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카드 해지(解止·끊는 것)는 어떨까. “가입에 비해 해지는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이야기가 많아 기자가 직접 테스트를 해봤다. A은행과 B은행, C카드사(전업사) 등 세 금융기관이 발행한 카드를 해지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게 할 정도로.
◆총알 같은 안내 멘트, 헷갈리는 메뉴
먼저 해당 금융기관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카드 해지’ 메뉴가 없다.
‘자주하는 질문(FAQ)’ 항목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보니 이런 답변이 나온다. “카드 해지를 하시려면 콜센터(1588-****)로 전화를 거시거나 지점을 방문해 신청해 주세요.” 인터넷으로는 카드 신청만 되고, 해지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A은행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자동응답시스템(ARS)이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안녕하세요, A은행 카드 콜센터입니다. 분실은 0번, 개인회원은 1번, 가맹점은 2번, ….”
무려 7가지나 되는 선택 메뉴가 총알같이 빠른 말소리로 흘러나온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설명이 모두 흘러가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 들었다. 2~3번을 다시 들어도 ‘해지’ 메뉴가 없다. 한참 망설이다 일단 1번 ‘개인 회원’ 메뉴를 선택했다.
◆아무리 찾아도 ‘카드 해지’가 안 나오네
다음 단계는 본인 확인. “주민등록 번호 13자리나 카드번호 16자리를 입력해 주세요.” 휴대폰 번호판이 작아 입력하기가 쉽지 않다. “등록되어 있는 회원정보가 없습니다.” 입력 중에 실수를 했나 싶은 순간, 갑자기 처음 메뉴로 돌아가 버렸다.
시작한 지 거의 4분 만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나니, 세 번째 관문이 나온다. “결제금액이나 명세서 관련 문의는 1번, 이용한도 2번, … 고객정보 변경 및 기타 상담원 연결은 9번입니다.”
무려 9개나 되는 메뉴 중에 여전히 ‘해지’ 메뉴는 없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해지는 기타에 속하겠지’ 싶어 9번을 눌렀다.
바로 안내원이 연결될 줄 알았는데 또 ARS 안내가 나온다. “주소 변경신고는 1번, 결제 대금 및 연체대금 문의는 2번, … 기타 문의는 9번을 눌러 주십시오.”
도대체 해지 메뉴 안내는 언제쯤 나오는 걸까. 상담원에게 직접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 9번을 골랐다. “상담원을 연결 중입니다. 예상 대기시간은 1분30초입니다.”
실제로 걸린 시간은 약 3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라면이 익을 시간이다. 상담원이 나올 쯤엔 어느새 내 얼굴도 벌겋게 익어 있었다. ARS 상담 고객의 75%가 이 단계에서 전화를 끊는다고 한다.(카드업계 관계자 K씨)
◆상담원의 ‘마지막 유혹’을 이겨내라
“상담원 ***입니다, 고객님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흥분을 억지로 가라앉히고 대답했다. “쓰던 카드를 해지하고 싶습니다.” “고객님 지금 카드를 해지하시면 1만2000원 쌓여 있는 포인트를 사용 못하시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뿔싸, 미리 남은 카드 포인트를 확인해 쓰는 것을 잊었다. 하지만 벌써 10분 가까이 전화기를 붙잡은 시간이 더 아까웠다. “그냥 해지해 주세요.” 그래도 회유는 계속된다. “고객님, 이번에 카드를 계속 사용하시면 다음번 연회비를 면제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해지할래요.” “포인트 4만점을 적립해 드리겠습니다.” “그냥 해지해 주시라니까요.”
몇 번이나 실랑이를 한 끝에 겨우 카드 한 장을 해지했다. 무려 20분이 걸렸다. 나머지 2개의 카드 역시 복잡한 메뉴, 이해하기 힘든 안내 멘트, 카드 해지 메뉴를 꽁꽁 숨겨 놓은 것 등이 모두 비슷했다. 카드 해지 전 안내원의 집요한 회유도 마찬가지.
가입할 때는 신청서 한 장이면 되는데 해지는 왜 이리 복잡할까. 신용카드사들의 단체인 여신금융협회는 “새 카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비용이많이 들기 때문에(2006년 기준 4만5000원) 해지를 원하는 고객을 가능한 한 붙잡아 두려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했다.
출처 : 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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