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의지혜 ▒

술 좋아하는 남성, 고관절이 죽고 있다

천하한량 2007. 10. 31. 18:56
젊은 남성들 고관절 질병 ‘술 탓’
입력: 2007년 10월 31일 15:15:10
 
경향신문은 경향닷컴, 관절전문 힘찬병원(원장 이수찬)과 함께 ‘관절 튼튼 캠페인’의 두 번째 시리즈로 ‘건강한 관절, 새로운 노후를 되찾아드립니다’ 행사를 벌이고 있다. 각종 통계에서 한국인 만성질환 1, 2위를 다투는 것이 관절염인 만큼, 이번 캠페인에 대한 독자들의 문의와 사연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무릎뿐 아니라 엉덩이, 어깨, 손, 발 등 관절 부위도 다양하다. 그 중에는 엉덩이 관절, 즉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고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그에 따른 합병증이 발생해 무릎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고관절 질환이 많아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해 증세가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을 찾기도 한다.

# 술 좋아하는 남성, 고관절이 죽고 있다

고관절에 생기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이다. 이름 그대로 대퇴골두(허벅지뼈의 머리 부분)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되는 무서운 병.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체 고관절 질환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30~50대의 청장년층에서 많으며,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3배 이상 많다. 주된 이유는 과도한 음주 때문. 1주일에 소주 5병 이상 마시는 사람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에 걸릴 확률이 약 20배 더 높다. 음주 외에 스테로이드 약물 과다나 외상, 잠수병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초기 증상은 사타구니 앞쪽이 뻐근하고, 많이 걸었을 때 고관절이 쑤시는 것이다. 악화되면 고관절이 심하게 아파 걷거나 양반다리를 할 수 없게 되고, 관절이 주저앉아 다리가 짧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괴사가 시작된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리 디스크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병을 키운 후에 오는 환자들이 많다. X레이 상으로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고관절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자기관절 살리는 치료방법 도입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한번 발병하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진행과정은 크게 1~4기로 나뉘는데, 2기부터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힘찬병원 김상훈 과장은 “무혈성 괴사 환자는 대부분 나이가 젊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자신의 관절을 보존하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인공관절 외에는 뚜렷하게 성공적인 치료법이 없었지만 최근 의료기술 발달로 감압술 등의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체외충격파=무혈성 괴사가 발생한 초기(1기)에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는 세포막을 자극해 혈액 공급을 증가시키고 염증과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이를 통해 골 괴사를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 체외충격파에 의한 효과는 완전히 검증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감압술=괴사가 심하지 않은 초기(2기)에 사용되는 방법이다.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어 괴사된 부위의 압력을 낮추고 혈관이 쉽게 자라 들어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는 원리. 기존의 감압술은 성공률이 높지 않아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감압술 후 빈 공간에 사람의 뼈와 비슷한 금속 지지체를 넣어 치료 효과가 좋아졌다. 지지체를 중심으로 혈액 공급이 개선되고 뼈가 보다 빨리 자라는 효과가 있기 때문. 무엇보다도 해면체처럼 구멍이 뚫려있는 지지체가 매개가 되어 혈관이 새로 생성, 괴사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수술 후 8주 정도면 감압술로 인해 뚫려있던 공간이 대부분 채워져 괴사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인공관절 치환술=이미 괴사가 많이 진행되어 함몰이 심한 말기(4기) 혹은 퇴행성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삽입되는 인공 고관절의 수명이 10년 안팎으로 매우 짧았다. 그러나 재질의 발달과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인공 고관절 수술 환자의 약 90% 이상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세라믹 인공 고관절은 강도가 기존 코발트 크롬 재질에 비해 뛰어나고 마모도 적어,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적다. 기대 수명은 20년 이상이다.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jk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