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11월17일 [정유/1월8일] |
「장계」에서 전현감 어영담은 이미 파직되었거니와, 바닷가에서 자라나 뱃길에 매우 익숙하고 영남과 호남의 물길 사정과 섬들의 형세를 또렷하고 상세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적을 무찌를 일에 몸과 마음을 다하였다. 작년에 적을 무찌르던 날에도 매번 선봉장으로 나서서 여러번 큰 공을 이루었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서 내세울 만한 인재이므로 어영담을 이미 파직하였더라도 우선 수군 조방장으로 임명하여 끝까지 계획하고 방책을 세워 큰일을 이룰 수 있도록 장계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초아흐레에 받은 서장에는, "경은 통제의 책임으로 삼도의 장수와 군사들을 두 패로 나누어서 집으로 돌아가 쉬게 하고, 겸하여 의복과 식량까지 마련해 주라"는 분부가 있었다.3) 경상도는 탕패한 나머지 선부와 격군이 더욱 엉성할 뿐 아니라, 결진한 곳이 처음부터 본도(경상도) 내로서 틈보아 드나들며 무상으로 번갈아 쉬게 하였으며, 전라좌도도 그리 멀지 않아서 계속 번갈아 쉬게 하였거니와, 전라우도는 물길이 멀리 떨어져 있어 당장 바람이 세찬 날씨에 위험한 파도를 무릅쓰고서 쉽게 왔다갔다 할 수 없을 뿐더러 왕복하는 데에 걸핏하면 수십 일이나 한 달이 넘게 되므로 그 도의 수사 이억기를 시켜서 전선 서른 한 척을 거느리고 벌써 지난 11월 초하루에 먼저 출발케 하였다. 이에 앞서 이미 "해가 바뀌기 전에 전쟁기구를 수리하고 군사들을 쉬게ㅐ도 하고, 전함을 더 건조시키고 격군과 수병 및 괄장군들을 낱낱이 점검하여 미리 정비해 두었다가 1월 15일 안으로 빠짐없이 거느리고 오라"고 하였다. 진에 머물러 두어야 할 전선은 50여 척으로써 항상 머물러 두어서 사변에 대비하게 하였다.4) 나는 중들을 모이게 하여 특별히 '화주'(化主 : 철물 구하는 중)라고 일컫고는 권선문(勸善文)을 지어 주어서 마을마다 돌아 다니면서 쇠붙이를 구하여 만분의 일이나마 보충하고자 하였으나, 백성들은 곤궁하고 재정은 다 되어 그 역시 쉽게 되지 않아 밤낮으로 생각하여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 듣자하니, 멀고 가까운 여러 고을에 혹시 쇠를 바치고 병역을 면제받으려고 하는 자가 있다고 하는데, 아랫 사람으로서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므로 감히 품의하여 혹시 그 철물의 경중에 따라 혹 직함으로 상 주기도 하고, 혹 벼슬길을 터 주기도 하고, 병역을 면제케 하며, 천한 신분을 면하게도 하는 공문을 만들어 내려 보내 주면 쇠를 거두어 모아 총통 등을 만들면 군사상의 중요한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사변이 일어난 뒤부터 이제까지 염초(화약재료)는 넉넉히 끊여 내었으나, 거기에 넣을 석류황은 달리 나오는 곳이 없으므로, 묵은 곳간에 있는 유황 이백여 근쯤 채취하여 내려보내 주도록 장계하였다.5) 그리고 여러 섬에 있는 목장의 비어 있는 곳에 명년 봄부터 밭이나 논으로 개간하기 시작하되, 농군은 순천과 흥양의 유방군들을 써서, 나가서는 싸우고 들어와서는 농사를 짓도록 함이 좋겠다는 사연을 이미 아뢰었고, 그것을 허락해 준 사연을 낱낱이 들어 감사와 병사들에게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순천부의 유방군은 순찰사 이정암의 장계에 따르면, "광양땅두치에 신설되는 첨사진으로 이동시켜서 방비시킬 계획이다"고 하므로, 돌산도를 개간할 농군을 징발할 길이 없다. 내 생각에도 각 도에 떠도는 피난민이 한 곳에 모여 살 곳도 없고, 먹고 살 생업도 없으므로 보기에 참담하니, 이 섬으로 불러들여 살게 하면서 협력하여 경작하게 하여 절반씩 나눠 가지게 한다면 공사간에 다 편리할 것 같다. 흥양현 유방군은 도양장으로 들어가 농사짓게 하고, 그밖에 남은 땅은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 병작케 하고, 말들은 절이도로 옮겨 모으면 말을 기르는 데도 손해가 없고 군량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라우도의 강진땅 고이도(완도군 고금면)와 해남땅 황원 목장(해남군 황산면)은 땅이 비옥하고, 농사지을 만한 땅도 무려 천 여 섬의 씨앗을 뿌릴 수 있으므로 철 맞추어 부침하면 그 소득이 매우 많을 것인데, 농군을 뽑아낼 길이 없거니와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 병작케 하여 나라에서 절반만 거두어 들여도 군량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군량이 공급만 된다면 앞날에 닥쳐올 큰 일을 치르는데 군량이 없어서 급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이야말로 시기에 합당한 일이다. 그러나 유방군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내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감사나 병사들이 제 시기에 나서서 해야 할 일인데, 봄 농사가 멀지 않았건만 아직 실행한다는 소식이 없으니 참으로 민망하다. 조정에서 본도 순찰사(이정암)와 병사(선거이)에게 다시금 허락해 주는 분부를 거듭 밝혀 주기를 바란다. 돌산도에 있는 둔전은 벌써 묵은지 오래된 곳이며, 그곳을 개간하여 군량에 보충하고자 장계하지만, 앞에서 말한 농군은 각처에서 번들어와 수비하는 군사들 중에서 적당히 뽑아내어 짓게 하려 했으나, 요즘은 곳곳에서 변방을 지키고 있으므로 뽑아낼 사람이 없어 끝내 짓지 못하고 그대로 묵어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본영의 둔전 스무 섬지기는 늙어 남아있는 군사들을 뽑아내어 짓게 하여 그 지질을 시험해 보았던 바, 거둔 것이 중정조(중품 벼)가 오백 섬이나 되므로 씨앗으로 쓰려고 본영 성 안 순천 창고에 들여 놓았음을 갖추어 장계하였다.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