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는 최근 방한(訪韓)한 로레인 볼싱어(Bolsinger) GE 환경사업 부문 부사장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는 "내가 아는 중국 기업인이 있는데, 지금 이름이 생각 안 나니 이메일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틀 후 답이 왔는데, 생소한 이름이었다.
스정룽(施正榮). 중국의 태양전지 모듈(태양전지 수십 개를 연결한 반제품 형태의 덩어리) 제조회사 썬텍(Sunt ech)의 회장으로 올해 45세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는 2006년 포브스(Forbes)의 중국 부자 랭킹 1위에 오른 인물이었다. 중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부동산 부자들의 급부상으로 올 3월 발표에서는 9위로 밀렸지만, 태양광(太陽光) 에너지의 잠재력과 회사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언제든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올해 포브스 발표에서 그의 재산은 29억 달러(약 3조원)로 평가됐다. 그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썬텍 지분 33%를 갖고 있다.
스정룽 회장은 차세대 세계 최고 부자가 될 중요한 조건 두 가지를 갖추고 있다. 첫째, 신흥시장(중국)을 무대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IT를 능가하는 새로운 글로벌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친(親) 환경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전 세계 부(富)가 흘러가는 두 갈래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인 셈이다. Weekly BIZ는 이 점에 주목, 그와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를 만난 것은 지난 18일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 썬텍 본사에서였다. 그를 취재하게 된 계기는 그가 '빌 게이츠 다음의 부자'로 지목됐기 때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빌 게이츠를 꼽았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단순히 돈만 번 게 아니라 기술(인터넷)과 비전으로 사람들의 삶을 바꿨기 때문"이라며 "태양광으로 인류의 생활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선킹(Sun King)'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태양광 에너지 분야의 선두 주자라는 점을 강조한 이름이다. 2001년 썬텍을 창업, 6년 여 만에 회사를 태양전지 모듈 생산 세계 1위, 태양전지 생산 세계 2위로 올려 놓았다. 올해는 태양전지 부문도 1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인민일보는 "썬텍이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와 중국의 격차를 15년 단축시켰다"고 보도했다.
스정룽 회장은 "태양광 에너지의 전망이 밝기 때문에 10년 이내에 엑손모빌(Exxon Mobil)이나 BP와 같은 석유 회사를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화석(化石) 연료에 기반한 현 경제체제에서 엑손모빌은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지만, 머지 않아 저(低) 탄소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닥칠 경우 그 70분의 1밖에 안 되는 썬텍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썬텍의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태양전지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한 2003년 1389만 달러였던 매출이 지난해 13억4826만 달러로 4년 새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2년 10㎿였던 태양전지 생산 능력은 올해 그 100배인 1GW로 늘어날 계획이다.
그는 기존의 중국 부자들과 다른 점이 많다. 호주에서 태양전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해외 유학파이고, 저임금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하이테크(태양전지)' 분야를 파고 들었다.
―짧은 기간에 고속 성장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첫째, 제때 투자를 했습니다. 5~6년 전부터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태양광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를 잘 탔습니다. 둘째, 핵심 기술이 좋습니다. 저는 호주에서 유학하면서 앞선 태양전지 기술을 익혔죠. 셋째, 중국에서 저비용 원가 구조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땅 임대료와 인건비가 싸고, 부품과 원료를 중국 현지에서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중국 최고 부자인 당신에게 부(富)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돈은 일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생기는 부산물입니다. 지혜와 근면의 보답입니다. 저는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좇아가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자신의 수입이 얼마인지 따지는 시간에 어떻게 하면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호주에서 편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중국으로 왔나요?
"저는 편안한 생활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도전 없는 삶은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머릿속의 지식을 상업화하고 싶었습니다. 호주에 있으면서 중국으로 태양광에 대해 강연을 하러 여러 번 오갔는데, 중국은 제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유학을 떠나올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죠. 중국 기업도 하이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둥그스름한 얼굴, 파란색 반팔 캐주얼 티셔츠에 옅은 회색 바지….
중국 최고 부자인 스정룽(施正榮) 썬텍 회장이지만, 겉모습만 보면 중국의 어느 거리에서나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안내하던 썬텍 직원이 소개해주지 않았다면, 혼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가 일반 직원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그는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얘기했으며, 목소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태양광(太陽光) 에너지 기술로 중국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지만, 태양광에 입문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호주 유학 시절 학비와 생활비가 모자라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을 찾아 다녔고 카페에서 햄버거 굽는 아르바이트도 해봤습니다. 하루는 학교에서 '연구 조교를 구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그 교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태양전지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틴 그린(Green) 교수였어요." 뒤에 그는 전공을 레이저 물리에서 태양전지로 바꿨고, 태양광 박사가 됐다.
썬텍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2005년 12월 중국 민영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영국·미국·호주·독일·스페인·한국·일본에 법인을 세웠다. 현재 썬텍의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영국인,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호주인, CSO(최고전략책임자)는 미국인이다. 그는 "호주에서의 생활이 사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서양 사람의 사고 방식과 의사 소통 방법, 비즈니스 요령을 배웠다"고 말했다.
썬텍은 지난 4월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입구에 100KW짜리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했다. 경기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그린 올림픽'을 표방하는 베이징올림픽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 공급 업체로 썬텍이 선택된 것은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왜 태양광입니까? 신재생에너지(용어설명) 가운데에는 풍력이나 바이오에너지도 있지 않습니까?
"독일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전력의 30%가 태양광 발전으로 공급될 전망입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중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15%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그 중심은 태양광 에너지입니다. 태양광의 수요가 무궁무진합니다. 아직까지는 경제성이 문제지만, 2012년이 되면 태양광 발전 비용이 화석(化石) 연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태양광은 전 세계에서 통할 것입니다(太陽能全通天下). 앞으로도 태양광에만 집중할 것입니다."
■시의적절한 사업 아이템과 타이밍, 정부 지원이 성공 비결
썬텍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적절한 때, 적절한 분야에 진출해 하이테크(태양전지)와 저렴한 노동력을 이상적으로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스 회장은 여기에 '정부 지원'을 보탰다.
2001년 귀국할 때 그는 태양전지 관련 특허를 11개나 갖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 회사를 차리려 하니 돈이 문제였다. 그때 가능성을 본 우시(無錫) 지방 정부의 도움을 받아 8개의 국유기업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유치할 수 있었다. 여기에 호주에서 갖고 온 현금 40만 달러를 보태 회사를 세웠다.
그는 2005년 미국 증시 상장으로 4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 회사를 키웠다. 미국에 상장할 때도 국유기업들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중국 법규상 중국 정부 지분이 있는 회사는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없도록 돼 있었기에 스 회장은 국유기업들에 갖고 있던 주식을 다 팔아달라고 설득했고, 국유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현재 썬텍은 정부 관련 지분이 전혀 없는, 100% 민영회사로 돼 있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겠죠?
"첫 3년이 특히 어려웠습니다. 돈도 부족했고 사람 대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초창기에 2만 위안을 주는 조건으로 청소 용역회사와 계약을 했는데, 그 회사가 지급 능력을 믿지 못한 나머지 생산 설비를 담보로 잡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요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전지 생산이 늘면서 폴리실리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은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썬텍의 대책은 폴리실리콘 회사에 투자를 해 물량을 확보하거나 장기 계약을 하는 것이다. 스 회장은 이를 '실질적 통합'이라고 불렀다.
썬텍은 3월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러시아 니톨 솔라에 1억 달러의 지분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한국의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동양제철화학과는 내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썬텍이 장기적으로 폴리실리콘을 포함한 원료와 발전 설비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발전의 전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가는 큰 생각을 하는 사람"
그의 검정 블랙베리폰으로 전화가 걸려와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그는 "어디를 가든 이 블랙베리폰이 내 비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스타일"이라고 했다.
―사업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크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Think big). 단순히 돈만 보지 말라고 얘기하겠습니다. 국가와 사회, 인류에 봉사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저는 태양광으로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고 자부합니다. 크게 보면 사업 기회가 더 잘 보입니다. 돈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시간 중 20%는 정치인을 만나거나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이슈 같은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쓴다고 말했다.
3조원 대의 갑부인 그이지만, 돈을 쓸 시간은 부족한 듯했다. 그는 하루 평균 10~12시간 일한다. 별다른 취미도 없다. 1년 중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보낸다. 그는 아침 일찍 40분 정도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 건강 유지 비결이라고 했다.
―좌우명은 무엇입니까?
"'내 자신을 넘어서자'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한테도 기회가 있으면 저 사람처럼 성공할 텐데'라고 핑계를 댑니다. 하지만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회만을 보고 불평을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생각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금(金)은 어디 있든 늘 빛이 납니다(是金子總會發光). 저는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썬텍의 중국식 회사 이름은 '우시상더(無錫尙德)'다. '우시 지역에서 과학기술을 받들고 덕으로써 신용을 얻는다(崇尙科技 以德取信)'는 뜻에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한국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으시죠?
"지난 2월 한국에 판매 법인을 세웠습니다. 한국 대기업을 상대로 한 태양전지 모듈(용어설명) 판매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5월 효성이 완공한 삼랑진 태양광발전설비에 3㎿를 공급했고, 9월 삼성에버랜드 태양광발전소에 10㎿를, 10월 LG CNS에 1.5㎿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반도체 기술이 좋아 제조 과정이 비슷한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한국이 전체 파이를 키우면 나눠 가질 몫도 더 커지겠죠."
2005년 12월 14일 썬텍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던 날 주가는 21.20 달러로 마감했다. 이것이 작년 말에는 9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올 들어 급격히 떨어져 6월25일 현재 41.38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단기적 요인으로 봅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증시가 불안정한 상태인데다, 독일·스페인 등지에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전망을 어둡게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태양광 산업의 미래는 밝고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춘추전국시대 범려(范�)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제(齊)나라에서 재상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마다하고 거리로 나가 사업가로 성공했다. 중국 언론은 호주에서 태양전지 연구원으로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사업가의 길을 선택한 스 회장을 범려에 비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스 회장은 "범려와의 비교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나는 내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 태양광(太陽光) 발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을 뜻한다. 태양전지에 햇빛을 쪼이면 태양전지 표면에 전자가 생겨 전류가 흐르는 광전 효과(photovoltaic e ffect)를 기본 원리로 하고 있다.
→ 신재생(新再生) 에너지
신(新) 에너지와 재생(再生) 에너지를 통틀어 부르는 말. 신 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수소, 연료전지 에너지 등을 의미한다. 재생 에너지는 햇빛·바람 등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태양광·풍력·조력·지열 발전 등을 말한다.
→ 태양전지 모듈
태양 전지판 한 개에서 얻을 수 있는 전기의 양은 대단히 적다. 이것으로는 꼬마전구 하나를 겨우 밝힐 수 있다. 좀 더 많은 전기를 얻기 위해서는 태양 전지판을 여러 개 연결해야 하는데 이렇게 한 것을 태양전지 모듈이라고 한다.
◆ 스정룽 회장은
1963년 중국 장쑤(江蘇)성 양중(揚中) 출생. 1986년 중국과학원 상하이 광학정밀기계연구소에서 레이저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88년 국비 장학생으로 호주에 건너가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공부했다. 태양전지 분야 권위자인 마틴 그린(Green) 교수의 지도를 받아 1992년 태양전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시드니에 설립된 태양전지 연구 회사 '퍼시픽 솔라'에서 기술 이사로 일하다 2001년 귀국해 우시(無錫)에 '썬텍'을 창업했다. 지난해 썬텍은 13억4826만달러 매출과 1억 7128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직원수는 1만여 명이다. 그는 현재 상하이(上海)에 거주하고 있지만, 1993년 얻은 호주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스 회장은 "중국은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데, 호주 국적이 전 세계를 다니는데 편해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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