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가격 급상승… 전세계 물가 오름세
한국도 투자·고용 감소땐 경기 침체 우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입력 : 2007.10.20 01:03 / 수정 : 2007.10.2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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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국내 식용유 제조업체들은 올 들어 식용유 판매가격을 평균 7.9% 올렸다. 식용유 원료인 중국산 콩의 수입가격이 1년 사이 1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산 콩의 가격 상승은 중국 농촌의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건비가 급상승한 것이 주 요인이다.
#사례2= 오토바이 가게가 밀집한 서울 충무로 일대는 요즘 주말마다 스쿠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고유가 탈출을 위한 ‘스쿠터족(族)’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B모터스 관계자는 “승용차는 출퇴근 기름값이 월 20만원은 들지만, 스쿠터는 3만원이면 족해 승용차 대신 스쿠터로 갈아타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①중국요인 ②유가 급등 ③곡물·원자재값 상승의 3각 파고(波高)로 펼쳐진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의 물결이 국내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다. 소비재 가격이 급등하고, 서민층의 생활 풍속도까지 바뀌는 등 10년 가량 이어졌던 물가안정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 ▲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원유 중개인들이 바쁘게 거래하고 있다.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 사상 최초로 배럴당 90달러를 기록했다. /AP연합
- ◆인플레 수출하는 중국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진앙은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저가(低價) 수출품을 공급해 글로벌 호황을 떠받쳤던 중국이 최근엔 세계 각국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장본인으로 둔갑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저가 상품을 수출해 전 세계가 저물가(低物價) 시대를 향유해 왔지만, 이제 이 현상이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도 최근 “중국 수출 가격이 상승하는 등 물가 상승을 억제해온 요인들이 악화되고 있으며, 이미 미국에선 달러로 환산한 중국 상품 수입가격이 올 초 바닥을 친 후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수출품의 가격 상승은 경기 과열의 결과로 임금인상률이 연 18%를 웃도는 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고공 행진하면서 상품 제조 원가를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6%대로 올라갔으며, 이는 중국 정부가 설정한 물가관리 목표(연 3%)를 2배나 웃도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발(發) 물가불안은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상승?전 세계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까지 치솟고, 옥수수·대두(大豆)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각각 35%, 72%나 오르는 등 다발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년간 안정세를 보여온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9월 이후 확연한 오름세로 돌아섰고, EU(유럽연합)의 9월 소비자 물가도 2.2%(연율 기준)를 기록하며 물가관리 목표(2.0%)를 웃돌고 있다. 러시아에선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로 연결될 가능성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재임 시절 국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 요인을 ‘미꾸라지 물가’로 분석했었다. 중국산 미꾸라지(값싼 공산품을 상징)가 수입됨으로써, 국내 추어탕(생활물가) 가격 상승을 막고 있다는 비유였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호황을 떠받친 이 ‘미꾸라지 물가’ 구조가 막을 내리는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7일 “9월 중 석유제품과 농산물 가격의 상승 탓에 최종재(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재화의 물가측정 지표) 물가가 8월 대비 1.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률은 한달 상승폭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높다.
또 인플레이션 선행지표인 원재료와 중간재 물가도 9월 중 전년 동기 대비 4.7% 급등함으로써,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을 예고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값싼 중국산 제품에 의존해 낮은 물가를 유지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털어놨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유가 90달러 선이 장기화되면 소비자물가는 0.4~0.5%포인트 더 오르고 성장률은 반대로 0.4~0.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이자율 상승을 유발함으로써, 기업의 투자 위축, 고용 감소를 낳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상무는 “지금까지는 원화 강세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상쇄해왔지만,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는 순간 바로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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