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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이 황소뿔을 자른 비법은

천하한량 2009. 10. 17. 16:09

 

오키나와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가라테(空手)는 처음엔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무술입니다.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가라테를 식민지(오키나와는 일본 사츠마 번의 오랜 식민지였다가 2차대전 이후에 일본으로 병합됨)에서 전해진 무술이라 하여 천시하였고, 검도와 유도를 뼈대 있는 무도로 간주하여 주로 이를 연마하였던 것이지요. 중학교 체육 과목에도 검도와 유도는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었지만 가라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본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가라테는 주로 노동자나 평민 등 하층 계급에서 실전 무술로 연마되는 정도였습니다.

일본에서조차 주목을 받지 못하던 가라테를 세계 최대의 무술 문파로 키운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바람의 파이터’로 널리 알려진 최영의(崔永宜, 1923∼1994)입니다. 일본명은 오야마 마스다츠(大山倍達). 국제가라테연맹 총재를 지냈으며, 일본의 가라테 10대 문파를 비롯해 백여 차례의 시합에서 승리한 전설적인 파이터이지요. 일본에서는 불패의 전설을 지닌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와 곧잘 비견되며 한때 일본 청소년이 뽑은 위대한 인물 10걸에 오를 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렸지요.

 

최배달

 

 

그는 1923년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16세 때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야마나시(山梨)소년 항공학교에 재학하던 1939년 가라테 초단으로 입문, 24세에는 전(全)일본 가라테 선수권 대회를 제패하였습니다. 가라테의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그는 시합에서 우승을 가리는 기존 무술 유파들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실전에서는 0.1초 사이에도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상대방이 먼저 나를 공격했다 하더라도 내가 보다 강력한 반격을 하면 승패는 뒤집어질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상대방 몸 앞에서 공격을 멈추는 경기규칙으로 어떻게 강자를 가려낼 수 있단 말인가?"

 

당시 가라테의 대련은 슨도메라 해서 주먹이라든지 발을 상대방 신체의 몇 센티미터 앞에서 멈추거나 가상으로 치는 식으로 승부를 겨뤘습니다.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은 위험하다고 해서 금지한 것이지요. 그가 익히던 강유류 가라테는 보호구를 착용한 신체 접촉 대련 방식을 채용하고 있었지만 차츰 송도관 가라테의 슨도메 방식에 동화되어 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실전에서의 강함을 추구했던 그는 지바현 기오즈미산에 입산, 20개월간 초인적인 수련을 쌓습니다. 문명세계와 단절된 채 맹렬히 쏟아지는 폭포수 밑에서 힘을 기르고, 야생동물과 싸우며, 나무와 바위에 맨몸을 부딪치면서 그는 자신만의 가라테를 다듬습니다. 상대방의 몸 바로 앞에서 공격을 멈추어야 하는 기존 가라테의 성향에 회의를 느꼈던 그는 이른바 실전 무도인 '극진(極眞)가라테'의 토대를 만든 것이죠.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수행한 실전훈련의 연속. 뼈와 살을 깎는 고통 속에 마침내 실전 공수의 극의를 깨달고 하산한 뒤 가라테 10대 문파 도장을 찾아 다니며 결투를 신청, 당대의 고수들을 모조리 격파했다고 합니다.

 

최배달-촛불끄기.jpg

 

 

50년대 초 60마리의 황소와 맞서, 손날(수도=手刀)로 47마리의 뿔을 꺾으며 쓰러뜨렸으며, 허공에 떠있는 종이에 주먹으로 구멍을 뚫을 만큼 초인적인 스피드와 맨주먹으로 20㎝ 두께의 돌을 격파하는 등 믿기 어려운 신화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의 황소대결 장면은 쇼오지꾸 영화사에서 필름으로 담아 20분짜리 기록영화 '맹우와 싸우는 가라테'로 남아있죠.

 

 

황소 뿔을 꺾는 일화 한 토막. 그가 처음에 황소의 뿔을 꺾으려고 수도(手刀)를 힘껏 내려쳤지만 뿔이 꺾이기는커녕 자신의 손만 아팠습니다. 몇 번을 내려쳐도 마찬가지였죠.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도살장 직원이 불쑥 한마디 던졌습니다.

 

최배달-소뿔자르기.jpg

 

 

"이보시오, 젊은이. 앞에서 황소 뿔을 치지 말고 뒤에서 쳐보시오. 소뿔은 원래 앞으로부터 덤비는 적을 찌르도록 되어 있는 것이오. 당연히 앞으로부터의 충격에는 매우 강하지만 뒤로부터의 충격에는 약하단 말이오."

 

귀가 번쩍 뜨인 그는 이번에는 수도를 뒤로부터 비스듬히 날려 황소의 뿔을 쳤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그렇게도 애먹이던 뿔이 마침내 잘려 날라 간 것(사실은 뽑힌 것)이죠. 이리하여 그 유명한 황소뿔 자르기의 신화가 탄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