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이색선생의 시문집<목은시고> 완역 출간
고려말 유학자 목은 이색의 시문집 〈목은시고〉가 최근 12권 6220쪽으로 완역출간됐다.
신라대 여운필, 울산대 성범중, 경남대 최재남 교수 등 세 교수가 1996년 12월 사고를 치기로 의기투합한 이래 10년 만의 일이다. 〈목은시고〉에 실린 이색의 시는 당대 최고의 지성인으로서 깊은 학문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당대 최고 정치인의 눈에 비친 정치·사회·문화적 사실을 전하고 있어 문학과 역사 연구물에서 끊임없이 인용·논의돼 왔다. 하지만 텍스트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6000수가 넘을 만큼 방대한 양이어서 선뜻 번역하겠다고 운을 떼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의 ‘겁없는 동행’에는 이들이 같은 학과 선후배 사이이고 같은 남부 지역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꼴로 만나 부산 여운필 교수 집에서 1박2일 합숙을 하면서 번역문을 완성해 갔다. 한 사람이 한 권씩의 분량을 맡아 원문에 번역문과 주석을 달아 오면 한줄 한줄 함께 읽어가면서 검토하고 다음번에는 새 작업과 전회분 원고를 완성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2년에 두 권꼴로 펴냄으로써 10년 만에 12권으로 완간한 것이다. 그동안 합숙한 것만 마흔세 차례. 번역문을 두고 대립한 것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목은의 시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워요.” 세 사람의 말이 똑같다. 목은은 고려와 원에서 장원급제하고 40년 동안 고위 관료로 활동하면서 다섯 차례의 시관, 성균관 대사성, 문하시중 등을 지냈으며 성리학의 두터운 학식으로 포장돼 여간해서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는 것. 세 사람이 함께 번역하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은 것도 그 탓이다.
“두보의 시를 시사(詩史)라고 하는데 이색의 시도 그래요.” 성범중 교수는 목은이 시를 일상사의 기록수단으로 여긴 것 같다고 전했다. 문(文)이 격식에 맞춰 지은 것이어서 사실과 정서를 싣기에 곤란한 측면이 있다는 것. 4061개 제목 6081편의 시에는 팔관회, 연말의 나례, 단오 등 당대 세시풍속과 궁중의 경연, 왕을 호송한 내용 등 유일한 정사인 〈고려사〉가 놓친 세세한 부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
“시 가운데 ‘正七七七’이란 구절이 나와요. 무슨 뜻일까 한참 고심했는데, 알고 보니 한 해 두차례 관료에게 봉급을 지급하는 날이더군요.”
번역본에는 본문보다 더 많은 주석이 상세하게 달려 있다. 논문 쓰는 것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들어 중간에 후회도 하고 그만둘까를 몇번 고민했다고 이들은 털어놨다. 또 중간에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서둘러 완역본을 내는 바람에 김이 빠지기도 했다. 생기는 것도, 명예도 없는 일이지만 학문 기초를 든든하게 닦는다는 심정으로 꼼꼼하게 오류를 바로잡으며 10년 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출처: 한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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