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송 박중서 귀근 서(送朴中書歸覲序)
친구가 세력 때문에 합하여 서로 아는 것은 한갓 외면일 따름이고 마음으로써 합하는 것이 바로 의교(義交)다. 그런 연후에야 서로 아는 것이 비로소 지극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박중서(朴中書)와 더불어 아는 것이 지극하다 할 것인가, 혹시 오히려 그렇지 못하다 할 것인가 모르겠다. 중서군이 조정에서 배척을 당하자 돌아가서 대부인을 뵈려 하면서 나로 하여금 그 떠나감에 대하여 서술을 하게 하므로, 나는 다른 말을 방증할 것 없고 그저 군을 아는 것만으로써 질정한다.
중서군이 젊어서부터 조정에 나와서 빛나는 직과 임금과 친근할 수 있는 직을 역임하여 남들이 영화롭게 여겼다. 그러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하고 물러나오면 아침저녁으로 양친께 문안하고 형제끼리 우애하고 공순함이 성대하여 볼 만하였으나 항상 부족한 바가 있는 듯이 하였다. 대개 조정에서는 자기 직무에 극진할 것을 생각하여 당연히 할 일이면 하지 않음이 없으며,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숙직하여 게으르지 않고 더욱 정성을 다할 따름이니, 써주건 버리건 승진되건 쫓겨나건 무엇이 나에게 간여되어서 족히 영화롭고 욕됨을 삼겠는가 하는 것이 중서의 마음이요, 집에서는 정성껏 엄친(嚴親)을 섬기어 사랑과 공경을 함께 지극히 해야 하나 자당이 멀리 고향에 있음을 생각할 때 어찌 부모가 한 집에 동거하여 우리 형제가 서로 그 아래서 어린양하는 것만 같으냐 하는 것이 중서의 마음이다.
이러므로 지금 배척을 당하게 되어서도 화평하여 평시와 같이 조금도 불평하는 기색을 보이지 아니하고, 친구들에게 알리고 부형에게 상의한 것이 오직 돌아가서 자친을 뵙는 한 가지 일 뿐이었다. 이는 중서의 이 길이 소장부가 떠나려면 하루의 일력(日力)을 다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요, 평소에 모친의 생각이 간절하였기로 그 돌아가서 뵈올 기회를 얻었음을 기뻐한 것임을 알겠다. 또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나 임금을 섬기는 것이 그 도는 동일하다. 자식이 부모를 섬기되 능히 그 도를 다하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되 그 도를 다한다면, 이는 충효에 다 같이 이름을 세운 것이다. 정자(程子)가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것으로써 충(忠)의 뜻을 해석한 연후에 사람이 비로소 효도도 또한 충인 줄을 알았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신하가 되어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것은 조정에서의 효(孝)요, 자식이 되어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것은 집에서의 충이며, 벼슬하게 되면 기뻐하고 그만두게 되면 성내는 것은 반드시 능히 임금에게 할 바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요, 가까우면 친압하고 멀면 잊어버리는 것은 반드시 능히 어버이에게 할 바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효는 멀거나 가깝거나 간에 다르지 않고, 충은 벼슬하건 안 하건 간에 변동될 수 없는 것이니, 자기 할 일을 다한 자가 아니면 능히 할 수 있으랴.
내가 중서를 아는 것이 지극한가 그렇지 않은가. 중서여, 돌아가서 나를 아는 것으로 나에게 답해 주기 바란다. 다른 날에 중서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나를 아는 것이 의심할 바 없다. 청컨대, 그로써 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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