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사정 볼 것 없다 음악적인 리뷰 + 동영상 모음
1999년/ 각본 + 감독: 이명세 / 주연: 안성기 + 박중훈 + 장동건
음악: 조성우 / 112분
먼저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 하는 데는 다른 많은 이유가 필요 없다.
단지 이 하나 만의 이유로도 족하다.
할리우드 의 보통 영화 하나 만드는 예산의 1%정도의 돈으로 만든 이 작품에
대해 할리우드 에서도 내노라 하는 영화 ‘매트릭tm’(Matrix)가
오마주 (Hommage)를 하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할리우드 가 과연 어떤 곳인가?
그리고 ‘매트릭스’ 라는 영화가 과연 어떤 영화인가?
이는 분명 더 이상의 말이 필요가 없는 우리들의 자랑거리임에 틀림이 없다.
소낙비가 엄청나게 퍼붓는 어느 허름하고 빈 폐광 마당에서 대낮에 두 사내가
죽기 살기로 치고받고 싸우고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사내들의 손은 불끈 쥔 주목으로 바뀌고,
흥건한 흙탕물에 서로 뒹굴어 가면서 연신 펀치가 오고간다.
어느새 온몸은 시커먼 흙투성이로 변하고
그런 그들의 얼굴위로 (슬로우 모션으로) 다가온 각각의 주먹들이 부딪혀지면서
두 턱은 동시에 일그러진다.(위의 사진)
제목 그대로 ‘인정 사정’ 볼 것 없는 이 처절한 결투는 문자 그대로
‘폭력의 미학’ 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두 마리의 늑대가 목숨을 걸고 본능적으로 싸우는 모습이 연상되는 이 장면을
실제로도 이명세 감독은 ‘동물의 왕국 씬’ 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 폭우속의 명장면은 ‘The Matrix Revolution’(2003)에서 다시 한번
재연이 되면서(아래 사진) 전 세계인에게 크게 각인이 된다.
영화도 당연히 문화이다 보니 이젠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구석구석 까지
서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워 지고 있다.(특히 제작 기법에서)
그러다보니 나쁜 말로는 표절이라는 것도 생겨 나게 마련이지만,
그러나 떳떳히 밝히고 하는 오마주 야말로 잘하면 작품을 더욱 격상 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을 한 (Wachowski) 형제는 아무 부인도 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분명히 보았다고 기자회견을 하였음.) 제작사인 WB 본사측이 자진해서
공식적인 부인을 한 점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그러나 독도를 굳이 우리나라 땅이라고 먼저 말할 필요가 없듯이, 이 문제도
두 영화를 다 보고 비교해본 사람들은 저절로 알고 있는 사실이니만큼 굳이
우리들이 다시 재 언급 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그동안에 장면들이건 음악들이건 항상 외국 것들을 베껴만 오던
우리나라의 영화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오마주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또한 이건 비단 이명세 감독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영광이 아닐 뿐 더러,
오늘날, 유행하는 한류라는 단어가 어느 날 어느 곳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캐릭터의 이미지 때문에 더욱 그런 인상을 주지만 ‘신사 같은 살인자’ 와
‘깡패 같은 형사’ 가 출연하는 액션 코미디, 이 작품에서 안성기 +박중훈 의
연기는 이제 어느 경지를 넘어선 듯하다.
그리고 그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은 박중훈 의 할리우드 진출(‘찰리의 진실’)
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는데, 역시 이 영화를 보는 할리우드의 시각 역시
매우 호의적 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다만 김 형사(장동건)가 살인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신파조의 몇몇 장면들은
오히려 전체 줄거리에서 김을 빠지게 한 것 같다는 어느 미국 평론가의 말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고, 우리들이 보기에도 좋았던 애니메이션 을 포함한
비주얼 씬들 과 빠른 극 진행은 미국 시장에서도 극찬을 받은바 있다.
그나저나 이 영화를 성공시킨 이 명세 감독의 침묵은 왜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되는지
모를 일이다. 공백이 너무 긴 것 아닌가?
‘Night Fever’나 ‘Jive Talking’ 같이 빠른 댄스뮤직으로 비지스(The Bee Gees) 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게는 이 영화의 주 삽입곡으로 쓰인 ‘Holiday‘ 같이 서정적인
분위기의 ‘BG's Early Music’ 에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원래 1960년대 초부터 그들은 이런 스타일의 음악으로 유명해졌었다.
주옥같은‘To Love Somebody’(1967), ‘Massachusetts’(1967),
‘I Started A Joke’(1968), ‘First Of May’(1969), ‘Words’(1969),
‘Don't Forget To Remember’ (1970)등이 다 이런 비슷한 부류인데
‘휴일 같은 편안함을 주는 연인’ 을 노래한 이곡도 ‘To Love Somebody’가 인기를
얻던 1967년에 발매된 그들의 기념비적인 앨범 ‘The Bee Gees 1st’ 에 함께 수록이
되어있는 명곡중의 하나이다.
(The Official Story Of The BeeGees 의 리뷰 참조)
30년 이상이나 묻혀있던 이곡(아래 가사)을 발굴하여 영화음악으로 이용할 생각을
한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 이었지만 두 번 다 폭우가 쏟아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폭력의 장면에 사용이 되었다는 것이 참 대단한 발상이다.
또한 송 대관 의 ‘해뜰 날’이 락 버전으로 변신하여 몇 번나오는데
전주부분에서의 하드 한 기타사운드가 장면의 분위기와 매우 잘 일치하고 있다.
1998년에 ‘약속’ 으로 공식 데뷔한 이래 벌써 2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들어온
재원, 조 성우의 오리지널 스코어(OS)도 그런대로 무난한 편이다.
피아노와 드럼을 이용해 긴박감을 주는 분위기 연출에서부터 벽에 비취는 그림자 극
같은 결투장면에서 흐르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때로는 유쾌한 분위기의) 춤곡에
이르기 까지 여기저기에서 그의 재치가 번뜩이는데, 때로는 ‘Pulp Fiction’(1994)같은
분위기도 한편으로는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서정적인 기타선율로 팝의 명곡인, ‘Ace Of Sorrow’를 OS와 함께 흐르도록
한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이태리 출신의 거장 Ennio Morricone (1928-)가 만든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 에 나오는 영화음악,
‘하모니카 맨 의 테마’ 를 (알게 모르게)사용한 것은 별로 좋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같은 영화 음악인 그 곡을 꼭 (예전의 한국 영화들같이) 썼어야만 했을까?
한류의 열풍을 일으킨 ‘겨울연가’ 에 Francis Lai (1932,프랑스)가 만든 영화 음악,
‘13 Jours en France’(1968)의 주제곡이 계속 나오는 것과 같이 민망함을 느끼기
에는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떳떳히 사용했다면 엔딩 크레디츠에 반드시 표시를
했어야만 하였을텐데도 삽입곡 리스트에 올라있지 않다는 것은 또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크레디츠(Credits) 하니까 또 언급치 않을 수 없는 사실 하나는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이 영화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을 누가 만들었다고 밝히는데 그렇게 인색한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영화 음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게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음악: 조성우’ 라는 글자를 찾기가 왜 그리 힘든지 조명기사 8명의 이름까지
다 들어가 있는 DVD 타이틀 표지에는 아예 음악이 누구라는 글자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요즈음은 음악 감독이라는 단어도 곧잘 쓰더구만......
촬영 감독 옆자리 정도에서 대접 받아야 할 그 이름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말이다.
이런 풍토에서 과연 우리들이 한국의 엔니오 모리꼬네 를 기대할 수 있을까?
* 아래의 두 개의 동영상에서 모두 비지스 의 노래를 들으실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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