은 예리하여 숨어 있길 꺼리누나 / 後來尖利苦嫌藏
끝은 먹물에 젖어 이슬 맞은 듯 촉촉하고 / 鋒磨烏玉滋如露
흔적은 종이에 찍혀라 깨끗하기 서리 같네 / 跡印華牋淨似霜
이미 양생 초치하여 예악을 일으켰기에 / 已致兩生興禮樂
한나라의 면체는 썰렁하여 빛이 없구려 / 漢家綿蕝冷無光
[주D-001]중산(中山)의 모영(毛穎) : 한유(韓愈)의 〈모영전(毛穎傳)〉에서 붓을 의인화하여 “모영은 중산 사람이다.[毛穎中山人也]”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붓을 가리킨다.
[주D-002]천태 지자(天台智者) : 천태 지자는 수(隋)나라 때 천태종(天台宗)의 개조(開祖)였던 지자대사(智者大師)를 가리키는데, 여기 천태(天台) 나잔자(懶殘子) 또한 천태종의 후진(後進)이므로 지자대사에 빗대서 한 말이다.
[주D-003]이미 …… 없구려 : 면 체(綿蕝)는 띠풀을 묶어 세운 것을 이른 말로, 한(漢)나라 초기에 숙손통(叔孫通)이 조정의 의례(儀禮)를 제정하기 위해 노(魯)나라의 유생(儒生) 30여 인을 불러들여서 그들과 함께 야외(野外)에서 띠풀을 묶어 세워 존비(尊卑)의 차례를 표시해 놓고 예(禮)를 강론했던 데서 온 말이다. 양생(兩生)은 숙손통이 앞서 노나라 유생들을 불렀을 때, 숙손통의 행위가 고도(古道)에 합치하지 않는다 하여 부름에 응하지 않았던 두 유생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한(漢)나라 이후로 모든 예악(禮樂)이 붓끝에 의해서 제정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정(里正)이 성(城)을 수축(修築)할 정부(丁夫)를 독촉하다. |
|
성첩은 산을 따라서 우뚝 솟았고 / 城堞緣山聳
경도는 동녘 해를 향해 열렸는데 / 京都向日開
주위는 백치의 성보다 더 높고 / 周遭高百雉
구획하는 일은 삼공에게서 나왔네 / 區畫出三台
책임자가 위엄으로 급히 독촉하니 / 管領施威急
고독한 이들이 부역을 하러 가네 / 孤惸赴役回
금성탕지도 끝내 덕에 있고말고 / 金湯終在德
말 세우고 나 홀로 배회하노라 / 立馬獨徘徊
전부터 도성은 태평하던 곳이라 / 向來全盛地
바깥 문을 잠근 적이 없었거니와 / 外戶不曾關
야경을 때로는 빠뜨리기도 하고 / 刁斗時遺棄
여염집은 밤에 서로 왕래했었지 / 閭閻夜往還
백발에 시 읊기 첨으로 괴로워라 / 白頭吟始苦
붉은 피눈물이 자주 흐르는구려 / 赤血淚頻潸
가을 기운이 날로 쓸쓸해져가니 / 秋氣日凄惻
한 치의 마음이 유유하기만 하네 / 悠悠方寸間
[주D-001]백치(百雉) : 길이가 300장(丈)이 되는 성(城)을 가리키는데, 춘추 시대에 작은 제후국(諸侯國)들이 도성(都城)에 이런 규모로 성을 쌓았었다.
느낌이 있어 짓다. |
|
국화가 남은 향기를 머금고 / 黃花含餘香
가을 시냇가에 반짝이어라 / 耿耿秋澗涯
서리 이슬은 날로 무거워지고 / 霜露日以重
눈보라가 인하여 겹쳐 내려서 / 飛雪仍來加
모든 초목이 시들어 떨어질 제 / 草木盡凋落
꽃술에서 노란 송이를 뱉어내네 / 芳心吐金葩
사람 감동시킴은 제 뜻이 아니요 / 感人非渠意
사람 절로 사특한 생각 없앰일세 / 人自思無邪
담장 가에 가을 풀이 새로 나서 / 緣牆有秋草
연약한 모양이 참으로 가련한데 / 嫩綠誠可憐
가을 햇살이 정히 비추어주니 / 寒日正照耀
살리는 뜻이 하늘에 달렸구려 / 生意懸蒼天
군자는 그윽한 회포를 간직하고 / 君子抱幽獨
그를 마주해 유연히 바라보노니 / 對之方悠然
남산의 소나무와 잣나무는 / 南山松與柏
무성하여 의당 더욱 견고해지리 / 鬱鬱當益堅
자지는 푸른 산비탈에 자라서 / 紫芝生蒼崖
흰 구름이 그를 감싸 주는데 / 白雲爲之封
사호가 도를 즐겨 근심 잊고 / 四皓樂忘憂
서로 더불어 여기에 은거했네 / 相與潛蟄龍
소나무는 군자의 지조이고요 / 松公君子操
여라 덩굴은 호녀의 자태로다 / 女蘿胡□容
아무쪼록 처음 마음 보전하려니 / 耿耿保初心
큰 탄식이 거듭거듭 나오는구나 / 浩嘆重又重
[주D-001]자지(紫芝)는 …… 은거했네 : 자 지는 자줏빛 영지(靈芝)를 가리키고, 사호(四皓)는 네 늙은이, 즉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일찍이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 상산(商山)에 들어가 은거하면서 자지를 캐서 그것으로 요기(療飢)를 하며 자지가(紫芝歌)를 지어 노래했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다. |
|
서리 짙은 새벽이라 한기가 뼈에 사무쳐 / 霜重晨興徹骨寒
민둥머리에 문득 털모자 생각이 나누나 / 頭童便欲著毛冠
외물 좇아 정의 변태 많음은 꺼림칙거니와 / 苦嫌逐法情多變
형체 잊으면 뜻이 절로 넉넉해짐은 믿겠네 / 頗信忘形志自寬
혹은 스님을 인하여 삼제를 담론도 하고 / 或因釋子談三際
매양 유생을 만나면 두 끝을 다 말하노라 / 每見儒生叩兩端
중양절을 지나고도 풍월이 하도 좋아서 / 過了重陽風月好
국화에 취한 흥취가 아직 다하지 않았네 / 黃花醉興未曾闌
국자는 하늘에 있고 술은 샘에 있다니 / 斗在靑天酒在泉
헛된 이름이 예부터 부질없이 전해졌네 / 虛名自古謾流傳
연명이 항상 취한 건 우연이 아니려니와 / 淵明一醉非偶耳
정측이 홀로 깬 건 지금 아득하기만 해라 / 正則獨醒今渺然
붉은 단풍잎 사이엔 산새가 오르내리고 / 紅葉野禽相上下
노란 국화엔 찬 나비가 아직도 이끌리네 / 黃花寒蝶尙牽聯
벽운 선생 담론하는 곳엔 천둥이 이는데 / 碧雲談處風雷起
묻노라 어느 산에 정히 신선이 있을런고 / 爲問何山定有仙
[주D-001]삼제(三際) : 불교 용어로 삼세(三世)와 같은 뜻이다.
[주D-002]유생(儒生)을 …… 말하노라 : 공 자가 이르기를 “내가 아는 것이 있는가? 아는 것이 없노라.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나에게 묻거든 그가 아무리 무지할지라도 나는 그 시종과 본말을 다 말해 주노라.[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子罕》
[주D-003]국자는 …… 있다니 : 국자가 하늘에 있다는 것은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을 가리키고, 술이 샘에 있다는 것은 물맛이 마치 술맛 같다 하여 군명(郡名)을 주천(酒泉)이라 이름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연명(淵明)이 …… 건 : 연명은 도잠(陶潛)의 자인데, 도잠은 평생에 술을 즐겨 마셨고, 또 일찍이 스스로 말하기를 “항상 술에 취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고 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5]정측(正則)이 …… 건 : 정 측은 굴원(屈原)의 본명(本名)인데,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온 세상이 다 흐리거늘 나만 홀로 맑으며, 모든 사람이 다 취했거늘 나만 홀로 깨었는지라, 이 때문에 쫓겨났다.[擧世皆濁我獨淸衆人皆醉我獨醒 是以見放]” 한 데서 온 말이다.
홀로 술을 마시다. |
|
혼자 마시며 모든 걸 초탈했거니 / 獨酌儘超然
손이 온들 무어 방해될 것 있으랴 / 客來亦何害
취한 노래는 정신이 아뜩아뜩하고 / 酣歌亂昏冥
밝은 태양은 운애 끼어 침침하네 / 白日沈煙靄
멀리 생각건대 서원의 밤에는 / 緬懷西園夜
달리는 수레가 서로 뒤따랐는데 / 追隨有飛蓋
위진 시대는 이미 폐허가 됐거니와 / 魏晉成丘墟
난 노쇠할수록 기개가 더해만 가네 / 老衰增氣槪
[주D-001]서원(西園)의 …… 뒤따랐는데 : 서원은 삼국 시대 위(魏)의 조조(曹操)가 세운 원명(園名)인데, 조식(曹植)의 〈공연(公宴)〉 시에 “청명한 밤에 서원에서 노니노라니, 달리는 수레가 서로 따르는구나.[淸夜遊西園飛蓋相追隨]” 한 데서 온 말이다.
국화를 마주하여 느낌이 있어 짓다. |
|
인정이 어찌하면 무정한 물정과 같을꼬 / 人情那似物無情
연래엔 닥치는 일마다 불평이 더해 가네 / 觸境年來漸不平
우연히 동쪽 울 향해 얼굴 가득 붉히어라 / 偶向東籬羞滿面
진짜 국화와 가짜 연명이 마주했네그려 / 眞黃花對僞淵明
봄꽃이 만발하여 질탕하게 노닐 때면 / 爛熳開時爛熳游
곱고 화려한 꽃이 성 가득 찬란하건만 / 煙紅露綠滿城浮
나의 산재는 또 늦은 가을이 되어서야 / 山齋又是秋風晚
다만 노란 국화가 백발에 비칠 뿐이네 / 只有黃花映白頭
인희전 북쪽으로 흰 모래판 언덕 위에 / 仁煕殿北白沙岡
임금님 머물러 신하들이 축수를 올렸었지 / 駐蹕群臣獻壽觴
병중에 괴로이 읊다가 가을이 또 저무니 / 病裏苦吟秋又晚
꿈속에서는 때로 혹 선왕을 시종한다네 / 夢中時或侍先王
아득한 북쪽 변새에 또 가을바람이 불어 / 龍沙漠漠又秋風
쇠잔한 풀 구름 가닿고 석양은 불그레한데 / 衰草連雲落照紅
노란 국화 꺾어서 그 누가 축수 드릴꼬 / 折得黃花誰上壽
바다 서쪽 천리 밖이 바로 행궁이거늘 / 海西千里是行宮
[주D-001]동쪽 …… 마주했네그려 : 도연명(陶淵明)은 유독 국화(菊花)를 남달리 좋아하였거니와, 그는 특히 낙천주의자로서 물외(物外)에 초탈하여 일생을 유유자적했었는데, 저자 자신은 아직껏 세상일에 거리낀 것이 많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인희전(仁煕殿) : 공민왕(恭愍王)의 비(妃)인 노국대장공주(魯國大長公主)의 혼전(魂殿)이다. 공주가 죽은 뒤 혼전을 세워 이를 ‘인희전’이라 하고 공민왕이 생전에 자주 여기에 행차했었다.
9월 23일 오늘이 바로 현릉(玄陵)의 기단(忌旦)인데, 재연(齋筵)에 참예할 길이 없으므로 홀로 앉아 느낌이 있어 짓다. |
|
우리 어진 하늘 현릉을 슬피 바라보건대 / 悵望玄陵我昊天
온 집안 생명이 현릉 힘입어 완전하거니 / 闔門生聚賴完全
시시각각 사모하는 마음은 하루 같은데 / 羹牆耿耿如一日
아득한 우주 안에 승하한 지는 육 년일세 / 宇宙悠悠今六年
중 그림자 촛불 빛은 전각에 희미하고 / 僧影燭光迷殿閤
기럭 소리 가을빛은 산천에 가득하네 / 雁聲秋色遍山川
그 누가 알리요 신 색의 이 무궁한 뜻을 / 誰知臣穡無窮意
단정히 앉아 재계함이 바로 범연이라오 / 端坐淸齋卽梵筵
[주D-001]범연(梵筵) : 불사(佛事)를 베푸는 도량(道場)을 가리킨다.
즉사(卽事) |
|
불침으로 종기 트는 건 향중의 풍속인데 / 火針決癰是鄕風
나쁜 병근이 속에 남아 있질 못하거니와 / 邪氣無由尙在中
통증 멎고 새살 돋는 덴 고약이 또 좋아라 / 止痛生肌膏更妙
예로부터 하늘은 사람을 편케 해주고말고 / 從來引逸有蒼穹
나는 병이 없어 걱정 안 끼쳐 드렸거니와 / 我生無疾不貽憂
부모님께서도 당년에 백발을 함께했는데 / 父母當年共白頭
자손들이 점차 장대해감을 내가 또 보거니 / 又見兒孫漸長大
칠 년 동안 병 앓은 걸 어찌 꺼릴 것 있나 / 何嫌一病七經秋
|
유는 곤도의 유요 강은 건도의 강이거니 / 柔坤柔剛乾剛
건곤을 조화시키면 우리 도가 밝아지리 / 乾坤入用斯道光
강강과 유약은 삶과 죽음의 무리이니 / 剛強柔弱生死徒
강과 유를 능히 하면 군자가 창성하리라 / 能剛能柔君子昌
울면서 오에 딸 보낸 걸 상상할 만해라 / 涕出女吳今可想
치욕을 참는 게 어찌 해로울 것 있으랴 / 包羞忍恥夫何傷
두꺼비가 감히 달을 먹는다지만 / 蝦蟆敢蝕月
그것은 잠시일 뿐 상도가 아니요 / 暫也非其常
공도는 밝기가 태양과 같아서 / 公道皎如日
만세토록 오래오래 전하느니라 / 萬世垂久長
유약할 때는 때로 유약도 하고 / 柔有時而柔
강강할 때는 때로 강강도 함이 / 剛有時而剛
혈구 두 자가 바로 그 강령이 되느니라 / 絜矩二字爲其綱
요란한 천둥엔 폭우가 내리고 / 疾雷暴雨
화창한 바람은 다습게 해주네 / 惠風溫煦
내 항상 길흉 조짐을 묵묵히 상고해보매 / 我常默考休咎徵
대중 지정한 도가 만세에 드리워졌으니 / 大中之道垂不朽
다만 삼덕으로 좇아 오복을 거둬들이면 / 只從三德入五福
백성들에게 베풀어줌에 여유가 있으리 / 敷錫庶民有餘裕
[주C-001]강유가(剛柔歌) : 강 유는 《서경(書經)》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여섯 번째인 삼덕(三德)에서 온 말로, 홍범에 이르기를 “여섯 번째 세 가지 덕은, 첫째는 정직함이요, 둘째는 강함으로 이기는 것이요, 셋째는 유순함으로 이기는 것이니, 평강은 정직한 것이요, 강하여 불순한 자는 강함으로 이기고, 유순한 자는 유순함으로 이기고, 침잠한 이는 강함으로 이기고, 고명한 이는 유순함으로 이긴다.[六三德 一曰正直 二曰剛克 三曰柔克平康正直 彊弗友剛克 燮友柔克 沈潛剛克 高明柔克]” 하였다.
[주D-001]강강(剛強)과 …… 무리이니 : 《노자(老子)》 계강(戒強)에 “사람이 살았을 때는 유약하고, 죽어서는 견강해진다.……그러므로 견강함은 죽음의 무리이고, 유약함은 삶의 무리인 것이다.[人之生也柔弱其死也堅強……故堅強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울면서 …… 걸 : 춘 추 시대 제 경공(齊景公)이 일찍이 “이미 명령을 내리지도 못하면서 또 명을 따르지도 않는다면 이는 남과의 교제를 끊는 행위이다.”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마침내 만이(蠻夷)의 나라인 강대국 오(吳)나라에 딸을 시집보냈다는 데서 온 말이다. 《孟子 離婁上》
[주D-003]두꺼비가 …… 먹는다지만 : 《사 기(史記)》 귀책열전(龜策列傳)에 “태양은 덕이 되어 천하에 군림하지만 삼족오에게 곤욕을 당하고, 달은 형벌이 되어 태양을 보좌하지만 두꺼비에게 먹힘을 당한다.[日爲德而君於天下 辱於三足之烏 月爲刑而相佐 見食於蝦蟆]”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월식(月蝕)을 말한다.
[주D-004]혈구(絜矩) : 혈 은 헤아린다는 뜻이고, 구는 방정한 척도(尺度)를 의미한 것으로, 윗사람이 자기의 마음을 방정한 척도로 삼아 남을 헤아려서 모든 사람이 각각 그 분원(分願)을 얻도록 해주는 것을 말한다. 《대학장구》 전 10장에 “이른바 평천하가 치국에 달려 있다는 것은 상이 노인을 노인으로 봉양하면 백성들이 효행을 일으키고, 상이 어른을 어른으로 대우하면 백성들이 공순한 마음을 일으키며, 상이 고아를 돌보아 주면 백성들이 서로 저버리지 않나니, 이 때문에 군자는 혈구의 도가 있는 것이다.[所謂平天下在治其國者 上老老而民興孝 上長長而民興弟 上恤孤而民不倍 是以君子有絜矩之道也]” 하였다.
[주D-005]삼덕(三德)으로 …… 있으리 : 삼 덕은 《서경(書經)》홍범에 “여섯 번째 세 가지 덕은, 첫째는 정직함이요, 둘째는 강함으로 이기는 것이요, 셋째는 유순함으로 이기는 것이니, 평강은 정직한 것이요, 강하여 불순한 자는 강함으로 이기고, 유순한 자는 유순함으로 이기고, 침잠한 이는 강함으로 이기고, 고명한 이는 유순함으로 이긴다.[六三德一曰正直 二曰剛克 三曰柔克 平康正直 彊弗友剛克 燮友柔克 沈潛剛克 高明柔克]” 하였다. 오복(五福)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가리키는데, 《서경》 홍범(洪範)에 “다섯 번째 황극은 임금이 나라 다스리는 법칙을 세우는 것이다. 오복을 거두어들여서 여러 백성들에게 베풀어 주면 그 백성들도 그대의 법칙에 대하여 그대에게 그 법칙을 보호하게 해줄 것이다.[五皇極 皇建其有極 斂時五福 用敷錫厥庶民 惟時厥庶民 于汝極 錫汝保極]” 한 데서 온 말이다.
고풍(古風) 3수(三首) |
|
옥이 옥돌 속에 박혀 있을 적엔 / 玉在璞中藏
그 마음이 독에 있지도 않았지만 / 其心非在櫝
독에 있은들 또한 뭐가 해로우랴 / 在櫝亦何傷
좋은 값만 받는다면 괜찮고말고 / 善價非所瀆
아 팔겠다고 말씀을 하였으니 / 嗚呼沽之哉
중니 또한 진퇴양난이었구려 / 仲尼亦惟谷
마침내는 돌아가리라 탄식하고 / 歸歟可歸歟
어두운 세상에 특립독행하였네 / 天昏立於獨
송백은 진실로 장수한다 하거니 / 松柏諒曰壽
빙설이 험준한 산에 가득 쌓여라 / 氷雪堆崔嵬
험준한 산은 인적 또한 드물어서 / 崔嵬絶人跡
혹 명당의 재목이 되기도 하나 / 或是明堂材
명당은 항상 짓는 게 아니거니와 / 明堂不世作
누각은 끝내 폐허가 되고 마나니 / 樓閤成塵埃
어찌하면 나의 곧음을 보전하여 / 何如保吾貞
종년토록 풍뢰를 부르짖음만 하랴 / 終年號風雷
지사는 짧은 해를 아껴 노력해서 / 志士惜日短
후세에 길이 공명을 남기는 건데 / 功名垂不劘
공명은 기필할 수도 없는 처지에 / 功名未可必
어느덧 두 귀밑이 희어져버렸네 / 倏忽雙鬢皤
가장 높은 건 덕을 세우는 건데 / 太上有立德
나는 지금 불우함이 부끄러우나 / 愧我今蹉跎
중도에 폐하지 말도록 노력하며 / 勉哉勿中輟
기욱 편의 노래로써 신칙하노라 / 申之淇澳歌
[주D-001]독(櫝)에 …… 진퇴양난이었구려 : 자 공(子貢)이 묻기를 “아름다운 옥이 여기에 있다면 궤에 담아서 감춰두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받고 팔아야겠습니까?[有美玉於斯 韞櫝而藏諸 求善賈而沽諸]” 하니, 공자가 이르기를 “팔겠다, 팔겠다. 그러나 나는 좋은 값을 기다리는 사람이다.[沽之哉沽之哉 我待賈者也]” 한 데서 온 말로, 공자가 당연히 세상에 나가서 도를 행해야겠으나, 당시 사람들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받지 못하여 차마 나가지 못했던 처지를 비유한 것이다. 《論語 子罕》
[주D-002]마침내는 돌아가리라 탄식하고 : 돌 아가리라 탄식한 것은 공자가 진(陳)에서 이르기를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오당의 소자들이 뜻은 크고 일에는 홀략하여 빛나게 문장만 성취했을 뿐이요 그것을 재단할 바를 모르도다.[歸與歸與 吾黨之小子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공자가 천하를 주류했으나 도를 끝내 행할 수 없음을 알고는 고국(故國)인 노(魯)나라로 돌아가서 후학들을 성취시켜 후세에나 도를 전하고자 하는 뜻에서 한 탄식이었다. 《論語 公冶長》
[주D-003]명당(明堂)의 재목 : 명당은 천자(天子)가 정령(政令)을 내는 궁전을 가리키는데, 전하여 조정을 의미한 것으로, 명당의 재목이란 천하에 도를 행할 만한 훌륭한 인재를 뜻한다.
[주D-004]가장 …… 건데 : 춘추 시대 노나라 숙손표(叔孫豹)의 말에 “가장 높은 것은 덕을 세우는 것이요, 그 다음은 공을 세우는 것이요, 그 다음은 말을 남기는 것이다.[大上有立德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傳襄公24年》
[주D-005]기욱(淇澳) 편의 노래 : 《시경(詩經)》 위풍(衛風) 기욱을 가리키는데, 이 시는 위 무공(衛武公)의 높은 덕을 아름답게 여겨 부른 노래이다.
밤에 읊다. |
|
내 나이 이미 오십이 넘었는데 / 行年已知命
신세는 갈수록 유유하기만 하네 / 身世轉悠哉
가랑비는 등잔 앞에 떨어지고 / 細雨燈前落
명산은 베개맡에 들어오누나 / 名山枕上來
세상 근심은 기국 사람 같거니와 / 憂時如杞國
시작을 청함은 연대에 있었도다 / 請始有燕臺
흡족히 물아를 다 잊어버린 곳에 / 恰到俱忘處
마음이 식은 재처럼 차가워지네 / 心原冷欲灰
백구 물결은 하도 광대하건만 / 白鷗波浩蕩
어느 날에나 나의 배를 띄울꼬 / 何日我舟斜
흰 머리털은 거울 속에 가득하고 / 雪滿鏡中髮
이끼는 강가의 집에 황량하여라 / 苔荒江上家
성긴 숲은 푸른 산을 드러내고 / 疎林露靑嶂
찬비는 노란 국화를 적시누나 / 寒雨浥黃花
단지 생각만 잊으면 그만인 건데 / 只得忘懷耳
어찌 세속의 누를 꺼릴 것 있으랴 / 何嫌滓與査
우중이라 사람은 안 찾아오는데 / 雨中人不至
늦가을이라 나는 막 한기가 나네 / 秋末我初寒
띳지붕은 또 부서지려 하지만 / 茅屋又欲破
부들자리는 아직도 널찍하구나 / 蒲團猶甚寬
지초는 진령으로 좇아 빼어나고 / 芝從秦嶺秀
국화는 초강을 향해 쇠잔해졌네 / 菊向楚江殘
그윽한 흥취를 어디에 의탁할꼬 / 幽興將誰托
유유하여라 행로의 어려움이여 / 悠悠行路難
[주D-001]세상 …… 같거니와 : 옛날 기(杞)나라의 한 어리석은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면 자기 몸을 부칠 곳이 없게 된다 하여 침식(寢食)을 폐하고 걱정을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쓸데없는 걱정을 의미한다.
[주D-002]시작을 …… 있었도다 : 전 국 시대 연 소왕(燕昭王)이 현사(賢士)들을 초치(招致)하기 위하여 곽외(郭隗)에게 그 일을 의논한 결과, 곽외가 말하기를 “지금 왕께서 참으로 현사들을 초치하고자 하시면, 먼저 이 곽외로부터 시작하소서.[今王誠欲致士請先從隗始]” 하니, 소왕이 마침내 초현대(招賢臺)를 짓고 맨 먼저 곽외를 스승으로 섬기자, 악의(樂毅) 등 명사(名士)들이 많이 모여들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지초(芝草)는 …… 빼어나고 : 진령(秦嶺)은 상산(商山)과 함께 다 진(秦)의 장안(長安)에 있던 산명(山名)이므로, 일찍이 상산에 은거한 사호(四皓)가 지초를 캐먹고 자지가(紫芝歌)를 지어 불렀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4]국화는 …… 쇠잔해졌네 : 초강(楚江)은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행음(行吟)하던 곳으로, 굴원의 〈이소(離騷)〉에 “아침에는 목란에 내린 이슬을 마시고, 저녁에는 국화의 떨어진 꽃잎을 먹는다.[朝飮木蘭之墜露兮 夕餐秋菊之落英]” 한 데서 온 말이다.
기일(忌日)에는 시를 읊지 않아서 지금 벌써 입에 가시가 돋친 듯 뻣뻣해졌는지라, 붓을 가져다가 즉시 이루다. |
|
하늘 같은 어머님 은덕 보답하기 어려워 / 母也如天報德難
해마다 기일만 되면 코끝이 시큰거리네 / 年年忌旦鼻生酸
읊조림 잠시 멈춰라 천지가 좁은 듯하고 / 吟哦暫輟乾坤窄
앉고 눕기 불편해라 풍일은 차기만 하네 / 坐臥不便風日寒
진자리 마른자리 그 맘은 간측했건만 / 就濕回乾心懇惻
봉양하고 장사하는 예는 조잔도 했어라 / 養生送死禮凋殘
어느 때나 다시 한산 고향 땅을 가 볼꼬 / 何時更踏韓山路
병중의 세월은 그지없이 빠르기만 한데 / 病裏光陰似轉丸
[주D-001]천지가 좁은 듯하고 : 어버이에게 효도를 못다 한 탓으로 회한(悔恨)의 정 때문에 몸 둘 곳이 없음을 의미한다.
[주D-002]진자리 …… 간측(懇惻)했건만 : 어머니가 아이를 기를 때에 어린애는 마른자리를 가려서 눕히고, 자신은 진자리에 아무렇게나 거처하는 것을 말한다.
바람 부는 창밖에 해는 저물어가는데 / 風聲窓外日將斜
백발에 길이 읊으니 기는 절로 호화롭네 / 白髮長吟氣自華
태평을 노래하여 악부를 보태고도 싶고 / 欲頌太平添樂府
청백으로 명문가를 계승도 할까 하노라 / 更將淸白繼名家
남쪽 재엔 구름 걷혀 솔 그림자 드러나고 / 雲收南嶺松浮影
동쪽 울엔 서리 속에 국화가 활짝 피었네 / 霜落東籬菊有花
반드시 연명만 국화의 일인자가 아니련만 / 未必淵明能獨步
아득한 천지에 먼지가 캄캄한 걸 어쩌나 / 茫茫天地暗塵沙
흰 구름 푸른 산봉이 그 몇천 겹이던고 / 白雲靑嶂幾千重
우뚝한 바위 산이 바다 동쪽을 압도하네 / 露骨崔嵬壓海東
늙은 할미는 닫는 송아지처럼 왕래하는데 / 老嫗往來如走犢
병든 늙은이는 나는 기럭에 생각 부치니 / 病翁思想寄飛鴻
승방은 역력히 솔과 삼나무 아래 있고요 / 僧窓歷歷松杉下
사찰들은 골짝 안에 아련히 보인 듯하네 / 佛界依依洞壑中
어느 때나 향로봉 맨 꼭대기에 올라 서서 / 扶上香爐峯頂立
휘파람 한번 불어 긴 바람을 일으켜 볼꼬 / 何時一嘯起長風
[주D-001]백발에 …… 호화롭네 : 소식(蘇軾)의 〈화동전유별(和董傳留別)〉 시에 “거친 비단 굵은 베로 청빈한 생활 속에, 배에 시서가 들어 있어 기는 절로 호화롭네.[麤繒大布裹生涯 腹有詩書氣自華]” 하였다.
[주D-002]남쪽 …… 어쩌나 : 도 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세 길은 묵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있구나.[三逕就荒 松菊猶存]” 하였고, 도연명은 전원생활에서 특히 국화를 사랑했으므로, 여기서는 곧 저자 자신도 도연명 같은 풍류는 없지 않으나 전원으로 돌아갈 처지가 되지 못함을 한탄한 말이다.
유모가 중동을 업고 차거운 새벽길을 걸어 / 姆負中童踏曉寒
와서 말하길 밤중에 어머니를 찾더라 하네 / 來言夜半說慈顔
갑자기 가려고 하니 누가 능히 말리리요 / 忽然欲去誰能止
요구한다 해도 그리 어려운 일 아니거늘 / 雖有所求非甚難
사리를 알아야지 문필은 잘할 것 없거니와 / 達理不須工翰墨
몸가짐은 다만 의관을 중히 함에 있고말고 / 持身只在重衣冠
네 이름은 네가 장차 사표도 될 수 있지만 / 汝名汝可爲師表
순이 되고 걸이 됨엔 절로 양극이 있단다 / 堯禪湯征自兩端
강하면 부러지기 쉬우니 웅을 겨루지 말라 / 磽磽易折莫爭雄
감정만 잊는다면 낙이 그 가운데 있느니라 / 最是忘情樂在中
가을에 놀란 백발은 추한 늙은이 되었으나 / 衰髮驚秋成老醜
나라 걱정하는 고심은 첨과 끝이 똑같단다 / 苦心憂國保初終
천명 기다리는 나야 지금 무얼 생각하랴만 / 我今竢命夫何慮
너희들은 몸 잘 가지고 충성 또한 다해야지 / 爾輩持身且盡忠
옛날 진나라의 세신이었던 도 정절은 / 晉有世臣陶靖節
완연히 천재에 높은 풍도를 남겼느니라 / 宛然千載有高風
[주D-001]옛날 …… 남겼느니라 : 도 정절(陶靖節)은 사시(私諡)가 정절인 진(晉)나라의 처사(處士) 도잠(陶潛)을 가리키는데, 그는 명장(名將) 도간(陶侃)의 증손으로서 일찍이 팽택 영(彭澤令)이 된 지 80여 일 만에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고 벼슬을 떠나 전원(田園)에 은거하였다.
밝은 창 앞에서 읊다. |
|
밝은 창은 먼지도 분석할 만하고 / 晴窓堪析塵
깊은 방엔 다스운 봄 쟁이려 하네 / 密室欲藏春
흰 귀밑은 비록 버린 물건이지만 / 霜鬢雖棄物
국화는 진정 정다운 사람 같구나 / 菊花如可人
맑은 향은 아직 내음이 풍기는데 / 淸香聞尙在
빼어난 빛은 앉아서 서로 친하네 / 秀色坐相親
그윽한 계곡을 갈 수가 없는지라 / 幽澗不得往
흐르는 눈물이 내 건을 적시누나 / 潸然霑我巾
이산은 지금 어떻게 지내는고 / 伊山今若何
서리 이슬에 또 국화는 피어서 / 霜露又黃花
자주로 내 꿈에 들어오는가 하면 / 數數入我夢
아련히 그대 노래도 듣는 듯하네 / 依依聽君歌
방 안에는 동이에 술이 가득하고 / 室中酒樽滿
문밖에는 버들가지가 비꼈는데 / 門外柳枝斜
성현의 도는 나날이 멀어만 가서 / 古道日已遠
도도하기 흐르는 물결 같네그려 / 滔滔如逝波
[주D-001]이산(伊山) : 저 자의 친구였던 이길상(李吉商)을 가리키는데, 그는 일찍이 성균관(成均館)에 유학(遊學)했었고, 뒤에 작은 벼슬을 잠시 지내다가 그만두고는 난리를 피해 이리저리 유랑했던 듯하다. 《목은문고》 제18권 〈이산(伊山) 이 상사(李上舍)가 우중(雨中)에 찾아와서 장차 서해도(西海道)로 가려 한다고 말하다.〉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서 개성 영(徐開城穎)은 나와 신사년의 동년 진사(同年進士)인데, 오늘 그가 찾아 주었으므로, 매우 기뻐서 한 수를 읊어 이루다. |
|
신사년 망년지우 정의가 절로 두터운데 / 辛巳忘年意自濃
회상하니 벌써 삼십구 년이 흘렀네그려 / 回頭三十九秋風
지금까지 생존한 이도 얼마 안 되거니와 / 如今存者無多子
아직껏 여전한 이는 우리 두 늙은이로세 / 忽此依然是兩翁
울타리 가득 노란 국화는 가랑눈 뒤이요 / 黃菊滿籬微雪後
문에 당한 푸른 산은 뿌연 연기 속이로다 / 靑山當戶淡煙中
서로 만나니 반가움 또한 서로 같거니와 / 相逢喜氣還相似
우리 예전 두 승선이 정히 길이 빛나리라 / 一對龍喉政顯融
안 좌랑(安佐郞)이 아들을 낳다. 이름은 득수(得壽)이다. |
|
남쪽 이웃 뽕나무활이 문려에 비쳐라 / 南鄰弧矢照門閭
이레가 겨우 지나 기쁨이 한창 넘치는데 / 七日才過喜有餘
북쪽 마을 산골짝 모퉁이 오두막에서는 / 北里茅茨傍崖谷
오경에 막 일어나 꿈이 처음 깬 때로세 / 五更方起夢回初
재앙도 해도 없이 지금 세상 살려거든 / 無災無害行今世
성인 현인 기대하여 옛글을 배워야지 / 希聖希賢讀古書
후생에게 기대하는 건 전배의 일이거니 / 期望後生前輩事
화원군의 외성이 동방에 두루 퍼졌으면 / 花原外姓遍桑墟
[주D-001]뽕나무활이 문려에 비쳐라 : 옛날에 사내아이를 낳으면 무(武)를 상징하여 문 왼쪽에 나무활[弧] 하나를 걸고, 또 사내는 응당 사방(四方)에 큰 뜻을 펼친다는 의미를 상징하여 뽕나무활[桑弧]과 쑥화살[蓬矢]로 천지 사방을 향해 쏘았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화원군(花原君) : 권한공(權漢功)의 아들인 권중달(權仲達)의 봉호이다. 권중달은 바로 저자의 장인(丈人)인데, 안득수(安得壽)란 사람 또한 그의 외성이었던 듯하다.
민안인(閔安仁)의 관반(官班)을 바꿔 주도록 천거하다. |
|
묵헌의 손자들이 정히 구름처럼 많지만 / 默軒孫子政如雲
유독 우리 중랑만이 고문을 좋아한다네 / 獨我中郞好古文
운각과 성균관은 여가가 많은 관서이니 / 芸閣芹宮多隙地
조용히 앉아 고전 강토하기가 무방하리 / 不妨危坐討三墳
[주D-001]묵헌(默軒) : 민지(閔漬)의 호인데, 민안인(閔安仁)에게는 증조(曾祖)가 된다.
미치광이 중을 읊다. |
|
온종일 산 그림자 속을 홀로 걷기도 하고 / 盡日獨行山影裏
때로는 시끄러운 저자에 앉았기도 하는데 / 有時危坐市聲中
영흥의 깊은 골짝서 한번 서로 만났었더니 / 永興深谷曾相見
지금은 어느 곳에서 바람같이 내달리는고 / 何處如今走似風
흥취를 만나서 읊다. |
|
흥겨우면 시를 이루기는 쉬우나 / 遇興詩成易
퇴고를 하느라 쓰기는 더디어라 / 求精筆下遲
전배의 조소는 달게 여기거니와 / 自甘前輩笑
후인의 알아줌이야 누가 바라랴 / 誰望後人知
오악 사독은 갈라진 즈음이요 / 嶽瀆分崩際
천원은 한창 깨끗해진 가을일세 / 川原淨麗時
충성의 회포만 그지없을 뿐이니 / 有懷徒耿耿
팽택 영이 바로 나의 스승이로다 / 彭澤是吾師
[주D-001]오악(五嶽) …… 즈음이요 : 오 악은 중국에서 가장 큰 다섯 산인 태산(泰山), 화산(華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산(嵩山)을 가리키고, 사독(四瀆)은 가장 큰 네 강인 양자강(揚子江), 황하(黃河), 회수(淮水), 제수(濟水)를 가리킨 것으로, 갈라졌다는 것은 중국이 양분된 것을 의미한다.
[주D-002]팽택 영(彭澤令)이 …… 스승이로다 : 일찍이 팽택 영을 잠시 지내다가 그만둔 이후 일생을 전원(田園)에 은거했던 도잠(陶潛)을 사모하여 이른 말이다.
윤절간(倫絶磵)이 내 집에 들르다. |
|
천마령 북쪽의 물이 잔잔하게 흘러서 / 天磨嶺北水潺潺
서쪽 언덕 관음석굴 사이로 내려가는데 / 西岸觀音石窟間
예전에 이 물 따라 오르내려보았더니 / 記得沿流曾上下
박연폭포가 흡사 여산폭포 같더군그래 / 朴淵瀑布似廬山
관음굴 안엔 흰 구름이 깊기도 하거니와 / 觀音窟裏白雲深
절간엔 솔바람 불고 달은 뫼에 가득하리 / 絶磵松風月滿岑
늙어도 가슴속은 아직 번뇌가 들끓거니 / 老去胸中猶熱惱
언제나 그림자 더불어 그곳을 찾아갈꼬 / 何時携影去相尋
[주D-001]여산폭포(廬山瀑布) : 여산에 있는 폭포를 가리키는데, 이백(李白)의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 시에 “삼천척 높은 데서 폭포가 곧장 내리쏟으니, 아마도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가 싶네.[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 하였다.
2009-12-30
'▒ 목은고자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은시고(牧隱詩藁) 제21권 번역 (0) | 2010.01.08 |
---|---|
목은시고(牧隱詩藁) 제20권 번역 (0) | 2010.01.08 |
목은시고(牧隱詩藁) 제18권 번역 (0) | 2010.01.08 |
목은시고(牧隱詩藁) 제17권 번역 (0) | 2010.01.08 |
목은시고(牧隱詩藁) 제16권 번역 (0) | 2010.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