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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슬픔·질투… 인간처럼 감정 소유

천하한량 2007. 8. 4. 16:10
동물도 느낄 줄 안다
  • [이인식의 '멋진 과학']… 동료 까치 죽자 지푸라기 덮어줘
    고래 그물서 빼주자 감사의 눈짓… 슬픔·질투… 인간처럼 감정 소유
  •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입력 : 2007.08.04 00:31 / 수정 : 2007.08.04 11:59
    • 까치 한 마리가 길 위에 죽어 있고 그 둘레에 네 마리가 모여 있다. 차례대로 한 마리씩 부리로 시체를 가볍게 쪼아댔다. 이윽고 네 마리 모두 숲 속으로 날아가서 지푸라기를 물고 와 시체 옆에 놓았다. 까치들은 몇 초 동안 묵념하듯 서 있다가 한 마리씩 하늘 멀리 사라졌다. 까치들의 장례식을 목격한 미국 콜로라도대의 마크 베코프 교수는 최근 ‘뉴 사이언티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까치들이 슬픔을 느끼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코프는 2000년 ‘돌고래의 미소’(The Smile of A Dolphin)를 편집한 생물학자이다. 이 책에는 개, 고양이, 침팬지, 물고기, 이구아나 등의 연구에 생애를 바친 50여 명의 사례 보고서가 집대성 되어 있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동물의 감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었다. 사람이 정서를 느끼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생물학자들은 동물이 감정을 갖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를 꺼려했으나, 동물행동학과 신경 생물학 연구에서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는 듯한 증거가 속출하고 있다.


    • 베코프 교수에 따르면 많은 동물이 까치처럼 슬픔을 느낄 줄 아는 것 같다. 슬픔에 젖은 동물은 혼자서 외딴곳에 앉아 허공을 쳐다보거나, 음식 먹는 것을 중단하거나, 짝짓기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예컨대 어느 수컷 침팬지는 어미가 죽은 뒤에 단식하고 결국 굶어 죽었다. 고래가 자신의 새끼를 잡아먹는 광경을 보고 있던 어미 강치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울부짖었다. 가장 슬픔을 잘 느끼는 동물은 코끼리다. 짝이나 새끼가 죽으면 며칠 동안 밤샘을 하면서 시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짝을 잃고 슬퍼하는 동물은 사랑을 느낄 줄 아는 능력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조류와 포유류는 구애와 짝짓기를 하는 동안 사람처럼 로맨틱한 사랑을 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큰까마귀와 고래의 뇌에서 사람이 사랑할 때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나 짝짓기하려는 고래의 뇌에서 도파민(dopamine)의 분비량이 증가한다.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은 성관계를 갖거나 음식을 먹을 때처럼 행복한 순간에 분비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바라보고만 있어도 도파민의 농도는 급상승하고 성욕도 증가한다. 동물의 경우 도파민 분비량에 비례하여 성적 충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쥐를 숫쥐의 우리 안에 넣어주자 교미를 기대한 숫쥐의 뇌에서 도파민 수치가 90퍼센트 가량 올라간 것이다.

      도파민은 동물들이 놀이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때도 분비된다. 어린 돌고래 새끼는 물속에서 몸이 떠 있는 상태를 즐긴다. 물소는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좋아한다. 쥐가 놀이를 하는 동안에 뇌 안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요컨대 일부 등뼈동물은 사람처럼 기쁨을 느낄 줄 아는 것 같다.

      베코프 교수는 동물이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을 보여준 사례도 소개했다. 2005년 12월, 북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15m 길이의 흑고래 암컷이 바닷게를 잡는 그물에 걸려 분수 구멍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해 힘들어했다. 잠수부들이 용감하게 접근해서 그물을 절단해주자 그 고래는 잠수부들에게 차례대로 코를 디밀고 눈을 깜박거렸다. 전문가들은 고래가 자주 나타내지 않는 몸짓이었으며, 마치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 같았다고 풀이했다.

    • ▲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 베코프 교수는 동물들이 옳고 그름을 따져 공명정대한 행동(페어플레이)을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등뼈동물이 도덕성의 기초가 되는 정서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도덕 관념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얼토당토않은 궤변으로 들릴 것이다.

      동물들이 감정을 나타내는 증거가 속속 확보됨에 따라 적어도 일부 등뼈동물은 인간이 지각하는 감정, 이를테면 기쁨 슬픔 분노 혐오 사랑 질투 연민 감사 등을 대부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생물학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인간만이 감정을 가진 고등동물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을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