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시모음집 ▒

感時 감시 시절을 느끼어(김시습 1435~1493)

천하한량 2006. 12. 23. 18:21
感時  감시     시절을 느끼어

 

  金時習   김시습 1435~1493

 

 

  千村萬村蕎花開   천촌만촌교화개   마을 이곳 저곳에 메밀꽃 피어있고

  一聲兩聲鴻雁來   일성양성홍안래   끼륵,끼륵 기러기 떼 날아온다

  節物崢嶸人已老   절물쟁영인이노   철 만난 사물들 가파른데 사람은 늙어가고

  感時騷客心悠哉   감시소객심유재   시절을 느낀 騷客의 마음 한가하기만 하네

 

  已聞村舍收新稌   이문촌사수신도   마을 집에는 이미 새 곡식 걷었다는데

  復道火菑種牟來   부도화치종모래   화전에 보리 심고 온다고 다시 말하는구나

  老子山中有生涯   노자산중유생애   산속에 늙은이 생애 있으니

  小圃紫豆垂纍纍   소포자두수류류   작은 밭에 붉은 콩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十年爲客西復東   십년위객서부동   십년을 나그네 되어 東으로 西로 다니다가

  不覺寒暑相推移   부각한서상추이   추위와 더위가 바뀌어 온것도 알지 못했네

  如今衰病臥山丘   여금쇠병와산구   지금처럼 쇠하고 병들어 산 언덕에 누우니

  細觀一歲春復秋   세관일세춘부추   한 해가 봄 되고 다시 가을 됨을 자세히 본다

 

  功名世上好事耳   공명세상호사이   세상 공명이란 듣기 좋은 일 일뿐

  我獨無心空白頭   아독무심공백두   나만 홀로 무심히도 덧없이 백발로 늙었도다

  壯志未磨歲月遒   장지미마세월주   큰 뜻 닦지 못하고 세월만 다하니

  亭畔蟪蛄鳴啁啾   정반혜고명조추   정자 두둑엔 매미와 땅강아지 맴맴,찍찍,울어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