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혼상제집 ▒

제사음식에 대한 관념

천하한량 2007. 5. 29. 20:12
제사에 올리는 음식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두가지 관념이 있었다.

그 하나는, 제사음식은 귀신들에게만 올리는 특별한 음식으로서, 이는 산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는 달라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이는 제수의 제의적(祭儀的) 성격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관념에 따라 고대에는 육류이든 곡물이든 조리하지 않은 채 날것으로 올리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것은 제수라기보다 제물(祭物)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여기에는 다분히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으며 주로 국가나 왕실의 제사 혹은 무속(巫俗)에서 전승되어 왔다.

제사음식에 대한 이러한 관념을 보여주는 예로서, 고대 중국에서는 주로 소, 돼지, 양과 같은 가축들을 제물로 사용하였다.제사에 올리
제사음식 
     <희생의 신전> 페루 잉카유적.
       신에게 희생물을 바치던 장소
는 이러한 동물들을 희생(犧牲)이라고 불렀다. 희생은 보통 산채로 제단에 올리고 제사 도중에 칼로 찔러 그 피를 제단에 뿌리기도 하였다.
 
고대에는 사람을 희생으로 올리는 일도 있었다. 제사에 관한 가장 오랜 문헌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 은대(殷代)의 갑골문(甲骨文)에 제물로 기록된 것은 짐승과 노예들이다.

이러한 제사는 물론 서양에도 있었다.
문헌상으로는 구약성서에 기록된 카인과 아벨의 제사 이야기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카인은 농사를 지어 곡식을 제물로 드렸고 아벨은 목축을 하여 양을 제물로 드렸던 바, 하느님이 아벨이 올린 양만을 받았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심지어 아브라함이 여호와의 명에 따라 그의 외아들 이삭을 제단에 올렸다는 이야기도 있다(곧 양으로 대체되었다고는 하지만).
제사음식 관념 
     <이슬람의 번제> 번제를 치르기
       희생물인 소에게 안수하는 모습.
 
민간신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발전해 온 우리나라의 고사/기원제 의식에서도 제물은 가능한 자연적 형상에 가까운 상태로 상에 올려진다. 시루떡은 칼을 대지않고 시루째 올리고, 북어포를 쓰지 않고 통북어로 쓰며, 과일의 경우 제사와 달리 위를 쳐내지 않고 쓰게 되는 등, 자연에서 난 원래의 것을 그대로 쓰게 되는 것이다
 
 
전통 고사상
 
<고사음식>
 
 
제사음식에 관한 다른 하나의 관념은, 귀신에게 올리는 제사음식도 산 사람들이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다. 이는 제수의 식이적(食餌的) 성격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관념에서 보면 모든 제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익히고 조리하여야 된다. 여기에는 인간적인 면모가 내포되어 있으며 주로 중세 이후의 서민 사회에서 행해져 왔다.

 
오늘날 제사음식으로는 보통 술, 과일, 밥, 국, 국수, 떡, 과자, 적, 탕, 전, 포, 나물, 김치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옛날에는 현주(玄酒)라고 부르는 정화수, 젓갈, 식혜, 식초, 간 등을 올리기도 하였다. 또 계절에 따라 생산되는 햇 과일들이나 떡국, 송편 같은 것을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제수를 통틀어 청작서수(淸酌庶羞)라고 부른다.

오늘날의 제사음식 관습은 제사음식의 "식이적" 성격을 강조하는 두번째 관념에 지배된 듯 보인다.
전통 제사 
<제사음식>
따라서 고인에 올리는 제사음식도 산 사람을 대접할 때의 음식물과 유사한 것인데, 이러한 예속은 대개 한(韓), 당(唐)대 이후의 중국 서민사회의 조상제사 풍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주자의 '가례'에 수용되어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오늘날의 표준예법처럼 된 것이다.
제수로 보통의 음식을 쓰게 된 것은 돌아가신 이를 산 사람과 똑같이 모신다는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용(中庸)의 "죽은 이를 섬기기를 산 사람 섬기듯이 하고, 없는 이를 섬기기를 있는 사람 섬기듯이 하라(事死如事生 事亡如事存)"는 교훈이 그 이론적인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정신으로 생전에 드리던 음식을 사후의 제사에도 올리게 된 것이다.
 
 
-로하스 HERB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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