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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神에 의해 마침내 무너지는 소림나한진

천하한량 2009. 12. 23. 16:09

軍神에 의해 마침내 무너지는 소림나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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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22 21:22



곤봉 하나를 들고 십팔나한진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유대유.

너무나도 당당한 그의 모습에 소림의 무승들은 다소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한 명이 선공을 가하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봉을 완전히 출수하기도 전에 이마에 강한 충격을 받고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유대유의 봉이 그의 머리를 찍은 것이다.

 

옆에 있던 중이 대경실색을 하여 봉을 거칠게 휘두르며 달려들자 유대유는 상대의 예봉을 옆으로 살짝 흘리고는 가볍게 그의 다리를 후렸다. 그 또한 자리에 뒹굴고 말았다. 눈 깜작할 사이에 소림승 두 명이 당한 것이다. 유대유는 호흡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상태로 상대방을 한 명씩 제거할 때마다 한 마디씩 큰 소리로 내뱉는다.

 

“상대의 힘이 출발하기 전에는 강하게 치고 들어가며, 상대의 힘이 막 지났을 때는 부드럽게 흘려 버린다. 상대가 서두르면 나는 기다리며 누구와 싸우든지 간에 치는 법을 알아야 한다.”(剛在他力前 柔乘他力後 彼忙我靜待 知拍任君鬪)

 

이른바 가결(歌訣)이다.

가결은 무예에서 익혀야 할 요점을 암기하기 쉽게 운율이 있는 시구의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가결에는 무예 기술의 핵심과 연습할 때의 주의 사항, 상대와 대적할 때 명심할 점 등이 담겨 있다. 옛날 무예 문중에서는 기예를 주고받을 때에는 이러한 가결을 바탕으로 기법을 익혔다. 유대유는 지금 소림 무승들과 대결을 하면서 곤법을 익히는 데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공력이 아닐 수 없다.

 

 

유대유-소림승2.jpg

 봉술을 연마하는 스님

 

 

이어지는 공방에서도 유대유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곤봉을 찌르고 치고 때리는데 무승들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왼손으로 치다가 어느새 손을 바꿔 잡아 오른손으로 치고, 짧게 치고 길게 찌르니 마치 손오공의 여의봉이 조화를 부리는 듯하다.

 

동정(動 靜), 허실(虛實), 강유(剛柔), 쾌만(快慢)이 서로 바뀌니 변화가 실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몸놀림은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는데도 양 발의 중심 이동이 정확히 이루어지고, 손발과 허리의 움직임이 봉의 궤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니 상대의 공격은 모두 아슬아슬하게 낙공(落空)이 되고 만다.

 

“음양은 서로 바뀌어야만 한다. 양손은 똑바르며 앞다리는 굽히고 뒷다리는 펴야 한다. 한 번 찌르고 한 번 들어 올리면 전신에 힘이 들어가며, 걸음걸음마다 앞으로 나아가면 천하무적이다(陰陽要轉 兩手要直 前脚要曲 後脚要直 一打一揭 遍身着力 步步進前天下無敵).”

 

곤봉은 양손으로 다루는 무기이다. 빙글빙글 돌리다가 상대방의 요혈을 칠 수도 있고 창처럼 찌를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봉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이다. 대적 시에는 상대방과 나의 간격을 어떻게 유지하고 이를 장악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되는데 봉에서는 이 간격을 맘대로 쉽사리 조절할 수 있다. 양손으로 잡고 짧게 끊어 칠 수도 있고 창처럼 길게 늘여 찌를 수도 있으며 후려칠 수도 있으니 이것이 봉의 가장 큰 장점이다.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자유자재로 길이를 조절할 줄 알고, 치고 찌르고 감아 채는 기술을 능숙하게 할 줄 안다면 어떤 적도 두려울 것이 없다. 유대유는 이러한 곤봉의 위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대유-소림승공연.jpg

 

 

마침내 무적이라고 불리던 소림 십팔나한진이 무너지고 말았다. 땅바닥에는 무승 열여덟 명과 곤봉 열여덟 개가 뒹굴고 있었다. 유대유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건만 호흡은 여전히 처음과 같았다. 크게 경악한 주지가 유대유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권하며 공손히 물었다.

 

“장군의 기예가 대단하구려. 실로 군신(軍神)이 하강한 듯하오. 부디 가르침을 주기 바라오.”

 

“모든 무예가 마찬가지지만 곤법의 요결도 상대의 세를 따르고 힘을 빌리는 데에 있습니다. 자기들 숫자가 많음을 믿고 힘으로만 덤벼든 소림승들이 패배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다만 빠르게 변화하고, 나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물러나며 이후에 나아가는 식으로 대적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세를 따르고 힘을 빌릴 수 있습니까?”

 

“이는 지극히 묘하고도 묘한 요결입니다. 대개 상대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알아야 하며 그것과 맞서서는 안 됩니다. 상대의 구력(舊力)이 약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새로운 힘이 나오기 전에 그것을 틈타고 들어가야 합니다(舊力略過 新力未發). 여기에 모든 비결이 들어 있습니다.”

 

유대유의 곤에 크게 혼이 난 소림사는 그를 붙잡고 실전 곤법을 전수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였다. 무예가 뛰어난 승병을 모집하러 온 유대유는 혹을 떼러 왔다가 오히려 혹 하나를 더 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군문(軍門)에 속한 몸이라 소림사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이에 소림사에서는 무승 중에 몸이 날래며 기예가 출중한 젊은 승 두 명을 선발해 유대유에게 딸려 보냈다. 이들은 이후 유대유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의 곤법을 철저히 전수받는다. 전투가 벌어지면 직접 싸움에 뛰어들었고, 때로는 유대유의 경호원 역할도 하였다. 이들은 3년간 유대유에게서 직접 곤법을 배운 뒤 소림사로 돌아가 동료들에게 전수하였다. 이리하여 소림사에는 유대유의 곤법을 배운 승려가 무려 100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도 소림 무술 중에는 유대유곤(棍)이라 하여 그의 이름이 무술 명칭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그가 지은 『검경(劍經)』은 곤법 이론과 실기에 관한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유대유-무비지.jpg

 중국 무술서적인 무비지에 실린 곤봉.

 

 

실전 곤법인 유대유의 곤이 소림사에 접목된 이후로 소림사의 곤법은 명실상부한 천하제일의 수준으로 오른다. 소림 무승들과 소림의 속가 제자들은 이후 왜구 토벌전에서 커다란 공을 세워 소림 무술의 위력을 보여 주었다.

 

특히 월공(月 空) 대사가 이끄는 소림 무승 서른 명이 송강(松江) 일대에서 펼친 활약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예가 출중하였는데, 저마다 길이 7척에 무게 30근의 철곤으로 무장하였다. 이들의 철곤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해서 이들이 두들기고 후려치고 찌르면 제아무리 검법이 뛰어난 왜구들이라 하더라도 뼈가 으깨지고 살이 문드러져 왜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최후의 전투에서 적들에게 포위되고 만다. 무승들의 공력이 높고 기예가 출중하다고 하지만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철곤을 휘두르는 이들의 손아귀에는 힘이 빠지고 어깨는 굳어져 갔다. 결국 관군의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고군 분투하다가 서른 명 전원이 전사하고 만다.

 

유대유-소림13승.jpg

 소림 무승들의 활약을 그린 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