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서 연애 시절 사랑스러움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결혼생활 20년이 지난 지금, 아내와는 관심사도 다르고 교감할 일이 별로 없다. 솔직히 두 아이의 엄마이자 부인이라는 당당함으로 수시로 나를 비난하고 뭔가를 요구하는 아내는 무서운(?) 존재일 뿐이다. 그래도 지금까진 일도 바쁘고 아이들 크는 재미에 별 생각 없이 지냈다. 하지만 장성한 아이들이 독립성을 띠면서 H씨는 최근 들어 부쩍 자신의 삶을 자주 돌아본다. 아이들이 분가한 뒤 남은 인생을 아내와 단둘이 지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를 때면 한숨만 나온다. 물론 이런 고민은 혼자만 한다. 남들은 다들 행복해 보이는 데다, 자칫 잘못 하소연하다 소문이라도 나면 체면만 상할 것 같아서다. 얼마 전 잉꼬부부로 알려진 유명 탤런트 부부가 결별했다는 소식은 H씨에게 적잖은 위안을 줬다. ‘알고 보면 가정생활이 나만 힘든 것은 아니구나’란 동질감과 더불어 해방감도 느꼈을 정도다. H씨는 심신이 날로 위축되는 중년기를 즐겁고 자유로운 생활로 반전시키고 싶은 위기의 중년 남성상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21세기 한국의 중년 남성은 고달프고 우울하다. 단초는 체력적인 노화와 남성미 상실에서 시작된다. 생리학적으로 남성미를 표현하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30세부터 해마다 1%씩 떨어지면서 갱년기를 향해 나아간다. 동시에 남성의 상징인 공격성·도전성·진취성·강인함·활력 등도 시들해진다. 반면 아내는 갱년기에 가까워질수록 체내 남성호르몬 비율이 급증하면서 남성화돼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드세진다. 자신의 생리적 퇴보와 아내의 남성화를 동시에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은 참으로 부담스럽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이 모든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의 권위’라는 게 있어 가정 내 지위는 탄탄했다. 하지만 옛날 이야기다. ‘애인 둔 50대 여성은 가문의 영광’이란 농담까지 회자할 정도인 일부 아내의 반란은 내 아내의 당당함을 가중시킨 듯싶다. ‘나는 ○○○처럼 바람 피우진 않는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아내들의 반란엔 여성의 사회 진출과 경제력 향상이란 시대적 변화가 실존한다. 상황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따라서 중년의 가장들은 이제라도 급변한 사회 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H씨는 우선 내 생활 전반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해야 한다. 이후 독립적인 존재로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경쟁력부터 갖춰야 한다. 자신감과 활력의 원천인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자기관리·식사 등 사소한 일상사에 대한 자립성과 나만의 취미활동도 필요하다. 또 힘들겠지만 지금이라도 아내와 진지한 대화를 통해 부부 간 불만 사항과 개선안,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때 배우자 없는 상황, 결별 상황에 대한 가정도 꼭 해보자. 그래야 아내도, 나도 현재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긍정적인 합일점을 찾게 된다. 태양의 고마움은 칠흑같은 밤을 느끼고 가정할 때 뼈저리게 다가오니까.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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