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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의 평균키는 지난 30년새 약 10㎝ 정도 커졌다.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이전보다 부쩍 늘씬해진 체형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을 기준으로 할 때이지, 일부에선 성장 장애로 인해 성장이 조기에 멈추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학생 신체검사 자료에 따르면 학생 평균키가 전년에 비해 작아져 30년 만에 처음으로 키 성장세가 꺾였다. 키에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엔 잘 먹지 못했기 때문에 영양 부족으로 성장 장애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반대로 영양의 과잉이 성장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영양이 넘치면 비만해질 순 있다 하더라도 왜 성장 장애가 오는 것일까? 영양 과잉은 실제 나이보다 발육이 빨라지게 되는 ‘조숙증’을 불러온다. 조숙증에 걸린 아이는 또래보다 초경이나 변성기가 빨리 찾아오게 된다. 초경이나 변성기는 2차 성징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로 이때부터 성(性)호르몬이 분비된다. 성호르몬은 성장판을 빨리 닫히게 하는 것은 물론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전문가들은 보통 성호르몬이 분비된 시점에서 2년 이내에 성장이 멈추는 것으로 본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초경이 시작된다면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갈 때쯤이면 이미 성장이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종종 관찰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양모(7) 양은 이미 키가 141㎝에 몸무게가 41㎏이나 나간다. 평소 인스턴트 음식을 비롯해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즐겨먹었다고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엔 초경을 시작했다. 이 경우는 극단적인 사례지만, 우리나라 10~80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 조사에 의하면 지난 60년 사이 초경 시점이 무려 4.5세나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체중이 30㎏이 넘어가면 성호르몬이 분비될 조건이 갖춰졌다고 본다. 역으로 비만한 아이는 체중만 줄여줘도 초경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조숙증 외에도 성장 장애를 불러오는 요인은 다양하다. 과거 못 먹던 시절처럼 성장기에 필수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면 당연히 성장 장애를 겪는다. 수면시간도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장을 도와주는 성장호르몬은 수면 주기에 따라 분비가 활발해지는 시점이 있다. 권장 수면시간인 8시간을 잘 때 성장호르몬이 활발히 분비되는 횟수가 네 번 정도이다. 만약 하루에 6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는다면 이 횟수가 3번에 그쳐 잠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범위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유전적인 요소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부모가 평균보다 지극히 작은 경우만 아니라면 관리하기에 따라서 평균키 수준으로 자랄 수 있다. 이는 같은 민족으로서 비슷한 유전적 성향을 가진 북한과 우리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키가 크는 데는 영양상태나 생활환경과 같은 후천적인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외에도 만성적인 병이 있거나 호르몬 이상이 원인이 되는 다운증후군이나 쿠싱증후군을 앓는 아이는 성장 장애를 겪는다.
생활 속에서 성장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칼슘의 5가지 기초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패스트푸드처럼 칼로리는 높으면서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지 않은 음식, 카페인 음료, 인스턴트 식품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팔다리를 비롯 온몸을 쭉쭉 뻗을 수 있는 동작이 포함된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이는 성장판에 자극을 줘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기계체조, 웨이트 트레이닝, 마라톤 등은 척추에 무리를 주고 성장판으로의 혈류 공급을 방해해 성장에 해롭다. 또 스트레스는 음식물의 소화, 흡수를 더디게 하고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안정된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tru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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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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