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티 나인 / 69 음악적인 리뷰 + 동영상 + 음악모음

식스티 나인 / 69 음악적인 리뷰 + 동영상 + 음악모음

2004년/감독: 이상일/주연: Satoshi Tsumabuki +Masanobu Ando

음악: Masakazu Sakuma 외/ 113분

“지루한 삶은 젊음을 모독하는 것이다”라는 광고카피도 있었지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겠다고 이렇게 막 사고를 쳐도 괜찮은 건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다니는 학교 건물의 외벽과 실내의 벽이란 벽은 모두,

거기다 복도와 유리창에 까지 온통 붉은 페인트로 낙서 아닌 낙서,

구호 아닌 구호들을 갈겨 적어놓고,

또 교장선생님의 책상 위에다가는 용변까지 본 청춘 군상들....

젊음의 발산격인 이런 ‘기존체재에 대한 반항’은 과연 당시에 세계적으로 유행을

하던 (좌익) 학생운동의 사상적인 신념의 행동인가?

아니면 그저 겁 없는 10대 때의 철없는 해프닝일까?

1969년 여름, 일본 큐슈의 사세보 市, 사세보 북고의 3학년 학생인

켄 (Ken/ Satoshi Tsumabuki, 1980, 후쿠오카)은

대학입시 준비는 뒷전이고 오늘도 하라는 화장실청소도 안하고 친구들과 함께

사세보 미군기지의 외곽 철조망을 타고 넘는 일 같은 엉뚱한 일만 벌이다

또 다시 선생님한테 눈텡이가 밤텡이 가 되도록 딥다 또 얻어터진다.

당시에 대단한 인기를 얻던 가수, 아다모(Adamo)를 닮았다하여

아다마(Masanobu Ando, 1975, 가나가와)라 부르는 친구와 함께

켄은 운동장에서 억지로 매스게임을 하는 여학생들을 위한 락 훼스티발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그가 짝사랑하는 여학생,

마츠이 가스꼬(Rina Ohta, 1988 일본 도쿄)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일이다.

The Rolling Stones의 1967년도 히트곡, ‘Lady Jane’의 제목을 별명으로 붙인

이 마츠이(그러나 정작 그녀는 사이먼과 가펀클 이나 도노반 을 좋아한다)가

어느 날 교무실 앞에서 벌을 서고 있는 켄 에게 와서 던진 말 한마디,

‘전공투’같이 데모를 하거나 학교에 바리케이트를 치는 사람이 나는 좋다나......

이 말 한마디에 켄은 졸지에 충동적으로 ‘전공투’조직과는 또 다른 ‘사바라단’

이란 것을 만들고, 학교가 텅 빈 어느 심야에 친구들을 총동원하여

드디어 사고를 친다. 도처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온통 구호로 벽들을 도배를 하여

학교건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는 태연하게 시치미를 떼고 다음날

등교를 하는데..... 켄에게 항상 구타를 일삼는 주임선생님은 범인은 바로 너 지!

하고 욱박지르고...,또 거기다 경찰까지도 수사에 나서게 된다.

아! 과연 이 철딱서니 없는 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1969년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느 해나 마찬가지로 매우 다사다난하였겠지만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또 이 사건들을 전부 줄거리에 반영하였다.


* 1969년1월초, 일본 사세보의 미 해군기지에 원자력 항공모함이 입항. 일본 내

좌익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극렬한 반전운동을 야기 시킴.

* 일본의 ‘전 학생 공동 위원회’(‘전공투’)가 도쿄대학의 야스다강당에 집결하여

바리케이트를 치고 격렬한 투쟁을 벌임.(1월18-19일)

* 7월21일에 Apollo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함.

* 8월15일에서 18일까지 나흘간 미국 Woodstock에서 락 훼스티발이

벌어져 약 45만 명의 인파가 몰림.

* 프랑스에서는 드골이 물러나고, 월남 전쟁은 점점 수렁 속에 빠져듬.

* ‘11PM’이라는 TV프로그램과 주간지, ‘헤이본 펀치’가 인기절정.

Ryu Murakami(1952, 일본 사세보/1979년에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하여

‘Tokyo Decadence’를 비롯한 5편의 영화도 감독함)가 1987년에 발표한

자전적인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켄은 바로 저자 자신이라고 그가 직접

밝힌 바도 있지만, 1970년에 들어갔어야 할 대학을 1972년에야 입학한 것으로 보아,

(무사시노 예술대학에) 이런 식으로 그 당시에 상당히 방황한 흔적들이 보인다.

(1970년에 도쿄로 상경함)

그의 1960년대 말의 추억과 향수가 담긴 이 ‘69’가 개봉이 되고나서, 묘하게도

이 영화는 1968년의 프랑스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한 Bernardo Bertolucci 감독의

2003년도 작품인 The Dreamers/몽상가들과

상당한 대조를 이루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는데, 두 영화다 1960년대 말의

(좌익 성향의) 학생 운동들을 배경으로 하여, 그 물결 속에 있던 당시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는 점이 매우 유사하다. 물론 동서양의 感의 차이는 있게

마련이어서 베르토루치 감독이 항상 추구한다는 성적인 (예술적) 표현을

이 ‘69’에서는 찾을 수가 없지만(제목자체는 더 그럴듯한데...) 대신 1960년대에

유행하였던 팝 음악들을 영화음악으로 사용한 점, 역시 대동소이하다.

최근에 한국의 대통령 앞에서도 노래를 한 적이 있다는, 일본의 인기 남성듀엣,

케미스트리(Chemistry)가 부른 ‘사랑스런 사람'이 주제곡이긴 하지만

그러나 정작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영화의 제목인 1969년을 강력하게 뒷받침 하는

음악은 무라카미 가 무척 좋아하였다는 밴드, 크림(Cream)의 음악이다.

Yardbirds 를 탈퇴한 Eric Crapton 이 Ginger Baker, Jack Bruce와 함께

1966년에 팀을 결성한 후, 1968년에 발표한 앨범, ‘Wheels of Fire’에

수록되었던 ‘White Room’(아래 음악)이 먼저 그 싸이키델릭하고 힘찬 사운드로

관객들의 귀를 강타하고(Opening Credits 의 애니메이션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어 켄의 숙원사업이었던 (‘연극과 영화, 그리고 락켄롤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한) 락 훼스티발 무대에서, 드럼을 치는 켄의 밴드가 부르는 곡도 바로

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1967년의 앨범 ‘Disraeli Gears’에 수록/

아래 음악) 이다. 이곡은 끝 장면에서도 다시 한번 더 등장을 하지만,

이렇게 크림의 음악이 영화전체에서 핵심적인 음악이 되었던 것이다.

흔히 1950년대의 음악들을 가리켜 ‘Golden Age 의 음악’이라고 표현들을 하지만

1960년대야말로 우리들이 흔히 말하던 그룹사운드, 즉 락 밴드 의 황금시기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다. 1960년대에 혜성같이 등장을 하여 전 세계의 문화계에

큰 충격을 준 비틀즈를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크림 같은 이런

훌륭한 밴드들도 1960년대 락 밴드의 황금시기에 큰 봉우리였음은 틀림이 없다.

마츠이의 별명이었던 The Rolling Stones의 ‘Lady Jane’(아래 음악)이나,



또 그녀가 좋아한다는 Simon & Garfunkel 이나 Donovan 의 음악들이 함께

나왔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여하튼 무라카미 가

10대 시절에 좋아하였다는 이런 히피스타일의 음악들은 두 말썽꾸러기 주인공,

켄 과 아다마의 그 청춘 무한 질주 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곡들이라 할 수

있고 무척 잘된 선곡들이다. (이 리뷰를 쓰는 동기도 실제론 크림의 음악에 있다.)

재일교포로서 21세기, 일본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을 받는

이 영화의 이상일(1974, 일본 니가타) 감독은 이 영화의 국내 개봉 때도 서울을

찾은 적이 있지만, 세 번째 작품 만에 드디어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고, 2005년도의

부산영화제(PIFF)에서 이병현과 함께 나란히 포즈를 취하여 더욱 더 젊은 관객들을

열광시킨 Satoshi Tsumabuki(1980, 일본 후쿠오카)는

‘Waterboys’(2001)와 ‘Josee, The Tiger And The Fish’(2003) 에서와 같이

다시 한번 외모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열연을 보여준 듯한데,

대신, Masanobu Ando 는 기대에 좀 못 미쳤다는 평도 있다.

이 영화, 줄거리의 축이 되었던 한때 젊은 시절에 심취했던 (좌익)사상적인 이상도,

또 전 세계에 열병처럼 번지던 그 히피이즘도 이젠 다시 돌아올 수없는

1969년과도 같이 모두 다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시절의 음악만은

오늘날에도 이렇게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반가운 마음 그지없다.

* 아래 동영상은 이 영화의 The Making of Film(약 14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