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수수보리가 만든 술, 문헌상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술, 일본이 자랑하는 사케의 원조인 한산소곡주의 명품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와 관련 한산소곡주 명품화사업 추진위원회가 지난 13일 개최 됐다.
당초 계획으로는 7일쯤 개최예정이었으나 아무런 공지도 없이 회의 당일 한산면사무소 2층 회의장에 가보니 굳게 닫혀 있었다. 아무런 얘기도 없이 연기된 추진위원회 회의처럼 소곡주 명품사업 역시 그 같은 모습을 걷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서천군은 '밀주단속'이라는 단어속에서 떨고 있는 한산지역 가양주 농가들을 양지로 끌고 나오기 위해 '소곡주 특구지정'이라는 아이디어를 계획해 냈다.
실상 소곡주는 찹쌀의 발효과정에서 우러나는 달콤하고 끈끈한 맛이 기본인데 상당수 가양주들은 명절때만 되면 주문 물량을 맞추지 못해 익지도 않은 소곡주에 소주와 설탕을 가미해왔고 신맛으로 이미 변질된 소곡주도 묻지마 판매로 한산소곡주의 이미지를 저해시켜 왔다. 결과적으로 이는 소곡주 애주가들로부터 머리 아픈 술이란 오명을 갖게 했고 많은 소비자들을 내쫓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서천군의 명품화 추진은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그동안 밀주로 성행하던 한산소곡주 양성화를 목적으로 한산 소곡주 특구지정을 추진, 소곡주를 통해 지역특화발전을 이루기 위한 관심을 가졌다는 자체가 희망이다.
그러나 술 제조와 판매라는 것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면밀한 검토없이 시작했다가 주민들에게 실망만 안겨 줄까 걱정이 앞선다.
사실 전문가들의 용역까지 거친 사항이지만 특구지정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특구라는 단어가 과연 서천군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정부가 주세법을 개정하고 또 별도의 조치를 해 줄 것인지 강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곡주 제조와 판매를 위해선 시설적인 부분을 일정부분 갖춰야 하고 20여개가 넘는 주류 제조장부도 일일이 기록해야 한다. 또 발효식품인 탓에 동일한 원료와 동일한 기술력, 동일한 환경에서 술을 빚는다고 해도 각 발효조마다 맛이 다르고 술의 도수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 또한 극복하고 동일한 품질의 소곡주를 생산해 내야 한다.
상황이 이와 같은데 가양주 농가들이 동일브랜드로 제조기준을 어떻게 맞춰낼지도 의문이 다. 병입된 소곡주가 알콜도수가 다르거나 산패가 발생했을 경우 영업정지의 중징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가양주 농가들의 법인 구성을 통해 각자의 제조가 아닌 서천군이 대규모 제조시설을 건립, 같은 장소에서 술을 빚어 이를 제성과정을 통해 규격화된 품질의 소곡주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 역시 성공 보장이 어렵다. 그 막대한 자금을 개인 사업자들에게 서천군에서 얼마나, 어느 시기까지 지원해줄까 하는 것도 문제다.
또 판매 역시 문제다. 이렇게 생산한 소곡주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유통하는가의 문제인데 기존 유통망은 현 소곡주 제조장 중심으로 되어 있어 마찰이 불가피하다.
현 소곡주 제조장 역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과연 그 같은 기술력과 유통망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문제다.
이밖에도 문제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생산법인 구성이후 다시 음성적으로 판매될 가양주의 문제, 이익 배분, 주질 검정, 가격결정, 여과방법, 누룩제조 등 해결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소곡주의 양성화는 상당히 험난한 과제를 안고 있다. 신중한 사업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곡주 명품화 추진위원회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사업추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