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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송 경상도 안렴 송도관 서 명의(明誼) (送慶尙道按廉宋都官序) -이색(李穡)-

천하한량 2007. 4. 28. 17:38

서(序)
 
 
송 경상도 안렴 송도관 서 명의(明誼) (送慶尙道按廉宋都官序)
 

백성을 장양(長養)하는 자는 점잖은 어른이라야 하는 것이니, 조정에 있어서는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절(使節)을 내세워서 사방을 순시하는 데도 그 사람을 중하게 보지 않아서는 아니된다. 풍속의 아름답고 악한 것을 안찰해서 표창하고 규탄하며, 수령의 어질고 어질지 못한 것을 염탐해서 권장하고 징계하나니, 이는 형(刑)과 상(賞)이 그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무릇 형과 상의 권리를 어찌 하루아침에 그 적당하지 않은 사람에게 줄 수 있겠는가.
국가가 경기(京畿)로부터 밖으로 8도를 세워 부ㆍ주ㆍ군ㆍ현이 바둑판 벌리듯이 둘러 있으므로 해마다 봄 가을에 조신(朝臣) 8명을 뽑아서 나눠 보내는데, 그 사람이 명예를 가까이 할 마음이 있으면 백성이 반드시 근심을 품게 되고, 그 사람이 관용이 있으면 백성이 그 혜택을 받게 된다. 조정이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아서 매양 이 선택을 중히 여기니, 그에 걸맞는 사람이 아니면 좀처럼 얻을 수가 없다.
지난날 내가 일찍이 양부(兩府)에 참례하여 이 선택에 대한 의논을 같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도관 송군이 언제나 그 선택에 끼어 있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도관은 태재(泰齋) 상공(相公)과 인친(姻親)관계가 있다 해서 반드시 등용되지 못하였으니, 이는 혐의를 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천거하는 자가 날로 많아서 그 형세가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사(私)가 공(公)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도관은 근후하여 어른다운 기풍이 있고 더구나 이재(吏才)에 장점이 있다.
경상도는 옛날 신라의 전경(全境)으로 산천과 풍기가 쌓이고 쌓여 새어나가지 아니하였으니, 훌륭한 풍습이 아직도 보존된 것이 있다. 비록 땅덩이가 크고 일이 많다지만 그러나 백성이 부리기에 용이하면 일도 효과를 거두기 용이한 것이니, 다른 도는 이에 앞설 수 없다. 도관이 오래 등용되지 못하다가 등용되자 이 도를 얻었으니, 나는 아주 기뻐하는 바다. 큰 고기가 자유롭게 노닐자면 큰 강이라야 하고, 옷을 만드는 직공이 좋지 못하면 한 필의 비단만 애석하게 되는 것이니, 이 사람에 이 도가 서로 맞지 않은가. 유독 나의 기쁨만 대단할 뿐 아니라, 일시의 사대부가 기쁘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다. 그러므로 그 떠나는 길에 노래하는 자가 물밀듯이 끊임없으며 그 편 머리의 서문은 반드시 내 글로 하게 한 것은 도관의 뜻이다. 도관은 나와 대면을 못했으나 그 뜻을 내게 통한 자는 나의 동료 김군 백언(伯誾)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