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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re Sa Vie (My Life to Live) 리뷰 + 음악

천하한량 2007. 7. 15. 00:05

Vivre Sa Vie (My Life to Live) 리뷰 + 음악

1962년/각본+감독;Jean Luc Godard/주연;Anna Karina

음악;Michel Legrand/ 85분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은 무엇인가?

정답은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역시 매춘이다.

그런데, 왜 매춘을 하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아마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을 할 것 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이 용감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그러면 오늘날에는 얼마나 다를까?

그 답을 원한다면 좀 답답하더라도

이 영화를 끝까지(특히 제11장을) 꼼꼼히 볼 수밖에는 없겠다.



시집, 장가 가기 전 까지는 항상 부모와 함께 같이 사는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가족제도와는 달리

서구의 젊은이 들은 18세만 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독립을 하려고 애쓴다.

부모들도 또한 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심지어는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가서 혼자 사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독립이랍시고 어린나이에 혼자 벌어 살려니 고생이야 오죽하겠냐만

그러나 그것이 책임 있는 인간의 어쩌면 당연한 삶이라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립의 그런 과정을 거쳐야 성공도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고

이 영화의 주인공 나나 처럼

독립한 이후 모든 게 잘 안 풀릴 경우에는

매춘의 길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현대의 현실 인 듯하다.

영화배우가 꿈인 Nana(Anna Karina,1940,덴마크).

빠리 로 상경(?)후 어느 남자와 동거도 해보았지만 곧 헤어지게 되고

레코드가게 에서 일을 하지만 항상 돈에 쪼들린다(제2장).

셋집주인은 방 열쇠를 빼앗고(제3장),

같이 동거를 하던 폴 에게서도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 (제1장).

그래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한두 번, 거리의 여성이 되어 본 후(제5장),

그녀는 자진해서 포주인 라울 에게 편지를 쓰고 매춘의 직업을 자원한다(제7장).

이래서 영화배우의 꿈은 접은 채, 본격적인 매춘의 생활은 시작되는데

많은 엑스트라들이 남성고객들로 등장하면서

세월은 하루 하루 흘러만 간다. (제8-10장)

그러나, 그런 어느 날, 매춘조직인 갱들끼리 그녀를 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그만 그들의 총을 맞고 나나는 거리에 쓰러지고 만다(제12장)(아래 사진)

그리고 1초 후,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고

마지막 장면은 매정하게 그냥 -끝- 이라고만 나온다.



이 영화는 어렵다. 그리고 좀 심각하다.

또한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감독이 만드는 예술”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또 프랑스 영화의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시대를 연 장본인,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 1930, 빠리) 감독


단순히 운이 없는 한 여인,

‘잔 다르크의 수난’이라는 고전영화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제3장)

이 나나의 불쌍한 인생을 단지 초상화 그리듯 겉모습만 보여 주려한 건 아닌듯하다.

감독이 되기 이전(1955년 이전), 평론가 시절부터 고다르가 집착하던

‘실존주의적인 철학’(Philosophically Existentialism)도 스크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듯, 총 12장의 소제목으로 나눈 이 영화의 제 11장에서

다음과 같은 철학적 사상의 대화도 이 영화의 각본에 넣었다.



-제 11장, 자막-

샤틀레 광장, 나나는 모르는 어느 남자와 철학 이야기를 나눈다.


샤틀레 광장의 어느 카페에서 헌팅(?) 작업중인 나나.

그녀는 우연히 어느 노인네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사람들은 왜 말을 할까?”.

“사람들은 왜 생각을 해야 할까?”

“그리고 생각과 말 하는 것의 차이는?”
등등,

나나 의 일상생활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듯한 대화가 아닌가?

그렇지만 바로 이런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연출이 비록 매춘부라 할지라도

일반 사람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삶의 가치관을

고다르는 은근히 관객들에게 대신 전달하고 있는 것 이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연출이 영화를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찬사를 받아 왔던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고다르 의 독특한 영화 제작방식 인듯하다.



이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 스타일의

짧은 단발머리로 멋을 부린 매력적인 Anna Karina.(위의 사진)

1940년,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출생한 그녀는 18세의 나이로 영화 속의

나나 같이 빠리 로 온 이후, 샤넬 과 삐에르 가르뎅의 전속 모델로 활약하다

1959년에 고다르 감독을 만나 영화계에 데뷔를 하고

또 고다르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1961년-1968년)

할리우드에서도 잠시 활약을 한 이후, 현재도 작가와 감독의 역할까지 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약 70편 이상의 많은 영화에도

출연을 하였지만, 역시 이 영화가 그녀에겐 출세작이라 하겠다.



음악(OS)은 쉘부르 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lbourg,1964)으로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아카데미상의 수상자,

Michel Legrand (1932, 프랑스 빠리)

맡았는데, 역시 그 시절의 유행 인 듯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러했듯이

단 한곡의 Theme을 변주하여 열 번 이상 반복해서 들려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러나 심각하게도 들리면서 또 슬프게도 들리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그 멜로디가

마치 주인공, 나나의 기구한 운명을 잘 묘사 하는 것 같다.

(아래 음악의 제목은 미셸 르그랑의 ‘D Claration D' Amour’ 입니다.)



그리고 당구장의 Jukebox에서 흘러나오는

차차차 풍의 연주에 맞춰 몸을 흔드는 (마치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한)

나나 의 요염한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위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