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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면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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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은 어느 곳에서 불어와 / 春風何處來
밤낮으로 봄 경치를 재촉하는고 / 日夕催韶光
나무 숲은 절로 들떠 움직이고 / 樹林自浮動
연한 초록빛은 못에서 나오누나 / 微綠生池塘
새소리가 사람 마음 일으키니 / 鳥聲起人意
유람하는 기쁨 미칠 것만 같아라 / 游眺喜欲狂
이 좋은 때를 놓쳐서는 안 되니 / 時哉不可失
소년들과 결탁하여 놀아야겠네 / 往結少年場
고의(古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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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이 구천에 깊이 묻혀서 / 寶劍埋九泉
광망이 하늘에 쏘아 비추다가 / 光芒上屬天
천년 뒤에 노련한 안목 만나서 / 千年遇老眼
마침내 세상에 전해졌다네 / 遂爲世所傳
옥돌도 혹은 팔리기를 구하여 / 碔砆或求售
시문에 기대 고움을 겨루는데 / 倚市爭春姸
와룡이 삼고를 기다리는 터에 / 龍臥待三顧
남양엔 검은 구름만 끼었구나 / 南陽雲黯然
[주D-001]보검(寶劍)이 …… 전해졌다네 : 진 (晉)나라 때 예장(豫章)의 풍성(豐城) 땅에서 광망(光芒)이 하늘에 쏘아 비추어 두우성(斗牛星) 사이에 항상 자기(紫氣)가 있으므로, 장화(張華)가 사람을 시켜 그곳의 옥기(獄基)를 발굴하여 용천(龍泉)ㆍ태아(太阿) 두 보검을 얻었는데, 이 두 보검은 본디 춘추 시대에 제작된 것이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와룡(臥龍)이 …… 끼었구나 : 와 룡은 촉한(蜀漢)의 승상(丞相) 제갈공명(諸葛孔明)의 별호이다. 제갈공명이 일찍이 남양(南陽)의 초려(草廬)에 은거하고 있을 적에 소열황제(昭烈皇帝)가 친히 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방문하여 왕업(王業)을 보필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했던 데서 온 말인데, 지금 여기서는 재덕(才德) 있는 사람이 등용되지 못함을 의미한 말이다.
전시(殿試)를 본 뒤에 스스로 읊다.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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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도를 걱정하고 가난 걱정 안 했으니 / 平生憂道不憂貧
출처를 응당 옛사람과 같이 하여야지 / 出處應須似古人
문한으로 입신한 건 일월에 의지하였고 / 文翰立身依日月
눈 가득 안개 낀 건 풍진을 쓴 때문일세 / 煙花滿眼掃風塵
사해가 동년의 얼굴임은 새로 알았거니와 / 新知四海同年面
예전엔 삼동의 밤에 나 홀로 배웠었다오 / 舊學三冬獨夜身
대궐 뜰에서 친시의 책문에 답하고 나니 / 奏罷丹墀親試策
곡강 가에서 크게 취할 일이 판가름났네 / 已判泥醉曲江濱
흰옷 입고 떠돌다가 검은 먼지 물들어라 / 素衣飄泊染緇塵
타향 경사에서 봄을 몇 번이나 만났던고 / 客裏京華幾見春
교룡이 운우 얻은 게 문득 의아스러워라 / 忽訝蛟龍得雲雨
미록이 의관 차린 것과 참으로 똑같구려 / 眞同麋鹿強衣巾
나라에 몸 바치는 건 현명한 임금 때문이요 / 將身許國緣明主
집에 돌아갈 꿈은 늙은 어버이를 위함일세 / 有夢還家爲老親
예로부터 출처는 독단하기 어려운 법이니 / 出處古來難自斷
조신을 감동시킬 높은 의리를 감히 말하랴 / 敢言高義動簪紳
[주D-001]곡강(曲江) …… 판가름났네 : 과거(科擧)에 급제하였음을 뜻한다. 당(唐)나라 때 진사 급제자(進士及第者)들에게 곡강정(曲江亭)에서 연회(宴會)를 크게 베풀어 주었던 데서 온 말이다.
과거에 급제하여 느낌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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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일찍 과거에 급제하여 / 不幸登科早
새벽이면 일어나 늘 반성해 보니 / 晨興每永省
청명한 기운은 아직 남아 있어 / 淸明氣猶存
깊은 못처럼 맑고 고요하다가도 / 澹若深淵靚
이윽고 사물이 와서 공격하면은 / 俄而物來攻
밖을 향해 제멋대로 달려가누나 / 逐外肆馳騁
비춰 보려고 거울은 가까이하건만 / 取暎逼明鑑
물을 긷자도 두레박줄이 짧구려 / 汲古嗟短綆
성현의 가르침은 방도가 많아서 / 聖賢敎多術
수이 요령을 얻을 수가 없도다 / 未易挈裘領
이왕지사는 만회할 수 없거니와 / 已往不可追
삼가 요행을 일삼지 말아야겠네 / 愼勿事僥倖
불행히도 일찍 과거에 급제하여 / 不幸登科早
낮에 앉으매 마음이 찢길 듯하네 / 晝坐心如裂
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방을 / 煌煌黃金牓
어찌 무능한 자 위해 베풀었으랴 / 豈爲闒茸設
이를 생각하면 늘 스스로 부끄러워 / 念此每自愧
등엔 땀나고 낯은 붉게 달아오르네 / 背汗面發熱
봉후가 될 상이 없음은 알거니와 / 知無封侯相
시기를 아는 호걸 또한 아니거니 / 亦非識時傑
우선 가서 시서나 읽고 있다가 / 且去讀詩書
내 나이 사십 세에 이르거든 / 行年立不惑
비로소 내 망아지 꼴 먹여 가지고 / 始可秣吾駒
가서 천종의 봉록을 취해 볼거나 / 往取千鍾祿
불행히도 일찍 과거에 급제하여 / 不幸登科早
밤중에 베개 밀치고 벌떡 일어나네 / 夜半推枕起
실하여도 허한 것처럼 해야 하나니 / 有實宜若虛
실정에 지나침이 왜 안 부끄러우랴 / 過情胡不恥
궁통은 하늘에 묻지 말 일이거니와 / 窮通休問天
용사인들 어찌 나에게 상관되리요 / 用舍何與己
하늘과 사람께 부끄럽지 않으려면 / 俯仰無愧怍
평생토록 시종을 조심하여야 하리 / 平生愼終始
도학을 닦음엔 획정할 수는 없으나 / 道學不可畫
끝내 이룸은 뜻을 두는 데 있나니 / 竟成在有志
꼭 구덩이 채우고 바다에 이르므로 / 盈科必放海
중니께서 자주 물을 일컬었다오 / 仲尼稱水亟
[주D-001]물을 …… 짧구려 :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샘물을 길을 수 없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천박한 학식(學識)으로는 깊은 도리(道理)를 말할 수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莊子 至樂》
[주D-002]구덩이 …… 일컬었다오 : 서 자(徐子)가 맹자(孟子)에게 묻기를, “중니(仲尼)가 자주 물을 일컬어 이르기를, ‘물이여, 물이여.’ 하였으니, 물에서 무엇을 취한 것입니까?” 하니, 맹자가 이르기를, “근원 있는 샘물이 콸콸 솟아 나와 밤낮을 쉬지 않고 흘러서 구덩이를 꼭 채운 다음에 나아가 사해(四海)에 이르나니, 근본이 있는 사람 또한 이와 같은 것이라, 이것을 취한 것이다.” 한 데서 온 말로, 근원 있는 물이 쉬지 않고 흘러서 점차 바다에 이르듯, 실행(實行) 있는 사람 또한 점차 도(道)에 이를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孟子 離婁下》
경사(京師)에서 동쪽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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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버들이 돌아가는 나를 전송해 주니 / 楊柳依依送我歸
이번 길이 예전 돌아갈 때보단 낫구려 / 此行還勝昔歸時
비록 물색은 서로 간섭하는 게 없겠지만 / 雖然物色無干涉
본디 사람 마음은 희비가 있는 거로세 / 自是人心有喜悲
말 위의 꽃구경은 나에게도 이르렀는데 / 走馬看花猶到我
들에 뒤처진 나귀는 누가 탔나 모르겠네 / 落驢在野未知誰
송도의 단술이 이제 응당 익었을 터라 / 松都醴酒今應熟
미친 흥취 먼저 가서 취하여 시를 짓네 / 狂興先判醉賦詩
[주D-001]말 위의 …… 이르렀는데 : 과 거에 급제했음을 의미한다. 당(唐)나라 시인 맹교(孟郊)가 과거에 급제하고 나서 지은 시에, “봄바람 속에 뜻 이루어 말발굽도 하 빨라라, 하루에 장안의 꽃을 모조리 구경하였네.[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 한 데서 온 말이다.
산역(山驛)에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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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관도 따라 연산은 멀기도 하여라 / 迢迢官道燕山遙
말굽에 먼지 날리며 하루요 또 하루로세 / 馹騎飛塵朝復朝
티 든 눈으로 어떻게 풍경을 감상할쏜가 / 眯目何曾賞風景
캄캄한 밤중에 먼 길 가는 것과 같아라 / 如暗夜中行路永
산수의 풍경마저 별안같이 스쳐 지나니 / 山容水態瞥眼過
말 멈추고 소리 높여 읊는 이 아무도 없네 / 無人停驂發高詠
객사에 곤히 누워 우레처럼 코를 골아라 / 郵亭困臥鼻如雷
양고기와 메밀국수는 창자 가득 담았는데 / 羊肉白麵腸中堆
왕사를 튼튼히 할 일이 성화같이 급하여 / 王事靡盬星火急
중서에서 격문 내려 잇따라 재촉을 하네 / 中書下檄仍相催
외국인이 삼가 예의 지킴을 누가 알리요 / 誰知外國謹守禮
사자들이 왕래함에 관리의 일은 통 없고 / 使者往來無吏事
흥이 나면 높이 읊으며 혹 오래도록 서서 / 遇興高吟或久立
장단의 시구 이루어 측리지에 기록한다오 / 長短詩成書側理
더구나 이 청산은 우리 동국과 같아서 / 況此靑山似東國
새 울고 스님 있고 골짝에 구름 가득하니 / 啼鳥野僧雲滿谷
인간 어느 곳인들 은거할 만하지 못하랴 / 人間何處不堪隱
후일에 나의 시구를 의당 재차 읽으리라 / 他日吾詩當再讀
[주D-001]측리지(側理紙) : 종이의 이름이다. 해태(海苔)를 재료로 삼아 제조한 종이인데, 그 결이 종횡(縱橫)으로 비스듬하게 되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북경(北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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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눈보라 속에 계림을 알현했을 때 / 去冬風雪謁鷄林
나그네 흥취 끝없어 시를 한 번 읊었더니 / 客興無端一動吟
곁에 있던 한 사관이 이를 탄상했었는데 / 珥筆有人曾嘆賞
모르겠다 어느 곳에서 그를 다시 만나 볼꼬 / 不知何處更相尋
도중(途中)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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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가 바람 따라 갑자기 사람 쫓으니 / 白雨隨風忽逐人
말발굽에 번개가 번쩍 귀신같이 빠르네 / 馬蹄飛電疾如神
잠깐 동안에 문득 천산을 지나고 나니 / 須臾便覺千山過
우양 먹이는 평야에 풀빛이 싱그러워라 / 平野牛羊草色新
요양성(遼陽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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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은 사람 시켜 문후를 하고 / 省官通問候
역리는 정성 들여 접대를 하네 / 驛吏謹趨承
김상은 중하기가 태산과 같고 / 金相重如岳
원공은 맑기가 얼음과 같아라 / 元公淸似氷
땅이 높으니 바람 절로 급하고 / 地高風自急
들이 넓으니 해가 처음 오르네 / 野闊日初昇
뛰어난 경관 적은 게 한스러워라 / 尙恨奇觀少
장건(張騫)의 떼를 혹 타 볼 수 있을까 / 張槎儻可乘
[주D-001]장건(張騫)의 떼[槎] : 한 무제(漢武帝) 때에 장건이 사신 길에 떼를 타고 은하수(銀河水)까지 이르렀다가 되돌아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도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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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멀어라 변새에 연접하였고 / 山遙連絶塞
들은 넓어라 장천이 굽어 임했네 / 野闊俯長天
애두역은 흐린 물을 굽어 임했고 / 崖驛臨渾水
의무려산(醫無閭山)엔 연기가 막혀 있네 / 閭山隔斷煙
마을에는 사람 말소리 잡다하고 / 聚居人語雜
체송하느라 말굽이 잇따르는데 / 遞送馬蹄聯
그 누가 알랴 새로 임명된 공봉이 / 誰識新供奉
멍하니 홀로 거닐면서 읊조림을 / 行吟獨惘然
애두 역사(崖頭驛舍)에 예천(醴泉) 권 정승(權政丞)의 시가 있는데, 그 한 연구(聯句)에, “들이 넓으니 백성은 나무에서 살고, 하늘이 나직하니 말은 구름 속에 들어가네.[野闊民居樹 天低馬入雲]”라고 하였으니, 그 요동(遼東) 벌판을 형용한 것이 더 이상 여한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는 바로 요동 벌판을 형용한 열 자(字)의 전신(傳神)이 다. 이것이 마치 두 공부(杜工部)의 “땅이 편평하니 강물은 촉을 움직이고, 하늘이 넓으니 나무는 진에 떴도다.[地偏江動蜀 天闊樹浮秦]”라는 시와 아주 서로 같으니, 동궁 찬선(東宮贊善)의 임명을 받기에 마땅하도다. 고려 사람이 이 선발(選拔)에 참여한 일은 예로부터 들어 보지 못했다. 나는 공의 손서(孫壻)인데, 요행히 과거에 급제하여 곧바로 한림 공봉(翰林供奉)에 임명되었으니, 이것이 비록 나의 가풍(家風)이기는 하나, 권씨(權氏)의 가문에도 어찌 영광됨이 없겠는가. 작고한 공이 다시 살아난다면 반드시 나의 시를 걸작(傑作)이라고 경하(慶賀)할 것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마침내 공이 지은 시 열 자를 운(韻)으로 사용하여 10수(首)를 지어서, 한편으로는 요동 벌판을 읊고, 한편으로는 예천을 찬양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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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절로 화로이고 풀무이니 / 天地自爐鞴
산천을 그 누가 도야하였으랴 / 山川誰陶冶
갑자기 끝이 없이 넓어져서 / 忽然闊無涯
해와 달이 들에서 나오누나 / 日月出于野
실바람 부니 구름 그림자 옮기고 / 風微雲影移
비가 지나니 냇물이 생기가 나네 / 雨過川光活
잠깐 서서 내 마음을 관찰하노니 / 小立觀吾心
누가 넓음을 양보했는지 모르겠네 / 未知誰讓闊
천하에 날로 변고가 많은지라 / 天下日多故
도원은 아직도 진을 피하나니 / 桃源猶避秦
누가 알리요 백모 쓴 나그네가 / 誰知白帽客
이미 요동 백성이 되었는 줄을 / 已作遼東民
북으로는 혼동강을 바라보고 / 北瞻混同江
남으로는 의무려산을 마주했네 / 南對醫無閭
이렇게 삭막한 오랑캐 소굴에 / 索莫犬羊窟
군자가 살 줄을 어찌 알았으랴 / 那知君子居
풀빛은 먼 하늘에 연하였고 / 草色接遙天
냇물엔 가벼운 안개가 떠 있네 / 川光浮輕霧
군자가 살 곳을 찾으려고 / 欲求君子居
머리 돌려 좋은 나무를 보노라 / 回首瞻佳樹
아침 해가 돋는 것을 보자마자 / 纔看朝出日
금방 황혼의 연기를 바라보네 / 又望昏起煙
예천의 길은 아득하기만 해라 / 渺渺醴泉路
산이 동해의 하늘에 연하였네 / 山連東海天
물의 성은 붕새가 메추라기 거느리고 / 物性鵬將鷃
사람 재목은 학과 닭이 함께하는데 / 人材鶴與鷄
예천공은 호기가 아주 높아서 / 醴泉豪氣甚
다른 이들이 다 머리를 숙였네 / 餘子盡頭低
몸이 처음 바닷가에서 일어나 / 身初起海隅
명성이 이미 천하에 가득하니 / 名已滿天下
홍곡이 상산으로부터 오니 / 鴻鵠商嶺來
아드님은 이미 세마가 되었네 / 庭趨有洗馬
바다는 넓어라 제로가 막혀 있고 / 海闊隔齊魯
하늘은 멀어라 요습이 옹위하네 / 天遙拱遼霫
왕희지의 필력이 빛나는 가운데 / 臨川筆有光
들보 위에는 먼지가 날리는구나 / 梁上飛塵入
흉금이 운몽택을 먼지로 여겨라 / 胸次芥夢澤
중화에 훌륭한 명성 전파했으니 / 中華播淸芬
이 목동이 절구 십 수를 지어서 / 牧童十絶句
공의 후손들에게 길이 보이련다 / 永示公來雲
[주C-001]권 정승(權政丞) : 권한공(權漢功)을 가리킨다.
[주C-002]전신(傳神) : 사물(事物)의 형태를 아주 핍진하게 형용한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1]도원(桃源)은 …… 피하나니 : 진 (晉)나라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진 무제(晉武帝) 태원(太元) 연간에 무릉(武陵)의 한 어부(漁父)가 시내를 한없이 올라가다가 갑자기 도원의 선경(仙境)을 만나 들어가 보니, 그곳에는 예전 진(秦)나라 때의 난리를 피해 들어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백모(白帽) : 은자(隱者)가 착용하는 모자를 가리킨다.
[주D-003]요습(遼霫) : 요는 요동(遼東)을 가리키고, 습은 흉노(匈奴)의 별종(別種)이 세운 나라 이름이다.
[주D-004]들보 …… 날리는구나 : 옛날 노(魯)나라 사람으로 노래를 잘했던 우공(虞公)이 노래를 하면 들보의 먼지가 날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훌륭한 시문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5]흉금이 …… 여겨라 : 흉 금이 매우 큼을 뜻한다.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상림부(上林賦)〉에, 초(楚)나라에 사방이 900리나 되는 운몽택(雲夢澤)이 있는데, 운몽택 같은 것 8, 9개를 삼켜도 가슴속에 조금의 장애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목동(牧童) : 이색의 호가 목은(牧隱)이므로, 자신을 낮추어 이른 말이다.
요양로(遼陽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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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중원에 들어갈 적에 / 我初入中原
이 요양 길을 경유하여 갔는데 / 道此遼陽路
문득 깨달은 건 천지가 광활하면 / 便覺天地寬
민풍도 절로 지역을 따름이었네 / 民風自隨土
고가 대족에 홍씨가 있었으니 / 故家洪氏存
문장이 온 세상에 뛰어나서 / 文章如鳳吐
경사의 사방 끝으로부터 / 京師四方極
인물이 운우처럼 모여들어서 / 人物集雲雨
동쪽으로 모두 풍채를 흠모했고 / 東望皆歆風
그는 동궁의 사부가 되었었네 / 翊儲一毛羽
다행히 나는 그의 손자를 알아 / 幸我識其孫
함께 강습하던 좋은 친구였는데 / 講習乃良友
적막하여라 어디에서 찾아 볼꼬 / 寂寞何處尋
가는 말 오래 멎기도 어렵구나 / 征驂難久駐
개주참(開州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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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 천민이 바닷가의 산에 깊이 침입하여 / 遼孼窮投海上山
때때로 진관을 범해 좀도둑질을 했는데 / 時時鼠竊犯津關
백 년 동안 사해가 거울같이 말끔도 해라 / 百年四海淸如鏡
토석 보루가 푸른 산 위로 구름과 연했구려 / 石堡連雲聳翠寒
파사부(婆娑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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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금 길이 읊으며 요동 벌을 지나노니 / 我今長吟過遼野
구불구불 산길이 그 몇 리나 될런고 / 山路縈紆知幾舍
갑자기 두어 집에선 계견 소리 들려오고 / 忽此數家鷄犬聲
길에서 검문한 자는 다 늙은 병사들일세 / 當道誰何皆老兵
압록강 동쪽 언덕부턴 바로 우리 땅으로 / 鴨江東岸是吾土
푸른 산 흰 물결이 서로 교태를 부리는데 / 靑嶂白波相媚嫵
동한은 인수의 지경인 군자의 나라로서 / 東韓仁壽君子國
당요의 무진년에 처음 시조가 탄생하였네 / 唐堯戊辰稱始祖
하상 시대엔 중국에 신복하지 않았다가 / 綿歷夏商不純臣
기자가 봉작된 이후로 사도가 새로워져서 / 箕子受封師道新
홍범구주가 정연하게 천하를 비추었으니 / 九疇森列照天下
당시에 친히 배운 사람은 그 누구였던고 / 當時親炙知何人
파사부의 거민들은 말소리도 유별하여 / 婆娑居民語音別
지척 간의 풍기가 호월처럼 멀기만 하고 / 咫尺風氣如胡越
아 세상 변천은 나날이 말세로 치달아서 / 嗚呼世變日趨末
버들꽃 바람 따라 어지러이 눈 날리듯 하네 / 楊花隨風亂飛雪
[주D-001]당요(唐堯)의 …… 탄생하였네 : 당 요가 천하를 다스린 지 25년째가 되던 무진년에 천신(天神)의 손자인 단군(檀君)이 동한(東韓)의 임금이 되어 처음으로 평양(平壤)에 도읍을 정하고 국호(國號)를 조선(朝鮮)이라 칭하였는데, 후인들이 그를 조선의 시조(始祖)로 받들고 있으므로 이른 말이다.
박주강(博州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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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어느 곳이 진정한 근원이던고 / 山深何處是眞源
백제의 가을바람에 애가 끊기려 하네 / 白帝秋風欲斷魂
한 줄기 푸른 물결은 바닥까지 맑은데 / 一帶綠波淸到底
황혼 달 아래 낚시꾼 말소리 들리누나 / 釣魚人語月黃昏
재차 부벽루(浮碧樓)에 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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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마는 백운굴을 떠나갔고 / 驎去白雲窟
용은 방초주로 돌아갔도다 / 龍歸芳草洲
강산은 바로 어제와 같은데 / 江山如昨日
나그네 홀로 누각에 올랐네 / 有客獨登樓
흥의참(興義站)의 저탄(猪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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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산 사이 계곡에 물 맑고 돌 드러나서 / 水淸石出兩山間
두어 줄 고기 떼가 얼굴에 환히 비치네 / 行數游魚照見顔
오늘 돌아가는 길은 예전과 아주 달라라 / 今日東歸非昨日
중조의 한림학사로 난새를 걸터탔다오 / 中朝內翰跨飛鸞
왕경(王京)에 이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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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다행히 금방에 적히었고 / 名幸題金牓
벼슬은 인하여 옥당에 제수되었네 / 官仍拜玉堂
마음 둔 데는 응당 맞지 않으나 / 有心應戛戛
명을 내림은 저 푸른 하늘이로다 / 賦命只蒼蒼
사자들은 한창 조정에 그득한데 / 冠蓋方盈溢
어버이 처소는 상기 아득하구나 / 庭闈尙渺茫
조상의 음덕이 있지 않았더라면 / 不因餘慶在
어떻게 재차 명성을 떨치었으랴 / 何得再流芳
동문(東門)을 나서서 한산(韓山)으로 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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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도성문 나와 마산을 향하노라니 / 早出都門向馬山
상쾌도 해라 풍경이 말안장에 가득하네 / 快哉風色滿征鞍
갠 구름 반쯤 걷히니 산 빛이 새어 나오고 / 晴雲半卷山光滴
아침 해가 막 돋을 제 강물은 차기도 해라 / 曉日初昇水氣寒
흥이 나매 길이 읊어 광대한 문장 다하고 / 有興長吟窮浩瀚
마음 없이 바삐 달려 산꼭대기를 오르네 / 無心飛步上巑岏
지금부터 어버이 뵐 날 손꼽아 기다려서 / 從今屈指寧親日
채의(綵衣) 입고 춤추어 한번 기쁘게 해 드리리 / 舞綵庭中奉一歡
삼각산(三角山)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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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은 세상이 영화롭게 여기거니와 / 衣錦還鄕世所榮
영친의 성대한 일은 과거 급제에 있도다 / 榮親盛事在科名
쓸쓸한 한 필의 말은 지난날과 똑같은데 / 蕭條匹馬如前日
적막한 고승은 짧은 등경을 마주하였네 / 寂寞高僧對短檠
구름 그림자는 화개 그림자를 반쯤 가리고 / 雲影半遮華蓋影
시냇물 소리는 패옥 소리와 서로 섞이누나 / 溪聲交雜佩環聲
예로부터 한강 물은 포돗빛처럼 푸른데 / 由來漢水蒲萄綠
노 저으며 시 읊으니 내 마음 유쾌하여라 / 一棹淸吟快我情
도중(途中)에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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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못 보았나 능연각 공신들 일세에 우뚝했음을 / 君不見凌煙功臣冠一世
이제 손꼽아 헤어 보자 누가 향사 받는고 / 如今屈指誰得祀
동강 물결 위의 한 낚싯줄 바람만이 / 桐江波上一絲風
일월 위에 뛰어나서 창공을 흔들어 대네 / 超出日月搖靑空
이 때문에 고인은 명교를 중히 여겼으니 / 所以古人重名敎
어찌 전쟁을 하여 구공을 논하려 하랴 / 肯將汗馬論狗功
부유의 읊조림은 끝내 무슨 일을 하리요 / 腐儒呻吟竟何事
일개 잗단 기예로 천자께 보답할 뿐인데 / 一藝區區報天子
선공은 흥원에서 임금의 말을 대신하여 / 宣公興元代帝言
미친 무리와 흉도들을 감읍케도 하였으니 / 感泣狂夫與兇竪
당나라를 중흥시켜 국운을 연장시킴엔 / 中興大唐重九鼎
필묵이 때로 보좌하여 바로잡음이 있었네 / 筆墨有時佐匡定
한산의 좋은 문장은 크게 쓰이지 못하여 / 韓山文章用不大
잡초만 황량한 구천에 여한이 남았는데 / 遺恨重泉秋草蓋
슬프다 못난 자식이 훌륭한 자취 이어서 / 哀哉豚犬繼芳躅
하늘 같은 옥당에 용케도 등용되었으니 / 玉堂天高珠出海
동지제고는 의례적으로 내린 벼슬이지만 / 同知制誥故例耳
공봉의 임명이야 어찌 일찍이 바랐으랴 / 供奉何曾望承旨
앞으로는 내 여생을 동해에 기탁할 게고 / 便從東海寄生涯
행여도 천만 리 밖에 다시 놀지 않으리 / 且莫更游千萬里
[주D-001]능연각 공신(凌煙閣功臣) : 당 태종(唐太宗)이 정관(貞觀) 연간에 장손무기(長孫無忌), 두여회(杜如晦), 위징(魏徵), 방현령(房玄齡) 등 공신 24인의 초상(肖像)을 그려서 능연각에 걸게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동강(桐江) …… 바람 :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의 어린 시절 학우(學友)였던 은사(隱士) 엄광(嚴光)이, 광무제가 등극(登極)한 뒤에 그를 불러 관직에 등용하려고 해도 끝내 응하지 않고 은거하여 동강에서 낚시질하며 여생을 마쳤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구공(狗功) : 전 공(戰功)을 이른다. 한 고제(漢高帝)가 여러 장신(將臣)들에게 이르기를, “제군(諸君)은 사냥개를 아는가? 대체로 짐승을 직접 쫓아 잡는 것은 개이고, 개를 풀어서 짐승이 있는 곳을 지시해 주는 자는 사람인데, 제군은 한갓 짐승을 잡았을 뿐이니 공이 개에 해당하고, 소하(蕭何)는 개를 풀어서 짐승이 있는 곳을 지시해 주었으니 공이 사람에 해당한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53 蕭相國世家》
[주D-004]선공(宣公)은 …… 하였으니 : 선 공은 당 덕종(唐德宗) 때의 명신(名臣) 육지(陸贄)의 시호이다. 당 덕종이 일찍이 안녹산(安祿山)의 난리를 만나 봉천(奉天)ㆍ흥원(興元) 등지로 가서 피란하였는데, 특별히 흉도(凶徒)들을 감읍(感泣)시켰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주D-005]한산(韓山) : 여기서는 이색이 자기 아버지인 이곡(李穀)을 가리킨 말인데, 이곡 역시 일찍이 원(元)나라의 제과(制科)에 급제하여 한림 검열(翰林檢閱) 등의 관직을 역임했다.
홍경원(弘慶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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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큰 들판이 손바닥처럼 편평한데 / 大野微茫如掌平
사면의 뭇 산들이 멀리 뾰족뾰족 푸르네 / 群山四面遙攢靑
중도에 큰 기와집이 큰길에 비치는데 / 中途碧瓦照大道
그 앞엔 큰 비석이 높다랗게 우뚝 섰네 / 豐碑突立高亭亭
우는 새는 바람 따라 절로 오르내리는데 / 啼禽迎風自上下
말 곁엔 잠자리 나는 걸 또 보겠구나 / 近馬又見飛蜻蜓
평생에 멀리 노닐어 안계가 넓어져서 / 平生遠遊眼界闊
운몽택 가슴속이 시원하게 트이었는데 / 雲夢胸中甚軒豁
마침 요동 벌에서 말을 달리다가 / 適從鶴野飛征驂
동산서 노나라 작게 여긴 상달을 배웠네 / 東山小魯師上達
고향에 돌아가면 살 만한 땅이 있거니 / 歸去來兮有餘地
이불 갖고 가면서 어찌 여러 말을 하리요 / 携被何曾語剌剌
갑자기 구름 일어 가는 빗방울 내리는데 / 飛雲忽來雨滴微
평택에는 한 점의 석양빛이 선명하네 / 平澤一點明斜暉
내 말이 한창 왕자성 앞을 달리노라니 / 我馬正馳王字城
맑은 바람이 손의 옷에 솔솔 불어오누나 / 淸風習習吹征衣
흥이 나서 시 읊조려 억지로 꿰맞추어라 / 興來吟哦強排比
후일 남의 조롱 들을까는 걱정 않는다오 / 不愁異日遭人譏
[주D-001]운몽택(雲夢澤) 가슴속 : 흉 금이 매우 큼을 뜻한다.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상림부(上林賦)〉에, 초(楚)나라에 사방이 900리나 되는 운몽택(雲夢澤)이 있는데, 운몽택 같은 것 8, 9개를 삼켜도 가슴속에 조금의 장애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동산(東山)서 …… 배웠네 : 맹 자(孟子)가 이르기를, “공자(孔子)가 동산에 올라서는 노(魯)나라를 작게 여기셨고, 태산(泰山)에 올라서는 천하(天下)를 작게 여기셨다.” 하였고, 공자가 이르기를, “나는 아래로부터 배워서 위로 달했다.[下學而上達]”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憲問》 《孟子 盡心上》
[주D-003]이불 …… 하리요 : 한 유(韓愈)의 〈송은원외서(送殷員外序)〉에, “지금 사람들은 수백 리 밖에만 나가려 해도 허둥지둥 문을 나서면서 헤어지기를 아쉬워하는 기색이 있고, 이불을 갖고 삼성(三省)에 들어가 입직(入直)할 때는 가사(家事)를 못 잊어서 비자(婢子)에게 끝없이 여러 말을 이르곤 한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도중(途中)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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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봉우리 둘러싸고 계곡은 길기도 한데 / 峯巒回抱澗溪長
구불구불 한 길에 또 석양이 걸리었네 / 一路縈紆又夕陽
이 산을 나가면 하늘이 다시 넓어지리니 / 得出此山天更闊
한 강물 안개 낀 달이 바로 내 고향일세 / 一江煙月是吾鄕
말 위에서 한가로이 들 정취 끝없어라 / 馬上悠悠野趣長
술꾼 당일엔 고양의 숫자에 끼었었네 / 酒徒當日數高陽
늙은 어버이 건강하고 강산도 평온한데 / 老親無恙江山靜
꿈엔들 어찌 일찍이 제향을 갈까 본가 / 有夢何曾到帝鄕
술 마시는 흥미가 가장 깊고도 길어라 / 飮中有味最深長
아침에 서 말 마심이 마치 여양 같았네 / 三斗朝傾似汝陽
해장술은 본디 잘 깨지를 않는 것이라 / 卯酒自然醒不得
인간 이르는 곳마다 취중의 별천지로세 / 人間到處醉爲鄕
[주D-001]술꾼 …… 끼었었네 : 한(漢)나라 초기에 역이기(酈食其)가 패공(沛公)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고양의 술꾼[高陽酒徒]’이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고양의 술꾼이란 곧 술을 즐기고 예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주D-002]아침에 …… 같았네 : 여양(汝陽)은 당(唐)나라 때 여양군왕(汝陽郡王)에 봉해진 이진(李璡)을 가리키는데,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여양은 서 말을 마시고야 천자께 조회했네.[汝陽三斗始朝天]” 하였다.
한산(韓山)에 이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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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가업 잘 지켜 전하기만 원했으니 / 箕裘只願守家傳
과거 급제 한림학사는 우연일 뿐이라오 / 桂苑鑾坡是偶然
표문 받들고 사은하여라 대궐의 아래요 / 拜表謝恩雙闕下
술잔 들어 축수 올려라 술동이 앞이로세 / 擧觴獻壽一樽前
촌 늙은이는 연이어 급제함을 의아해하고 / 村翁但訝連登第
마을 친구는 모두 일찍 출세함에 놀라네 / 里友皆驚早著鞭
눈에 가득한 강산이 수려한 경치 더하니 / 滿眼江山增秀氣
맑은 날에 북당의 원추리 곱기도 하여라 / 北堂萱草媚晴天
백의(白衣)에게 술을 보내왔으므로, 광주 사록(廣州司錄) 이 동년 열(李同年悅)에게 사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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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를 시켜 술을 보내왔는데 / 白衣送酒來
광주목으로부터 왔다 하누나 / 云自廣州牧
봉함 열어 수교를 펼쳐 보니 / 開緘閱手敎
황연히 친면을 대한 듯하구려 / 怳然如面覿
좋은 술 천리춘을 보내 주고 / 贈之千里春
일속과 옥으로 나를 권면했네 / 侑以一束玉
한산이 그 어느 곳에 있느뇨 / 漢山在何處
멀리 한강 한구석에 있으니 / 迢迢漢江曲
산천이 멀고 또 막히어서 / 山川脩且阻
호월처럼 아득히 격해 있는데 / 杳若胡越隔
어찌 뜻하였으랴 한강의 물이 / 豈意漢江水
내 어버이 축수 잔에 더해질 줄을 / 添我壽觴瀝
참으로 감탄하여 마지않노라니 / 感嘆良不已
강 달이 적막한 밤을 비추누나 / 江月照夜寂
[주C-001]백의(白衣) : 술을 가져온 사자(使者)를 뜻한다. 진(晉)나라 도잠(陶潛)이 9월 9일에 술이 떨어져 술 생각이 간절하였는데, 마침 그때 강주 자사(江州刺史) 왕홍(王弘)이 흰옷 입은 사자를 시켜 술을 보내왔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1]일속(一束)과 …… 권면했네 : 상 대방이 자신을 현자(賢者)로 추앙했음을 뜻한다. 《시경》 소아 백구(白駒)에, “깨끗한 흰 망아지가, 저 빈 골짜기에 섰네. 꼴 한 줌 베어 먹이어라, 그 사람이 옥 같도다.[皎皎白駒 在彼空谷 生芻一束 其人如玉]”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어진 이를 자기 집에 오래도록 만류할 수 없어 그 아쉬움을 노래한 것이다.
보광사(普光寺)의 두 상인(上人)이 방문해 준 데 대하여 사례하다. 신탄(神殫)과 현온(玄蘊)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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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윽이 홀로 있길 좋아하여 / 吾生樂幽獨
자취 감추고 빈 골짝에 있노라니 / 屛跡在空谷
인기척만 들어도 이미 기쁘거늘 / 跫然已可喜
더구나 이 한 쌍 옥이 왔음에랴 / 況此一雙玉
푸른 눈은 좌중을 밝게 비추고 / 碧眼炯照座
방포는 푸른 산 빛을 띠었는데 / 方袍帶山綠
담론의 기세는 맑고도 유연하여 / 談鋒淸且軟
이따금 나의 의혹을 떨쳐 주누나 / 往往袪吾惑
속물들은 좋은 뜻을 무너뜨리고 / 俗物敗佳意
시서 또한 묵은 자취일 뿐이로세 / 詩書亦陳迹
오늘 밤이 정히 어느 날 밤인고 / 今夕定何夕
광대하게 내 마음 유쾌하여라 / 曠然生悅懌
강산에 가을이 아직 깊지 않아 / 江山秋未深
배와 대추는 따 먹을 수 없는데 / 梨棗不堪剝
거실은 유마거사 방장이 아니요 / 方丈非維摩
보살(菩薩)을 먹일 향적반도 없으니 / 飯化無香積
시나 읊어 접대에 갈음해 보지만 / 題詩當淸供
간삽하여 음미하기 어렵겠구려 / 梗澁難咀嚼
[주D-001]속물들은 …… 무너뜨리고 : 진(晉)나라 때 완적(阮籍)과 왕융(王戎) 등이 죽림(竹林)에서 노닐 적에 한번은 왕융이 맨 나중에 도착하자, 완적이 말하기를, “속물(俗物)이 다시 와서 사람의 뜻을 무너뜨린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거실은 유마거사(維摩居士) 방장(方丈) : 방장은 유마거사의 거실이 사방 일장(四方一丈)이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보살(菩薩)을 먹일 향적반(香積飯) : 향적반은 향적여래(香積如來)의 식물(食物)로 그 반향(飯香)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 미쳤다 하는데, 향적여래가 일찍이 이 향적반을 보살들에게 주어서 교화를 시켰다고 하므로 이른 말이다.
차 운(次韻)하여 완산(完山)의 기실(記室) 화 동년(華同年)의 시권(詩卷)에 세 수를 쓰다. 내가 화군(華君)을 찾아 완산에 갔다가 마침 서울에 가는 윤 전첨(尹典籤)과 우연히 서로 만나서 수일 동안 함께 머물렀다. 완산은 백제 왕(百濟王) 견훤(甄萱)의 고도(故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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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림에 홀로 빼어나 부여잡을 수 없어라 / 獨秀瓊林逈莫攀
응시자들이 화군 얼굴을 다투어 보았네 / 白袍爭覩華君顔
풍채는 우뚝하여 산악같이 고상하고 / 風儀崷崒高山嶽
도량은 광대하여 온 세상을 좁게 여기네 / 汪度涵泓隘世寰
정사는 이미 여러 사람 위에 있거니와 / 政事已居諸子右
문장은 고인의 사이에 끼일 만하도다 / 文章可置古人間
당부호니 기실참군(記室參軍)의 꿈을 깨우지 마소 / 丁寧休攪參軍夢
단양에 취해 넘어져 정히 못 돌아오리 / 醉倒丹陽定未還
한림 공봉 나는 화군을 즐겨 따르거니와 / 翰林供奉喜追攀
더구나 동년끼리 한자리에 모였음에랴 / 況與同年此會顔
기실은 의연하여 막부의 가장 으뜸이요 / 記室毅然傾幕府
전첨은 늙었음에도 속세를 분주하누나 / 典籤老矣走塵寰
포의로 맺은 우의는 형체 밖의 것이요 / 布衣交契形骸外
금슬의 풍류는 서로 백중의 사이로세 / 錦瑟風流伯仲間
우연히 한번 즐긴 시간 번개처럼 빨라라 / 剛厭一歡如掣電
옆 사람은 더디 돌아감을 괴이타 말게나 / 傍人且莫怪遲還
견훤성 경치를 올라 구경하라 권하기에 / 甄城雲物勸躋攀
한가히 옛일 감상하며 한 번 웃음 짓노라 / 撫古悠然一破顔
의관 문물을 찾으려니 지난 일이 슬퍼라 / 欲訪衣冠悲往事
부질없이 남은 기록만 갖고 얘기를 하네 / 謾將圖記說遺寰
술자리는 서리 뒤의 황국 아래 무르녹고 / 酒闌黃菊淸霜後
주렴은 푸른 산 낙조 사이에 걷혀 있도다 / 簾捲靑山落照間
고금의 영웅들은 마치 날아가는 새처럼 / 今古英雄如過鳥
반드시 지쳐야만 돌아갈 줄 알지 않는다오 / 不須待倦始知還
[주D-001]경림(瓊林) : 경림은 원명(苑名)인데, 송대(宋代)에 진사(進士) 급제자에게 이 경림원에서 잔치를 내린 데서 온 말로, 진사시(進士試)에 고등(高等)으로 급제한 것을 의미한다.
[주D-002]단양(丹陽)에 취해 넘어져 : 단양은 지명인데, 취해 넘어진 고사는 미상이다.
[주D-003]고금의 …… 않는다오 :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구름은 무심히 산굴에서 나오고, 새는 날다 지쳐 돌아갈 줄을 알도다.[雲無心以出岫鳥倦飛而知還]” 한 데서 온 말이다.
내 가 요행히 등과(登科)하여 한림 공봉(翰林供奉)이 되어 집에 와서 보임(補任)을 기다리고 있는 터인데, 본국(本國)의 동년(同年) 제공(諸公)들은 바야흐로 각주(各州)의 사록(司錄)이 되었다. 그중 병과(丙科) 수석으로 급제한 임하(臨河) 화지원(華之元)은 전주(全州)에 있어 우리 집과 매우 가까우므로 가서 방문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때 마침 화군이 금주(錦州)를 다스리게 되었고, 금주에는 글자를 새길 만한 나무가 많았으므로, 선인(先人) 가정(稼亭)의 문집(文集)을 간행하기 위해 금주로 화군을 방문했다가 술자리에서 장가(長歌)를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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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 중에 영명 떨치긴 화군이 제일이요 / 同年蜚英華爲最
금주의 고을 됨은 뭇 산들이 모이었는데 / 錦之爲州衆山會
청년으로 태수의 일을 대신 다스리니 / 靑衫得攝五馬行
뛰어난 재결 솜씨로 명성이 자자하네 / 裁決霈然聲聞外
옛사람이 말하길 고을살이 즐거움 중에 / 古人有語爲州樂
가장 얻기 어려운 게 악한 손이라 했는데 / 難可得者客之惡
악한 손이 뭐냐면 마음이 악한 게 아니라 / 惡客云何匪心惡
떠들썩한 담소로 희학을 제공하는 거로세 / 談笑如雷供戱謔
취중엔 이따금 진정을 토로하기도 하고 / 醉中往往吐眞情
산중엔 결이 정밀한 나무도 있다 하기에 / 山中有木膚理精
가정의 문집이 잘못 묻혀질까 걱정되어 / 稼亭文集恐湮沒
원컨대 그대 힘을 빌려 간행코자 하노니 / 願借君力將刊行
창해의 보배 구슬을 누가 능히 찾으랴만 / 驪珠滄海誰能尋
석수는 가끔 깊은 명산에서 얻곤 하는데 / 石髓往往名山深
눈 밝히어 불사약 얻을 인연이 없는지라 / 無緣耀目得服食
아득히 바라보며 옷깃만 적실 뿐이로다 / 縹渺極目仍沾襟
어느 때나 묵본이 사방에 널리 유행하여 / 何時墨本走四方
세상이 황원의 이 한림을 훌륭히 여길꼬 / 世美皇元李翰林
역사를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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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중서의 삼책이 가장 정순하여라 / 仲舒三策最精醇
서한의 문장이 몇 사람이나 있던고 / 西漢文章有幾人
백세에 스승되고 독대에 뛰어나서 / 百世爲師工獨對
남은 향기가 푸른 봄에 뿌려 주누나 / 餘芳賸馥洒靑春
유분이 당일엔 응당 눈물이 말랐겠지만 / 劉蕡當日眼應枯
이제는 자손이 그를 간의대부로 제사하네 / 廟祀如今諫大夫
환관이 한실을 망칠 줄 어찌 알았으랴 / 熏腐何知傾漢室
제공들은 만족하여 모두가 얼버무렸네 / 諸公得意總含糊
[주D-001]동중서(董仲舒)의 …… 정순하여라 : 동 중서는 한 무제(漢武帝) 때의 대유(大儒)인데, 그가 현량(賢良)으로 대책(對策)을 세 번 올리어 무제로부터 큰 칭상(稱賞)을 받고 바로 강도상(江都相)에 임명되었다. 그런데 이 대책은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을 요지(要旨)로 삼았기 때문에 후세에 이를 천인 삼책(天人三策)이라고도 한다. 《漢書卷56 董仲舒傳》
[주D-002]유분(劉蕡)이 …… 제사하네 : 당 (唐)나라 때 사람으로, 일찍이 현량(賢良)으로 대책(對策)을 올려 환관(宦官)의 폐단을 매우 신랄하게 말하였는데, 시관(試官)이 환관을 두려워하여 그를 낙제(落第)시키기까지 했다. 뒤에 과연 그는 환관의 무함을 입어 유주 사호참군(柳州司戶參軍)으로 좌천되었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그 후 좌습유(左拾遺) 나곤(羅袞)의 상언(上言)으로 그에게 좌간의대부(左諫議大夫)가 증직되고 그의 자손에게도 벼슬이 내려졌다. 《新唐書 卷178 劉蕡列傳》
공주(公州)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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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고을엔 머무르기 어려우나 / 劇邑難休駕
나의 동년이 장관이 되었기에 / 同年政作官
처음엔 안 만나고 떠나려다가 / 題門初欲去
술 대하여 우연히 즐기게 되었네 / 對酒偶成懽
새벽 산 숲엔 구름이 옮겨 가고 / 山曙雲移樹
찬 강 여울엔 달빛이 반짝이네 / 江寒月照灘
아침 길에 고상한 흥취 일어서 / 早行高興發
좋은 시구가 안장에 가득하구나 / 佳句滿征鞍
청주(淸州)에 이르러 승방(僧房)에서 묵었는데, 다음 날 한 동년(韓同年) 여충(汝忠) 이 조찬(朝餐)을 베풀어 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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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절이 관도에 임해 있으니 / 古寺臨官道
황혼에 어려움 없이 찾아왔네 / 黃昏不費尋
터진 창엔 달빛이 많이 새어 들고 / 破窓多月影
빈 상탑엔 솔 그림자가 절반일세 / 虛榻半松陰
이불이 차니 서리가 깊음을 알겠고 / 被冷知霜重
등불은 쇠잔해라 밤 깊도록 앉았었네 / 燈殘坐夜深
조찬은 도리어 기대에 지나치니 / 朝飱還過望
동방인의 뜻이 자못 깊기도 해라 / 同榜意殊深
[주D-001]동방의수심(同榜意殊深) : 본 디 시 한 수 안에서는 같은 운자를 거듭 쓰지 않는 것이 종래의 규칙인데, 이 시의 경우는 제6구와 제8구에서 똑같이 심(深) 자를 운으로 썼으나, 그 까닭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다시 나오더라도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 둔다.
이생(李生)과 함께 옥금촌(玉琴村)에서 자고 새벽에 한강(漢江)에 이르러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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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미 전원에서 늙으려고 생각했거늘 / 吾生已擬老田園
추위 무릅써 다시 북을 향한 게 괴이하네 / 怪底衝寒更北轅
금잔의 땅에 부귀는 뜬구름과 같거니와 / 富貴浮雲金盞地
쓸쓸한 옥금 마을엔 저녁 해가 비끼었네 / 寂寥斜日玉琴村
인간의 훼예는 알괘라 그 누가 면할쏜가 / 人間毁譽知誰免
나그네 회포일랑 그대와 함께 논하자꾸나 / 客裏情懷與子論
강 머리에 말 세우고 한 번 웃음 짓노니 / 立馬江頭成一笑
임 향한 일편심에 쉬지 않고 분주하노라 / 朝宗萬古不停奔
삼각산(三角山) 아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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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무 기약도 없음을 알건만 / 亦知無所期
세모에 나의 행차는 바쁘기만 해라 / 歲晚勤我行
삼봉 아래에 말 멈춰 섰노라니 / 駐馬三峯下
하염없이 깊은 정이 우러나오네 / 悠然生遠情
하늘 높으니 소나무는 우뚝하고 / 天高松偃蹇
눈이 쌓이니 산은 가팔라라 / 雪積山崢嶸
승사엔 향 연기 피어 흩어지는데 / 僧舍香煙散
가부좌하고 밤낮을 보내는구려 / 跏趺送晦明
고의(古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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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가 산 양지쪽에 자라서 / 梧桐生朝陽
봉황의 울음소리 듣길 원했는데 / 所願聞鳳鳴
누가 알았으랴 베어 금슬 만드니 / 誰知伐琴瑟
궁상 소리 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 宮商自然成
비궁엔 아름다운 옥을 진설하고 / 閟宮陳嘉玉
등가엔 사람 소리를 중시하나니 / 登歌重人聲
여러 소리를 다 낼 수는 없지만 / 衆音不可發
금슬만이 유독 신명과 통하누나 / 獨也通神明
이 때문에 옛적의 군자들은 / 所以古君子
버리지 않아 내 정성 보존했다오 / 不去存吾誠
[주D-001]버리지 …… 보존했다오 : 여기서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곧 《예기(禮記)》 곡례(曲禮)에, “사가 무고할 때에는 금슬을 놓지 않는다.[士無故 不徹琴瑟]”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돌아가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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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재로 벼슬 구함은 진정 미치광이 같고요 / 非才求仕眞如狂
벼슬하며 숨으려 함은 되레 속임수 같으나 / 入仕欲隱還如詐
미친 것도 속임수도 아닌 하나의 양심만은 / 非狂非詐一良心
영친과 양친에 서로 오르내리기 어렵구나 / 榮親養親難上下
선친을 이어 급제한 것은 바로 문장이요 / 桂林濟美是文章
모친을 즐겁게 함은 곧 풍속의 교화로다 / 萱草忘憂是風化
다행히 삼천지교 맹모의 마음 지극하여라 / 幸勤三遷孟母心
회상컨대 외로운 등불이 띳집을 비추겠지 / 回首靑燈照茅舍
이 때문에 저 우강의 게 문안 선생이 / 所以盱江揭文安
영양이라는 한마디로 조신들을 놀래켰네 / 迎養一語驚衣冠
그 당시엔 태평을 이룰 만했어도 그랬는데 / 當時太平勢可致
더구나 천하가 한창 어려운 이때임에랴 / 奈此四海方多艱
벼슬 버리고 곧장 하늘 동쪽으로 달려가 / 掛冠徑向天東走
내 생애 스스로 결단하는 걸 누가 막으랴 / 自斷此生誰掣肘
돌아가자 돌아가자 좋이 어서 돌아가잣다 / 歸來歸來好歸來
위에는 모친이 아래는 처자가 있질 않나 / 下有妻孥上有母
[주D-001]우강(盱江)의 …… 놀래켰네 : 게 문안(揭文安)은 원(元)나라 때의 학자 게혜사(揭徯斯)로, 문안은 그의 시호이다. 일찍이 한림 시강학사(翰林侍講學士) 등을 역임하고, 정사(正史) 편찬의 총재관(摠裁官)이 되어 《요사(遼史)》, 《금사(金史)》 등을 편술했다. 영양(迎養)은 벼슬아치가 부모를 맞아다가 봉양하는 것을 이른 말인데, 게혜사가 언제 이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도중에 눈이 내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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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어 눈이 한창 내리는데 / 冬深雪方作
말 위의 버선목엔 얼음이 어누나 / 驅馬凍生襪
지는 해에 들 다리는 위태롭고 / 落日野橋危
찬 구름 아래 산길은 미끄러워라 / 寒雲山路滑
부름이 있어 가는 건 아니거니와 / 非關有召徵
또한 어찌 간청인들 일삼겠는가 / 亦豈事干謁
정히 내 고향 집에 되돌아가서 / 政可返爾居
창 아래 군불이나 지핌이 좋겠네 / 明窓燒榾柮
도성(都城)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지난달에 전리정랑 예문응교(典理正郞藝文應敎)에 제수되었음을 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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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만나서 하례의 말 들어 보고 / 逢人聞賀語
나도 벼슬한 것을 놀라워하노라 / 驚我亦爲官
특별한 은총을 어찌 바랐으리요 / 寵異何曾望
등급 뛰어오름은 예부터 어려웠네 / 超升自古難
인재 선발하는 낭서는 막중하고 / 掌銓郞署重
조서를 초할 제 금림은 차가우리 / 演誥禁林寒
대궐문에 나아가 사은하려 하니 / 欲詣中門謝
친구가 위하여 관을 정제해 주네 / 親朋爲整冠
단좌(端坐)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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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의 안목이 모두가 어린아이 같아서 / 眼孔渾如總兩髫
허명이 좌중 놀래라 자만심 생길까 싶네 / 虛名驚座恐生驕
세로는 잘 요리하기 어려운 줄 알거니와 / 自知世路難游刃
문단 향해선 누가 어깨 나란히 하려 하랴 / 誰向詞林許並鑣
대낮까지 늦잠 자는 게 버릇이 되었으니 / 慣作日高三丈睡
서리 깊은 이른 아침의 조회가 걱정일세 / 預愁霜重五更朝
정녕코 아직 관직에 부임하기 이전이니 / 丁寧未上官時節
단좌하여 맑은 향이나 마음껏 살라 보자 / 端坐淸香滿意燒
앞의 운을 사용하여 함께 놀던 이에게 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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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대 배냇니 갈고 나 머리 땋았을 땐 / 昔君方齔我方髫
죽마 끌고 장난하며 마음 매우 방자하였네 / 竹馬嬉游意甚驕
가을 달이 밝을 땐 말고삐 같이 잡았고 / 秋月明時同按轡
봄꽃이 좋은 곳엔 함께 말을 달리었지 / 春花好處共揚鑣
아무리 용이나 신처럼 변화한다 할지라도 / 縱然龍化稱神變
도리어 첫닭 우는 새벽 조회가 유감스럽네 / 却恨鷄鳴趁早朝
한가함과 바쁨 차치하고 한 번 취해 보고파 / 掃盡閑忙圖一醉
향기로운 술 막 거르고 고기 처음 굽노라 / 芳醪初壓肉初燒
눈을 밟으며 노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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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눈을 밟으며 연산을 달릴 적에는 / 昔年踏雪走燕山
해진 모자 갖옷에 얼굴엔 얼음 가득했는데 / 破帽弊裘氷滿顔
금년에는 눈 밟으며 왕경에 노닐다 보니 / 今年踏雪游王京
새 친구 옛 친구가 서로 다투어 맞이하네 / 新知舊識爭相迎
알괘라 매화 꽃술은 조금도 다름없거늘 / 亦知冷蘂無少異
곳에 따라 내 마음 변하는 게 가련하구나 / 觸境自憐移我意
어느 집엔 좋은 술 있고 주인도 어질어서 / 誰家有酒主人賢
풍악 소리 미인 향기가 진동하는 가운데 / 鼓吹蘭麝熏靑天
거나하게 취하여 산호수를 때려 부수며 / 酣歌擊碎珊瑚樹
기고만장 호기로 취한 소매를 휘두르는고 / 豪氣壓人揮醉袖
맨발 벗은 나무꾼은 또 무엇을 근심하랴 / 樵夫跣足復誰憂
갑사들은 함께 달려 변방을 지키러 가네 / 甲士聯鞍方赴戍
본래부터 즐거움은 스스로 맞는 게 있나니 / 由來爲樂自有宜
흑백 분별하는 일을 내 아니면 누가 할꼬 / 分別黑白非吾誰
아 하늘과 땅이 바로 태초의 물질이니 / 嗚呼天地卽太素
노력하여 천지개벽의 때를 탐구해야겠네 / 努力直探開闔時
[주D-001]산호수(珊瑚樹)를 때려 부수며 : 진 (晉)나라 때 왕개(王愷)가 석숭(石崇)과 호부(豪富)를 서로 겨루던 가운데 한 번은 왕개가 길이 2척(尺) 되는 산호수를 가지고 석숭에게 자랑하자, 석숭은 대번에 철여의(鐵如意)로 그것을 때려 부수어 버렸다. 왕개가 대단히 노여워하자, 석숭이 즉각 명하여 자기 집에 있는 길이 3척이나 되는 산호수 6, 7주(株)를 내다가 왕개에게 보여 주니, 왕개가 드디어 망연자실하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전하여 사치(奢侈)가 극에 달함을 형용하는 말로 쓰인다.
다시 앞의 운을 사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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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은 수다히 귀밑머리 아직 땋아 내리고 / 餘子紛紛鬢尙髫
성질이 온통 꿋꿋하여 마치 흉노와 같도다 / 渾然剛毅似天驕
처음 마음은 시서의 늪에 목욕하려 했다가 / 初心自沐詩書澤
남은 힘은 오히려 필묵의 마당에 떨치어라 / 餘力猶揚翰墨鑣
한가함 속의 신세는 속된 기습이 없거니와 / 身世閑中無俗氣
취한 속의 강산에선 맑은 조정에 감사하네 / 江山醉裏謝淸朝
평생에 뜻을 모름지기 견실하게 세워서 / 平生立志須堅實
세상일을 너무 성급히 이루려고 말아야지 / 莫向靑空把火燒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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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차가우니 섣달 눈은 내리고 / 天寒臘雪作
바람이 자니 저녁 구름은 짙은데 / 風定晚陰濃
낭랑히 읊조려 시 생각 끌어내고 / 朗詠牽詩思
고상한 담화로 취한 얼굴 펴노라 / 高談逞酒容
해와 달은 서로 달려 운행하는데 / 飛烏聯走兔
용과 범은 서로 섞여 지치었도다 / 困虎雜疲龍
소장들에게 영발한 기백이 없으니 / 少壯無英氣
돌아가서 늙은 농부에게 물으련다 / 歸歟問老農
해는 일 년 이 년 자주도 바뀌고 / 歲律頻移換
인정은 짙고 옅음이 섞이었도다 / 人情雜淡濃
바람 가벼워라 눈 올 기미 뽐내고 / 風輕驕雪意
구름 빽빽해라 날씨는 참담하네 / 雲密慘天容
추위 이기는 술엔 거품이 떠 있고 / 壓冷酒浮蟻
화사한 매화나무는 용이 누운 듯하네 / 鬪晴梅臥龍
큰 풍년을 진실로 기대할 만하니 / 豐穰端可冀
남묘에 가서 농사나 힘쓰고 싶구나 / 南畝欲明農
우 리 집이 있는 한산(韓山)은 비록 작은 고을이지만, 우리 부자(父子)가 중국의 제과(制科)에 급제한 까닭으로 천하가 모두 동국(東國)에 한산이 있는 줄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 훌륭한 경치를 가장(歌章)으로 전파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팔영(八詠)을 짓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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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정 암송(崇井巖松)
산봉우리엔 푸른 돌이 솟아 있고 / 峯頭蒼石聳
소나무 끝엔 흰 구름이 연하였네 / 松頂白雲連
나한당은 적적하기만 한데 / 羅漢堂寥闃
중들은 교종 선종이 섞이었구나 / 居僧雜敎禪
일광 석벽(日光石壁)
편평한 들판에 우뚝이 꽂히어 / 崔嵬插平野
아득히 긴 하늘을 굽어보는데 / 縹緲俯長天
푸른 석벽의 조그마한 승방엔 / 翠壁僧窓小
불등이 반공에 걸리어 있네 / 佛燈空半懸
고석 심동(孤石深洞)
편평한 들판이 장차 다하려는데 / 平野行將盡
회봉은 바라볼수록 더욱 높구나 / 回峯望更高
한 구역의 깊고 궁벽한 곳에 / 一區幽僻處
절간은 본래부터 외로웠구려 / 梵刹本來孤
회사 고봉(回寺高峯)
뒤 고개는 삼각을 이루었고 / 後嶺如三角
앞 봉우리는 반공중에 들었네 / 前峯入半空
가던 배가 쇠 닻줄 내렸으니 / 行舟垂鐵碇
광풍이 불어와도 걱정 없겠네 / 遮莫有狂風
원산 수고(圓山戍鼓)
바닷가 높은 산엔 봉화를 전하고 / 海嶠傳烽火
여염집은 바다를 눌러 있는데 / 閭閻壓浪波
백 년 동안 난리 없는 이 땅에 / 百年無事地
수자리 북소리가 석양에 잦구나 / 戍鼓夕陽多
진포 귀범(鎭浦歸帆)
가랑비는 복사꽃 물결 이루고 / 細雨桃花浪
맑은 서리는 갈대잎 가을일세 / 淸霜蘆葉秋
가는 돛은 그 어디에 내리려나 / 歸帆何處落
아득히 보이는 한 조각배로다 / 渺渺一扁舟
압야 권농(鴨野勸農)
냇가의 들은 반반하기 숫돌 같고 / 川原平似砥
벼이삭은 구름처럼 질펀한데 / 禾稼浩如雲
태수는 권농 행차를 재촉하여 / 太守催星駕
땅거미가 지도록 들판을 도누나 / 巡田欲夕曛
웅진 관조(熊津觀釣)
마읍의 산은 병풍을 비껴 친 듯 / 馬邑山橫障
웅진의 물은 이끼 빛으로 물들었네 / 熊津水染苔
낚싯줄은 바람 받아 간들거리다 / 釣絲風裏裊
달이 밝은 뒤에야 돌아가네그려 / 恰得月明回
한 산 팔영(韓山八詠)을 소나무[松]로 시작한 것은 스스로 책려(策勵)하는 뜻이고, 낚시질[釣]로 마친 것은 곧음을 생각한 것이며, 그다음의 일광(日光)은 동방에서 나와 원근(遠近)에 두루 미침을 의미한 것이고, 그다음의 고석(孤石)은 확고한 그 바탕에 드러난 그 우뚝함을 취한 것이며, 그다음의 회사(回寺)는 군(郡)의 사적(史蹟)을 중히 여기는 뜻이고, 그다음의 원산(圓山)은 병사(兵事)를 삼가는 뜻이며, 그다음의 진포(鎭浦)는 백성의 이로움을 보인 것이고, 그다음의 압야(鴨野)는 백성의 생활을 정립한 것이다. 그리하여 가벼운 일로부터 중한 일로 들어가서 말단적인 것을 먼저 말하고 근본적인 것을 뒤에 말한 것은 곧 진문(晉問)의 글이 당(唐)에서 마친 것을 본받은 것이니, 고을의 선사(善士)들은 감조(鑑照)하기 바란다.
[주D-001]진문(晉問)의 …… 본받은 것 : 진 문은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글의 편명(篇名)인데, 그 글이 맨 처음 산하(山河)의 험고(險固)함을 논한 것으로 시작하여 그다음으로 견갑이병(堅甲利兵)과 명마(名馬) 등을 논하고, 맨 뒤에 이르러 진(晉)은 곧 옛 당(唐)으로서 요(堯) 임금의 유풍(遺風)이 있다는 것으로 끝마쳤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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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은 작록을 가벼이 여기고 / 達人輕爵祿
군자는 의관을 중히 여기는데 / 君子重衣冠
한스러워라 일찍 세상에 나가서 / 自恨起家早
이미 세상길 어려움을 알았네 / 已知行路難
문장 예봉은 검극처럼 삼엄하고 / 詞鋒森劍戟
학문 바다는 파도가 광대하니 / 學海浩波瀾
중도에 폐하지 말고 노력하여야 / 努力休中廢
훌륭한 명성 영구히 전하리라 / 芳名垂不刊
용문가(龍門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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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절벽 우뚝 선 곳에 황하가 내달아라 / 兩崖峭立黃河奔
하늘이 곤륜산에서 한 가닥을 기울였네 / 天傾一派從崑崙
지세가 푹 꺼져서 병을 거꾸로 세운 듯 / 地勢忽下倒建瓴
높기는 반공중이요 깊기는 땅속이로다 / 高似半空深入坤
잉어가 떼를 이뤄 하늘을 우러러 뛰다가 / 鯉魚成群仰天躍
천둥의 나는 불에 꼬리를 보존 못한 채 / 霹靂飛火尾不存
슬퍼라 이마를 다쳐 옛 굴로 돌아가고 / 哀哉點額還舊穴
일흔 둘만이 옥황상제께 조회하였네 / 七十又二朝天元
더 없이 높은 저 하늘 끝까지 오르어라 / 峻莫峻兮窮上玄
어느 누가 팔을 끌어 붙잡을 수 있을꼬 / 引臂何人能得捫
한산의 나그네 또한 우연일 뿐이련만 / 韓山有客亦偶耳
부친의 글 잘 읽어 하늘을 더듬었다네 / 熟讀父書探天原
적선의 남은 경사가 사책에 넘치는지라 / 積善餘慶溢史冊
안탑에 머리 돌려 용문을 노래하노라 / 回首鴈塔歌龍門
[주D-001]이마를 …… 돌아가고 : 황하(黃河)의 상류(上流)에 있는 아주 거센 여울목이 바로 용문(龍門)인데, 잉어가 이곳을 뛰어오르면 용(龍)이 되고 뛰어오르지 못하면 이마만 다쳐 돌아온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전하여 낙제자(落第者)에 대한 비유로 쓰인다.
[주D-002]안탑(鴈塔) : 당(唐)나라 때 현장(玄奘)이 세운 자은사(慈恩寺)의 대안탑(大鴈塔)을 가리키는데, 과거(科擧)에 급제한 사람들이 이 탑에 이름을 적는 것이 습속이 되었으므로, 전하여 과거에 급제한 것을 뜻한다.
지나간 일을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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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일렀나 천지가 분리될 땐 / 誰道分離際
순박했음을 스스로 알겠다고 / 自知淳朴餘
매듭 지어라 율륙씨를 희망하고 / 結繩希栗陸
안정되기는 시골이 사랑스럽네 / 奠枕愛桑墟
우금의 진은 아득하기만 하고 / 渺渺牛金晉
백예의 서는 오래기만 하여라 / 悠悠伯翳徐
등잔 앞에서 지나간 일을 찾고 / 燈前尋往事
다시 두어 줄의 글을 읽노라 / 更讀數行書
[주D-001]매듭 지어라 율륙씨(栗陸氏) : 율륙씨는 상고 시대 전설상의 제왕(帝王)의 이름인데, 상고 시대에는 문자(文字)가 없었으므로 노끈으로 매듭을 지어서 그 모양과 숫자로 의사(意思)를 소통하거나 정령(政令)의 부호로 사용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우금(牛金)의 진(晉) : 옛 날 현석도(玄石圖)에, “우씨(牛氏)가 사마씨(司馬氏)를 이어서 천자(天子)가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었으므로, 진 선제(晉宣帝) 사마의(司馬懿)가 일찍이 자기 장수(將帥) 우금을 독주(毒酒)를 먹여 죽였으나, 뒤에 원제(元帝)의 어머니인 공왕비(恭王妃) 하후씨(夏侯氏)가 끝내 소리(小吏) 우씨(牛氏)와 간통하여 원제를 낳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晉書 卷6 元帝紀》
[주D-003]백예(伯翳)의 서(徐) : 백예는 순우(舜禹) 때의 명신(名臣)인 백익(伯益)을 가리키는데, 그가 우(禹) 임금의 치수(治水)를 도와서 큰 공을 세우고 뒤에 서국(徐國)에 봉해졌으므로 이른 말이다.
이른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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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이라 천기가 차가워서 / 早春天氣冷
빙설이 해산에 깊이 쌓였는데 / 氷雪海山深
성시엔 사람 소리 떠들썩하고 / 城市人聲鬧
누대엔 기러기 그림자 비치네 / 樓臺鴈影侵
낙매의 바람은 물을 출렁이고 / 落梅風動水
방초의 햇살은 숲을 뚫는구나 / 芳草日穿林
화려한 광경에 눈이 현란하여 / 紅紫迷光景
소리 높이 읊으며 다시 모였네 / 高吟更盍簪
어버이를 뵈러 가기 위해 휴가를 청했더니, 이날 밤에 비답(批答)을 내려 중서 사인(中書舍人)을 제수하므로, 새벽에 일어나서 관디[冠帶]를 갖추고 대내(大內)에 들어가 숙배(肅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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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뵈라 휴가 내려 깊은 은혜 입고서 / 省親給暇荷深恩
아침까지 잠 못 들고 노진만 바라봤는데 / 達旦無眠望路塵
한밤중에 구천에서 은택을 새로 내리니 / 半夜九天新雨露
중서성의 사품은 조관들을 놀라게 하네 / 中書四品聳簪紳
인망 중한 천관은 대궐문과 연하였고 / 天官望重連靑鎖
반열 높은 중서성은 대궐과 가까워라 / 粉省班高近紫宸
워낙 기쁨은 몸이 귀해진 것뿐 아니라 / 驚喜非徒身致貴
어머니의 환한 웃음을 곧 뵙게 됨이로세 / 北堂將奉粲然春
동문(東門)을 나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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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동문 향해 말 가는 대로 갔던고 / 幾向東門信馬行
가는 게 모두 어버이 위로하기 위함이었네 / 行行盡是慰親情
운산은 길게 뻗어라 하늘은 들에 나직하고 / 雲山邐迤天低野
누각은 들쭉날쭉해라 햇살은 성을 비추네 / 樓閣參差日照城
모자가 소회 있으니 가는 길은 멀지 않건만 / 母子有懷天不遠
시서의 쓰임 다하는 도는 밝히기 어려워라 / 詩書致用道難明
후일에 오로지 부끄러움만 없게 할 뿐이니 / 他年只管心無愧
동서남북 분주한 게 어찌 이름을 위함이랴 / 南北東西豈爲名
배를 타고 남강(南江)을 지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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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의 실바람에 배가 절로 비껴 있어라 / 江上風微舟自橫
수다한 사람 왕래가 나날이 끊이질 않네 / 紛紛無日斷人行
우연히 봄 조수의 시구를 기억했는데 / 偶然記得春潮句
숲 밖에선 새 울음 두세 소리가 들리누나 / 林外鳥啼三兩聲
[주D-001]봄 조수(潮水)의 시구 : 당 (唐)나라 시인(詩人) 위응물(韋應物)의 〈서간(西澗)〉 시에, “봄 조수가 비를 띠어 저녁에 급해지는데, 들 나루에 사람은 없고 배만 절로 비껴 있구나.[春潮帶雨晚來急 野渡無人舟自橫]” 하였는데, 이 시는 나라의 환난(患難)이 매우 위급해짐을 읊은 것이다.
도중에 홀로 읊다. 3수(三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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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의당 멀리 노닐어야 하니 / 君子當遠游
멀리 노닐어야 진정을 볼 수 있네 / 遠游見眞情
공자는 도를 행하고자 하여 / 仲尼欲行道
춘풍이 만물을 불어 살리듯 했으니 / 春風吹物生
누가 알랴 허둥지둥하던 즈음에 / 誰知棲棲際
과화의 공이 이루어졌던 것을 / 過化功乃成
지금 그 도가 일월처럼 밝아서 / 至今如日月
제왕들이 이를 법식으로 삼누나 / 帝王爲法程
군자는 의당 뜻을 세워야 하니 / 君子當立志
뜻이 서야 학문을 통할 수 있네 / 立志學始通
그대는 끊어진 항구의 물을 보았나 / 君看斷港水
어떻게 동쪽 바다로 들어가리요 / 何由朝海東
구덩이가 차면 결코 멎지 않나니 / 盈科必不止
도의 밝기가 한낮의 해와 같거늘 / 道明如日中
어이하여 자포자기하는 자들은 / 奈何自畫者
양양하게 작은 공을 과시하는고 / 揚揚誇寸功
군자는 의당 기술을 삼가야 하니 / 君子當愼術
시인도 어질지 않은 건 아니로되 / 矢人非不仁
학습이 사람 가슴 뚫는 데 있기에 / 習在洞人胸
생각하면 참으로 괴로울 뿐이로다 / 念之良苦辛
이 때문에 학교에 들어간 처음에 / 所以入學初
도를 밝히고 또 윤기를 밝히나니 / 明道仍明倫
이사가 어찌 본성으로 한 짓이랴 / 李斯豈本性
책임이 고담 잘한 순경(荀卿)에 있었네 / 責在高談荀
[주D-001]허둥지둥하던 …… 공(功) : 허 둥지둥했다는 것은 공자(孔子)가 천하(天下)에 도(道)를 행하기 위해 항상 분주하였음을 뜻하고, 과화(過化)의 공이란 바로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대체로 성인은 지나는 곳마다 사람이 모두 변화하고, 마음 둔 곳은 문득 신묘불측하여 상하로 천지의 조화와 함께 운행하는 것이다.[夫君子所過者化 所存者神 上下與天地同流]”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盡心上》
[주D-002]군자는 …… 있기에 : 시 인(矢人)은 화살 만드는 기술자를 가리키는데, 맹자가 이르기를, “화살 만드는 사람이 어찌 갑옷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못하랴마는, 화살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할까 걱정하나니, 그러므로 기술도 삼가지 않아서는 안 된다.[矢人豈不仁於函人哉 矢人唯恐不傷人 函人唯恐傷人 故術不可不愼也]”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公孫丑上》
[주D-003]이사(李斯)가 …… 있었네 : 이사는 전국 시대에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했던 순경(荀卿)을 사사(師事)했는데, 그는 뒤에 진 시황(秦始皇)을 도와서 천하를 통일하여 승상(丞相)이 되었고, 또 진 시황에게 분서갱유(焚書坑儒)를 하도록 청했으므로 이른 말이다.
집에 이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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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에선 새 한림학사가 되었고 / 天朝新內翰
왕국에선 또 중서 사인이 되었네 / 王國又中書
바닷가의 산은 삼한 밖에 있고 / 海嶠三韓外
봉래산은 만리 남짓에 있도다 / 蓬萊萬里餘
붓끝은 시골의 흥취를 묘사하는데 / 筆鋒描野興
병풍 같은 산은 그윽한 집을 둘렀네 / 山障繞幽居
호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 豪氣全消未
구름 헤치고 대궐을 바라보노라 / 披雲望帝居
내일이면 멀리 떠나야 하기에 개연(慨然)한 마음으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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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구름은 강 언덕에 모이고 / 寒雲屯江皐
새들은 깊은 숲에 깃들었는데 / 衆鳥依林幽
깊은 밤 단란하게 얘기 나눠라 / 團欒語深夜
내가 곧 멀리 노닐 걸 알았구려 / 知我將遠游
모자의 정만 중심에 간절할 뿐 / 母子情在中
공명은 참으로 관심 밖이련만 / 功名信悠悠
뉘우쳐도 그만둘 형편 못 되니 / 欲悔勢難止
내일 새벽엔 길을 떠나야 하리 / 明發當鳴騶
송경(松京)으로 가는 도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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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이 호기가 신주를 뒤덮어서 / 誰敎豪氣蓋神州
원룡의 백척루를 압도하게 하였는고 / 壓倒元龍百尺樓
결단코 여우처럼 한 언덕만 지키지 않고 / 斷不一丘狐嘯夜
곧장 물수리처럼 가을 하늘을 횡단하리라 / 直從萬里鶚橫秋
동주의 예악은 제후국에 성대했거니와 / 東周禮樂諸侯盛
서한의 문장은 두어 사람이 뛰어났었네 / 西漢文章數子優
필경 이 몸은 하늘이 부여해 준 바이라서 / 畢竟此身天所賦
칠언시 네 구절에 생각이 한량없네그려 / 七言四句思悠悠
옷이 없는데 왜 남주를 생각하지 않으랴 / 無衣何不想南州
십 리 화려한 주렴에 영벽루도 빛나누나 / 十里珠簾暎碧樓
흰 매화 눈처럼 날려라 섣달은 다가오고 / 梅白雪飛初近臘
누런 귤에 서리 내려라 가을은 다해 가네 / 橘黃霜落欲窮秋
김장이야 풍공의 위대함을 부러워하랴만 / 金張肯羨馮公偉
등설은 조로의 유여함을 꼭 알아야 하리 / 滕薛須知趙老優
세도와 인정을 끝내 어찌 믿을 수 있으랴 / 世道人情竟何恃
객창의 비바람 속에 밤만 지리하구나 / 客窓風雨夜悠悠
[주D-001]호기(豪氣)가 …… 하였는고 : 원 룡(元龍)은 삼국(三國) 시대 위(魏)나라의 고사(高士) 진등(陳登)의 자이다. 허사(許汜)가 일찍이 유비(劉備)와 함께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갔을 적에 허사가 진등의 인품을 평하여 말하기를, “일찍이 하비(下邳)에 들러 진등을 만났는데, 진등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자신은 큰 와상에 올라가서 눕고, 나는 밑에 있는 와상에 눕게 하더라.”고 하자, 유비가 말하기를, “그대는 국사(國士)의 명망을 지녔는데도……아무런 채택할 만한 말이 없었으니, 이것이 바로 진등이 꺼리는 바이다. 만일 나 같았으면 나는 백척루(百尺樓) 위에 눕고 그대는 맨땅에 눕도록 했을 것이다. 어찌 와상의 위아래 차이만 두었겠는가.” 한 데서 온 말이다. 《三國志 卷7 魏書 陳登傳》
[주D-002]여우처럼 …… 않고 : 여우는 근본을 잊지 않아서 죽을 때도 반드시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고향을 그리워함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3]물수리처럼 …… 횡단하리라 : 남 에게 천거(薦擧)를 받아 관직에 등용됨을 뜻한다. 후한(後漢) 때 예형(禰衡)이 젊어서 재능이 있었으므로, 공융(孔融)이 그를 천거하는 글에서 “사나운 새 백 마리를 합해 놓아도 물수리 한 마리를 못 당하나니, 예형이 조정에 들어가면 반드시 볼 만한 것이 있을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80 文苑列傳》
[주D-004]김장(金張)이야 …… 부러워하랴만 : 김 장은 한(漢)나라 때 칠세(七世)에 걸쳐 고관대작(高官大爵)에 올라 부귀영화를 극도로 누렸던 김일제(金日磾)와 장안세(張安世)의 가족을 가리키고, 풍공(馮公)은 한 문제(漢文帝) 때에 직간(直諫)을 했다가 소외되어 벼슬이 중랑서장(中郞署長)에 그치고 끝내 등용되지 못했던 풍당(馮唐)을 가리키는데, 좌사(左思)의 〈영사(詠史)〉 시에, “풍공이 어찌 위대하지 않았으랴만, 백발이 되도록 등용되지 못했네.[馮公豈不偉 白首不見招]” 하였다.
[주D-005]등설(滕薛)은 …… 하리 : 등 설은 춘추전국 시대의 등나라와 설나라이고, 조로(趙老)는 ‘조나라의 원로’라는 뜻으로, 춘추 시대에 덕망이 높았던 노(魯)나라 대부(大夫) 맹공작(孟公綽)을 가리킨다.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맹공작은 조ㆍ위의 원로가 되기에는 유여하거니와, 등ㆍ설의 대부는 될 수가 없다.[孟公綽爲趙魏老則優 不可以爲滕薛大夫]”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憲問》
삼각산을 지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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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 책을 끼고 절간에 머무를 적에 / 少年挾冊寄僧窓
돌다리에 뿌리는 폭포 소리 조용히 들었네 / 靜聽飛泉洒石矼
멀리 뵈는 서쪽 벼랑엔 밝은 빛이 역력한데 / 遙望西崖明歷歷
두어 마디 종소리가 석양을 향해 울리누나 / 數聲鐘向夕陽撞
만 길 푸른 봉우리가 중천에 높이 꽂히어 / 高插中天萬仞靑
쌀쌀한 솔바람이 별을 흔들려고 하누나 / 松風颯颯欲搖星
당년엔 높은 꼭대기를 나는 듯이 올라가 / 當年飛上崔嵬頂
산허리에 천둥 치는 걸 내려다보았었네 / 俯視山腰擊迅霆
말 타고 중원을 두루 돌아다니려 했다가 / 欲將馬迹遍中原
중도에 되돌아오니 날이 아직 안 어둡네 / 半道歸來日未昏
일찍이 듣자 하니 화산의 선인장 곁에는 / 聞有華山仙掌側
거령이 쪼갠 곳에 높은 산이 서 있다 하대 / 巨靈擘處立高根
큰 소나무 그늘 밑에서 동파집을 읽으며 / 長松影裏讀東坡
마음 정하여 고담준론 거침없이 나누고 / 定水高談似決河
다시 관솔 가져다가 횃불 만들어 태우니 / 更把松明燒作炬
낯에 그을음 가득해라 밤이 하마 어느 땐고 / 煙煤滿面夜如何
[주D-001]화산(華山)의 …… 하대 : 중 국 화산의 동봉(東峯)을 선인장봉(仙人掌峯)이라 하는데, 봉우리 곁의 돌 위에 완연히 다섯 손가락을 갖춘 손바닥 하나의 흔적이 있으므로 지어진 이름이고, 거령(巨靈)은 하신(河神)의 이름으로, 거령이 화산을 반으로 쪼개어 하수(河水)를 개통시켰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곧 삼각산의 별명이 화산이므로 한 말이다.
성중(省中)에 입직(入直)하여 빗소리를 듣고 차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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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은 애당초 바란 바 아니건만 / 僥倖非初意
뒤따라 오르니 후생에게 부끄럽네 / 追攀愧後生
잠 못 이루어 등 그림자 분명한데 / 不眠燈有影
다시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리누나 / 更聽雨來聲
장막은 얇아서 물처럼 서늘하고 / 帷薄涼如水
뜰은 텅 비어 아침까지 비가 오네 / 階空滴到明
오이 심고픈 그윽한 흥취 일어라 / 種瓜幽興動
조그만 남새밭이 강성에 있다오 / 小圃在江城
[주D-001]오이 …… 일어라 : 진(秦)나라 때 일찍이 동릉후(東陵侯)에 봉해졌던 소평(召平)이 진나라가 망한 뒤에는 포의(布衣) 차림으로 가난하게 살면서 장안성(長安城) 동문(東門) 밖에 오색(五色)의 오이를 심었던 데서 온 말이다.
강릉(江陵)을 존무(存撫)하러 가는 황 상시(黃常侍)를 송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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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담소함은 참으로 볼 만하거니와 / 談笑從容儘可觀
매양 시와 술로써 선비들을 압도했는데 / 每將詩酒壓儒冠
이미 물의에 부합되어 친히 부월 받아서 / 已符物議親承鉞
백성의 아픔 물으려고 잠시 관문 나가네 / 爲訪民痌暫出關
땅은 동방에 가까워 날이 빨리 샐 거고 / 地近扶桑天易曉
산은 장백에 연하여 여름에도 추울 걸세 / 山連長白夏猶寒
바닷가의 곳곳엔 뛰어난 경치 많으리니 / 海邊處處多奇絶
후일에 고상한 시구 빌려 보기 바라노라 / 他日高吟幸借看
성중(省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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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굽이 모랫둑이 시내 곁에 있으니 / 一曲沙堤傍碧溪
격구장의 동쪽 끝이요 자문의 서쪽이로다 / 毬庭東畔紫門西
진언이 적절치 못하니 비난은 심할 테고 / 陳言不切譏應甚
일 봄이 워낙 더디니 뜻은 더욱 헷갈리네 / 見事殊遲意轉迷
창은 괴나무와 가까워 바람이 솔솔 불고 / 窓近綠槐風細細
섬돌에 번득인 홍약엔 비가 쓸쓸히 내리네 / 階飜紅藥雨凄凄
거듭 노닒에 굳이 젊어야 할 건 아니거니와 / 重游未必年顔少
또 간서를 초하노라니 닭이 깃들려 하누나 / 更草諫書鷄欲棲
[주D-001]괴나무 : 태 학(太學)을 가리킨다. 장안성(長安城) 동편 가도(街道)에는 양쪽으로 괴나무를 줄지어 심어 놓았는데, 제생(諸生)들이 삭망(朔望) 때마다 여기에서 토산품(土産品)과 서책(書冊) 등을 매매(賣買)하고 서로 예의(禮儀)를 담론하였으므로, 전하여 태학의 별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주D-002]섬돌에 번득인 홍약(紅藥) : 중 서성(中書省)을 가리킨다. 홍약은 작약(芍藥)의 별칭인데, 남조(南朝) 때의 시인(詩人) 사조(謝脁)의 〈직중서성(直中書省)〉 시에, “홍약은 뜰에 당하여 번득이고, 푸른 이끼는 섬돌을 타고 오르네.[紅藥當階飜 蒼苔依砌上]”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닭이 깃들려 하누나 : 이 역시 중서성을 의미한다. 삼국(三國) 시대 위(魏)나라 중서성의 나무에 닭이 깃든 일이 있었던 데서 온 말이다.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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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지척 사이에 안락와가 있거늘 / 咫尺眼前安樂窩
산 넘고 바다 건너서 무엇을 하려는고 / 游山涉海欲如何
선풍도골은 예부터 흔치 않은 바인데 / 仙風道骨由來少
속된 몰골은 세상에 이미 절로 많구나 / 俗狀塵容已自多
누각의 그림자 속엔 하늘이 물과 같고 / 樓閣影中天似水
생소의 소리 밑엔 달빛이 물결 같아라 / 笙簫聲裏月如波
다만 지금의 정경을 어느 누가 알런고 / 只今情境誰知得
끝없는 호기가 큰 강을 터놓은 듯하네 / 豪氣悠然決大河
[주D-001]안락와(安樂窩) : 송(宋)나라 소옹(邵雍)이 몸소 농사지어 의식(衣食)을 해결하면서 살았던 집 이름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시골집을 의미한다.
이해 봄에 밀직 재상(密直宰相) 윤지표(尹之彪)가 사은사(謝恩使)가 되어 나를 서장관(書狀官)으로 삼아서 함께 경도(京都)로 가는 길에 금교(金郊)의 도중에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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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송악산에 자주 머리 돌리어라 / 鵠峯蒼翠屢回頭
노나라 떠나기 더딤이 또 한 가을일세 / 去魯遲遲又一秋
금의환향을 얻은들 장차 어디에 쓸거나 / 縱得錦還將底用
흰 구름 깊은 곳에 기탁하여 은거하련다 / 白雲深處寄菟裘
[주D-001]노(魯)나라 떠나기 더딤 : 맹 자(孟子)가 이르기를, “공자(孔子)가 제(齊)나라를 떠날 적에는 밥을 짓기도 전에 담근 쌀을 건져서 급히 떠났고, 노나라를 떠날 적에는 이르기를, ‘더디어라 나의 행차여.’ 하였으니, 그것은 부모(父母)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이다.” 한 데서 온 말로, 고국을 떠나게 됨을 비유한 것이다. 《孟子 萬章下》
절령(岊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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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절령은 곧장 하늘을 오르기 같아 / 岊嶺崔嵬直上天
행인들의 흐르는 땀이 샘물 솟듯 하누나 / 行人流汗似噴泉
또 나한당 앞길을 따라서 지나가노니 / 又從羅漢堂前過
석장 날린 신통술은 값이 몇 전이나 될런고 / 飛錫神通直幾錢
서경(西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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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처럼 맑은 물에 두 배 나란히 띄우고 / 方舟容與水如空
역마에 먼지 날리며 일순간에 당도하였네 / 驛騎飛塵一瞬中
두 가지 탕국을 마련하기는 아주 쉬우나 / 辦得兩湯雖甚易
일곱 자 시구 읊는 덴 잘 짓기 어려워라 / 哦成七字却難工
성 머리 늙은 나무는 아직 해를 가려 주고 / 城頭老樹猶遮日
산 위의 높은 누각은 멀리 바람 끌어 오네 / 山頂高樓遠引風
듣자 하니 옛날 여기엔 조천석이 있었고 / 聞說朝天曾有石
단군의 영걸함은 군웅의 으뜸이었다 하네 / 檀君英爽冠群雄
[주D-001]조천석(朝天石) : 고구려 동명왕(東明王)이 일찍이 평양의 기린굴(麒麟窟)에서 기린마를 길러 타고 이 조천석으로 나와 하늘에 조회했다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도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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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고 산 오름은 예전 놀이 같은데 / 渡水登山似舊游
땀 흘리며 말을 달려 무엇을 구하려는고 / 汗流走馬欲何求
도중에 아는 사람 없어 냉소만 지어라 / 途中冷笑無人識
기린각과 조그만 집들이 모두 빈 터로세 / 麟閣蝸廬摠一丘
안주(安州)의 강(江)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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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맑은 강물 매끄럽고도 차가운데 / 一帶淸江滑更凝
작은 배가 두어 사람을 흡족히 태우누나 / 小舟恰受數人乘
그러나 이 강물은 금방 동해로 빠지리니 / 雖然不日朝東海
우선 논밭에 대어서 곡식을 가꿔야겠네 / 且灌平田綠滿塍
의주(義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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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로 몇 번이나 관성 아전을 보았던고 / 儒衣幾見關城吏
사은하는 사절로 거듭 서장관이 되었네 / 使節重爲書狀官
강가의 누각은 백 척이나 높이 우뚝한데 / 百尺江樓高突兀
저녁놀 외론 따오기가 난간에 기대 있구나 / 落霞孤鶩凭闌干
파사부(婆娑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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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서 역마 달리는 첫 번째 노정인데 / 馳馹中原第一程
하늘 가득 구름 얇아 샛별이 반짝이네 / 滿天雲薄耿明星
길이 읊조림이 어찌 화이만 구분될쏜가 / 長吟豈獨華夷辨
성의관문 속에서 꿈을 이미 깨었다오 / 誠意關中夢已醒
산역(山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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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낮은 관도가 학성을 가리키는데 / 官路高低指鶴城
산봉우리 나무 끝은 가늘게 서로 얽혔네 / 峯頭木末細相縈
산천은 참 좋다마는 우리의 땅이 아니요 / 山川信美非吾土
흐르는 세월 속엔 나의 생애를 관찰하네 / 歲月如流觀我生
새벽에 밀림 지나니 이슬이 뚝뚝 듣고 / 曉過密林聞露滴
밤에 깊은 골 임하니 구름이 가로질렀네 / 夜臨深谷看雲橫
홀연히 요양의 길을 밟아 지나노라니 / 忽然踏得遼陽路
만리의 편평한 큰 들에 하늘이 나직하구나 / 大野天低萬里平
학야음(鶴野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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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 하늘 높디높고 요동 바다는 깊은데 / 遼天高高遼海深
화표주 학의 말소리를 누가 알아들었나 / 鶴語華表誰知音
그 당시 사람들은 다 황천객이 되었으니 / 當時人民化黃壤
성곽은 그대로일망정 마음은 서글펐으리 / 城郭雖是難爲心
분분한 팽상설은 함부로 지어낸 것일 뿐 / 彭殤紛紛妄作耳
오직 한 가지 물건이 천지에 참여하나니 / 只有一物天地參
형체에 의탁지 않고 힘을 믿지도 않으나 / 不依形體不恃力
밝기는 백일 같고 정하기는 황금 같도다 / 明爲白日精黃金
예로부터 괴이한 건 말하지 않는 법이라 / 由來詭怪所不道
방책의 잘못된 걸 미루어 찾기 어렵구려 / 方冊訛誤難推尋
못된 세속 증오함엔 높은 재능도 많으니 / 疾邪憤世多異材
물고기 사슴 벗 삼고 말을 새에 의탁하여 / 侶魚友鹿言托禽
슬픔과 울적함 풀면서 일월을 즐기는데 / 舒悲宣鬱弄日月
그 남은 음향은 가끔 유림을 놀래키도다 / 餘響往往驚儒林
난 지금 강한 필치로 학야음을 쓰노라니 / 我今強筆鶴野吟
소리와 기세가 정묘하고 또 성대하구나 / 聲氣要妙仍沈沈
[주D-001]요동(遼東) …… 알아들었나 : 한 (漢)나라 때 요동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일찍이 영허산(靈虛山)에 들어가 선술(仙術)을 배우고 뒤에 학(鶴)으로 변화하여 고향인 요동의 성문(城門) 화표주(華表柱)에 앉아 있었는데, 이때 한 소년(少年)이 활로 그 학을 쏘려 하자 학이 날아올라 공중을 배회하면서 말하기를, “학으로 변화한 정영위가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비로소 돌아왔는데, 성곽은 예와 같건만 사람은 옛사람 아니구나. 왜 선술을 배우지 않아 무덤만 줄을 이었는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 하고는, 마침내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팽상설(彭殤說)은 …… 뿐 : 《장 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천하에는 털끝보다 더 큰 것이 없을 수 있는 반면에 태산이 작은 것이 될 수도 있고, 요절한 아이보다 더 장수한 이가 없을 수 있는 반면에 800세를 산 팽조를 요절했다고 할 수도 있다.[天下莫大於秋毫之末 而大山爲小 莫壽乎殤子 而彭祖爲夭]” 한 데서 온 말인데, 왕희지(王羲之)의 〈난정기(蘭亭記)〉에서는, “죽고 삶을 하나로 보는 것은 허탄한 말이고, 팽조와 요절한 아이를 똑같이 보는 것은 망녕되이 지어낸 말이다.[一死生爲虛誕 齊彭殤爲妄作]” 하였으므로 한 말이다.
[주D-003]물고기 …… 의탁하여 : 물 고기와 사슴을 벗 삼는다는 것은 소식(蘇軾)의 〈적벽부(赤壁賦)〉에, “물고기 새우와 짝하고, 고라니 사슴과 벗 삼는다.[侶魚鰕而友麋鹿]” 한 데서 온 말이다. 말을 새에 의탁한다는 것은 소식의 〈오금언(五禽言)〉 시를 가리킨 말인데, 이 시는 다섯 종류의 새의 이름을 시구에 숨겨 넣어서 그 소리와 뜻을 취하여 읊은 것이다.
요야(遼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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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넓으니 백성은 나무 위에 살고 / 野闊民居樹
하늘 낮으니 말은 구름 속에 드네 / 天低馬入雲
예천이 뛰어난 시구를 남겼는데 / 醴泉遺傑句
요동 벌판엔 또 석양이 되었구려 / 遼野又斜曛
화표의 신선은 한 번 떠나 버렸고 / 華表仙一去
애두의 강물은 반으로 나뉘었네 / 崖頭江半分
의주는 높이 솟은 지역이라서 / 懿州高出地
양과 말이 스스로 떼를 이뤘구나 / 羊馬自成群
[주D-001]예천(醴泉)이 …… 남겼는데 : 예 천은 고려 때에 벼슬이 도첨의 정승(都僉議政丞)에 이르고 예천부원군(醴泉府院君)에 봉해진 권한공(權漢功)을 가리키고, 뛰어난 시구란 권한공이 일찍이 요동 벌을 지나면서 지었다는, 바로 위의 ‘들 넓으니 백성은 나무 위에 살고 하늘 낮으니 말은 구름 속에 드네.[野闊民居樹 天低馬入雲]’를 가리킨다.
[주D-002]화표(華表)의 신선 : 한 (漢)나라 때 요동 사람 정영위(丁令威)가 일찍이 영허산(靈虛山)에 들어가 선술(仙術)을 배우고 뒤에 학(鶴)으로 변화하여 고향인 요동의 성문(城門) 화표주(華表柱)에 앉아 있었는데, 이때 한 소년(少年)이 활로 그 학을 쏘려 하자 학이 날아올라 공중을 배회하면서 말하기를, “학으로 변화한 정영위가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비로소 돌아왔는데, 성곽은 예와 같건만 사람은 옛사람 아니구나. 왜 선술을 배우지 않아 무덤만 줄을 이었는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 하고는, 마침내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산북(山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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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최 헌사가 / 昔年崔憲使
눈보라 속에 깊은 술잔 권했는데 / 風雪勸深杯
졸렬한 내 시구는 처음 써 내렸고 / 拙句初翻墨
고상한 담론은 천둥치듯 하였네 / 高談似轉雷
황량하니 마음 또한 괴로웁고 / 荒涼心更苦
적막하니 머리 자주 돌리네 / 寂寞首頻回
천년이라 문창 선생 이후로 / 千載文昌後
계림은 참으로 훌륭하구려 / 鷄林信美哉
[주D-001]천년이라 …… 훌륭하구려 : 계림(鷄林)은 곧 최 헌사(崔憲使)를 가리킨 것으로, 그가 바로 문창후(文昌侯) 최치원(崔致遠)의 후손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백산(柏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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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빽빽하니 구름은 산굴을 싸고 / 谷密雲籠岫
시내 맑으니 돌엔 여울이 부딪누나 / 溪淸石激湍
땅은 수려함이 동국과 같고 / 地如東國秀
하늘은 차가운 북방과도 같은데 / 天似北方寒
혹부리 영감은 나그네를 접대하고 / 帶癭人供驛
사향 품은 노루는 산으로 들어가네 / 懷香麝入巒
비로소 알았네 크나큰 천지간에 / 始知霄壤大
남월에서만 단사(丹砂)가 나는 것을 / 南越出丹矸
사하(沙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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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하가 하늘에서 동남으로 쏟아지는데 / 灤河天上注東南
나무 꽂아 만든 다리에 물은 쪽빛 같구나 / 插木成橋水似藍
위에는 벽옥 같은 말발굽이 번득이어라 / 上有馬蹄飜碧玉
관광 길에 성인께 세 가지로 축복합니다 / 觀光請祝聖人三
[주D-001]성인(聖人)께 …… 축복합니다 : 요(堯) 임금 때에 화(華) 땅의 봉인(封人)이 요 임금에게 아뢰기를, “성인께 축복을 드리노니, 성인께서는 수(壽)하고 부(富)하고 다남자(多男子)하소서.” 한 데서 온 말이다. 《莊子 天地》
계문(薊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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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진이 계문에서 일어났다는 / 風塵薊門起
옛 시구는 지금까지 전하는데 / 古句傳至今
강회에 또 난리의 조짐이 있어 / 江淮又階亂
지금 나는 깊은 생각에 젖노라 / 今我多沈吟
덕에 있고 험고함에 있지 않다는 / 在德不在險
한 구절은 정금과도 같으니 / 一句如精金
정금은 달굴수록 강렬해진다오 / 百煉益剛烈
비루해라 저 매우 간사한 자가 / 鄙哉彼孔壬
아첨하여 대업을 망치는 것은 / 善柔敗大業
임금 마음을 좀먹은 때문인데 / 良由蝕君心
뜻을 얻으면 제어키 어려우니 / 得志必難制
작은 불일 때 꺼서 없애야 하리 / 爝火方可熸
[주D-001]풍진(風塵)이 계문에서 일어났다 : 두목(杜牧)의 〈감회(感懷)〉 시에, “모두성이 기미성을 타니, 풍진이 계문에서 일어났네.[旄頭騎箕尾 風塵薊門起]” 하였다.
[주D-002]덕(德)에 …… 않다 : 전 국 시대 위 무후(魏武侯)가 배를 타고 서하(西河)의 중류(中流)를 내려가면서 장군(將軍) 오기(吳起)를 돌아보고 말하기를, “아름답다, 산하(山河)의 험고함이여. 이것은 위국(魏國)의 보배로다.” 하니, 오기가 대답하기를, “덕에 있는 것이요, 험고함에 있지 않습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통주(通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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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 공봉 이 몸은 고려국의 출신으로 / 翰林供奉出高麗
헛된 명성만 있어 세상이 다 알긴 하나 / 秖有虛名世所知
창 깎을 때가 임박함을 스스로 생각하고 / 自念屬窓時已近
등에 흠뻑 땀 흘리며 경사를 향해 가네 / 汗流洽背向京師
[주D-001]창 깎을 때 : 문 재(文才)가 졸렬함을 이른다. 당(唐)나라 양도(陽滔)가 일찍이 중서 사인(中書舍人)이 되어 급히 명을 받고 제사(制詞)를 초하려 할 적에 마침 영사(令史)가 서고(書庫)의 열쇠를 갖고 출타(出他)하여 서고의 구본(舊本)을 검심(檢尋)할 수 없게 되자, 그는 황급히 서고의 창문을 깎아 내고 들어가 구본을 찾아냈던 데서 온 말이다. 그래서 그를 당시에 착창 사인(斸窓舍人)이라고 불렀다 한다.
동악묘(東嶽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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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전당 고요히 절로 한 세계를 이뤄라 / 祕殿沈沈自一天
특이한 여러 형상들은 죄다 신선이로세 / 殊形異狀盡神仙
문 앞의 거마들은 어느 때나 끊어지려나 / 門前車馬何時絶
복 빌어 생활 영위함이 모두 가련하구려 / 丐福營生摠可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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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途中)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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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마들이 먼지 날리며 떼 지어 몰려오니 / 車馬飛塵陣陣來
통주에는 쌀가마가 마치 산더미 같구나 / 通州米斛似山堆
누가 알랴 사자가 진기한 화석 구하느라 / 誰知使者求花石
돛 그림자 바람 따라 해상에 도는 줄을 / 帆影隨風海上回
[주D-001]사자(使者)가 …… 도는 줄을 : 송(宋)나라 휘종(徽宗)이 화석(花石)을 매우 좋아하여, 진기한 화석들을 경사(京師)로 운반하느라 배가 줄을 이었던 데서 온 말이다.
경사(京師)에 이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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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들어서는 쇠한 눈이 놀라고 / 入城驚老眼
사물 만나면 소리 높이 읊조리네 / 觸物動高吟
경사의 땅은 천지같이 광대한데 / 輦轂乾坤大
고향 집은 동해의 깊은 산속일세 / 庭闈海嶠深
공연히 불변의 마음은 기약했건만 / 謾期心匪石
금석 소리 나는 시문은 못 얻겠네 / 難得賦鏘金
끝내 장차 어디에 쓸 수 있을꼬 / 畢竟將安用
누런 먼지만 옷깃에 가득하구나 / 黃塵易滿襟
[주D-001]금석(金石) …… 시문 : 대 단히 잘된 시문을 말한다. 진(晉)나라 때 문장가인 손작(孫綽)이 일찍이 〈천태부(天台賦)〉를 짓고 나서 매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친구인 범영기(范榮期)에게 보이면서 말하기를, “경(卿)은 시험 삼아 이 글을 땅에 던져 보라, 의당 금석 소리가 날 것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고향을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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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의 물은 하얗고 산은 그림 같고요 / 熊津水白山如畫
마읍의 산은 푸르고 물은 옷깃 같은데 / 馬邑山靑水似襟
파리한 대 한 숲은 탈 없이 잘 있는지 / 瘦竹一林無恙否
멀리 놀자니 먼지만 두건에 가득하구나 / 遠遊塵土滿簪巾
촉규가(蜀葵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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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라 화창하고 풍일이 하 좋은데 / 四月淸和好風日
외로이 빼어난 줄기가 푸른 옥 같구려 / 孤根拔出靑如玉
붉은 깁이 눈빛 살결과 서로 비치는데 / 絳紗相暎雪膚肌
낱낱이 푸른 무지개 빛으로 떠받치었네 / 一一承以霓裳綠
연산의 기숙사는 자못 맑고도 화려하여 / 燕山僑居頗淸華
수양버들 살랑대고 흐르는 물 푸르니 / 柳幄翠搖流水碧
서왕모의 반도화도 생각할 것 없고요 / 不思王母蟠桃花
침향정의 목작약도 읊을 필요 없어라 / 不賦沈香木芍藥
이 꽃이 비록 천품이기는 하나 / 此花雖品賤
나는 유독 감격한 마음이 많다오 / 我獨多感激
그대는 보았나 춘풍에 화려함 과시할 제 / 君看繁麗誇春風
화려한 자리 미인들이 다투어 끊는 것을 / 錦筵雲髻爭攀折
누가 알랴 한 번 웃어 아리따움 뽐내고 / 誰知一笑足嫣然
다시 깊은 동산 그윽한 곳에 부쳐 있는 걸 / 更在深園寄幽絶
내가 이 노래를 하는 게 어찌 미쳐서이랴 / 我今歌此豈狂哉
그 발 호위하듯 내 생명 호위하고파일세 / 願衛吾生如衛足
비록 작은 담장 그늘에서 헛되이 늙더라도 / 雖然虛老小牆陰
절로 마음 기울여 끝내 태양을 향하리 / 自是傾心向暘谷
[주D-001]그 발 호위하듯 : 촉규(蜀葵), 곧 해바라기는 항상 잎을 기울여 태양을 향해서 자기의 뿌리를 가린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단오(端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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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의 단오절은 천시가 매우 좋은데 / 今年端午好天時
천애의 노모 위해 멀리서 걱정이 되네 / 老母天涯費遠思
쑥잎으론 인형 만들어 문 위에 올리고 / 艾葉扶翁上瓊戶
창포꽃은 술거품에 섞여 금잔에 드누나 / 菖花和蟻入金巵
눈은 좋은 명절에 놀라나 내 나라가 아니요 / 眼驚佳節非吾土
몸은 뜬 이름에 참예하여 색실을 매었네 / 身與浮名繫綵絲
생각건대 고향 산천 내가 놀던 곳에는 / 想得家山游戱處
그넷줄이 반공중 석양 아래 드리웠으리 / 鞦韆斜影半空垂
[주D-001]쑥잎으론 …… 올리고 : 5월 5일 단오절(端午節) 무렵이면 반드시 쑥을 채취하여 그것으로 인형(人形)을 만들어 문 위에 걸어서 독기(毒氣)를 물리친다는 형(荊)ㆍ초(楚)의 민속(民俗)에서 온 말이다.
[주D-002]몸은 …… 매었네 : 《풍속통(風俗通)》에 의하면, 5월 5일 단오절이면 장명루(長命縷)라 하여 오채(五綵)의 실을 팔뚝에 매어서 사수(邪祟)를 물리치는데, 특히 당대(唐代)에는 단오절마다 궁중(宮中)에서 채색실을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다고 한다.
비를 대하여 회포를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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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문문 언덕 아래 작은 띳집에 앉아서 / 崇文岡下小茅齋
한가함 속의 아름다운 일들을 기억하며 / 記取閑中事事佳
산 중턱 가랑비에 자리 가득 서늘할 제 / 小雨半山涼滿榻
스님하고만 함께 소리 높여 읊조리노라 / 高吟只有野僧偕
우연히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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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한가하매 뜻은 되레 바쁘고 / 身閑猶役志
학문이 얕아서 이미 글을 잊었네 / 學淺已忘書
속물은 사람의 뜻을 상하게 하고 / 俗物敗人意
시골 정취는 타관살이에 나오누나 / 野情生客居
바람을 쐬러 버들 언덕을 지나고 / 納涼過岸柳
비 올 때엔 남새밭을 점검도 하네 / 乘雨檢園蔬
천자께 조회할 날을 미리 염려해 / 預恐朝天日
동가에서 절뚝 당나귀를 빌리었네 / 東家借蹇驢
만리 타관에 떠도는 나그네는 / 斷蓬飄客路
폐추가 가서처럼 중하기만 하네 / 弊帚重家書
어머니는 제대로 봉양 못하고 / 奉養違天只
몸은 쇠해라 세월이 아깝네그려 / 衰遲惜日居
정육을 구할 마음은 없으려니와 / 無心求鼎肉
채소밭 가꿀 뜻은 항상 있다오 / 有意種畦蔬
장차 진정표 올리고 돌아가자면 / 待上陳情表
행장은 나귀 등도 다 안 차리라 / 歸裝不滿驢
[주D-001]속물(俗物)은 …… 하고 : 진 (晉)나라 때 혜강(嵇康), 완적(阮籍), 산도(山濤), 유령(劉伶) 4인이 일찍이 죽림(竹林)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있는데, 왕융(王戎)이 맨 나중에 당도하자 완적이 왕융을 지적하여 말하기를, “속물(俗物)이 다시 와서 사람의 뜻을 상하게 한다.”고 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2]폐추(弊帚)가 …… 하네 : 가서(家書)는 고향 집에서 온 편지를 말하고, 폐추는 닳아빠진 빗자루를 이르는데, 곧 자기의 물건이면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대단히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뜻한다.
[주D-003]정육(鼎肉) : 익힌 고기를 말하는데, 노 목공(魯穆公)이 자사(子思)를 섬기는 데 있어 자주 문안을 드리고 자주 정육을 드렸다 한다. 《孟子 萬章下》
[주D-004]진정표(陳情表) : 진(晉)나라 때 이밀(李密)이 연로한 조모(祖母)의 봉양을 위해 진정표를 올려 벼슬을 극구 사양했던 데서 온 말이다.
폭우행(暴雨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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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바람 먼지 불어 반공중이 시커멓고 / 狂風吹塵半天黑
번갯불은 번쩍번쩍 광채가 선명하고요 / 金蛇逬走光熠熠
천둥 벼락 요란하게 급격히 몰아치더니 / 雷聲霹霹復靂靂
바다는 뒤집히고 구름은 눈물 줄줄 흘리네 / 海爲瀾飜雲爲泣
기왓장에 어지러이 뛰는 구슬을 보자마자 / 初看屋瓦亂跳珠
은빛 창대가 이내 하늘 가득 내려꽂히네 / 已是滿空銀竹立
머리 돌리니 천지가 한 외로운 성이 되어 / 回頭天地如孤城
백만 대군이 갑자기 기습해 온 것 같구나 / 百萬雄兵忽來襲
사나운 자도 크게 놀라 어쩔 줄을 모르고 / 悍夫躑躅亦破膽
철없는 애는 귀를 막지만 방도가 있으리요 / 癡兒塞聰那可及
가련해라 우리 집에 둥지 튼 제비 한 쌍은 / 可憐吾家雙燕子
푸른 깃 젖은 채 말없이 주렴 곁에 앉았고 / 傍簾無語翠衣濕
정원에 줄지어 섰는 수많은 촉규화는 / 園中無數蜀葵花
꽃봉오리 기울어진 채 시름이 그득하구나 / 傾倒紅房正愁絶
하늘이 만물 사랑함은 인에 근본하기에 / 天公愛物本於仁
가지도 안 놀래키는데 어찌 불어 꺾으랴 / 風不驚條肯吹折
내 꽃을 불어 꺾는 건 할 말이라도 있지만 / 吹折我花尙可言
왕성이 한번 무너지면 무슨 말을 할쏜가 / 王省一缺何可說
이 미친 사람의 충심을 어느 누가 알리요 / 狂夫赤心誰得知
하늘에 하소연하다 머리가 다 셀 지경이네 / 叫徹蒼旻頭欲雪
[주D-001]가지도 안 놀래키는데 : 《염철론(鹽鐵論)》에 이르기를, “주공(周公) 때에는 바람은 나뭇가지를 울리지 않았고, 비는 흙덩이를 무너뜨리지 않았다.[風不鳴條雨不破塊]”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부질없이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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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니 찾아오는 사람 드물고 / 晝永人來少
바람 서늘하니 나그네 꿈 깨이네 / 風涼客夢醒
매미는 안개 낀 버들에서 울고요 / 鳴蜩煙襲柳
제비 새끼는 비 갠 뜰에서 노누나 / 乳燕雨收庭
시름겨울 땐 석 잔 술을 마시고 / 愁裏三杯酒
한가할 땐 한 권의 책을 읽노라 / 閑中一卷經
알건대 우물이 멀지 않아서 / 井泉知不遠
시원한 물이 은병에 가득하구나 / 氷雪滿銀甁
흐르는 세월에 나는 병만 많은데 / 歲月吾多病
강호에는 그 누가 홀로 깨었는고 / 江湖誰獨醒
시름 달래기 위해 거문고를 타고 / 遣愁鳴綠綺
고요함이 좋아서 황정경을 읽도다 / 愛靜讀黃庭
숲이 가까우니 서늘함이 감돌고 / 樹近微涼逗
꽃이 떨어져라 소낙비가 지났구려 / 花殘驟雨經
명성 다투느라 세상이 물 끓듯 한데 / 爭名政欲沸
나 혼자만 입을 병 막듯이 하누나 / 守口獨如甁
[주D-001]강호(江湖)에는 …… 깨었는고 :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 “온 세상이 다 흐린데 나 혼자만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 혼자만 깨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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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구름이 평지 숲에 흩어지니 / 宿雲散平楚
새벽빛이 어이 그리 아름다운고 / 晨光何陸離
동방이 한 번 빛을 움직이니 / 扶桑一動色
하늘땅이 모두 환히 빛나네 / 天地皆光輝
창문 열어 맑은 기운 받아들이고 / 開窓納淑氣
뱀이나 거북처럼 호흡을 해 봐도 / 呼吸如蛇龜
심신이 조췌해진 지 오래라서 / 心神久凋瘁
고질은 참으로 다스리기 어렵네 / 膏肓諒難醫
새벽 맑은 정신으로 반성해 보매 / 反觀平旦氣
청명한 기가 조금은 남아 있으니 / 淸明存一絲
만일 곧음으로 이를 보호한다면 / 苟能保以直
호연지기가 천지간에 가득 차리라 / 浩然充兩儀
비로소 맹자의 글을 읽어 보매 / 載讀孟子書
법칙을 분명하게 제시하였으니 / 灼灼示綱維
이단은 단절된 항구와 같아서 / 異端如斷港
끝내 함지와 통하지 못하리로다 / 終不通咸池
새벽에 일어나 길이 탄식하노니 / 晨興發永嘆
이제부터 나의 스승을 알았노라 / 從此知吾師
우연히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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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뿌린 논밭에 가라지풀이 생겨나서 / 種下田疇稂莠生
바람 타고 비에 젖어 다 함께 푸를 제 / 風吹雨潤共靑靑
농가의 안목은 분명하게 구분을 하건만 / 分明有箇農家眼
천도는 본래부터 오묘하기만 할 뿐이네 / 天道由來秖窈冥
여름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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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가 난간 앞에서 서늘함 보내오니 / 喬木當軒送薄涼
못 가에서 피서하는 그 기분을 느끼건만 / 却思逃暑在池塘
여기에 부족한 건 다만 섬섬옥수 미인이 / 箇中只欠纖纖手
꽃무늬 자기에 하얀 술 담아다 줌이로세 / 調送花瓷白雪漿
호마음(胡馬吟). 길들이지 않은 말을 새로 사고 나서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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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북풍이 불어 흰 눈을 내리다가 / 朔風長年吹作雪
사초가 무성하여 사방에 신록을 펼치매 / 莎草茸茸散新綠
호인들이 말 먹이러 구름처럼 모여드니 / 胡人牧馬如雲屯
헌걸찬 말들이 일만 군대에 비길 만하고 / 霧鬣風鬃萬部曲
사막 남쪽 가을 하늘에 날아가는 응견처럼 / 秋風鷹犬幕南天
늠름한 호기로 날쌘 발을 한껏 뽐내누나 / 豪氣稜稜憑逸足
근래 중국이 사방으로 전쟁을 일삼으매 / 邇來中國事馳擊
호인들이 말 가지고 쌍백벽과 바꿔 가니 / 胡人來換雙白璧
쌍백벽이 족히 아까울 것 없어라 / 雙白璧不足惜
발굽은 유성 같고 귀는 깎은 대와 같구려 / 蹄邁流星耳批竹
화려한 마구에 놀라 서서 안절부절못하여라 / 眼驚華廏立不定
혹 제멋대로 달리던 평원을 생각함일까 / 豈憶平原恣馳逐
그러나 천성을 갑자기 바꾸긴 어려워도 / 雖然天性難遽移
장차 뜰 앞을 향해서 주인 위해 굽히겠지 / 且向階前爲君屈
사람들아 천구의 수많은 준마들을 보게나 / 請看天廏群飛龍
이 모두가 당년에 월지국에서 온 거라네 / 盡是當年來月窟
조산 선사(曹山禪師)의 시권(詩卷)에 제(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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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 밝은 달이 나와서 / 東海出明月
만리 멀리 조산을 따라오니 / 萬里隨曹山
조산과 동해는 / 曹山與東海
본시 지척의 사이였네 / 本是咫尺間
조산의 하늘은 씻은 듯이 맑고 / 碧空炯如洗
동해의 명주는 옥반에 떨어져라 / 明珠墮玉盤
상인의 한 치의 마음은 / 上人方寸心
마치 둥근 달과 같도다 / 猶如月團團
나는 고요한 명상을 좋아하여 / 吾生愛禪寂
세속 벼슬을 그만두려 하노니 / 欲掛紅塵冠
선사의 앉은 자리를 빌려서 / 借師坐具地
마음의 편안함을 구해 볼거나 / 庶以求心安
새벽에 앉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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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흐림에 새벽빛이 어두운데 / 輕陰迷曉色
아침 해는 찬 빛을 희롱하누나 / 初日弄寒光
청명한 야기는 실낱처럼 가늘고 / 夜氣微如縷
천지조화는 우주를 포괄하도다 / 天機括似囊
의관 정제하고 주역을 읽기 위해 / 整冠將讀易
방 소제하고 다시 향을 사르노니 / 掃地更焚香
다만 이 아무도 없는 곳에 / 只此無人處
흥미가 하염없이 진진하구나 / 悠然興味長
교문(橋門)에 노닐면서 제공(諸公)을 방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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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괴나무 그늘 속에 제명을 읽으니 / 綠槐陰裏讀題名
연전에 책 끼고 가던 때와 방불하구나 / 髣髴年前挾冊行
그 누가 알리요 한림원의 신참 공봉(供奉)이 / 誰識翰林新應奉
종소리에 맞추어 제자를 따르려하는 걸 / 欲隨諸子趁鐘聲
[주D-001]제명(題名) : 과거(科擧)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게시(揭示)한 것을 말한다.
낮잠을 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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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성정의 사이에 위치하여 / 心居性情間
드나듦이 도리어 일정함이 없나니 / 出入還無鄕
인간 그 누가 성인이 안 되랴마는 / 生民孰非聖
생각을 안 해서 미치광이가 되고 / 由罔念作狂
금수의 지경으로 마구 치달으니 / 奔流禽獸域
슬프다 허둥지둥하는 그 모습이 / 哀哉日遑遑
글 읽는 건 도를 닦기 위함인데 / 讀書要修道
어찌 고관대작이나 바라서이랴 / 豈在媒金章
어찌하여 몸뚱이를 게을리 해서 / 胡爲惰四肢
무너진 담장처럼 쓰러져 자는고 / 偃臥如頹牆
서책은 바람에 어지러이 날리고 / 書冊風亂秩
코 고는 소리에 침상이 들썩이네 / 鼻息雷殷床
부자께서 일찍이 성훈을 남기시어 / 夫子有聖訓
빛나기가 천일의 광채 같거니와 / 炳如天日光
재여도 그 병통 없애고 나서야 / 宰予病根消
안자 민자의 반열에 끼었었다오 / 乃厠顔閔行
역은 속히 회복함을 귀히 여겨 / 易貴不遠復
만세토록 성도가 창성하거니와 / 萬世聖道昌
호연지기의 뜻을 잘 기르는 건 / 馴養浩然志
군자가 쉴 새 없이 힘씀에 있다네 / 君子在自強
마음속에 있는 하나의 정 자가 / 心中一正字
명백하게 푸른 하늘에 사무치니 / 皎皎徹上蒼
이것을 자리 위에 써 붙여 두고 / 書之置坐右
조석으로 잊지 않고 경계하련다 / 朝夕戒無忘
[주D-001]인간 …… 되고 : 《서경》 다방(多方)에, “아무리 성인(聖人)이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되고, 미치광이라도 생각할 줄을 알면 성인이 된다.[惟聖罔念作狂 惟狂克念作聖]”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부자(夫子)께서 …… 남기시어 : 공 자(孔子)의 제자 재여(宰予)가 낮잠을 자거늘, 공자가 이르기를, “썩은 나무는 아로새길 수 없고,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을 고쳐 바를 것도 없는 것이니, 재여를 어찌 나무랄 것이나 있겠느냐.”라고 대단히 책망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公冶長》
[주D-003]역(易)은 …… 여겨 : 《주역》 복괘(復卦) 초구(初九)에, “초구는 머지않아서 회복함이라, 뉘우침에 이르지 않으니, 원하고 길하니라.[初九 不遠復 无祗悔 元吉]” 한 데서 온 말이다.
호로도(葫蘆島)에서 차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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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다리 길 갈라져 청림으로 들어라 / 小橋分路入靑林
그 누가 이 섬에 달빛이 들게 하였는고 / 瓊島誰敎月色侵
누각엔 물기 가득해라 서늘한 비 지났고 / 水氣滿樓涼雨過
절엔 종소리 울리는데 저문 구름 깊구려 / 鐘聲出寺暮雲深
좋은 경치 때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 不緣佳境留人住
새로운 시 찾아 종일 읊기 위함이로세 / 只覓新詩盡日吟
흥에 겨워 술 파는 집을 찾으려고 하니 / 乘興欲尋沽酒者
저 호계의 남긴 일이 지금에 생각나네 / 虎溪遺事照來今
[주D-001]호계(虎溪)의 남긴 일 : 진 (晉)나라 때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도연명(陶淵明), 육수정(陸修靜) 두 사람을 전송할 때에 흥겨운 이야기에 팔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호계를 건너가 범 우는 소리를 듣고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세 사람이 서로 크게 웃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참고로 그때의 광경을 상상하여 그린 것을 삼소도(三笑圖)라고 한다.
스님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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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끗 조정 명성은 똑같은 한 길이라 / 市利朝名共一途
홀로 파리한 말 타고 스님을 찾아왔는데 / 獨騎羸馬訪浮屠
종이 창 아래 종년토록 앉기야 허락하랴만 / 紙窓肯借終年坐
부들자리에 종일 가부좌하기도 어려워라 / 蒲薦猶難盡日趺
밥 빌러 다닐 때엔 버들 언덕을 따라가고 / 乞飯行時隨柳岸
불경 갖고 가는 곳은 연꽃 호수를 곁했네 / 戴經歸處傍蓮湖
스님은 마음이 본디 청정한 줄을 아노니 / 知師本自心淸淨
비록 등가를 만나도 걱정할 것 없으리라 / 雖遇登伽不足虞
[주D-001]등가(登伽) : 마등가녀(摩登伽女)의 준말로, 옛날 인도(印度) 마등가종(摩登伽種)의 음녀(淫女)를 가리킨다.
황도(皇都)의 여름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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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운 지방의 아름다운 기운 무성도 해라 / 燕雲佳氣鬱蔥蔥
범 쭈그리고 용 서리어 면세도 웅장하네 / 虎踞龍盤面勢雄
궁전은 창공을 기대어 해와 달이 빛나고 / 宮殿倚空輝日月
깃발이 이른 곳엔 천둥 바람을 일으키네 / 旌旗到處振雷風
무기를 거꾸로 실어 삼군은 개선을 하고 / 干戈倒載三軍凱
옥백의 공물 바쳐 옴은 만국이 다 같구려 / 玉帛來趨萬國同
중화와 낙직의 송시들을 엮어 취해다가 / 編取中和樂職頌
소신이 의당 무궁한 세상에 전파하리라 / 小臣當使播無窮
[주D-001]중화(中和)와 낙직(樂職)의 송시(頌詩) : 한 (漢)나라 때 익주 자사(益州刺史) 왕양(王襄)이 백성들에게 천자의 풍화(風化)를 선포하고자 하여, 준재(俊材)가 있다는 왕포(王褒)로 하여금 〈중화〉, 〈낙직〉, 〈선포(宣布)〉 등의 시(詩)를 짓게 하여 이를 녹명(鹿鳴)의 가락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게 한 데서 온 말이다.
새벽에 비가 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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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비바람이 약간의 한기를 뿌리어 / 曉來風雨灑微寒
낙숫물 소리 속에 손의 꿈은 다 깼는데 / 簷溜聲中客夢殘
마치 우리 집에 담근 봄 술이 막 익어서 / 似聽吾家春酒熟
거른 술이 밤새 금반에 쏟아지는 것 같네 / 槽床一夜滴金盤
해자(海子)의 곁을 걸어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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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둑을 따라 걸어가면서 / 步屧隨長堤
서늘함 찾아라 해는 저물어 가는데 / 尋涼日將夕
새 연꽃은 잔물결에 서로 비치고 / 新荷映淪漪
그윽한 향기는 떨기에서 나오누나 / 幽芳吐叢薄
언덕 너머엔 좋은 누대가 있고 / 隔岸好樓臺
물결 속엔 붉은 절벽이 거꾸로 섰네 / 波間倒紅壁
주인은 놀면서 돌아오지 않는데 / 主人游不歸
뜨락의 풀은 차고 푸른빛 어렸네 / 庭草凝寒碧
배회하며 오랫동안 바라보노라니 / 徘徊久瞻望
나로 하여금 많이도 감격케 하누나 / 使我多感激
강하(江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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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과 황하는 가장 큰물이라 / 江河水之大
도도히 흘러 해천에 연하도다 / 滔滔連海天
군자는 입언을 귀히 여기기에 / 君子貴立言
썩지 않고 의당 멀리 전하나니 / 不朽當遠傳
어찌 비루한 유속과 어울리어 / 焉能與流俗
화려함 다퉈 고운 자태 뽐내랴 / 競麗誇春姸
자운의 한 몸은 적막하였으나 / 子雲身寂寞
후세에 현이 있음을 알았는데 / 後世知有玄
회서엔 조각난 비석이 있으니 / 淮西斷碑在
문창은 혼자만 어질 뿐이었네 / 文昌徒爾賢
[주D-001]군자(君子)는 …… 전하나니 : 《춘 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24년 조(條)에, “태상은 덕을 세우고, 그다음은 공을 세우고, 그다음은 언론을 세우나니, 아무리 오래되어도 폐해지지 않는 것을 썩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大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 雖久不廢 此之謂不朽]”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자운(子雲)의 …… 알았는데 : 자운은 한(漢)나라의 문장가인 양웅(揚雄)의 자이다. 적막(寂寞)은 곧 양웅의 저서에서 늘 적막과 청정(淸淨)을 숭상한 데서 온 말이고, 현(玄)은 양웅이 저술한 《태현경(太玄經)》을 가리킨다. 《漢書 卷87 揚雄傳》
[주D-003]회서(淮西)엔 …… 뿐이었네 : 당 헌종(唐憲宗) 때 회채(淮蔡) 지방을 평정했을 적에 한유(韓愈)가 헌종의 명을 받고 〈평회서비문(平淮西碑文)〉을 지었는데, 그 비문 내용은 배도(裴度)의 일을 주로 서술하여 배도의 공(功)을 제일로 삼았다. 그러나 회채 지방에 들어가서 반적(叛賊) 오원제(吳元濟)를 사로잡은 데 있어서는 실로 이소(李愬)의 공이 제일이었으므로, 당안공주(唐安公主)의 딸인 이소의 아내가 금중(禁中)에 드나들면서 비문 내용이 사실과 어긋난 점을 자주 호소하였다. 그리하여 끝내 헌종이 명을 내려 한유가 지은 비문을 깎아 버리고 한림학사(翰林學士) 단문창(段文昌)에게 명해서 이소의 공을 제일로 삼아 비문을 새로 짓게 하여 비석을 다시 세웠다. 그러나 후세에 단문창이 지은 비문은 알려지지 않고 한유가 지은 비문만이 널리 알려졌으므로 한 말이다.
즉사(卽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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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절의 도인은 낙이 스스로 만족하고 / 北寺道人樂自足
남쪽 집의 유자는 한가로움이 유여한데 / 南家儒者閑有餘
문을 나가 서로 만나도 말을 하지 않으니 / 出門相見不相語
마음이 서로 안 통함을 바야흐로 알겠네 / 肝膽方知楚越如
여름날에 성남(城南)의 영녕사(永寧寺)에서 노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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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그늘이 태양을 가리어 / 輕陰翳白日
봉호산에 더운 기운이 걷히매 / 暑氣收蓬壺
좋은 흥취가 끝없이 일어나서 / 悠然動佳興
이에 성 남쪽 모퉁이를 찾았네 / 乃向城南隅
절집은 사람의 뜻에 들거니와 / 招提可人意
더구나 어진 스님이 있음에랴 / 況有賢浮屠
문에 들어 새 비갈을 읽어 보니 / 入門讀新碣
조과와 여주가 서로 섞이었네 / 琱戈雜驪珠
선방엔 속물을 다 끊어 버리고 / 禪房絶俗物
꽃나무와만 형제같이 친하누나 / 花木爲友于
시골 사람 마음을 진중히 여겨 / 珍重鄕曲意
저녁상엔 소반과 사발을 놓았네 / 夕飯羅盤盂
삼문의 서늘함도 사랑스럽고 / 三門涼可愛
나에게 성불을 권하기도 하지만 / 侑以成佛圖
나는 본디 불교학에 어두워서 / 吾生昧梵學
애오라지 취미에 그칠 뿐이라오 / 聊用當摴蒱
용천은 도가 높은 늙은 스님으로 / 龍泉老尊宿
학의 골격에 청수하고 파리한데 / 鶴骨淸而癯
스스로 나의 병을 보이겠다며 / 自道示吾病
곧장 의원을 오게 하려고 하니 / 直欲來文殊
스님을 부축하는 상좌가 있어 / 扶人有上座
다시 호로도에 노닐길 약속하네 / 更約游葫蘆
저녁 구름은 가랑비를 내리고 / 晚雲作小雨
성 머리엔 갈가마귀 깃드는지라 / 城頭鴉畢逋
참으로 더 오래 있을 수 없어 / 諒哉不可久
수레 명하여 바삐 길에 올랐네 / 命駕催登途
[주D-001]조과(琱戈)와 여주(驪珠) : 조과는 화려하게 아로새긴 창을 말하고, 여주는 검은 용(龍)의 턱 밑에 있다는 귀중한 구슬을 말한 것으로, 곧 아름다운 문장(文章)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2]삼문(三門) : 사원(寺院)의 대문(大門)을 가리킨다. 불문(佛門)을 들어가는 데 있어 삼해탈문(三解脫門)인 공문(空門), 무상문(無相門), 무작문(無作門)을 통해서 들어간다 하여 이른 말이다.
수안 방장(壽安方丈)에 연무설(演無說), 섭백경(聶伯敬)이 한자리에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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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 방장에는 털끝만 한 먼지도 없어 / 壽安方丈無纖塵
말에 내려 당에 오르니 내 마음 기뻐라 / 下馬登堂怡我神
단구 선생은 필법이 대단히 신묘하고 / 丹丘先生筆法妙
늙은 선사 죽간은 시어가 새롭구나 / 竹磵老禪詩語新
다과로 손 만류함은 절로 속세를 떠났고 / 茶瓜留客自離俗
사람 비추는 그림은 자못 실물에 가깝네 / 圖畫照人殊逼眞
다만 한스러운 건 석양에 문을 나서매 / 只恨斜陽出門去
험난한 벼슬길에 방향이 희미함이로세 / 宦途嶮巇迷路津
흥취를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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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식자가 육식자 비루하게 여기는 / 藿食鄙肉食
지극한 성정 끝내 어기지 않노니 / 至性終不違
아득히 만리나 먼 강호에서 / 江湖渺萬里
백구는 스스로 기심을 잊누나 / 白鷗自忘機
어찌하면 밥 한 번 먹는 사이에도 / 何如一飯頃
또한 사직을 걱정할 수 있었던고 / 亦復憂社稷
조화옹이 주공 공자를 만들어서 / 洪鑪鑄周孔
천재에 백성의 법칙 세웠네그려 / 千載立民極
보통 사람들을 내려다보면은 / 俯視尋常人
초목과 함께 썩어 가고 있으니 / 腐朽同草木
이 때문에 군자의 마음은 / 所以君子心
녹록지 않길 깊이 기약한다오 / 深期不碌碌
서산에 남은 햇볕이 있건마는 / 西山有餘輝
갑자기 누가 돌릴 수 있으랴 / 奄忽誰能回
앉아서 아침 해 뜨길 기다리니 / 坐待朝日升
간담이 굽이굽이 꺾이려 하네 / 輪囷肝膽摧
[주D-001]곽식자(藿食者)가 …… 여기는 : 곽식자는 콩잎을 먹는 사람이란 뜻으로 인민(人民)을 가리키고, 육식자는 관리(官吏)를 가리킨다.
예장(豫章)의 덕 상인(德上人)이 오대산(五臺山)에 유람하면서 얻은 시권(詩卷)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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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북극같이 청량산은 높직하여 / 淸涼山高天北極
음지쪽엔 유월에도 눈이 남아 있거니와 / 六月陰崖猶雪色
굽어볼 제 수많은 민가는 연무에 싸이어 / 俯視萬井埋煙霧
뿌연 먼지 푹푹 쪄서 땀이 비 오듯 하네 / 紅塵蒸人汗如雨
산속에서 피서할 마음이 왜 없으랴만 / 山中避暑豈無心
속진에 골몰하여 벼슬 버리기 어려워라 / 紅塵汨沒難抽簪
상인의 행장은 어찌 그리도 홀가분한고 / 上人甁錫何飄忽
강회 지역 산수의 굴을 두루 답사하고 / 踏遍江淮山水窟
황하를 건너 북으로 연운 지방에 놀면서 / 浮河北渡游燕雲
불법을 설하여 신주에 명성이 우뚝하네 / 說法神州名出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만수회에 참여하매 / 如今更參曼殊會
신광은 어슴푸레 구름 밖에 뜬 듯하고 / 神光髣髴浮雲外
수많은 사자들은 안개 속에 모여들어라 / 萬千獅子屯空濛
완연히 유마옹을 위문하려는 것 같네 / 宛然欲弔維摩翁
불이문 가운데서 진결을 연설하노라니 / 不二門中演眞訣
부채가 청풍 일으켜 번열을 씻어 주누나 / 扇起淸風剔煩熱
문전의 걸부도 업신여겨 꾸짖지 마소 / 門前乞婦莫嫚罵
장차 푸른 사자를 타고 명멸을 떠나리라 / 會控靑猊去明滅
[주D-001]불이문(不二門) : 불교(佛敎)의 용어로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준말인데, 평등하여 아무 차이가 없는 지도(至道)라는 뜻이다.
사명(使命)을 받들고 동평(東平)에 가서 객호(客戶)들을 구제하고 인하여 봉황산(鳳凰山)에 들른 응봉(應奉) 부자통(傅子通)을 송별하다. 이름은 형(亨)인데, 초은(樵隱)과 동년(同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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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구름은 높은 산에 자욱하고 / 彤雲鬱岧嶢
여름 햇살은 무더위로 푹푹 찌니 / 赤日蒸炎溽
뭇 새들도 나는 것을 잊어버리고 / 衆鳥忘飛翔
이 푸른 나무 그늘을 좋아하누나 / 幸此樹陰綠
남쪽으로 흐르는 강한을 보면은 / 南瞻江漢流
전루들이 누런 구름에 묻혀 있고 / 戰壘黃雲沒
쇠잔한 백성은 황하에 널려 있어 / 殘民席長河
내 마음을 몹시 불안하게 하네 / 令我心兀兀
고아들은 전쟁 상처의 나머지로 / 零丁鋒鏑餘
갓난애들이 강보에 싸였는지라 / 襁褓兒子赤
관청에서 많이 위로를 나가면은 / 官司勞慰多
부로들이 술과 안주로 맞이하네 / 父老牛酒逆
네가 농사한다면 내게 밭이 있고 / 爾耕我有田
네가 거주한다면 내게 집도 있다 / 爾居我有宅
조정에서 큰 은택을 내리었으니 / 朝廷霈洪恩
성상의 측은한 마음을 보겠도다 / 可見聖心惻
선생이 부절 가지고 떠나가니 / 先生持節去
화려한 꽃은 언덕 진펄에 피어 있고 / 皇華彼原隰
큰 가뭄에 무지개를 드리우더니 / 大旱垂虹霓
조용하게 비가 처음 흡족히 오네 / 祈祈雨初洽
봉산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 靄靄鳳山雲
봉산의 달은 예쁘기도 하여라 / 娟娟鳳山月
사신 행차가 산 아래를 달리자면 / 星軺山下馳
좋은 경치들이 마음에 기쁠 테니 / 幽事可怡悅
깊은 못엔 용이 잠을 달게 잘 게고 / 潭深龍眠酣
저문 산엔 학이 홀로 돌아가리라 / 山暝鶴歸獨
장부라면 사업에 뜻을 두어야지 / 丈夫志事業
어찌하여 빈 산에 오래 머물쏜가 / 何由久空谷
[주D-001]화려한 …… 피어 있고 : 《시경》 소아 황황자화(皇皇者華)에, “화려한 온갖 꽃들은 저 언덕 진펄에 피어 있고, 부지런히 달리는 사신은 행여 사명 못다 할까 걱정일세.[皇皇者華 于彼原隰 駪駪征夫 每懷靡及]” 한 데서 온 말로, 곧 칙사를 의미한다.
봉산 십이영(鳳山十二詠). 자통(子通)이 떠나려면서 짓기를 요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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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鳳凰臺)
높은 누대가 임학을 굽어보니 / 高臺俯林壑
뭇 산들은 마치 작은 안석과 같고 / 衆山如几筵
또는 마치 온갖 새들이 모였을 제 / 又如百鳥集
한 봉새가 펄펄 나는 것과도 같네 / 孤鳳來翩翩
채색 깃은 멀어서 보기 어려우나 / 彩羽敻難見
아름다운 명성은 천재에 전하리다 / 佳名千載傳
오동꽃은 오래전에 다 떨어지고 / 桐花久零落
고목에 푸른 안개만 자욱한지라 / 古木昏蒼煙
유람하는 이가 깊은 뜻을 부치어 / 游人託深意
권아편을 소리 높여 읊조리노라 / 朗詠卷阿篇
백학암(白鶴巖)
천 길이나 가파른 푸른 절벽이 / 翠巖峭千仞
은은하게 안개비를 머금었는데 / 隱隱含煙霏
거센 바람이 갑자기 불어오매 / 長風欻然起
흰 학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 白鶴乘之飛
빙빙 돌아서 제자리를 얻어라 / 回翔得其所
종세토록 나와 어긋나지 않으리 / 終歲莫我違
달 뜨는 밤중엔 청전산을 꿈꾸고 / 夜月夢靑田
서리 가을엔 흰 옷깃을 나부끼네 / 秋霜飄素衣
한스러운 건 천재인이 없어서 / 恨無千載人
함께 훌쩍 돌아가지 못함이로세 / 飄然與同歸
관음전(觀音殿)
내가 들으니 보타산 관음전은 / 吾聞寶陀山
멀리 남해 가운데에 있는데 / 邈居南海中
노니는 사람은 작은 재능만 믿고 / 游人恃菅蒯
먼 하늘 거센 물결을 헤쳐 간다네 / 駭浪排長空
애써 험한 남해를 건너지 않고도 / 不勞遠涉險
여기에 이 청련궁이 있는지라 / 有此靑蓮宮
옷깃 여미고 수월관음 상상하니 / 摳衣想水月
어슴푸레 관음보살과 노니는 듯 / 怳若游圓通
병 속엔 한 가지 버들이 있으니 / 甁中一枝柳
가는 곳마다 모두 봄바람일세 / 處處皆春風
장경각(藏經閣)
서방 천축국은 몇만 리나 되는고 / 西乾幾萬里
백마는 정말 구름처럼 날아왔네 / 白馬眞飛雲
수많은 불경들을 번역하느라 / 繙成萬千軸
수많은 붓을 다 닳게 하였도다 / 老盡中書君
수다히 깊은 묘리를 말했으니 / 紛紛示衆妙
변재도 훌륭해라 석가모니여 / 辯哉釋迦文
어떤 사람이 장경각을 지어서 / 何人爲起閣
성긴 난간에 서기가 통하게 했나 / 疎櫺通紫氛
마침내 관람할 날이 있으리니 / 流觀會有日
오랜 세월에 문훈하리라 / 曠劫曾聞熏
나한동(羅漢洞)
나한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데 / 羅漢人不識
수시로 범을 타고 노닌다 하네 / 有時騎虎游
흰 구름은 돌 위에서 일어나고 / 白雲石上起
맑은 샘물은 꽃 아래로 흐르누나 / 淸泉花下流
누가 이 골에 집을 짓고 살면서 / 誰能廬此洞
공을 배워 시끄러운 세속 피했나 / 學空逃衆咻
공명은 정말 하늘의 희롱이요 / 功名眞薄相
천지는 물거품과도 같은 건데 / 天地同浮漚
이내 몸 오욕에 빠진 게 부끄러워 / 愧我溺五欲
슬피 바라보며 머리만 긁적이네 / 悵望空搔頭
거사암(居士菴)
나는 산중 사람을 좋아하노니 / 我愛山中人
흰 망아지에 꼴 한 다발이로다 / 白駒芻一束
신선이 되곤 어이 그리 적막한가 / 仙去何寥寥
고상한 풍도를 그 누가 계승할꼬 / 高風誰繼躅
석실의 책은 이미 쇠잔해졌건만 / 石室書已殘
지초 밭은 비에 아직 푸르구나 / 芝田雨猶綠
지금도 밤이면 학이 울어 대고 / 至今鳴夜鶴
산 달은 그윽한 곳을 비춘다네 / 山月照幽獨
옛일 생각하며 길이 탄식하노니 / 撫古一長吁
분분한 세상 영욕이 그 얼마런고 / 紛紛幾榮辱
양익봉(兩翼峯)
두 봉우리는 머리를 쳐들듯 하고 / 雙峯如將騫
두 날개는 신속히 날려고 하니 / 兩翼欲超忽
하늘이 혹 날아갈까 두려워서 / 天公恐飛去
이에 돌로 골격을 만들었구나 / 乃以石作骨
맑은 바람은 푸른 덩굴 속에 일고 / 淸風綠蘿中
샘물은 흘러서 달빛을 부수누나 / 細泉流碎月
내 듣건대 인한 자는 고요하다더니 / 吾聞仁者靜
후중함 그 이치를 알 수 있도다 / 厚重理可閱
어찌하여 날아 움직이려 하는고 / 胡爲欲飛動
머리 쳐들고 천궐을 상상함일세 / 矯首想天闕
신룡담(神龍潭)
깊은 못이 어이 그리 침침한고 / 有潭何沈沈
만고에 천택을 저장하였네그려 / 萬古貯天澤
신룡이 서리어 있는 곳에는 / 神龍所蟠處
밤마다 흰 기운이 일어나는데 / 夜夜氣生白
날고 숨는 게 스스로 때가 있어 / 飛潛自有時
불일간에 천둥 벼락을 쳐대어라 / 不日飛霹靂
한 번의 비로 천하에 두루 미치니 / 一雨遍四海
인한 자는 절로 당적할 자 없구려 / 仁者自無敵
산 앞의 사람들을 보지 못하였나 / 不見山前人
벼에 김매며 구슬땀 흘리는 것을 / 鋤禾汗珠滴
백척추(百尺楸)
백 척이나 되는 늙은 가래나무가 / 百尺老楸樹
우뚝이 산사를 굽어보고 섰는데 / 突兀臨山龕
높고 커서 비바람을 흔들어 대고 / 磊落撼風雨
날이 개면 아지랑이가 떠오르네 / 天晴浮翠嵐
진위 때를 거쳤다고 서로 전하니 / 相傳閱晉魏
나무 중에는 팽조(彭祖)와 노담(老耼)이로세 / 在木爲彭耼
큰 재목은 예부터 쓰이기 어려워 / 材大古難用
버려진 게 되레 마음에 달갑다오 / 棄捐心所甘
역사는 절로 보전될 수 있는 법 / 櫟社自可保
남화경의 말이 진정 믿을 만하네 / 信哉南華談
오리송(五里松)
저 아름다운 푸른 수염 늙은이는 / 彼美蒼髥翁
산속의 옛 군자로다 / 山中古君子
숨은 선비들과 서로 종유하니 / 相從隱淪徒
세속의 선비가 아닌 줄 알겠네 / 知是非俗士
허사와 김장은 / 許史與金張
그 자취가 원래 물 같은 걸세 / 由來跡如水
들 학은 수시로 날아와 앉고 / 野鶴時飛來
맑은 바람은 가지 위에 일어나니 / 淸風枝上起
눈서리 많은 겨울날이 오더라도 / 歲晚霜雪多
나와 함께 남은 생을 보전하리 / 庶與保殘齒
영천(靈泉)
학이 쪼아서 맑은 샘물이 나오니 / 鶴喙淸泉出
서늘한 기분이 폐부까지 와 닿고 / 泠然照肺腑
마시면 신선의 뼈로 바뀌는 듯 / 飮之骨欲仙
사람에게 현포를 상상케 하네 / 令人想玄圃
어찌 오직 시 짓는 창자만 씻으랴 / 豈惟洗詩脾
죽을병도 물리칠 수가 있으리 / 可以却二竪
평생에 청정한 일을 좋아하노니 / 平生愛淸事
고인의 다보에 속편을 내고 싶네 / 有意續茶譜
내 의당 차 끓일 돌솥 갖고 가서 / 當携石鼎去
소나무 끝에 비 뿌리는 걸 보리라 / 松梢看飛雨
수동(水洞)
아악이 쇠잔해진 지 오래이라 / 雅樂久矣殘
사양이 바다로 들어가 버리매 / 師襄入海去
궁 소리 상 소리가 서로 섞이어 / 宮商互相奪
절주를 아득히 의거할 데 없더니 / 節奏茫無據
갑자기 놀라운 건 동중의 물이 / 忽驚洞中水
맑게 울리어 음률에 맞음이로세 / 鏗鏘中律呂
사물 이치는 본디 자연인 건데 / 物理固自然
천기는 묘하여 엿보기 어려워라 / 天機妙難覷
다만 두려운 건 금석이 감추어진 / 秖恐金石藏
그 홍동이 어딘지를 모름이로세 / 澒洞不知處
[주D-001]권아편(卷阿篇) : 《시 경》 대아(大雅)의 편명으로, 이 시의 내용은 소공(召公)이 성왕(成王)에게 어진 선비를 사방에 널리 찾아서 등용하라고 경계한 것이다. 이 시에, “봉황새가 우는구나, 저 높은 뫼에서. 오동나무가 서 있으니, 저 볕 바른 양지쪽일세. 더부룩한 오동나무에 봉황새 노래 평화롭도다.[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 菶菶萋萋 雝雝喈喈]” 하였다.
[주D-002]수월관음(水月觀音) : 달이 비친 바다 위에 한 잎의 연꽃에 선 모양을 한 관음상을 가리킨다.
[주D-003]서방 …… 날아왔네 : 천 축국(天竺國)은 지금의 인도(印度)를 가리키는데, 후한 명제(後漢明帝) 때에 인도의 스님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불경(佛經) 사십이장(四十二章)과 석가(釋迦)의 입상(立像)을 백마(白馬)에 싣고 처음으로 중국(中國)에 들어왔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4]문훈(聞熏) : 문훈습(聞熏習)의 준말로,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불법(佛法)을 터득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5]오욕(五欲) : 불교 용어로,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 다섯 가지의 정욕(情欲)을 가리킨다.
[주D-006]흰 …… 다발이로다 : 어 진 은자(隱者)가 왔다가 돌아가려 할 때 그를 기어이 말리지 못하고 보내야 하는 주인(主人)의 그리워하는 정을 노래한 것이다. 《시경》 소아 백구(白駒)에, “깨끗한 흰 망아지가, 저 빈 골짜기에 섰네. 꼴 한 줌 베어 먹이어라, 그 사람이 옥 같도다.[皎皎白駒 在彼空谷 生芻一束 其人如玉]”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인(仁)한 자는 고요하다더니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한 자는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자는 동적(動的)이고 인한 자는 고요하다.[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雍也》
[주D-008]역사(櫟社)는 …… 믿을 만하네 : 역 사는 가죽나무를 사신(社神)의 상징으로 받드는 사당을 말한다. 《남화경(南華經)》 인간세(人間世)에 의하면, 장석(匠石)이 제(齊)나라에 가서 이루 상상할 수 없이 큰 참나무를 보고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리므로, 그의 제자가 장석에게 말하기를,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재목은 일찍이 본 적이 없는데, 선생께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가 버리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하니, 장석이 그 나무는 아무 데도 쓸모가 없는 나무이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대답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9]허사(許史)와 김장(金張) : 허 사는 한 선제(漢宣帝)의 후비(后妃)인 허 황후(許皇后)의 집안과 한 선제의 조모(祖母)인 사 양제(史良娣)의 집안을 합칭한 말인데, 모두 황실(皇室)의 외척(外戚)으로서 총귀(寵貴)를 극도로 누렸다. 김장은 한(漢)나라 때 칠세(七世)에 걸쳐 고관대작(高官大爵)에 올라 부귀영화를 극도로 누렸던 김일제(金日磾)와 장안세(張安世)를 가리킨다.
[주D-010]현포(玄圃) : 곤륜산(崑崙山)에 있다는 선경(仙境)을 말한다.
[주D-011]사양(師襄)이 …… 버리매 : 공 자(孔子)에게 거문고를 가르쳤던 악사(樂師) 양(襄)을 가리킨다. 춘추 시대에 주(周)나라가 쇠퇴하여 악(樂)이 폐해진 데다 노(魯)나라 또한 극도로 쇠해짐에 미쳐, 난리를 피하기 위해 노나라의 태사(太師) 이하 모든 악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갈 적에 사양은 바다로 들어갔으므로 이른 말이다. 《論語 微子》
6월 15일에 향리(鄕里)에서 주연(酒宴)을 베풀고 즐기던 일을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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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동 안으로 술병 가지고 들어가서 / 紫霞洞裏携壺去
솔 그늘 가장 깊은 곳 다투어 찾아가니 / 競趁松陰最深處
백설 같은 샘물에 속된 생각 상쾌해지고 / 淸泉如雪爽塵懷
하얀 돌 와상 삼아 두 발 뻗고 앉았으매 / 白石爲床作箕踞
은 쟁반의 오이는 대나무처럼 새파랗고 / 銀盤瓜果琅玕碧
옥 술잔엔 초록빛 포도주가 넘실거렸네 / 玉杯瀲灎蒲萄綠
청아한 고성방가엔 고개 구름 날아가고 / 淸歌高放飛嶺雲
비껴 분 젓대 소리는 골짝을 진동하였고 / 長笛橫吹振巖谷
취중에는 이따금 시 읊기를 좋아했으니 / 醉中往往喜吟詩
한 번씩 창화하면 구슬을 꿴 것 같았네 / 一唱一和聯珠璣
누가 알랴 천애에 멀리 노니는 나그네가 / 誰知天涯遠遊客
동쪽 운산 바라만 보고 못 가는 이 한을 / 東望雲山恨未歸
객창에 홀로 앉았으니 재미가 별로 없어 / 旅窓獨坐少歡趣
고향 사람 찾아봤으나 아무도 못 만났네 / 出訪鄕人皆不遇
늦게 취해 돌아간 때를 다시 생각하니 / 晚來更想醉歸時
왕륜교 위의 석양 길이 아련히 떠오르네 / 王輪橋上斜陽路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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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 천자께서 온갖 정사에 싫증을 내사 / 太平天子厭群機
조용히 심신 수양하러 자미전에 납시어라 / 淸燕怡神御紫微
배 들어간 못 가운덴 용이 절로 움직이고 / 舟入池中龍自動
융단 깔린 땅바닥엔 나비가 날려고 하네 / 錦鋪地底蝶將飛
묘당에선 신중하게 한창 교화를 펴는데 / 廟堂肅肅方承化
장수들은 씩씩하게 모두 위엄을 뽐내누나 / 節鉞翩翩並耀威
그 누가 은하수 끌어다 병마를 씻어 줄꼬 / 誰挽天河洗兵馬
옥당서 보직 기다리며 눈물 자주 뿌리노라 / 玉堂須次淚頻揮
입추(立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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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어느 날인고 운물이 선뜻 변하여 / 今日何日雲物變
옥 대롱의 재가 날아 가을철로 바뀌었네 / 玉管灰飛商律轉
따가운 붉은 햇빛이 아직 광염을 다투니 / 朱羲烜赫猶爭光
서방의 가을 귀신은 위세를 펴지 못하네 / 西陸蓐收威未展
우물가 오동 한 잎 가을 소리에 놀라고 / 井梧一葉驚秋聲
매미 우는 소리에 서늘한 기운 감도누나 / 玄蟬嘒嘒涼意生
대자리 부채의 사랑은 이미 극에 달했고 / 桃笙紈扇寵已極
다스운 여우 갖옷은 장차 쓰이게 되리라 / 狐貉之用方將萌
장부가 가을 슬퍼함은 본디 뜻이 있거니와 / 丈夫悲秋固有志
더구나 전쟁이 아직 그치지 않았음에랴 / 何況甲兵猶未已
머나먼 은하수를 어찌 끌어 올 수 있으랴 / 銀漢迢迢豈容挽
밤중에 일어나 칼 만지며 슬피 노래하네 / 撫劍哀歌中夜起
세월은 자꾸 흘러서 인사가 어그러지고 / 年光如流人事違
흰 이슬은 멎지 않아 지란이 시드는구나 / 白露不禁芝蘭萎
지란을 캐어서 미인에게 주려고 하건만 / 采之欲以贈美人
추수가 막히어서 길이 생각만 할 뿐이니 / 只隔秋水長相思
어떻게 내 마음이 슬프지 않을 수 있나 / 如何不使吾心悲
소년(少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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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어느 집의 자식인지 / 少年誰家子
미목은 어이 그리 말쑥한고 / 眉目何皎皎
손수 푸른 패옥을 가져와서 / 手持靑琅璫
금빛 준마와 바꾸어 가는데 / 換取金騕褭
아로새긴 안장은 유성처럼 빛나고 / 錭鞍眩流星
수놓은 덮개엔 단봉이 조그맣구나 / 綉幪團鳳小
탄환을 끼고서 원앙을 놀래키고 / 挾彈驚鴛鴦
꽃 사이를 따라 연못을 지나서 / 穿花過芳沼
밝은 낮에 미인을 불러 앉히고 / 白日招名姝
갖옷 팔아 맑은 술 사서 마시네 / 貂裘沽淸醥
한 곡조에 들보의 먼지 날리니 / 一曲梁飛塵
온 좌중 사람이 다 슬퍼하누나 / 滿座各悽悄
집에 와서도 술이 덜 깨었는데 / 還家猶未醒
중사가 부절 갖고 와서 부르네 / 中使持節召
[주D-001]한 …… 날리니 : 옛날 노래를 잘했던 노(魯)나라의 우공(虞公)이란 사람은 노랫소리가 매우 맑고 처량하여 들보의 먼지가 움직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가곡(歌曲)이 매우 절묘(絶妙)함을 비유한 말이다.
일을 기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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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나는 젊고 장성한 날에 / 幸予少壯日
이런 태평성대의 조정을 만나니 / 値此太平朝
술잔엔 포도주를 수북이 따르고 / 樽酒蒲萄凸
차린 음식은 오미로 조리하였네 / 盤飡芍藥調
노랫소리는 빠른 해를 되돌리고 / 歌聲回迅晷
말 기운은 높은 하늘에 닿는구나 / 詞氣薄層霄
촛불 잡고 노는 게 무어 해로우랴 / 秉燭遊何害
읊는 여가엔 임금님 축수나 하리 / 吟餘但祝堯
새로 한림원(翰林院)에 들어가 회포를 서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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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산수를 향하여 일어났다가 / 早向滄洲起
때론 화려한 거리에 노닐었는데 / 時從綺陌遊
마음은 구름 밖의 학을 사모하나 / 心懷雲表鶴
재주는 가시 끝의 원숭이 같아라 / 才似棘端猴
기러기 오기 앞서 서리 먼저 내리니 / 鴈影霜先至
귀뚜라미 소리 밤에 어찌 멎으랴 / 蛩聲夜肯休
누각에 오르니 정은 다시 괴롭고 / 登樓情更苦
기둥에 적은 뜻도 이루기 어렵네 / 題柱志難酬
사업은 종신토록 걱정거리이고 / 事業終身患
행장은 종일토록 시름거리로다 / 行藏盡日愁
글 읽어서 성명이나 기록하는데 / 讀書粗記姓
대책 올려 요행히 급제를 했으나 / 射策幸穿侯
공연히 재능 과시하여 팔았으니 / 衒玉徒能售
정히 피리 불던 잘못을 본받았네 / 吹竽政效尤
새 제수는 소망에 지나치거니와 / 新除殊過望
특별한 은총은 원한 바 아니라오 / 異渥本非求
전배들은 세상에 뛰어난 이 많아 / 前輩多鳴世
먼 길 향해 여기서 처음 출발하여 / 脩途此命輈
문장은 마치 일월처럼 빛나고 / 文章輝日月
필묵은 또한 춘추에 넘쳤으며 / 筆墨溢春秋
황제의 계책을 도와서 빛내고 / 黼黻皇猷煥
국가의 체통을 견고히 다졌도다 / 丹靑國體遒
나는 새로운 제명기는 있는데 / 題名新有記
덕을 숭상할 걱정은 문득 잊어서 / 尙德忽忘憂
체두의 조롱이 아직 남아 있고 / 杕杜譏猶在
호로의 그림은 부끄럽기도 해라 / 葫蘆畫可羞
반성하여 깊이 스스로 책망하노니 / 反觀深自責
좋은 벗의 면려가 있길 바라노라 / 砥礪望良疇
[주D-001]재주는 …… 같아라 : 전 국 시대에 송(宋)나라 사람이 많은 봉록(俸祿)을 취하기 위하여 연왕(燕王)에게 가시 끝에다 원숭이를 조각하겠다고 청했으나, 연왕이 거짓임을 깨닫고 그를 죽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부질없이 심력(心力)을 허비하거나 거짓된 짓을 하는 데에 비유한다.
[주D-002]누각에 …… 괴롭고 : 삼 국 시대 위(魏)나라 왕찬(王粲)이 동탁(董卓)의 난을 피하여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가서 의지하고 있을 때, 강릉(江陵)의 성루(城樓)에 올라가 고향에 돌아가기를 생각하면서 〈등루부(登樓賦)〉를 지어 진퇴 위구(進退危懼)의 정을 서술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기둥에 …… 어렵네 : 한 (漢)나라 때의 문장가로 자가 장경(長卿)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고향인 성도(成都)를 떠나 장안(長安)으로 갈 때에 승선교(昇仙橋)를 지나면서 다리의 기둥에 쓰기를, “고거사마(高車駟馬)를 타지 않고는 다시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피리 불던 잘못 : 무 능한 사람이 유능한 것처럼 속여 외람되이 높은 자리를 차지함을 이른다. 제 선왕(齊宣王)이 피리를 좋아하여 악인(樂人) 300인을 불러 피리를 연주하게 하였는데, 이때 남곽 처사(南郭處士)는 피리를 불지도 못하면서 많은 사람 가운데 끼어서 거짓으로 피리를 부는 체하여 그 당시는 속여 넘겼으나, 그 후 민왕(湣王) 때에 이르러서는 한 사람씩 불러서 피리를 불어 보게 하자 남곽 처사가 마침내 도망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5]제명기(題名記) : 관서(官署)의 벽에 그 관서에 출사(出仕)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이력(履歷)을 써서 걸어 놓은 것을 말한다.
[주D-006]체두(杕杜)의 조롱 : 체 두는 《시경》 소아의 편명인데, 당(唐)나라 때 재상이었던 이임보(李林甫)가 판어(判語)에 쓰인 ‘체두(杕杜)’의 체(杕) 자를 알지 못하여 위척(韋陟)에게 장두(杖杜)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던 데서 온 말로, 학식(學識)이 매우 천박함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7]호로(葫蘆)의 그림 : 호로는 호리병박이다. 옛사람의 그림 양식(樣式)에 따라서 호리병박을 그린다는 뜻으로, 옛사람을 본뜨기만 할 뿐 자신의 창조력(創造力)이 전혀 없음을 조롱한 말이다.
고의(古意) 두 수를 정 편수(程編修)와 함께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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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오동이 역양에서 나서 / 孤桐生嶧陽
낭떠러지에 길은 꼬불꼬불한데 / 傾崖路詰屈
바람 서리에 꺾여 버린 나머지가 / 風霜摧折餘
튼튼하고 파리하게 우뚝 섰다가 / 堅瘦立突兀
나무꾼이 베어 감에 미쳐서는 / 樵夫採之去
타다 남은 마른 뼈가 되었다오 / 火後一枯骨
천년에 이를 알 이가 그 누굴꼬 / 千年知者誰
지극한 보배가 많이도 묻히었네 / 至寶多埋沒
회고의 정은 진정 유유하거니와 / 古意儘悠悠
망국의 소리는 절로 요원하구려 / 微音自超忽
못가를 거닐며 읊조린 굴원은 / 澤畔行吟者
하도 슬퍼 괴로운 말 많았어라 / 哀哀多苦辭
흐르는 강물도 이르는 곳 있거늘 / 江流有所底
이 마음이 어찌 다시 변하리요 / 此心寧復移
임금님께서 좋은 소식 없으니 / 靈脩無好音
어떻게 구름 수레를 탈 수 있나 / 焉得驂雲
동정호 물결은 비늘처럼 이는데 / 洞庭波鱗鱗
건너려 하나 넓어서 가이없구려 / 欲涉浩無涯
층층의 산이 태양을 막고 있으니 / 白日隔層丘
길이 멀어서 생각만 할 뿐이로다 / 路遠空相思
[주D-001]외로운 …… 되었다오 : 후 한(後漢) 때 채옹(蔡邕)이 이웃집 밥 짓는 부엌에서 오동나무 타는 소리를 듣고 그것이 좋은 나무임을 알고는 그 타다 남은 나무를 얻어서 거문고를 만들었는데, 과연 아름다운 소리가 나와 명금(名琴)으로 일컬어진 데서 온 말이다. 이 거문고는 특히 꼬리 부분에 타다 남은 흔적이 있으므로, 당시 사람들은 이를 초미금(焦尾琴)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산수도가(山水圖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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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주역의 지세곤을 읽었는데 / 我初讀易地勢坤
산은 북쪽으로부터 해문으로 치닫고 / 山自北來趨海門
황하는 멀리 곤륜산 꼭대기서 시작하여 / 黃河遠自崑崙頭
굽이쳐 달려 어이 그리 광대히 흐르는고 / 屈折奔逸何沄沄
중원은 남북으로 그 몇천 리나 되는지 / 中原南北幾千里
비 내려 만물 적시는 천도를 받들었고 / 興雨潤物承乾元
예로부터 숨어 사는 군자가 있었으니 / 古來避地有君子
소인이 어떻게 영웅의 큰 뜻을 알리요 / 燕雀安知鴻鵠志
어느 날 벼슬하여 천하에 은택을 내리면 / 一朝出仕澤天下
그 공이 조화와 조금도 다를 것 없다오 / 功與造化無少異
지금 이 그림 속에는 누가 숨어 사는고 / 今之畫圖誰隱居
깊은 계곡 큰 소나무가 초려를 에워쌌네 / 絶磵長松圍草廬
산동은 둘둘씩 짝하여 짧은 피리 불면서 / 山童兩兩吹短笛
어둑한 깊은 골짜기로 약을 캐러 가누나 / 採藥溟濛向深谷
산 빛은 새를 기쁘게 하고 해는 숲에 비추며 / 山光悅鳥日照林
구름은 용 따르고 바람은 나무를 흔드네 / 雲氣隨龍風亞木
어둡고 밝은 변화는 절로 조모에 있는데 / 晦明變化自朝暮
고상한 사람이 우뚝하게 홀로 서 있건만 / 高人超然立於獨
낭떠러지 바라만 볼 뿐 갈 길이 없어라 / 相望斷崖無路緣
깨끗한 흰 망아지에 생꼴 한 다발이로다 / 皎皎白駒芻一束
[주D-001]지세곤(地勢坤) : 《주역(周易)》 곤괘(坤卦) 상사(象辭)에,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가 이것을 인하여 후한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地勢坤 君子以 厚德載物]”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깨끗한 …… 다발이로다 : 어 진 은자(隱者)를 사모한 말로, 《시경》 소아 백구(白駒)에, “깨끗한 흰 망아지가, 저 빈 골짜기에 섰네. 꼴 한 줌 베어 먹이어라, 그 사람이 옥 같도다.[皎皎白駒 在彼空谷 生芻一束 其人如玉]”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어진 이를 자기 집에 오래도록 만류할 수 없어 그 아쉬움을 노래한 것이다.
천하가(天河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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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면 장사를 얻어 은하수 끌어다가 / 安得壯士挽天河
갑병을 깨끗이 씻고 영구히 쓰지 않을꼬 / 淨洗甲兵長不用
두릉의 늙은이는 두 눈이 다 어둡도록 / 杜陵老翁兩眼暗
먼지가 자욱하여 천지가 깜깜했겠지만 / 天地冥冥塵霧擁
용기를 내어 이 시구 읊조리던 당시엔 / 當時張膽吐此句
빛나는 태양이 우주를 환히 밝히었네 / 白日赫然明宇宙
지금까지 식자들이 흐느껴 탄식하는 건 / 至今識者爲欷歔
밤마다 흰 파도가 하늘을 가로지름일세 / 夜夜素波橫碧虛
북문학사 또한 고상한 재주를 지녔으니 / 北門學士亦高才
말은 섬세하고 교묘하나 무엇을 했던고 / 語意纖巧胡爲哉
강한의 물은 많아서 깨끗이 씻을 만하나 / 江漢水多濯可潔
더러운 옛 풍속을 어찌 돌이킬 수 있으랴 / 舊染風俗何曾回
높은 자 낮은 자가 스스로 높고 낮으니 / 高者自高卑自卑
삼재를 하나로 만들 줄을 그 누가 알꼬 / 參三爲一知爲誰
[주D-001]어찌하면 …… 않을꼬 : 이 시(詩) 일구(一句)는 두보(杜甫)의 〈세병행(洗兵行)〉 시의 마지막 구절이다.
[주D-002]북문학사(北門學士) : 당 고종(唐高宗) 때의 홍문관 직학사(弘文館直學士) 유위지(劉褘之)와 저작랑(著作郞) 원만경(元萬頃) 등을 가리킨다. 이들은 무후(武后)의 명에 따라 수시로 한림원(翰林院)에서 제서(制書)를 초하고 시정(時政)을 참결(參決)하여 재상(宰相)의 권한을 나누어 행사했는데, 한림원이 은대(銀臺)의 북쪽에 있었으므로 이들은 남문(南門)을 경유하지 않고 곧장 북문(北門)으로 출입하였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이들을 북문학사라 칭하였다.
차운하여 영녕사(永寧寺)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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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짓자니 이제는 띳집이 있고 / 賦詩今有屋
소매를 끌어라 모두 내 고향일세 / 挽袖盡吾鄕
푸른 이끼는 고비 위에 더덕더덕 / 蒼蘚古碑上
흰 구름은 선탑 곁에 일어나누나 / 白雲禪榻傍
소나무 회나무는 삼엄히 늘어섰고 / 森嚴列松檜
맑고 시원함은 못을 방불케 하네 / 淸冷髣池塘
포도 알맹이를 따 먹으려면 / 欲摘蒲萄顆
서리가 내리기 전에 또 와야겠네 / 更來天未霜
[주D-001]시를 …… 있고 : 두보(杜甫)의 〈사상인모재(巳上人茅齋)〉 시(詩)에, “사공의 띳집 아래서 새로운 시를 지을 만하네.[巳公茅屋下 可以賦新詩]” 한 데서 온 말이다. 《杜少陵詩集 卷1》
차운하여 보은사(報恩寺)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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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칠은 거둥길에 찬란하고 / 丹髹輝御道
푸른 산 빛은 빈 집을 둘러쌌네 / 蒼翠擁虛堂
영락없이 산수 속 같기는 하나 / 絶似煙霞裏
도리어 대궐의 곁을 의지했구려 / 還依日月傍
절집은 하나의 인생 낙원이라면 / 禪窓一樂國
세상길은 만 개의 구당협(瞿唐峽)이로다 / 世路萬瞿唐
조용히 앉아서 돌아갈 줄 몰라라 / 靜坐澹忘返
나그네 생활이 지금 몇 해이던고 / 客中今幾霜
사명을 받들고 왔다가 돌아가는 서대어사(西臺御史) 개사증(蓋師曾)을 받들어 보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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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함곡관을 바라보면서 / 西望函谷關
떠나가는 그대를 멀리 보내노니 / 遠送之子還
이른 새벽에 총마 타고 떠나면 / 淸晨驄馬發
이로부터 연산을 하직할 텐데 / 從此辭燕山
연산에는 밝은 달빛이 있어 / 燕山有明月
서쪽으로 가는 그대 얼굴 비추고 / 照君西去顔
높다란 태화산의 봉우리들은 / 峩峩大華峯
아득히 연기 속의 쪽머리 같으리 / 杳杳煙中鬟
옷자락 걷고 그대 따르고 싶으나 / 褰衣欲從之
길이 멀어서 따라잡기 어렵구나 / 路遠難追攀
사랑스러워라 그대 전현을 빛내어 / 愛君光前脩
해치관(獬豸冠)이 패옥에 어울린 것이 / 豸冠稱瑤環
거문고 비파는 청묘에 올라가고 / 雲和登淸廟
준마는 어구(御廐)에 들어가는 법이니 / 騊駼踏天閑
깃들어 있는 난새의 날개가 장차 / 佇看棲鸞翼
봉래의 반열로 날아오름을 보리라 / 飛上蓬萊班
[주D-001]해치관(獬豸冠) : 해치의 가죽으로 장식한 관을 말하는데, 옛날에 어사(御史)가 이것을 착용했다고 한다.
빈 상인(玢上人)이 소장한 신룡도(神龍圖)에 제하다. 동년(同年) 증 조교(曾助敎)와 함께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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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사람이 이 신룡도를 그렸는고 / 何人作此神龍圖
그림 마주하니 나를 깜짝 놀라게 하네 / 對之怳然驚倒吾
거센 파도 위엔 구름 안개가 끼어 있고 / 波濤洶湧雲霧結
급한 천둥 한 소리엔 절벽이 갈라질 듯 / 疾雷一聲崖石裂
사람 기교가 천공 빼앗음을 잘 알겠네 / 端知人巧奪天工
진가를 분간하려 하나 털끝의 차이로다 / 眞假欲辨毫釐中
독룡 항복시킨 스님 떠난 지가 천년이라 / 降龍禪去已千年
이끼 낀 쇠바리때는 하늘로 날아올랐네 / 鐵鉢生苔飛上天
상인의 손 안에는 강과 바다가 다 있어 / 上人手中有江海
신룡의 끝없는 변화가 항상 자재하다오 / 神龍變化常自在
밤중에 비바람이 앞마을에 몰아치더니 / 夜來風雨過前村
새벽에 그림 보니 구름이 아직 끼었구나 / 曉起覽圖雲尙昏
[주D-001]독룡(毒龍) 항복시킨 스님 : 가섭(迦葉)의 한 제자가 죽어서 독룡이 되어 인축(人畜)을 해치므로 가섭이 그를 굴복시키려 해도 되지 않았는데, 그가 끝내 석가여래(釋迦如來)에게 항복하여 여래의 바리때 속으로 뛰어들어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동년(同年) 왕경초(王景初)의 시운(詩韻)에 차(次)하고 겸하여 증자백(曾子白), 조치안(趙致安) 두 동년에게 부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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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뒤따라 다리에 적고 왔으나 / 敢後題橋入
응당 쇠뇌 지고 앞서 인도해야지 / 應先負弩驅
미인은 의당 웃음을 안 팔거니와 / 傾城無倚市
칼을 만짐은 명주를 준 때문일세 / 按劍在投珠
누가 범굴에 들어 새끼를 만질꼬 / 虎穴誰探子
붕새의 노정에 난 아직 새끼로세 / 鵬程我尙雛
그대 날아 움직이는 기세를 보니 / 看君勢飛動
준마가 평탄한 길 달리듯 하누나 / 駿馬躍平途
계속된 전쟁이 지금 그 얼마인고 / 干戈今幾日
군영과 보루가 남주에 그득하여라 / 營壘遍南州
진흙은 흉노 땅의 말에 뿌려지고 / 泥濺胡天馬
구름은 초택의 배에 연하였도다 / 雲連楚澤舟
시 지어 억지로 걱정 씻으려 하나 / 題詩強排悶
술 마시니 되레 시름만 더하누나 / 進酒却添愁
즐거운 곳이 알괘라 어디 있느뇨 / 樂處知何在
응당 깡마른 해골한테 물어봐야지 / 應須問髑髏
신진대사는 중지시키기 어려우나 / 代謝難中止
평생에 안 시드는 송백을 사모했노니 / 平生慕後凋
단풍듦은 한 잎새 떨어짐에 알겠고 / 黃知一葉落
푸른빛은 먼 고향 산천을 바라보네 / 靑望故山遙
나그네 되니 마음은 매우 괴롭고 / 作客心偏苦
시국 걱정에 뼈는 녹으려 하누나 / 憂時骨欲銷
깨끗이 전쟁 씻을 은하수는 있으나 / 洗兵河漢在
어느 날에 하늘의 표주박을 빌릴꼬 / 何日借天瓢
서재에서 학업 닦는 일을 포기하고 / 雪窓抛舊業
한림원을 좋은 때에 붙따라 오니 / 翰院赴佳期
경사에는 가을이 처음 다다랐고 / 京輦秋初至
고향 떠난 지는 두 달이 지났구려 / 家山月再虧
과거 급제하여 창방하는 날이요 / 傳臚開牓日
표문에 절하고 사은하는 때로다 / 拜表謝恩時
어찌 뜻했으랴 수많은 영재들 틈에 / 豈意群英裏
나 같은 백치를 용납해 줄 줄이야 / 容吾一白癡
[주D-001]뒤따라 …… 왔으나 : 한 (漢)나라 때의 문장가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고향인 성도(成都)를 떠나 장안(長安)으로 갈 때에 승선교(昇仙橋)를 지나면서 다리의 기둥에 쓰기를, “고거사마(高車駟馬)를 타지 않고는 다시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 한 데서 온 말이다. 뒤따랐다는 것은 겸사(謙辭)로 한 말이다.
[주D-002]응당 …… 인도해야지 : 사 마상여(司馬相如)가 중랑장(中郞將)이 되어 촉(蜀)에 갔을 적에 촉군 태수(蜀郡太守) 이하가 모두 교영(郊迎)하였고, 현령(縣令)은 몸소 쇠뇌를 등에 지고 앞장서서 정벌(征伐)에 종사했던 데서 온 말로, 이 역시 자신을 낮추어 겸사로 한 말이다.
[주D-003]칼을 …… 때문일세 : 한 (漢)나라 추양(鄒陽)의 〈옥중 상서(獄中上書)〉에, “명월주(明月珠)나 야광벽(夜光璧)을 캄캄한 밤에 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준다면 누구나 칼자루를 만지면서 노려보지 않을 자가 없을 것이니, 왜 그런고 하면 까닭이 없이 자기에게 구슬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83 鄒陽列傳》
[주D-004]즐거운 …… 물어봐야지 : 장 자(莊子)가 초(楚)나라로 가다가 도중에 깡마른 해골을 만나 그를 말채찍으로 때리면서 묻기를, “그대는 삶을 탐내어 도리를 잃어서 이렇게 되었는가, 혹 그대는 나라를 망친 일로 사형을 당했는가……?” 하고, 그날 밤에 그 해골을 끌어다 베고 잤는데, 그 해골이 장자의 꿈에 나타나서 말하기를, “그대의 말은 변사(辯士)와 같네. 그러나 그대가 말한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허물이요, 죽은 사람은 그런 걱정이 없다네. 죽은 사람은 위로 임금도 없고 아래로 신하도 없으며, 또한 네 계절의 변화도 없이 조용하게 천지(天地)와 수명을 같이하는 것이니, 비록 임금의 즐거움도 이 즐거움을 넘지 못하네.”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莊子 至樂》
제공(諸公)이 호(壺) 자 운으로 화답하므로, 다시 몇 수를 지어 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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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의(胥有儀)에게 답하다.
소년 시절에 기발한 뜻을 품고 / 少年負奇志
슬피 노래하며 타호를 쳐 댔는데 / 悲歌擊唾壺
슬프다 내 훌륭한 젊은 친구가 / 慨我少良友
연산 한 구석에 배회하는 것이 / 躑躅燕山隅
호걸의 선비를 어떻게 알아보랴 / 焉知豪傑士
술집이나 도살장에 숨어 있으니 / 隱淪沽與屠
외모는 비록 초라한 차림이지만 / 外雖披短褐
가슴속엔 혹 보배를 품기도 하네 / 內或懷明珠
멀리 연 소왕을 사모하여라 / 遠慕燕昭王
어진 선비들이 기꺼이 몰려왔네 / 賢士來于于
황금대 곁을 조용히 배회하노니 / 徘徊金臺側
불룩한 집터가 엎은 사발 같구나 / 隆基如覆盂
그런데 어찌하여 자객 형가는 / 奈何荊軻子
독항도로써 재앙을 불렀던고 / 賈禍督亢圖
세속이 어찌 이런 사리를 알랴 / 流俗豈知此
유협객은 도박꾼이나 될 뿐이네 / 游俠競摴蒱
가장 기쁜 건 자네를 얻음이니 / 最喜得吾子
산택에서 여윌 사람이 아니로다 / 知非山澤癯
당로자들은 나를 아는 이 없는데 / 當路莫予識
시 읊는 벗으로 유달리 친밀하네 / 哦詩伴密殊
가을바람이 서륙에서 일어나니 / 秋風起西陸
찬 이슬이 갈대를 시들게 하누나 / 白露萎菰蘆
강 남쪽엔 차가운 매화가 있어 / 江南有寒梅
절구 시가 임포에게서 전해 오네 / 絶句傳林逋
복사꽃 오얏꽃이 왜 안 좋으랴만 / 桃李豈不好
우리 함께 가는 길을 신중하세나 / 與子愼趨途
죽간 선사(竹磵禪師)에게 답하다.
산의 유람은 곤륜산까지 올랐고 / 山游登崑崙
물은 건너서 삼신산을 경과했네 / 水涉經方壺
몸은 천하의 절반을 주행하였고 / 身行天下半
자취는 동해 구석에서 일어났네 / 跡起東海隅
마음은 마구간에 매인 말이라면 / 神心馬繫皁
세월은 도살장에 가는 양이로다 / 歲月羊趨屠
그 누가 이르리요 취피대 속에 / 誰謂臭皮袋
스스로 여의주를 감추고 있다고 / 自藏如意珠
청아한 담론은 지극히 정묘하고 / 淸談極要妙
장난의 말은 도리어 과장되도다 / 戱語還於于
고상한 풍치는 천 길 산과 같고 / 高標山千仞
맑은 생각은 물 한 사발 같은데 / 淡慮水一盂
고요한 방에는 향불만 썰렁하고 / 靜室香火冷
좌우에는 서적과 그림뿐이로다 / 左右書與圖
때때로 시구를 읊어 내는 데는 / 時時出詩句
마치 윷놀이 하듯 쉽기도 하여라 / 易易如摴蒱
근원이 깊어 물줄기 다하지 않고 / 源深流不竭
도가 살찌매 몸은 더욱 파리하네 / 道腴身甚癯
환술을 잘함은 곧 스님의 업이라 / 善幻是僧業
교묘한 응용이 수시로 다르도다 / 妙用隨時殊
뜰 앞의 잣나무에 오래 참선하고 / 久參庭前柏
강상의 갈대를 타려고도 하였네 / 欲跨江上蘆
하유는 지금 한창 고전을 하는데 / 河孺今苦戰
군령이 지체하는 데에 엄격하니 / 軍令嚴稽逋
공은 석장 날려 떠나길 늦추어서 / 遲公飛錫去
저들을 정도로 돌아오게 감화시키소서 / 感彼歸正途
동암 선사(東菴禪師)에게 답하다.
오늘 저녁이 이 어떤 저녁인고 / 今夕是何夕
금 술병의 막걸리를 기울이노니 / 白酒傾金壺
포도 덩굴이 깊은 그늘을 이루어 / 蒲萄結層陰
맑은 바람이 자리 곁에 불어오네 / 淸風生座隅
동암은 삼한의 빼어난 인물로서 / 東菴三韓秀
우뚝한 풍채는 옥 솟대 같거니와 / 巉巉玉蘇屠
장난 삼아 사문에도 마음을 두어 / 游戱於斯文
구슬을 꿴 듯 시문도 화려한데 / 疊璧聯雙珠
욕되이 나에게 창화를 허락하니 / 愧我辱酬唱
지란에 악초 섞임이 부끄러워라 / 芝蘭雜軒于
그물 쳐서 좋은 시구 사냥하려고 / 張羅獵佳句
좌우에 진을 엄숙히 펼치었네 / 儼開左右盂
그 옛날 우리 선인이 계실 적엔 / 疇昔先人在
정분이 삼소도보다 더 깊어서 / 契深三笑圖
봄바람과 가을 달을 배경으로 / 春風與秋月
시 읊고 술 마시길 놀이 삼아서 / 詩酒爲摴蒱
명교의 밖에 우뚝 벗어났으니 / 超然名敎外
살찌고 파리함을 다시 논할쏜가 / 肯復論肥癯
학은 가고 구름만 홀로 남았으니 / 鶴去雲獨留
인간 세상 변천함이 마음 아프네 / 傷心人世殊
못난 자식 또한 얼마나 다행인고 / 豚犬亦何幸
부들 갈대에 등 덩굴 얽힌 셈이니 / 藤蔓纏葫蘆
잔술은 감히 사양할 수 없거니와 / 巵酒不敢辭
시의 명령도 감히 피할 수 없어라 / 詩令不敢逋
취해 읊으며 만고를 죽 훑어보니 / 醉吟視萬古
소란한 것이 똑같은 한 길이로다 / 擾擾同一途
철강 장로(鐵舡長老)에게 답하다.
불교는 말세에 가장 웅대하여 / 梵雄在叔世
중류의 천금 바가지가 되었고 / 中流千金壺
도가 한계를 헤일 수 없이 커서 / 道大無津涯
석가 노자가 한 구석도 못 채웠네 / 二氏不滿隅
그런데 철강이 그 근원 궁구하여 / 鐵舡窮其源
세속의 인연을 모두 잘라 버리고 / 外緣俱剪屠
산에서는 귀신의 글귀에 화답하고 / 居山和鬼句
바다에 가서는 교주를 만났었네 / 過海逢蛟珠
남쪽으론 월 땅까지 다 유람하고 / 南游盡於越
북쪽으론 흉노까지 다 달려가매 / 北走窮單于
흰 구름은 대지팡이를 따르고 / 白雲逐笻杖
단 이슬은 쇠바리때에 채워졌네 / 甘露盈鐵盂
일상생활이 어찌 얕다 이르리요 / 日用豈云淺
복을 받들고 방장에 돌아와서는 / 奉福歸蘿圖
이미 오욕의 즐거움을 가져다 / 已將五欲樂
빈 주사위처럼 죄다 없애 버렸네 / 一掃空摴蒱
그러나 기어는 아직도 못 면하여 / 綺語尙未免
억지로 파리한 시객 흉내 짓지만 / 強作哦詩癯
시편마다 호일한 기상을 띠어서 / 篇篇帶豪逸
교도의 시풍과는 월등히 다르네 / 逈與郊島殊
기자는 양웅에게 가서 물어보고 / 奇字問揚雄
진귀한 서적은 호리병에서 얻었네 / 祕書傳瓠蘆
미치광이 나는 시 재료 다했으니 / 狂生乏詩料
경병을 어떻게 감히 도피하리요 / 競病安敢逋
고담준론에 즐거운 흥취 동하여 / 高談發佳興
이따금 돌아갈 길을 잊기도 하네 / 往往忘歸途
[주D-001]슬피 …… 쳐 댔는데 : 진 (晉)나라 때 왕돈(王敦)이 매양 술이 거나하면 위 무제(魏武帝)의 악부가(樂府歌) 가운데 “늙은 준마는 마판에 엎드려 있어도 뜻은 천리 밖에 있고, 열사는 늙은 나이에도 장대한 마음은 그치지 않네.[老驥伏櫪 志在千里烈士暮年 壯心不已]”라는 노래를 읊조리면서 여의봉(如意棒)으로 타호(唾壺)를 쳐서 장단을 맞추다 보니, 타호의 언저리가 모두 깨졌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전하여 장대한 회포나 혹은 불평한 마음을 토로하는 것을 형용한다.
[주D-002]멀리 …… 같구나 : 전국 시대에 연 소왕(燕昭王)이 곽외(郭隗)를 위하여 역수(易水)의 동남쪽에 황금대(黃金臺)를 짓고 천하의 현사(賢士)들을 초빙(招聘)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자객(刺客) …… 불렀던고 : 전 국 시대에 자객 형가(荊軻)가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진왕(秦王)을 죽이려 하였는데, 연나라의 독항 지도(督亢地圖)를 진왕에게 바치다가 잘못해서 비수(匕首)를 들켜 마침내 진왕은 죽이지 못한 채 도리어 자신만 잡혀 죽고 따라서 연나라도 멸망하게 되고 말았음을 이른 말이다.
[주D-004]강 …… 전해 오네 : 송(宋)나라의 처사(處士) 임포(林逋)의 〈산원소매(山園小梅)〉 시에, “성긴 가지는 맑고 얕은 물 위에 비껴 있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아래 부동하네.[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한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5]마음은 …… 말이라면 : 진 (晉)나라 때 왕돈(王敦)이 매양 술이 거나하면 위 무제(魏武帝)의 악부가(樂府歌) 가운데 “늙은 준마는 마판에 엎드려 있어도 뜻은 천리 밖에 있고, 열사는 늙은 나이에도 장대한 마음은 그치지 않네.[老驥伏櫪 志在千里烈士暮年 壯心不已]”라는 노래를 읊조리면서 여의봉(如意棒)으로 타호(唾壺)를 쳐서 장단을 맞추다 보니, 타호의 언저리가 모두 깨졌다고 하는데, 전하여 장대한 회포나 혹은 불평한 마음을 토로하는 것을 형용한다.
[주D-006]세월은 …… 양(羊)이로다 : 불가(佛家)의 말로, 마치 양을 끌고 한 걸음 한 걸음 도살장을 향해 가는 것과 같이 죽을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뜻한 말이다.
[주D-007]취피대(臭皮袋) : 불가의 용어로, 인체(人體)의 구각(軀殼)을 비유한 말이다. 사람의 몸속에는 가래, 눈물, 똥, 오줌 등 더러운 물질들이 들어 있으므로 이렇게 일컫는다.
[주D-008]뜰 앞의 …… 참선하고 : 뜰 앞의 잣나무란 불가의 화두(話頭)로서, 어떤 중이 조주(趙州) 종심 선사(從諗禪師)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祖師)가 서쪽에서 온 뜻입니까?” 하니, 종심 선사가 “뜰 앞의 잣나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9]강상(江上)의 …… 하였네 : 양(梁)나라 때에 달마 선사(達磨禪師)가 일위 소주(一葦小舟)를 타고 양자강(揚子江)을 건너 북위(北魏)에 들어갔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0]삼소도(三笑圖) : 진 (晉)나라 때 혜원 법사(慧遠法師)가 도연명(陶淵明), 육수정(陸修靜) 두 사람을 전송할 때에 흥겨운 이야기에 팔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호계를 건너가 범 우는 소리를 듣고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세 사람이 서로 크게 웃었다고 하는데, 그때의 광경을 상상하여 그린 것을 삼소도(三笑圖)라고 한다.
[주D-011]중류(中流)의 …… 되었고 : 《할 관자(鶡冠子)》에, “중하에서 배를 놓치면 바가지 하나가 천금과 같다.[中河失船 一壺千金]” 한 데서 온 말로, 바가지를 끼고 물을 건널 수 있음을 뜻하는데, 전하여 여기서는 부처가 중생(衆生)을 제도(濟度)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12]교주(蛟珠) : 남해(南海)에는 교인(蛟人)이라는 괴상한 인어(人魚)가 사는데, 그가 울면 눈에서 구슬이 나온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3]오욕(五欲) : 불교 용어로,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 다섯 가지의 정욕(情欲)을 가리킨다.
[주D-014]기어(綺語) : 애욕(愛欲) 등에 관한 화려한 문사(文詞)를 이른 말이다.
[주D-015]교도(郊島)의 시풍(詩風) : 교도는 당(唐)나라 때의 시인 맹교(孟郊)와 가도(賈島)를 합칭한 말인데, 소식(蘇軾)이 그들의 시풍을 일러 “맹교는 차갑고, 가도는 파리하다.[郊寒島瘦]”고 하였다.
[주D-016]기자(奇字)는 …… 물어보고 : 기자는 문자(文字)의 육체(六體) 가운데 하나로서 고문(古文) 비슷한 글자인데, 한(漢)나라 때 유분(劉棻)이 일찍이 양웅(揚雄)을 찾아가 기자를 배웠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17]진귀한 …… 얻었네 : 진 (晉)나라 때 서희(徐煕)가 진망산(秦望山)에 은거할 적에 한 도사(道士)가 지나다가 물을 마시고는 그에게 호리병을 주면서 “그대의 자손이 의당 도술로 세상을 구제할 것이다.” 하므로, 그것을 열어 보니, 편작경경(扁鵲鏡經)이 들어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18]경병(競病) : 아 주 험난한 운자(韻字)를 가리킨다. 양 무제(梁武帝) 때 조경종(曹景宗)이 개선(凱旋)할 적에 무제가 화광전(華光殿)에서 주연을 베풀고 연구(聯句)를 시험했는데, 조경종이 최후에 들어가자, 다른 운자는 다 지어 버렸고 험운(險韻)인 경병 두 자만 남았으므로, 조경종이 즉시 붓을 들고 읊어 쓰기를, “떠날 때엔 아녀들이 슬퍼했는데, 돌아올 땐 피리 북이 다투어 울리네. 길 가는 사람에게 시험 삼아 묻노니, 곽거병과 어떠한고.[去時兒女悲 歸來笳鼓競 借問行路人何如霍去病]”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다시 두 수를 지어서 흥취를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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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파는 한 이인이 있어 / 賣藥有異人
저자에 항상 병을 달아 놓았는데 / 市上常懸壺
내게 봉래산을 가리켜 보이니 / 指我蓬萊山
멀리 하늘 한 구석에 있는데 / 迢迢天一隅
네가 의당 욕심을 경계하라 / 汝當戒有欲
신룡도 죽임을 당한다 하고는 / 神龍猶被屠
나에게 청옥결을 주고 / 授之靑玉訣
나에게 명월주를 주기에 / 贈以明月珠
이때부터 화려함을 제거하고 / 自玆斤繁麗
소리 높이 우위우를 노래하였네 / 高歌于蔿于
새벽에 태산 꼭대기에 오르니 / 晨登泰山頂
동해가 사발만큼 작게 보여라 / 東海如杯盂
옛사람의 자취를 내려다보고 / 俯視昔人跡
여지도를 죽 내리 훑어보니 / 流觀輿地圖
흥망은 하나의 수레바퀴 자국이요 / 興亡一軌轍
승부는 참으로 한판 노름이었네 / 勝負眞摴蒱
해와 달은 수레바퀴와 같으니 / 日月如車輪
유자의 파리함이 더욱 슬퍼라 / 益悲儒者癯
돌아와서 오묘한 도를 지키니 / 歸來守玄牝
한 근원이 만 가지로 나눠지네 / 一源分萬殊
푸른 것은 찬 계곡의 소나무요 / 靑靑寒磵松
아득한 건 봄 물가의 갈대로다 / 漠漠春汀蘆
하늘이 만물을 가두고 있으나 / 天公囿萬物
달자는 혹 이곳을 도피하나니 / 達者或能逋
장차 신선의 불사약을 얻어서 / 刀圭得仙藥
청운 길에 학을 타고 날아 보련다 / 駕鶴靑雲途
옛날 주덕(酒德)을 찬송하던 고사는 / 頌德有高人
뜻에 따라서 항상 술병을 차고 / 縱意常提壺
해와 달을 출입문으로 삼고 / 日月掛戶牖
하늘땅을 정원으로 삼았었네 / 天地羅庭隅
어지러이 명리 숭상하는 곳에는 / 紛紛利名場
조석으로 서로 삼키고 해치기에 / 旦夕相呑屠
이 때문에 몸을 술에 의탁하여 / 所以托麴蘖
스스로 재능을 깊이 숨긴 거로세 / 自分沈淵珠
내 또한 실컷 마시기 좋아하니 / 我亦好酣飮
촛불 끄고 순우곤을 만류할거나 / 滅燭留淳于
성남에는 작약꽃이 하도 좋아 / 城南芍藥好
옥반우가 활짝 피었는데 / 花開玉盤盂
한스러운 건 꽃 아래서 술 마시고 / 恨不飮花下
취해 돌아가는 모습 못 그림일세 / 畫我醉歸圖
춘광을 내기하여 얻을 수 있다면 / 春光如可賭
어찌 주사위가 없다고 말하리요 / 豈曰無摴蒱
다만 의당 부지런히 즐기어야지 / 但當勤懽樂
가을 생각은 사람을 파리하게 한다네 / 秋思令人癯
형체는 이미 스스로 놔 버렸거니와 / 形骸旣自放
귀천은 어찌 일찍이 서로 달랐던가 / 貴賤何曾殊
취해 누워서 해는 저물어 가는데 / 醉臥日將夕
조롱박이 낭자하게 널려 있구나 / 狼籍蒸葫蘆
힘써 다시 촛불 밝히고 놀아야지 / 努力更秉燭
늙는 것을 그 누가 피할 수 있으랴 / 衰老誰能逋
완적을 어찌 방달이라 일컫는고 / 阮籍豈放達
비루해라 궁도에서 곡하던 것이 / 鄙哉哭窮途
[주D-001]약을 …… 달아 놓았는데 : 후 한(後漢) 때의 한 선인(仙人)이 여남(汝南)의 시장에서 약을 팔면서 항상 옥상(屋上)에 병 하나를 달아 놓고 시장이 파하면 그 병 속으로 뛰어 들어가곤 하였는데, 당시 시연(市掾)으로 있던 비장방(費長房)이 그 광경을 보고는 이상하게 여겨 그 선인을 찾아가 알현하고, 그를 따라서 함께 병 속으로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하고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가 그득하여 함께 술을 실컷 마시고 나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그리하여 후세에 그 선인을 호공(壺公)이라 칭하게 되었다.
[주D-002]우위우(于蔿于) : 당(唐)나라 때의 고사(高士) 원덕수(元德秀)가 지어 불렀다는 가곡(歌曲) 이름이다. 원덕수는 명리(名利)를 잊고 산수(山水) 속에 노닐면서 거문고나 타며 스스로 즐겼으므로, 천하(天下)에서 그의 행실을 높게 여겼다.
[주D-003]주덕(酒德)을 …… 삼았었네 : 진 (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의 한 사람인 유령(劉伶)의 〈주덕송(酒德頌)〉에, “대인 선생(大人先生)이 천지(天地)를 하루아침으로 삼고, 만기(萬期)를 잠깐으로 삼고, 일월(日月)을 창문으로 삼고, 팔황(八荒)을 정원으로 삼으며, 하늘을 천막으로 삼고, 땅을 자리로 삼아서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였는지라, 머물러 있을 때는 술잔을 잡고, 움직일 때는 술병을 들고 다니어, 오직 술 마시기만 힘썼으니, 어찌 그 밖의 것을 알리요.”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 대인 선생이란 바로 유령 자신을 가리킨 말이다.
[주D-004]촛불 …… 만류할거나 : 전 국 시대 제 위왕(齊威王)이 순우곤(淳于髠)에게 술을 얼마나 마실 수 있느냐고 묻자, 순우곤이 대답하기를, “저문 날에 주연(酒宴)이 한창 무르익어서 술동이를 모아 놓고 바싹 서로 다가앉아 남녀(男女)가 자리를 함께하여 신들이 서로 뒤섞이고 배반(杯盤)이 낭자한 데다 당상(堂上)에는 주인(主人)이 촛불을 끄고 다른 손들을 다 보내고 곤(髠)만 만류했을 때 미인(美人)이 비단 저고리를 벗어 향내가 은은히 풍겨 올 경우, 이때에는 곤의 마음이 가장 즐거워서 일석(一石)의 술을 마실 수가 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126 滑稽列傳》
[주D-005]옥반우(玉盤盂) : 백작약(白芍藥) 꽃의 별칭이다.
[주D-006]완적(阮籍)을 …… 것이 : 진 (晉)나라 때 완적 등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모두 방달(放達)하기로 일컬어졌고, 그중에 완적은 특히 수레를 타고 놀러 나갔다가 길이 막힌 곳에 이르러서는 매양 통곡을 하고 돌아왔던 데서 온 말인데, 그것은 곧 빈곤(貧困)을 슬퍼하는 뜻이었으므로 비루하다고 한 것이다.
선화전 봉연도(宣和殿蜂燕圖)에 제하다. 자백(子白)과 함께 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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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그물 창에 불어오니 / 春風吹罘罳
전각 모서리에 고운 햇살 빛나고 / 觚稜麗陽暉
밝은 빛이 궁궐 정원에 넘치니 / 昭光泛宮苑
벌써 노란 벌이 나는 걸 보겠네 / 已見黃蜂飛
아로새긴 들보엔 진흙을 물고 / 雕梁帶香泥
제비가 지금 또 돌아오누나 / 燕子今又歸
난간에 임한 천자는 흥취 동하여 / 臨軒動宸興
탁 트인 궁문 밖으로 구경을 하네 / 游眺敞金扉
모사한 것이 어이 그리 정교한고 / 模寫何其精
묘처는 참으로 조화의 비밀이요 / 妙處眞天機
형세가 완연히 날아서 움직이니 / 宛然勢飛動
천하에 드문 작품임을 알겠도다 / 乃知天下稀
삼가 생각건대 옛날의 제왕들은 / 恭惟皇王氏
의상만 걸치고 가만히 앉았어도 / 玄默垂裳衣
금수들까지 절로 나서 자랐으니 / 飛潛自生育
성인의 덕화는 한량없이 컸으나 / 聖化渾無圻
오만 일을 다 다스리는 가운데 / 不聞御萬機
충어까지 그렸단 말은 못 들었네 / 刻畫蟲魚微
비각엔 왜 자물쇠가 없었으랴만 / 祕閣豈無鑰
흩어져 연기 따라 날아가 버렸네 / 散落隨煙霏
죽은 이가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 往者不可作
천재에 흐느껴 한숨질 뿐이로다 / 千載徒歔欷
[주D-001]옛날의 …… 앉았어도 :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황제(黃帝)와 요순(堯舜)은 의상(衣裳)만 걸치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천하가 잘 다스려졌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차운하여 담봉(曇峯)에게 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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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애의 외로운 달 얼마나 차고 비었던고 / 天涯孤月幾盈虛
만리 밖에 서로 따라 대도에 와 있노니 / 萬里相隨在大都
마음은 불법을 얻어서 항상 적조하건만 / 心得禪詮常寂照
도는 왕화를 따라서 성쇠(盛衰)가 거듭되누나 / 道將王化有隆汚
반 병 막걸리는 취하길 사양하기 어렵고 / 半甁白酒難辭醉
한 와상 맑은 바람은 안 불러도 불어오네 / 一榻淸風不待呼
이는 도리어 여산의 혜원 법사를 찾아가 / 還似廬山尋惠老
천재에 연꽃 마르지 않음을 본 듯하구려 / 蓮花千載未曾枯
[주D-001]적조(寂照) : 불가(佛家)의 용어로, 적은 마음이 항상 고요함을 뜻하고, 조는 마음이 항상 어둡지 않고 밝음을 뜻하는데, 적은 곧 체(體)에 해당하고 조는 용(用)에 해당한다.
[주D-002]여산(廬山)의 …… 듯하구려 : 진 (晉)나라 때 여산 동림사(東林寺)의 혜원 법사(惠遠法師)가 유자(儒者)와 불자(佛者)를 합해서 모두 123인을 모아 염불수행(念佛修行)을 목적으로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 말한 연꽃은 본디 불문(佛門)의 묘법(妙法)으로 비유되거니와, 또한 백련사에는 연꽃을 많이 심었었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법원사(法源寺)에서 노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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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문이 활짝 열리고 가을 기운 소통하니 / 三門天開秋氣豁
사녀들이 줄을 이어 사방에서 모여드네 / 士女聯翩來四達
화려하게 꾸민 수레는 빛이 번쩍거리고 / 鈿車綉幄光陸離
화려한 안장 백마는 어이 그리 우아한고 / 琱鞍白馬何委蛇
금은의 아름다운 기는 서로서로 겹치고 / 金銀佳氣欲相襲
향기 어린 비취옥은 치마 띠를 누르누나 / 珠翠生香壓腰衱
종 치고 북 울리며 천화를 흩으어라 / 撞鐘擊鼓散天花
사자후 일성은 강물을 쏟듯 줄줄 나오네 / 獅子一吼如懸河
서쪽 부처 바라만 보고도 마음 다하는데 / 西瞻金仙竭心曲
더구나 석장 날리어 천축에서 왔음에랴 / 況此飛錫來身毒
미친 말장난 말이 모두가 심오하건만 / 狂言戱語儘幽深
본래부터 천하에 마음 알아줄 이 없다오 / 自是天下無知音
내 마음의 이욕은 불이 활활 타듯 하니 / 我心利欲正火熱
그 옛날 소림사의 눈 속에 서 있고 싶어라 / 欲立當年少林雪
[주D-001]삼문(三門) : 사원(寺院)의 대문(大門)을 가리킨다. 불문(佛門)을 들어가는 데 있어 삼해탈문(三解脫門)인 공문(空門), 무상문(無相門), 무작문(無作門)을 통해서 들어간다 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2]천화(天花)를 흩으어라 : 천화는 천상(天上)의 묘화(妙花)란 뜻인데, 절에서 법회(法會) 때에 종이로 만든 연화(蓮花)를 불전(佛前)에 흩는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3]사자후(獅子吼) : 사자가 한 번 소리를 지르면 모든 짐승이 다 습복(慴伏)하는 것처럼, 부처가 설법(說法)을 하면 모든 악마가 다 항복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스님의 설법을 뜻한다.
[주D-004]소림사(少林寺)의 …… 싶어라 : 선 종(禪宗)의 동토 제이조(東土第二祖)인 혜가(慧可)가 일찍이 숭산(嵩山) 소림사의 달마대사(達磨大師)를 찾아가서 밤이 깊도록 눈 속에 꿇어앉아 가르침을 구하였으나 허락지 않으므로, 그가 마침내 왼팔을 끊어서 굳은 의지를 보이자, 달마대사가 그제야 감동하여 그에게 입실(入室)을 허락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월식(月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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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백도가 처음 궤도 어긋나자 / 赤白初乖度
중려가 미리 무릎 꿇고 진언하니 / 重黎預跽陳
관원들은 다 밤에도 근무를 하고 / 衣冠盈夜署
종고 소리는 가을 하늘을 흔드네 / 鐘鼓振秋旻
별들의 빛살은 갑절 반짝거리고 / 列宿光芒倍
뜬구름은 빈번히 빛을 가리는데 / 浮雲掩映頻
두꺼비는 밝은 달빛을 잠식하고 / 蟆精翳金鏡
토끼 그림자는 달 속에 숨는구나 / 兔影隱氷輪
박망후는 견우직녀 손이 되었고 / 博望牛女客
노동은 기슬 같은 신하 되었는데 / 盧仝蟣蝨臣
떼를 빌리기야 어찌 쉬우랴마는 / 靈槎借豈易
한 치의 쇠 또한 쓸 길이 없구려 / 寸鐵用無因
무성한 정초는 제거키 어렵거니와 / 鄭草難圖蔓
곤빙 또한 순치하는 데 달렸다오 / 坤氷在致馴
유상은 시경에 이른 말이거니와 / 維常詩有謂
극근의 훈계는 준행할 만하도다 / 克謹訓堪遵
이태백은 달을 세 벗으로 삼았고 / 太白成三友
황정견은 네 이웃으로 삼았는데 / 庭堅作四隣
홀로 가련해라 아무런 흥미 없어 / 獨憐無興味
갑자기 두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 雙淚忽沾巾
[주D-001]중려(重黎) : 상고 시대에 천문 역상(天文曆象)을 관장했던 관원이다.
[주D-002]박망후(博望侯)는 …… 되었고 : 박 망후는 한(漢)나라 장건(張騫)의 봉호이다. 장건이 일찍이 대하(大夏)에 사신(使臣)으로 가는 길에 황하(黃河)의 근원을 찾아서 떼를 타고 달포를 지나 한 곳에 이르러 베를 짜는 한 여자와 소를 끌고 물을 먹이는 한 남자를 만났는데, 뒤에 돌아와서 엄군평(嚴君平)에게 그 사실을 물으니, 엄군평이 말하기를, “아무 해 아무 달에 객성(客星)이 견우(牽牛) 직녀(織女)를 범했었다.”고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노동(盧仝)은 …… 되었는데 : 노 동은 당(唐)나라의 시인(詩人)이다. 기슬(蟣蝨) 같은 신하란 이같이 천한 신하라는 뜻으로, 노동의 〈월식(月蝕)〉 시에, “옛 노인의 말을 전해 들으니, 달을 먹는 건 두꺼비의 정이라네. 둘레가 천리나 되는 달이 네 배로 다 들어가니, 이런 멍청이를 그 누가 낳았단 말이냐.……땅 위의 기슬 같은 신하 노동이 옥황상제께 하소연합니다. 신의 마음에 한 치의 쇠가 있으니, 요망한 두꺼비의 창자를 갈라 버리렵니다.[傳聞古老說 蝕月蝦蟆精 徑圍千里入汝腹 如此癡驂阿誰生……地上蟣蝨臣 告訴帝天皇臣心有鐵一寸 可刳妖蟆癡腸]”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특히 역당(逆黨)들을 조롱하여 지은 것이라 한다.
[주D-004]무성한 …… 어렵거니와 : 정 초(鄭草)는 정나라의 풀이란 뜻으로, 춘추 시대 정 장공(鄭莊公)의 아우인 공숙단(公叔段)의 참람한 행위가 점점 심해지자, 장공의 신하 채중(祭仲)이 장공에게 간하기를, “빨리 서둘러 조치를 취해서 세력이 극성해지지 않게 하소서. 극성해지면 처치하기 어렵습니다. 무성한 풀도 제거하기 어려운 것인데, 더구나 임금의 사랑하는 아우에 있어서이겠습니까.”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傳 隱公元年》
[주D-005]곤빙(坤氷) …… 달렸다오 : 순 치(馴致)는 점차로 진행하여 극성한 데에 이르게 됨을 뜻하는 말로, 《주역》 곤괘(坤卦) 상사(象辭)에,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곧 이르게 됨은 음이 비로소 얼기 시작함이니, 그 도를 순조로이 점차로 익히어 가서 단단한 얼음에 이르는 것이다.[履霜堅氷 陰始凝也 馴致其道 至堅氷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유상(維常)은 …… 말이거니와 : 《시경》 소아(小雅) 시월지교(十月之交)에, “저기 저 월식이야 당연한 일이라 하겠거니와, 이 일식이야말로 어째서 이런 변고가 생기는고.[彼月而食 則維其常 此日而食 于何不臧]”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7]극근(克謹)의 훈계 : 《서경》 윤정(胤征)에, “선왕은 하늘의 경계를 삼가 받들었다.[先王克謹天戒]”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이태백(李太白)은 …… 삼았고 : 이 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시에, “꽃 사이에서 한 병 술을 마시어라, 홀로 마시매 서로 친한 이 없어, 술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해 오니, 내 그림자 마주하여 세 사람을 이루었네.[花下一壺飮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對影成三人]”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9]황정견(黃庭堅)은 …… 삼았는데 : 황정견은 송(宋)나라 때의 시인(詩人)인데, 그가 달을 사린(四隣)에 연관시켜 지은 글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밤에 앉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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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은 쓸쓸히 불어오고 / 蕭蕭秋風聲
은하수는 아득히 높기도 해라 / 杳杳河漢高
밝은 달이 내 자리에 가득하여 / 明月滿我座
달을 마주해 좋은 술 기울이니 / 對之傾芳醪
어찌 묵은 때만 씻을 뿐이리요 / 豈惟離垢坌
시호를 발동하기에도 넉넉하네 / 亦足發詩豪
깊은 생각은 아송으로 올라가고 / 沈思遡雅頌
고상한 정은 풍소를 앞지르도다 / 高情軼風騷
고관대작을 세상은 중히 여기나 / 軒冕世所重
나에겐 가을 터럭 같을 뿐이라네 / 於我如秋毫
고인을 혹 일으킬 수만 있다면 / 古人倘可作
만세 삼창하고 요사를 따르리라 / 三叫追姒姚
[주D-001]요사(姚姒) : 순(舜)과 우(禹)를 가리킨다. 요는 순 임금의 성(姓)이고, 사는 우 임금의 성이다.
느낌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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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가득한 강회에 성난 파도 일어나서 / 風滿江淮起怒濤
파도 소리 싸우는 듯 싸움 소리 들레어라 / 濤聲若鬪戰聲鏖
병사를 논함이 이미 시서장에 이르렀으니 / 論兵已到詩書將
몹시도 문 닫고 앉아 육도를 읽고 싶구나 / 甚欲關門讀六韜
[주D-001]육도(六韜) : 병서(兵書) 이름인데, 저자에 대해서는 태공망(太公望)이라는 설도 있고 황석공(黃石公)이라는 설도 있다.
흥취를 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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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구름이 서륙에 활짝 걷히니 / 炎雲卷西陸
흰 이슬이 작은 추위를 일으키네 / 白露生微寒
세월이 흐르는 물 쫓아 달려가니 / 年光逐流水
깁 부채는 슬픈 탄식을 머금누나 / 紈扇含悲嘆
은거한 사람은 털옷 없음을 읊고 / 幽人賦無褐
가슴 만지며 홀로 눈물 흘리는데 / 撫心獨汍瀾
강회에는 창칼이 서로 번쩍여라 / 江淮照劍戟
요란한 북소리에 해가 저물어 가네 / 鼓聲紅日殘
옛사람은 또한 이미 멀어졌으니 / 古人亦已遠
따르자도 진정 어려울 듯하구나 / 追之誠恐難
[주D-001]털옷 없음을 읊고 : 《시경》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옷이 없고 털옷이 없으면 어떻게 이해를 보내리요.[無衣無褐 何以卒歲]” 한 데서 온 말이다.
상도(上都)에서 오는 정제(丁祭)의 어향(御香)을 맞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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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덕문 앞에 한 기마 먼지 일으켜 달려오니 / 建德門前一騎塵
포홀 차림의 백관들은 예모가 새로워라 / 百官袍笏禮容新
밝고 밝은 신의 조화는 천일과도 같아서 / 明明神化如天日
음산을 밝게 비춰 다스운 봄이 영원하리 / 照向陰山萬世春
추정(秋丁)에 문묘(文廟)의 제사에 참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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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아 현묘하고 현묘한데 / 天高玄又玄
별들은 반짝반짝 빛나기도 해라 / 粲粲列星纏
만물은 밝은 광채를 두루 입어 / 萬物蒙昭光
모두 자연 속에 나서 자라도다 / 生成皆自然
가을 밤에 제사를 근엄히 하여 / 秋夜嚴祀事
향기로운 제수들을 진설하여라 / 苾芬陳豆籩
공자는 전당 한가운데 자리하고 / 巍巍當殿中
좌우로는 뭇 현인들이 배향하네 / 左右翼群賢
어찌 한갓 예문만 갖출 뿐이랴 / 豈徒文具耳
정결한 제사에 정성이 지극하여 / 精禋心孔堅
엄숙하게 숨소리 감추고 서서 / 肅肅屛氣立
삼헌례를 어긋남 없이 거행하니 / 三獻禮不愆
동녘엔 먼동 아직 트지 않았고 / 晨光尙未動
궁정 향로엔 향 연기 감도누나 / 庭燎浮香煙
삼가 생각건대 우리 태평성대엔 / 恭惟我盛代
성인 받듦이 전보다 더욱 빛나니 / 承奉尤光前
우리 왕의 교화와 성인의 덕이 / 王化與聖德
억만년을 끝없이 함께 흐르리라 / 同流彌億年
군자(君子) 2수(二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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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에겐 참다운 낙이 있으니 / 君子有眞樂
오묘한 곳 참으로 말하기 어렵네 / 妙處誠難言
솔개가 날고 고기가 뛰어라 / 鳶飛與魚躍
삼라만상이 한 원기 함께하니 / 萬像同一元
태창의 좁쌀 같은 이 한 몸도 / 眇然稊米身
도화에 연원한 바이거니와 / 道化所淵源
예악이 천하에 입혀졌으니 / 禮樂被天下
주공 공자는 지금도 생존함일세 / 周孔至今存
군자는 기꺼이 은퇴함이 있으니 / 君子有肥遯
번민도 없고 노여움도 없거늘 / 無悶亦無慍
성시엔 무엇하러 경영을 하며 / 城市何所營
산림엔 무엇하러 숨는단 말가 / 山林何所隱
오래도록 상류 속에 섞여 있다가 / 久矣混常流
냇가에서 천지 운기를 관찰하고 / 川上觀氣運
끝없이 사방에 교화를 펴면서도 / 悠然撫四達
화려한 명성을 바라지 않았었네 / 無心望華問
[주D-001]솔개가 …… 뛰어라 : 자 사(子思)가 지은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鳶飛戾天 魚躍于淵]’ 하였으니, 도(道)의 유행(流行)이 상하(上下)에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2]냇가에서 …… 관찰하고 : 공자(孔子)가 일찍이 냇가에서 이르기를,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고 흐르는도다.”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천지의 조화가 잠시도 쉬지 않고 서로 갈음하여 운행되는 것을 뜻한 말이다. 《論語 子罕》
원주(袁州) 의춘군(宜春郡) 반룡사(蟠龍寺)의 시권(詩卷)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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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춘군 남쪽에는 산 빛도 환히 밝아라 / 宜春郡南山色明
누전과 절벽이 모두 중생의 안식처로다 / 樓殿巖崖俱化城
당승이 물거품을 묻자 맹수가 굴복하고 / 唐僧問漚猛獸伏
송제가 납의를 내리자 신룡이 놀랐었네 / 宋帝賜衲神龍驚
패엽경 일천 상자는 백 척 탑에 담겨 있고 / 貝葉千函塔百尺
황제의 조서는 찬란한 빛이 생동하누나 / 璽書燁燁光如滴
가련하여라 요기가 강호에 가득한 이때 / 最憐氛祲滿江湖
삼십육 산 굽이만 하늘 밖에 푸르구려 / 三十六盤天外碧
[주D-001]당승(唐僧)이 …… 굴복하고 : 여 기서 물거품이란 불가(佛家)에서 인간 세상의 무상(無常)한 생멸(生滅)을 비유한 말이다. 《오등회원(五燈會元)》에 의하면, 물거품을 가지고 문답(問答)한 일이 몇몇 선사(禪師)의 전기(傳記)에 나오고, 도력(道力)으로 맹수(猛獸)를 순복(馴伏)시킨 일 또한 다른 몇몇 선사의 전기에 보이는데, 이 두 가지 일이 서로 연관된 데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주D-002]송제(宋帝)가 …… 놀랐었네 : 납의(衲衣)는 승복(僧服)을 가리키는데, 이 고사 또한 자세하지 않다.
한송(寒松)의 시권(詩卷)에 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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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 속에 자취 부친 지 이미 십 년이건만 / 寄跡紅塵已十年
산중 은자의 풍격은 아직도 그대로라네 / 山中風格尙依然
눈 밟으며 그윽한 절 찾은 게 생각나고요 / 憶曾踏雪尋幽寺
하늘 찌름을 사랑하여 단편시도 지었지 / 坐愛干霄賦短篇
석양은 원숭이 그림자 밖에 가장 빛나고 / 落日最宜猿影外
흰 구름은 학 우는 곁에 길이 있도다 / 白雲長在鶴聲邊
세인들이 이것을 꼭 다 알지는 못하리니 / 世人未必能知此
한 축의 새 시를 함부로 전하지 말게나 / 一軸新詩莫浪傳
[주D-001]하늘 찌름[干霄] : 흔히 낙락장송(落落長松)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스스로 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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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세상 예로부터 험이가 있는 건데 / 浮世從來有險夷
허송하는 이 신세는 지루함만 깨닫겠네 / 曠然身世覺支離
다만 도를 들어서 무아는 할 수 있거니와 / 秖因聞道能毋我
묻노니 기심 잊은 이는 과연 누구란 말가 / 且問忘機果是誰
밝은 달밤 젓대 소리에 사람은 홀로 있고 / 長笛月明人獨夜
해진 갖옷 서리 깊어라 오랜 나그네로세 / 弊裘霜重客多時
여기는 분명 예악 문장이 성대한 곳이라 / 分明禮樂文章地
당년에 시를 안 배운 게 몹시 후회스럽네 / 悔殺當年不學詩
[주D-001]도(道)를 …… 있거니와 : 공 자(孔子)가 이르기를,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朝聞道 夕死可矣]” 하였고, 또 “공자는 네 가지를 끊어 없앴으니, 사사로운 뜻이 없고, 기필함이 없고, 집착함이 없고, 아집이 없었다.[子絶四毋意毋必毋固毋我]”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里仁, 子罕》
[주D-002]시(詩)를 안 배운 게 : 공자가 일찍이 아들 이(鯉)에게 묻기를, “시(詩)를 배웠느냐?” 하니, 이가 못 배웠다고 대답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가 없다.” 하였다. 《論語 季氏》
중서성(中書省)의 명을 받들어 도중(途中)에서 어가(御駕)를 영접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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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수엔 하늘 높아 벌써 이른 서리 내리고 / 難水天高已早霜
용문의 남쪽 가에도 초가을이 이르렀는데 / 龍門南畔又新涼
난여가 순히 움직여 제때에 순수를 하니 / 鸞輿順動時巡狩
앞으론 도성 사람이 북쪽 길이 바라보겠네 / 自是都人北望長
어가 앞에 과일 쟁반을 받들어 올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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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 가득한 선과엔 햇빛이 환히 비치고 / 仙果堆盤照日光
한림 공봉의 모시 적삼은 자못 서늘한데 / 翰林供奉苧衫涼
어가를 잠깐 멈추고 천안이 움직이시니 / 飛龍小駐天顔動
바람이 불어 은은한 계설향을 전해 오누나 / 細細風傳鷄舌香
돌아오다 전사(田舍)에 이르러 밤에 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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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의 여가에 들길을 찾아서 / 公餘尋野逕
꿈속에 시골 농가에 당도하니 / 夢裏到田家
가을바람은 벼 논에 불어오고 / 罷亞風吹稻
고요한 달은 모래톱에 가득하네 / 婆娑月滿沙
얇은 옷엔 새벽 이슬이 차갑고 / 薄衣侵曉露
오래된 절엔 아침 놀이 비치네 / 古寺暎朝霞
술 약간 마시고 신세를 잊으니 / 小酌忘身世
거나하여 눈이 어른어른하누나 / 陶然落眼花
도성(都城)에 들어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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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기병 먼지 날리며 봉성에 들어가니 / 萬騎飛塵滿鳳城
부녀자들 담소하며 맞아라 진정을 보겠네 / 迎門笑語見眞情
길거리에선 천산곡을 서로 다투어 부르니 / 街頭爭唱天山曲
사람마다 태평성대 좋아함을 알겠네그려 / 可見人人樂太平
[주D-001]천산곡(天山曲) : 당 (唐)나라 때 장군 설인귀(薛仁貴)가 천산(天山)의 전투에서 화살 셋을 쏘아 오랑캐 셋을 그 자리에서 죽이자, 10여 만이나 되는 오랑캐들이 기가 꺾여 모두 항복하니, 군중(軍中)에서 “장군이 화살 셋으로 천산을 평정하니, 장사들이 길이 노래하며 한관에 들어가네.[將軍三箭定天山壯士長歌入漢關]”라고 노래한 데서 온 말이다.
절구(絶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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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당의 높은 곳엔 먼지 하나도 없는데 / 玉堂高處絶塵埃
한낮의 청풍이 푸른 괴나무를 움직이네 / 白日淸風動綠槐
장관께 한 번 읍하고 온종일 앉았노라니 / 一揖長官終日坐
우는 새 두어 소리가 뜰 이끼에 가득하네 / 數聲啼鳥滿庭苔
섬 서성 참정(陝西省參政) 술률공(述律公)의 시권(詩卷)에 받들어 제하다. 공의 이름은 걸(杰)이고 자는 존도(存道)인데, 앞서 운남 원수(雲南元帥)가 되었을 때에 반역자(叛逆者)인 차리(車里)가 스스로 항복했었다. 금년에 나이 70세로 동관(潼關)을 지키고 있으며, 공의 조(祖)는 국초(國初)에 공(功)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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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관은 예로부터 이름난 요충지인데 / 潼關自古咽喉地
술률장군은 금년에 칠십의 노인일세 / 述律將軍七十翁
병법을 대대로 전하여라 장수의 종자요 / 韜略傳家眞將種
도서는 자리에 가득해라 유풍도 있구려 / 圖書滿座有儒風
주진의 성곽에는 가을 구름이 하얗고 / 周秦城郭秋雲白
회초의 깃발에는 석양빛이 붉으렇네 / 淮楚旌旗晚照紅
완악한 묘족을 응당 차리처럼 만들어 / 應使苗頑似車里
전공을 이어서 청사에 길이 빛나리라 / 赫然靑史繼前功
어버이를 뵈러 여릉(廬陵)으로 가는 이문회(李文會)를 송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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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멀리 관문과 하수가 격해 있는데 / 故園迢遞隔關河
당상의 두 어버이는 귀밑이 벌써 희었네 / 堂上雙親鬢已皤
만사 중에 오직 돌아감이 좋은 줄 알겠어라 / 萬事祗知歸去好
십 년을 헛되이 길고 짧은 노래만 허비했네 / 十年空費短長歌
가을 깊은 백로 물가엔 흰 구름 썰렁하고 / 秋深鷺渚白雲冷
비 지난 먼 산엔 붉은 나무가 많아졌구나 / 雨過螺山紅樹多
묻노니 향성 호자의 집에는 / 爲問香城胡子宅
붓끝의 문장이 칼끝과 서로 어떠한가 / 筆鋒爭奈劍鋒何
석별가(惜別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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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불법을 닦아 도가 매우 깊어져서 / 伯氏梵學餐道腴
당에 올라 설법하여 황도를 경도시키고 / 升堂說法傾皇都
숙씨는 총각으로 시서를 근면히 익혀서 / 叔氏總角敦詩書
등과하여 군수가 되고 재주도 넉넉하니 / 登科作郡才有餘
바야흐로 공자와 석가가 친히 안아다 준 / 方知孔釋親抱送
선림의 사자요 유림의 봉황임을 알겠네 / 禪林獅子儒林鳳
다만 슬픈 건 도가 같지 않아서 / 所嗟道不同
출처를 서로 따르기 어려움일세 / 出處難追踪
서풍이 마구 불어 기러기 행렬 끊겼으니 / 西風橫吹鴈行斷
만리 푸른 구름이 어디에서 다시 만날꼬 / 萬里碧雲何處逢
형화의 맺힌 시름은 붉은 연기 저녁이요 / 荊花結愁紫煙夕
밤 꿈의 텅 빈 침상은 비바람이 격하였네 / 夜夢空牀風雨隔
서로 만남도 절로 목이 메기에 충분한데 / 相逢自是足嗚咽
헤어지려 하니 끝없이 기가 맺힐 듯하네 / 欲別無端氣如結
관하는 하 멀어라 요동 벌은 공활한데 / 關河迢迢遼野空
갖옷에 한기 스며라 눈이 오려나 보구려 / 寒襲貂裘天欲雪
어떡하면 왕유(王維) 오도자(吳道子) 같은 화가를 얻어 / 焉得畫者王與吳
이 형제의 이별하는 그림을 그리게 해서 / 畫此兄弟相別圖
가지고 돌아가 그대 집의 벽에 걸어 놓고 / 持歸掛向君家壁
바라보며 시 읊어 적막한 시름 위로케 할꼬 / 對畫哦詩慰愁寂
그대가 이 노래 지은 사람을 알아주거든 / 君如比數作歌人
먼 훗날 저 창해 가로 나를 찾아오게나 / 他日相尋滄海濱
[주D-001]형화(荊花)의 …… 저녁이요 : 형 화는 자형화(紫荊花)의 준말이다. 옛날 전진(田眞)의 세 형제(兄弟)가 모든 재산(財産)을 공평하게 서로 나누고 오직 당전(堂前)의 자형수(紫荊樹) 한 그루만 남았으므로, 세 형제가 함께 의논하여 다음날에 이것마저 쪼개서 나누기로 하였는데, 다음날 자형수를 베려고 가 보니 자형수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말라 죽어 있었다. 그러자 세 형제가 서로 크게 뉘우치고 나무를 베지 않으니, 그 나무가 금방 다시 살아났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형제가 서로 헤어지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2]밤 …… 격하였네 : 친한 벗이나 형제가 서로 만나서 즐겁게 담소(談笑)를 나누지 못함을 이른다. 당(唐)나라 위응물(韋應物)의 시에, “어찌 알았으랴 눈보라치는 밤에, 다시 여기서 침상 맞대고 잘 줄을.[寧知風雪夜 復此對床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3]왕유(王維) 오도자(吳道子) : 모두 당대(唐代)의 화가이다. 왕유는 남화(南畫)의 비조(鼻祖)로 일컬어지고, 오도자는 그림과 글씨에 뛰어나 화성(畫聖)이라고 일컬어졌으며 특히 불화(佛畫)에 뛰어났다.
동국으로 돌아가는 서 상서(徐尙書)를 송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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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머리의 압록강은 초록빛이요 / 馬頭鴨水綠
나그네 등 뒤엔 연산이 푸르네 / 客背燕山靑
눈보라 길 삼천 리를 가자 하니 / 風雪三千里
석양이면 장정 단정을 거치리라 / 夕陽長短亭
그대 지금 또 가는 행차 인하여 / 因君今又去
내가 옛날 일찍 지난 게 생각나네 / 憶我昔曾經
이별주에 취하길 사양하지 마소 / 別酒莫辭醉
날이 추워서 취기가 쉬 깰 걸세 / 天寒吹易醒
원 중(院中)의 수령관(首領官)은 모두 공차(公差)이고, 나는 경력(經歷) 사무를 권행(權行)하고 있는데, 부름을 받고 성(省)에 들어가니, 이때 황제는 서내(西內)에 계시고 성관(省官)들은 서랑(西廊)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군(先君)의 동년(同年)인 성 참정(成參政)이 나를 바라보고 왜 왔느냐고 물으므로, 내가 대답하기를, “지금 권 한림 수령관(權翰林首領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하니, 공이 이르기를, “이는 반드시 고려 왕(高麗王)의 공신호(功臣號)에 관한 일일 것이다.” 하고, 또 우리 국왕(國王)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그가 지금의 왕이냐고 물으므로,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공이 이르기를, “살아서 이것을 얻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하였다. 나는 물러 나와 구양 승지(歐陽承旨)에게 품(稟)하여 친인보의 선충봉국 창혜정원(親仁輔義宣忠奉國彰惠靖遠)이란 열두 자를 찬정(撰定)해서 올리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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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나라는 번리가 튼튼하여 / 東國藩籬固
중조의 보호가 유달리 두텁네 / 中朝卵翼偏
국왕의 공신호는 열두 자이고 / 功臣十二字
황제의 성수는 천년만년이로다 / 聖壽萬千年
머나먼 지역에 인풍이 움직이고 / 絶域仁風動
외로운 꽃이 척원과 연하였네 / 孤芳戚畹聯
선충이요 또 정원이라 했으니 / 宣忠仍靖遠
천자의 훈시를 길이 서로 전하리 / 天訓永相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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