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다이아몬드다” 남자 교사 만나기 ‘하늘의 별따기’ |
입력: 2007년 11월 05일 13:56:12 |
|
학교에서 남자 교사들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졌다. 서울시내 570여개 초등학교 교사 중 여교사 비율은 86.4%. 교사 10명 중 9명은 여선생이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남자 담임선생님 한번 못만나 보고 교정을 나서기도 한다. 2007년 임용시험 합격자 중 남교사 비율은 초등 12%, 중등 9%에 불과해 여교사 초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남교사는 수업·체육·학생지도 슈퍼맨돼야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경향신문 자료사진 | 서울 ㅅ초등학교의 남교사는 6명뿐이다. 전체 교사 64명 중 10%가 안되는 비율이다. 그나마도 교감 1명을 제외하면 학생들이 직접 접하는 남 교사는 5명이 전부다. 3년 전 8명이던 남교사는 매년 1명씩 다른 학교로 가고 전입하는 교사는 없었다. 올해 신규 임용으로 1명이 충원되기 전에는 남교사가 달랑 4명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교사들은 업무 과중을 호소한다. 수업 외에 `남자'라는 이유로 떠맡는 업무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운동장 기구를 관리하는 일부터 학년 체육대회가 있을 때 트랙을 그리는 일 등은 남 교사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수업준비와는 별도로 몇날 며칠 야근을 하기 일쑤다. 아예 학교 차원에서 ‘큰 일’을 치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도 남교사들이 ‘투입’된다. 교직 경력 8년차인 안모교사(43)는 “여자 선생님들이 말로 지도한다면, 남자 선생님들은 눈빛이나 분위기로 아이들을 다룬다”고 말했다. 가령 복도를 마구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여교사를 보면 본체만체 하지만 남교사를 보면 흠칫 놀라 스스로 멈춘다는 것이다.
여교사들 틈에서 남교사들의 기가 죽을 만도 하건만 상황은 정반대다. 안 교사는 “서울 강남에는 남교사가 한명도 없는 학교가 있다”며 “요즘 남교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를 세워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제 막 교사가 된 임모교사(27)도 “첫 출근하는 날 여자 선생님들이 ‘다이아몬드’라고 불렀을 정도”라며 “아이들의 첫마디도 ‘와~ 남자 선생님이다’였다”고 말했다.
◇ `여인천하' 속 여교사들의 고민도 늘어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경향신문 자료사진 | 교단의 ‘여인천하’ 현상을 바라보는 여교사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선생님의 글씨체까지 닮아가는 게 초등학생”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담임교사의 성향이 아이들의 인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편중된 교원 성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체육시간도 고민이다. 올해 임용된 김모교사(25)는 “여교사 중에 국민체조도 모르는 분이 있다”며 “그러니 운동회에서 차전놀이보다는 포크댄스를, 특별활동발표회 때 모형보다는 공예품을 주로 선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고학년 남자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여자와는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아 애를 태운다. 다른 남교사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그 때 뿐이다.
신규 임용 때마다 서울시교육청에는 ‘이번에는 남교사를 보내 달라’는 각 학교의 요청이 쏟아진다. 학년 초에는 각 학교마다 ‘내년에는 꼭 남자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는 학부모들의 투정이 연일 이어질 정도다.
◇ “남자 담임선생님 만나는게 소원이예요”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경향신문 자료사진 | 아이들은 남교사가 맡은 학급을 부러워했다. 일단 여교사가 맡은 학급은 조용한 분위기인데 남교사의 학급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남녀를 구분없이 활달하게 뛰놀 때의 아이들로서는 남자선생님이 단연 인기다.
초등학교 5학년인 류현종군(12)은 그동안 한번도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다. 현종이는 “남자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어서 남자 선생님이랑 여자 선생님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자 선생님이 남자를 더 잘 이해해 줄 것 같다”는 게 현종이의 생각이다.
남교사의 학급을 부러워하기는 김진우군(13)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남자 선생님을 만난 적이 없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옆 반이 부럽다. ‘남자 선생님 반이면 체육시간도 많을 텐데….’ 5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체육시간에 운동장에 나간 것은 20번이 안된다. 선생님이 “오늘 체육수업은 교실에서”라고 말할 때마다 반 친구들이 “운동장, 운동장”을 외치지만 번번이 교실수업으로 끝이 난다.
‘운 좋게도’ 4학년 때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난 김혜진양(12)은 “4학년 때 성적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숙제도 없었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공부시간이 더 즐거웠다. 그 때 친구들은 “남자 선생님이라 좋겠다”고 부러워했고, 엄마도 “잘됐다”고 좋아했다. 혜진이의 장래희망은 선생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 아이들 중에 꿈이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선생님은 여자 직업”이라며 장래희망을 바꾸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혜진이는 “왜 남자 선생님이 없는 거예요?”라고 되물었다.
<이성희 경향닷컴기자 mong2@khan.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