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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에 백부(伯父)께 부쳐 올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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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은 푸르르고 버들개지는 노오란데 / 草色靑靑柳色黃
매일 봄 경치 감상에 마음이 미칠 듯하네 / 尋春日日祗顚狂
당부하노니 꽃을 활짝 다 피우지 마소서 / 丁寧莫遣花開盡
꽃이 피려고 할 때 흥이 가장 진진하다오 / 花欲開時興最長
여름날의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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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식하니 그윽한 흥취가 많아서 / 退食多幽興
금낭 열고 옛 시 펼쳐 보노라니 / 披囊閱舊詩
개미는 난간 앞 나무에 기어가고 / 蟻行當檻樹
꾀꼬리는 창 앞 가지서 노래하네 / 鶯語近窓枝
처마 햇빛은 하늘이 낮은 곳이요 / 簷日天低處
담장 구름은 비가 지나는 때로세 / 牆雲雨過時
이 세상을 경시함과는 관계없이 / 非關傲斯世
나는 본디 헤어짐을 싫어한다오 / 自是厭仳離
[주D-001]퇴식(退食) : 조정(朝廷)에서 물러 나와 집에서 밥 먹는 것을 말한다.
우중(雨中)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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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대에 나가 숙직하고 말 타고 돌아와서 / 出直銀臺信馬回
조용히 혼자 앉았으니 오는 손이 없네 / 幽居獨坐絶人來
비 맞은 병든 나뭇잎은 때때로 떨어지고 / 雨深病葉時時落
봄 지나고 남은 꽃들은 속속 피우누나 / 春去餘花續續開
문 닫고 글 읽는 건 자못 뜻에 맞거니와 / 閉戶讀書殊適意
온 가족이 녹 먹음은 무능함이 부끄럽네 / 渾家食祿愧非才
남방의 모진 가뭄으로 한창 비를 비는데 / 南方旱甚方行禱
하늘 뜻은 아득하니 참으로 거룩하여라 / 天意蒼茫信大哉
비를 바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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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 여가엔 혼자 있는 게 좋아라 / 公餘甘獨居
한아한 일들이 마음에 기쁘구려 / 幽事可怡悅
산비는 안 오는 곳과 나눠졌는데 / 山雨分不來
멀리 보니 다시 경치가 뛰어나네 / 遙看更奇絶
바위 모양은 짙기도 옅기도 하고 / 巖姿雜濃淡
높은 나무는 늘어서 줄을 이뤘네 / 雲樹森成列
조회가는 말이 구슬땀을 흘려라 / 朝馬汗珠流
성중엔 더위가 한창 혹심하구려 / 城中方酷熱
익재(益齋) 선생의 시운(詩韻) 아홉 수를 받들어 화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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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헌(樂軒) 이 시중(李侍中)이 통진(通津)의 산재(山齋)에 있는데, 김백일(金百鎰), 이송진(李松晉) 두 학사(學士)가 운유자(雲游子) 탁연(卓然)과 함께 가서 이 시중을 뵈니, 길을 가다 그 광경을 본 사람이 말하기를, “강도(江都)의 지세(地勢)가 하루에 동쪽으로 기울었다.”고 하였다.
통진의 산 아래에 문성이 한데 모이니 / 通津山下聚文星
빈주가 고담 나누느라 만사가 그만일세 / 賓主高談萬事輕
시인이 안목 갖춘 걸 어찌 헤아렸으랴 / 豈料時人能具眼
강도의 지세가 이미 동으로 기울었구려 / 已將地勢指東傾
문경공(文敬公) 허공(許珙), 판추(判樞) 이존비(李尊庇)가 함께 정동(征東)의 일로 경상도(慶尙道)에 나갔다가, 의춘(宜春)의 전사(田舍)로 동년(同年)인 박 수재(朴秀才)를 함께 방문하여 각각 시 한 편씩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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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제하고 한 번 가서는 구름 가에 누워서 / 登科一去臥雲邊
무궁화로 울 만들고 대로 서까래 만들었네 / 槿作藩籬竹作椽
이 벽 위에 시 써서 남겨 두지 않는다면 / 不是題詩留壁上
조정에 동년이 있었던 걸 그 누가 알리오 / 誰知廊廟有同年
남양(南陽) 홍규(洪奎)가 묘련사(妙蓮寺)의 무외국사(無畏國師)가 젓대를 잘 분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젓대를 들고 방장(方丈)에 들어가 청하니, 국사가 그를 위해 두어 곡조를 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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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를 누가 적가의 스승이라 일렀던가 / 國師誰道笛家師
아침에 손을 만나서 처음 한 번 불었네 / 見客朝來始一吹
사미에게 알리노니 괴이케 여기지 말라 / 爲報沙彌莫驚怪
오묘한 도리는 그것과 무관한 것이란다 / 此中消息不關伊
[주D-001]사미(沙彌) : 불문(佛門)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득도식(得度式)을 막 끝낸, 수행이 아직 미숙한 중을 가리킨다.
추 상(樞相) 송화(宋和)가 흥왕사(興王寺)에 들러 화엄(華嚴)의 구 승통(具僧統)을 만났는데, 구 승통이 송 추상의 지팡이 놀리는 것을 보고 싶어 하자, 송 추상이 그를 위해 복건(幅巾) 차림으로 말을 달리면서 한참 동안 지팡이 놀이를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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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인 잔재주의 기발함을 누가 따르랴 / 齷齪誰如此老奇
조석으로 머리 희어 가는 게 마음 아프네 / 傷心暮雪與朝絲
일생의 호기를 가만히 숨겨 두기 어려워 / 一生豪氣難藏得
고승을 만나자 위하여 놀이를 했네그려 / 逢着高僧爲作嬉
보개산(寶蓋山) 지장사(地藏寺)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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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노는 맛이 감자(甘蔗) 씹는 것 같아 / 游山如啖蔗
가경에 들어감이 가장 사랑스럽네 / 最愛入佳境
구름을 바라보니 함께 무심해지고 / 雲望共無心
계곡 길엔 홀로 그림자와 짝하노니 / 溪行獨携影
종소리 울려라 숲과 계곡은 텅 비고 / 鐘魚林壑空
전각엔 소나무 삼나무가 차갑구나 / 殿宇松杉冷
몹시 푸른 행전을 마련하고 싶어라 / 甚欲辦靑纏
바람 맞으며 다시 세 번 반성하네 / 臨風更三省
[주D-001]산에 …… 사랑스럽네 : 진(晉)나라 때 고개지(顧愷之)가 사탕수수[甘蔗]를 먹을 때마다 꼬리부터 먹어 들어가므로, 어떤 이가 그것을 괴이하게 여기자, 고개지가 말하기를, “점차 가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이다.[漸入佳境]”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구름을 …… 무심해지고 :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구름은 무심하게 산봉우리에서 나온다.[雲無心以出岫]”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푸른 …… 싶어라 : 소식(蘇軾)의 시 〈기오덕인겸간진계상(寄吳德仁兼簡陳季常)〉에, “나는 난계와 청천사 찾아 노닐기 위하여, 이미 버선과 푸른 행전을 마련했다오.[我游蘭溪訪淸泉 已辦布襪靑行纏]” 한 데서 온 말이다.
김 이상(金二相)의 청암장(靑巖莊)에 들러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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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어둑하여 비가 곧 오려 하고 / 山暗欲來雨
강은 환해라 막 연기가 걷히었네 / 江明初捲煙
시골 별장은 아직도 어제 같은데 / 野莊猶昨日
사람의 뜻은 절로 아득키만 하네 / 人意自茫然
명월 아랜 젓대 소리에 시름하고 / 明月愁聞笛
청산이라 게을리 누각에 올랐네 / 靑山懶上樓
풀은 무성하고 강 길은 멀찍한데 / 草深江路永
그 누가 옛사람 놀이를 이을런고 / 誰繼昔人游
[주D-001]젓대 소리에 시름하고 : 진(晉)나라 때 상수(向秀)가 산양(山陽)에 있는 혜강(嵇康)의 옛집을 지나다가 이웃에서 들려오는 젓대 소리를 듣고는, 이미 죽은 친구 혜강, 여안(呂安)과 함께 인접하여 살았던 옛일을 생각하며 감회에 젖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눈이 온 뒤에 임연(林椽)에게 부치다. 이름은 걸(傑)인데, 강남(江南)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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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의 맑은 물에 청산은 거꾸로 비치고 / 西湖鏡淨倒靑山
화정의 매화는 물에 비쳐 차가울 텐데 / 和靖梅花照水寒
응당 곡봉 위의 밝은 달빛을 마주하여 / 應對鵠峯峯上月
아마도 성긴 가지 보며 평안을 물으리라 / 想看疎影問平安
[주D-001]서호(西湖)의 …… 차가울 텐데 : 화 정(和靖)은 송(宋)나라 때의 은사(隱士)로 시호가 화정 선생(和靖先生)인 임포(林逋)를 가리킨다. 임포는 서호의 고산(孤山)에 은거하면서 특히 매화와 학을 사랑하여 매처 학자(梅妻鶴子)라는 말도 있거니와, 그가 일찍이 지은 〈매(梅)〉 시에, “성긴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 위에 비껴 있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 달빛 아래 부동하누나.[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한 것을 이른 말인데, 여기서는 곧 임걸(林傑)이 임포와 같은 임씨이므로 임포에 비유하여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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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창자 꺾이어라 공의 불우함은 애처롭고요 / 憐公齟齬摧我腸
나를 미치게 해라 공의 큰 뜻은 사랑스럽네 / 愛公倜儻令我狂
만고에 높은 재주는 시단을 좌우했거니와 / 才高萬古擅詩場
더구나 또 나에게는 장인의 배항이 됨에랴 / 況復乃我丈人行
문장을 장난 삼고 취함을 별천지로 삼아서 / 以文爲戱醉爲鄕
권귀에 아부 않고 도리어 기세로 맞섰어라 / 不肯附熱寧蹶張
귀에 스친 훼예는 매미 소리처럼 여기었네 / 毁譽過耳眞如螗
고운은 와상만 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 / 孤雲度海船如牀
격문 초해 기발한 말로 당나라를 울리니 / 草檄傑語鳴於唐
창려의 문장 신기하여 적식은 넘어졌네 / 昌黎崛奇籍湜僵
고운이 승천한 지 지금 천년이 되었는데 / 騎龍一去今千霜
그 후손이 뒤를 이어 동방에서 또 나와서 / 雲孫繼踵出東方
대책 올리어 한 번에 천자의 당에 올라서 / 對策一登天子堂
높은 재주가 드디어 장원랑을 경도시켰네 / 高才驚倒壯元郞
돌아와선 예산 남쪽에 농사짓고 은거하니 / 歸來農隱猊山陽
원룡의 호기를 그 누가 한량할 수 있으랴 / 元龍豪氣誰能量
휘파람 불 땐 곁에 사람 있음도 모르거니와 / 長嘯不知人在傍
좋은 맛으론 사탕즙 마시길 원하지 않았고 / 至味不思傾蔗漿
좋은 소리론 공상 찾기를 원하지도 않았네 / 至音不願尋空桑
나는 오직 공을 일으켜 함께 유랑하면서 / 但欲起公共聊浪
월사에서 취하고 풍랑에서 읊고만 싶구나 / 醉倒月榭吟風廊
공이 만일 앎이 있다면 나의 긴 노래를 들을 텐데 / 公如有知聞我歌聲長
천지를 오르내려 보니 어이 그리 아득한고 / 俛仰宇宙何洪荒
[주C-001]후유선가(後儒仙歌) …… 노래하다 : 후 유선가는 곧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을 유선(儒仙)이라 일컬은 데 대하여 그의 후손인 최해(崔瀣)를 노래한 것이다. 졸옹은 바로 최해의 호인데, 그는 일찍이 고려(高麗)에서 문과에 급제하고, 다시 원(元)나라의 제과(制科)에 급제하여 요양로 개주 판관(遼陽路蓋州判官)이 되었으나 오래지 않아서 병을 핑계로 귀국(歸國)하였으며, 뒤에 벼슬이 본국의 검교 성균대사성(檢校成均大司成)에 이르렀다. 만년에는 남의 전답(田畓)을 빌려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살면서 《동인지문(東人之文)》 등의 저술에 힘썼다. 또 하나의 호는 예산농은(猊山農隱)이다.
[주D-001]고운은 …… 울리니 : 고 운 최치원이 당(唐)나라에 유학(遊學)하여 문과(文科)에 급제하고 그곳에서 벼슬을 하던 중, 황소(黃巢)의 난(亂)을 만나서 병마 도통(兵馬都統) 고병(高駢)의 종사관(從事官)이 되어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초했는데, 그 격문 가운데 특히 “천하 사람이 모두 황소를 공개 처형할 것을 생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땅속의 귀신도 이미 은밀히 그를 죽이려고 의논한 바이다.”라는 구절이 당시 중국에 대단히 회자(膾炙)되었던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2]창려(昌黎)의 …… 넘어졌네 : 창 려는 창려백(昌黎伯)에 봉해진 한유(韓愈)를 가리키고, 적식(籍湜)은 한유의 제자인 장적(張籍)과 황보식(皇甫湜)을 가리키는데, 소식(蘇軾)의 〈조주한문공묘비(潮州韓文公廟碑)〉에서 한유의 문장을 예찬한 가운데 “적식은 땀 흘리며 쫓아가다 넘어지곤 했으나, 지는 해 그림자 같아 바라볼 수 없었네.[汗流籍湜走且僵滅沒倒景不得望]”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원룡(元龍)의 호기(豪氣) : 원 룡은 삼국(三國) 시대 위(魏)나라 진등(陳登)의 자이다. 허사(許汜)가 일찍이 유비(劉備)와 함께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갔을 적에 허사가 진등의 인품을 평하여 말하기를, “일찍이 하비(下邳)에 들러 진등을 만났는데, 진등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자신은 큰 와상에 올라가서 눕고, 나는 밑에 있는 와상에 눕게 하더라.”고 하자, 유비가 말하기를, “그대는 국사(國士)의 명망을 지녔는데도……아무런 채택할 만한 말이 없었으니, 이것이 바로 진등이 꺼리는 바이다. 만일 나 같았으면 나는 백척루(百尺樓) 위에 눕고 그대는 맨땅에 눕도록 했을 것이다. 어찌 와상의 위아래 차이만 두었겠는가.” 한 데서 온 말이다. 《三國志 卷7 魏書 陳登傳》
[주D-004]공상(空桑) : 고대(古代)의 유명한 보슬(寶瑟) 이름이다.
[주D-005]월사(月榭)에서 취하고 풍랑(風廊) : 월사는 달을 감상하는 대사(臺榭)를 가리키고, 풍랑은 통풍(通風)이 잘 되는 긴 낭하(廊下)를 가리킨다.
좌주(座主) 양파(陽坡) 선생이 북산(北山)으로 가는 도중(途中)에 지은 시를 받들어 화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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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길 높은 산봉우리 깊은 놀 사이에서 / 萬仞危峯杳靄間
골짜기 풍로 속에 귀밑털은 차기도 해라 / 洞中風露鬢毛寒
한 언덕 한 구렁이 일평생의 정취이기에 / 一丘一壑平生趣
앉아서 청산 마주해 흥취가 다하질 않네 / 坐對靑山興未闌
사면의 청산 속에 두어 칸 집을 얽으니 / 四面靑山屋數間
소나무 소리에다 물소리 섞여 차가워라 / 松聲更雜水聲寒
모르겠다 늙은 중은 대체 무슨 마음으로 / 老僧不識何心者
임천에 편히 누워서 세월만 보낸단 말가 / 高臥林泉歲月闌
쓰이고 버려진 사이에 희로가 분분하여라 / 喜怒紛然用舍間
현자 우자가 다 염량 세태에 분주하건만 / 賢愚役役費炎寒
고사의 처세는 희로의 정 잊은 지 오래라 / 高人處世忘情久
부귀나 은둔이 모두 한바탕 꿈일 뿐일세 / 軒冕山林一夢闌
주 진사(朱進士) 인성(印成) 를 생각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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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가득한 고관 귀인들과는 / 滿眼靑紫貴
의기를 서로 낮추지 않는지라 / 意氣不相降
맘은 그림자 형체처럼 따르고프나 / 心欲如影形
항상 혼자요 둘이 합한 적 없었네 / 恒隻莫或雙
우리 서로 바라본 지도 오래이건만 / 相望亦云久
산과 강물이 겹겹으로 막혀 있으니 / 複嶺與重江
내 몸이 해도 달도 아니거늘 / 我身非日月
어떻게 그대의 창을 비출쏜가 / 何以照子窓
서신 자주 전하길 어찌 아끼랴만 / 嗣音豈敢愛
잉어가 날아도 여울을 넘기 어렵네 / 魚飛難過瀧
저물어 가는 해에 부디 자중하여 / 歲晚庶自珍
세상일과 서로 부딪치지 말게나 / 無爲世故撞
밤에 앉아서 깊이 염려하노라니 / 夜坐心耿耿
남은 불꽃이 찬 등잔에 어리었네 / 冷焰凝殘缸
임연(林椽)이 준 시운에 차하여 짓다.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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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 벼슬살이에 지기는 절로 당당한데 / 宦遊志氣自堂堂
세모에 뜻을 잃고 먼 지방에 유체되었네 / 歲晚龍鐘滯遠方
도를 즐기기에 일찍 세리는 능히 잊었고 / 樂道早能忘勢利
경적 연구로 다시 문장은 즐기지 않도다 / 窮經不復玩詞章
만사에 마음 놀라 눈물 줄줄 흘러라 / 驚心萬事雙危涕
되돌아보니 중원은 하나의 전장이로세 / 回首中原一戰場
가장 이 서호가 꿈에 자주 나타나는데 / 最是西湖頻入夢
매화가 초췌하여 광휘를 다 잃어버렸네 / 梅花憔悴慘無光
시끄럽고 번화한 곳에 강당을 개설하고 / 囂囂莊嶽闢鱣堂
생도들을 옳은 도리로써 잘 인도하누나 / 善誘靑衿納義方
세도의 계책은 응당 체통을 얻었거니와 / 策世只應深得體
사람 교화는 능히 문리를 성취케 하도다 / 鑄人能使斐成章
민공의 경학은 더 이상 미진함이 없고요 / 敏公經學無餘蘊
화정의 시명은 시단의 으뜸을 차지했네 / 和靖詩名獨擅場
알건대 그대의 집엔 숨은 덕이 있으니 / 知有君家潛德在
후일에 누가 은덕의 광채를 발휘할런고 / 他年誰爲發幽光
울타리도 아직 먼데 감히 당을 오를쏜가 / 藩籬尙遠敢升堂
스스로 헤아리매 무재가 대방을 만남일세 / 自揣無才見大方
세상일 논함엔 공문거에게 깊이 놀랐고 / 論世深驚孔文擧
손 칭찬엔 잘못 하지장의 대우를 받았네 / 賞賓謬被賀知章
나는 외로운 몸 이끌고 문명의 땅에 와서 / 靜携孤影衣冠地
한가히 문단에서 헛된 명성을 이루었건만 / 閑惹虛名翰墨場
오직 좌망만을 가장 즐거운 일로 삼아서 / 唯有坐忘爲樂事
때때로 심경을 다시 갈아서 빛을 내노라 / 時時心鏡更磨光
[주D-001]서호(西湖) : 특히 매화(梅花)를 몹시 사랑했던 송(宋)나라의 은사(隱士) 임포(林逋)가 살던 곳이다.
[주D-002]공문거(孔文擧) : 문거는 후한(後漢) 때의 고사(高士) 공융(孔融)의 자인데, 공융은 준재(俊才)로서 매우 박식(博識)하였고, 특히 조정에서의 건의(建議)에 뛰어났었다.
[주D-003]손 …… 받았네 : 당 현종(唐玄宗) 연간에 이백(李白)이 장안(長安)에 갔다가 처음으로 하지장(賀知章)을 만났는데, 하지장이 이백의 문장(文章)을 한 번 보고는 대번에 “그대는 적선인(謫仙人)이다.”고 극찬(極讚)을 한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이색(李穡) 역시 이씨(李氏)이기 때문에 자신을 이백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4]좌망(坐忘) : 도가(道家)의 용어로, 물아(物我)를 다 잊고 도(道)와 합일(合一)하는 정신의 세계를 가리킨다.
[주D-005]심경(心鏡) : 불교 용어로, 거울처럼 청정(淸淨)한 마음을 가리킨다.
김 동년(金同年)이 전후로 부친 시운에 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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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요순 같은 임금 만난 게 다행하여라 / 自幸生逢高舜君
하늘이 과연 사문을 없애려 하지 않음일세 / 皇天未欲喪斯文
그대는 재능 갖추어 장차 크게 쓰일 터인데 / 知君蘊玉將求價
무슨 일로 전원에 가서 농사를 배운단 말가 / 何事歸田便學耘
옛꿈은 비 오는 밤 함께한 게 늘 생각나고 / 舊夢每思同夜雨
새 시는 봄 구름에 부쳐 준 게 자주 기뻤네 / 新詩屢喜寄春雲
아무쪼록 삼동엔 학문 더욱 열심히 닦아서 / 更須努力三冬學
마침내 큰 명성 이루는 사업을 기약하게나 / 事業終期遠播芬
그 옛날 상종하던 곳을 생각하니 / 憶昔相從處
시단이요 취향 두 군데였었네 / 詩壇與醉鄕
어둔 구름 속에 산사는 예스럽고 / 暝雲山寺古
가을 이슬은 초당에 서늘했었지 / 秋露草堂涼
연구 지은 것도 능히 기억하는데 / 聯句猶能記
술잔 기울인 걸 잊을 수 있으랴 / 傾杯可得忘
언제나 한 등불 아래 담소하면서 / 何時一燈話
풍우의 밤에 다시 침상 마주할꼬 / 風雨更同牀
소장 시절에 많은 공을 수립하고 나서 / 樹立脩功少壯年
문득 백발에 좋이 전원으로 돌아갔네 / 却將華鬢好歸田
묻노니 그대 무슨 까닭에 먼저 돌아갔나 / 問君何故先歸去
남녘을 바라보면서 때때로 한탄하노라 / 南望時時一悵然
매화는 절로 이르고 국화는 절로 더디되 / 梅花自早菊花遲
일종의 맑은 향만은 각각 때를 얻는다오 / 一種淸香各得時
우주 안에 그대 있음은 하늘이 명한 바니 / 宇宙有君天所命
행장 가지고 행여 너무 깊이 생각 말게나 / 行藏且莫苦尋思
풍과 소는 탕진하여 소리 없이 적적한데 / 風騷蕩盡寂無聲
심송은 너무 부화하고 포사는 맑았도다 / 沈宋浮華鮑謝淸
고금에 시가로서 그 누가 가장 왕성했나 / 今古詩家誰健步
이백 두보만 이름을 가지런히 하게 했네 / 且敎李杜獨齊名
[주D-001]풍우(風雨)의 …… 마주할꼬 : 비 바람 몰아치는 밤에 친구끼리 서로 만나서 즐겁게 담소(談笑)하는 것을 이르는데, 백거이(白居易)의 〈우중초장사업숙(雨中招張司業宿)〉 시에, “와서 나와 함께 자지 않으려나, 빗소리 들으며 침상 마주해 자자꾸나.[能來同宿否聽雨對牀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심송(沈宋)은 …… 맑았도다 : 심 송은 당(唐)나라의 시인(詩人)인 심전기(沈佺期)와 송지문(宋之問)을 병칭한 말이고, 포사(鮑謝)는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시인인 포조(鮑照)와 사영운(謝靈運)을 병칭한 말인데, 부화하다, 맑다는 것은 그들의 시격(詩格)을 이른 말이다.
계림(鷄林) 전 판관(田判官)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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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는 소성을 편케 여기니 / 吾詩安小成
도리어 혜이만도 못하거니와 / 而不如惠夷
멀리 옛 작자에겐 부끄러우나 / 緬愧古作者
마음 향한 곳을 서술할 뿐이네 / 聊抒心所之
그대의 시는 물같이 담담하여 / 君詩淡如水
실바람이 잔물결 일으키듯 하니 / 微風生淪漪
공무 여가엔 좋은 산수 찾아서 / 公餘佳山水
지은 시가 다 맑고 기발할 텐데 / 有句皆淸奇
어이하여 한 번도 부치질 않나 / 如何不一寄
내 거친 시구가 더욱 부끄럽구려 / 益愧吾蕪辭
[주D-001]나의 …… 못하거니와 : 혜 이(惠夷)는 백이(伯夷)와 유하혜(柳下惠)를 병칭한 말인데, 맹자(孟子)가 일찍이 백이와 유하혜는 각각 청(淸)과 화(和)의 일편적인 성(聖)일 뿐이요, 공자(孔子)는 성(聖)의 집대성(集大成)이라고 평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萬章下》
엄광사(嚴光寺)의 원대 선사(圓大禪師)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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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높여 밤 눈 읊을 젠 시단을 압도했고 / 高吟夜雪詞林倒
봄바람에 실컷 마실 젠 항아리를 비웠는데 / 痛飮春風酒瓮空
문득 청정한 마음에 장애가 생김을 입어 / 却被禪心作魔障
수년 간 깊은 산중에서 가부좌를 하는구려 / 數年趺坐亂山中
달을 기다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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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기다려도 달은 나오질 않고 / 待月月未出
오래 섰노라니 별들만 하 많아라 / 久立天星繁
은하수는 말끔하기 씻은 듯하고 / 河漢淨如洗
오만 인가는 소리 없이 적적한데 / 萬家寂無喧
잠깐 새에 하얀 달빛 쏟아 비추니 / 須臾寫銀浪
암곡에 어둔 그림자 모두 걷혔네 / 巖谷收餘昏
맑은 감상이 그윽한 뜻에 만족해라 / 淸賞愜幽意
이 유쾌함을 누구와 함께 얘기할꼬 / 快哉誰與言
가랑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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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백이 유하혜 사이에 두었노니 / 置身夷惠間
누가 능히 마음 자취를 분변할꼬 / 誰能辨心迹
수많은 서적들을 두루 섭렵하고 / 涉獵書五車
쓸쓸한 텅 빈 집에 휴식을 취해라 / 偃息家四壁
향 사르고 가랑비 소리 들었더니 / 焚香聞細雨
소나무 대나무에 빗방울이 남았네 / 松竹有餘滴
이 또한 내 마음 씻기에 넉넉하여 / 亦足淸我心
저녁이 다하도록 조용히 읊노라 / 微吟竟日夕
애재행(哀哉行). 전야은(田野隱)의 아버지 사인(舍人)을 위하여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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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백발 노인 전 사인이여 / 哀哉白髮田舍人
청년 시절엔 장안 거리 떠돌아다녔고 / 靑衫飄泊京華塵
삼십 년 동안 힘써 변방을 지키었으나 / 劬勞屛障三十年
공로 보답 못 받고 이젠 이미 좌천했네 / 功不見酬今已遷
당시의 동료들은 다 힘차게 비등했건만 / 當時儕輩皆飛騰
그 누가 밀어 주었나 짓밟기만 했네그려 / 疇肯推挽且轢凌
사인의 아들 있어 일찍 명성 알려졌고 / 舍人有子早知名
가정의 교훈으로 학업을 잘 이루었는데 / 家敎熏陶學業成
뜻을 얻지 못한 아버지를 민망히 여겨 / 慨然憫父不得志
전조에 청알코자 하나 계제 없음을 한하여 / 欲謁銓曹恨無地
대궐 아래 엎드려 세 번이나 상서하니 / 匍匐闕下三上書
동렬들이 그 말 듣고 깊이 한숨지었네 / 同列聞之爲欷歔
학 울음은 하늘 높이 맑게 들리었건만 / 天高鶴唳更淸遠
태양은 그늘을 향해 비춰 주지 않았네 / 白日不向牆陰轉
제공의 노련한 솜씨는 인재를 양성하거니 / 諸公老手作陶冶
넓은 도량에 어찌 효자를 잊을 수 있으랴 / 汪度詎容忘孝者
백발의 낭서에겐 임금도 감탄했거니와 / 華顚郞署上所嗟
더구나 이 사람의 침체를 장차 어찌할꼬 / 況此陸沈將奈何
이 시는 비록 맹경을 위해서 지었으나 / 此詩雖爲孟畊作
실상 사류의 기박한 운명을 슬퍼함일세 / 却爲士流悲命薄
[주D-001]학(鶴) …… 들리었건만 : 《시경》 소아(小雅) 학명(鶴鳴)에, “학이 구고에서 우니, 소리가 하늘에 들리도다.[鶴鳴于九皐 聲聞于天]”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에서 학은 곧 은거(隱居)하는 현자(賢者)를 가리킨다.
[주D-002]백발(白髮)의 …… 감탄했거니와 : 한 문제(漢文帝) 때 풍당(馮唐)이 늘그막에야 효(孝)로써 중랑서 장(中郞署長)에 등용되었는데, 뒤에 무제(武帝)가 즉위하여 현자(賢者)를 구할 때에 미쳐서는 그가 천거를 받았으나 나이가 이미 90여 세나 되어 등용되지 못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맹경(孟畊) : 전녹생(田祿生)의 자이다. 그의 호는 야은(野隱)이다.
도원흥(都元興)을 천거하다. 초명(初名)은 현(顯)인데, 구재(九齋)에서 함께 종유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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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은 바로 나의 오래된 친구인데 / 都君是我舊知音
오랜만에 만나니 기쁨을 금할 수 없네 / 久闊相逢喜不禁
갔다 다시 옴은 응당 뜻이 있겠거니와 / 已去復來應有意
천거 없이 자진함이 어찌 그의 맘이랴 / 無媒自進豈其心
범증에 먼지 생길 젠 턱을 괴고 앉았고 / 塵生范甑支頤坐
원문에 눈 쌓일 젠 무릎 안고 읊조리네 / 雪擁袁門抱膝吟
작은 녹이 처자를 배불리기엔 부족하나 / 升斗終非飽妻子
영락하여 산림에서 늙는 것보단 나으리 / 却勝枯槁老山林
[주D-001]범증(范甑)에 먼지 생길 젠 : 후한(後漢) 때의 은사(隱士) 범염(范冉)이 세속과 인연을 끊고 은둔하여 곤궁하게 살았으므로, 마을 사람들이, “시루 속에 먼지가 생긴 범사운이다.[甑中生塵范史雲]”고 노래한 데서 온 말이다. 사운(史雲)은 범염의 자이다.
[주D-002]원문(袁門)에 눈 쌓일 젠 : 후 한의 명상(名相) 원안(袁安)이 미천했을 때, 대설(大雪)이 내린 관계로 낙양 영(洛陽令)이 민가(民家)를 순찰할 적에 다른 집들의 문 앞의 눈은 다 치워졌는데, 유독 원안의 집 앞에만 행로(行路)가 없고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그래서 원안이 이미 죽은 것으로 여기고 사람을 시켜 눈을 치우고 들어가 보니, 원안이 드러누웠으므로, 왜 나오지 않고 있느냐고 묻자, 원안이 말하기를, “큰눈이 내려서 사람이 모두 굶는 형편이니, 남에게 도움을 요구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직려(直廬)에서 이 장군(李將軍) 집에서 빈객에게 연회를 베푼다는 말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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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는 가을 흥취가 진진한데 / 客子秋饒興
장군은 늦게야 시를 읊조리누나 / 將軍晚學吟
한 동이 술에 같이 취하고프나 / 一樽思共醉
만사가 뜻대로 안 된 게 한스럽네 / 萬事恨違心
먼 누수는 바람에 낮때를 전하고 / 漏遠風傳晝
텅 빈 주렴엔 해 그림자 옮기었네 / 簾虛日轉陰
멀리 생각나누나 도연명과 완적이 / 緬懷陶與阮
질탕히 취해 잠건 사절하던 것이 / 跌宕謝巾簪
대나무가 말라 죽은 데 대하여 탄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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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내가 매우 사랑하기에 / 竹吾愛之甚
대숲이 바로 나의 집이라네 / 竹林是我屋
풍로 속에 죽순이 응당 자랄 텐데 / 風露笋應長
나는 지금 도성에 홀로 있다 보니 / 京華我今獨
매양 꿈속에서 대를 찾노라면 / 每向夢中尋
낭랑하게 패옥 소리 들리었네 / 琅琅聞佩玉
산승이 중생의 마음 꿰뚫어보고 / 山僧他心通
빗속에 한 묶음을 나누어 주기에 / 帶雨分一束
반갑게 받아 좌우에 두고 보니 / 倒屐置座右
예전의 우리 집 대처럼 푸르렀네 / 依然舊時綠
담장 밑엔 흙이 곱고 부드러워서 / 牆陰土脈密
새로 목욕한 듯 윤기가 흐르기에 / 濯濯如新浴
긴 바람이 구름을 불어 날리고 / 長風吹雲飛
가을 더위가 또한 혹심해지거든 / 秋熱亦云酷
마치 위 무공에 대해서처럼 / 謂言如衛公
아름다운 기욱 대를 읊으렸더니 / 猗猗詠淇澳
어찌하여 소갈병을 앓아서 / 胡爲病消渴
문득 상여의 자취를 이었는고 / 却繼相如躅하늘 뜻은 하도 아득하기만 하니 / 天意杳茫茫
그 누가 내 의혹을 해명해 줄꼬 / 誰能辨吾惑
[주D-001]낭랑(琅琅)하게 …… 들리었네 : 대나무를 옥(玉) 비슷한 미석(美石) 즉 낭간(琅玕)에 비유하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위 무공(衛武公)에 …… 읊으렸더니 : 《시 경》 위풍(衛風) 기욱(淇澳)에, “저 기수의 후미진 곳을 보니, 푸른 대나무가 아름답도다.[瞻彼淇澳 綠竹猗猗]”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위(衛)나라 사람이 위 무공의 높은 덕을 아름답게 여겨 부른 노래이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소갈병(消渴病)을 …… 이었는고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소갈병을 앓았으므로 이른 말이다.
추흥(秋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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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흥취는 바야흐로 호연한데 / 秋興方浩然
세월은 문득 헛되이 지나버렸네 / 年光忽蹉
푸른 공중엔 흰 구름이 오가는데 / 靑空行白雲
누각에 기대니 달은 하도 밝아라 / 倚樓明月多
좋은 술에 아름다운 손 마주하여 / 芳樽對佳客
무릎 치며 청아한 노래 드날리네 / 擊節揚淸歌
신선은 바다와 산을 날아 넘을 제 / 羽人飛海山
학의 등 위엔 하늘이 물결 같은데 / 鶴背天如波
멀리서 나를 돌아보고 웃으면서 / 遙遙顧我笑
붉은 놀을 훌쩍 넘어 날아가누나 / 飄迅陵紫霞
그를 부르면 아마 오지 않을 텐데 / 呼之恐不來
내가 가려면 어찌해야 한단 말가 / 欲去知奈何
활 쏘는 것을 구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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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평한 들판에 장막은 아득한데 / 平郊天幕逈
살받이 언덕엔 화연이 널찍하네 / 射垜敝華筵
명적의 깃에선 바람이 씽씽 나고 / 鳴鏑風生䎂
활을 당기면 반달의 모양이로다 / 張弓月上弦
버들잎 뚫는 건 첨으로 놀랐으나 / 穿楊初甚駭
돌에 박힘은 다시 전하기 어렵네 / 沒石更難傳
군자는 이로써 덕을 관찰하나니 / 君子仍觀德
마음 지키는 걸 어질게 여긴다오 / 操心世所賢
[주D-001]버들잎 뚫는 건 : 춘추 시대 초(楚)나라 대부(大夫) 양유기(養由基)가 사술(射術)이 매우 뛰어나 100보(步) 밖에서 버들잎을 쏘면 백발백중(百發百中)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돌에 박힘 : 한(漢)나라 때 대장군(大將軍) 이광(李廣)이 일찍이 사냥을 나갔다가 풀 속에 있는 돌을 호랑이로 오인하여 활을 쏘았는데, 그 화살이 돌을 뚫고 들어가서 살촉이 보이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군자는 …… 관찰하나니 : 《예기(禮記)》 사의(射義)에, “활을 쏘는 것은 성덕(盛德)을 관찰하기 위함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국서(菊墅)에게 받들어 올리다. 성은 방(方)이고, 휘는 언휘(彦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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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경치가 나를 돋우어 시를 읊게 하니 / 秋光撩我苦吟詩
만사가 앞에 당해도 전혀 알지 못한다오 / 萬事當前摠不知
장구는 누차 기구의 모임에서 모셨거니와 / 杖履屢陪耆舊會
술자리는 의당 태평한 때에 가져야 하리 / 杯盤要及太平時
국화의 뜻은 차가운 풍상 속에 심원하고 / 黃花意遠風霜冷
녹야에 담긴 몸은 더딘 세월에 한가롭네 / 綠野身閑歲月遲
다시 손옹이 나를 데리고 그곳에 가려 하니 / 更欲巽翁携我去
맑은 향을 아주 쇠하기 전에 취하고 싶구나 / 淸香趁取未全衰
서원백(西原伯) 정공(鄭公)에 대한 만사(挽詞) 휘는 뇌(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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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레에 준마로 먼 길을 치빙할 제 / 高車駿馬騁長途
종덕당 앞엔 햇빛이 오동에 옮기었네 / 種德堂前日轉梧
대부의 기강 떨치긴 처음부터 자부했고 / 臺府振綱初自負
시서엔 힘이 있어 만년에 서로 의뢰했네 / 詩書有力晚相扶
십 년 동안 눈보라는 천애의 꿈속이요 / 十年風雪天涯夢
만고에 빛난 단청은 벽 위의 초상화로다 / 萬古丹靑壁上圖
소시에 연경서 잠시 만난 일이 있기에 / 燕邸少時曾半面
만사를 지으려고 억지로 붓을 들었네 / 欲成挽曲強操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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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화려한 절집은 풍연을 눌러 섰는데 / 岧嶢金碧跨風煙
예악을 닦아 밝힘이 전보다 더 호화롭네 / 禮樂修明更侈前
전상의 서린 용에겐 구름이 내리려 하고 / 殿上盤龍雲欲墜
정중의 백로 떼에겐 옥이 서로 연했어라 / 庭中振鷺玉相聯
팔방서 바친 토산품은 산악보다 높고요 / 八方壤奠高於嶽
한 심지의 향화는 임금님이 내리었도다 / 一炷爐香降自天
모두들 금년엔 서기가 많다 이르거니와 / 摠道今年多瑞氣
시신의 머리엔 고운 비단이 묵직하구려 / 侍臣頭重錦華鮮
[주C-001]팔관(八關) : 곧 팔관회(八關會)의 준말로, 고려 때 토속신에게 제사 지내던 국가적인 의식이었다.
[주D-001]전상(殿上)의 서린 용(龍) : 전상에 앉은 임금을 가리킨다.
[주D-002]정중(庭中)의 백로 떼 : 궁전 뜰의 만조백관(滿朝百官)을 이른다. 백로 떼란 《시경》 노송(魯頌) 유필(有駜)에, “떼 지어 훨훨 나는 백로여.[振振鷺]” 한 데서 온 말로, 즉 조정에 군집(群集)한 현사(賢士)들을 가리킨다.
환궁악(還宮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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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왕이 밤중에 절집에서 돌아오매 / 君王夜自蓮房回
이원 제자들이 다투어 재주를 바치어라 / 梨園弟子爭效才
예상우의곡 곡조는 성월을 진동시키고 / 霓裳羽衣振星月
푸른 머리 미인들은 무더기를 이루었네 / 雲鬢綠鬟成一堆
생소 소리는 난봉의 울음처럼 청아한데 / 笙簫縹渺鸞鳳音
오방 임금들은 중천의 대에서 연회하누나 / 群帝酣宴中天臺
진 시황과 한 무제는 욕심이 너무 많아 / 秦皇漢武多欲心
하늘을 날아 곧장 봉래를 찾으려 했건만 / 駕空直欲尋蓬萊
우리 황상은 백성 걱정이 골수에 사무쳐 / 我皇憂民入骨髓
사기를 꺾어서 태평성대로 회전시켰네 / 斡廻太和邪氣摧
다만 바라는 것은 백 년 삼만 육천 일에 / 但願三萬六千日
날마다 신선이 와서 신선주를 바침일세 / 神仙來獻流霞杯
적(賊)이 파사부(婆娑府)에 있다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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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듣건대 적이 파사부에 있다더니 / 近聞賊在婆娑府
문득 오늘 아침에 변보가 왔다 하누나 / 却道今朝邊報來
중원은 십 년 동안 전쟁이 계속되는데 / 中原十年尙戰鼓
동국의 한 강물은 잔이나 띄울 만하네 / 東國一水纔浮杯
예로부터 장성은 깎아 세운 무쇠 같거니와 / 自古長城如削鐵
더구나 지금은 원수에게 웅재가 있음에랴 / 況今元帥有雄才
안위가 호흡 사이에 매우 염려스러우니 / 安危呼吸所深念
용맹만을 믿지 말고 더욱 신중할지어다 / 莫恃憑河更愼哉
적이 송산(松山)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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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장성은 철벽같이 견고하고 / 聞道長城堅似鐵
강 가득한 얼음판엔 말굽이 부러지는데 / 長氷滿江馬蹄折
연이은 진영은 팔이 서로 닿을 만하여 / 連屯壁壘可交臂
뿔피리 한 소리에 갑자기 대열 이룬다네 / 畫角一聲忽成列
적의 기병이 무인지경 달리듯 왔으니 / 賊騎翩翩如蹈虛
이는 변방 방어가 소홀해서가 아니라오 / 不是邊防才略疎
비단은 바로 흙이요 쌀은 곧 황금이니 / 束帛卽土米卽金
행상을 귀화하여 살게 함이 후회스럽네 / 悔殺行商來化居
김 추부(金樞副)가 해(害)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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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칼 잡고 서로 싸우는 곳에 / 劍戟交鋒處
조정은 대단히 놀란 처음이로다 / 朝廷破膽初
바야흐로 성 쌓을 계책 생각하여 / 方思築城策
군사 점검의 글 서둘러 내렸는데 / 催下點軍書
오추마는 맘이 아직 웅장했건만 / 騅馬心猶壯
청사의 참언이야 어찌 헛될쏜가 / 靑蛇䜟豈虛
썩은 선비는 글자나 다룰 뿐이니 / 腐儒文墨爾
후일의 일을 정히 어찌한단 말가 / 他日定何如
우제(禹磾) 장군이 와서 철주(鐵州)의 전투 상황을 보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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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여 적을 쫓는 즈음에 / 乘勝長驅際
창 비껴 들고 우뚝 서서 바라보니 / 橫戈突立看
용맹한 싸움에선 피비린내 풍기고 / 風腥三躍後
한 번 소리치면 하늘이 깜깜했네 / 天黑一呼間
용력 과시하여 강한 적을 만났고 / 賈勇逢強敵
충성 포창하여 좋은 벼슬 내렸네 / 褒忠進美官
힘써 다시 더 신중을 기할지어다 / 勉哉當更愼
사직은 중하기가 태산과 같다오 / 九鼎重如山
청강(淸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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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에선 어이하여 패배하였나 / 淸江何以敗
적의 유인에 우리가 끌려갔으니 / 敵誘我從之
깊이 들어가면 힘이 갑절 드는 걸 / 深入鬪氣倍
또 묻노니 아는 이가 그 누군고 / 且問知者誰
서로 전하길 용장을 패주시켰다 / 相傳走驍將
또는 전군이 궤멸되었다 하니 / 又道喪全師
하늘이 혹 광로를 교만케 하여 / 天或驕狂虜
속히 그들을 멸망하게 한 것일까 / 駸駸就滅時
때가 위태하매 맘은 더 장대했고 / 時危心更壯
적이 다가오매 담이 처음 커져서 / 賊近膽初張
작은 적의 교만은 후회로 변하고 / 小敵驕成悔
선봉의 용맹을 당할 수가 없더니 / 先鋒勇莫當
군영의 깃발은 석양에 번득이고 / 戍旗翻落日
전고 소리는 높은 산을 진동하네 / 戰鼓殷高崗
여시의 경계를 말하지 말라 / 莫說輿尸戒
중군 장군의 계책이 훌륭하다오 / 中軍運算長
국운은 천년 동안 태평하였고 / 國運千年泰
전쟁은 하루 사이에 벌어졌도다 / 兵機一日張
북소리는 성하를 진동시키거니 / 鼓見星河動
관문은 의당 용사가 지켜야 하리 / 關須虎豹當
용사들의 마음은 철석과 같고요 / 士心如鐵石
성상의 수는 높은 산에 견주리라 / 聖壽比陵崗
붓 잡으니 읊은 노래 더욱 장한데 / 把筆歌彌壯
조정엔 밝은 날이 길기만 하구나 / 朝廷白日長
[주D-001]여시(輿尸) : 전쟁에 패하여 시신(屍身)을 수레에 실어 가는 것을 이른 말이다.
홀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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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돼지가 팔짝팔짝 눈 속을 달리더니 / 黃猪躑躅走雨雪
홍건적이 군대 일으켜 손이 얼어 터졌네 / 紅巾弄兵雙手裂
중원의 콩과 쌀은 물불같이 귀중하고 / 中原菽粟如水火
월라와 촉금은 싸게 팔지 않는 보배라 / 越羅蜀錦無折閱
처자들을 배불리 먹이고 다습게 입히다가 / 飽食煖衣保妻子
백 년의 세월 평온함이 갑자기 무너져라 / 百年光景如川決
풍설 속에 먹고 자며 주야로 행군하여 / 風䬸雪宿日夜行
하늘 동쪽 향해 와서 스스로 재앙 불렀네 / 行向天東自招孽
동방은 인수 누리는 군자의 나라이기에 / 天東仁壽君子國
차마 남 꺾지 않고 남이 절로 굴복커니와 / 不忍屈人人自屈
광대한 산천에는 뛰어난 영령도 많거니 / 山川䃲礴英靈多
풍성학려를 어찌 소홀히 여길 수 있으랴 / 風聲鶴唳何可忽
더구나 지금은 임금 신하가 한몸 같고 / 況今君臣如一身
백만 사람이 쇠처럼 견고히 합심함에랴 / 百萬同心心似鐵
소신이 소리 높이 읊을 필력은 짧으나 / 小臣高吟筆力短
후일 하례하는 문장은 의당 보충하련다 / 他日賀章當補綴
[주D-001]풍성학려(風聲鶴唳) : 진 (晉)나라 때 부견(苻堅)의 군대가 흩어져 달아나 저희끼리 서로 짓밟으며 물에 떨어져 죽은 자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고, 남은 군대는 무기를 버리고 밤중에 도망치다가,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모두 왕사(王師)가 이미 당도했다고 여기어 대단히 놀라고 두려워하여 허둥지둥 어쩔 줄을 몰랐던 데서 온 말이다.
소리 높여 노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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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형세가 바람 받은 불처럼 치성하여 / 賊勢風吹火方熾
옥석이 함께 타는 걸 금지하기 어려워라 / 玉石俱焚難自止
금수처럼 다 도망쳐 들엔 매연만 쌓이고 / 獸奔鳥竄野堆煤
얼음 눈 침석 삼아 산으로 들어가 숨어서 / 枕氷席雪藏崔嵬
관군의 진영을 모두 장성처럼 의지하니 / 官軍屯營隱長城
대장은 용감한 데다 계책 또한 정밀하네 / 大將嫖姚籌策精
나는 들으니 수 양제 당 태종은 친히 출정하여 / 我聞隋皇唐帝勞玉趾
눈 앞을 한번 쓸어 요동을 평정했다는데 / 眼前一掃遼東平
중화의 인재는 그때가 가장 성한 때이라 / 中華人才於斯盛
중도에 퇴각하는 것은 인정이 아니었고 / 半塗卷斾非人情
끝까지 지켜야만 체통을 얻었을 터이나 / 乃知墨守必得體
역사가 안 전하니 누굴 따라 절제할 줄을 알랴 / 史不傳兮誰從知節制
고성방가가 참담하여 귀신도 놀랐는데 / 高歌慘淡鬼神驚
갑자기 거센 눈보라 소리가 들리네그려 / 忽有疾風雪號聲
또 노래하다.
홀로 읊고 또 소리 높여 노래하니 / 獨吟又高歌
마음속의 피가 강물처럼 흐르네 / 心中血如河
황천과 후토가 비춰 보고 있거니 / 皇天與后地
죽어도 내 마음은 변치 않으리라 / 之死矢靡他
외침의 걱정은 얼음 눈과 같나니 / 外患似氷雪
이를 녹이려면 장차 어찌하리오 / 消之將奈何
봄바람은 한창 일어나려 하고요 / 春風方將興
밝은 태양은 북처럼 왕래하누나 / 白日如飛梭
슬프기도 해라 군자의 마음이여 / 哀哀君子心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네 / 有淚雙滂沲
또 읊다.
나는 삼십 세 이전부터 중원에 벼슬하여 / 我游中原未三十
웅대한 뜻과 공명을 지푸라기 줍듯 했네 / 壯志功名當芥拾
사방의 전쟁은 묘당까지 서로 통했으나 / 四方甲兵徹廟堂
천자는 남면하여 의상 입고 편히 있었네 / 天子南面垂衣裳
제랑들은 역마를 천둥처럼 급히 달리며 / 諸郞馳驛走雷急
한밤중의 비바람에 나그네 옷 적시고 / 半夜征衫風雨濕
때로는 도적 만나 몹시 허둥지둥했으니 / 時時遇盜甚蒼皇
넓은 들 가을 풀 속엔 해골이 뒹굴었네 / 曠野骸骨秋草黃
깊이 생각하매 조정에 끌어 줄 이 없으니 / 深思朝廷無引汲
누가 다시 보호하여 조단에 서게 할꼬 / 誰復卵翼朝端立
비록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긴 하나 / 雖然頭上有蒼蒼
출처는 내게 달렸으니 스스로 힘써야지 / 出處由人須自強
사직하고 돌아와 깊이 숨는 걸 배울 땐 / 掛冠歸來學深蟄
완악한 구름 안개가 겹겹으로 포위했네 / 頑雲癡霧圍如襲
국은 입어 백관 반열을 따르게 되어서는 / 國恩簉跡鵷鷺行
봉황이 조양에서 울기를 서로 기약하고 / 相期鳳鳥鳴朝陽
옛 도가 멀기는 하나 미쳐 갈 수 있기에 / 古道雖遠可企及
요순의 군신처럼 서로 예의를 닦았네 / 唐虞君臣時相揖
마음속에 절로 하나의 천지가 있으니 / 心中天地自玄黃
태평의 풍월 이것이 바로 별천지로다 / 太平風月無何鄕
[주D-001]봉황이 조양에서 울기를 : 《시 경》 대아(大雅) 권아(卷阿)에, “봉황새가 훨훨 날아서, 높은 뫼에 앉아 울도다. 오동나무가 자라서, 양지쪽에 우뚝 섰도다.[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 한 데서 온 말인데, 봉황은 현사(賢士)를 비유한 것으로, 이 시의 내용은 곧 소공(召公)이 성왕(成王)에게 사방의 현사들을 구하도록 권하여 부른 노래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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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뭇 도적이 중주에 가득하다더니 / 近聞群盜滿中州
여파가 여기에 이를 줄 어찌 헤아렸으랴 / 豈料餘波到此流
금색 갑옷은 빛나라 여러 장수 모이었고 / 金甲有光諸將集
옥 술잔은 맛없어라 한 사람이 근심하네 / 玉觴無味一人憂
하늘이 망친 게지 적 때문이 아니라지만 / 自是天亡非勍敵
끝까지 지키는 게 양책임을 알아야 하리 / 須知墨守是良籌
썩은 선비는 급할 때 진정 쓸모없으니 / 腐儒緩急眞無用
봄바람 속에 술잔이나 서로 권해 볼거나 / 準擬春風共獻酬
하늘이 낸 탁월한 호걸 이 한림은 / 天挺人豪李翰林
당시에 공부가 바로 친한 벗이었네 / 當時工部是知音
모두 번삽을 인정하나 많이 짓긴 어렵고 / 共推樊澁難多作
또 교한을 얻으니 한번 읊조릴 만하네 / 又得郊寒可一吟
누각 아래 먼 하늘엔 구름이 아득하고 / 樓下長天雲浩浩
등잔 앞 가랑비 속엔 밤이 고요하구나 / 燈前細雨夜沈沈
이때에 시의 관문을 꿰뚫지 못할진댄 / 此時不向詩關透
시골 학당에서 생도나 가르침이 나으리 / 村學堂中敎子衿
[주D-001]이 한림(李翰林)은 당시에 공부(工部) : 이 한림은 일찍이 한림 공봉(翰林供奉)을 지낸 이백(李白)을 가리키고, 공부는 바로 이백의 친구로서 일찍이 공부 원외랑(工部員外郞)을 지낸 두보(杜甫)를 가리킨다.
[주D-002]번삽(樊澁) : 당(唐)나라의 시인(詩人) 번종사(樊宗師)의 시가 기삽(奇澁)하여 삽체(澁體)로 일컬어진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교한(郊寒) : 소식(蘇軾)이 맹교(孟郊)의 시격(詩格)을 한걸(寒乞)스럽다고 평한 데서 온 말이다.
방가(放歌) 1수(一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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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의 공이 제공으로부터 얻어졌으니 / 中興功自諸公來
운대와 기린각은 어이 그리 우뚝한고 / 雲臺麟閣何崔嵬
대궐에서 전지 내려 자주 연회 베푸니 / 內間傳宣賜宴數
비단과 난사 향료가 춘대에 오르누나 / 綺羅蘭麝登春臺
떠들썩한 관현악은 하늘에 울려 퍼지고 / 繁絃急管轟天長
살진 고기 큰 술통은 산처럼 쌓였는데 / 肥肉大酒如山堆
춤추는 옷자락은 바람에 날려 펄럭이고 / 風翻舞衫共飄逸
노래하는 부채는 달빛 아래 배회하누나 / 月照歌扇仍徘徊
충성심 격앙해라 알아줌에 감격하여 / 忠肝激裂感知己
웅대한 뜻과 재주를 남김없이 펼치니 / 展布雄志兼雄才
동토는 보전하여 인명을 살리었건만 / 保全東土活人命
중원의 백골들은 다 청태가 끼었는데 / 中原白骨生靑苔
천자는 구중궁궐에 깊이 들어앉았고 / 天子高拱深九重
장상들은 불화하여 조정 기강 무너졌네 / 將相睚眥朝綱頹
은감이 멀지 않아 눈앞에 있는지라 / 殷鑑不遠面相對
이 때문에 날마다 즐거운 잔치 베풀어 / 所以朝朝懽宴開
술 깨는 한밤중이 대낮처럼 달 밝으니 / 酒醒半夜月如晝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오는 걸 생각하랴 / 肯念樂極悲當來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오는 걸 생각하랴 / 肯念樂極悲當來
하늘에는 삼태성만 혁혁히 빛나누나 / 天上赫赫明三台
[주D-001]은감(殷鑑)이 …… 있는지라 : 은 (殷)나라 주(紂)가 거울로 삼아 경계해야 할 일은 바로 전대(前代)의 하(夏)나라 걸(桀)이 무도한 정치를 하다가 망한 데에 있다는 뜻으로, 자기가 경계해야 할 선례(先例)가 바로 가까운 데에 있음을 의미한 말이다. 《孟子 離婁上》
적(賊)이 서경(西京)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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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리 될 줄을 어찌 헤아렸으랴 / 豈謂便如此
망연자실하여 어쩔 줄을 모르겠네 / 茫然迷所爲
끝내는 의당 천명이나 믿을 뿐이니 / 到頭須信命
입 닫고 시사를 말하지 말아야지 / 閉口莫談時
무기는 여러 해를 준비해 왔거니와 / 戎器積年備
장수 재목은 명주께서 잘 안다오 / 將材明主知
급한 때 당해서 끝내 누굴 믿을꼬 / 臨機竟何恃
적막함 속에 눈물만 줄줄 흐르누나 / 寂寞涕交頤
적이 서경에 주둔했다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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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이 거세게 불어 날은 몹시 차가운데 / 北風怒號天慘寒
적의 기병 돌진하여 송산관을 들어왔네 / 賊騎突入松山關
우리 진영 역풍 받아 유리함을 잃었는데 / 逆風上陣我失利
적이 서경에 이르자 풍세는 누그러졌네 / 賊到西京風勢闌
성안에는 쌀이 많고 가옥들도 빽빽하여 / 城中米多屋又密
멀리 온 적이 약간 편함을 달게 여기리니 / 遠來勢必甘小安
저들 나태함 틈타 급히 공격할 만하여라 / 我今乘怠可急擊
용맹스런 군대가 십 만이나 되니 말일세 / 貔貅十萬尙桓桓
몹시 슬퍼하다.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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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여 이 나라는 태조 때부터였으니 / 有國有國自太祖
영웅의 풍도 늠름하여 천고에 비치도다 / 英風凜凜映千古
전장의 문명함은 왕업을 크게 열었고 / 典章文明開寶圖
산하의 험고함은 천부를 겸하였는데 / 山河險固竝天府
변방 방비 소홀로 적의 칼날 불러들여 / 邊防網漏來遠鋒
시호처럼 독한 되놈이 백성을 도륙하네 / 腥穢屠殘毒豺虎
슬프고 슬퍼 한 번 곡하니 마음이 쓰리어라 / 哀哀一哭兮心膽苦
울다 참다 하다 보니 기운이 실낱같네 / 聲出復呑氣如縷
어머니여 어머니여 고당에 계시는데 / 有母有母在高堂
백발을 드리웠으니 그 얼마나 건강할꼬 / 領垂白髮幾何強
맹모의 삼천지교로 나를 가르치시고 / 卜隣敎孟學俎豆
적방진(翟方進) 따라 신 삼아 나를 출세시켰네 / 織屨隨翟媒軒裳
창칼만 들에 가득하고 마을은 텅 비었는데 / 兵戈滿野閭巷空
모친 몰래 업고 도주하여 충의를 상하였네 / 竊負而逃忠義傷
슬프고 슬퍼 재차 곡하니 곡소리 길기도 해라 / 哀哀再哭兮聲正長
어찌하면 와상처럼 편안한 준마를 얻을꼬 / 安得逸驥穩如牀
이 몸이여 이 몸이여 후한 작록을 받고 / 有身有身霑厚祿
무사 안일한 가운데 왕국을 보좌하면서 / 文恬武煕佐王國
격문 초해 오랑캐 교화할 재주는 없고 / 無才草檄化狼心
싸워서 말 가죽에 싸여 올 뜻만 있도다 / 有意橫戈包馬革
악중에서 젓갈 빌림은 내 차지가 아니니 / 幄中借筯不到我
임금이 걱정하면 신하는 욕이나 받아야지 / 主憂臣辱當自力
슬프고 슬퍼 세 번째 곡하니 천지가 깜깜해라 / 哀哀三哭兮天地黑
조정의 군신들은 순일한 덕을 함께하리 / 廊廟有人同一德
[주D-001]천부(天府) : 산천(山川)이 험준하여 천연의 요새(要塞)를 이룬 땅을 이른 말이다.
[주D-002]적방진(翟方進) …… 삼아 : 한 (漢)나라 적방진이 어려서 어머니를 하직하고 경사(京師)에 가서 경학(經學)을 공부하려고 할 적에 그의 어머니가 방진이 너무 어린 것을 불쌍히 여겨 장안(長安)으로 그를 따라가서 신을 삼아서 팔아 방진의 학비를 조달했던 데서 온 말이다. 《漢書 卷84 翟方進傳》
[주D-003]싸워서 …… 있도다 : 후 한(後漢) 때 복파장군(伏波將軍) 마원(馬援)이 말하기를, “남아(男兒)는 의당 변야(邊野)에서 죽어 말 가죽으로 시신(屍身)을 싸서 반장(返葬)하게 해야지, 어찌 와상에 누워 아녀자의 수중(手中)에서 죽을 수 있겠는가.”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즉 용감하게 전장에서 싸우다 죽을 각오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주D-004]악중(幄中)에서 젓갈 빌림 : 한 왕(漢王)이 막 밥을 먹고 있을 때 장량(張良)이 밖으로부터 들어와서 뵙고 말하기를, “청컨대 신에게 그 젓가락을 빌려 주소서. 대왕(大王)을 위하여 계획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임금을 위해 좋은 계책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근심을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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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밥을 먹고 임금의 옷을 입었으니 / 食君之食衣君衣
급한 때일수록 후세의 본보기가 되어야지 / 倉卒須敎後世希
사직의 액운은 백륙의 만남에 당하였고 / 社稷厄數百六會
전쟁이 계속되니 지척도 멀기만 하구나 / 干戈交鋒咫尺違
주린 까막은 석양에 무엇을 먹으려는고 / 飢烏落日欲何食
구름 밖의 외기럭은 돌아갈 곳이 없어라 / 斷鴈寒雲無所歸
늙은 모친은 응당 걱정이 또 많을 텐데 / 老母定應憂更重
마음엔 다리가 없어도 집으로만 달려가네 / 寸心無脛走庭闈
[주D-001]백륙(百六)의 만남 : 106년 동안에 한재(旱災)가 아홉 번씩 든다는 술가(術家)의 학설(學說)에서 온 말로, 전하여 액운을 뜻한다.
몹시 걱정이 되어 또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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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도 쳐부수어 넘어뜨릴 수 있고 / 長城踢可倒
겹겹의 험새도 편평히 깎을 만하네 / 積險鋤可平
지붕에 병을 세운 듯 대가 칼날을 맞이한 듯 / 立瓴高屋竹迎刃
저 당돌한 형세 막아서 그 누가 싸울쏜가 / 沮遏逆勢誰能兵
임금님 마음 타서 연기가 하늘을 그으르니 / 君心如煙上薰天
하늘빛 변하고 또한 애처롭게 여기누나 / 天色爲變天意憐
서경은 성이 작기가 마치 감옥 같아서 / 西京城小似犴狴
뱀 돼지 갇히어서 누린내를 풍긴 듯한데 / 桎梏蛇豕屯腥膻
펄럭이는 깃발들이 산과 들에 비치어라 / 旌旗翩翩照原野
지기를 분발하매 참으로 당할 자 없도다 / 奮迅志氣眞無前
바람 소리 진동하여 초목이 다 쓰러지고 / 風聲振盪靡草木
햇볕이 무색하니 구름 연기도 시름하누나 / 日光慘惔愁雲煙
구중궁궐에선 한밤중에 제목을 내리어 / 九重半夜批下目
장군과 장교들을 대폭 높이 영전시켰네 / 將軍部領多高遷
한 번 질타하면 유혼을 흩어 버릴 만해라 / 游魂一叱可四散
우리의 기세는 정명하여 충용이 온전하네 / 我氣精明忠勇全
극성진의 군영에는 대장기를 세웠으나 / 棘城柵壁立牙纛
군령은 적적하여 떠들썩함이 없거니와 / 軍令寂寂無喧闐
쌍성의 철갑 기병은 가장 날래다 하니 / 雙城鐵騎最輕捷
격문 돌릴 기한을 어찌 감히 어기리요 / 羽檄有期何敢愆
지체하다 우리 계책 알려질까 염려로다 / 稽留政恐知我謀
눈 속에 오원제를 누가 먼저 체포할런고 / 雪縛元濟誰能先
임금님 마음은 만리 밖을 환히 비추고 / 君心洞照萬里外
밝고 밝은 태양은 하늘 가운데 걸리었네 / 明明白日天中懸
장군이여 장군은 나라 운명을 맡았으니 / 將軍將軍國司命
계책 판단 잘하여 문무의 권변에 통달해야지 / 好謀善斷文武之通權
맨손으로 범 잡는 게 훌륭함이 아니라네 / 赤手搏虎非英賢
나의 삶은 항상 가난을 즐기어서 / 我生常樂貧
몸이 홀가분해서 거리낌이 없기에 / 身輕淡無累
구름 위를 날아가는 외로운 새에게 / 孤鳥入雲飛
하염없이 나의 뜻을 부치었다오 / 悠然寄予意
위로는 백발의 어버이가 계시고 / 上有白髮親
아래로는 아내와 자식이 있어 / 下有孥與稚
거친 음식이나마 즐기기에 족하니 / 菽水諒足懽
위아래로 아무런 일이 없었다네 / 俯仰無一事
이젠 산하가 온통 병란에 휩싸여 / 山河兵燹中
조정과 사방이 피란을 해야 하는데 / 朝四當避地
부잣집 마판 위의 천리마는 / 富家櫪上驃
바람을 쫓듯 힘차게 달리건만 / 追風插雙翅
우리 집의 병들고 지친 둔마는 / 我家病駑駘
급한 때에 어찌 의지할 수 있으랴 / 緩急安足倚
단계의 말굽을 구하고는 싶으나 / 欲求檀溪蹄
천금으로도 쉬 구하지 못한다네 / 千金亦不易
그대는 보아라 저 험난한 길은 / 君看彼險途
절뚝발이 양은 밟을 곳이 아니로세 / 跛牂非所履
한 치의 땅이 푸른 하늘 같아라 / 寸地如靑天
가난이 재앙임을 자꾸 한탄할밖에 / 三嘆貧作祟
나무 베어 성에 올라 잔교 높이 만들고 / 斫樹登城高作棚
대동강의 굳은 얼음을 내려다보노라니 / 下臨大同江上氷
홍안은 도량의 그물에 걸려 퍼덕거리고 / 稻粱羅網困鴻鴈
곤붕은 남북의 풍운을 헤쳐 날아가누나 / 風雲南北騰鯤鵬
일조에 의기 합하면 천지도 작을 수 있고 / 一朝氣合天地小
만리에 소리 슬프면 눈서리가 어린다오 / 萬里聲哀霜雪凝
내가 가면 저가 망함을 어찌 다시 점치랴 / 我往彼亡何更卜
원수가 강개하여 형세 한창 탔으니 말일세 / 元戎慷慨勢方乘
적 무찌르려 용장 많이 모였으니 / 却敵多驍將
막 흥기할 제 누가 노고를 원망하랴 / 方興誰怨勞
가벼운 바람에 깃발은 번득이고 / 風輕旗閃閃
하늘 멀리서 전마는 울어 대누나 / 天遠馬蕭蕭
지는 해에 충성심은 장하거니와 / 落日忠心壯
뿌연 먼지 속에 살기는 하 높아라 / 黃雲殺氣高
성공하려고 좋은 꿈을 꾸었으니 / 成功夢卜吉
대장이 바로 용감하기 때문이로다 / 大將是嫖姚
[주D-001]유혼(游魂) : 오랑캐들을 유령(幽靈) 같다 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2]눈 …… 체포할런고 : 당 헌종(唐憲宗) 연간에 오원제(吳元濟)가 회서(淮西)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승상(丞相) 배도(裴度)의 지휘 아래 장군 이소(李愬)가 눈 오는 밤에 쳐들어가서 오원제를 사로잡았던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3]단계(檀溪)의 말굽 : 촉 한(蜀漢)의 유비(劉備)가 일찍이 번성(樊城)에 주둔하고 있을 때 한번은 유표(劉表)로부터 연회(宴會)에 와 달라는 초청을 받고 참석했다가, 이때를 틈타 유비를 잡으려던 괴월(蒯越)ㆍ채모(蔡瑁) 등의 계략을 미리 알아차리고 유비가 먼저 연석(宴席)을 몰래 빠져 나왔다. 당시 유비가 타던 말의 이름은 적로(的盧)였는데 적로를 타고 양양성(襄陽城) 서쪽의 단계수(檀溪水)를 건너다가 물의 한 중앙에 빠져서 나갈 수가 없게 되자 유비가 적로에게 말하기를, “적로야, 오늘 재액을 당하게 되었으니, 노력해야 한다.”고 하니, 적로가 이에 세 길 높이의 언덕을 단번에 뛰어오름으로써 마침내 그곳을 통과하여 위기를 면하게 되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4]절뚝발이 …… 아니로세 : 양 (羊)은 본디 험준한 산을 잘 타지만, 절뚝발이 양은 갈 수 없다는 뜻으로, 산이 매우 험준함을 뜻한다.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蠧)에, “천 길의 높은 산에 절뚝발이 양을 치기 쉬운 것은 위가 평탄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방 가승(方家丞)이 관군(官軍)이 서경(西京)을 탈환했다는 소식을 치보(馳報)해 왔으므로, 기뻐서 이렇게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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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마가 서쪽에서 성화같이 달려와서 / 一騎西來疾似星
가도에서 서경을 탈환했다고 크게 외치네 / 緣街大叫得西京
한밤중 대궐에선 천안에 희색이 동하고 / 九重半夜天顔動
경각 새에 환호성은 온 장안을 들레누나 / 頃刻懽呼已滿城
걱정을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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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뜻은 아득하여 믿기 어렵고 / 天意杳難忱
임금은 환란 그치기만 기다리네 / 君心佇消患
화복은 마치 두 수레바퀴 같아서 / 禍福如兩輪
돌고 돌아 절로 간격이 없도다 / 旋轉自無間
늙은 적은 아무런 근기도 없이 / 老賊無根株
마술로 불 토해 사람 현혹시키고 / 吐火眩爲幻
오합지졸로 탐잔을 마구 부리며 / 烏合肆貪殘
글월 날려 교만한 말 지껄이더니 / 飛書語驕慢
위엄 빌려 제멋대로 횡행하면서 / 假威恣橫行
주림 참고 고기만 찾아 먹었네 / 忍飢覓芻豢
벌집에도 쏘아 대는 촉이 있거늘 / 蜂屯有餘螫
더구나 범과 살쾡이를 어찌하랴 / 況是彪與虥
장성한 남자는 네가 적대할지언정 / 壯夫汝所敵
아무렴 어린애까지 해친단 말이냐 / / 嗟嗟及童艸
죄가 커서 하늘이 네 넋을 빼어 / 罪盈天奪魄
해가 저물도록 단잠을 즐기다가 / 甘寢忘日晏
시끄러이 울며 모조리 삶아졌으니 / 嗸嗸群就烹
뜻밖의 화는 노안에서 발단했지 / 奇禍發奴鴈
우리 관군은 기를 점차 떨치었고 / 官軍氣稍振
주장은 군사가 많을수록 좋았네 / 主將多益辦
눈이 깊어 말들은 마른 풀을 먹고 / 雪深馬齕枯
바람 거세어 옷자락은 터졌지만 / 風急裳結綻
임금의 은혜가 태산보다 중하기에 / 主恩重丘山
몸은 꽃 한 잎처럼 가벼이 여겼네 / 身輕如一瓣
겹겹의 산봉은 높고 험준했으나 / 疊嶂高崢嶸
곧장 두 손으로 깎아 버리려 했고 / 直欲雙手鏟
크게 외치며 밤에 적진 기습하여 / 大呼夜斫營
적의 목을 갈대 치듯 베어 버렸네 / 斬艾等葭薍
장강은 깊어서 밑바닥이 없거니와 / 長江深無底
높은 산은 잔도를 타고 오르는데 / 突兀倚雲棧
홍곡도 조심스레 빙빙 돌아 날거늘 / 鴻鵠尙低回
더구나 저 따위 메추라기일쏜가 / 何況彼斥鷃
장강의 얼음엔 네 살이 찢겨지고 / 氷長裂汝肌
뾰족한 돌엔 네 정강이 갈리었지 / 石尖磨汝骭
당황도 요동 정벌 마치고 돌아가 / 唐皇回征車
정공의 간언을 깊이 탄식했는데 / 三嘆鄭公諫
슬프다 저 미치광이 아이들의 / 哀哉彼狂竪
세세한 걸 어찌 따질 것 있으랴 / 鎖鎖何足算
[주D-001]노안(奴鴈) : 밤에 뭇 기러기들이 모래톱에서 잘 때, 그 주위에서 경계를 맡아보다가 혹 적을 만나면 울음소리를 내서 위험을 알려 주는 기러기를 말하는데, 전하여 경계를 맡은 군졸을 가리킨다.
[주D-002]당황(唐皇)도 …… 탄식했는데 : 당 황은 곧 당 태종(唐太宗)을 가리키고, 정공(鄭公)은 곧 정국공(鄭國公)에 봉해진 위징(魏徵)을 가리키는데, 당 태종이 일찍이 무리하게 요동(遼東) 정벌을 감행했다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돌아가서는 깊이 후회하고 탄식하여 말하기를, “위징이 만일 지금 살아 있었다면 짐(朕)으로 하여금 이 전쟁을 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관군(官軍)이 장차 함종(咸從)으로 달려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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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는 고건 띠고 말에는 안장 채우고 / 身帶櫜鞬馬帶鞍
소 잡고 술 걸러서 봄추위를 이기누나 / 推牛釃酒壓春寒
태양을 흔들어라 막 도끼를 휘두르고 / 勢搖白日初麾鉞
머리털은 솟구쳐라 관이 찢길 듯하네 / 髮指靑天欲裂冠
사직은 영혼 있어 국운의 중함을 알고 / 社稷有靈知鼎重
성지는 옛것이지만 반석처럼 튼튼하네 / 城池雖舊似盤安
대동강 위에 얼음이 장차 다 풀리거든 / 大同江上氷將泮
남은 누린내 씻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 洗盡餘腥已不難
또 제(題)하다.
허리에 찬 칼은 쌍룡의 정기요 / 佩劍雙龍精
아로새긴 안장은 오색 담요로다 / 雕鞍五色毯
눈 쌓이니 금빛 갑옷은 썰렁하고 / 雪明金甲寒
해 지니 뿔피리 소리는 참담해라 / 日落角聲慘
사중(沙中)에만 앉고 의수한 이 적으니 / 坐沙少倚樹
병마의 권력은 그 누가 쥐었는고 / 兵權誰摠攬
이마에 손 얹고 신명께 감사하며 / 手額謝神明
혹은 나를 용맹케 했다고 한다네 / 或曰我勇敢
성 밖엔 들 바람이 비린내 풍기고 / 城外野風腥
성안엔 봄기운이 아직 엷은데 / 城中春意淡
사람이 와도 차마 묻지 못함은 / 人來不忍問
이 슬픈 감정이 많기 때문이라오 / 爲是多悲感
[주D-001]고건(櫜鞬) : 활집과 화살통을 말한다.
[주D-002]태양을 …… 휘두르고 : 옛날 노 양공(魯陽公)이 한(韓)나라와 한창 전쟁을 하던 중에 해가 곧 넘어가려 하자, 창을 손에 쥐고 해를 가리켜 휘두르니, 해가 마침내 3사(舍)의 거리를 되돌아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허리에 …… 정기요 : 진(晉)나라 때 풍성현(豐城縣)에서 발굴한 용천(龍泉)ㆍ태아(太阿) 두 보검(寶劍)이 뒤에 쌍룡(雙龍)으로 변화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4]사중(沙中)에만 …… 적으니 : 사 중에만 앉았다는 것은 한 고조(漢高祖)가 대공신(大功臣) 20여 인을 봉하고, 그 나머지는 밤낮으로 서로 공을 다투는 바람에 미처 봉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따금 장수들이 모랫바닥에 모여 앉아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 눈에 띄자, 장량(張良)에게 그 사실을 물으니, 장량이 말하기를, “폐하(陛下)께서는 몰랐습니까? 그들이 모반(謀反)을 하는 것입니다.”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신하들이 은밀히 모반을 꾀하는 것을 이른 말이고, 의수(倚樹)는 큰 나무 밑에 앉았다는 뜻으로, 후한(後漢) 때의 장군 풍이(馮異)가 성품이 워낙 겸손하여 나서지를 않은 나머지, 매양 전쟁에 나가서 많은 전공(戰功)을 세웠으나, 여러 장수들이 각자 공을 논할 때에 그는 항상 그 자리를 피하여 큰 나무 밑에 가서 홀로 앉아 있었던 데서 온 말이다. 이로 인하여 풍이를 대수 장군(大樹將軍)이라고도 한다.
함종의 싸움이 불리하다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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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장비의 용맹은 지녔다 해도 / 縱負張飛勇
이광의 기발함은 본받기 어렵나니 / 難師李廣奇
예로부터 군대 통솔할 줄을 알면 / 由來知節制
위태로움을 만나지 않는 거라오 / 未見有傾危
힘 합쳐 싸울 것만 스스로 믿었지 / 自信連雞鬪
맨손으로 범 잡는 걸 누가 알았나 / 誰知暴虎辭
어찌하여 잠깐 사이에 / 奈何呼吸頃
패해 죽는 걸 경계하지 않았던고 / 尙不戒輿尸
정신계(丁臣桂)의 군대만 퇴각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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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에 놀란 처지에 홀로 우뚝 서서 / 獨立驚絃外
창 비껴 들고 형세 스스로 헤아리네 / 橫戈勢自分
분잡스러운 것은 도제의 계책이요 / 紛然道濟策
우뚝 선 것은 모용씨의 군대로다 / 屹爾慕容軍
험준한 도로엔 봄 눈이 쌓여 있고 / 峻路埋春雪
황량한 성엔 저녁 구름이 덮이었네 / 荒城覆晚雲
적막해라 기병들은 다 돌아가고 / 寂寥歸騎盡
적의 진영에 황혼이 젖어드누나 / 賊壘日將曛
[주D-001]도제(道濟)의 계책 : 유 송(劉宋) 때의 장군 단도제(檀道濟)가 지략(智略)이 뛰어나서 고조(高祖)를 따라 북벌(北伐)할 적에 전봉장(前鋒將)으로 누차 공을 세워 명장(名將)으로 이름이 났는데, 뒤에 남제(南齊)의 왕경측(王敬則)이 일찍이 매우 급한 때를 당하여 어떤 사람에게 고하기를, “단공(檀公)의 삼십육책(三十六策) 가운데 주(走) 자가 상책(上策)이었으니, 너희들은 응당 급히 도주해야 한다.”고 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적과 싸우다 불리하면 도주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2]우뚝 …… 군대로다 : 모용씨(慕容氏)는 오호 십육국(五胡十六國) 시대에 연(燕)나라를 세운 선비족(鮮卑族)의 성인데, 모용씨가 수차에 걸쳐 고려(高麗)를 대파(大破)시킨 일이 있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적(賊)을 평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느낌이 있어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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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의 천자가 군사의 기틀을 파하니 / 至元天子罷兵機
삭설과 염천이 순의 의상에 들어갔네 / 朔雪炎天入舜衣
조물이 사람 놀린 게 한 번 웃을 만해라 / 造物戱人堪一笑
춘풍이 곳곳에서 꽃을 떨구어 날리누나 / 春風處處落花飛
[주D-001]지원(至元) : 원(元)나라 세조(世祖)와 순제(順帝)의 연호이다.
[주D-002]삭설(朔雪)과 …… 들어갔네 : 아주 추운 북쪽 지방이나 아주 더운 남쪽 지방이나 모두가 천자(天子)의 영토(領土)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장가(長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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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곡을 하면 귀신이 시름하고 / 我哭鬼神愁
내가 노래하면 천지가 맑아지네 / 我歌天地淸
전일에는 곡하고 오늘은 노래하여 / 前日哭今日歌
머리 조아려 정성껏 속마음 토로하매 / 叩顙披肝呈寸誠
상제께서 밝은 태양으로 비추어 주시니 / 上帝照之以白日
방촌의 이 마음이 유명을 다 통하누나 / 方寸之地通幽明
이미 처자식은 아끼는 바 아니요 / 旣非關愛賤累
또 이 영명을 탐하지도 아니하고 / 又不是貪榮名
임금 걱정 나라 걱정 노친의 걱정으로 / 憂君憂國憂老親
단단한 이 한마음 하늘을 꿰뚫는다오 / 團團一心貫蒼精
변방 봉수는 밤낮으로 대궐을 비추고 / 邊烽日夜照雙闕
적의 기병 길이 몰아 호경을 침범하니 / 賊騎長驅侵鎬京
수많은 촌락에는 인적이 끊겨 버리고 / 千村萬落煙火空
슬픈 바람 쓸쓸할 제 조수들만 울어 대네 / 悲風蕭蕭鳥獸鳴
격문을 비 내리듯 군국에 내려 돌리매 / 羽書如雨下郡國
서리와 군졸들은 짧은 무기 지참하고 / 胥吏抹額持短兵
관기는 태양 가리어 극성에 드높아라 / 官旗蔽日棘城高
우리 군사와 말은 어찌 그리 쟁쟁한고 / 我士我馬何錚錚
지난날엔 평양성을 수복하고 / 昔收平壤城
오늘은 함종영을 쳐부수어라 / 今斫咸從營
솥 안의 고기처럼 달아날 길 없었건만 / 無由飛出鼎中魚
차마 섬멸 안한 건 살리길 좋아해서라네 / 不忍盡殲緣好生
남양의 높은 의론은 만 균의 보정 같고 / 南陽高議萬鈞鼎
철성의 뛰어난 계책은 천 길 구덩이로다 / 鐵城奇策千丈坑
의기양양한 목랄은 충절을 깊이 품고 / 翩翩木刺抱忠節
범 수염 뽑아 오겠다며 가기를 자청했네 / 去將虎鬚自請行
김후의 날램은 뭇사람이 탄복한 바라 / 金侯精悍衆所服
적의 등 뒤로 달려가 사람을 놀래켰고 / 馳出賊背令人驚
안공과 이공은 용감하여 상대가 없기에 / 安公李公勇無敵
휘하의 기사들 또한 모두 기고 날아서 / 麾下騎士皆飛英
번개 같은 창 솜씨는 나는 새를 떨어뜨리고 / 長槍電掣落雲鳥
잘 드는 칼은 날려 고래를 두 동강 내도다 / 快劍雪飛橫海鯨
한홍은 아픈 몸 이끌고 절제를 관장하여 / 韓弘輿疾秉節制
서릿발 같은 위엄이 고소성을 비추었네 / 霜威尙照姑蘇城
우리 군왕 뛰어난 계책은 태조와 같아서 / 我王英謀似太祖
훌륭한 인재가 많아 문왕은 편하거니와 / 濟濟多士文王寧
창생들 이마에 손 올려 만세를 올리어라 / 蒼生手額上萬歲
좋은 명성 바람을 따라 팔방에 전해지네 / 令聞隨風傳八紘
나는 원하건대 동해 바다를 춘주로 삼고 / 我願東溟作春酒
산과 바다 진미들을 수북이 쌓아 놓고 / 漁獵水陸堆崢嶸
비단 휘장으로 화창한 봄빛 에워싸고서 / 綺羅圍春日舒色
종고 소리 천둥처럼 하늘을 진동할 때 / 鐘鼓轟天雷振聲
술잔 들어 춤추며 제공을 축수하고파라 / 稱觴起舞壽諸公
어떻게 하면 훌륭한 공에 보답이 될런고 / 何以副之瓊瑤瑛
아래로 하인들까지 양고깃국 먹게 하고 / 下及皁隷霑羊羹
그다음엔 송을 지어 원공 기록하고 성덕 나열해서 / 然後作頌紀元功列聖德
조야에 널리 선포하여 태평을 노래하련다 / 播之朝野歌太平
[주D-001]훌륭한 …… 편하거니와 : 이 글은 《시경》 대아(大雅) 문왕(文王)에 나오는데, 즉 문왕의 나라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옴으로 인하여 문왕이 그들을 힘입어 편안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상도 안찰사(慶尙道按察使)로 나가는 안 시랑(安侍郞)을 보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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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추위는 사방 들녘에 가득한데 / 春寒滿四郊
햇볕은 성에 더디도 오르누나 / 日色登城遲
전별 자리를 내 참여치 못했노니 / 餞席我不與
내 게으름은 그대가 아는 바로세 / 我懶君所知
어찌 주머니 속에 돈이 없어서 / 豈無囊底錢
술 한 잔이야 못 마련하랴마는 / 可辦酒一巵
다만 싫은 건 봄이 절반을 넘어서 / 但惡春過半
꽃 핀 가지를 볼 수가 없음일세 / 不見花開枝
서로 알아줄 이는 본디 적거니와 / 相知世固少
더구나 다시 이별을 당했음에랴 / 況復當別離
자신의 지위를 힘써 잘 지켜서 / 勉保所居位
군자의 무시를 받지 말아야만 / 不爲君子欺
후일 우리 서로 다시 대하더라도 / 他時復相對
담소함에 부끄러운 말이 없으리 / 笑語無愧辭
이별시의 면려가 진실로 이러하니 / 贈處諒如此
그대는 의당 내 시를 읽어야 하네 / 君當讀吾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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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일에 봄 경치가 하도 좋으니 / 上巳春光好
경도에 기쁜 기분을 재촉하누나 / 中都喜氣催
사람들은 곡강의 잔치에 취하고 / 人從曲江醉
음악은 태상에서 마련해 오도다 / 樂自太常來
성대한 일은 지금 잇기 어려우나 / 盛事今難繼
높은 재준들 어찌 모시기 쉬우랴 / 高才豈易陪
답청 놀이는 어디서나 할 만하니 / 踏靑隨處是
꼭 당나라 풍습을 만회해야겠네 / 須挽李唐回
[주C-001]상사(上巳) : 음 력 3월의 첫 번째 사일(巳日)을 가리키는데, 옛 풍습에 이날이면 계사(禊祀)를 지내어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떨어 버리고, 곡수연(曲水宴)도 베풀었으며, 사녀(士女)들이 서로 모여 답청(踏靑) 놀이를 즐기기도 했었는데, 특히 당 태종(唐太宗)은 일찍이 이날 곤명지(昆明池)에 행행하여 친히 답청 놀이를 한 적도 있었다.
또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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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잡고 세 번이나 안찰 길을 나서니 / 攬轡三經按察行
산촌이나 해국이 모두 그 이름을 아는데 / 山村海國摠知名
지금은 다시 연전에 비하여 더 좋으니 / 如今更比年前好
출세하여 고향에 가는 영광 때문이라오 / 爲是鄕閭晝錦榮
선생의 정성이야 신명을 통할 만하기에 / 先生精意可通神
제사 대행하여 해마다 사신이 되었었네 / 代祀頻年作使臣
봉력이 면면히 천만년을 잇는 가운데 / 鳳曆綿綿千萬載
원하노니 남은 복을 백성에게 내렸으면 / 願將餘福丐吾民
[주D-001]고삐 …… 나서니 : 후 한(後漢) 때 범방(范滂)이 어지러운 기주(冀州)의 정정(政情)을 안찰(按察)하라는 명을 받고 출발할 적에 수레에 올라 말고삐를 손에 쥐고 개연(慨然)히 천하를 깨끗이 하겠다는 포부를 품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안찰사(按察使)가 되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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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내내 비 온 것이 그 몇 번인고 / 一春知幾雨
두건 벗고 옷이야 젖거나 말거나 / 岸幘從衣濕
농사하게 된 건 절로 기쁘거니와 / 自喜農有事
기필코 제철을 넘기지 말아야지 / 時哉要須及
꽃 사이엔 새로운 물이 나오고 / 花間新水生
버들 밖엔 남은 무지개가 섰네 / 柳外殘虹立
저녁 무렵 날 갠 시를 문득 얻으니 / 忽得晚晴詩
띠 처마에 황혼 빛이 모이누나 / 茅簷瞑痕集
엄광사(嚴光寺)의 원공(圓公)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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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은 삼생을 갈아도 다하지 않거니와 / 風月三生磨不盡
천지간의 만사가 따져 보면 텅 빈 거라네 / 乾坤萬事算來空
어느 때나 벼슬 버리고 공을 찾아가서 / 掛冠何日尋公去
계산의 활동하는 그림 속에서 한 번 웃어 볼꼬 / 一笑溪山活畫中
충정(衷情)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주D-001]삼생(三生) : 불교 용어로, 즉 전생(前生)ㆍ금생(今生)ㆍ내생(來生)을 이른 말이다.
밀성(密城)의 이 동년(李同年)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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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구름 봄의 숲이 몹시도 그리워라 / 暮雲春樹費懷思
강산에 두건 벗고 홀로 섰는 때이로세 / 岸幘江山獨立時
내 올가을엔 군수로 부임하려 하노니 / 乞郡來秋吾欲去
청향과 화극 아래 함께 시를 논하세나 / 淸香畫戟共論詩
[주D-001]저문 …… 그리워라 : 두 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날의 숲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언제나 한 동이 술로 서로 만나서, 거듭 함께 글을 자세히 논해 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 한 데서 온 말로, 멀리 있는 다정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2]내 …… 논하세나 : 위응물(韋應物)의 〈우중(雨中)에 군재(郡齋)에서 여러 문사(文士)들과 모여 연회(宴會)를 열다.〉는 시에, “호위병들은 화려한 창이 삼엄하고, 연침엔 맑은 향이 어리었도다.[兵衛森畫戟 宴寢凝淸香]”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산수도(山水圖)에 제(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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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흰 망아지 꽁꽁 잡아매여서 / 我生縶白駒
진작에 이미 청산을 잊어버리고 / 久已忘靑山
조석으로 추주(趨走)하고 숙직하느라 / 朝趨與夕直
정말 한가한 날이 하루도 없었네 / 苦乏一日閑
갑자기 두 눈이 환해짐에 놀라라 / 忽驚雙眼明
비 온 산기슭 갠 물굽이 서로 연해 / 雨麓連晴灣
엷은 연기는 마을 멀리 일어나고 / 淡煙小村逈
지는 해엔 나는 구름이 돌아오네 / 落日飛雲還
깊은 숲은 뜻이 한량없는 듯 / 深林意無極
늙은 나무는 형세가 완둔한 듯 / 老木勢若頑
까마득한 산야를 완전히 삼키어 / 平呑渺莽外
참담히 혼돈 사이로 끼어들었네 / 慘入鴻濛間
서생이 억지로 묘사를 하다 보니 / 書生強模寫
두 귀 밑에 시 얼룩이 생기누나 / 兩鬢生詩班
다행스레 세속의 누는 끊었기에 / 幸哉絶俗累
산을 대해도 부끄러움은 없으니 / 對山無愧顔
후일 이 그림을 화보에 올릴 때엔 / 他年譜此畫
나의 시를 깎아 버리지 말아 다오 / 莫把吾詩刪
[주D-001]나는 …… 잡아매여서 : 벼슬길에 붙잡혀 있음을 뜻한다. 자세한 내용은 《시경》 소아 백구(白駒)에 나타나 있다.
[주D-002]두 …… 생기누나 : 시(詩)를 짓느라 많은 고심(苦心)을 함으로 인하여 귀밑털이 희어지는 것을 이른 말이다.
우연히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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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 때엔 움츠러들기만 했는데 / 亂時信局縮
난리 뒤엔 슬픈 감정이 많구나 / 亂後多傷悲
인정은 본디 즐거움이 적거니와 / 人情少懽樂
사물의 뜻은 좋고 나쁜 게 없다네 / 物意無姸媸
하 고운 복사꽃 오얏꽃 나무는 / 灼灼桃李樹
지난해의 가지에서 꽃이 또 피어 / 花開去年枝
화려하게 사람 얼굴 비추는데 / 依依照人面
봄바람은 때때로 불어 주누나 / 春風時來吹
어찌 알랴 꽃 아래 앉은 사람이 / 豈知花下人
술잔 멈추고 생각에 젖어 드는 걸 / 停杯有所思
전쟁은 절로 났다 그쳤다 하고 / 干戈自起滅
강하는 절로 추이 변동하나니 / 江河自推移
보아 가며 우선 실컷 마시자꾸나 / 相看且痛飮
천명을 믿어야지 무얼 의심하랴 / 信命復奚疑
동년(同年) 사공백단(司空伯亶)이 이영철(李永哲)을 보내면서 지은 시를 읽고 따라서 차운하여 이생(李生)을 면려하다. 백단의 이름은 실(實)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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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배우면 천명을 알아야 하고 / 學道須知命
글을 보는 덴 공을 쌓아야 한다 / 看書要積功
고관대작은 내 영달이 아니거니 / 軒裳非我達
가난한 게 어찌 내 곤궁이 될쏜가 / 蓬篳豈吾窮
세사는 양장판처럼 험난하거니와 / 世事羊腸路
인심은 나에게 마이동풍 같다네 / 人心馬耳風
왕량이 만일 속여서 만나 줬다면 / 王良如詭遇
누가 양공으로 허여하려 했으랴 / 誰肯許良工
[주D-001]왕량(王良)이 …… 했으랴 : 왕 량은 옛날 말을 잘 몰았던 사람이다. 왕량이 일찍이 조 간자(趙簡子)의 행신(幸臣) 해(奚)를 태우고 말을 법대로 몰자, 해가 온종일 짐승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는 왕량을 일러 천하의 천공(賤工)이라고 했다가, 그 후에 왕량이 다시 해를 태우고 고의로 말 모는 법도를 지키지 않고 짐승을 속여서 만나게 해 주자, 해가 하루아침에 짐승을 열 마리나 잡고는 왕량을 일러 천하의 양공(良工)이라 하고, 왕량을 자기 어자(御者)로 삼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조간자가 왕량에게 해의 어자가 되어 달라고 말하자, 왕량이 듣지 않고 거절하여 말하기를, “내가 법대로 몰면 온종일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속여서 만나게 해 주면 하루아침에 열 마리를 잡으니, 나는 그런 소인(小人)과는 수레를 함께 탈 수 없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孟子滕文公下》
이생(李生)이 백단(伯亶)의 시를 외는 것을 듣고 흔연히 차운하여 짓다. 7수(七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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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단은 산수를 유독 사랑하니 / 伯亶愛山水
어슴푸레 전생의 인연을 알겠네 / 怳然知夙因
길이 불경을 몸에 휴대하고서 / 長携貝葉書
조계의 이웃이 되려고 하니 / 欲卜曹溪隣
참으로 오래된 밝은 거울에 / 端如古明鏡
천년의 먼지 닦아냄과 같아라 / 刮剔千年塵
시 좋아한 버릇은 변함이 없어 / 詩癖砭不去
시구를 내놓으면 다 청신하구려 / 吐句皆淸新
괴이케도 나는 속세와 밀착되어 / 怪我膠世漆
도연명의 두건을 쓰지 못하는데 / 不頂淵明巾
그대 인해 고상한 흥취 일어나니 / 因君起遠興
노악에 사람 있음을 알겠네그려 / 盧岳知有人
이상은 ‘영흥사에 노닐며[遊永興寺]’에 차운한 것인데, 이생(李生)이 백단은 불서(佛書)를 배운다고 말했고, 또 주지(住持) 일호 선사(日瑚禪師)의 어짊을 언급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신세는 빈궁한 집 한 칸이 있고 / 身世家四壁
세월 속엔 읊은 시가 백 편인데 / 光陰詩百篇
그윽한 길엔 봄풀이 어우러지고 / 逕幽春草合
엷은 창 앞엔 들 구름이 연하였네 / 窓淺野雲連
문 앞에 찾아오는 속객 없으니 / 扣門無俗客
정히 땅 위의 나는 신선이로다 / 行地定飛仙
묻노니 연래의 흥취는 / 借問年來興
저 맹호연과 서로 어떠한고 / 如何孟浩然
새로 지은 서재엔 일마다 청신하리 / 新搆茅齋事事淸
고상한 시 들어 보니 내 뜻에 꼭 맞구려 / 忽聞高詠愜幽情
도성서 조석으로 헤매는 게 아직 놀라워 / 尙驚輦下迷朝暮
홀로 창문 바라보며 세월을 보내노라니 / 獨向窓間閱晦明
광야에 날린 구름은 그림자를 보내오고 / 曠野片雲風送影
작은 시냇물 위엔 빗소리를 더하는구나 / 小溪流水雨添聲
조복 벗고 어느 날에나 참다운 은자 찾아서 / 抽簪何日尋眞隱
사방의 푸른 하늘과 우리 서로 친해 볼꼬 / 四面空靑共目成
이상은 ‘새로 지은 서재를 읊은 시 두 수[新構書齋二首]’에 차운한 것이다.
구름은 산속 길을 어둡게 하고 / 雲暗山中路
물결은 바닷가 성을 밝게 하누나 / 波明海上城
비록 백 리나 멀다고는 하지만 / 雖然百里遠
절로 십분 청명한 곳이로다 / 自是十分淸
부서진 집에 사람 소리는 적은데 / 破屋少人語
텅 빈 숲에 새소리는 떠들썩하네 / 空林多鳥聲
저녁 무렵 정경이 또한 쾌적하니 / 晚來情更適
덧없는 인생이란 걸 못 믿겠구려 / 不信是浮生
이상은 ‘홍주에서 노닐고 돌아오는 도중 구촌에 이르러 저녁에 묵으며[游洪州回至鳩村晚宿]’에 차운한 것이다.
자곡의 연기와 놀은 뒷재에 아득하고 / 子谷煙霞迷後嶺
오촌의 비바람은 앞산에 어둑하여라 / 烏村風雨暗前山
그대는 이름 날리는 사람 비웃질 마소 / 請君莫笑馳名者
온종일 시 읊느라 한가롭지 못하다네 / 盡日吟詩也不閑
이상은 ‘신거 즉사(新居卽事)’의 시에 차운한 것이다.
눈 오는 밤 글 읽는 등불은 달빛 같고요 / 雪夜讀書燈似月
봄바람에 글씨를 쓰면 먹물결이 일겠지 / 春風洒翰硯生波
글 읽고 시부 짓는 건 모두 득될 것 없네 / 明經作賦俱無益
문전에서 봉덕 노래한 소리나 들어 보게 / 聽取門前鳳德歌
이상은 ‘제생에게 주다[贈諸生]’에 차운한 것이다.
천지를 몽땅 감싸라 넓기는 한량없는데 / 勢包天地浩難窮
실바람 또한 솔솔 불어 가고 불어오누나 / 吹去吹來有細風
산보하며 노래할 땐 옷 주름이 희어지고 / 散步高吟衣皺白
술 마시며 읊을 땐 휘장 안이 발갛도다 / 淺斟低唱帳圍紅
성긴 숲은 어찌 외로운 새를 보호할쏜가 / 林疎豈護孤棲鳥
구름 속엔 응당 기러기의 길이 희미하리 / 雲暗應迷萬里鴻
거문고 소리 듣고 기문 짓기에 합당한데 / 只合聽琴仍作記
구천의 남풍을 어떻게 불러올 수 있겠나 / 九泉那得喚南豐
이상은 ‘눈을 읊다[詠雪]’에 차운한 것이다.
객지의 어려움 속에 머리 긁으며 읊노니 / 客裏艱辛搔首吟
인간의 고초는 친한 벗과의 이별이로세 / 人間苦楚同心別
멀리 알건대 홍산 마을서 서로 헤어질 젠 / 遙知相送鴻山村
천 가지 버들에 백 마디 시름이 맺혔으리 / 垂柳千條愁百結
이상은 ‘정생(鄭生)이 이생(李生)을 보낸 시’에 차운한 것이다.
[주D-001]노악(盧岳) : 진(晉)나라 때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거주했던 여산(廬山)의 별칭인 여악(廬岳)의 착오인 듯하다.
[주D-002]문전(門前)에서 …… 소리 : 세 상이 무도함을 한탄한 말이다. 춘추 시대 초(楚)나라의 은자(隱者)인 접여(接輿)가 무도한 세상에서 은거하지 못하는 공자(孔子)를 비난하는 뜻에서, 공자의 문 앞을 지나면서 노래하기를,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찌 그리도 덕이 쇠했느뇨.[鳳兮鳳兮 何德之衰]”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微子》
[주D-003]남풍(南豐) : 남풍은 송(宋)나라의 문인(文人) 증공(曾鞏)의 별호인데, 증공이 특히 기문(記文)이나 서문(序文) 등을 잘 지었으므로 이른 말인 듯하다.
백단이 이생을 면려한 시운을 사용하여 스스로 책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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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칙 출납의 지위에 재직하면서도 / 跡托絲綸地
조그마한 공도 이루질 못하였네 / 身無尺寸功
글 읽은 것은 장차 어디에 쓰랴 / 讀書將底用
녹을 탐한 건 곤궁을 싫어함일세 / 貪祿爲嫌窮
노 없는 배를 믿을 수가 있으랴 / 可恃舟無楫
본래부터 바다엔 파도가 있는 걸 / 由來海有風
크고 작은 모든 관직을 둔 것은 / 設官無大小
다 천공을 대신하기 위함이라오 / 摠是代天工
국화를 심다.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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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심어 나의 청결함 더하매 / 種菊添我淸
천공이 도리어 나를 시기해서 / 天工却娟嫉
비 그치어 바람으로 흔들어 대고 / 罷雨動以風
구름 거두어 햇볕으로 쬐어 대니 / 收雲炙以日
스스로 못 버티고 흔들거려라 / 搖搖不自持
토맥이 아직 조밀하지 못함일세 / 土脈方未密
원컨대 저녁 내내 흐리게 하여 / 願借終夕陰
국화의 생기가 넘치게 해줬으면 / 令渠生意溢
국화 심어 내 깊은 정취 더하니 / 種菊添我幽
문창이 갑자기 깨끗하고 고와라 / 軒戶俄淸姸
긴 줄기는 찬 옥을 깎아 놓은 듯 / 長莖削寒玉
연한 잎은 푸른 연기가 어린 듯 / 嫩葉凝靑煙
이미 갰다 또 비가 오려고 하니 / 旣晴又欲雨
네 본성 상할까는 걱정 없구나 / 不憂傷爾天
천공이 어찌 나에게 사정을 두랴 / 天工豈私我
만물의 생장은 각각 자연이라네 / 物生各自然
국화 심어 내 뛰어난 정 더함은 / 種菊添我逸
추운 겨울을 깊이 기약함이라오 / 深期在歲暮
서리는 맑고 아름다운 빛 밝아라 / 霜淸秀色明
막걸리와 서로 잘도 어울리누나 / 白酒相媚嫵
모자 떨군 건 절로 풍류였지만 / 落帽自風流
유연의 정취는 그 누가 알런고 / 誰會悠然趣
도연명은 천년의 인물이라서 / 淵明千載人
찾아가려도 길을 몰라 염려로세 / 欲訪恐迷路
[주D-001]모자 …… 풍류였지만 : 진(晉)나라 맹가(孟嘉)가 중양일(重陽日)에 용산(龍山)의 연회(宴會)에 참석하여 국화주(菊花酒)를 마시고 놀면서 자기 모자가 바람에 날려 떨어진 것도 모른 채 풍류를 발휘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유연(悠然)의 정취 : 도잠(陶潛)의 〈음주(飮酒)〉 시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悠然見南山]” 한 데서 온 말이다.
나의 친구 이자용(李子庸)이 자기가 쓴 화엄신략(華嚴神略)을 나에게 보내 주고 또 송지(誦持)하기를 권했으므로, 시를 지어 희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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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으니 부처의 학문은 / 吾聞瞿曇學
망녕됨도 진실도 없다던데 / 無妄亦無眞
당시에 베푼 화엄회는 / 當時華嚴會
천고에 아직도 새롭구려 / 千古猶如新
보좌의 높이는 수 척이나 되고 / 寶座高幾尺
뇌고 소리는 천인을 놀래킬 제 / 雷鼓驚天人
신중들은 사면에 죽 둘러서서 / 神衆立四面
두 손 모아 청진을 흠모하네 / 束手歆淸塵
색상은 비록 각각 다르나 / 色相雖各異
여래의 몸엔 감손됨이 없었고 / 不減如來身
구석에 높이 앉아 있는 까닭에 / 所以冠九席
밖에서 볼 땐 군신 사이 같았네 / 外視如君臣
어이하여 이렇게 한단 말인가 / 云何如是哉
똑같이 순선한 성을 타고났음일세 / 同得一性醇
그대는 보았나 맹자의 말에는 / 君看孟子言
순 임금과 나를 항상 대칭하였네 / 舜予常對陳
이 마음만 물욕에 안 거리끼면 / 此心不累物
성현도 별다른 사람이 아니거니 / 聖賢非異倫
사람이 스스로 마음을 다해야지 / 人惟自盡耳
화복의 설은 정성스러울 뿐이라네 / 禍福徒諄諄
물욕이 저 광대한 바다와 같아서 / 情欲浩如海
온 세상이 다 빠져버린 이때에 / 擧世皆沈淪
내 한창 고요히 일념을 가지노니 / 我方靜一念
그대 또한 스스로 진중해야 하네 / 君亦宜自珍
[주D-001]화엄회(華嚴會) : 《화엄경(華嚴經)》을 강찬(講讚)하는 법회(法會)를 가리킨다.
[주D-002]순(舜) 임금과 …… 대칭하였네 : 맹 자(孟子)가 안자(顔子)의 말을 인용하여 이르기를, “순 임금은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려고 노력하면 또한 그와 같이 될 수 있다.” 한 말과, 또 이르기를, “순 임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순 임금은 천하에 법이 되어 후세에 전할 만하거늘, 나는 아직도 향인을 면치 못하니, 이것이 걱정스럽다. 걱정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고? 순 임금처럼 되기만 하면 그만이다.” 한 말 등을 가리킨다. 《孟子 滕文公上, 離婁下》
단오일(端午日)에 옛 편지를 펼쳐 보다가 최 원외랑(崔員外郞)의 조그마한 간찰(柬札)을 보고 느낌이 있어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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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 뜻은 어찌 험난과 평탄함 가렸으랴 / 壯志寧容擇險夷
문필을 가지고 당시를 진동하려 했었네 / 欲將文翰動當時
오늘날 구천에서 응당 슬피 탄식할 텐데 / 九泉今日應惆悵
자네에게 각서를 쪄 줄 사람도 없네그려 / 角黍無人爲子炊
[주D-001]각서(角黍) : 일명 주악이라고도 하는 떡 이름인데, 옛 풍속에 단오일(端午日)이면 이 떡을 해 먹었다고 한다.
유거(幽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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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벽한 곳 그윽한 삶이 참 좋아라 / 最愛幽居僻
임천에 흥취가 절로 넘치누나 / 林泉興有餘
문을 나가면 산이 말을 옹호하고 / 出門山擁馬
집에 들면 술에 거품이 둥둥 뜨네 / 入室酒浮蛆
고요한 정원은 산책하기 그만이요 / 園靜宜扶策
밝은 창 앞은 글 읽기도 유쾌하지 / 窓明快讀書
도연한 게 바로 참다운 은일인데 / 陶然是眞隱
왜 굳이 귀여를 읊는단 말인가 / 何必賦歸歟
[주D-001]도연(陶然) : 술에 취하여 즐거움을 형용한 말로, 도잠(陶潛)의 〈시운(時運)〉 시에, “이 한 잔 둘러 마시고, 도연히 스스로 즐긴다네.[揮玆一觴 陶然自樂]”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귀여(歸歟)를 읊는단 말인가 : 공자(孔子)가 진(陳)에 있을 때에 이르기를, “돌아가야겠다, 돌아가야겠다.[歸歟歸歟]” 한 데서 온 말인데, 전하여 벼슬을 버리고 향리(鄕里)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論語 公冶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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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松林)에 노닐면서 6수(六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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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에 올라 나의 말 세우고 / 上嶺駐我馬
멀리 바라보니 신기가 펴이누나 / 望遠神氣舒
하늘땅이 높고 낮게 나뉜 가운데 / 兩儀判高下
하염없이 천지를 기대섰노라니 / 悠然撫堪輿
우뚝 솟은 하늘가의 산들은 / 超超天際山
높고 낮게 꼬불꼬불 연이었는데 / 起伏勢紆餘
옛날 놀던 곳이 두 눈에 들어와 / 舊游入雙睇
역력하기 그 처음과 똑같구나 / 曆曆如當初
흰 구름이 어찌 나를 속일쏜가 / 白雲豈欺我
갑자기 푸른 하늘을 날아가네 / 歘去翔大虛
고개를 내려오매 뜻이 불안하여 / 下嶺意跼蹐
조용히 얼굴 숙이고 가노라니 / 悄然低我顔
산은 줄어서 땅이 처음 좁아지고 / 山束地始窄
길은 깊은데 돌 또한 모질어라 / 路幽石且頑
소나무는 절벽 가에 거꾸러졌고 / 松倒巖崖側
샘물은 숲 사이로 졸졸 흐르네 / 泉鳴叢薄間
조용히 읊으매 경치는 생동하고 / 微吟物色動
잠깐 섰노니 심신은 한가롭구나 / 小立神心閑
그윽한 회포 홀로 가기 알맞으니 / 幽懷愜獨往
흥취가 다하거든 내 돌아가련다 / 興盡吾當還
전장(田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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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부질없이 비범한 뜻만 지니고서 / 謾負平生志不凡
지금 진토에 조복을 더럽히고 있다가 / 祗今塵土汚朝衫
단사의 방술 옛 처방은 시험하지 못하고 / 古方未試丹砂術
자루 긴 쟁기 보습만 새로 휴대하였네 / 長柄新携白木鑱
풀빛은 연기를 띠어 아득히 푸르르고 / 草色帶煙靑漠漠
섬세한 벼 싹은 파랗게 물 밖으로 나왔네 / 稻苗針水綠纖纖
이 사이에 유거의 흥취가 절로 넉넉하니 / 此間自足幽居興
유쾌하기가 거센 바람에 돛을 단 듯하구려 / 快似長風直掛帆
농부들이 한창 농사를 하는 데다 / 農夫方有事
속진까지 멀어서 더욱 기쁘구나 / 更喜絶塵紛
밭두둑에 푸른 곡식 어우러지면 / 畦塍靑將合
방죽 물은 푸르름이 나뉘어지리 / 陂塘綠見分
가까운 산에 비가 자주 묻어오니 / 近山頻得雨
많은 곡식이 구름같이 쌓이겠네 / 多稼自如雲
집 짓고 돌아와 늙으려 하는데 / 卜築將歸老
모두들 다정히도 나를 부르누나 / 相招意甚勤
도중(途中)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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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가 우연히 기회 잃음은 한하지 않고 / 不恨幽人偶失期
홀로 노니는 심사가 더욱 맑고 신기나네 / 獨遊心事更淸奇
세상 인정은 아득하여 상관이 없거니와 / 世情渺渺無相涉
진진한 시골 흥취는 나 혼자만 알고말고 / 野興悠悠祗自知
몇 줄의 푸른 버들은 멀리 물 밖에 섰고 / 碧柳幾行流水遠
만 겹의 푸른 산엔 저녁 해가 더디어라 / 靑山萬疊夕陽遲
이런 경치는 왕마힐이 가장 잘 그리거니 / 此間好着王摩詰
절반은 그림 같고 절반은 시와도 같구려 / 半似丹靑半似詩
고상한 놀이는 세인이 알길 허락지 않노니 / 淸遊不許世人知
맑은 물 푸른 숲이 간 곳마다 뛰어나네 / 白水靑林到處奇
석양에 소나무 밑 돌에 잠깐 쉬어 앉아서 / 小憩夕陽松下石
한 병 술을 다 마시며 홀로 시를 쓰노라 / 一壺傾盡獨題詩
[주D-001]왕마힐(王摩詰)이 …… 같구려 : 왕 마힐은 성당(盛唐) 시대의 시인 왕유(王維)를 가리키는데, 마힐은 그의 자이다. 소식(蘇軾)이 왕유의 남전연우도(籃田煙雨圖)에 쓴 글에, “마힐의 시를 음미해 보면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마힐의 그림을 관찰해 보면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원중(園中)의 소나무를 읊은 권 낭중(權郞中) 주(鑄) 의 시에 차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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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귀에 붓 꽂고 대궐에 시립했다가 / 先生簪筆立丹墀
퇴청하여 읊을 적엔 너와 있길 기약했네 / 退食高吟與爾期
이불 덮은 한밤중엔 바람 밖의 소리요 / 夜半擁衾風外響
비 뒤의 산책 길은 시냇가의 자태로다 / 雨餘扶杖澗邊姿
흐르는 세월이야 누가 능히 그릴꼬마는 / 星霜荏苒誰能畫
아득한 천지 만물은 내가 시로 읊는다오 / 天地蒼茫我有詩
눈 속에 산 아래 길 찾던 일 기억나는데 / 踏雪憶尋山下路
저문 구름 천 그루 솔을 예다 옮겨 놨구려 / 晚雲千樹忽移斯
염 낭중(廉郞中) 국보(國寶) 의 시권(詩卷)에 차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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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를 지금 그 누가 겨룰 자 있으리요 / 門戶如今孰並雄
재상의 가문이라 맑은 풍도가 있네그려 / 家傳黃閤有淸風
낭군은 회계판(回溪阪)의 날개를 탄식하지 마소 / 郞君莫嘆回溪翅
붕새가 삼천 리 치고 나갈 길이 열리리 / 鵬擊三千道路通
일이 지나면 한 시대 영웅을 누가 알랴 / 事過誰知一代雄
적막한 서책 속에 고인의 풍도가 있다오 / 寂寥黃卷古人風
가는 구름 흐르는 물에 무궁한 뜻 있어라 / 行雲流水無窮意
천지간에 우뚝 서니 팔면이 다 통하네 / 獨立乾坤八面通
[주D-001]회계판(回溪阪)의 날개 : 회 계판은 곧 효산(崤山)의 비탈을 가리키는데, 후한(後漢)의 명장(名將) 풍이(馮異)가 일찍이 회계판에서 적미병(赤眉兵)과 싸워 패했다가 뒤에 다시 민지(澠池)에서 싸워 적미병을 크게 격파하자, 광무제(光武帝)가 풍이에게 칙서(勅書)를 내려 위로하기를, “처음에는 비록 회계판에서 날개를 드리웠으나, 끝내는 민지에서 날개를 떨치었다.”고 한 데서 온 말로, 회계판의 날개란 곧 한 번의 실패를 의미한 말이다.
[주D-002]붕새가 …… 길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갈 때에는 물결을 치는 것이 3천 리나 되고,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나 올라가 6개월을 가서야 쉰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원대한 포부를 의미한다.
정 청풍(鄭淸風)과 함께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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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오면 흔히 저녁까지 있고 / 午來多至夕
새벽부터 앉아 석양 된 걸 잊기도 / 晨坐輒忘晡
산은 그대 눈을 반갑게 하거니와 / 山可靑君眼
시는 응당 내 귀밑을 희게 한다네 / 詩應白我鬢
함께 읊을 땐 절로 유쾌하다마다 / 吟哦聊自快
산을 오를 땐 서로 부축도 한다오 / 登陟亦相扶
이 흥미를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 興味誰能識
옆 사람은 바보라고 욕을 한다네 / 傍人誚大愚
상종한 이는 속된 선비가 없고요 / 相從無俗士
가는 곳은 바로 시인의 집이로다 / 所適是詩家
산의 흥취는 가면서 비를 따르고 / 山興行隨雨
시내서 읊을 땐 모래에 시를 쓰네 / 溪吟坐畫沙
한번 한가함도 하늘이 내린 건데 / 一閑天所賦
오만 일을 내가 어찌 탄식하리오 / 萬事我何嗟
작약꽃이 높은 흥취 끌어내어라 / 芍藥引高興
봄바람이 이슬방울에 어렸네그려 / 春風凝露華
날뛰는 건 철없는 애의 재롱이요 / 騰踔癡兒黠
불운함은 장사의 슬픈 일이로다 / 蹉跎壯士悲
종이 연은 풍세를 얻어서 날고요 / 紙鳶風得勢
석연은 비 온 때를 타서 난다네 / 石燕雨乘時
술 대하니 그대는 주부(酒賦)를 지을 게고 / 對酒君能賦
전원에 갈 나는 귀거래사나 읊으련다 / 歸田我有辭
아직도 웅대한 이 마음 인연하여 / 尙緣心磊落
다시 회포 푸는 시를 짓는구나 / 更作遣懷詩
가장 좋아한 게 유거의 낙이거니와 / 最喜幽居樂
언제 이 늙은이 저버린 적 있었나 / 何曾負此翁
문은 꼭 닫아서 속객을 거절하고 / 關門麾俗客
글자는 해석하여 아이를 가르치네 / 訓字敎頑童
비는 텅 빈 뜨락의 풀을 적시고 / 雨浥空庭草
연기는 산기슭 단풍에 흐릿하여라 / 煙迷斷麓楓
시 짓고 다시 소리 높여 읊조리니 / 詩成更高詠
자못 신공이 들었음을 깨닫겠구려 / 頗覺有神功
[주D-001]석연(石燕) : 마치 제비처럼 생긴 돌을 이른다. 영릉산(零陵山)에는 크고 작은 석연이 있는데, 풍우(風雨)를 만나면 곧장 날아올랐다가, 풍우가 그치면 다시 돌로 변화한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개구리가 밤에 울다. 정 청풍의 운에 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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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밤에 울어 / 蛙夜鳴
세상 걱정하는 내 마음 흔들어라 / 動我憂世情
희미한 등불은 어두웠다 밝았다 하는데 / 靑燈依依翳復明
불평스런 이 마음은 언제나 평온해질꼬 / 輪囷肝膽何時平
사방 벽의 개구리 소리가 빗소리와 연했기에 / 四壁蛙聲連雨聲
소리 높이 읊다가 우연히 명와행을 얻었네 / 高吟偶得鳴蛙行
범은 울어 바람 일고 고래는 바다 가로질러라 / 虓虎風生鯨海橫
궁중의 성인을 나는 앉으나 서나 사모하여 / 宮中聖人吾牆羹
밝은 태양만 향하는 해바라기 마음 같거늘 / 白日照耀葵心傾
어찌 호구책 때문에 문필을 팔려고 하랴 / 肯緣糊口筆爲耕
큰 사업 이룩해 남들을 놀래키고 싶다오 / 事業直欲令人驚
나를 속이고 모함한 건 모두가 붓대이니 / 紿我陷我皆管城
문단의 해박한 문장 종영을 찾아야겠네 / 彫龍文苑尋鍾嶸
악독에 요기 어려라 누린내가 묻혀 있는데 / 妖氛岳瀆埋羶腥
신룡은 졸기만 하니 천둥을 누가 채찍질할꼬 / 神龍正睡誰鞭霆
큰 칼 옆에 차고 웃어서 갓끈 끊어져라 / 劍倚靑天笑絶纓
글 읽어 성명이나 쓰는 내가 가소롭구려 / 笑我讀書記姓名
장하다 용감한 기병 밤에 적진 기습함이여 / 壯哉鐵騎夜斫營
유쾌히 죽고 말지 왜 구차히 목숨 탐하랴 / 快意快死何偸生
그대는 못 보았나 남편 자식 다 죽고 고아 독신만 남은 걸 / 君不見夫征兒戍留孤惸
훤초는 꽃피지 않고 자형도 말라 죽누나 / 諼草不花枯紫荊
어느 때나 천지가 다시 태평하게 되어서 / 何時天地得再淸
두 귀로 다시는 전쟁 얘기를 안 들을런고 / 兩耳不復聞談兵
[주D-001]종영(鍾嶸) : 양(梁)나라 때의 문장가인데, 그는 특히 《시품(詩品)》을 저술하여 한위(漢魏) 이후 시인 130인의 우열(優劣)을 논평해서 상(上)ㆍ중(中)ㆍ하(下) 삼품(三品)으로 정했다고 한다.
[주D-002]웃어서 갓끈 끊어져라 : 너 무 가당치 않은 일에 대하여 조롱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시대 제 위왕(齊威王) 때 초(楚)나라가 대군(大軍)을 징발하여 제나라를 공격하자, 제 위왕이 순우곤(淳于髠)으로 하여금 금(金) 100근(斤), 거마(車馬) 10사(駟)를 가지고 조(趙)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청하게 하므로, 순우곤이 너무 적은 예물(禮物)로 큰 혜택을 청하는 것을 가소롭게 여겨, 하늘을 쳐다보고 크게 웃으니, 갓끈이 몽땅 끊어졌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훤초(諼草)는 …… 죽누나 : 훤초는 모친(母親)을 가리키고, 자형은 형제(兄弟)를 가리킨 것으로, 모든 사람들의 자식 잃고 형제 잃은 슬픔을 의미한 말이다.
흥취를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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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창려를 향해 궁귀(窮鬼) 쫓는 걸 배우랴 / 肯向昌黎學送窮
지금 천작이 태학에서 가장 으뜸인 걸 / 祗今天爵冠儒宮
개구리 우는 방초엔 가랑비 실실 내리고 / 蛙鳴芳草絲絲雨
제비가 차 날린 꽃엔 바람 솔솔 부누나 / 燕蹴飛花細細風
쓸쓸히 읊는 이는 모두 강직한 인물인데 / 寂寞沈吟多骯髒
수다히 땅 점령한 자는 영웅이 몇이던고 / 紛紜割據幾英雄
노신 초사한 이들은 다 황천객 되었으니 / 勞身焦思皆黃壤
장차 팔선의 놀고 마시는 데에 참여하리 / 且與八仙游飮中
[주D-001]창려(昌黎)를 …… 배우랴 : 창 려는 창려백(昌黎伯)에 봉해진 한유(韓愈)를 가리키는데, 한유가 일찍이 항상 자신에게 붙어다니면서 곤궁케 하는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 등 다섯 궁귀(窮鬼)를 쫓아 버리겠다는 뜻으로 송궁문(送窮文)을 지은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천작(天爵) : 천연적인 작위(爵位)란 뜻으로, 세인(世人)들로부터 자연히 존경을 받게 되는, 즉 몸에 지닌 인의 충신(仁義忠信) 등의 도덕을 이른 말이다.
[주D-003]팔선(八仙) : 두 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의하면, 당 현종(唐玄宗) 시대의 팔인(八人)의 주호(酒豪)로, 소진(蘇晉), 하지장(賀知章), 이적지(李適之), 이진(李璡), 최종지(崔宗之), 장욱(張旭), 초수(焦遂), 이백(李白) 등이다.
옛일을 회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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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은 아직도 죽지 않아서 / 古人猶不死
천재에 그 풍류를 상상케 하네 / 千載想風流
일이 지나면 더욱 명백하거니와 / 事過尤明白
마음이 같은데 어찌 서로 어긋나랴 / 心同豈謬悠
빗소리는 깊은 골목의 밤이요 / 雨聲深巷夜
등불 빛은 작은 창 가을이로다 / 燈影小窓秋
마음속에 잊지 못한 무궁한 뜻은 / 耿耿無窮意
후일에 다만 스스로 찾아야겠네 / 他年祗自求
절구(絶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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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의 서늘함은 뼈에서 나오고 / 雨氣涼生骨
샘 소리 시원함은 창자에 드누나 / 泉聲爽入肝
하늘의 마음씀이 워낙 주도하니 / 天公用意甚
만사가 서로 침범하지 않는구려 / 萬事不相干
하야음(夏夜吟). 정 청풍(鄭淸風)의 운에 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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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나를 후히 돌보아서 / 天公眷我厚
한 가지 기이한 일 끼쳐 줬으니 / 遺之一段奇
맑은 바람이며 밝은 달과는 / 淸風與明月
언제나 서로 떨어진 적 있었나 / 相逐何曾離
명아주 지팡이는 달빛 아래 세우고 / 枯藜對月植
짧은 베옷은 바람 앞에 펼치어라 / 短褐臨風披
바람은 솔솔 술자리에 불어오고 / 飄颻散酒席
밝은 달빛은 서재 휘장에 스며드네 / 晃朗來書帷
하늘땅이 고요하기 물과 같으니 / 乾坤寂如水
나의 흥취 바야흐로 진진하여라 / 我興方逶迤
산은 깊어 용사의 굴이 널려 있고 / 山深龍蛇窟
바다는 넓어 산호 가지가 즐비하네 / 海闊珊瑚枝
그런데 동녘에서 전쟁이 일어나 / 扶桑照烽火
갑자기 또 내 마음을 괴롭히누나 / 忽復勞我思
지난해에 흘린 피도 못 다 씻었는데 / 未洗去年血
또 올해의 상처를 보게 되었구려 / 又見今年痍
창생이 또한 무슨 죄가 있으리요 / 蒼生亦何罪
이것은 인사요 천시가 아니로다 / 人事非天時
칼 어루만지며 길이 탄식하다가 / 撫劍發長嘆
또한 다시 껄껄 웃기도 하노라 / 亦復笑脫頤
울타리 안에는 늙은 학이 있으니 / 樊中有老鶴
본디 만리를 나는 재능이 있다네 / 自是萬里姿
하우행(夏雨行). 청풍(淸風)과 함께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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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통과 지원의 성스러운 천자께서는 / 中統至元聖天子
천하에 곡식을 물불처럼 흔하게 하시니 / 四海菽粟如火水
귀가 있어도 춥다고 호소한 걸 못 들었고 / 有耳不聞寒且呼
모두가 배불러 죽겠다는 걱정뿐이었는데 / 有腹皆愁飽欲死
요즘엔 황제의 정사에 나쁜 징조가 많아 / 邇來王省多咎徵
황건적을 불러들여 신시와 싸우게 하누나 / 招得黃巾鬪新市
그래도 우리 님의 일념이 하늘에 통하여 / 吾君一念上通天
해마다 좋은 비가 제철 알고 내리네그려 / 年年好雨知時至
[주D-001]중통(中統)과 지원(至元) : 두 가지가 다 원 세조(元世祖)의 연호이다.
우중(雨中)에 정 청풍과 함께 회포를 서술하다.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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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벼슬하던 일 꿈속만 같아라 / 遠游如夢寐
조용히 앉아 조석에만 일을 보았네 / 淸坐聽朝晡
이미 달팽이 뿔에 사는 신세이지만 / 已分棲蝸角
그래도 범의 수염 뽑은 게 놀라워라 / 猶驚捋虎鬚
비 오는 밤 와상엔 손과 함께 앉고 / 雨床邀客坐
진흙 길엔 사람 시켜 붙들게 하네 / 泥巷倩人扶
졸렬한 내가 어찌 다른 곳을 가랴 / 我拙寧他適
자주 불러 준 청풍에게나 올 뿐일세 / 淸風屢見呼
밀림 속에선 꾀꼬리가 울어 대고 / 密林黃鳥語
친구의 집엔 가랑비가 내리누나 / 微雨故人家
나무에선 짙푸른 연기가 나오고 / 暗綠煙生樹
꽃잎은 백사장에 눈처럼 떨어지네 / 殘紅雪落沙
술 취하면 깊은 잠 들기 좋으련만 / 酒餘宜熟睡
병란 뒤엔 깊은 탄식만 나오누나 / 兵後動深嗟
가소로워라 문전의 이 나그네는 / 可笑門前客
이름 쫓다가 백발이 되어간다오 / 馳名鬢欲華
유랑한 자취는 지금 무엇 같을꼬 / 浪迹今何似
만리를 훨훨 나는 갈매기로세 / 飄飄萬里鷗
강호는 꿈속에도 서로 만나지만 / 江湖連夢寐
벼슬아치들과는 교유를 끊었다오 / 冠蓋謝交游
봄이 갔어도 꽃은 아직 남아 있고 / 春去花猶在
바람이 불어 비는 잠깐 걷히었네 / 風來雨乍收
높은 창이 속세를 피할 만하기에 / 軒窓堪避俗
서로 대할 때마다 근심을 잊누나 / 相對輒忘憂
[주D-001]조용히 …… 보았네 : 삼국 시대 촉(蜀)의 비위(費褘)가 상서령(尙書令)으로 있으면서 항상 조석(朝夕)으로만 일을 보고 그 나머지 시간에는 매양 찾아오는 빈객들을 즐겁게 접대하였으되, 공무(公務) 또한 조금도 소홀히 함이 없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정 청풍과 함께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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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붕새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 大鵬搏扶搖
올라가 여섯 달 만에야 쉬는데 / 去以六月息
나는 뱁새와 같은 존재이기에 / 我生如鷦鷯
숲 한 가지면 내 분수에 찬다오 / 一枝布衣極
소년 시절에 동방을 적게 여기고 / 少年小東海
책 싸들고 중국에 유학했는데 / 負笈遊中國
봄은 행단의 그늘을 이루었고 / 杏壇春成陰
비는 괴시의 색채를 더하였네 / 槐市雨增色
문은 희미해라 담장이 가장 높고 / 門迷牆最高
짐은 무거운데 길은 설기만 했네 / 車重路未熟
곡강 머리에선 계수꽃을 꽂았고 / 簪花曲江頭
침향정 북쪽에선 술에 취했었노라 / 被酒沈香北
다 털어 버리고 일찍 몸을 빼낸 건 / 抖擻早抽身
번화함이 마음 가릴까 해서였는데 / 繁華恐塡臆
문장도 아직 듣지를 못했거니와 / 文章尙未聞
걱정된 것은 부귀가 절로 옴일세 / 所患富貴逼
밝은 태양은 기영만을 비추고 / 白日照箕潁
천지는 온통 암흑 세계로 향하는데 / 乾坤向昏黑
헤엄치는 고기는 비늘이 자유롭고 / 水泳魚縱鱗
숲 속의 새는 날개를 서로 대었네 / 林棲鳥接翼
밝은 창 아래서 옛 서책을 읽어 / 明窓讀舊書
내 입에 가시 돋치지 않게 하고 / 免使口生棘
또다시 내 삶을 관찰함은 / 且復觀我生
모두가 이 학문에 힘입은 거로세 / 盡是稽古力
[주D-001]행단(杏壇) : 공자(孔子)가 일찍이 강학(講學)하던 곳이다.
[주D-002]괴시(槐市) : 태 학(太學)을 가리킨다. 장안성(長安城) 동편 가도(街道)에는 양쪽으로 괴나무를 줄지어 심어 놓았는데, 제생(諸生)들이 삭망(朔望) 때마다 여기에서 토산품(土産品)과 서책(書冊) 등을 매매(賣買)하고 서로 예의(禮儀)를 담론하였으므로, 전하여 태학의 별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주D-003]문은 …… 높고 : 자 공(子貢)이 말하기를, “궁장(宮牆)에 비유하자면 나의 담장은 어깨 높이에 불과하므로, 집안의 좋은 것들을 다 들여다볼 수 있으나, 부자(夫子)의 담장은 높기가 두어 길이나 되므로, 그 문을 찾아 들어가지 못하면 종묘(宗廟)의 아름다움과 백관(百官)의 풍부함을 볼 수가 없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여기서는 학문의 경지를 비유한 것이다. 《論語 子張》
[주D-004]곡강(曲江) …… 꽂았고 : 당(唐)나라 때 진사 급제자(進士及第者)를 방방(放榜)하고 나서는 곡강정(曲江亭)에서 그들에게 큰 주연(酒宴)을 베풀었던 데서 온 말로, 즉 과거에 급제했음을 의미한다.
[주D-005]침향정(沈香亭) …… 취했었노라 : 이 백(李白)이 일찍이 한림학사(翰林學士)로 침향정을 출입했었고, 또 당 현종(唐玄宗)이 양 귀비(楊貴妃)와 함께 침향정에서 꽃 감상하는 것을 두고 지은 〈청평조사(淸平調詞)〉 시에, “봄바람의 끝없는 한을 풀고자 하여, 침향정 북쪽의 난간에 기대었네.[解釋春風無限恨 沈香亭北倚闌干]”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곧 저자(著者) 또한 중국의 한림(翰林)이 되었던 것을 비유한 것이다.
[주D-006]문장(文章)도 …… 못했거니와 : 자 공(子貢)이 말하기를, “부자(夫子)의 문장은 들을 수가 있거니와, 부자께서 성(性)과 천도(天道)를 말씀한 것은 들을 수가 없다.”고 한 데서 온 말로, 문장은 곧 위의(威儀), 문사(文辭) 등 겉으로 드러난 것을 가리키는데, 전하여 이 역시 학문의 경지가 미진함을 뜻한 말이다. 《論語 公冶長》
[주D-007]걱정된 …… 옴일세 : 북 주 무제(北周武帝)가 일찍이 양소(楊素)에게 이르기를, “상(相)이 좋으니, 스스로 힘쓸 것이요, 부귀(富貴)하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라.” 하니, 양소가 대답하기를, “신(臣)은 다만 부귀가 신에게 다가올까 염려할 뿐이요, 부귀를 도모할 마음은 없습니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기영(箕潁) : 기산(箕山)과 영수(潁水)를 가리키는데, 요(堯) 임금 때에 허유(許由)가 요 임금이 천자(天子)의 자리를 선양한다 해도 듣지 않고 기산 남쪽, 영수 북쪽에 은거했었다.
김월당(金月塘)이 부친 시운에 차하다. 이름은 대경(臺卿)이고, 자는 중시(仲始)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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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과 물결이 위아래로 연하였으니 / 月色波光上下連
선생은 스스로 물 가운데 신선이로다 / 先生自是水中仙
세간 만사 중에 고요함이 가장 좋으니 / 世間萬事無如靜
구름 돛 펼치고 해외로 떠나지 마소 / 莫掛雲帆海外天
정신은 물과 같고 얼굴은 달과 같아라 / 水想精神月想容
천지간에 자적하니 사람 중의 용이로다 / 乾坤高臥是人龍
구름 일으키고 비 내림은 하잘것없으니 / 興雲致雨眞閑事
세상 사람이 게으름뱅이라 하거나 말거나 / 也任時人說大慵
나무 심어 그늘 이룸은 십 년의 일이라 / 栽種成陰在十年
벌써 그림자가 술동이 앞에 너울거리네 / 婆娑已映酒樽前
곁에 띳집 지어 서로 이웃할 땅 없으면 / 結茅相傍如無地
내 또한 돌아가서 진포의 배를 타 볼거나 / 我亦歸乘鎭浦船
천하가 지금 정히 몇 집이나 되는고 / 天下如今定幾家
공명은 와룡이요 자양은 개구리로다 / 孔明龍臥子陽蛙
월당은 홀로 세 그루 오동에 의지하여 / 月塘獨倚三梧樹
산하의 조각조각 분열된 걸 웃고 있네 / 笑殺山河似剖瓜
천지가 태평한 시절이 얼마나 되던고 / 乾坤能幾太平時
학문은 가이없고 벼슬길은 갈래도 많네 / 學海迷涯宦路岐
비록 이 마음은 둥글어 정하질 못하나 / 縱是此心圓不定
필경에는 편의함 찾는 데에 불과하리 / 到頭無過討便宜
[주D-001]나무 …… 일이라 : 《관자(管子)》에 “1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이 제일이고, 10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이 제일이고, 종신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이 제일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자양(子陽)은 개구리로다 : 자양은 후한(後漢) 공손술(公孫述)의 자인데, 마원(馬援)이 공손술을 평하여 말하기를, “자양은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인데, 망녕되이 스스로 잘난 체한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느낌이 있어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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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큰 이는 지기를 숭상하고 / 倜儻尙志氣
점잖은 이는 시서를 힘쓴다오 / 傴僂敦詩書
비록 천하사는 아니라 하더라도 / 雖非天下士
향곡에 깐깐한 선비는 많으니 / 鄕曲獧有餘
변을 당하여 국량은 좁을지언정 / 臨變見局促
발걸음도 천천히 위의가 있다네 / 緩步諒虛徐
무양은 진나라 궁전에 들어가 / 舞陽入秦殿
잔뜩 두려워서 굴신을 못했었네 / 褫氣如蘧蒢
밭의 잡초 속에 있는 황금을 / 金橫田中草
썩은 흙처럼 보기도 했거니와 / 視之猶土苴
양의 몸에 범의 가죽을 쓰고서 / 羊質蒙虎皮
금려를 놀래킬 것을 자부했었네 / 自恃驚黔驢
장하도다 형가자여 / 壯哉荊軻子
천재에 한갓 흐느낄 뿐이로세 / 千載徒欷歔
[주D-001]무양(舞陽)은 …… 못했었네 : 무 양은 전국 시대 연(燕)나라의 용사(勇士) 진무양(秦舞陽)을 가리키는데, 자객(刺客) 형가(荊軻)가 연나라 태자 단(丹)을 위해 진왕(秦王)에게 복수를 하려고 진(秦)나라에 갔을 때, 형가는 번오기(樊於期)의 머리를 담은 함(函)을 들고, 진무양은 독항지도(督亢地圖)가 든 갑(匣)을 들고서 함께 진나라 궁전의 섬돌을 오를 적에 진무양은 몹시 두려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戰國策 燕策》
[주D-002]밭의 …… 했거니와 : 삼국 시대 위(魏)나라 관녕(管寧)이 일찍이 소싯적에 채소밭을 매다가 땅에 황금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도 마치 다른 와석(瓦石)처럼 여기어 거들떠보지도 않고 여전히 잡초만 맸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금려(黔驢) : 금 주(黔州)의 나귀란 뜻으로, 졸렬한 기능(技能)을 비유한 말이다. 금주에는 본디 나귀가 없었는데, 어떤 사람이 나귀를 싣고 들어가 그곳 산 밑에 풀어 놓았더니, 호랑이가 처음에는 나귀의 큰 체구와 큰 울음소리로 인해 그를 대단히 무서워했으나, 그 후 나귀와 점차 가까워진 다음 나귀의 발길에 한 번 채여 보고 나서는, 나귀에게 그 밖의 다른 기능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마침내 나귀를 물어 죽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柳河東集 卷19》
자은사(慈恩寺)에서 옥룡서(玉龍書)를 읽고 느낌이 있어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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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천하가 한 하늘을 함께 이었는데 / 四海茫茫共一天
뭇 용이 굼틀굼틀 나타났다 숨었다 하며 / 群龍起伏勢蜿蜒
동으로 와서 고금의 정신이 다 모였으니 / 東趨亘古精神聚
우리 강토를 받들어 억만년을 누리리라 / 奉我蘿圖億萬年
중루가 당년에 경적 교수를 일삼았으니 / 中壘當年事校讎
고상한 정취가 태현경 초한 데 비할쏜가 / 高情肯與草玄如
이제 한림학사는 더욱 매우 한가해서 / 翰林學士尤閑甚
조칙을 받들어 와서 지리서를 보았노라 / 奉勑來看地理書
[주C-001]옥룡서(玉龍書) : 옥룡자(玉龍子) 도선(道詵)이 지었다고 하는 예언서(豫言書)를 가리킨다.
[주D-001]중루(中壘)가 …… 일삼았으니 : 중루는 한(漢)나라 때 중루교위(中壘校尉)를 지낸 유향(劉向)을 가리키는데, 유향이 일찍이 천록각(天祿閣)에서 교서(校書)를 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김월당이 입추(立秋)에 부친 시운에 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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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시의 시름에 두 귀밑 희게 하고자 / 天敎雙鬢管詩愁
짐짓 세월을 흐르는 물처럼 빨리 보내네 / 故遣年光迅似流
나는 읊조림 의탁하여 긴 날을 보내는데 / 自倚長吟消永日
누가 좋은 일이 한가을에 있음을 알리오 / 誰知勝事集高秋
푸른 나무 매미 소리엔 흥취는 무한하고 / 寒蟬碧樹無涯興
게 농짝과 햅쌀도 달리 구할 것 없건마는 / 紫蟹香秔不外求
지척에 있는 강이 약수처럼 멀기만 하니 / 咫尺阻江如弱水
일엽편주 맑은 놀이를 어떻게 이룬다나 / 一帆安得辦淸遊
[주D-001]약수(弱水) : 기러기 털도 가라앉는다고 하는 선경(仙境)에 있는 강을 말한다.
백악산(白嶽山)에 호종(扈從)하여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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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가 처음 나가서 귀신을 놀래키니 / 祕書初出鬼神驚
온 세상이 의심해라 누가 변명을 할꼬 / 擧世皆疑誰辯明
내 독단은 하늘과 부계가 서로 합하고 / 獨斷與天符契合
군왕 받든 뭇 관원은 패옥을 울리누나 / 群官奉日佩環鳴
구름이 어가에 연해 산은 더 빼어나고 / 雲連翠蓋山增秀
비단옷에 바람 부니 물은 또한 맑아라 / 風透羅衣水更淸
용안에 새로 기쁨 있다고 모두 말하니 / 共說龍顔新有喜
당년에 낙읍 점친 주 성왕이 생각나네 / 當年卜洛想周成
[주D-001]당년에 …… 생각나네 : 주 성왕(周成王) 때에 주공(周公)이 점을 쳐서 새로 낙읍(洛邑)에 도읍을 정한 데서 온 말이다.
점을 쳐서 낙읍(洛邑)에 도읍을 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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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읍을 정한 것은 무왕의 뜻이요 / 卜洛武王志
성왕은 반드시 알지는 못했으리 / 成王未必知
주남과 소남을 좌우에 두어 / 周召所左右
천하 중앙을 사이가 옹위케 하고 / 天中拱四夷
삼십 대를 면면히 계승하는 동안 / 綿綿三十代
천자가 동으로 서로 옮겨 다녔네 / 黃屋東西移
성인은 강기를 귀중히 여기나니 / 聖人貴綱紀
천험의 땅은 의지할 바 아니라오 / 天險非所依
옛일을 상고컨대 흥왕의 땅이 / 稽古興王地
어찌 유독 풍과 호뿐이었으랴 / 豈獨豐鎬爲
다만 원하는 건 왕화가 행해져서 / 但願王化行
백성이 돌아갈 바를 알게 함일세 / 斯民知所歸
[주D-001]낙읍(洛邑)을 …… 뜻이요 : 《춘 추좌전(春秋左傳)》에 “무왕이 상(商)나라를 멸망시키고 나서 구정(九鼎)을 낙읍에 옮겼다.” 하였고, 《사기(史記)》에 “무왕이 ‘천실을 멀리 떠나지 말아야 한다.’ 하고, 주나라 도읍을 낙읍에 정한 다음에 떠났다.”고 하였으므로 한 말이다.
옛일을 회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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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금은 녹아 다하고 거울이 광채 발하여 / 黑金銷盡鏡生光
곡령의 푸른 솔이 울창하기만 했는데 / 鵠嶺靑松正鬱蒼
북쪽 끝의 국경은 습수와 연접해 있고 / 北去提封連霫水
동으로 옮긴 성교는 부상으로 들어왔네 / 東漸聲敎入扶桑
운룡풍호의 하늘은 어이 그리 아득한고 / 雲龍風虎天何遠
봉각(鳳閣) 난대(鸞臺)에 해는 더욱 길기만 하여라 / 閤鳳臺鸞日更長
태평하자면 의당 깊이 힘써야 하려니와 / 處泰自當深着力
들으니 하황엔 전쟁 기미도 있다고 하네 / 似聞兵馬滿河湟
[주D-001]흑금(黑金)은 …… 했는데 : 신 라(新羅) 말기에 철원(鐵原)에서 일어난 궁예(弓裔)의 태봉국(泰封國)이 멸망하고, 왕건(王建)의 고려(高麗)가 세워진 것을 의미한 말이다. 후량 말제(後梁末帝) 연간에 객상(客商) 왕창근(王昌瑾)이 저잣거리에서 한 거사(居士) 차림의 노옹(老翁)으로부터 거울 하나를 샀는데 그 거울에 고려 태조(高麗太祖) 왕건이 후삼국(後三國)을 통일하게 될 것을 예언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중에 “사년(巳年)에 두 용(龍)이 나타나서 한 용은 청목(靑木) 가운데 몸을 숨기고, 한 용은 흑금(黑金) 동쪽에 형체를 나타낸다.” 한 데서 온 말로, 청목은 소나무[松]를 가리킨 것이니, 즉 송악군(松嶽郡) 사람인 시중(侍中) 왕건을 가리킨 말이고, 흑금은 쇠[鐵]를 가리킨 것이니, 즉 그 당시 철원에 도읍한 궁예를 가리킨 말이었다.
[주D-002]습수(霫水) : 습(霫)은 중국 고대 소수 민족(小數民族)의 이름인데, 이들이 황수(湟水)의 남북 지역에 살았으므로, 전하여 황수를 가리켜 이른 말이다.
[주D-003]운룡풍호(雲龍風虎) : 《주역》 건괘(乾卦)에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란 데서 온 말로, 성군(聖君)과 현신(賢臣)이 서로 만나는 것을 뜻한다.
[주D-004]하황(河湟) : 황하와 황수를 합칭한 말인데, 전하여 그 주위에 있는 서융(西戎) 등의 지역을 가리킨다.
창화(昌華)로 이어(移御)할 때에 호종하여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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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에 크나큰 왕업을 일으키어 / 松京興景業
오백 년 동안 세상을 다스렸으니 / 撫世半千年
치란은 어디에 근거했는지 모르나 / 理亂誰爲地
유지하는 건 절로 하늘이 있었네 / 維持自有天
인재야 어느 때인들 없으리요만 / 人才何代乏
천록은 대대로 전하기도 하누나 / 天祿或家傳
태보도 일찍이 거북점을 따랐고 / 太保曾從卜
반경도 일찍이 천도를 결단했네 / 盤庚亦決遷
구름은 어가 의장 밖에 옮겨 가고 / 雲移仙仗外
산은 부차 주변에 열을 지었도다 / 山列屬車邊
저녁에 이르러 종소리 울리어라 / 向晚鐘聲動
절에서 안온한 잠을 이루네그려 / 僧窓得穩眠
[주D-001]태보(太保)도 …… 따랐고 : 태보는 성왕(成王) 때에 태보로 있었던 소공(召公)을 가리킨 것으로, 주(周)나라가 낙읍(洛邑)으로 도읍을 정하기에 앞서 주공(周公)보다 먼저 소공이 낙읍의 길흉(吉凶)을 점쳤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2]반경(盤庚)도 …… 결단했네 : 반경은 은(殷)나라를 중흥(中興)시킨 제17대 임금인데, 은나라가 17대 동안 경(耿)에 도읍해 왔던 것을 이때에 이르러 비로소 은(殷)으로 도읍을 옮긴 데서 온 말이다.
살생(殺生)을 금하라는 내지(內旨)를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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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벌 떠는 당 앞에 차마 못하는 마음 있어 / 觳觫堂前不忍心
갑자기 이 맘이 새와 물고기에까지 미쳤네 / 一朝推去及飛潛
세상에 나서 요순 만나긴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 生逢堯舜誠難事
다시 기나긴 밤의 구각음을 듣겠네그려 / 更聽漫漫扣角吟
[주D-001]벌벌 …… 있어 : 전 국 시대 제 선왕(齊宣王)이 일찍이 당상(堂上)에 앉아 있다가, 새로 주조한 종(鐘)에 소의 피를 칠하기 위해 소를 끌고 당하(堂下)로 지나가는 자를 보고는, 그 소가 마치 죄 없이 죽으러 가는 것처럼 벌벌 떠는 것을 측은한 마음에 차마 보지 못하여 양(羊)으로 대신하게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孟子 梁惠王上》
[주D-002]세상에 …… 듣겠네그려 : 구 각음(扣角吟)이란 춘추 시대 위(衛)나라 영척(甯戚)이 미천했을 때 제(齊)나라에 가서 소를 먹이면서 소의 뿔을 두드리며 노래한 것을 말하는데, 그 노래에, “세상에 나서 요순을 만나지 못하여 짧은 홑옷이 정강이에 걸쳤네. 저물녘부터 한밤중까지 소를 먹이노니, 기나긴 밤은 언제나 아침이 올런고.[生不遭堯與舜禪 短布單衣適至骭 從昏飯牛薄夜半 長夜漫漫何時旦]” 하였는데, 제 환공(齊桓公)이 그 노랫소리를 듣고 마침내 그를 등용했었다.
도중에 천마산(天磨山) 등 여러 산을 바라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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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성 왕래하니 생각은 그지없는데 / 兩都來往思悠悠
뛰어난 경관들이 오만 근심 씻어 주네 / 滿眼奇觀洗百憂
마상의 구름 연기는 만 겹이나 쌓였고 / 馬上雲煙分萬疊
인간의 바람 햇빛은 중추를 지났구나 / 人間風日過中秋
단약 고아 선학 부르기야 생각하랴만 / 肯思鍊藥來笙鶴
되레 두우 근처에 떼를 탄 것 같구려 / 却似乘槎近斗牛
봉황새 우는 건 두 번 얻기 어려워라 / 鳳鳥一鳴難再得
수시로 잡새들의 지저귐만 보겠네그려 / 時看百鳥正啾啾
[주D-001]두우(斗牛) …… 탄 것 : 한(漢)나라 때 장건(張騫)이 서역(西域)에 사신(使臣)으로 나가서 떼를 타고 한 달 넘게 가다가 한 성시(城市)에 이르러 견우(牽牛)와 직녀(織女)를 보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터 잡아 집 지은 것을 읊어서 이 낭중(李郞中) 강(岡) 에게 바치다.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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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중 숙직엔 통적한 이가 많거니와 / 禁直多通籍
궁장 밖엔 서로 다투어 집을 짓누나 / 宮牆競卜家
유독 나만 적막한 걸 달게 여기어 / 獨予甘寂寞
자네와 함께 화려함을 끊었네그려 / 與子絶紛華
소나무 그림자는 한낮에 엷어지고 / 松影日中薄
산 빛은 가을이 된 후에 광채가 나네 / 山光秋後磨
어찌 알리요 벼슬에 얽매인 몸이 / 那知繫簪紱
도리어 산수 속에 있는 것 같음을 / 却似在煙霞
나날이 조회하는 말 돌려 와서 / 日日回朝馬
때때로 역부들을 감동하노니 / 時時董役夫
교묘히 피하는 가동을 꾸짖어 대고 / 家童嗔巧避
절로 오는 읍인에겐 사례를 하네 / 邑子謝來趨
서리가 내리자 지붕 처음 이고 / 霜透茨初蓋
얼음이 얼 때에 비로소 벽 바르네 / 氷生壁始塗
그윽한 운취 넉넉함을 점차 알겠네 / 漸知幽事足
시골 노인은 술병까지 들고 오누나 / 野老亦提壺
늦가을이라 바람은 처음 썰렁하고 / 秋抄風初冷
구름 끝엔 해가 어두워지려 하네 / 雲端日欲昏
토목 공사를 아직 못 끝냈으니 / 土功猶未斷
한데 잠을 어찌 논할 것 있으랴 / 露宿更何論
광대한 물은 지축을 둥둥 띄우고 / 水遠浮坤軸
높은 산은 해문을 눌러 임하였네 / 山高壓海門
앞 봉우리에 한 번 올라 바라보니 / 前峯一登眺
탁 트인 만리가 모두 평원이로세 / 萬里盡平原
무제(無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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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여유 있는 하늘을 날고 / 鳥飛天有餘
고기는 끝없는 물을 헤엄치는데 / 魚行水無際
명예와 이끗이 매우 속박하여 / 名利甚韁鎖
나를 스스로 억제키 어렵게 하네 / 使我難自制
당시의 네 노인도 / 當時四老人
또한 유후의 술책에 떨어졌는데 / 亦墜留侯計
다행히 공을 탐하는 마음이 없어 / 幸無貪功心
만사가 체제를 말하기와 같았네 / 萬事如說禘
[주D-001]당시의 …… 떨어졌는데 : 네 노인(老人)이란 곧 진(秦)나라 때 상산(商山)에 은거한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을 가리키는데, 일찍이 한 고조(漢高祖)가 이들을 불렀으나 피해 버리고 오지 않았다가, 뒤에 한 고조가 태자(太子)를 바꾸려고 할 때를 당하여 유후(留侯) 장량(張良)의 계획에 의해 그들이 끝내 한조(漢朝)에 들어가서 태자를 보호하게 되었던 것을 이른 말이다. 《史記 卷8 高祖本紀》
[주D-002]체제(禘祭)를 말하기와 같았네 : 체 제는 제왕(帝王)이 시조(始祖)를 하늘에 배향(配享)하는 제사인데, 혹자가 공자(孔子)에게 체제에 관한 설(說)을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나는 모르겠다. 그 설을 아는 자는 천하(天下)를 다스리는 데 있어 마치 이것을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하면서, 자기 손바닥을 가리켜 보였다는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사리(事理)를 변별하기가 매우 쉬움을 의미한다. 《論語 八佾》
아침 일찍 일어나서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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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지나니 맑은 물이 사랑스럽고 / 過溪憐淨淥
골짝에 드니 작은 추위도 겁이 나네 / 入谷㥘微寒
묵은 안개는 평야에 연이어졌고 / 宿霧連平野
아침 햇빛은 먼 봉우리에 비치누나 / 朝陽在遠巒
늘 일찍 일어나기를 어찌 꺼리랴 / 肯嫌頻早起
좋은 경관 실컷 보기만 바란다오 / 只要縱奇觀
산꼭대기에 다시 잠깐 서 있노라니 / 山頂更小立
하늘 바람이 불어 관을 넘어뜨리네 / 天風吹倒冠
새벽 길 걸으니 속이 상쾌하여라 / 晨行爽肝肺
속진의 누를 받지 않아서일세 / 不受塵累襲
주야로 비린한 마음 다 소멸되고 / 夜旦鄙吝消
가슴속은 텅 비고 고요하기만 해라 / 方寸沖虛集
물소리는 들을수록 가느다랗고 / 水聲聞更細
산 빛은 바라보매 젖은 듯하네 / 山光望如濕
다만 이렇게 매우 청명한 때엔 / 祗此淸甚時
백이 숙제만 독립하기 어려우리 / 夷齊難獨立
[주D-001]백이(伯夷) …… 어려우리 : 독립(獨立)은 한유(韓愈)의 〈백이송(伯夷頌)〉에서 백이(伯夷) 숙제(叔齊)를 일러 특립독행(特立獨行)이라고 한 것을 이른 말이다.
신거(新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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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로는 화산 나무를 운반해 오고 / 舟運花山木
처마엔 백악산 구름이 드리웠네 / 簷垂白岳雲
계단 쌓는 덴 땅의 형세를 따랐고 / 築階隨地勢
우물 파 놓으니 물결이 일어나누나 / 鑿井起波紋
창이 얇으니 비가 자주 뿌리고 / 窓淺雨頻洒
방이 텅 비니 향을 사를 만하네 / 室虛香可焚
글을 읽어 내 뜻 맑히고 싶으나 / 讀書淸我意
그 누가 즐겨 글을 논하여 줄꼬 / 誰肯爲論文
절구(絶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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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저녁 종소린 구름 밖에 울리고 / 山寺瞑鐘鳴出雲
산 앞의 스님 그림자는 석양을 띠었네 / 山前僧影帶斜曛
여전히도 당일에 내가 글 읽던 곳처럼 / 依然當日讀書處
오만 구렁 솔바람이 밤새껏 부는구나 / 萬壑松風終夜聞
오경이 다할 때까지 등잔 아래 꿇어앉아 / 一燈危坐五更闌
네 구절 길이 읊으니 글자마다 어려워라 / 四句長吟一字難
시 짓는 일이 쓸데없다고 이르질 마소 / 莫道詩工無所用
단약 고아 신선 되려기보단 되레 낫다네 / 却勝鍊藥欲乘鸞
산을 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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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따라 뛰어난 경치 가리노니 / 隨山卜絶境
잡초 덤불 어지러이 널려 있는데 / 榛莽紛相披
둥근 봉우린 씻은 듯이 말끔하고 / 圓峯淨如洗
앞뒤의 용은 굼틀굼틀 내려가네 / 前後龍委蛇
한가운데는 두어 이랑 땅이 있고 / 中藏數畝地
구름 기운은 태평을 머금었어라 / 雲氣含淸夷
아무리 둘러봐도 내 뜻에 맞으니 / 顧瞻協予意
의심할 것 없는데 점은 왜 치리오 / 不疑何用龜
두어 이랑쯤 되는 언덕배기에는 / 坡陁可數畝
푸른 소나무 그림자 드리웠는데 / 蔭以靑松枝
한 발짝이면 쉽게 오를 수 있고 / 跬步易登陟
기이한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네 / 一挹諸峯奇
나는 장차 여기에 띳집을 짓고 / 相將結茅屋
밤낮으로 새로운 시나 읊으련다 / 日夕哦新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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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헤쳐 이웃 가리니 좋은 일도 많아라 / 披草卜隣幽事多
염랑은 높은 기개밖엔 아무것도 없구려 / 髥郞倜儻儘無他
제학(提學) 이강(李岡)을 가리켜 한 말이다.
별은 강피에 임해라 바람 이슬이 차갑고 / 星臨姜被風露冷
하늘은 토구에 가까워 찬 달빛 말끔하네 / 天近菟裘霜月磨
솔 그늘은 내가 편히 앉기에 가장 좋은데 / 松陰最好我盤磚
산의 뜻은 그대가 시 읊기를 바란 듯하네 / 山意似欲君吟哦
푸른 산속의 띳지붕과 흙 계단을 향해 / 茅茨土階翠微裏
흥을 타서 왕래하며 옥 굴레를 울리누나 / 乘興往來鳴玉珂
[주C-001]잡초를 헤치다 : 도잠(陶潛)의 〈귀전원거(歸田園居)〉 시에, “때로는 또 황폐한 마을 사람들과, 잡초를 헤치며 함께 왕래하노라.[時復墟里中披草共來往]” 한 데서 온 말로, 은거(隱居)하는 이와 서로 왕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1]강피(姜被) : 후한(後漢) 때 강굉(姜肱)이 우애(友愛)가 뛰어나서 항상 그 아우 중해(仲海), 계강(季江)과 함께 한 이불을 덮고 지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토구(菟裘) : 노 은공(魯隱公)이 은거했던 지명(地名)이므로, 전하여 은거지(隱居地)를 의미한다.
고요함을 좋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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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좋아한 게 매우 버릇이 되어 / 愛靜深成癖
옮겨 사니 비로소 마음이 흡족하네 / 移居始愜心
혼정신성 어김이 걱정될 뿐이요 / 只愁違定省
찾는 이 끊어짐은 기쁘기만 하구나 / 自喜絶追尋
산은 얕아라 오솔길이 비껴 있고 / 山淺橫微徑
시내는 맑아라 푸른 숲이 둘러 있네 / 溪淸逵翠林
임금님 은혜가 지금 다시 중하기에 / 君恩今更重
흥취 얻어서 소리 높이 읊는다오 / 遇興卽高吟
느낌이 있어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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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들은 복만 구하고 마음은 안 구하여 / 世人求福不求心
눈부신 황금 땅에 까는 걸 서로 과시하네 / 眩眼爭誇布地金
달마는 특별히 마음의 병을 다스렸는데 / 達磨特來曾理病
누가 말했나 노소는 달마의 지기였다고 / 老蕭誰道是知音
구 년의 면벽은 응당 오랜 세월이거니와 / 九年面壁天應老
오엽이 봄 머금을 젠 눈이 이미 깊었었네 / 五葉含春雪已深
끝내 편의만 찾는 게 온 세상 사람이라 / 畢竟討便人盡是
높은 산 간 곳마다 사찰을 건립하누나 / 拂雲隨處起叢林
[주D-001]눈부신 …… 까는 걸 : 인 도(印度) 사위성(舍衛城)의 수달장자(須達長者)가 석가(釋迦)의 설법(說法)을 듣고 그를 매우 경모(敬慕)한 나머지, 석가에게 정사(精舍)를 건립해 주기 위해 기타태자(祇陀太子)의 소유인 원림(園林)을 구매(購買)하려고 태자에게 간청하자, 태자가 장난말로 이르기를, “황금(黃金)을 그 땅에 가득 깔면 팔겠다.”고 하니, 수달장자가 참으로 집에 간직한 황금을 몽땅 털어서 그 땅에 가득 깔고 그 땅을 구매하여 마침내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건립했던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재화(財貨)를 사원(寺院)에 보시(布施)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2]달마(達磨)는 …… 다스렸는데 : 달 마는 본디 인도(印度)의 중인데, 양 무제(梁武帝) 때에 처음으로 중국(中國)에 들어왔고, 그 후 숭산(嵩山)의 소림사(少林寺)에 들어가 9년 동안 면벽 좌선(面壁坐禪)을 하고 나서 크게 오도(悟道)하여 선종(禪宗)의 시조(始祖)가 되었다.
[주D-003]노소(老蕭) : 양 무제(梁武帝) 소연(蕭衍)을 가리키는데, 그는 평생에 특히 불교(佛敎)를 독신 수행(篤信修行)하였고, 달마(達磨)가 처음 중국에 들어왔을 적에는 그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성제(聖諦)의 제일의(第一義)입니까?” 하니, 달마가 대답하기를, “확연하여 성이 없습니다.[廓然無聖]” 하였다. 달마가 입적(入寂)한 뒤에는 비(碑)를 세워서 달마의 공덕(功德)을 찬양하기도 했었다.
[주D-004]오엽(五葉)이 …… 깊었었네 : 오 엽은 오대(五代)와 같은 뜻으로, 선종(禪宗)의 제2조(祖) 혜가(慧可)로부터 제3조 승찬(僧璨), 제4조 도신(道信), 제5조 홍인(弘忍), 제6조 혜능(慧能)까지의 오대를 가리키는데, 제2조 혜가가 일찍이 달마 선사를 찾아뵈었으나 아무런 가르침이 없자, 마침 대설(大雪)이 내리던 밤에 눈이 무릎까지 차오르도록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으므로, 마침내 달마 선사가 감동하여 그를 제자(弟子)로 삼아 의발(衣鉢)을 전했던 데서 온 말이다.
신궁(新宮)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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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새 궁전이 조양을 향해 읍하여라 / 新宮翌翌揖朝陽
삼한을 끌어들여 면세는 강하기도 하네 / 控引三韓面勢強
천지가 만들고 감춤은 기수가 있거니와 / 天作地藏知有數
시초점 거북점의 길조는 다함이 없구려 / 筮從龜協兆無疆
기운은 왕풍 밖의 산천을 삼킬 듯하고 / 氣呑岳瀆王風外
그림자는 상제 곁의 성신을 움직이누나 / 影動星辰帝座傍
세상에 게혜사(揭傒斯)가 있으면 의당 송을 지어 / 世有傒斯當拜頌
성교가 요순 시대 능가하기를 바랐을 걸세 / 願令聲敎邁虞唐
[주D-001]게혜사(揭傒斯) : 원(元)나라 때의 이름 높은 문장가로서 일찍이 〈명종신어전비(明宗神御殿碑)〉를 지었고, 또 명사(銘辭) 등의 글을 많이 지었다.
신거(新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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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샘물은 거울같이 맑고요 / 野泉光可鑑
골짝 구름은 비단 시렁을 걸은 듯 / 雲谷錦爲棚
집을 지은 건 비록 기쁨직하나 / 卜築雖堪喜
공사를 잘못한 것이 부끄러워라 / 施工愧不能
창문엔 모전을 휘장으로 삼았는데 / 窓扉氈作帳
장벽의 종이엔 고드름이 드리웠네 / 牆壁紙垂氷
술잔 거품은 취한 꿈을 재촉하고 / 樽蟻催酣夢
상귀는 늦게 일어남을 위로하누나 / 床龜慰懶興
죽은 말을 구하는 정성 때문일 뿐 / 只因求死馬
어찌 저 굶주린 매야 본받을쏜가 / 豈是效飢鷹
인간 세상이 지금 이와 같기에 / 人世今如此
침침한 새벽 등 아래 외로이 읊노라 / 孤吟耿曉燈
[주D-001]상귀(床龜) : 옛 날 남방(南方)의 한 노인(老人)이 거북으로 침상(寢床)을 괴 놓고 지낸 지 20여 년 만에 죽자, 그 침상을 옮기다 보니, 그때까지 거북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몸이 곤경에 처하여 마음이 적막함을 비유한 말이다. 《史記 卷128 龜策列傳》
[주D-002]죽은 …… 때문 : 전 국 시대 연 소왕(燕昭王)이 현사(賢士) 얻기를 희망하여, 곽외(郭隗)에게 현사를 천거해 주면 그를 사사(師事)하겠다고 말하자, 곽외가 고인(古人)이 죽은 말의 뼈를 500금(金)을 주고 샀더니, 그로부터 1년도 안 되어 천리마(千里馬)가 세 마리나 이르렀다는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우선 대단치 않은 곽외 자신에게부터 대우를 잘하면 현사들이 절로 찾아올 것이라고 하자, 연 소왕이 과연 곽외를 위해 궁전(宮殿)을 개축하여 그를 모시고 사사하니, 그 후로 악의(樂毅), 극신(劇辛) 등 현사들이 몰려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戰國策 燕策1》
[주D-003]굶주린 매 : 매의 성질은 본디 배가 고프면 사람에게 달라붙고, 배가 부르면 사람을 떠나가 버린다고 하므로 이른 말이다.
동당시(東堂試)의 방방(放榜)에 대하여 읊다. 김득배(金得培)ㆍ한방신(韓方信) 두 만호(萬戶)가 주사(主司)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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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도에서 방방한 걸 전에도 들은 듯한데 / 東都放榜似前聞
학사의 영화로움이 다시 무리에 뛰어났네 / 學士榮華更絶倫
옥 띠와 동호부(銅虎符)는 백일 아래 으리 빛나고 / 玉帶虎符輝白日
고운 꽃 푸른 일산은 향 먼지를 일으키네 / 羅花翠蓋動香塵
준마는 그림자가 없다고 다들 말하거니와 / 龍駒摠說無留影
고기 눈깔이 어찌 구슬에 섞일 수 있으랴 / 魚目何從得混珍
이로부터 유풍이 응당 크게 떨칠 터이니 / 此去儒風應大振
한 문하의 도리는 그 몇 번이나 봄일런고 / 一門桃李幾番春
[주D-001]도리(桃李) : 문하(門下)의 현사(賢士)를 비유한 말이다.
직려(直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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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기운 침입하여 뼛속까지 시리어서 / 寒氣侵人徹骨淸
이불 덮어라 밤새도록 창지는 울어 대네 / 擁衾終夜紙窓鳴
옥당의 높은 곳에서 모든 걸 망각하노니 / 玉堂高處渾忘却
산재에 눈 오는 소리 듣기와 흡사하구려 / 恰似山齋聽雪聲
벽을 아직 안 발라서 그지없이 추워라 / 壁尙未泥寒十分
사방 주위 휘장들은 구름처럼 얼었는데 / 四圍紙帳凍如雲
옥당의 학사는 마음 맑아 잠이 없어서 / 玉堂學士淸無夢
창밖의 바람 소리가 밤새도록 들리네 / 窓外風聲徹夜聞
저녁 북이 울리자 내관들은 모여들고 / 暮鼓聲中集夕郞
문지기는 문 거느라 촛불 빛 흔들리네 / 司閽下鑰燭搖光
주려는 적적하여 불도 없이 추운데 / 周廬寂寂寒無火
상등주 내리어라 술 향기 물씬 풍기네 / 勑賜上尊聞酒香
직려에서 장가(長歌)를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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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지은 두 궁궐 구름 위에 우뚝한데 / 凌雲新闕雙嶙峋
용이 날고 봉이 춤춰라 대궐이 엄숙하네 / 鳳舞龍飛嚴帝宸
백천의 장사들은 양쪽 곁에 늘어섰으니 / 百千熊羆翼兩廂
용력은 뛰어나되 마음은 아주 착하다네 / 爪牙堅利心甚臧
대궐 지붕은 하늘 위에 우뚝 솟았고 / 茅茨半雜天上星
이불 썰렁한 직려엔 등잔불만 푸르러라 / 被冷周廬燈焰靑
지난밤 상등주는 금파가 다스웠건만 / 上尊前夜煖金波
모진 추위에 꽁꽁 어는 건 어쩔 수 없네 / 寒極氷生無奈何
깨끗한 달빛 아래 누수 소리는 더딘데 / 月華如雪更漏遲
격렬한 충성심은 하늘이 응당 알리로다 / 忠肝激裂天應知
찬 구름 담장 북쪽엔 졸도가 지켜 서서 / 牆陰雲凍屯卒徒
쩍쩍 벌어진 손발이 얼음같이 차가우니 / 龜拆手足氷糢糊
그들은 머리 쳐들고 응당 집극랑들의 / 仰頭應羨執戟郞
의장 곁에서 천향 맡는 걸 부러워하겠지 / 周旋天仗聞天香
도리어 사관인 나는 아무 일도 한 게 없이 / 顧予珥筆百無爲
따뜻한 휘장 안에서 단잠을 자기도 하나 / 帳暖爐紅酣夢時
감히 궁달을 하늘에 맡길 수 있으리요 / 敢將窮達委天數
나도 너희들과 똑같은 무리일 뿐이란다 / 吾與爾曹俱等夷
자매(姊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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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는 모두 어버이의 곁가지인데 / 姊妹皆親側
정회를 감히 스스로 늦출 수 있으랴 / 情懷敢自寬
얼음 속의 잉어도 바치고 싶거니와 / 擬供氷上鯉
홀로된 건 누가 위로해 준단 말인가 / 誰弔鏡中鸞
서곡은 바람 소리가 아주 급하고 / 瑞谷風聲急
동성은 바다 기운이 차기도 하지 / 童城海氣寒
어느 날에 태평성대가 돌아와서 / 太平何日是
단란하게 모여 담소를 나누어 볼꼬 / 笑語得團圝
백악(白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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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령은 똑바르고 조그마하여 / 鵠嶺仍端小
모두들 천연의 명산이라 말하네 / 共言天錄眞
새 집은 노력과 비용이 서로 같고 / 新居勞費等
금위는 왕래하는 길이 균평하구나 / 禁衛往來均
밥이 차니 얼음이 입에서 녹고 / 冷飯氷消口
갖옷 얇으니 눈이 몸에 가득하네 / 輕裘雪滿身
내 정성을 태양이 비추고 있거니 / 精誠有日照
어찌 감히 비참하게 여길쏜가 / 安敢鼻酸辛
타위(打圍)를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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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위의 뭇 호걸 기사들이 모였을 제 / 羽林騎士集群豪
중사가 분부 전하여 짐승을 바치라 하네 / 中使傳宣獻獸牢
평교의 장막 안에선 새벽에 밥을 먹고 / 氈幕平郊催蓐食
높은 고개에선 항아리 막걸리를 마셔라 / 櫝瓦高嶺倒芳醪
바람 소리 갑자기 푸른 재갈에서 일더니 / 風聲忽起靑絲鞚
구름 밖에 멀리 흰 털 매가 번득이누나 / 雲影遙翻白錦毛
매양 추우 읊으며 한 번 쏘길 생각했는데 / 每詠騶虞思一發
천랑(天狼)만 쏘면 노산(峱山) 사냥 자랑할 것 없으리 / 射狼無復詑遭峱
[주D-001]추우(騶虞) : 《시 경》 소남(召南) 추우에, “저 무성한 갈대밭에 다섯 수톹을 한 번에 쏘아 잡네. 아 참으로 추우다운 어짊이로다.[彼茁者葭 壹發五豝 于嗟乎騶虞]”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문왕(文王)의 덕화로 인하여 초목이나 짐승까지도 무성하고 많이 번식한 것을 보고 아름다이 여겨 부른 노래이다.
[주D-002]천랑(天狼)만 …… 없으리 : 천 랑은 침략을 주관하는 별 이름으로, 전하여 탐잔(貪殘)한 자를 비유한 말이고, 노산(峱山)은 제(齊)나라의 산 이름인데, 옛날 제나라 사람들이 사냥을 즐기어 노산에서 사냥을 하며 서로서로 그 재주를 칭찬했던 데서 온 말이다. 《詩經 齊風 還》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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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제사 지내매 산천은 멀기만 한데 / 望秩山川逈
지켜 보호하니 사직은 편안하구나 / 持盈社稷安
재실서 조용히 재계하긴 쉬우나 / 齋房淸坐易
축책을 깨끗이 쓰기는 어렵구려 / 祝冊淨書難
기울인 술잔은 대궐에서 온 거고 / 倒斝來宣醞
그득한 음식은 다 하사한 거로세 / 堆盤盡賜餐
밤이 깊어 시 읊기가 또 좋은데 / 夜深吟更好
깜빡깜빡 한 등불이 희미하구나 / 耿耿一燈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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