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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의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는 두 살 때 도진 천식으로 평생을 신음하며 살았다. 천식은 불치의 병으로 나약한 육체의 상징처럼 돼있기에 그의 혁명가로서의 삶을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서양의 소설에 유독 천식을 앓는 인물이 많이 언급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천식은 과민성의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기도가 좁아지면 공기가 통과할 때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나고 호흡이 짧아진다. 이런 증상은 발작적으로 일어나고 기침을 동반하기도 한다. 기도에 쌓인 점액과 이물질을 배출하려고 기침을 하지만 탈수현상으로 분비물이 끈끈해져 마른 기침을 하기도 한다. 천식 발작 시, 폐 속의 공기가 배출되지 못하고 갇혀 있게 됨에 따라 호흡운동을 일으키는 횡경막이 아래로 처지고 이로 인해 호흡이 더욱 힘들어진다. 어린이의 경우 호흡곤란과 기침으로 복근과 횡경막을 격렬하게 사용하다가 복통을 일으키거나 토하기도 한다.
증상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질병임에도 주위에서 천식 발작을 쉽게 볼 수 없는 것은 발작이 주로 밤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밤에는 체온이 낮아지므로 기관지가 수축하면서 기도가 더 좁아져 천식 발작이 잘 일어난다. 어린이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기관지가 좁기 때문에 천식이 생기기 쉽다. 1998년 국제적 협력으로 이루어진 ‘어린이 천식과 알러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어린이 100명 중 10명이 천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인 5명은 성인이 돼도 낫지 않고 평생 동안 천식을 앓는다.
▲ 그림·박상철
천식의 원인은 만성기관지질환, 폐질환, 과도한 운동, 공해와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알레르기로 인한 환자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많다. 그 중에서도 침대·카펫 등에 살고 있는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환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신체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음식, 진통소염제, 금속 및 화학 물질, 목재 분진, 곡물 및 커피 가루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원인물질은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와 항체검사 등을 통해 구명할 수 있다. 원인 물질이 밝혀진 경우도 있지만 유전적인 요인 등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내인성 천식도 있다. 천식은 진단이 늦어질수록 증상이 심해져 장기적으로 약물치료를 해야 하거나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호흡곤란이 일어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우선 기관지 점막에 염증이 생겨 내부가 부어올라 기도가 좁아질 수 있다. 두 번째는 기관지 점막에 점액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기도를 막는 경우다. 어린이의 경우 기관지가 좁기 때문에 점액 과다 분비로 인한 천식이 많다. 세 번째는 기관지가 수축되면서 기도가 좁아지는 경우로 성인 천식 환자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급성발작은 자극물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고 감기 등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천식은 발병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며칠에 걸쳐서 기침과 호흡곤란이 심해진다. 발작 초기에는 마른 기침을 하고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차게 된다. 나중엔 점차 내쉬는 숨이 길어지고 호흡보조근을 사용해 용을 쓰면서 숨을 쉬게 된다. 내쉬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은 숨을 들이마실 때는 기도가 넓어졌다가 내쉴 때는 좁아지기 때문이다.
환자의 호흡곤란 자각 증상만으로 천식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와 폐기능검사를 해서 진단한다. 천식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기도의 형태 자체가 바뀔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천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면 단기적으로는 호흡곤란, 기침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반복된 알레르기 염증 반응으로 기관지가 손상되고 좁아져 폐 기능에까지 장애가 올 수 있다. 그때부터는 조금만 움직여도 호흡이 곤란할 정도가 된다.
현재까지 알레르기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지만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차단하는 회피요법, 면역력을 높여주는 면역요법, 약물요법 등으로 어느 정도 천식 증상에 대응은 할 수 있다.
박준동 주간조선 기자 jdpark@chosun.com
- [질병탐구(38)] 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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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사랑꽃후후한의원 이정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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