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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먼데이` 20주년 분석 예측 불가능성+인간 본성` 대폭락 유발 가능

천하한량 2007. 10. 19. 17:43
  • 정확히 20년 전 오늘(19일) 뉴욕 증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하루 동안 508포인트 급락했다. 22.6%를 기록한 이날 낙폭은 일일 낙폭으로는 사상 최대치였다.

    1987년 10월19일은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라는 이름으로 고유명사화돼 지금까지도 전세계 금융시장 종사자들에게 잠재적인 공포로 남아있다.

    20주년을 맞은 올해 `블랙 먼데이`의 재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어느때보다 활발하다. 현재까지의 분석은 대부분 `블랙 먼데이의 재현 가능성은 낮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 블랙먼데이 당시 객장 표정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자 기사를 통해 주가 상승 속도가 1987년보다 훨씬 더디고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 방향이 당시와 다르다는 점을 들어 재현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CNN머니도 `블랙 먼데이` 이후 증권시장이 서킷 브레이커와 같은 기술적 장치

    를 도입하고 FRB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된 만큼 대참사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블랙 먼데이` 20주년 분석 기사를 통해 주가 대폭락은 예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간의 공포가 남아있는 한 재현 가능성은 배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블랙먼데이` 당일 대부분 반등 전망..대폭락은 예상 불가능

    FT의 이같은 분석은 `과연 주가 대폭락이 예측 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 최근 100년간 S&P 지수의 주가이익비율87년 `블랙 먼데이` 당일에도 주가가 22.6%나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들은 당시 상황을 "미국과 이란과의 긴장, 일본과 영국 증시 하락 등 주로 외국 관련 이슈들이 개장 전 회합에서 화재거리로 인용되는 정도"였다고 회상하고 있다.

    주가가 과매수 기미를 보이고 있어 약한 조정이 예상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주가이익비율(PER)은 1929년 대공황과 90년대 말 닷컴 버블 붕괴 때와 비교해서 과도한 것도 아니었다.

    당시 NYSE 객장에서 상황을 지켜봤던 한 트레이더는 "주가가 하락 출발하자 `자, 이제 번지점프 장세가 시작되는군요`라는 농담이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주가 반등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번지점프의 줄은 끊어졌고 주가는 밑도끝도 없이 추락했다.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탤러 교수는 "`블랙 먼데이`가 가르쳐 준 첫 번째 교훈은 이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고 FT는 밝혔다.

    그는 "주가가 대폭락 혹은 폭등하기 한주 전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놓은 주가 전망을 취합해 보라"면서 "이를 토대로 주가 대격변을 예상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투자기법의 `배신`..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재현됐다

    87년 당시보다 몇 배로 불어난 시장 규모, 투자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다양한 파생상품의 도입 등으로 폭락의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 주장에도 맹점이 있다.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이 단순한 조정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데서 보듯 87년 10월19일은 결코 20% 이상의 대폭락을 유발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날 주가를 추락시킨 것은 헤지 수단이라고 굳게 믿었던 투자 기법의 `배신`이라고 FT는 분석했다.

    `포트폴리오 보험(portpolio insurance)`이라는 투자 기법이 바로 `블랙 먼데이`의 배후 조종자였다는 것. 포트폴리오 보험이란 포트폴리오 상의 종목이 하락할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선물을 사들이는 방식.

    이는 포트폴리오 상의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볼 경우 선물 거래를 통해 손실 규모를 줄이는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자 포트폴리오 보험 프로그램은 주가가 깡통 수준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내던졌다. 이날 포트폴리오 보험 프로그램이 내놓은 물량만 당시 일일 전체 평균 거래량을 넘어서는 규모였다.

    당시 NYSE 회장이었던 존 펠런은 포트폴리오 보험을 "재앙으로 가는 안내서(a recipe for disaster)"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헤지 수단이라고 믿었던 포트폴리오 보험의 `배신`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첨단 기법이란 찬사를 받았던 주요 은행의 퀀트 펀드(계량적 분석을 통한 기계적 매매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줄줄이 손실을 입은 것과도 비슷하다는 것이 FT의 지적.

    리서치팀의 평가를 통해 사전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해당 종목이 고평가되면 팔고, 저평가되면 추가 매수하는 시스템의 퀀트 펀드는 서브프라임 사태 때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기계적인 특성상 손실을 가속화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앤드루 로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이 훨씬 집적되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 먼데이`를 목격한 25년 경력의 NYSE 트레이더 아트 케이신도 "금융공학의 발전이 신용위기를 예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시킨다는 것이 트레이더들의 믿음"이라고 전했다.

    서킷 브레이커 등 폭락을 방지하는 장치와 FRB의 역할에 대해서도 FT는 회의적이었다.

    `낙폭이 30%를 넘을 경우 당일 거래를 완전 중단한다`는 규정은 `블랙 먼데이` 이상의 낙폭이 재현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며,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FRB와 미국 증권거래소(SEC), 재무부의 움직임에서 보듯 감독 당국의 조치는 언제나 `사후약방문` 격일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손실에 대한 공포는 인간의 본성..기술로 극복안돼

    `블랙 먼데이`의 재현 가능성을 일축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인간이고 공포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기본 명제 때문이다.

    주가가 치솟을 때는 탐욕에 사로잡혀 증시로 몰려들었다가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공포에 질려 시장을 빠져나가는 인간의 본성이 남아있는 한 `블랙 먼데이`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지심리를 투자 결정 과정에 접목시킨 `뉴로(nuero) 파이낸스`는 "`블랙 먼데이`와 같은 상황에 부딛히면 비합리적인 결정을 쏟아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며 "그 어떤 기술적 장치들도 이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분석한다.

    `투자자들의 의식 구조(Inside the Investor's Brain)`의 저자인 리처드 피터슨은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와 맞딱드리면 일단 도망부터 치고 보는 것은 10만년 전 인간이 사바나 초원에 거주할 때부터 생긴 본성"이라며 "한 번 S&P 500 지수가 20% 가까이 빠지기 시작하면 뉴욕은 물론 런던과 도쿄 등 전세계 증시에서 탈출 러시가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