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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혐오증, 조직화 움직임

천하한량 2007. 12. 11. 18:05
지난 10월11일 오후 9시10분쯤 러시아 모스크바대에서 연수를 받던 한국 모 정부부처 김모(45) 사무관이 자신의 집 근처에서 괴한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2월에는 한국인 유학생 1명이 러시아 청년들에게 집단 구타당해 사망했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네오 나치주의자들에 의한 외국인 증오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외국인 539명이 피습당해 54명이 숨졌고 올 들어 10월까지 230명이 부상당하고 51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또한 근래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 같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조직화를 통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혐오증, 조직화 움직임 = 러시아와 유럽의 예처럼 국내 제노포비아 역시 경기침체와 실업난, 양극화 문제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나 각종 범죄를 외국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펴온 사람들이 단체를 결성하고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것.

불법체류자추방운동본부는 이르면 13일 서울 목동의 출입국사무소 앞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집회가 예정대로 개최되면 국내에서 열린 최초의 제노포비아성 집회가 된다. 추방운동본부 관계자들은 지난 9일 모임을 열고 이 같은 집회 계획을 확정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국제적으로 인권침해 논란을 낳고 있는 외국인 지문날인 등의 도입도 주장할 예정이다. 추방운동본부는 집회 이후에 불법체류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 중인 인권단체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항의전화를 하고 항의방문도 할 방침이다. 또 불법체류자에 우호적인 기사를 내는 신문과 방송 등에 대해서는 항의 메일을 보내고 노동부 장관을 항의 방문하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추방운동본부 회원인 정모(32·고시생)씨는 “불법체류자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있으며 이들에 의한 범죄도 심각한데 정부는 인권단체 눈치만 보느라 법대로 추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모(28·노동)씨도 “우리나라 노인 5명 중 1명이 생활고로 자살하고 청년실업은 극에 달해 있는데 정부는 외국인 보호에만 앞장서고 있다”며 “누가 대한민국에서 보호받는 국민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방운동본부 외에도 최근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 외국인노동자대책위원회, 불법외국인노동자대책참여연대 등 반외국인 단체가 잇따라 결성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시민연대도 불법체류자와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본격적인 불법체류자 추방 운동에 나선 상태다.

◆혐오범죄 우려 = 외국인 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화를 통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혐오범죄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이들이 불법체류자만을 문제 삼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특히 불법체류자나 외국인 범죄 문제를 실제보다 과장하고 있어 이들의 행동이 외국인 증오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 30대 청년들이 장기실업이나 좌절을 경험할 수록 그 책임을 외국인에게 돌리는 현상이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