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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김모군은 누가 말을 해도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한번 흘깃 보고 그만이다. 말수가 적을 뿐더러 단발적인 말만 하고 끝없이 몸을 꼬무락거린다. 김군의 부모는 처음엔 성격 탓이려니 생각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성적이 계속 떨어져 정신과 진단을 받았다. 진단결과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1월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세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2002년 1만3373명에서 2005년엔 4만1662명으로 늘어났다. 3년 새 3.1배가 증가한 것이다. 한양대 안동현 교수가 4개 초등학교 학생 3000여명을 4년간 조사한 결과에서는 전체 어린이의 3.8%가 ADHD 증상이 있었다. 한 한급에 한 명 꼴로 ADHD 증상의 어린이가 분포하는 셈이다. 환자가 급증한 데는 최근에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그 동안 간과했던 환자가 드러난 때문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TV만 접하고 다양한 신체활동을 하지 못하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 그림·박상철
ADHD의 증상으로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적 행동이 있다. 정상 아동의 경우 제 나이에 맞게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 판단하고 스스로를 억제할 수 있는 데 반해 ADHD 아동은 주의가 산만하다. 실수를 자주 하고 말을 붙여도 마치 듣지 않는 듯이 행동한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약속도 잘 잊는다. 공부를 할 때는 5~10분만 지나도 꼬무락거리면서 딴 짓을 하거나 안절부절못한다. 지능이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보면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아서 틀리는 문제가 많다. 수식으로 이뤄진 문제는 쉽게 풀면서도 말로 풀어 쓴 문제는 풀지 못한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단순 반복의 암기나 계산보다 이해가 요구되는 서술형 계산, 맞춤법에서 부진하기 때문이다.
ADHD 아동은 수업 중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다니거나 팔 다리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등 장시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누가 옆에서 건드리면 쉽게 화를 내고 다투는 등 충동적 성향을 보인다. 벌을 주어도 계속 규율을 어기는 경우가 많은데 고의적인 반항심 때문이 아니라 내재적인 충동성 때문이다.
ADHD는 뇌신경의 신호전달물질인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물도 신경물질의 균형을 촉진하는 것이다. 뇌 영상기계를 통한 연구 결과 해부학적으로는 전두엽이 기능을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두엽은 주의집중력이나 충동적인 행동의 조절과 관련이 있는 부위다. 늦은 신체 발달로 인한 운동 장애나 눈 위치 등에 기형이 있는 경우 ADHD가 많이 발생한다. 머리를 다치거나 독성물질에 노출된 경우도 발병할 수 있다. 특히 임신 중에 어머니가 술을 마시는 경우 위험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환자의 50% 정도는 저절로 증세가 완화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치료가 어려워진다. 점점 스스로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우울증 등 다른 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 약물을 이용한 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놀이치료, 환경치료를 함으로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아동에게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문제행동의 목록을 만들어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상을 주고 반대의 경우는 벌을 주는 방법이다.
가족 및 또래 관계에 적응을 못해 불안과 우울증이 동반될 경우 놀이치료가 도움이 된다. ADHD 아동은 자극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환경을 차분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조용한 공간을 제공해 주고 벽지나 가구도 요란스럽게 꾸미지 않는 것이 좋다. 장난감을 한 번에 한두 가지 정도만 주어 익숙해지면 다양한 장난감을 준다.
친구와 놀이에서도 1~2명의 친구와 우선 놀다가 점차 친구의 수를 늘려가도록 지도한다. 놀이를 할 때 순서를 지키지 않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여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른이 평소에 함께 놀면서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해 온화하지만 즉각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박준동 주간조선 기자 jdpark@chosun.com
- [질병탐구(37)]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 뇌에 불균형 생기면 산만하고 충동적으로 돼
인터뷰 |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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