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춤
-신석초-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 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 소리를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形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접동새, 우는 접동새야!
네 우지 말아라
무슨 원한이 그다지 골수에
사무치길래,
밤중만, 빈 달에 피나게 울어
남의 애를 끊느니.
이화(梨花) 흰 달 아래
밤도 이미 삼경인 제,
승방(僧房)에 홀로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나니,
시름도 병인 양하여
내 못잊어 하노라.
(시집 {바라춤}, 1959)
신석초(申石艸, 1909 ~1975).
본명은 응식,
호는 유인(唯仁),석초(石艸).충남 서천 출생.경성제일고보 입학,
일본 법정대학 철학과 졸업. 1932년,유인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창작의 고정화에 항(抗)하여>라는 평문을 썼으며, 1933년 이후
카프 회원으로 활약하다가 1933년 박영희와 함께 카프를 탈퇴.
그 후 <자오선>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 <석초시집>(1946),<바라춤>(1959),<폭풍의 노래>(1970),
<처용은 말한다>(1974),<수유동운(水踰洞韻)>(1974) 등과 이외에
그의 저작으로는 <발레리 연구>,<임어당산고>등 에세이 다수와
<석초집>,<자하시집>,<시전> 등의 번역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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